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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들 위한 기부, 내 자식 주는 것보다 기뻐”

[초대석] 현영희 강림문화재단 이사장

작은학교 살리기 모교 밀주초에 사비로 교육기자재 기부
재단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여행 5월 비대면 공연 앞둬

초등교사 출신,유치원 설립…부산시의원,국회의원 지내
“교권확립 법안 발의하고 통과 못 시킨 게 가장 아쉬워…
교육발전 제언,국제 교류 등 공헌활동 계속 이어갈 것”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현영희(사진) 강림문화재단 이사장은 ‘교육자 출신 정치인’을 뒤로하고 최근 교육기부에 골몰하고 있다. 1971년 부산 당감초로 첫 발령 받은 후 1984년 강림유치원을 설립하는 등 줄곧 유·초등교육계에 몸담아온 현 이사장은 부산시유치원연합회 회장, 제4·5대 부산시의원,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시의회·국회의원 시절에도 주로 교육 관련 입법 활동을 펼쳤다.
 

현 이사장은 지난달 모교인 경남 밀주초 입학식에 참석해 신입생, 재학생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안겨줬다. 사비를 들여 최신형 태블릿PC를 기부하고, 동문회와 남편의 장학재단 등을 설득해 신입생 입학 축하금, 등·하교 택시비 등을 지원했다.
 

 

재단이 매년 진행해왔던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여행’도 올해 재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멈췄던 음악회는 언택트 행사로 준비 중이다. 올해 5월 KNN방송국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강림문화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지난달 23일 인터뷰에서 현 이사장은 바지 1만 원, 티셔츠 7000원짜리를 입고 왔다고 귀띔했다. 그는 “사비를 들인 기부와 봉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고 나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내 자식에게 주는 것보다 더 기쁘다”며 “그 기분은 최소 일주일 정도 간다”고 밝혔다.
 

―초등 교사를 그만두고 유치원 원장으로 변모한 부분이 이색적이다.
 

“첫 발령을 받고 곧바로 결혼해서 세 자녀를 두게 됐고, 결국 육아문제로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교사생활을 6년 반 만에 접어야만 했다. 당시 산후 휴가는 한 달밖에 주지 않았다. 막내를 업고 출근해서 교무실에 아이 눕혀놓고 우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학교에서 정말 할 짓이 아니었다. 사직서를 제출한 날 펑펑 울었다. 그날 굳게 다짐한 것이 있다. 앞으로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할 텐데, 어린 자녀를 둔 전문직 여성이 나처럼 꿈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유아교육 체계를 갖춘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교사였는지 궁금하다.
 

“당시 관행에서 꽤나 벗어난 방식으로 가르쳤다. 그 때는 교사가 판서하며 암기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 나름대로 교수법을 바꿔서 소그룹 활동과 토론식 학습을 하게 됐다. 이를테면 사회과목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공부할 경우 아이들을 소그룹으로 나눠 여러 조사활동을 하도록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발표 자료를 만들어 경쟁적으로 발표와 질문을 하면 왁자지껄했다. 놀 때도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남자 아이들과는 족구도 함께 했다. 아이들은 나를 잘 따라줬고 조그마한 고민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유치원을 운영했을 때도 주인공은 아이였다. 당시 영양사를 두고 철저히 영양가를 계산하며 유기농 채소를 먹이고 생수도 최고 수질의 것을 가져왔다.”
 

―시의회, 국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유아교육정책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교육법 자체가 없었다. 부산유치원연합회 회장을 지내면서 여러 차례 높은 장벽에 부딪히던 끝에, 여러 조언을 얻어 정계에 진출하기로 했다. 당선 후 열심히 봉사해 주목을 받았고 경실련 의정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았다. 5대 시의원 당선 때는 득표율 전국 2위와 부산 1위를 기록했다. 국회 진출해서도 교육, 여성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두고 일했다. 그리고 여성의 눈으로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활동, 아동학대 금지, 자전거 타기 등을 주도했다. 자전거 정책은 내가 이명박 전 대통령 보다 먼저 꺼냈다. 국회 진출해서 전국 대학총장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갖고, 유보통합도 반드시 돼야 한다고 여겨 토론회도 진행했다. 교권확립 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시키지는 못했다. 당시 교총에서도 교육자 출신 의원이라 해서 많은 환영을 받았다. 교총 행사에도 많이 참여했다.”
 

―모교 살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지?
 

“밀양에 갈 때마다 아이가 줄고, 지역이 침체되고 있다. 빈 땅덩어리였던 서울 강남이 지금처럼 발전한 이유에는 좋은 학교들의 이전이 결정적이었다. 교육이 지역을 살릴 수 있다. 밀주초를 밀양의 강남으로 만들자고 했다. 내가 밀주초에 다닐 때만 해도 한 반에 60명씩 4개 반이었다. 전교생 2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제 전교생 126명이다. 폐교 위기에 처했다. 이 학교 학군인데도 다른 곳에 가는 애들 많았다. 다시 데려와야 한다고 봤다. 때마침 재부밀양향우회장 임기를 마치고 전국 회장을 이어서 맡아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모교를 살리기 위해 직을 보류했다.”
 

―어떤 활동을 전개했는지?
 

“일단 총동문회 자문위원으로서 선생님과 학부모님부터 만났다. 교육이 잘 되려면 교사, 학생, 학부모가 삼위일체를 이뤄야 한다. 교장선생님을 설득해 동문이 나서겠다고 전했다. 내 사비를 들여 리무진 버스를 보내 선생님 20명을 부산교대부설초, 부산글로벌빌리지, KNN방송국 스튜디오 등의 견학에 이어 해운대 관광을 시켜줬다. 선생님들의 의욕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다. 올해 들어 1000만 원을 출연해 6학년 전체 태블릿PC 구입했다. 동문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입학축하금을 1인당 20만 원씩 주고, 1학년 교실 리모델링도 해줬다. 남편이 운영하는 임수복장학재단을 설득해 등·하교가 어려운 5명의 원아를 위해 택시비를 1인당 100만 원씩을 지원했다. 동문들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렸다는 사례가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아 전국적으로 퍼졌으면 좋겠다. 보통 동문회라고 하면 친목 위주인데, 그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
 

―‘청소년 음악회’를 재개한다던데.
 

“강림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문화와 교육이다. 문화는 특히 청소년에게 집중하고 있다. 학교에서 음악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게 안타깝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진행되면서 청소년에게 정서적 함양이 부족하다. 국위를 선양하는 K-POP도 좋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가곡 등 건전한 음악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매년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소년 위한 클래식 여행‘을 부산 KNN방송국과 함께 열고 있다. 수능 끝난 후 고3 학생들 위주로 1500석 넘는 홀이 꽉 찬다. 지난해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는데 5월에 금난새 지휘자와 함께 비대면으로 진행하려 한다. 교육사업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선생님은 부모님이다. 특히 어머니의 영향 많이 받는다. 어머니 무릎이 최초의 학교라는 코메니우스의 말도 있다. 여성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로 요즘 열지 못하고 있어 조만간 비대면 프로그램을 준비할까 구상 중에 있다. 2018년부터 3년 정도 부산 KNN과 교통방송에서 부모교육 관련 생방송을 맡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를 다시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부산교대 총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교육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교육 기부활동, 국제교류 등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현영희 이사장은…
△1951년 경남 밀양 출생 △부산교대 졸업 △중앙대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당감초·성지초 교사 △부산유치원연합회장 △부산빙상경기연맹 회장 △제4,5대 부산시의원 △제19대 국회의원 △제19대 국회 학폭대책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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