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륙도 축제와 연계한 평생학습축제를 다녀와서 지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부산 평화공원에서는 이색적인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오륙도 축제가 그것이었다. 특히 올해는 오륙도 축제를 평생학습축제와 연계시킨 것이 눈에 띄었다. 오륙도 축제는 12일 오전 10시에 오륙도 선착장에서 축제의 성공을 위한 기원제를 시작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백운포 평화공원 특설무대에서는 다양한 동아리들의 경연대회가 열렸으며 오후에는 사랑과 평화의 음악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륙도 가요제와 중고생 솜씨자랑, 웅변대회, 북한출신 새터민 예술가들의 평화 공연 등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무엇보다도 부산 시민들의 눈을 끈 것은 평생학습축제였다. 부산 시내 각 시민단체와 봉사단체, 각 학교 도서관 등에서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가지고 창작 활동을 가르친 것은 무척 신선했다. 도자기 공예체험, 나무곤충 만들기, 바람개비 만들기 등 학생들의 참여코너가 다양하게 구성되었던 것이다. 또한 학생들의 시를 판넬로 예쁘게 담아 전시한 시화전이 가을 하늘 아래 아름답게 펼쳐져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기도 했다. 흥겨운 무대들도 많았다. 할머니로 구성된 스포츠 댄스 동아
- 2007 부산 NGO대회를 다녀와서 언뜻 보면 참 모순이다. 어떻게 비정부기구를 표방하면서 정부 기관의 부지를 사용한단 말일까? 비정부기구란 말 그대로 정부기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직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현하의 비정부기구는 정부로부터 예산도 배정받고 각종 지원도 받는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인 시민단체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으면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이야기는 일견 맞는 말이다. 반면에 어차피 시민들을 위한 기구라면 시민들이 낸 세금의 일부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솔직히 어떤 의견이 꼭 맞다는 정답은 없다. 단지 그걸 바라보는 시각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 세간의 논란을 뒤로하고 지난 10월 11에서 13일까지 열린 2007 부산 NGO대회는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이번 NGO대회의 취지는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일반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본 행사는 부산시청 야외광장과 연산동 지하철역 등에서 열렸다. 내사랑부산운동추진협의회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일반 시민 등 3만 여 명이 참가했다. ‘행복한 부산·행복한 시민'을 주제로 거리음악회, 학술포럼, 글짓기·및 그림그
부산에서 6.25전쟁과 관련된 시설이나 지명중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세를 탄 곳은 두 군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전국적인 유명세는 매스미디어에 의한 영향이 컸다. 라디오와 TV가 보편화되면서 우리네 서민들은 구수한 ‘트로트’를 늘 접하게 되었다. “영도다리”와 “40계단”은 이 트로트 덕분에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경우이다. 즉, 영도다리는 “굳세어라 금순아”에, 40계단은 “경상도 아가씨”라는 노래에 등장한다. 한때 트로트가 왜색 가요라 하여 지식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거부반응이 불기도 했지만, 그 구수하고 호소력 있는 리듬의 생명력을 꺽지는 못했다. 엔가 풍이든 어떻든 트로트는 이미 민중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명실상부한 “대중가요”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영도다리야 영도와 남포동을 잇는 다리인데다, 우리나라 최초의 도개식(다리를 들어올리는)다리로써 일제시대부터 아주 유명한 곳이었다. 그러나 40계단은 영도다리에 비해 유명세가 조금 덜 했는데, 지난 1999년 이명세 감독이 만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스타팅 장면에 등장하면서 젊은 층에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십 계단은 부산 중앙동과 동광동 사이에 있는 40개의 층계로 이루어진 계단을 말
그녀는 늘 2층 베란다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까맣다 못해 칠흑처럼 어두운 머리를 양 갈래로 곱게 땋고서, 그녀는 까만 스웨터를 받쳐 입은 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그녀는 눈을 들어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으며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 있었던 하늘을 몰래 숨어서 보곤 했다. 하늘은 푸르고 깊디 깊은 심연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집 마당에는 무화과가 한그루 심어져 있었다. 무화과의 잎사귀는 달처럼 둥근 그녀의 모습을 닮았으며, 풀색으로 짙게 채색되어 있었다. 태초에 아담과 이브의 부끄러운 곳을 가린 무화과 잎은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의 부끄러움도 가끔 가려주었다. 우연히 소녀를 발견한 소년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홍자색으로 물들어갔고, 이제나 저제나 그녀를 한 번 만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숫기가 없었다. 그저 부끄럽고 용기가 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년은 5월의 문턱에서 소녀를 그렇게 만났다. 소년은 때때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에디뜨 피아프의 가냘픈 목소리에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소년과 소녀의 집은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대문을 마주한 집이었다. 간혹 그녀와
