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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14일 중학교에서, 21일 고교에서 각각 시행한다.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3%를 표집(476개교, 총 2만4835명)해 진행한다. 중3은 국어·수학·영어·사회·과학을, 고2는 국어·수학·영어에 대한 교과 학업성취 수준을 측정한다. 이외에도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사회‧정서적 역량 등 비인지적 특성에 대해서도 진단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22년부터 컴퓨터 기반 평가(CBT) 방식을 도입했다. CBT는 미디어, 도구 조작, 정보 검색 등 다양한 컴퓨터 기능을 통해 문제해결 과정을 현실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피사(PISA), 팀스(TIMSS), 미국, 호주 학업성취도 평가 등 국제·해외 성취도 평가 또한 CBT를 도입하는 추세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관측이다. 평가 문항 유형은 정보활용형, 매체(미디어) 활용형, 도구 조작 및 모의상황(시뮬레이션)형, 대화형 등이다. 학생들은 PC‧노트북, 네트워크 등이 설치된 학교 시험실에서 평가에 응시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지난해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이어 올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등을 수립한 바 있다. 올해도 국가 수준에서 평가 결과를 분석해 교육과정 개선 및 교육정책 수립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학생 개인에게는 교과별 성취 수준 4단계(1~4수준) 및 각 교과의 세부 영역별 성취율 등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파악하고 학생맞춤 교육 정책 수립에 기반이 되는 중요한 평가”라며 “학교 현장에서 컴퓨터 기반 평가에 불편함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교복 차림의 한국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호주 시드니타워 앞에 나타났다. 이들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는 ‘NO MORE PLASTIC, USE YOUR TUMBLER(플라스틱은 이제 그만, 텀블러를 쓰세요)’라는 문구가 반짝였다. 휴대전화 전광판 앱을 활용한 캠페인은 현지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캠페인에 나선 학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도 있었다. 호주 시드니 한복판에서 환경 보호 캠페인을 이끈 한국 학생들의 정체는 전북 봉서중(교장 이종혁)의 국제교류 동아리 ‘글로비(GLOBEE)’였다. ‘글로비’는 ‘Global’과 ‘Bee’를 합친 말로, 국제교류를 통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지구촌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안을 고민해보는 동아리다. 글로비는 전북교육청이 운영하는 ‘국제교류 수업 연계 해외 현장체험학습’ 사업에 선정돼 8월 2일부터 10일까지 호주 시드니에 있는 허스톤농업고등학교, 시드니대학교 등을 방문했다. 호주로 떠나기 전, 교류학교인 허스톤농업고 학생들과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양국 교사가 진행하는 공동수업이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박혜경 교사는 “허스톤농업고는 우리나라의 특목고 같은 학교로, 한국어 과목을 개설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다”면서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배우는 학생들과 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온라인 수업 후 학생들끼리 소셜미디어 아이디를 교환하고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지금까지도 서로 근황을 묻고 소통하면서 영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현지에서 진행할 환경 보호 캠페인도 기획했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메시지를 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일회용 현수막 대신 휴대전화 전광판 앱을 이용해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2일에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인천공항 앞에서, 4일은 시드니 타워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7~8일은 허스톤농업고에서 현지 학교생활을 체험한 후 교내에서 캠페인을 진행했고, 9일에는 시드니대 교정에서 이어갔다. 평소에도 자원 재활용,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다는 2학년 이유정 학생은 “호주에서 진행한 캠페인에 현지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신기하고 뿌듯했다”며 “앞으로 텀블러 사용을 더욱 생활화하고 쓸데없는 포장지, 포장재 사용을 줄여 지구의 자원을 아끼고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교사는 “처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준비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낯선 곳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동안의 고생이 다 보상받은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호주로 떠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지, 혹여 안전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걱정했죠. 나중에는 괜히 신청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기우였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더라고요. 낯선 도시, 장소, 교통수단임에도 인터넷을 검색하고 의견을 모아 방법을 찾아내는 모습에, 아이들에 대해 그동안 너무 몰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신청하려고 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모의평가(모평)에 대해 전문가들은 “킬러문항(교육과정 외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한 상황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위해신경 쓴 노력이 역력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EBS 연계율은 50%를 넘겼다고 보고 있다. 수험생 절반 이상은 전반적으로 어려웠다는 평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일 전국 2139개 고교(교육청 포함)와 485개 지정학원에서 수능 9월 모평을 진행했다. EBS 대표강사들은 주요과목이 종료된 직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발표했다. 