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일거에 사지(死地)로 바꾸어버린 흑사병, 15세기를 지나 16세기에도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다.” 물론 가정의 이야기다. 그랬을 경우 유럽은 아마도 사람을 구경하기 힘든 땅이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정치제도든 과학문명이든 유럽세계가 근대 이후 자랑해온 모든 것들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페스트로도 불리는 흑사병이 역으로 유럽에서 중동과 서역을 거처 동쪽으로 옮겨왔더라면 동아시아가 치른 희생의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오늘날 조류 독감, 사스, 신종 플루, 수족구병 같은 고전염성 질병들이 지구촌을 무시로 위협하기에 역사상의 대역병인 흑사병을 되짚어 본다. 역사상 수차례 창궐한 흑사병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를 현대의 흑사병이라 일컫기도 하지만 14세기 중엽, 특히 1370년대 전후 유럽을 휩쓴 흑사병(黑死病 : 사망률이 80%에 달한 선(線)페스트와 사망률이 거의 100%였던 폐(肺)페스트로 나뉜다)은 에이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흑사병으로 알려진 괴질은 역사상 수차례 창궐했다. 예컨대 고대 그리스 세계도 전염성이 매우 강한 괴질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아테네는 스파르타와의 존망을 건 30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식 참석차 유럽을 순방하며 독일 및 프랑스 정상과 회담을 했다. 기념식이 열렸던 프랑스에서 사르코지 대통령과 합동 기자회견이 중, 오바마 대통령은 한 기자로부터 프랑스 체류기간이 너무 짧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미국 국내에 산적한 이슈들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요. 특히 경제문제가 심각하지요. 아시다시피 실업률도 상당히 높고, 이를 위해 통과시켜야 할 안건도 아주 많거든요.” 다음날 미국 정책방송 C-SPAN(Cable-Satellite Public Affairs Network)을 통해 방영된 오바마 정부의 대통령의 권한 변화에 관한 토론회에서도, 최근 미국의 경제 이슈가 비중 있게 논의되었다. 경제위기로 인해 오바마 대통령이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하기가 용이해졌다는 언급도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말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변화가 미국 교육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수학, 과학 교사 난 겪고 있는 미국 우리나라에는 ‘교육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교육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우수한 교사 확보 및 유지, 그리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의 몇몇 주에선 이미 12년 전부터 1학년에서 3학년의 학생을 한 학급에 섞어 수업을 하는 이른바 ‘학년통합수업’이 실험적으로 실행되는 초등학교가 늘어가고 있다. 현재 베를린의 363개 초등학교 중에서 저학년 학년통합학급을 운영하는 곳은 모두 250개 학교다. 베를린 교육 당국은 내년까지 모든 베를린 초등학교 저학년에 학년통합수업을 실시토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2004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이 초등학교 교육개혁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이 수업 방법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이 많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베를린에서 학년통합수업을 받은 학생들 중 낙제생이 늘어나자, 학년통합수업 반대세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교육방식이 복잡해 교사와 학생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학생들의 수준차를 고려한 학년통합수업 학년통합수업은 원래 학력 수준이 천차만별인 초등학교 입학생들이 각자 수준에 따라 학습하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바이에른 주의 교육부 장관 루트비히 슈테빌레(기사당)는 “여러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면 아이들은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학급은 인성
합평회의 추억 글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오해와 고정관념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런 것이다. 글은 고독한 환경 속에서 자기 결단의 결과로 나온다는 것. 그럴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친구 불러 상의하고 이웃 초청해서 묻고 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임은 물론 정신 집중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글을 쓴 것은 누군가 읽어 주어야 글 값을 한다. 편지가 그러하듯이. 근래 문학이론에서 독자에게 주목하는 까닭도 이 부근에 있다. 독자의 문학 수용 그 결과의 집적이 문학사라는 주장을 펼치는 수용미학(受容美學)은 문학이론의 맨 마지막 남은 영토인지도 모른다. 작가는 문제를 제기한다.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비평가를 포함한 독자이다. 기억을 되살려 보라. 그동안 누가 내가 쓴 글을 읽어 주었던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이르는 교육의 과정에서 내가 쓴 글을 착실히 읽고 고쳐준 선생님이 몇이나 있던가. 내가 편지를 보냈을 때 답을 해 준(읽고 반응을 보인) 친구는 몇이나 있던가. 어쩌면 독자 없는 글을 참 많이도 썼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 경험한 글쓰기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