민원을 제기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간단한 민원은 유선을 이용하기도 하고 직접 찾아와서 구두로 하거나 내용증명과 같은 서면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학교에 제기한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데 일반적으로 인터넷 국민신문고를 이용한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면 보통 교육지원청 담당자에게 배정이 되고, 며칠 후 담당자가 답변을 한다. 교육지원청의 민원 답변 또는 처리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을 기피 기관으로 지정하고 본청에 직접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국민신문고를 통해 17개 시·도교육청에 제기된 민원이 162,972건이라고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시·도는 조례에 따라 설치된 학생인권교육센터에 별도로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해서 해결되지 않으면 교육부·국가인권위원회·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게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하게 민원이 제기될 때마다 학교는 매번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은 기본이고, 담당자가 방문을 하는 경우도 있고, 교사가 직접 기관에 출석하여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가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민원은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된 일방적인 내용으로 여러 곳에 동일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악성민원 때문에 교육력과 행정력을 소진하고, 정신적 스트레스에 고통 받는 교사들에게 받는 가장 많은 질문은 ‘우리도 민원인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냐’는 것이다. 결론은 허위 민원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무고나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고죄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징계처분’이란 공법상의 감독관계에서 질서유지를 위하여 과하는 신분적 제재를 말하는 것으로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학교법인 등의 징계처분은「형법」제156조의 ‘징계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여기서 ‘징계처분’이란 공법상의 감독관계에서 질서유지를 위하여 과하는 신분적 제재를 말한다. 그런데 사립학교 교원은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경영자가 임면하고(「사립학교법」 제53조,, 제53조의2), 그 임면은 사법상 고용계약에 의하며, 사립학교 교원은 학생을 교육하는 대가로 학교법인 등으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으므로 학교법인 등과 사립학교 교원의 관계는 원칙적으로 사법상 법률관계에 해당한다. 비록 임면자가 사립학교 교원의 임면에 대하여 관할청에 보고하여야 하고, 관할청은 일정한 경우 임면권자에게 해직 또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등(「사립학교법」 제54조) 학교법인 등에 대하여 국가 등의 지도·감독과 지원 및 규제가 행해지고, 사립학교 교원의 자격, 복무 및 신분을 공무원인 국·공립학교 교원에 준하여 보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들 사이의 법률관계가 사법상 법률관계임을 전제로 신분 등을 교육공무원의 그것과 동일하게 보장한다는 취지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학교법인 등의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인사권의 행사로서 징계 등 불리한 처분은 사법적 법률행위의 성격을 가진다. 한편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법리를 종합하여 보면,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학교법인 등의 징계처분은 「형법」 제156조의 ‘징계처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옳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4도6377 판결). |
‘허위의 사실’이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말하는데 정황을 다소 과장한 경우에는 허위신고라고는 볼 수 없다.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요건은 적극적 증명이 있어야 하고, 신고사실의 진실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소극적 증명만으로 곧 그 신고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의 사실이라 단정하여 무고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으며, 신고내용에 일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성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단지 신고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다면 무고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9.7.11. 선고 2018도2614 판결). |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것 이외에 징계권 또는 감독권을 가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무고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다만 무고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고한 내용이 허위라는 것과 함께 허위사실을 신고한다는 것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즉, 실제로 신고한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무고죄에 있어서의 신고는 신고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거나 진실하다는 확신 없이 신고함을 말하는 것이므로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은 것이라도 신고자가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신고하였을 때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여기에서 진실이라고 확신한다 함은 신고사실이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 즉, 미필적 인식도 없음을 말한다(대법원 1988. 9. 27. 선고 88도99 판결). |
이상의 사실을 종합하면 민원 제기가 무고죄에 해당하려면 ①사립학교가 아닌 국·공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②신고자가 신고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③일부 사실의 과장이 아닌 중요사실을 허위로 신고하여야 한다.
학교가 어려움을 겪는 민원의 대부분은 사실관계가 상반되는 것이다. 민원인(학부모)은 학생이 인권침해나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교사는 그런 사실이 없고 정당한 교육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한다. 설령 민원인이 주장하는 내용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민원인은 그것을 사실로 인식하고 신고한다면 이는 무고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명예훼손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적시한 사실이 진실하더라도 성립할 수 있으며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을 갖추어야 하는데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법원은 1인에게 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 의해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을 인정한다(전파가능성). 그런데 허위의 악성민원으로 인하여 명예가 훼손되었더라도 민원은 비공개가 원칙이므로 민원 제기로는 전파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7조(정보 보호)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 처리와 관련하여 알게 된 민원의 내용과 민원인 및 민원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특정인의 개인정보 등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수집된 정보가 민원 처리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 |
즉, 악성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민원내용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삼자에게 퍼트린다면 민원과 별개로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으나 민원을 제기한 것 자체로는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으나, 민원에 시달리는 학교나 교원이 민원인에게 공격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반복되는 악의적 민원으로 인하여 학교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면 형사적으로 공무집행방해(사립의 경우 업무방해)로 고소하거나, 민사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제한적인 요건에서만 인정이 가능하고 무엇보다도 민원인이 학부모인 경우 학교가 학부모를 고소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안타깝지만 학교는 악성민원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일자별로 정리하고 입증자료를 모아서 충실한 답변서를 제출하여 해당 민원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