강사들은 ▲킬러문항 배제 ▲공교육 연계성 강화 ▲변별력 확보 ▲EBS 연계율 50% 이상 등을 연신 강조했다. 과목 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6월 모평,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파악했다. 킬러문항을 배제했음에도 변별력 확보가 가능했던 부분과 관련해 EBS 대표강사들은지문을 끝까지 읽고 정보를 제대로 파악해야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고안한 출제, 정답처럼 보이는 매력적인 오답 선택지 등이 꽤 까다로웠던 것으로 분석했다. 입시업계의 의견은 다소 엇갈리긴 했으나 킬러문항을 없앤 상황에서 변별력을 높이려는 출제 의도에 대해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최상위권 학생의 변별력 확보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EBS는 모평 종료 후 고교강의 사이트(www.ebsi.co.kr)를 통해 고3들을 대상으로 모평 체감난이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9월 모평의 전반적인 난이도에 대해 응답자 중 51.8%(전체 응답자 1611명, 6일 20시 기준)는 ‘매우 어려웠다’, 34.4%가 ‘약간 어려웠다’고 답했다. 영역별로는 국어 영역에서는 ‘매우 어려웠다’가 48.3%, ‘약간 어려웠다’가 32.5%로 나타났다. 수학 영역에서는 ‘매우 어려웠다’가 35.2%, ‘약간 어려웠다’가 26.2%로 집계됐다. 영어 영역에서는 ‘매우 어려웠다’가 43.5%, ‘약간 어려웠다’가 32.7%였다. 이번 9월 모평은 본 수능 2개월 정도를 남기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데다, 킬러문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출제라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끌었다. 킬러문항이 빠지면서 변별력약화 등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왔지만,교육당국은 변별력 확보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왔다. 앞서 지난 수능 6월 모평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일부 사교육 업체가 킬러문항 출제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후정부 당국은 이와 관련한 대대적인 감사, 조사에 착수하고최근까지 중간 결과를 내놓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평가원장이 교체되기도 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수정한 정책논술문제로 본격적인 정책논술문을 작성해본다. 초안을 작성해본 후, 수정을 거쳐 최종 정책논술을 작성하는 방향을 제시해보았다. 첫 번째 작성한 정책논술문 주어진 문제와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논술문 초안을 작성해보면, 마치 거의 자료 수준이나 잡담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초안은 말 그대로 글의 출발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후 수정작업을 거쳐 글을 다듬으면 되므로 처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과감하게 작성해볼 필요가 있다. 제목: 교육구성원 상호간의 신뢰가 사라지면 교육체제는 무너지고, 그 결과 어떤 교육성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요? 3년 전, 현재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로 부임하면서 인성교육 차원에서 인사성을 길러 주기 위해 교문에서 항상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눈 맞춤과 함께 먼저 인사말을 건네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지금은 대부분 즐겁게 눈 맞춤과 함께 공손한 인사를 너무도 잘하고 있다. 자녀의 등교를 위해 오신 학부모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이에 대한 반응이 매우 우호적이라 퍽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가 조금 완화되어 등교일수가 많아진 작년 상반기부터 최근까지 시간이 지나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재택 원격연수가 길어지면서 습관이 안 되어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더 많은 학생들이 소위 지각을 하였다. 학교나 가정에서도 크게 인식을 못한 탓이라서 계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늦게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맞벌이 가정이라 학생들이 혼자 힘으로 등교하는 관계로 시간을 놓쳤거나, 부모님이 늦게 일어나는 관계로 지각하게 되는 경우이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학교와 학생이 협력하여 ‘등교시간 준수하기 캠페인’을 시작으로 늦게 등교하는 학생을 줄이는 협력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지각생은 거의 사라지고 학생이나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물론 요즘 학생생활지도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경우도 환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지각하는 것이 좋지 못한 습관이고, 특히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릴 때는 바른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인식을 교사나 학부모들이 같이 하고 있으며, 또한 이에 관한 학교방침에 대해 교육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어린 학생들에게서 교육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학교에서 지각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교사나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아동학대, 지나친 자유 억제 등 학생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서 보았다면 이 일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등교하는 시간을 지키는 협력 프로젝트를 실시한 것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칙을 어릴 때부터 잘 지키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만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이를 통해서 학교와 교사,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녀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향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학교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향이 더 강하다. 