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운동회가 열렸다. 전교생이 135명 정도의 작은 학교이지만 큰 학교 못지않게 프로그램은 풍성했다. 개인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획기적인 일은 조별로 세 명씩 달리기 조를 구성하였는데, 모두 3등 안에 들어 모든 아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기쁨을 주었다. 달리기를 못해 얼굴을 찡그리던 아이들도 오늘만은 모두 활짝 웃으며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개인 달리기가 끝나고 재미있는 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저학년 고학년부로 나뉘어 모두 일곱 마당으로 진행되었는데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마당이었다. 저학년부 놀이마당을 소개하면 제기차기, 콩알 아리온, 징검다리 건너기, 공 멀리 나아가기, 콩 주머니 던지기, 협력하여 공 나르기, 고리던지기였고 , 고학년 부는 달팽이 놀이, 탁구공 멀리불기, 꼬리잡기, 여왕벌 닭싸움, 깃발을 잡아라, 징검다리 달리기였다. 다음으로 학부모님들의 놀이마당이 열렸는데 모두 다섯 마당으로 종목은 굴렁쇠 굴리기, 긴 줄넘기, 5인 육각. 배드민턴 제기차기, 콩 주머니 피구였다. 긴 줄넘기와 오인육각을 하시면서 가끔 넘어지시기도 하셨지만 어린 시절을 상기하며 마냥 즐거워하시는 표정이었다. 동네가 작고 또 학년이 한 학급인지라 학부모님들께
학교 옆 성당에 납골당이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리포터가 살고 있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동네에서는 매 주일 주민들이 모여서 납골당 설치 반대 집회를 갖고 교육환경 저해하는 납골당 철회를 성당 측에 촉구하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회와 녹색어머니회,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납골당저지 투쟁위원회는 본부를 차려놓고 “교육환경 무시한 성당 납골당 설치를 반대한다”며 주민들에게 힘을 합하여 이에 저지할 것을 호소하며 가정통신문을 보내어 학부모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납골당 저지 투쟁위원회는 성당과 담벼락 하나 사이인 신선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곡소리를 들으면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가? 또 스쿨존 300미터 내 위협시설이 설 수 없다는 것이 도로교통법에 나와 있지 않은가? 라고 반문하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당 측과 대치하고 있다.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 일요일마다 노원경찰서는 전경 1개 소대를 파견, 주민과 대치하고 있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인식을 주게 될까 걱정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2003년도에 종교단체가 납골당을 설치하게 되면 국토의 묘지화를 예방하고자 건축비 등을 지원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이번 여름 방학에 K대학에서 열리는 전문상담 자격연수를 신청하였다. 겨울방학까지 계속되는 연수이기에 무척 기대를 갖고 연수에 임하고 있다. 초, 중, 고 교사로 구성된 2개 반 60명이 20일 동안 받게 되는 연수이다. 첫날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에 소속 학교, 이름과 함께 전문상담 자격연수를 신청하게 된 까닭을 말하는 시간이 있었다. 연수에 임하는 선생님들의 의욕에 가득찬 말씀을 들으면서 앞으로 이 연수가 얼마나 뜨거운 연수가 될 것인지를 짐작케 하였다. M초등학교 30대 남자 선생님께서는 결석이 잦은 어떤 6학년 아이를 담임하고 있었는데, 학교에 나올 때마다 불러서 결석을 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수준에 그치고 부모님께서도 상담에 응해 주시지 않아서 더 이상 그 아이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간 후 들려오는 소문이 학교에 다니지 않고 폭력배와 어울려 다니며 경찰서에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을 듣고 전문적인 상담지식을 가졌더라면 좀 더 의도를 갖고 그 아이를 바르게 지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이 연수를 신청했다고 한다. D고등학교 여선생님께서는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여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한 지 6개월이 다가온다. 교직원수가 적다 보니 어떤 일을 추진하기에 엄두도 못 낼만한 일이 가끔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직원체육대회이다. 보통 학교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발야구나 배구대회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지난 3월 우리 학교가 이웃 내양초등학교에 제의를 하였다. 그것은 친목체육행사를 갖자는 것이었다. 내양초등학교는 교직원의 규모는 비슷하나 아동 수에 있어서 우리 갈매초등학교의 1/2정도였다. 내양초등학교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OK 사인을 보내왔고 4월 중순 경에 친목체육행사를 갖기로 결정하였다. 드디어 친목체육행사 날. 우리 학교에서는 오시는 손님들을 위하여 정성껏 다과를 준비하였다.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직원 10여명이 친목체육대회 참석차 본교를 방문하였다. 다과를 간단히 들고 바로.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뒤 바로 운동장으로 나갔다. 남자 선생님들께서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운동장을 종횡무진 뛰면서 그동안 뛰지 못하였던 한을 푸시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 간 남, 여 직원의 비율이 맞지 않기 때문에 두 학교가 함께 편을 나누었다. 