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교사들에게 던져진 과제 지난 1월 교육부가 ‘모든 학교에서의 사회정서교육 확대를 위한 맞춤형 현장 지원 강화’를 발표했다. 사회정서교육의 효과를 인정하여, 이를 학교교육과정 전반으로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지난 1년은 교육 당국이 사회정서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고군분투한 한 해였다. 사회정서교육 교사연구회와 중점학급 운영은 교육부의 지난한 노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회정서교육이란 무엇이고, 이를 수업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현장에 여전히 남아있다. 교과수업·창의적체험활동·생활지도 전반에 걸쳐 사회정서교육을 실천하라는 지침과 달리 현장의 교사들은 당장 매일의 수업과 업무를 소화하기에도 하루가 벅차다. 정책 입안자는 지침이 가져올 변화를, 현장은 지침이 불러올 현실적 부담을 먼저 고민하기 마련이다. 사회정서교육의 활성화는 이 둘의 괴리를 좁혀나갈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이 괴리가 좁혀지기를 희망하며,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실천적 단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사회정서교육 수업 구현의 세 가지 키워드 ● 첫 번째 키워드 _ 기술의 체화 사회정서교육의 첫 번째 키워드는 기술의 체화(體化)이다. 사회정
“열심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히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올 거야.” 우리는 이 말을 참 자주 듣고, 또 자주 건넨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BTS가 노래하는 ‘피·땀·눈물’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면 세상은 결국 그에 걸맞은 보상을 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뿌린 대로 거두고, 내가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 가장 ‘공정한 질서’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죽을 만큼 애썼는데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되는데 왜 나만 안 될까?”라는 질문 앞에서 ‘내가 최선을 다한 게 맞나?’, ‘어딘가 부족했나?’라며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걸까? 세상은 과연 공정한 걸까?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는 믿음 _ 공정 세계 신념 사필귀정·인과응보·권선징악·종과득과(種瓜得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지금 당장의 충동과 욕구를 억제하고 규칙을 지키며 성실하게 살면, 훗날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배워왔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일이,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일이 돌아가야 마음이 편해진다. 심리학자 멜빈
시(詩)의 언어 최근 최민자의 수필집 사이에 대하여를 읽다가 ‘모래 울음’이라는 글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결이 하도 고와 시처럼 줄을 바꾸어 보았다. 모여 앉아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말을 섞지도 얼싸안지도 않고 돌아앉아 버석거려본 것들은 안다. 부딪쳐봤자 상처나 주고받을 뿐이라는 것을. 정 붙이면 안 된다고 다시 또 나뉘고 헤어져야 한다고 가슴팍 쪼개가며 배워버린 이별. …(중략)… 모래가 운다. 채송화 한 송이 피워 올리지 못하는 저 쓸쓸한 불임(不姙)의 이름으로 싸륵, 싸륵 버석거리며 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하며,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poetic prose)”을 써왔다고 평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상징과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했다. 최민자의 수필 또한 상당 부분이 시어로 가득 차 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이 ‘시적’이라면 최민자의 수필은 ‘시 그 자체’이다. 우리말은 어휘와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시행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은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겪는 학생들을 발굴하여 지원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정되어 2026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학교는 학생·보호자·교직원의 요청에 따라 지원대상학생을 선정하고, 교육장·교육감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지원 방법은 교육비 등 교육복지, 상담 지원, 외부기관 연계 등이다. 기존에도 시도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 개별 학교 단위에서 진행되던 학생에 대한 다양한 지원 사업은 존재하였으므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를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국가적 지원과 전문인력의 확보, 예산 책정에 대한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치료 등 지원이 필요한 학생임에도 보호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법안의 마련 과정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이나, ‘지원대상학생 및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되어 다소 아쉬움이 있다(「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11조 제3항). 현재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을 지원하여 현장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교