언론을 통해서 연일 보도되는 것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나 학교를 상대로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관련 부당행위로 고소·고발하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교사의 생활지도 방법이 정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동학대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결한 사례도 나오고, 학교폭력을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교사의 행동이 아동학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재판 결과에 대해 학부모가 다시 항소를 하여 해당 교사가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일부 교직원이 학교장을 상대로 괴롭히면서 고소도 하고, 이에 맞고소 당하는 학교도 있다고 하고, 업무태만에 대해 지도한 학교장에 대해 동료교사들에게 험담하는 글을 돌린 교사에 대해 학교장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교사들 중에는 동료교원들에게 학교장이나 동료교원하고 얘기할 때는 무조건 녹음하라고 공공연하게 권장하고, 이에 일부 교원들은 공식적인 직원회의나 간담회, 개별면담 시 특정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활용하기 위해 상대의 동의 없이 녹음을 하고, 이를 활용하여 학교장이나 동료교원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PART VIEW] 자녀 또는 학생교육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난 교육구성원들이 이유가 없거나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서로 불신하고, 나아가서는 서로 불신하도록 조장하는 관계 속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교육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몇 천 년이 지나도 우리에게 변하지 않는 지혜로서 지금까지 전해오는 성현들의 말씀들은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에 대한 무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자들이 완성한 것들이다. 후학양성을 중요한 과업으로 실천하신 퇴계 이황 선생님이 제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과 그 제자들이 스승에게 보이는 무한의 신뢰와 존경이 있어 아직도 그 정신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왜 이렇게 된 것인가? 교육을 하자는 것인가 하지 말자는 것인가? 한편 시간이 좀 많이 지나간 일이기는 하지만 2005년 3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을 아동인권 차원에서 개선할 것을 결정하였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일기장 검사는 아동인권 침해라고 보도하였다. 이후 지금까지도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일기지도나 일기검사를 대부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교사는 독서일기나 환경일기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학생들의 글짓기 능력 향상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과거 시행되었던 가정방문이나 가정환경조사서 제출도 인권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학교나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정보 부족 상태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교사들이 시행한 일기지도의 경우 대부분 개인정보 수집이나 검사라는 측면보다는 글짓기 능력 향상 이외에 학생과의 소통차원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실제 일기지도를 통해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무척 가까워졌으며 학생들의 희로애락에 대해 선생님들이 공감해 주어 상호간에 친밀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일기장에 키우는 강아지가 아파서 슬프다고 적은 학생에게 선생님은 ‘강아지가 아파서 마음이 무척 아프겠구나, 선생님도 빨리 건강해지기를 함께 기도할께’ 등의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고, 수업이나 생활지도 시 이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보다 친숙한 정보를 바탕으로 접근하여 보다 효과적인 관계형성과 교육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를 어른의 잣대나 법 또는 인권 등의 논리로 교육활동을 재단함에 따라 일기교육을 통한 학생과 교사의 소통 통로를 차단하고 불신감을 조장하여 교사와 학생과의 거리를 멀게 만들었다. 물론 일기장에 나타난 학생 개인의 정보를 유출하거나 악용하는 사태, 강제적 작성 또는 평가자료로 활용 등은 금지하거나 주의하도록 조치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일기교육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차단하여 지금처럼 지도할 수 없도록 만든 어리석은 행위, 그리고 교육활동을 교육논리로 보지 않고 법이나 인권, 경제 논리의 잣대로 판결하려는 시도들은 더 이상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최근 수업이나 생활지도 상에서 일어난 사소한 부분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 되면 교사도 무조건 일단 분리되도록 한 관련 법령도 자세히 보면 그동안 대부분의 학교나 교사,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굳건하게 지켜주었던 ‘신뢰라는 기둥’을 야금야금 갉아 먹어 오늘날의 교육현장 모습처럼 완전히 무너져 가게 만든 것이다.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곳이다. 물론 대학입시 등 경쟁위주의 교육이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초·중·고나 대학 전 과정에서 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교육구성원 상호간에 가장 중요한 신뢰의 끈을 끊은 채 진심을 담지 않은 형식적 교육, 즉 가짜 교육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신뢰가 없는 교육 속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가? 어떻게 보면 사실상 교육체제는 무너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가장 중요한 뿌리인 ‘신뢰’가 사라지면 교육은 무너지지 않겠는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교육을 잘 모르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일부 비전문가 집단들이 교육구성원과 제대로 된 상의 하나 없이 독단적으로 교육제도를 그리고 교육정책을 만들어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이상주의적 교육관을 가진 일부 무리들과 이념적이며 선거에서 자신만을 위하여 오직 권력만을 쟁취하려는 자들이 벌인 인기영합적·단편적·임기응변식 대처들로 인해 발생한 상처들이 누적되어 나타난 것인가? 