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는 국가 정책 중 이슈 몰입도가 가장 큰 사안이다. 교육부는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 제목으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대입 개편안’이라고 했다. 현시점에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 개입 가능한 대입 정책 미래 사회의 가장 큰 어젠다는 저출산이라 할 수 있다. 수출 부진, 보호무역주의, 안보 위협 등은 시간이 지나면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궁극적으로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정부의 역할은 모든 정책의 최우선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난 2분기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다. 지난해 0.78명에서 더 떨어졌다. 세계 1위다. 몇 년 전부터 나라가 소멸될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던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34명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이 같은 저출산 문제는 바로 ‘대학입시’와 ‘집값’에서 연유한다고 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대학입시는 치열한 경쟁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출산을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은 사실상 서열화된 대학에 의해 결정된다. 이 때문에 그 문을 열기 위한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대입이 인재 양성이라는 큰 목표를 가졌음에도 공정가치에 매몰돼 수십 년째 주입식 교육에 의한 암기력 테스트로 전락해버렸다. 성적에 따라 한 줄로 세우는 방식은 지식의 창의적 활용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모방형 암기를 통한 수동적 대응으로 일관해 사교육 창궐과 국가 경쟁력 퇴보라는 고질적 병증(病症)을 키우고 있다. 모방형 지식을 요구하는 대입 문제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한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지식을 대학입시에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방형 지식을 아무런 제약 없이 습득할 수 있었던 고도성장기(1980년대 전후)의 평가시스템이 지식 자본화의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내신성적과 관련된 교과 시험 그리고 수능도 사실상 암기형 지식의 수용과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능 한국사 과목에는 암기형 지식의 폐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문항이 있다. 뗀석기 유물을 고르라는 1번은 다섯 개의 선지 중에서 돌로 만든 도끼를 하나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금속으로 만든 사례를 들었
초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의 기승은 여전하다. 고3, 고2에 이어 고1까지 등교했고 중학교와 초등학교 및 유치원도 속속 등교를 마무리하고 있다. 특히 대입을 목전에 둔 고3 학생들은 5월 20일에 등교해 벌써 4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학교 수업도 서서히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교실마다 마스크를 낀 선생님들의 열강으로 활기가 넘치고 있다. 그러나 고3의 경우 한 달 가까이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들의 체력 저하에 따른 극도의 피로감으로 교과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단 감염의 우려 때문에 철저한 방역지침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학생이나 교사 모두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학생들도 하루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지방의 한 고교에선 고3 학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듣다 실신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문제는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 지침에 따라 에어컨 사용을 최소화하고 가동을 하더라도 창문을 열어야 한다. 1시간 수업에 흥건히 젖어 교사들은 교과지도, 생활지도, 진학지도에 각종 공문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업무까지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 이
교육부의 정시 확대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당초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의하면 서울대를 비롯한 16개 대학은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전체 선발 인원의 40% 이상으로 늘려야 했었다. 그런데 이들 대학에 지원되는 재정을 무기로 1년 이른 2022학년도까지 정시 비중 40% 달성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1부터 정시 비중이 확대되기 때문에 교육현장의 변화가 예상된다. 정시 확대로 학종 줄지 않아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수업이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정시 확대로 인해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 학생중심 수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모둠협력학습, 교과융합학습, 창의적과제탐구학습 등 학습자 중심의 수업이 늘었는데,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과거처럼 교사중심의 주입식 수업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모집이 40%로 높이더라도 학종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16개 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선발 인원은 1만4787명으로 전체 모집인원(5만1013
지난달 17일 서울을 끝으로 전국 4개 권역에서 진행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공론화 추진에 따른 국민제안 열린마당이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의제를 선정한 후, 토론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참여단(400명)의 투표로 최종안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번 대입개편안의 최대 쟁점은 바로 수능 평가 방식에 있다. 현재의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혼합한 형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절대평가를 통해 사실상 수능을 자격고사화할 것인지, 과거처럼 상대평가로 돌아가 수능의 영향력을 높일 것인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 문제는 이같이 중차대한 사안을 전문가가 아닌 시민참여단이 투표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개정교육과정 이해 앞서야 사실 현행 고1부터 적용된 2015 개정교육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대입개편 논의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비교육적인지 알 수 있다. 현 고1은 내년부터 계열별 구분이 사라지고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배우게 되는데 이는 수능의 영향력 축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수능의 영향력이 지금과 같거나 오히려 강화된다면 결국 수능 중심의 과목 선택을 유도하거나 아니면 수능과 관련이 없는 과목은 자습으로