발야구도 하고 배구도 하였다. 운동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지난 7월 21일 방학식을 마치고 1박 2일 코스의 강화도 현지연수가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 교육과 공문처리에 쉴 틈 없이 달려왔던 나날들이었다. 방학동안 아이들이 안전하고 유익하게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학식을 끝내고 교직원 10명은 승용차 세 대에 나누어 타고 목적지인 강화도로 달렸다. 강화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바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큰 섬이라는 것과 고려 시대부터 수도 방위와 피난처로서 중요시되어 몽고군이 침입했을 때에는 고종이 29년간 이곳에 머물면서 저항했던 곳이며 조선시대 말에는 프랑스함대·미국함대 등이 침입했으나 강화도 수비대가 이를 막아내었다는 사실, 또 섬 전체가 구릉성 산지로 덮여 있고 깎아지른 듯한 해안선은 절벽과 넓은 갯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역사와 생명이 살아있는 땅, 거대한 박물관 강화도에 대하여 서로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이야기하며 차창을 내다보니 오랜만에 바라보는 넓게 펼쳐진 초록의 들판이 모두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주었다. N호스텔에 여정을 풀고 바로 나와 동막 해수욕장으로 향하였다. 썰물시 드러내던 넓은 갯벌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물이 밀려오고 있는 장면이 장관이었다. 동막 해수욕장은 강
매월 우리 학급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날이 있다. 그 날은 새로운 조나 짝을 바꾸며 모범조를 발표하는 날이다. 한 달 동안 각종 점수를 계산하여 매월 마지막 주에 발표하게 되는 것이다. 점수를 많이 받는 경우는, 조별로 협동을 잘 한 경우, 게시판에 친구를 칭찬하는 글을 올린 경우, 부모님께 효도한 일기를 쓴 경우, 독서록을 많이 기록한 경우, 지혜의 글, 지식의 영어 문장을 외운 경우, 청소와 뒷정리를 특별히 잘 한 경우, 발표를 잘하여 담임상장을 받은 경우이며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 경우는 복도에서 소리 지르거나 떠든 경우, 친구를 괴롭힌 경우, 친구를 놀린 경우, 청소와 뒷정리를 제대로 못한 경우, 준비물이나 과제를 해오지 않은 경우, 조별로 협동하지 않거나 전담선생님 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지 않은 경우이다. 때로는 점수화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과연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름대로 해보지만 3학년 특성에 맞는 것 같아 학기 초부터 이 방법을 적용해 오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함께하는 이벤트 행사에 함께 참여하기를 무척이나 고대한다. 그리고 새로운 달이 시작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열심히 하고자 다짐한다. 이벤트 행사를
지난 5월초 학교 텃밭에 6학년 선생님과 어린이들이 감자를 심었다. 그때 아이들은 씨감자를 쪼개면서 의아해 했을 것이다. 속살이 드러난 감자를 심으며 이런 모양의 씨감자에서 주렁주렁 달리는 감자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오늘은 바로 그 감자를 캐는 날이다. 토요 자율체험 학습일인만큼 아침부터 아이들의 발걸음이 빨리 움직였다. 담임선생님께서 감자 줄기 하나를 잡은 채 쑥 뽑아 올렸다. 땅의 침묵을 깨뜨리는 순간이었다. 알알이 영근 크고 작은 감자들이 모양을 드러내었다. “와---”하는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들도 저마다 줄기 하나씩을 움켜잡고 감자를 뽑아 올렸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감격에 찬 소리가 들렸다. 그 가녀린 뿌리털에 달려 있는 감자들이 신기한 듯 뽑아 올린 감자를 보고 또 보고...... 수돗가에서 감자를 깨끗이 씻었으니 이제 감자를 삶을 차례다. 5학년 때 감자 삶기를 해 보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설명은 이어진다. 1. 감자는 껍질채 밑이 두꺼운 냄비에 담고 약간의 소금을 뿌린 뒤 물을 넉넉히 부어 끓이기 시작한다. 2. 감자가 반 이상 익었으면 자작할 정도의 물만 남기고 나머지는 따라낸다. 3. 약한 불에서 수분을 날려가면서 서서히 익혀
지난 7월 7일 오후 6시 30분 경주교육문화회관에서 물결 김병호 선생의 퇴임문집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교직 생활 36년을 마감하는 퇴임을 앞두고 본인과 가족, 지인과 친구 분, 제자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 퇴임문집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이다. 퇴임을 기념으로 엮은 책을 나누어 주는 정년퇴임식에 여러 번 참석해 본 경험이 있지만 이번 일은 매우 신선하고 잔잔한 감동이 일었다. 그것은 간혹 평교사로 퇴임하시는 분들이 행사의 규모를 축소하여 학교단위로 간략히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물결 김병호 선생의 퇴임식은 평교사임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규모에 있어 그 어느 교장선생님의 퇴임식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식이 시작되기 전 둘째 따님의 가야금 연주가 있었다. 유아교육 박사과정, 대학 강사로 바쁜 와중에서도 틈틈이 익힌 연주 솜씨로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곡들을 연주하여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물결 선생께서 민속학에 특히 관심이 많으시고 전통문화에 애착이 남다르시니 자연이 자녀들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사모님께서도 창을 부르며 장구를 치는 모습을 종종 보아왔다. 퇴임문집출판기념회가 막 시작되려고 할 때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생의 양가의 친척 되시는