아니면 흔히 이야기하는 학교나 교사들의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나 학부모들의 자기 자식만을 성공시키려는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최재천 교수 강연 내용 중 코로나 백신과 관련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대처해 온 것 중 화학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이기 장기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백신의 개발과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단기적으로는 화학백신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행동백신이 우리 인류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처방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그리고 사회가 사회답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근간인 교육구성원간의 신뢰관계 형성과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육현실을 보면서 지금이라도 현행 교육제도나 정책들 속에서 구성원간의 신뢰를 부정하거나 불신을 조장하는 것들이 없는지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는 교육제도를 구축하고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중앙 및 지방 교육당국에 학교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국방부에 현장 야전 병영경험이 많은 군인들이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듯이 교육당국에도 현장 교육경험이 풍부한 교원 출신을 많이 배치하여 오늘날과 같이 교육구성원간의 신뢰를 잃어 교육의 근간을 흔들게 하는 일을 최대한 예방하여야 한다. 학교나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수업이나 생활지도 시 발생할 수 있는 책임을 면해 주자는 면책권을 달라는 ‘이 슬픈 현실’을 뛰어넘어 학교나 교사는 원래의 역할인 교육과정구성과 운영을 잘 계획하여 수업과 생활지도에 매진하고,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를 잘 다닐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해 주고 지지하는 관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교육구성원들이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교육을 실천할 때 어린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한 원리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사실 거의 수필에 가까운 글이라고 할 수 있고 너무 장황한 글로 보인다. 그리고 앞뒤 문맥이나 일관성도 약해 보이고, 교육청 사업과의 연계성도 약해 보인다. 어쩌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기고문 성격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초보적인 글이 없다면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어렵고, 이를 정책논술문의 형식으로 진술하기도 어렵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정말 정책논술에 전혀 기초가 안 된 사람이 배워가는 과정으로서 제시하는 것이므로 오해가 없기를 기대한다. 사실 정책논술은 논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주제의식이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내용을 수필처럼 있는 그대로 다 진술하기보다는 정선하여 압축하고 이해가 쉽도록 작성해야 한다. 그래서 이 초안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전체를 다시 읽어보고 제삼자적 시각이나 출제자 내지 채점자 입장에서 수정할 사항들을 찾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러다보면 최근 알게 된 새로운 정보나 논리들도 추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를 위해서 다른 교육전문가들과 관련된 논의나 협의를 해 보아도 좋고, 관련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교육청 발행 잡지나 전문지 등 교육관련 자료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혜안을 찾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필자의 경우는 관련 교육청 발행자료들도 살펴보고 가능한 관련 교육 전문가들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관련 대화를 나누어 본다. 그럴 경우 필자가 보고 있지 못한 부분을 한두 가지는 반드시 발견하게 되어 만나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회현(會賢)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어서만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라 현인을 만나서 몇 마디 대화만을 해도 깨달음을 얻게 되는 기쁨이 있으니 너무 수줍어하지 말고 많이 만나서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듣는 것 또한 엄청난 공부임을 잊지 말자. 상기의 초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자료가 제시하는 현재 상황에서 교육에서 지켜져야 할 핵심 가치를 ‘신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특별히 잘못되어 보이지는 않다. 다만 글 전체를 전개해 가는 방식에서 너무 수필적이고 정책논술문이 갖추어야 할 논리적 체계를 갖지 못하였다. 물론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해 작성하였기에 그런 부분은 부족할 수 있고,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기에 너무 상심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또한 경험담들도 많고, 이에 대한 진술도 길어 분량 통제가 되지 못하였다. 또한 논제에 해당되는 제목이 보다 어필이 되거나 분명한 문제 인식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참고하여 며칠을 고민한 후 다음과 같이 수정하여 보았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의 글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인고의 자세로 계속 정진하여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실 글은 다듬고 또 다듬다보면 더 좋은 글이 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지나치면 완전히 딴 글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듬더라도 정책논술이 갖추어야 할 기본틀이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몇 차례 더 수정하다보면 좋은 글로 변할 수 있다. 중간단계에서 작성한 논술문 제목: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찌 교육이 잘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최근 언론을 통해 보면 학교교육의 현실은 소위 ‘약육강식의 정글 숲’과 같다고 느껴진다. 