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8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재지정 처분 취소 1심 행정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학교법인 경희·한양학원이 재단 운영 자사고에 부당하게 재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양 재단에서 운영하는 경희고와 한양대부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나머지 6개교도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 자사고 8곳 모두 승소
이들 8개 자사고는 서울교육청으로부터 2019년 이전 5년간의 운영 실적을 토대로 한 재지정 평가에서 점수 미달로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 자사고는 평가계획 매뉴얼에 따른 자체 운영성과보고서 제출 직전에 서울교육청에서 갑자기 평가 점수와 항목을 변경한 데 대해 의도적 불공정 평가라고 반발·불복해 8개교가 둘씩 나눠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고, 서울교육청은 전패(全敗)했다.
이번 판결로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서울교육청이 평가 기준(배점·항목)을 변경·소급 적용한 것은 입법 취지의 본질에 반하며, 위법·불공정성·권한 남용이라는 법원 판결 취지에 대한 국민 공감대는 조성된 상태다.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자사고(재단)와의 소송에 1억 2000만 원을 쓴 것으로 추산된다. 만일 향후 교육감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항소 등 상급심이 진행되면 혈세 및 행정력 낭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자사고는 2002년 고교 평준화 정책의 보완책으로 도입된 자립형사립고가 모태로, 2010년부터 연차적으로 지정돼 현재 전국에 42개교가 있다. 자사고는 정부 재정 지원을 받지 않고 교육과정, 학사 운영, 인사관리, 학생선발 등을 자율적으로 하는 학교다.
그동안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가 설립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고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낙인을 찍어 줄곧 폐지를 주장해 왔다. 정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학년도에 외고, 국제고 등과 함께 모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모두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교 교육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은 사라지고 고교교육 획일화, 고교 선택권 제한, 하향평준화인 평둔화(平鈍化) 등이 우려된다. 교육과 정책의 자율성·다양성·창의성을 주장하는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유독 일반고 획일화에 집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교육청이 '결자해지'해야
차제에 현재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으로 규정된 학교 체제를 교육 법정주의에 따라 법률로 규정해 정권·교육감이 이념에 따라 함부로 바꾸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 이제 서울교육청은 좀 더 낮은 자세, 겸손한 태도로 자사고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그 열쇠는 학생·학부모·교직원·동문 등을 포함한 서울시민, 국민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항소 포기다. 서울교육청은 당장 국민에게 사과하고 항소를 포기하기 바란다. 지난한 소송으로 미래 인재인 학생들에게 더는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