지난 17,18일 양일간 우리학교에서 전교생135명이 모두 참여하는 앞뜰야영이 있었다.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함께하는 야영을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마을별로 고학년과 저학년이 골고루 들어가도록 조를 짜고 취사, 청소, 프로그램 운영 참여 등 조별로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을 고학년으로 구성된 조장을 중심으로 계획하고 활동했다. 우리학교는 모두 여섯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한마을에 사는 어린이들끼리 텐트 안에서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고학년은 저학년을 잘 보살피고 저학년은 고학년을 따르며 서로 협동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설영을 하고 저녁을 준비하는 시간! 자신들이 메뉴를 짜고 준비한 재료로 땀을 뻘뻘 흘리며 음식을 만들었다. 각조마다 음식들이 어쩌면 그렇게 다양한지... 남자어린이들은 그저 가볍게 한 끼 때우자 식의 떡볶이, 볶음밥, 기름에 넣어 튀기면 조리가 완성되는 돈까스, 3분 인스턴트 요리 등을 준비했고 여자 어린이들은 찌개를 끓이고 야채를 예쁘게 썰어 카레라이스와 자장밥을 준비하는 등 각양각색이었다. 조별로 사진을 찍어주려고 다니는데 “선생님, 우리가 만든 것 좀 잡수세요.”하길래 먹어보니 그 맛이 어디에도 비길 데 없었다. 야영 시 주로 먹게 되
새 학교, 새 학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서로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하루 생활하고 있을 때 학급이란 공동체 주변을 맴돌며 웃음을 잃은 채 친구들의 관심 밖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아이가 있었다. 4월이 되자 아이들의 호소가 줄을 이었다. 발을 걸었다느니, 때렸다느니, 물건을 감추었다느니... 평균 이틀에 한 번씩 상담을 하였건만 5월이 다 지나갈 즈음에도 그 어떤 행동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다 못하여 학급어린이들과 함께 6월 한 달은 준혁이가 달라지기를 위하여 함께 힘을 모아 보자고 하였다. 다음은 “FOR 준혁”이란 제목으로 위즈클래스 '우리 학급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다. 선생님이 처음 여러분들을 만났을 때 꿈에 부풀었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얀 도화지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까 생각하면 마구 가슴이 뛰었지요. 3월이 지나고 4월이 지나고 5월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여러분과 함께 지내 온 날들이 너무나 행복하였어요. 체육대회, 학예회 등 큰 행사를 너무도 의젓하게 척척 치러내는 여러분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였고 여러분들이 일기장이나 쓰기 책, 또 글짓기를 하면서 순진하고 정직한 글들이 선생님을 감동시키는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 이예요.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바르게 잘 자라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게 되고 남편과의 대화도 아이들 교육에 관한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남편도 교사이니 요즈음 학교교육과 아이들의 미래, 현재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많이 교환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곤 한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어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논쟁을 벌일 때도 있다.(최근에 벌인 논쟁 중 하나가 일기장 지도에 관한 것이었다.) 아마 남편과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들은 남편이 체험하지 못한 나의 아버지의 교육이 마음속에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한 가지 안타까운 현실은 요즈음 아버지들의 자녀교육이 거의 부재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들이 전담하는 자녀교육의 현실을 탓하는 것은 아니나 아버지들께서도 함께 참여하실 때 자녀교육의 효과는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은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물질 만능주의 현실에서 나의 아버지께서 가르치셨던 방식은 그 어느 부분도 그런 부분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교육현장에서 또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버지께서 우리 4남매에게 가르치셨던 교육방법이 많이 적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들과 부모님, 선생님, 이웃을 위한 학예회가 경기 구리시 갈매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전교생이 136명인 미니 학교이지만 그 내용 만큼은 매우 알찼고 프로그램 하나하나 정성으로 꾸며졌다. 이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학예회였다고 할까? 지금까지의 교직생활 중 많은 학예회를 보아왔다. 대부분 큰 학교의 학예회였으며 시민회관이나 대강당, 혹은 운동장에 어마어마한 무대를 꾸며서 하기도 했고 학예회 당일은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으신 많은 내빈들과 학부모님들로 성황을 이루곤 했었다. 