장기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불규칙적인 등교와 재택원격교육으로 인해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부분의 교원들은 좌불안석의 모습으로 교육활동을 하고 있으며 무사히 하루가 지나가기를 기도하면서 지낸다. 특히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해 관련 법규가 교사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약점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수업이나 생활지도를 방해하거나, 해당 학생이나 학부모는 교사가 제기하는 학생의 문제행동을 인정하기는커녕 역으로 자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교사의 행동에 대해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교사들은 학교폭력업무나 학급담임 담당, 부장교사 보직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어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다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교사들도 학생 지도 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실제 유사 문제가 발생하면 표면에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일부는 학교장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조치하려고 하면 신고 받는 것이 두려워 주저하거나 학교장이 모든 것을 대신해서 문제없이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이와 관련된 재판 결과에서 보면 교사의 생활지도 방법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으나 아동학대로 보기는 어려워 무죄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고, 담임교사가 학교폭력을 말리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한 행동이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하였으나 학부모가 이에 항소하여 해당 교사는 다시 수사를 받아야 하는 뉴스를 읽으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담임교사로서 겪고 있을 자괴감 등 심리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것뿐만 아니라 학교의 직원이 학교장을 상대로 괴롭히면서 고소하자 이에 맞고소하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동료교사에게 교장·교감과 얘기할 때는 무조건 녹음을 하라고 권하는 교사들이 있고, 실제 특정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녹음하여 자신이 불리한 경우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물론 학교장이나 교사가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일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흐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코로나 이전보다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상황의 전개가 점차 더 복잡해지고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 역사적인 사실이나 변혁기의 여러 징후들을 볼 때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지나갈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학교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교육 사회 질서 속에서 무엇인가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져 버린 느낌이 든다. 우리 선조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나라의 임금이나 스승, 가장인 부친의 은혜는 모두 같다’고 여겨 오면서 스승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겨왔다. 물론 스승이 제자들 앞에서 솔선수범하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며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훌륭하게 성장시켜야 한다는 소명감도 강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과거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강조한 것은 모든 교사가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녀를 가르칠 교사에 대해 신뢰하고 존경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데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지혜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러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교사로서 갖춘 교육전문성과 어린 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줄 수 있는 인격을 갖추었을 것이라는 인간적 신뢰 등이 그 근본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교사에 대한 전문성과 인격에 대한 신뢰가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부정당하거나 그런 계기를 주고 있는 경향도 있을 수 있고, 교원들 사이에도 서로의 존재나 역할에 대해 부정하고 독불장군 내지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경향도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이 지켜왔던 향약의 정신 속에서도 교육이라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교육구성원 모두가 협력하고 솔선수범하여야 가능하다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선조들이 왜 군사부일체를 강조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교육은 구성원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먼저 교사는 제자를 사랑하고, 제자는 교사를 존경하여야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오늘날 우리 학교교육 현실에서는 구성원간의 신뢰가 무너져 가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제대로 교육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급속한 경제발전과 사회 변화로 인해 문명은 발전하였으나 문화가 따르지 못하는 부작용에서 시작된 것인가? 