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차별 각종 고시의 합격률, 사관학교의 수석 합격 등 남성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영역에서 불어오는 여풍(女風)이 거세다. 임용고시에서는 남성 비율이 낮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렇다면 여권 신장도 이루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못하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흉포화 되고 있고,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 휴직·복직마저 대우를 받기보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직장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정에서도 여성에게 부담되는 가사 분담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도 미비할 뿐 아니라 직장과 가정에서 힘든 여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성 차별 문제를 입체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삼국시대, 고려시대에 비해 여성의 권위가 떨어지고 폐쇄적이었던 조선시대에 대해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는 여성에 대한 억압이 구체화되고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던 인수대비의 내훈과 폐비 윤 씨의 죽음을 통해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강요되었던 제도와 관습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리고 문학작품에 나타난
첫째 휴일 오후 아파트 동네에 있는 상가 가게에 들렀다. 건전지 몇 개를 사려고 기웃거리는데, 학용품 코너 쪽에서 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오십 대 주인아저씨가 2학년짜리 꼬마 아이 하나를 붙들고서 아이의 집 전화번호를 묻고 있고, 아이는 불안한 기색으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상황을 살펴보니 이 녀석이 장난감 모형 자동차 하나를 훔치려다가 지금 막 주인아저씨에게 딱 걸린 것이다. 나는 주인아저씨라는 분을 주목하였다. 주인아저씨는 아이에게 언성을 높이지도 않고, 야단을 치거나 하지도 않는다. 물론 여기 도둑질 하는 아이 잡았다고 큰 소리로 광고를 하지도 않는다. 경찰서에 넘기겠다고 겁을 주거나 하지도 않는다. 흔히 그러하듯이 그 아이의 부모를 아이 앞에서 비난하지도 않는다. 아이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염려해 가면서, 그저 조용조용 아이에게 집 전화번호를 확인한다. 주인아저씨는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영철이네 엄마이시지요? 여기 아파트 입구 상가 학용품 가게인데요. 영철이가 우리 가게에서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는 모양인데요, 엄마께서 지금 잠깐 가게로 와주시겠어요? 와 보시면 알게 됩니다. 곧 오세요.” 엄마가 바로 왔다. 주인아저씨는
인생은 선택이다.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누구를 만날지, 매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이 불문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어린 시절은 그나마 고민할 필요가 적다.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살면 된다. 사회생활이 한창인 청장년층은 오히려 선택이 어렵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시간이 다 지나간다. 문제는 노년이다. 시간이 남아도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기 어렵다. 젊은 시절 열심히 살아서 모아둔 저금도 있고, 연금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경우 선택은 더욱 어려워진다. 노후 준비를 미리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꽃보다 할배’의 주인공 같은 노년을 원한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을지, 어떤 취미를 선택하고 누구와 어울릴지 고민해야 한다. 일만 열심히 하고 살아온 은퇴자에게 자칫 노년은 기약 없는 감옥 생활로 다가올 수 있다. 한국 고령화 이야기를 다룰 때, 먼저 돌아봐야 하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인데다 문화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다. 세계 최고령 국가이다 보니 일본에선 품격 있는 노년을 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벌
나도 자라서 엄마가 되었다. 집에는 사춘기에 접어든 두 딸이 있고, 학교에는 스스로 ‘사춘기는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700여 명의 딸들이 있다. ‘학교 딸’들은 오늘도 입을 삐죽거리며 ‘오늘 아침’ 혹은 ‘어제 저녁’에 엄마에게 서운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헐, 이건 내가 어젯밤 큰딸에게 한 말과 행동이다.’ 속상한 마음을 공감해주면서도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큰 딸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미안함이 고개를 내민다. 수지 모건스턴의 ‘딸들이 자라 엄마가 된다’는 사춘기 딸과 엄마가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딸 가진 엄마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일상의 다양한 상황들, 이를테면 대입시험을 코앞에 둔 딸의 옷차림, 쇼핑, 시험 등에 대해서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읽는 내내 ‘맞아 맞아’하며 격하게 공감하다, 예전 내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다가, 웃음이 나오다가, 눈물이 흐르다가 하면서 딸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엄마는 아침마다 바쁘다. 엄마는 밥이나 먹고 대충 아무거나 입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고, 딸은 밥은 못 먹어도 옷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엄마의 한마디 ‘그럼
시작은 비락식혜 CF였다. 이 광고에서 김보성은 모든 단어 안에 ‘으리’를 집어넣으며 ‘으리’를 강조한다. ‘항아으리’, ‘신토부으리’, ‘아메으리카노’, ‘이것으로 난 광고주와의 으리를 지켰다’, 이런 식인데 이것이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광고 직후 김보성 ‘으리’ 붐이 일면서 비락식혜 매출이 한때 70%까지 성장하고, 김보성에겐 광고 모델 제의가 물밀 듯이 밀어닥쳤다고 한다. 네티즌 사이에선 김보성처럼 ‘으리’를 활용하는 어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 김보성은 비호감 캐릭터였다. 방송에 나와서 투박하게 의리만을 외치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하고, 촌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볼 땐 이상했던 것에도 사람은 이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있다. 처음엔 낯설고 비호감이었지만 자꾸 접하다보니 은근히 중독된다는 뜻이다. 김보성은 무려 10년 이상 의리를 외쳤고, 결국 사람들은 ‘으리’로 화답했다. 이것은 유희라는 인터넷 문화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재밌는 것, 우스꽝스러운 것, 엽기적인 것이 인터넷에선 환영받는다. 딴지일보, 디시인사이드, 일베 등으로 이어지는 인터넷 게시판 문화는 그 정치색과는 별개로 순수
