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멕시코시티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영화 코코(Coco)였다. 화려한 색감 속에서 ‘죽음’마저 삶의 일부로 품어 안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영화는, 죽음을 슬픔이 아닌 기억과 축제로 이어가는 문화를 인상 깊게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를 지닌 멕시코는 과연 어떤 나라일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또 다른 큰 이유는 한국에서도 이미 일상적인 음식이 된 타코였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타코의 맛이 과연 ‘본연의 맛’일까 하는 질문이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의 길거리에서 ‘진짜 타코’의 맛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여기에 개인적인 역사적 호기심도 더해졌다.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여러 차례 마주했던 과달루페 성모상은 늘 인상적인 존재였다. 스페인 식민지 확산과 함께 북미 대륙으로 전파된 이 성모상의 기원지이자 기적의 장소를 직접 마주하고 싶다는 바람이 여행 동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 여행을 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세계사 서술 속에서 자주 ‘공백’처럼 다뤄지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문명이었다. 멕시코시티 근교에 위치한 테오티우아칸은 우리가 잊고 지내
최근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사회정서교육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왜, 지금 ‘사회정서교육’인가? 이는 한마디로 우리 학교 현장이 직면하고 있는 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과 도덕적 행동의 약화라는 복합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학생 10명 중 3명은 일상이 힘들 만큼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고(매일경제, 2024. 11. 22.),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감 경험률은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외로움 경험률은 증가하고 있다(교육부·질병관리청,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2024. 3.). 또한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자살한 학생은 2019년 첫해에는 3%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23년에는 7배로 폭증한 21%, 즉 5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났다(EBS 뉴스, 마음 건강 심층기획, 학생자살사망보고서 단독 분석, 2024. 11. 12.).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0대 자살률이 40~50대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중앙일보, 2025. 9. 10.). 이와 같이 학생이 겪는 불안·우울, 충동적 공격 행동과 같은 어려움은 정서적 결핍과 감정 조절 실패 그리고 또래 갈등의 심화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몇몇 특별한 학생의
최근 교육전문직 선발 면접은 지식 확인을 넘어, 현장 적용 가능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25학년도부터 역량 중심 면접을 본격화하며,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갈등 관리’까지 한 번에 평가하는 문항 구성을 강화하였다. 본고에서는 2025학년도 경기도 면접 복기 문항과 예시 답안을 바탕으로, 문항 의도와 평가 포인트, 3분 답변 구조화 방법을 연재 형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세부 내용은 이어지는 글에서 문항 유형별로 구체화하겠다. 하부루타식 면접 _ 문항 및 문항 분석 ● 문항 다음의 셋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경기미래교육에서 중요한 이유(선택의 이유)를 말하고, 현재 경기도교육정책에서 실현되고 있는 정책을 말하고, 앞으로 이를 추진함에 있어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말하시오. (※ 각각 3분씩 2명. 뒷번호 먼저 발표, 다음 앞번호 발표) ● 문항의 핵심 요구 가치 선택, 정책 언어화, 실행 설계, 리스크 관리 ● 평가 목표 •교육가치 및 철학 기반의 판단 역량 3가지(공동재/공존/공정)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경기미래교육에서 왜 중요한지 ‘가치-목표-근거’로 설명하
거리의 상가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층을 제외하면, 2층부터는 학원과 병원이 빼곡하다. 아이들에게 하루 종일 공부하라면서도, 동시에 마음 건강을 위해 사회정서교육을 받으라고 하는 요즘 학교의 풍경과 닮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회정서학습은 마음을 치료하라는 교육이 아닌데’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사회정서학습과의 만남 중학교 도덕교사로 9년을 보낼 즈음, 나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로 ‘악한’ 아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아이들은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아이들을 붙잡고 어떻게든 개도(開導)해 보겠다고 교무실에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날들의 반복이었다. 그 무렵,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사회정서학습을 알게 되었다. 사회정서학습은 그동안 내가 목말라했던 것, 즉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사회정서학습을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사회정서학습을 주제로 논문을 써 박사학위를 받고, 이를 교실에 적용해 보며 동료교사들을 설득해 연구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교사를 하
시(詩)의 언어 최근 최민자의 수필집 사이에 대하여를 읽다가 ‘모래 울음’이라는 글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결이 하도 고와 시처럼 줄을 바꾸어 보았다. 모여 앉아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말을 섞지도 얼싸안지도 않고 돌아앉아 버석거려본 것들은 안다. 부딪쳐봤자 상처나 주고받을 뿐이라는 것을. 정 붙이면 안 된다고 다시 또 나뉘고 헤어져야 한다고 가슴팍 쪼개가며 배워버린 이별. …(중략)… 모래가 운다. 채송화 한 송이 피워 올리지 못하는 저 쓸쓸한 불임(不姙)의 이름으로 싸륵, 싸륵 버석거리며 운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하며, 그녀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poetic prose)”을 써왔다고 평했다. 한강은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으로 등단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고도의 상징과 운율이 느껴지는 문장을 구사했다. 최민자의 수필 또한 상당 부분이 시어로 가득 차 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의 소설이 ‘시적’이라면 최민자의 수필은 ‘시 그 자체’이다. 우리말은 어휘와
