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부산교육청공무원노조(위원장 편경천, 이하 부교노)는 부산시교육청(교육감 김석준) 감사관이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의 뇌물 수수 등 비리를 사실인 것처럼 공표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관련자 처벌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부교노는 23일 성명을 통해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7월말 ‘공무원 2명이 수년 전 업자로부터 관급자재 구매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필리핀 마닐라 소재 콘도미니엄 및 소파 구매 대금을 수수했다’는 제보를 받은 후 감사를 통해 비리 혐의의 상당부분을 확인했다”며 “지난해 9월 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12월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중징계(파면·해임 등)를 요구했다. 1월 9일 직위해제를 한 상황”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비리사실’ 발표로 인해 세간의 비난을 받으며 검찰 조사를 받던 5급 공무원 A씨는 세상을 떠나 올해 2월초 장례를 치렀다. A씨 사망원인에 대해 시교육청은 심장마비로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란 의혹도 나오고 있다.
A씨가 목숨을 잃은 배경에 시교육청 감사관의 비리 공표 영향이 있다고 여긴 동료 직원들은 부교노에 규탄 집회 개최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교노는 고인과 유족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검찰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설득했다. 차분하게 검찰의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다독였던 것이다.
결국 검찰은 비리 의혹을 받던 또 다른 직원 B씨에게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동료 직원들은 시교육청 감사관의 잘못된 공표로 A씨가 억울하게 죽었다며 관련자 처벌과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부교노는 “그동안 뇌물수수 사건이 있었을 때마다 시교육청은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뇌물수수 사실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당사자들을 만천하에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만든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비도덕적 언론플레이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여론의 몰매에 견디지 못해 검찰 조사를 받던 1명의 동료가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곁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부교노는 시교육청이 비리사실 공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감찰 전문 임기제’ 채용이 내부 반발에 부딪히자 이를 무마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청렴도 평가 최하위 성적을 받자 시교육청은 ‘감찰 전문 임기제 직원’ 도입을 발표했고, 부교노 등은 ‘잘못된 대안’이라며 반발했다. 시교육청의 청렴도 하락은 김석준 교육감의 독선적인 조직 운영으로 인한 결과였다는 지적이 잇따랐음에도 내부소통 강화 대신 감찰전문 임기제 직원 2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라는 주장이었다.
부교노는 “감찰 전문 임기제 직원은 민주화 시대를 역행하는 만큼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형진 시교육청 대변인은 “당시 비리 관련 보도가 어느 정도 나온 데다 수사개시 통보에 따라 직원들의 직위해제도 이뤄졌고, 압수수색까지 전개됐기에 더 이상 함구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감찰 전문 임기제 직원 채용과도 아무런 연관성도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