부산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라고 하면, 지난 1978년에 개관한 ‘부산광역시립박물관’과 이 박물관의 분관이자 제2박물관인 동래구 복천동의 ‘복천박물관’을 들 수 있다. 부산광역시립박물관이 종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 복천박물관은 가야시대 고분군에서 출토된 대규모 유물을 중심으로 한 고고학 전문 박물관의 성격을 띠고 있다. 복천 박물관의 특징이라면 인근의 주택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구릉지대에 당시 발굴된 고분의 흔적이 고스란히 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돔 양식으로 만들어진 야외전시관에는 가야시대의 고분이 발굴된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흔히 가야는 신비의 나라라고 불린다. 가야는 독자적인 문자가 없었기에, 가야 인이 자신의 역사를 기록한 문서가 전해오지 않는다. 따라서 가야의 문화나 정치, 역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에 속하며 발굴된 유물을 통해 추론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등에서 보이는 가야제국에 대한 기록은 신화의 형태일 뿐, 가야의 정확한 연차나 국가조직, 사회상황을 전하는 자료는 없다. 다만 농경생산의 보급과 지석묘를 가진 사회형태 등에서 BC 1세기경에 초기 형태의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가야는 낙동강 하류지방의 변한 땅에
- 해운대 해수욕장의 별미, 값싼 소고기 국밥 흔히 해운대라고 하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연간 천 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데다 해마다 여름이면 각종 언론에 우선적으로 보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해운대 해수욕장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라고 하기엔 왠지 부족한 점이 있다. 왜냐하면 생각만큼 해운대 해수욕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의 폭도 별로 넓지 않고, 해안선도 생각만큼 그리 길지 않다. 길이와 넓이로 따지자면 동해의 망상해수욕장이나 서해의 만리포 해수욕장이 훨씬 더 크다. 이런 점에서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이란 말은 다소 틀린 말이다. 그러나 해운대 해수욕장은 그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국내 최대의 해수욕장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우선 해수욕장과 더불어 발달한 다운타운의 규모가 엄청나다. 부산시내의 특급호텔과 고급 술집은 거의 해운대에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해수욕장 근처에 바로 온천이 있는가 하면, 각종 음식점과 숙박촌, 그리고 패션용품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국내 최대란 말은 바로 이런 부대시설과 해수욕장이 결합한 시너지 효과 때문인 것이다. 연중 각종 축제가 벌어지고, APEC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외국의
-구지가의 탄생지 구지봉에서 김해를 내려다 보다 '구지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 중의 하나일 것이다. 교과서에 실렸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해학적이면서도 다소 엽기적(?)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생각하는 노래 중의 하나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가 배운 구지가는 노래가 아니라 일종의 '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왜냐하면 당시 사람들이 이 시에 어떤 곡조를 붙여서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노래의 내용이지 그 박자나 음조는 아니다. 어쨌든 구지가는 참 재미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라는 대목에선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머리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먹으리라'라는 대목에선 섬뜩함을 받기도 한다. 길이도 단 2수에다가 짧고도 간결한 구지가. 이 구지가는 경상남도 김해의 구산동에 있는 '구지봉'에서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에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구지봉은 일명 '구수봉'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즉, 거북이의 머리란 이야기이다. 구지봉이 거북의 머리라면 그럼 거북이의 몸체는 어디일까? 거북이의 몸체는 지금의 허황후릉이 있는 평탄한 곳을 말한다고 한다
- 비오리가 희푸른 파도를 밟으며 날아오르는 곳. 귀양살이라 하지만 오히려 신선이 노는 봉래산을 가까이 두고 있다. 이 사람은 이조참의로 지내다가 여기에 왔노라. 시랑대란 석자를 푸른 바위에 새겨 천추의 긴 세월동안 남아 있게 하리라. 300년 전 조선 영조 때, 한양에서 이조참의(현 내무부 국장급, 문관의 선임과 공훈봉작을 맡았음)란 벼슬을 지내다가 졸지에 기장현감으로 좌천된 권적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그 유명한 암행어사인 ‘박문수’의 호남관찰사 임명을 반대하다가 영조임금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 벌로 정3품 당상관에서 종6품의 기장 현감으로 강등되고 말았다고 한다. 한양에서 떵떵거리는 고관대작 생활을 하다가 동해 남단의 보잘 것 없는 마을에 사또로 부임하게 되었으니 그 얼마나 울분과 서러움에 휩싸였겠는가. 권적은 기장 현감으로 좌천된 후, 답답한 소회를 달래기 위해 원앙대라는 빼어난 절경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 원앙대는 기장군 동암리 남쪽해변에 있는 암석지대를 말하는데, 당시 그는 기장읍 교리 출신의 신오라는 사람과 사귀면서 늘 이곳에 놀러 왔다고 한다. 요새말로 하면 서울의 중앙관서에서 잘 나가는 고급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촌구석으로 발