학종과 학생부가 논란이다. 학종은 점수 경쟁에 내몰린 학교의 분위기를 바꾸고 아이들 스스로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고민, 탐구하도록 하는 순기능이 있다. 특히 떠먹여 주는 지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업의 주인공이 돼 스스로 찾아 깨닫는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교사들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대학은 그 내용을 토대로 옥석을 가려 필요한 인재를 선발한다. 이것이 학종이고 그 핵심에 학생부가 있다. 학종 본연의 가치마저 훼손될까 우려 그런데 기록의 신뢰성, 공정성 문제 때문에 이를 과도하게 축소함으로써 학종 본연의 가치마저 훼손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부 기록은 대학이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가능성 및 전공에 대한 소질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료다. 그렇다면 학생부 항목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신뢰성을 높이고 대학의 입장을 반영해 평가 요소를 개선, 보완하면서 발전시켜야 하는 게 교육당국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 공정성 시비를 줄이겠다고 오히려 교내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 소논문 실적 등을 기록에서 뺀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고, 학
수능 개편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유예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2015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면 다시 치열한 논쟁에 들어갈 것이다. 논쟁의 핵심인 수능은 도입 초기 단편적 지식보다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한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주입·암기식 시험으로 전락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창의·융합적인 인재양성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유예 1년 동안 논쟁 재점화 될 것 그럼에도 수능 개편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이유는 바로 대입의 대세로 떠오른 학생부종합전형, 그 중 핵심인 학생부의 신뢰성 문제에 있다.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며 개인의 잠재능력을 수치로 획일화하는 일제고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우려를 같이 한다. 그러나 이것이 수험생 개인의 유·불리와 맞물렸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수능 개편 1년 유예 기간 동안 각자에게 유리한 방법을 관철시키려 논란이 뜨거울 것이란 얘기다. 고교에서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학생부와 수능으로 이원화돼 있다. 2000년대 들어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 위해 쉬운 수능 기조로 바뀌자 대학이 수능보다 학생부를 활용하는 비중을 높이며 두 평가 시스템이 충돌하게 됐다. 여기서 정량평가인
정당 별로 대선 후보들이 결정되며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정당별 경선시스템이 가동되면서 후보들의 공약도 쏟아지고 있다. 이번만큼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그런 점에서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국정 이해 및 주도 능력과 함께 실천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공약은 안보와 외교, 경제, 일자리, 복지 등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대응이 필요한 분야도 있지만 교육처럼 중·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분야도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이 아닌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큰 틀에서의 고민과 대응방안이 담겨있어야 한다.수능·정시 강화 대선 공약 걱정 돼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보스 포럼 대표인 클라우드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과 산업 전반에 쓰나미처럼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기술 등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선제적 방안으로 창의 인재양성을 강조했다.그런데 일부 대선 주자
2017학년도 대입의 막이 올랐다. 한양대, 건국대 등의 논술고사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까지 대학별고사가 이어지고 다음 달에는 수능이 치러진다. 재학생은 감소…N수생은 증가 지난달 9일 마감한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60만 5988명이 지원했는데 이는 지난해의 65만 1187명보다 2만 5199명(4%)이나 감소한 것이다. 인구 절벽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경쟁률도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N수생이다. 수능 지원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2012학년도 이후 재학생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N수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수능 지원자 가운데 재학생은 78.2%(2014학년도)→77.2%(2015학년도)→76.3%(2016학년도)→75.8%(2017학년도)로 감소하고 있으나 N수생은 19.6%(2014학년도)→20.5%(2015학년도)→21.5%(2016학년도)→22.3%(2017학년도)으로 증가하고 있다. N수생 증가 못지않게 재학생들의 학업 부담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대입에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 비중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수능 중심의 정시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재학생들이 현재의 입시 시스템을 충실히 지킨다는 전제하에서 치열한 내신경쟁,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학종 시대’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대입의 무게 중심이 학생부로 급격히 기울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결국 잠재된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광주의 한 사립 고교에서 교장과 교사들이 특별관리 중이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무단으로 접속해 조작한 것도 모자라 내신성적까지 올려줬다고 한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학생부·내신 조작 우려 여전 대입에서 학생부 등을 중심으로 한 수시모집의 비중은 올해 70.5%, 내년 73.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대입은 ‘수시는 재학생, 정시는 재수생을 위한 전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래서 고교마다 수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수시의 중심인 학생부 전형은 내신성적에 기초한 교과전형과 내신과 비교과를 연계하는 종합전형으로 구분된다. 