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실공간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공간은 어디일까? 미국 건축가인 프라카쉬 나이르(2018: 61-82)의 <Blueprint for Tomorrow: Redesigning School for Student-Centered Learning>에서는 ‘복도’라고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복도는 교실과 함께 쌍을 이루어 공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형태가 이론 중심의 전통적인 학습방식을 나타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복도가 아이들이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하는 통로 역할만 하고 있고, 이것은 아이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스스로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과 공간의 경직성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 있다.
“복도가 하루 종일 가르치고 배우기 위해 사용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학교는 전통적인 교실 디자인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마술처럼 20~30% 더 많은 사용 가능한 공간이 추가로 생기게 된다.” (p. 64)
필자는 학교공간의 면적 분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공간과 해외 학교공간의 면적을 비교해 보았는데, 학생 1인당 연면적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이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그동안 방문했던 수많은 해외 우수학교들의 사진을 분석해 본 결과, 복도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글에서는 적용 가능한 수준의 대안들을 우수사례를 중심으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복도를 ‘학습공간’으로 활용하기
첫째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복도는 학습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림 1>의 학교는 설립된 지 약 100년이 된 독일의 학교이다. 사진에서 보듯이 학생들이 복도에 블록매트를 깔고 학습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장면은 복도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을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것은 특별한 공간이 아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블록매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블록매트에 담겨진 학교 운영 철학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림 2>는 이미 설치되어 있는 연결통로의 벤치에서 토론학습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그림 1>과 다르게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복도에서 학습을 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복도를 효율적인 학습공간으로 재구조화하기 위해서는 복도를 학습공간으로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공간 재구조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다.
복도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학습교구와 가구 배치하기
둘째, 복도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학습교구와 가구 배치’를 실시해야 한다. 물론 앞서 제시한 첫 번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가정 하에서 이다. <그림 3>은 교실의 주출입구 앞 복도에 설치된 2인용 원형 테이블이다. 교실 내부에서 이론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학생들과 별개로 개별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그림 3>과 같은 모습은 첫 번째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 <그림 4>는 보다 적극적으로 복도공간을 소프트웨어학습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한 사례이다. 이와 같은 공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모든 교과에서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는 정보검색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교실과 복도공간을 연계하기
셋째로 수업시간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위하여 ‘교실과 복도공간을 연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그림 5>와 같이 최근 우리나라의 학교공간혁신사업에서 다양한 사례들이 보여 지고 있다. 그러나 <그림 5>와 같은 사례들은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독립적인 학습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복도공간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도록 <그림 6>과 같이 시야적으로 개방된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복도공간은 학습공간이다
<그림 7>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교실과 복도 융·복합 모형’이다. 복도공간에 조성된 학습공간들을 교실공간과 적극적으로 연계하여 수업시간에도 복도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을 조성하며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바닥과 천장의 마감 재료를 다른 복도공간 바닥 마감과 구별되도록 조성하여 ‘학습공간으로의 영역성’을 분명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침실에서 취침 외에 독서·운동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것과 같이 복도가 반드시 통로로만 활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학교에서 학교공간혁신사업을 진행하면서 교실공간에 대한 이름은 정의하지만, 복도공간에 대한 이름을 부여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복도공간에 대한 제한된 사고를 느낄 수 있다. 필자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교실공간보다 더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공간이 복도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공간에 대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인접한 공간이 복도이기 때문이다. 공간은 수업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활용의 변화는 수업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복도공간은 학습공간이다’라는 유연한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