- 도심 속 문화공간을 다녀와서 오늘도 회색빛 아파트 사이로 맑은 바람이 흐른다. 햇살도 투명하고, 멀리 구름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있다. 고층 아파트 숲은 바람과 햇살 사이로 육중한 몸을 시위하며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일순, 짜증이 인다. 회색빛 시멘트에 짓눌린 환경이 못내 아쉽다. 사람은 본시 흙을 밟아야 하거늘 어찌하여 우중충한 시멘트에 둘러싸여 있는지. 분명 현대인의 정서불안은 저 시멘트 덩어리에서 기인한 바가 클 것이다. 참 반가운 일이다. 잿빛 아파트 숲속에 거대한 문화공간이 생긴 것은 무척 신선한 시도다. 이름도 예쁘다. ‘아르바자르(Arbazaar)’라. 아트와 바자회의 합성어란다. 미술품과 전통 도자기, 고가구등을 바자회처럼 판매하는 공간이란다. 600평의 널찍한 공간에 국내외 유명 화가의 작품들과 조선백자, 고려청자, 고가구 등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다. 부산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해운대 신도시에 생긴 ‘아르바자르’는 새로운 전시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장산 지하철역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탑마트 지하층에 마련된 아르바자르는 총 6개의 구역에 문화 테마공간, 북카페, 전시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프랑스의 서정적
-2007 IT 부산 엑스포를 다녀와서 경쾌한 음악이 흐른다. 얼핏 들어보니, 보아의 넘버원이다. 그 음악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 있어 함께 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얼른 가보았다. 아, 작은 탄성이 나온다. 보기에도 귀엽고 깜찍한 로봇 4기가 일렬로 늘어서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로봇들은 양 팔을 벌리기도 하고, 발을 들기도 하면서 구르기까지 한다. 생긴 모양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전투로봇을 연상시키지만 춤을 추는 동작은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했다. 허허, 거참. 지난 9월 12일에서 9월 15일 사이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07 IT 엑스포의 한 장면이다. 토요일인 15일, 미래의 IT기술을 체험하고 싶어 아이들의 고사리 손을 잡고 벡스코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많은 어린이들이 입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한결 같이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 찬 빛을 띠고 있었다. 그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니 우선 널찍한 공간에 여러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국내 대기업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부스였다. 이동통신과 컴퓨터 관련 하드웨어 등 정보 인프라 기반 기기를 전시한 부스들과 가전기기와 임베디드(PC이외의 장비에 사
- 부산의 상징, 오륙도의 바람 오륙도 닥아치는 억센 물결에 노래하며 자라는 물새들처럼 비오나 바람 부나 한데 모여서~ --- 하 략 ---- 이 노래는 필자가 다녔던 영도 남항초등학교의 교가이다. 이상하게도 중학교, 고등학교 교가는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초등학교 교가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아무래도 6년간이나 불렀기에 더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당시 필자는 교가에 등장하는 오륙도를 먼발치에서 만 보았을 뿐 가까이 볼 기회는 별로 없었다. 영도에서 이 오륙도를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영희 교수님의 모교인 ‘한국해양대학교’이다. 해양대학교는 일명 ‘아치 섬’이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아치 섬을 반 바퀴 돌아 푸른 바다를 쳐다보면 오륙도가 해풍을 맞으며 바다 위에 떠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오륙도는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그리고 막연한 꿈과 이상을 품게 했던 소중한 오브제였다. 부산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지만, 부산을 상징하는 섬을 꼽으라면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오륙도를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오륙도는 부산의 역사와 뗄 레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자연유산