올해 4년제 대학 전체 모집 정원에서 학생부전형은 교과전형은 39.7%, 종합전형은 20.3%로 6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문제는 서울 주요대학 등 수도권으로 한정할 경우 학생부 교과보다는 종합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부터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9시 등교’에 이은 교육감의 학교혁신 2탄이다. 일단 명분은 훌륭하다. 입시·성적·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쟁주의 교육이 ‘야자’라는 비정상적인 제도를 만들었기에 이를 혁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전에 시도됐다 실패했던 ‘카드’ 현재 경기 도내 ‘야자’ 참여율은 20.3%로 10명 중 2명 꼴이다. 높은 참여율이 아니지만 이마저도 폐지하겠다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현행 대입 체제에서 더 이상 일제식 강제 학습은 학생들이 자기역량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정 발(發) 야자 폐지를 접하며 떠오른 것은 이해찬 전 교육부 장관이다. 그는 1999년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를 마련한다면서 고등학교의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했었다. 획일적 일제학습 대신 특기·적성 교육을 강화해 한 분야만 잘하면 대학에 진할 할 수 있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그 결과 ‘공부 안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전반적인 학력저하 현상을 초래했
교사는 늘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간다.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수업에도 가치 판단이 작용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교사와 학생이 만족하되 교육과정의 원칙에 충실하고 학습자의 지적 성장과 창의적 능력, 그리고 공동체의식의 함양으로 귀결된다. 수업개선 불구 ‘객관성’ 한계 필자처럼 인문계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수업이 결국 대학입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대입의 균형추가 수학능력시험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교육과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에 따라 학생부 교과 성적 못지않게 교과 수업에 임하는 학습자의 태도와 역할 등을 보여주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변화된 대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수업’에 대한 해법 모색은 이제 고민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와 있다. 필자는 그 고민을 수행평가를 활용한 학생중심의 활동에서 찾았다. 교사가 모든 지식을 전수해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되 그 과
십 여 년 전에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을 쓴 일이 있다. 교사에게 주어진 과업 가운데 가장 중심에 둬야할 가치를 찾고 싶다는 뜻에서 나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였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교육의 본질, 즉 수업을 통해 기쁨과 감동, 보람을 얻는 것이라고. 이 단순한 진리 앞에 수업은 늘 애물단지나 다름없었다. 실망이 절망으로 바뀔 무렵, 절박한 심정으로 수업의 무게 중심을 아이들에게 옮겨보기로 했다. 일명 ‘거꾸로 수업’이었다. 졸거나 딴짓 하는 아이가 급격히 줄고 스스로 학습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수업의 밀도는 높아졌고 한 시간 수업이 짧게만 느껴졌다. 어느새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수업이라면 그 수업은 일단 절반쯤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한다. 한 시간 수업을 위해 준비할 것도 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모둠학습이 가능한 활동지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상황에 맞게 프리젠테이션이나 동영상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준비가 아이들에게 녹아들어가 수업의 역동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가르치는 보람이 깨를 볶는다. 역시 교사는 수업으로 사는가 보다. 그런 자신감을 밑천삼아 이젠 사교육으로 넘어간 논술마저 찾아오리라 다짐
“거기 조는 녀석, 일어나봐!” 녀석은 듣고도 못들은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건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옆에 앉은 친구, 흔들어볼래!” 이렇게 수업시간만 되면 꿈나라를 헤매는 녀석들과의 실랑이도 이젠 진절머리가 날 정도다. 차라리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동료 선생님들도 날이 갈수록 수업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간다. 교단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수업만큼은 자신 있었고 그래서 아이들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 조그만 디딤돌이라도 돼보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탄력을 잃은 고무줄처럼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이젠 자괴감마저 든다. 물론 과거와는 현격히 달라진 교육상황도 작용하겠지만 그보다는 선배 교사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나이든 교사의 한계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싶은 엉뚱한 순리론에 기대보기도 한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수업 무기력증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변화가 필요했다. 수업을 통해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아이들도 절대 행복할 수 없기에 나부터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도 바뀔 수 없다는
최근 고입에서는 자기주도적학습전형, 대입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이 확대되고 있다. 이 전형의 핵심 평가요소는 창의성을 갖춘 학업능력과 인성에 바탕을 둔 공동체 의식이다. 이는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능력의 함양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배려, 나눔, 규칙준수, 타인존중, 관계지향성, 리더십 등 인성적 요인의 성장을 돕는 데 의미를 둔 것이다. 이 전형들은 결국 학교 현장의 교사들에게 새로운 교수법, 개별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 등을 요구한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문계 고교 현장에서 이같은 교육 제도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도입한 수업 방식이 바로 ‘DNA수업’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잠재돼 있는 고유한 능력인 DNA를 찾아준다는 의미와 함께 토론하고 발표하고 이를 기록하는 일련의 수업 과정(Discussion Narration Addition)을 줄여서 자체적으로 만든 용어이다. ‘DNA 수업’은 단원별 핵심 내용을 교사의 강의를 통해 마무리한 후, 해당 단원의 지식을 활용해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단계별로 짜여진 ‘D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