안타깝게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 영화는 없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모두 국제장편영화상 부문 후보에 지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 “국제적인 영화제가 아니라 로컬 시상식”이라고 ‘위트 있게’ 말하긴 했지만, 씨네필은 물론 전 세계 영화인이 가장 기다리는 시상식이기에 유독 아쉬운 2026년이다. 그래도 별들의 전쟁이 궁금한 마음은 그대로다. 3월 15일 ‘ABC TV’와 ‘Hulu(훌루)’를 통해 생중계되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시상식 전 주요 부문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최고의 영예, 작품상과 감독상 씨너스: 죄인들, 원 배틀 애프터 어너더, 햄넷 3파전 작품상 후보는 10편이다. 평단 반응과 해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너더의 치열한 맞대결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먼저 씨너스: 죄인들은 1930년대, 시카고 갱단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쌍둥이 흑인 형제가 끝내주는 술집을 여는데, 처음 문을 여는 날
2026년 1월의 다보스는 유난히 춥다. 한때 세계화의 성전이라 불리던 이곳의 공기가 달라진 것은 스위스의 칼바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샴페인 잔을 부딪치며 낙관론을 펼치던 자리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거대한 태풍이 몰고 온 공포로 채워졌다. 강대국 지도자의 선택과 행보는 지구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 운명이 학교장의 인품과 역량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상 학교장의 인품과 역량은 ‘말하기’로 드러나는데, 많은 학교장이 스스로 말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말을 잘하냐 못하냐의 기준은 말하는 사람이 아닌 말을 듣는 사람에게 있으며, 화려한 언변이나 유창함이 아닌 말의 설득력 유무와 그 정도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품격은 링컨 대통령의 사례처럼 ‘존경’에서 나온다. 링컨은 ‘존경’을 자신의 최고 가치로 삼았다. 존경은 인격과 품위에서 나온다. 존경받는 사람은 품격이 있는 말과 온화한 말을 한다. 상대방의 독설을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않는다. 한번은 링컨의 정치적 라이벌인 스티븐 A. 더글러스가 링컨을 향해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링컨
초광역 행정통합과 교육자치의 새로운 국면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 서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균형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핵심적인 행정 개편이다. 이 거대한 통합의 흐름 속에서 초·중등교육은 단순한 일반행정의 부수적 대상이 아니라, 지역 내에서 교육-고용-정주로 이어지는 ‘지역 완결형 발전 모델’을 완성하는 가장 강력한 핵심 동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극 3특’과 관련한 특별법안 논의에서 교육이 소외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본고에서는 일부 특별법안을 토대로 초광역 행정통합이 초·중등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교육과정·교원인사·교육행정 체제를 중심으로 조망하고,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입법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교육과정의 변화와 쟁점 _ 국가 수준을 넘어 ‘지역화’로 행정통합 이후 교육 현장에서 체감할 가장 큰 변화는 교육과정의 자율권 확대다. 이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지역의 특색을 교육에 녹여내는 ‘교육과정의 지역화’를 의미한다. ● 변화의 핵심 특정 교과의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지역 산업 및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과목을 개
법적 근거 : 「교육공무원법」 제44조(휴직) 및 제45조(휴직기간 등) 휴직기간의 연장 및 재휴직 • 일반적으로 질병휴직 시 그 기간은 요양에 실제로 필요한 기간으로 함. • 처음에 제출한 진단서나 신청한 휴직기간이 끝났더라도, 휴직자가 요양이 더 필요하다는 객관적 증빙서류를 제출하였을 경우 연장 가능함. • 휴직기간(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휴직기간을 연장하거나, 복직하였다가 재휴직도 가능함. 다만 복직 시에는 휴직사유의 소멸 여부를 파악하여 방학기간에 복직하였다가 다시 휴직을 반복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함. 제출 서류 질병휴직위원회의 역할 • 공무상질병휴직 3년 초과 시, 2년 범위에서 연장에 대한 자문 • 특별장학 또는 감사 결과 등에 따른 질병휴직에 대한 자문 • 질병휴직기간이 끝난 교육공무원의 직권면직 대상 여부에 대한 자문 • 기타 질병휴직과 관련한 전문적인 판단에 대한 자문 질병휴직 QA Q. 질병휴직 후 복직은 어떻게 되나요? A. 휴직자가 휴직기간 중 그 사유가 소멸되거나, 더 이상의 휴직이 불필요한 경우 임용권자에게 이를 신고(복직원 제출)하여야 하며,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해야 합니다. 질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프롤로그 멕시코시티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영화 코코(Coco)였다. 화려한 색감 속에서 ‘죽음’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는,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억과 축제로 이어가는 문화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멕시코는 과연 어떤 나라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또 다른 큰 이유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상적인 음식이 된 타코였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타코의 맛이 과연 ‘본연의 맛’일까 하는 질문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의 길거리에서 ‘진짜 타코’의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역사적 호기심도 더해졌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여러 차례 마주했던 과달루페 성모상은 늘 인상적인 존재였다. 스페인 식민지 확산과 함께 북미 대륙으로 전파된 이 성모상의 기원지이자 기적의 장소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여행 동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여행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사 서술 속에서 자주 ‘공백’처럼 다뤄지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문명이었다. 멕시코시티 근교에 위치한 테오티우아칸은 우리가 잊고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