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음악실을 만들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은 빠르게 바뀌었습니다. 영상회의, 재택근무, 온라인 공연 관람 등 대부분의 일상 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집합 제한이 계속되면서 모든 분야의 활동이 온라인이라는 한계에 갇히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물론 교육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원격 등교라는 초유의 상황에 많은 선생님이 당황하셨을 거예요.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특히나 ‘음악’ 교과는 외부에 기댈 콘텐츠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게임에 처음 접속했는데 맙소사! 실수로 튜토리얼도 꺼버린 채 빈 맵에 NPC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수업 ‘콘텐츠 제작’이었습니다. 수업 영상을 찍고 새벽까지 편집해가며 반복을 거듭하니 영상 제작 스킬이 +1 향상하였습니다.
실질적인 경험과 피드백이 중요한 예술 교과를 단방향 콘텐츠 수업으로만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단 해 보자!’ 저는 바로 줌을 켰습니다.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니 비로소 ‘아, 수업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회의실을 열어 모둠 활동도 해 보고 학습지도 공동 문서로 작성해보고 저는 플랫폼 유목민마냥 좋다고 하는 여러 사이트, 인터넷 도구들을 두루 활용해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에듀테크 활용 스킬이 +1 향상하였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조금 일찍 시작한 덕분에 아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고, 처음 접해보는 수업 방식에 신기해하면서도 빠르게 적응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모든 교과와 심지어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 종일 줌만 켜놓고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피로감이 카메라 너머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Gather Town’이라는 메타버스1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그래, 음악실을 만들자!’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메타버스 스킬이 +1 향상됐네요. 튜토리얼도 없이 헤매는 NPC와 같았던 저는 현재 온라인·오프라인 공간에 각각 음악실을 두고 제 스타일대로 즐겁게 음악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게더 타운’
청원고등학교 음악실은 모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책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모둠당 한 대씩 피아노를 활용할 수 있게 음악실에 6개의 피아노가 있죠. 칠판과 교탁, 교탁 옆에는 교사가 사용할 수 있는 피아노가 놓여있습니다. 갑자기 학교 음악실 소개는 왜 하냐고요? 저는 음악실이 2개거든요.
게더 타운 속 음악실도 학교 음악실과 같은 구성으로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꾸미고 접속해서 음악실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모둠 활동을 하고, 수업을 듣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접속해서 채워가는 협업 보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등의 상호작용 개체를 활용하고 언제든 볼 수 있는 수업 콘텐츠 영상, 이미지 등을 링크시켜 곳곳에 세워둡니다. 구글 공동 문서를 노트에 링크시켜 책상에 앉아서 함께 학습지를 작성할 수도 있고 개별 과제로 각자의 자리마다 과제를 제시할 수도 있답니다. 온라인·오프라인 2개의 음악실이 생겨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