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 남으로부터 봄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그 봄바람으로 찔레꽃이 피었는지 어느 시인은 그 모양을 보고 찔레꽃이 봄바람을 껴안는다고 했지요. 아마도 시인은 찔레꽃 가시에 찔리는 아픔으로 4월을 맞이했던 듯합니다. 이맘때 이렇게 봄바람이 살랑이며 치맛자락을 간질이기 시작하면, 시인이 아니어도 그렇지 않은가요. 그립지만 볼 수 없는 그런 사람 생각으로 한번쯤은 가슴이 저려오지 않나요. 어젯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언젠가부터 꿈을 꾼 아침은 머리가 무거웠는데 오늘 아침은 맑고 상쾌했으니 좋은 꿈이었던 모양입니다. 넓은 벌판 위에 이름 모를 들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하양, 노랑, 진달래, 자주…. 들판이 빛으로 가득했습니다. 저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움큼씩 꽃을 꺾어 가슴에 안았습니다.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문득 어느 장소에 와서는 아주 낯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언젠가 와본 듯,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 있잖아요. 거기서 설핏 당신을 본 것도 같습니다. 가슴에 안고 있던 꽃을 당신에게 주려 했었는지, 아니면 몽유병자 마냥 거실 화병에 꽂혀 있던 꽃을 들고 와 이불 속에 넣으려 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꿈이 거기서 끝나 버렸으니까요. 어쨌든 오늘 아침
기원전 202년 시황제에 이어서 두 번째로 천하를 통일한 유방은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고조)로 즉위하였다. 시황제가 그동안 백성들의 욕을 한 몸에 받으면서까지 국가 체제를 잘 다져 놓았던 터라 진나라 시대의 제도, 즉 중앙관료 조직이었던 '3공 9경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장안(長安)을 도읍으로 정하고 지방의 행정제도는 기존의 군현제를 보완하였다. 개국공신 처리 해법, 군국제 평민출신이었던 고조에게는 하나의 핸디캡이 있었다. 출신을 중시하는 중국사회에서 뭔가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시황제처럼 강력한 중앙집권을 실행할 입장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카리스마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앙집권제와 옛 봉건제도를 합친 군현제를 실시하였는데, 이러한 절충식 제도를 '군국제(郡國制)'라 한다. 사실 고조가 봉건제도를 다시 활용하고자 했던 이유는 공신들에게 대한 논공행상 문제가 깊이 깔려 있었다. 공신을 섭섭하게 대하면 물론 면전에서는 아니겠지만, '폐하께서 그 자리에 계시기까지'라고 하면서 투덜거리기 마련이다. 개국이나 정변에는 반드시 공신이 생긴다. 목숨을 걸고 주군을 도와 대업을 이룬다는 대의명분은 물론 '좋은 세상 만들기' 혹은 '왜곡된 현
장옥순 | 전남 토지초 연곡분교 교사 “선생님, 잘 지내셨어요? 저 은주입니다.” “그래, 요즈음 소식이 뜸하더니 잘 지내니?” “예, 이번 교원임용고시에 합격하고 지금 연수중입니다.” “그러니? 참 잘했구나. 축하한다. 그러고 보니 제자 중에서 네가 제1호구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는 말이다.” 전교생이 94명이던 작은 학교에서 6학년 제자였던 아이가 벌써 발령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시간이 화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임에도 늘 욕심도 많고, 자신을 다잡아 주는 충고를 기꺼이 받아들이던 제자였습니다. 21명을 졸업시켰는데 많은 아이들이 4년제 대학을 갈 만큼 열심히 사는 제자들입니다. 졸업시킬 때, 1년에 두 번씩 동창회를 할 수 있도록 모임을 만들어 주었는데 10년째 모임을 이끌고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흐뭇합니다. 모임에 나오라고 조르는 전화를 건 제자의 칭얼거림에 행복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졸업한 시골 학교가 이제는 폐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제자들과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고 졸업생들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으니, 모교는 가슴 속에 살아남아 언제든지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은주야,
"즐길 수 있는 영어 교육을 위해 함께 합니다" 지난 1월 교육부는 제2차 국가인적자원개발기본계획을 통해 올 하반기 전국 16개 초등학교를 상대로 1, 2학년 영어 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2008년부터 이를 전면 확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계기로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영어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현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회장 김건용 안성 가율초 교감)는 이를 해결해 보고자 2002년 창립되어 올해로 4년째 활동하고 있다. 영어교과수월성연구회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필요한 영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영어를 쉽게 포기하는 학생들이 줄어든다는 것. 이를 위해 학생들이 쉽고 빠르게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영어교과를 연구하고 자료집을 발간한다. 자료집에는 기억술을 이용한 영어 문장 외우기 등 독창적인 자료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연말 배재학습센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는 영어 체험 인프라 구축과 실제 상황에 대한 적응 능력 배양에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언어의 힘으로 고등 동물로 진화 인간과 동물의 가장 큰 차이를 들라면 아마 말을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인간이 고등한 존재로 진화한 밑바탕에는 언어가 있었다. 언어 없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언어가 생기면서 인간은 빠르고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획득한 지식과 기술을 대대로 문자와 구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해 문화를 발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언어는 인간의 사고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이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침팬지에게도 언어가 있다.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에서 기르는 침팬지인 '칸지'는 바나나, 포도, 주스, 예스와 같은 4개의 소리를 이해한다. 사람이 이 단어를 반복해 가르쳐주고 실제로 물건을 보여주면 이들 단어에 대해 각각 독특한 소리로 맞장구를 칠 줄 안다. 그러나 침팬지가 내는 발음을 들으면 정말 실망스럽다. 침팬지들끼리는 말을 한다고 하는 데도 들어보면 꼭 울부짖는 것 같다. 소리도 다양하지 못하다. 까치가 귀청 따갑게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톱 써는 소리 같기도 하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아름답고 다양한 소리를 절대 내지 못한다. 침팬지는 인간처럼 후두와 구강을 섬세하게 조절하