실제로 해본 것만 남는다는 생각으로! 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중학교 1학년과 2학년 수업을 위주로 하였고, 3학년 수업을 할 경험은 많지 않았다. 올해 3학년 수업을 하면서 각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수업을 구상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였다. 각종 교과서를 살펴보니, 거의 모든 교과서에 ‘삼각비’ 단원에서 건물 높이를 측정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선생님이라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활동을 해보는 데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계획한 대로 수업이 진행될까 하는 부분부터 나도 경험해 보지 않은 수업내용이기에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이러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교과서대로만 진행을 한다면 몸은 편할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삼각비’ 단원에서 배움이 일어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 수업을 계획하였다. ‘삼각비’ 단원의 수업 흐름 ‘삼각비’ 단원은 고등학교 때 배우는 ‘삼각함수’ 단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학생들이 깊이 있게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낯선 용어와 기호로 인해서 ‘삼각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 ‘삼각비’의 유용성을 느낄 수 있도록, 첫 시간에는 중학교 2학년 때 학습한 닮음 개념을 활용해서 ‘각도기’와 ‘자’로 높이를 측정
한때 많은 학생의 꿈이 연예인이나 유튜버였다면, 이제는 ‘건물주’나 ‘돈 많은 백수’라고 당당히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최근에는 ‘꿈이 없어요’라며 무기력함을 고백하는 학생들을 더 자주 마주하곤 한다. 다양한 삶의 모델을 보여주고, 학생 스스로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교사의 책임이자 학교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분야나 학과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사고와 성취동기, 회복탄력성 같은 내면의 역량을 다지는 것이 진로 탐색의 본질임을 새삼 실감한다. 독서는 학습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도구이자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진로교육활동이다. 이러한 교육적 가치에 깊이 공감한 진로진학교사와 협력하여,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도서관 활용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자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 옹골지게 자기 빛깔로 비상하는 학생들을 만난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수업 소개 2022 개정 교육과정 진로와 직업 영역은 ‘진로와 나의 이해’, ‘직업세계와 진로탐색’, ‘진로설계와 실천’의 총 3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진로와 나의 이해’ 영역은 관심 분야 직업인의 삶의 모습과 진로 경로에서 드러나는 진로 특성에 비추어 학생의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학은 곧 개인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인생 변수’가 되곤 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대학 졸업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직장을 잡았다. 그런 과정에서 교육이 한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한국판 드라마’의 신화가 세계적으로 회자되었다. 한국 교육이 한 편의 ‘드라마’로 표현될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학교교육을 받은 청년들이 경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국 경제가 성장하지 못했다면, 교육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학교 문을 나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아우성쳤다면,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대한민국에 대한 교육 찬사도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칭송은 이제 드라마 전원일기 같은 추억일 뿐이다. 경제가 침체하고 사회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만, 학교교육은 별반 바뀌지 않고 고학력자들이 끊임없이 양산된다. 전체 고졸자의 70~80%가 대학에 진학해 미래의 부푼 꿈을 설계하지만, 대학 문을 나서는 순간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4년제 대졸자가 좋은 직장은커녕 전문대 졸업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심지어 고졸자의 일자리마저 위협한다. 교육의 배신이자 교육의 실패다. 찬란한 교육 신화, 부모주의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양오봉 전북대 총장(제29대 대교협 회장)이 이와 같은 내용의 ‘대학에서 AI 응용 사례’를 발표했다. 양 총장은 시스템 완료 시 학생과 교직원 모두 이전보다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학생 개인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AI튜터’와 AI 기반 콘텐츠 통합 관리 시스템인 ‘파놉토’ 통합 구축의 경우 학습 효과는 물론 교수 효율성 면에서 향상을 예상했다. 또한 실시간 번역, 문서 번역 및 요약 등 기능을 통해 언어 장벽 해소로 글로벌 학습 환경 강화를 기대했다. 이는 전국 대학에서 구축될 AI 모델로 볼 수 있어 이목을 끌었다. 이날 취임식을 가진 이기정 제30대 대교협 회장도 취임사를 통해 ‘AI시대에 따른 교육·연구 혁신 공통기반 구축’을 제시했다. 추후 전국 대학으로 확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 신임 회장은 이 외에도 ▲고등교육 재정 기반 공고화 ▲정책 추진체계의 일관성 확보 ▲규제 합리화 및 책임 있는 자율 강화 ▲상생형 고등교육 생태계 조성 ▲국제화 방향 전환(‘유치’→‘정착과 성공’) 등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