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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쯤 마스크 벗고 수업할 수 있을까?

 

저 학생이 우리 반 학생인가?

2020년 봄,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춰지고 온라인 수업도 아직은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되던 상황에서 4월 중순경 정말 어렵게 우리 반 친구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6학년은 그렇지 않아도 학기 초에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관계가 데면데면한데,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서 대면은 하였지만 서로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띄엄띄엄 등교를 하는 상황이고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여 서로 간에 래포 형성도 어려운 상태였다. 특히 급식 시간에는 칸막이가 쳐진 자리에서 친구 간 대화는커녕 얼굴 마주보는 것도 조심하며 급식을 먹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급식을 먹다가 우리 반 친구들이 있는 곳을 둘러보는데 낯선 청년이 우리 반 자리에서 급식을 먹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군데 우리 반 자리에서 급식을 먹나?’라며 일어서려는 순간, 우리 반의 키가 큰 남학생임을 확인하였다. 평소 마스크를 쓰고 있어 이마와 눈까지만 보다가 얼굴 전체를 보고는 오히려 학생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당시에 그 학생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면 우리는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마스크는 교사와 학생 간에 놓인 작은 가림판이다

 

내 교실인데.. 내 마음대로 물도 못 마시고...

초등학교 때는 신체적으로 급성장하는 시기이다. 키도, 몸무게도 쑥쑥 자라고, 심폐기능도, 운동기능도 부쩍부쩍 자라는 때이다. 그러니 잘 먹고, 잘 놀고, 잘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어언 2년간 마스크를 써 온 초등학생들,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심폐기능 성장이 어려울 것이고, 체육 수업도 이전처럼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으니 운동기능도 떨어질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그 문제점을 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 신체의 70%를 구성하는 수분 보충도 원활하지 않으니 이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는 교실 내에서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만약 물을 마시고 싶다면 복도에 나가서 마시고 들어와야 한다. 내 교실이고, 내가 가져온 물인데 내 자리에서 편하게 마시지를 못한다. 혹시라도 수업 중간중간 물을 마시고 싶은 친구가 복도로 이동하면 교실에 있는 친구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수업 집중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누적된다면 수업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낮아질 수 있다. 

 

마치 홍길동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내 교실인데 내 마음대로 물도 못 마시는 슬픈 일이 벌어지는 것이 작금의 학교 현장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는 한 것일까?

수업 활동은 교사와 학생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다. 그러한 상호작용의 기초는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경우 학습의 기초, 생활 지도의 기초를 닦는 시기로, 바른 학습 태도를 형성해야 하는 때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학생들과 얼굴을, 특히 눈빛을 나누며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평소 목소리가 작고 조용조용한 성품의 친구들이 발표를 하는 경우 마스크로 인한 어려움은 더 커진다. 분명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스크라는 장애물이 그 소중한 목소리를 일정 부분 차단하여 다른 친구들, 교사가 잘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발표해 주겠어요?’ 라고 요청하는 사태가 발생하는데, 이는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교사 역시 수업 내용이나 활동 안내를 잘 하고자 하지만 아무래도 마스크를 사용하니 전달하는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고, 이전에 비해 같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안내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분명 코로나 이전에 비해 교사가 학습 활동에 대해 안내하는 횟수도 많아지고 목소리 크기도 커졌는데, 학생들은 과연 집중하며 교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알쏭달쏭하다. 친구들아, 선생님이랑 공부한 내용 잘 이해할 수 있겠니?

 

초등학교 고학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방송 매체에서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다. 그때 등장한 많은 출연자가 가면을 씀으로써 기존의 ‘나’보다 좀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그렇다면 가면을 쓰는 경우 모든 사람들이 자신감과 당당함을 얻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게 될까? 

 

심리학 용어 중에 '페르소나(persona)'가 있는데, 우리말로는 '가면 인격' 정도로 해석된다. 사람이 가면을 쓰면 말투와 행동이 달라지는 심리적 변화를 뜻한다. 가면은 자기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변신 욕망과 연관되기도 하고, 자기 은폐와 행동의 자유를 얻게 되기도 하며, 부정적으로는 자신의 비밀과 위선을 숨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김홍진, 2021). 

 

마스크를 가면과 같은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인지 발달로 보면 구체적 조작기를 벗어나 형식적 조작기에 접어들고, 도덕적으로는 도구적 목적과 교환을 중시하여 갈등하는 개인적 이해관계를 비교하고 조정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는 마스크가 가면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즉,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대인 관계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때 서로 충분히 소통하며 마음을 열어야 하는데 자신의 본 모습을 마스크 뒤로 숨기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친구들이나 교사에게 이를 드러내고 머리를 맞대어 해결해야 하는데, 입도 꾹 닫고, 마음도 꾹 닫은 채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은 길러지고 있을까?

학교는 다양한 교과 지식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사교육 기관이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학교’라는 공교육 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 창의성을 기르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사용하다 보니 서로 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내성적인 성향에 평소에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반면 평소 목소리가 큰 친구는 마스크라는 장애물이 있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목소리가 더 커진다. 정상적이고 안정적인 대화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언어적 표현 외에 시선, 표정, 몸짓, 자세 등과 같은 비언어적 표현의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A. Mehrabain(1971: 강소영, 2017, 재인용)은 일상생활에서 상대방과의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는 언어적 요소의 사용은 약 7%이고, 비언어적 표현인 몸짓과 표정 등의 시각적 요소 55%, 말투와 목소리, 억양 등의 청각적 요소 38%를 사용한다고 보았다. 즉, 상대방과의 의사소통에서는 비언어적 요소에 의해 대화 내용의 93%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마스크는 얼굴에 한정되므로 얼굴 표정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의 비중은 훨씬 줄어들지만 어쨌거나 마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소통이 제한받는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 역량 중 특히 중요한 ‘의사소통 역량’,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 역량’의 함양은 제대로 이루어질까?
 

 

우리 어린이들이 마스크 수업을 한 지도 1년 반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왔고, 치료제도 곧 시판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우리는 마스크를 벗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 전후로 역사의 시계를 구분한다면, 교실 수업에서는 마스크 착용 전후로 교실 수업이 구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교실 수업에서 마스크 착용 이후 가야 할 길을 모색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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