최효찬 | 경향신문 기자 호머가 지은 는 전쟁과 인간사를 그린 대서사이지만 여기에는 명가의 조건과 리더십의 덕목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하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현명한 아버지 오딧세우스, 지혜로운 스승 멘토, 유혹을 물리치고 20년 동안 가정을 지킨 어머니 페넬로페, 아버지의 뜻을 이은 지혜로운 텔레마코스 등이 명문가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명문가의 유지, 발전 비결은 교육 이타카의 왕으로 '지혜로운 자'의 대명사로 통하는 오딧세우스와 부인 페넬로페 사이에 텔레마코스가 태어난다. 불가피하게 트로이전쟁에 참여하게 되자 그는 친구 멘토(Mentor)에게 집안 일과 아들의 스승이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텔레마코스는 부친 부재의 20년 동안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아버지의 지혜를 닮아간다. 오딧세우스는 아내에게 아이의 얼굴에 수염이 자랄 때까지 자신의 소식을 듣지 못하면 재혼을 하고 왕국을 아들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한다. 이 때문에 오딧세우스가 귀국하지 않자 구혼자들이 몰려들어 페넬로페를 괴롭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20년 동안 가정과 왕국을 지킨다. 아내 페넬로프는 그야말로 현모양처의 전형이다. 요즘 같아도 이러한 경우라면 재혼하는 여성이 대부분일
윤종혁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2006년 1월 18일 일본 정부는 ‘교육개혁을 위한 중점행동계획’을 통합·발표하였다. 이미 정부는 2005년 10월 26일 중앙교육심의회로부터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 한다’는 제목의 답신을 받았고, 의무교육 구조를 개혁하는 방향과 관련된 제언을 받아들였다. 또한 2005년 11월 30일에는 일반재정과 지방재정을 통합하는 것과 관련된 ‘삼위일체’ 개혁에 대한 정부·여당 합의도 이루어졌다. 중점행동계획은 이와 같은 최근의 교육개혁 흐름과 비슷한 맥락에서 적용하고 있는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중점행동계획은 “국제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심성 풍부하고 자랑스러운 인간 만들기”를 지향하여 “어떤 아동이라도 풍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이념으로 하고 있다. 중점행동계획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과제를 집중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즉,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을 창조하고, 활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며, 충실한 교육 조성을 위해 환경을 정비하고, 가정·지역의 교육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시대의 의무교육 창조’는 2005년 10월의 중앙교육심의회 답신을 수용하여 구체적인 방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과정의 약 2~3년간에 걸쳐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과 상황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의견을 바르게 전달하려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어린이들의 논리적 사고와 표현력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된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 동네 사는 꼬마 녀석은 다른 날에 비해 월요일이면 학교 갈 준비로 더욱 부산하다. 학교생활이 아직 서툰데다 이틀을 쉬고 난 월요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매주 월요일이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하는 긴장과 흥분이 겹쳐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월요일에는 등교하던 녀석의 손에 빨간색의 부드러운 고무공이 쥐어져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뭘 들고 가는지 은근히 궁금해져서 일부러 앞마당에 나가 녀석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호주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돌아가며,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그것에 대해 약 5분간 자유로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 방식 등에 아무 구애 없이 그저 급우들 앞에 나와서
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신학기가 시작되던 날, 수업을 마친 5학년짜리 아이가 집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더니 상기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말을 못했어요.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한 후 물어보았더니 난생처음 남자 선생님이 자기 담임이 됐다는 거에요.” 이는 작년 9월 신학기를 맞아 자신의 자녀가 처음으로 남자 담임선생님을 경험하게 됐다는 중국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의 말이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에서도 초·중학교 교사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교육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작년 베이징시 교육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베이징시의 경우 초·중·고 교사 중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78%, 71%, 67%로 남교사에 대한 여교사 비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남교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베이징의 일부 학교에서는 최근 신규교사 모집 시 남교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여교사와 남교사의 성비 불균형 현상은 지방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중국 동북지역인 리아오닝성[遼寧省]의 2004년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여교사가 전체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남부인 광동성(廣東省)도 68만 명의 초·중·고 교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