물론 우리 교육환경도 짧은 시간에 콩나물교실에서 AI와 함께 개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을 만큼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또한 40~50년 전에는 어려운 나라를 살렸다는 교육입국의 주인공이라는 칭송을 들어 왔는데 30년 전에는 무능한 원로교사 한 명 퇴출시키면 영어와 컴퓨터를 잘하는 젊고 유능한 젊은 교사 몇 명을 교단에 세울 수 있다는 경제 논리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한 직종에서 정년이 3년을 단축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적인 문제로 교육제도와 교육과정이 요동을 치고, 선거를 통해 교육 기득권이 변화하면 승자 독식의 논리로 교육정책 수립과 인사를 운영하여 왔다. 또한 2005년 3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관행을 아동인권 차원에서 개선할 것을 결정하였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일기장 검사는 아동인권 침해라고 보도한 관계로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일기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교사들의 일기교육은 글짓기 능력 향상 이외에 학생과의 간접적 소통 활성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실제 일기지도를 통해 어린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계가 무척 가까워졌고, 학생들의 희로애락에 대해 선생님들이 공감해 주어 상호간에 친밀감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어른의 잣대나 법 또는 인권 등의 논리로 교육활동을 재단함에 따라 일기교육은 사라지고 학생과 교사의 소통 통로는 차단당하게 되어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하게 되었다. 또한 과거 시행되었던 가정방문이나 가정환경조사서 수집도 인권이나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금지하거나 최소한으로 요구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학교나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부족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렵게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활동을 교육 논리로 보지 않고 법이나 인권, 경제 논리의 잣대로 판단하는 시도가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오늘날처럼 교육구성원간의 신뢰는 더욱 멀어지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학교 교육활동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서로 변호사를 대동하여 학교 각종 위원회에 대신 참석시키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듣기 위해 고소·고발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교직원의 경우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 제도적인 문제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아동학대로 교사가 신고당하면 무조건 교사도 학급에서 일단 분리되도록 관련 법규가 정해져 있고, 실제로 이러한 사태는 오늘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여 면책을 요청하였더니 학부모단체에서는 생활지도가 정당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모든 교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고 한다.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과도기적인 현상을 학교현장의 교사들도 겪으면서 교사도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당국을 불신하게 되었고, 이는 더 나아가 교사·학생·학부모·교직원간에도 서로 불신하는 풍토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그 이외에도 세대간의 차이나 저출산고령화 사회, 워라벨, 사회·경제적 발전 등 또 다른 사회적 변인이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더 깊은 연구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교육의 끈을 이어주고 있는 교육구성원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현상은 궁극적으로 교육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시급히 그리고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아침 등교시간 이후에 오는 학생들이 전년도는 조금 있었으나 금년에는 급격히 많아져서 기초·기본교육 강화 차원에서 학생들을 포함한 구성원들과 협의하여 대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였더니 한 달 정도 지나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이는 부임한 이후 인성교육 차원에서 아침등교맞이를 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오신 학부모들과의 눈 맞춤과 인사를 먼저 건네는 방법으로 신뢰가 형성된 것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교직원들과 전교어린이회장단·학부모회 등의 협조도 큰 영향을 주었다. 만약 요즘 추세처럼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인권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면 논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구성원간의 신뢰라는 끈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작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최재천 교수의 생태전환교육과 관련된 강연 내용 중 코로나 백신과 관련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대처해 온 것 중 화학백신 개발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백신의 개발과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안다면 단기적인 화학백신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행동백신이 더 우리 인류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 그리고 사회가 사회답게 제대로 운영되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지켜져야 할까?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적 성과를 거두게 하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학생·학부모 그리고 교직원간의 신뢰관계 형성과 회복이 아닐까 싶다. 