그러나 무대는 어마어마하게 큰데 실제 공연을 하는 어린이들은 소수의 어린이였고, 때로는 전국적인 무대에서 입상경력이 있는 발레나 한국무용, 혹은 피아노, 성악을 하는 어린이들이 화려한 의상을 하고 나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공연이 끝난 후 박수를 치는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우리 아이도 저 무대에 나와서 공연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실, 교무회의에서 학예회를 한다고 결정나면 다음 날 당장 학예회 담당자들에게서 회람이 온다. 어느 학년에서 리듬합주를 하니 리듬감이 있는 아이들로 학급에서 7명 정도 뽑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이틀 전 스승의 날에 즈음한 가정통신문이 나갔다. 스승의 날에 일체의 촌지나 선물을 받지 않겠다는 학교 측의 단호한 의지를 담아서 보낸 글이었다. 왜 이래야만 할까?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수년 전부터 이와 같은 가정통신문이 나가고 있다. 학교측에서 공식적으로 가정통신문이 나가지 않을 때는 알림장에 색종이로 만든 꽃 외에는 일체의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적어보내긴 했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서 역시 이와 같은 나의 의지를 담은 글을 올리며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란 직책에 대해 돌이켜 보는 글도 아울러 올리기도 하였다.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신문기사는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키거나 권위를 지켜주는 내용보다는 오히려 교사의 부정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다소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 교사로서의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교사의 양심을 지키고 교육의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사들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스승의 날이 돌아오면 잊혀지지 않는 일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20년 전 스승의 날이다. 교사경력 5년째인 당시 6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다. 스승의 날인 만
지난 3월 인권위가 “학교에서 일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검사 평가하는 것은 국제인권 기준 및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아동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라’고 교육부에 주문한데 대해, 교육부는 “인권위의 주문을 존중해 강제로 일기를 쓰게 하거나 평가·시상하는 것은 지양하되, 일기쓰기의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 계속 지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13일 발송했다고 한다. 상황의 전개과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교사들도 하나, 둘 일기장 지도에 대하여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다. 작년 2학년 담임을 하면서 국어시간에 생활문 지도를 하였는데 당시 요긴하게 자료로 활용했던 것이 아이들이 쓴 일기장이었다. 생활문의 지도내용이 * 최근에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 언제,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가? * 누구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 사건을 순서대로 써 보자. * 이 일로 느끼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였다. 이는 일기장의 쓰는 순서와 거의 비슷하다. 물론 생활문일 경우 연습장에 써 보고 다시 읽어 본 후에 고치거나 다듬어야
3월 1일, 집과 학교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곳으로 발령이 났다. 그래서 퇴근시간 이후를 유익하고 보람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자 야간 대학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지난 2002년도에 졸업을 했던 대학원은 계절제 대학원이어서 방학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였는데 금번에 들어간 야간 대학원은 주 4회 수업이 있는데다가 늦게 끝나는 편이어서 다소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퇴근을 하면 정신없이 책가방을 챙겨 학교로 뛰어 간다. 차안에서 교수님들께서 과제로 내어주신 것을 외우는 작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머리가 히끗 히끗한 아줌마가 웬 히브리어 책?’ 의문을 가지고 힐끔 힐금 쳐다보는 사람들이 더러 있으나 집중이 잘 안되는 오후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 큰 소리로 문법을 외우고 발음을 한다. 오후 6시 20분에 수업이 시작되면 9시 30분에 수업이 끝나고 짬을 내어 원우들끼리 과제에 대한 얘기며 대학원의 정보를 나누다보면 10시가 다 되어서 대학원의 문을 나오게 된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차례다.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막 뛰어서 전철역으로 향한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밤 10시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역 광장은 번잡한지…. 술을 먹고 비틀거리는 사람부터 직장동료와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