- 기계문명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전되어야 한다.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보면, 기계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기계들이 인간의 몸에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설정이다. 인간의 열과 피를 이용하여 동력원을 만들어내는 기계. 급기야 기계는 인간을 사육하게 되고, 인간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를 창조하여 인간을 그 안에 가두어 놓는다. 불우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라고 여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 기계의 잔인성이 극도로 묘사된 매트릭스는 섬뜩함을 안겨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다소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현실로 등장할 것 같다. 독일의 프라운 호퍼 연구 팀이 사람의 체온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호퍼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체온을 이용하여 열전기 발전기를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체온과 주변 환경의 기온 차가 적어서 200mV의 전기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근영 선생님의 ‘좋은 교육 좋은 세상’을 읽고 근세기 들어 가장 위대한 교육가인 페스탈로찌는 인간학교의 기초를 가정과 초등학교에서 추구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동의 자발적 활동을 통하여 여러 능력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직관적 방법을 제창하였다. 이는 사회개혁의 근본 기능을 전인적(全人的) 교육에서 찾은 것으로써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혜안이 돋보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강산이 세 번 변하고 또 삼 년이란 세월이 흐를 동안 오로지 초등학교에서 몸 담아온 정근영 선생님. 그 선생님이 33년 동안 자연스레 터득한 교육관을 담은 책을 펴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해 10월 말경 도서출판 글꽃에서 나온 이 책은 교육 수요자와 교육 공급자가 진정한 인간화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근영 선생님은 초등학교라는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한 실천가이지 페스탈로찌 같은 교육이론가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이론은 교육실천을 떠나서 나올 수가 없다. 페스탈로찌도 무수한 교육 사업의 실패를 통해 교육 철학을 하나 하나씩 정립해 간 것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 위대한 교육철학을 내
- 멸치회가 익어가는 대변항의 갯냄새. T.S 엘리엇은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노래했지만, 기장군 대변항 4월은 멸치회가 고소하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멸치를 회로 먹는 다는 것이 다소 신기하게 느껴지겠지만 대변항에선 멸치를 분명히 회로 먹는다. 이렇게 회로 먹을 수 있는 이유는 흔히 볼 수 있는 잔멸치가 아니라 어른 손가락처럼 굵은 몸통을 가진 멸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살집이 좀 있다 보니 회로 먹을 수도 있고 여느 생선처럼 구워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멸치 회엔 서민의 향이 깊숙이 배어있다. 대변항은 전국 멸치 유자망 어선의 70%를 담당할 정도로 멸치가 풍성한 곳이다. 영화 "친구"를 보면 동수로 분한 장동건이 어느 방파제에 쭈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자기에게 다가오는 부하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은 채 장동건은 아주 엉뚱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누가 이기겠느냐는. 이 엉뚱한 질문은 영화의 도입부인 개구쟁이들의 수영 장면에서 이미 등장한 것이다. 생각해 보건대, 조오련과 바다거북은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를 상징하는 게 아니었을까? 처음에는 조오련이 분명 바다거북을 이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 산, 바다, 계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여름철에는 아무래도 물놀이가 제격이다. 쟁명하게 내려 비치는 햇살을 받으며 푸르청청한 물속으로 몸을 담근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쾌청한 물속으로 쑥 들어가는 순간, 온 몸에 진득하게 붙어있던 소금 땀이 일시에 녹아내리고 엄지발가락에서 정수리 머리털까지 냉기가 찬란하게 몰려온다. 어, 시원하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오면서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느꼈던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매년 여름이면 사람들은 너나없이 이 물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바다로 계곡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조용한 휴가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여름이 무척 싫을 수도 있다. 계곡은 계곡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사람들로 옥작복작거리기 마련이고 여기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더미와 바가지요금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저 조용하고 깨끗한 곳을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충분한 놀거리와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더욱 좋겠지. 그런 휴가지라면 시쳇말로 정말 짱인데 말이다. 그런데 부산시 기장군에 가면 이런 짱이라는 이야기를 들음직한 휴가지가 하나 있다. 이곳은 송정해수욕장에서 불과 20분의 거리에 있는 깊은 계곡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