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은 그대로인데 이자가 늘고 있다
유래를 볼 수 없는 빠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 2.7%의 이자율로 월 270만 원의 이자를 갚았다면, 이제 대출이자가 연 4.5%로 늘었으니 월 45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가 늘어난 만큼 소득이 늘었다면 여유현금흐름인 가처분소득이 유지되지만, 이자속도만큼 월급이 늘어난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움츠러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경기도 침체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며, 불황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오면 국가는 기업과 가계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다시 인하한다. 그러면 빚이 그대로여도 대출이자는 다시 내려간다. 보통 이 보릿고개를 넘고 나면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상승한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임금·자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물가가 오르면 부가가치세가 늘어나고, 임금이 늘면 소득세가 늘고, 자산가격이 늘면 재산세·거래세가 늘어난다. 국가가 보유한 토지나 보유기업의 주식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럼 국가의 자산이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국가의 부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조에서 1,500조가 되었는데, 부채는 150조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안 한 이 국가의 부채비율은 15%에서 10%로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 부채를 늘리지만, 부채를 잘 갚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인플레이션에서 국가는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기업들도 힘들어한다. 국가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과하면 안 된다. 국가가 원하는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고 꾸준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연 2%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투자수익률도 올라가야 한다
10월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6% 수준이다. 물가가 연 6%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작년 100만 원 하던 물건이 올해는 106만 원을 하니 6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100만 원 예금을 해서 2% 이자를 받아 102만 원이 되었다면 예금을 하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가만큼 내 자산을 지키려면 연 6%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 예금이자가 오르는 것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이자율을 올려줘야 예금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주식·부동산이 하락하고 있으니 예금으로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주식·부동산도 상승하는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라면 예금에서 탈출하는 돈들이 줄을 잇게 된다. 그럼 은행은 고객탈출을 막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받는 예금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대체로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두 종류가 있다. 호황형 인플레이션과 불황형 인플레이션. 수십 년간 우리가 만난 인플레이션은 호황형 인플레이션이었다.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고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월급이 오르고, 물건가격이 오르고, 주식·부동산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버블시절이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다. 이럴 때는 예금보다 매력적인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2007년·2017년·2021년이 이런 상황이었다.
반대로 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는데 1973년과 1980년 오일쇼크로 유가가 4배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았지만, 급작스런 물가상승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식·부동산이 하락했던 시기가 이 시기다. 이 시기에는 기업과 가계가 어려우니 주식·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때는 예금이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이자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서 방어가 좋다.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채권도 만기까지 버틸 수 있다면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므로 안전한 투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끝날까?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과도 같다. 영원한 것이 없다. 호황의 끝은 불황이고, 불황의 끝은 호황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도 머지않아 그 속도가 둔화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산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추종한다. 그래서 장기로 투자할수록 인플레이션만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1987년부터 1억을 코스피와 서울아파트에 투자했다면 2018년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6.66%의 수익률을 냈고, 서울아파트는 연평균 5.61%의 수익률을 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사람들은 주식·부동산이 빠르게 올랐던 시기를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주식을 해라’, ‘부동산을 해라’ 이러지만, 대개 인플레이션과 일치하게 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 타국가보다 빠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마켓에서는 여기를 이머징마켓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이머징마켓은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가 IMF 위기를 겪었듯, 이머징 국가들은 불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때 투자손실이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상승속도가 정상화되면 자산가격도 다시 밸런스를 찾아 갈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리 공부도 하고 목돈도 모아두며 준비를 해둬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