신뢰하지 않는 교사·학생·학부모 사이에서, 그리고 교직원 사이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 교육당국은 교육구성원간의 신뢰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여야 하고, 앞으로 추진할 교육정책들도 수립 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하여 반드시 시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나라를 지키는 중요한 일을 하는 국방부에 야전 실전경험이 있는 군인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처럼 중앙 및 지방 교육당국에도 학교현장을 종합적으로 경영하고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유능한 교원들을 많이 배치하여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현안 위주의 단기적·임기응변식·땜방식 교육처방을 지양하고 총체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현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교육제도나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이듯이 교육에서의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은 회복하는데 10년 20년 이상씩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정한 두 번째 글은 내용 전개상 초안보다는 체계성과 일관성이 좀 있어 보이고, 내용의 분량도 대폭 축소되어 읽기가 불편하지는 않다. 그리고 주제의식도 분명하고 서론과 결론은 어느 정도 흐름을 잡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본론은 다소 주관적이거나 일반화되지 못한 자신만의 경험을 진술한 경우도 많고, 진술 형태 첫째, 둘째 … 이런 형태로 되어야 하며, 해결방안 또는 지원방안도 문제점의 순서에 따라 일관성 있고 논지와 논거를 갖추어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한 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이 두 번째 글 역시 초안의 형태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하나씩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것도 초보들에게는 매우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인내하는 자세로 잘 작성된 정책논술문을 참고하고 기본틀의 입장에서 좀 더 수정하면 훨씬 좋은 글이 될 수도 있다. 최종 정책논술문 작성하기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면 관계상 최종 정책논술문 예시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최종적인 정책논술문은 지금까지의 설명을 바탕으로 본인이 직접 작성해 보는 것이 가장 피와 살이 되기 때문에 여백의 미처럼 다소 남겨 두겠다. 다만 이후 두 번째 초안을 수정하여 최종 정책논술문을 작성할 경우 참고할 사항을 몇 가지 얘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정책논술문 체제를 갖추기 위해 상기 문제의 경우 서론, 문제점, 학교 지원방안, 결론의 순서로 진술하는 것이 체계적인 면에서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 문제에서 제기한 핵심가치는 문제에서 필요하면 개념 정의를 해야 할 경우 서론에 포함시키듯이 서론에 포함시켜도 되고, 아니면 서론과 문제점 사이에 별도로, 또는 서론 다음 핵심가치 및 문제점으로 묶어서 제시해도 된다. 다만 필자는 서론 부분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 차선책으로는 서론과 문제점 사이에 독립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제목은 의문문으로 진술하는 것이 인상적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지 않아 필자는 지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제에 해당되는 부분이므로 대표성이 있는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그 글 전체의 얼굴이기에 인상적인 단어 사용이나 표현을 권장한다. 사실 수많은 응시자의 정책논술문을 채점하다 보면 제목을 보고도 그 무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에 중요한 부분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가제를 정해서 작성한 후 글이 완성된 다음에 제목을 수정해서 확정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 기획서 작성할 때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 세 번째, 본문에 해당되는 문제점이나 학교 지원방안을 진술할 때 교육청에서 발행하는 주요업무보고서나 초·중등 장학계획, 교육청 발간 주간지·월간지·계간지의 관련 사업내용을 활용하여 해당 용어나 사업명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술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출제자나 채점자가 모두 교육청 관계자들이고, 교육전문직원 시험은 교육청에 들어와서 얼마나 업무를 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니까 학술논문이나 개인 경험 등에서 나오는 내용이 해당 문제의 채점기준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서론·본론·결론의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일관성이 있도록 진술해 나가야 한다. 다시 한 번 읽어보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읽어보게 한 후 평을 들어보면서 쉽게 읽어지는지, 무슨 내용을 말하는 것인지, 공감은 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보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 번째, 정책논술문의 분량적인 측면도 고려해서 서론·결론·본론의 내용들을 잘 조절할 필요가 있다. 본론의 경우가 채점기준에 가장 많이 들어 있는 부분이니 1/2 정도는 할당을 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서론과 결론은 각각 1/4씩의 분량을 제공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고 백견이 불여일각(百見不如一覺)이라는 말이 있듯이 귀로 듣지만 말고 직접 보는 것이 좋지만 보는 것보다 직접 느껴보는 것은 더 좋은 일이다. 즉 직접 글을 써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듬어서 완성해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학교에서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 덕에 어깨와 허리가 점점 아파질 때쯤, 한창 유행하던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무거운 몸으로 기구 위에 나를 얹어 이리저리 비틀거리다보면 강사가 ‘코어에 힘을 주세요’라고 말한다. 신기하게도 배꼽 언저리에 힘을 주고 호흡을 가다듬으니, 조금씩 내 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운동할 때 말하는 ‘코어(CORE) 힘’이란 인체 중심부를 지탱하는 근육의 힘을 일컫는다. 코어 힘이 부족하면 신체 균형이 무너지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이를 영어학습에 빗대어 보자. 학생들이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위해 바로 세워야 하는 코어 힘은 무엇일까? 