슬픈 역사와 민족 문학을 품은 곳, 지리산에 빠지다. ‘지리산’은 우리의 슬픈 역사를 품고 있다. 임진왜란, 동학농민혁명, 빨치산 등 험난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많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던 ‘어머니’를 닮은 산이다. ‘지리산’은 또한 민중문학의 산실이다. 피아골 연곡사에서 동학 접주 김개주는 최 참판 댁 윤씨 마님을 겁탈하여 불운아 ‘구천이’ 김 환을 탄생시켰고(박경리 소설 ‘토지’), 빨치산 염상진의 시체를 부둥켜안은 동생 염상구가 “살아서나 빨갱이 제! 죽어서도 빨갱잉가!”라며 절규하던 곳도 바로 이곳 지리산이다(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지리산은 그래서 한국인에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산이다. 백두대간의 응집된 氣와 함께 2박 3일 동안 걷는 백리 길 지리산 종주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 피아골, 삼도봉, 반야봉, 세석평전을 거쳐 천왕봉에 오른 후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총 37.5㎞의 2박 3일 여정이다. 비장함과 설렘으로 노고단을 떠나 해발 1,500m 이상의 봉우리 10여 개를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면 자연과 내 삶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一喜一悲하지 않으리라’는 반성과 함께 마음의 영토가 무한대로 넓어질 때쯤, 하늘과
처음이란 말은 얼마나 설레는가? 첫 사랑, 첫 아이, 첫 만남. 처음이란 말로 시작되는 단어에 나쁜 것이 드문 이유는 처음이란 말의 울림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끝없이 처음을 배반하고 잊으며 무의미한 다음을 기약한다. 과연 다음은 존재하는가? 슬프게도 인생에 다음이란 없다. 처음은 늘 마지막 처음이고 다시 찾아오는 처음은 이미 다른 처음이다. 똑같이 다시 시작할 그런 처음이 애초에 없기에 ‘다음에’라는 말은 늘 공허하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운명애를 주장하기 위해 영겁회귀설을 제시했다. 우리 인생이 무한히 반복되고 있으며 우리가 사는 현재는 그렇게 무한히 회귀되고 있는 왕복운동의 한 지점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는 어차피 인생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무한 반복될 뿐이니 내 멋대로 살자 결심하겠지만, 자기 운명을 사랑하는 자는 무한히 반복될 인생을 아름다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그 사람은 영원한 악몽일 수도 있을 이번 삶을 행복한 결말로 뜻있게 완성하기 위해 매 순간을 처음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이 영겁토록 반복될 것이기에.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은 자신의 나쁜 행동이 다른
교육부가 올 2학기부터 시행하려던 현직교사의 시간 선택제 교사 전환이 불투명해졌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당장 시행하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무관계자 역시 “정부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의 수요가 있고 여건이 충족돼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해 무리한 강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육현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시간 선택교사제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데다 시·도 교육청 등 실무 담당자들의 반대, 그리고 한국교총과 전국 교육대학생 등 교육계 내부의 거센 반발 등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학기 중에 시간 선택제 교사를 채용할 경우 교원정원 관리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현실적 문제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부 업무가 거의 올 스톱 되다시피 했고 서남수 교육부 장관마저 개각대상에 오르면서 시간 선택제 시행을 밀어붙일 물리적 동력을 잃었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연내 시간 선택제 교사 도입에 필요한 법적 근거는 마련하되 시행은 내년 이후 시
2014년 7월, 우리나라 유치원과 초·중·고교생 718만 명 중 603만 명(84%)은 ‘진보 교육감 시대’를 맞이했다. 이번 6.4 교육감 선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진보 교육감들의 ‘절대적 압승’으로 끝이 났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어 서울, 경기, 광주, 강원, 전남, 전북 등 6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던 4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세를 불렸다. 해방 이후 60여 년 역사에서 우리나라 교육이 ‘진보’의 영향권에 이렇게 많은 지역이 놓이게 된 적은 없었다.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부산과 경남까지 진보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진보의 영향권’은 더욱 늘어났다. 한마디로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를 얘기하면, 진보교육의 압승, 보수교육의 참패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 심정’으로 투표한 국민들, 결과는 ‘진보’의 압승 6.4 지방선거 및 교육감 선거는 ‘집권 여당과 보수 진영에게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는 예측이 많았다. 비록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높았지만, 선거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 정부의 미흡한 사후처리로 상당수 국민들이 이미 집권세력에 등을 돌린 상황이었다. 특히 세월호 사고의 직접적 피해 대상이 학생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실감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120세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다며 ‘인생 이모작이 아니라 삼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 좋으면서도 삶의 무게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곧 은퇴를 맞이해야 한다면 이 말은 더욱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의연하게 은퇴를 받아들이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위한 은퇴 설계’ 강의 도중 선생님들께 “기분이 어떠시냐”고 물으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 “착잡하죠. 은퇴 전에 큰 애라도 결혼시켰으면 좋겠어요. 축의금이라도 받게요. 요즘 애들은 결혼도 늦게 하려고 하니, 뜻대로 되는 일이 없어요.” ● “애들 공부시키다보니 저축해 놓은 돈은 없고, 연금이 나온다 해도 일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 하잖아요.” ● “돈 못 벌면 퇴물이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해요.” 반면 같은 조건인데도 좀 더 긍정적인 대답을 건네는 선생님들도 계신다. ● “좀 아쉽긴 하지만, 일단 1년 정도는 푹 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 여행도 다니고, 그러면서 어떤 일을 할지 천천히 알아보려고요.” ●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 저를 필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