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미 루이지애나주 토마스 제퍼슨 초등학교 교사) 꽃 한 송이 선물하는 ‘스승의 날’ 필자가 한국에서 근무하던 1999년 5월 14일에는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교실에서 있는 모든 스승의 날 행사를 전면 금지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행사를 자제해 줄 것과 선물을 절대 가져오지 말라고 전달한 후 장난삼아 경보 시스템을 가르키며, 교장선생님께서 카메라로 우리 교실을 다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스승의 날 행사를 하면 안된다고 알렸다. 하지만 다음날, 5월 15일 아침에 교실로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풍선을 달아 놓고 선물을 가득 안겨주며 어김없이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주었다. ‘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슨 짓이냐’며 호통을 치는 나에게 반장은 과자며 음료수며 파티할 준비를 다 해 놓고선 아주 자랑스러운 듯 교실문 위에 달린 경보 시스템을 가리키며 교장선생님 모르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가려 놓았다고 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위를 바라보니 하얀색 천으로 경보 시스템을 가려놓고선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데, 정말이지 ‘난 참 행복한 교사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에는 너무나 부작용이 많았던
박춘길 /경기 의정부 신곡중 교장 내 고종사촌 누나 하나가 성북동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었다. 전문적이고 고급스런 그런 의복 가게가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 잡다하게 여기 저기 걸려 있는 그런 가게였다. 누나라고 하지만 두 살 위의 같은 또래로써 함께 장난치며 자랐기 때문에, 심심해서 잡담이나 늘어놓고 싶을 땐 그 가게에 놀러가곤 했다. 나는 일단 그 누나와 함께 있기만 하면 내 친 누나보다도 더 포근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내 친누나는 이러 저런 잔소리를 하며 아직도 나를 어린애로만 취급하는 듯한 느낌 때문에 약간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이 누나만큼은 나의 진한 농담도 흉금 없이 잘 받아 넘겼으므로 마음이 가벼워 좋았다. 그런데 그 가게를 좋아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누나의 쾌활한 성품에 알맞게 운영되는 그 옷가게에 가면 우선 돈을 안 들이고서도 이런저런 의상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한 옷에 따라 사람들의 개성이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선 옷가지들만 살펴보아도 모두 특색이 있었다. 색채는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인 또한 가지각색이어서 옷 자체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김대호(서울 미림여고 교사) 얼마 전 아름다운 경관으로 알려진 일본 북해도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자연은 아직도 마그마 연기가 피어오르는 원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태고의 모습이 잘 보존된 자연 경관도 볼만하였지만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식 주택 등을 통해 일본인의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거의 사라진 북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의 생활양식과 풍속이 2세들에 의해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시라오이(白老)'라는 마을에 만들어진 아이누족 민속촌에서 남녀노소가 어울려 옛 풍속을 재현하는 모습에서 고유 민속문화에 대한 그들의 자긍심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흙 속의 진주처럼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는 소중한 우리 고유 민속문화의 현실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우리 민속문화는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어느 곳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생활터전이 산과 들과 강과 바다 등 다양하여 그 문화의 유형도 각양각색이며 또한 반만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절충하여 발전시킬 수 있었던 반도라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여건을
김병하(대구대 특수교육학부 교수) “함께 살아도 될까요?” 이것은 세상의 모든 차별 철폐를 염원하는 2002년 질라라비 장애인 야간학교(대구)의 문화체험 캠페인 표제이다. 문화를 왜 체험해요? 영화 보고 싶을 때 영화보고, 운동장에 가고 싶을 때 운동장에 가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에 가고, 밥 먹고 싶을 때 음식점에 들어가면 되지.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보고 싶고, 가고 싶고, 먹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접근할 수 있는 편의 시설이 극장에도, 운동장에도, 해변에도, 음식점에도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당대를 함께 살면서도 세상살이에 늘 주눅들거나 기죽어 있고, 삶의 언저리에서 맴도는 것이 우리네 장애인들 삶의 현실이다. 최근 서울 지하철 1∼8호선 전체 263개 역의 환승·승강 편의시설을 조사해 본 결과에 의하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이 71%인 186곳, 엘리베이터·리프트 모두가 없는 역도 무려 41%(109곳)로 밝혀졌다. 결국 지난 5월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1번 출구에서 리프트에서 내리다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가 리프트 뒤쪽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1급 중증장애인 윤재봉(62) 씨는 한 많은 삶을 그렇게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귀한 손님" 등·하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교문에 서서 아이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교감 선생님이 있다. 서울 성원초등학교 홍진복(洪鎭福) 교감. 2000년 9월 성원초에 부임한 홍 교감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아이들은 학교에 오는 귀한 초대손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잘대며 웃는 모습으로 교문을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큰 행복"이라는 홍 교감은 "오랫동안 하다보니 이제는 36학급 아이들의 얼굴을 모두 알고 표정만 봐도 그들의 기분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얼굴이 밝지 않은 아이가 있으면 손을 잡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 '오늘 즐겁게 하루를 보내자'는 등의 격려로 금세 표정을 바꾸어 놓는다. 아이들을 초대손님으로 생각하는 홍 교감은 교문에서 인사하는 것 말고도 초대손님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홍 교감은 급식 시간이면 항상 아이들을 둘러본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하는지 살피고 식탁에 물기나 오물이 묻어 있으면 직접 닦아준다. 물론 '편식하면 균형적인 성장에 좋지 않으니 골고루 먹어야 한다' '음식을 입에 넣고 큰 소리를 내면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