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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수행평가의 이상과 현실

교사는 늘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살아간다.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수업에도 가치 판단이 작용한다는 의미일 텐데, 그렇다면 그 근거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교사와 학생이 만족하되 교육과정의 원칙에 충실하고 학습자의 지적 성장과 창의적 능력, 그리고 공동체의식의 함양으로 귀결된다.

수업개선 불구 ‘객관성’ 한계
 
필자처럼 인문계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는 수업이 결국 대학입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대입의 균형추가 수학능력시험에서 학교생활기록부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교육과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교과수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에 따라 학생부 교과 성적 못지않게 교과 수업에 임하는 학습자의 태도와 역할 등을 보여주는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변화된 대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수업’에 대한 해법 모색은 이제 고민의 차원을 넘어 현실로 다가와 있다. 필자는 그 고민을 수행평가를 활용한 학생중심의 활동에서 찾았다. 교사가 모든 지식을 전수해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되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협력을 통해 탐구 주제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다양한 형태의 방법으로 발표하도록 했다.
 
수행평가의 활용은 ‘좋은 수업’에 대한 고민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교사 중심의 수업에서 흔히 나타나던 졸음 등 집중력 저하 현상이 현격히 줄어들고 아이들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소통의 즐거움을 찾으며 내면에 잠재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같은 결과의 원동력은 바로 수행평가에 있었고 그 결과는 그대로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생생하게 기록됐다.

평가 신뢰성 확보 더 연구해야
 
교육부가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만으로 교과 성적을 매길 수 있도록 관련 훈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학교장이 주도하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규정을 바꾸면 과목에 따라 수행평가로만 성적을 매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수행평가의 장점을 서둘러 일반화하기 위한 조치인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아직 시기상조다. 현재 수행평가는 객관성을 완벽히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 현장에서 수행평가의 장점은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은 신뢰성 확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수행평가로 인한 교사의 평가업무 부담 증가는 차치하고라도 지금도 수행평가에 대한 민원을 줄이기 위해 점수 차이를 최소화하고 지필평가로 실력을 구분하는 마당에 수행평가가 곧 교과점수로 확정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상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좀 더 심사숙고하고 객관성을 확보한 후에 시행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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