교사가 제대로 코어 힘을 세워 준다면 영어시간 내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아이들도 신나게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의사소통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은 학생의 삶과 연계한 실생활 맥락에서 영어로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영어 사용 공동체 참여자들과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서는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한정적인 표현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조건에서 제작된다. 그래서 실생활 맥락에서의 언어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교사가 엄선한 추가 자료로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그중에도 그림책은 아동의 시선에서 아동의 관심사와 아동의 삶을 반영하여 제작된 문학작품이기에 좋은 언어자료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배운 표현을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녹여낼 때(개인화), 비로소 실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협력적 상호작용은 의사소통과정에서 교사-학생 간의 일방적인 묻고 답하기가 아니라, 학생과 학생 간의 반복적인 연습활동으로써 도울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영어 의사소통능력의 코어(Core) 힘을 세우기 위해서, 교사가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정한 영어 그림책 활용 수업을 연구하였다. 먼저 학생들의 의사소통 활동에 도움이 될 만한 그림책을 선정하고, 교과서 내용을 재구성하여 수업활동에 적용하였다. 영어 그림책 내용을 일일이 해석하며 가르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영어 그림책을 활용하여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의사소통기능을 교과서와 연계하여 익히고, 협력학습을 통해 즐겁게 표현을 연습하며, 자기 삶에 응용하여 개인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림책 활용 수업의 준비 영어수업을 연구하며 만난 영어전담교사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활용할 때 실질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다. 가장 첫 번째는 그림책 종류가 너무 많고, 학생들의 수준이 각각 달라 어떤 책을 선정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책을 읽어 주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어떤 교사는 자신이 발음이 좋지 않아서, 다른 교사는 하루에 여러 교실을 돌아다니며 책을 실감 나게 읽어 주기가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마지막 이유는 영어책의 높은 가격이다.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20여 명의 아이에게 영어책을 모두 나눠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학교 예산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다. 나 역시 이와 같은 어려움에 크게 공감했고,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다.[PART VIEW] 첫째, 책 선정 기준 세우기 영어 그림책 활용 수업을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제공할 만한 언어자료로서 적합한지 판단하는 나만의 기준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1년간 수업에 활용하고 싶은 도서를 선정하고 목록을 작성하였다. ➀ 렉사일(Lexile)지수, AR지수 등의 독서지수가 학습자들에게 맞는가? ➁ 학생들의 70~80%가 이해할 수 있는 어휘가 많은가? ➂ 교과서의 핵심 의사소통표현과 관계가 있는가? ➃ 글의 형식에서 반복적인 패턴이 보이는가? 먼저 영어 도서의 읽기 난이도를 분류하는 공인된 기준인 독서지수를 활용하였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이 어느 정도의 독서지수인지 먼저 파악하고, 그 이후 비슷한 수준의 도서만을 검색하였다. 그렇게 검색한 도서 중에서 우리 학교에서 사용하는 영어 교과서의 핵심 표현 또는 교과서에서 다루는 단원의 주요 대화 주제(음식·색깔·계절 등)에 관한 책인지 판단했으며, 학생들이 이해하고 예상하기 쉽도록 같은 형식의 문장에서 단어를 바꾸어 반복적으로 읽도록 유도하는 패턴북을 주로 사용하였다. 둘째, Read Aloud(소리내어 읽어주기) 영상 활용하기 교과전담교사의 특성상 여러 교실에서 같은 수업을 해야 하기에 계속해서 책을 읽어주기 쉽지 않다. 실물화상기로 보여주는 책은 교실 TV로는 텍스트 부분을 선명하게 보기 어려우며, 교사 입장에서도 책을 계속해서 읽어 주기란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런 환경 을 개선하기 위하여 Read Aloud(소리내어 읽어주기)를 활용하였다. Read Aloud란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서 영어권 국가의 사서 또는 영어교사들이 영어 그림책을 직접 보여주면서 소리 내어 읽어 주는 영상이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 시기를 겪으며, 많은 사서와 교사들이 이 영상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조금만 검색하면 원어민 화자가 책 스캔 화면을 넘겨주며 또박또박 책을 읽어 주는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영상 찾기가 어려운 경우는 학교 원어민교사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으로 영상을 제작하여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방법으로 Read Aloud 영상을 구하여 링크를 QR코드로 변환하고, 교실 TV에 띄워 주어 학생들이 개인 태블릿 기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또한 개인별 이어폰을 별도로 준비하여 시청하는 영상의 음성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방법을 활용하면 교사는 책 구입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태블릿을 활용하여 책을 보는 방법, 기기 접속에 관한 문제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들 역시 TV 화면에 뜬 그림책의 작은 글씨를 눈을 찡그려 볼 필요 없이 각자 책을 감상할 수 있으며, 영상 속도를 조정하거나 되감는 등 필요한 학습방법을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다. 셋째, 책 스캔본 활용하기 Read Aloud 영상을 활용하여 텍스트를 듣고, 눈으로 읽는 이해 학습이 끝나면,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여 책을 직접 소리 내어 읽어 볼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이때 영상을 멈춘 후 읽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보다 효율적인 읽기 학습을 위하여 Read Aloud 영상의 일부분을 캡처하거나 책 일부분을 스캔하여 수업에 활용하였다. 보여주고 싶은 부분은 구글 슬라이드를 활용하여 QR코드로 작성하고,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자신의 태블릿으로 코드를 스캔하여 책 읽기 학습에 참여하였다. 교과서 차시 재구성 그림책 영상을 개인별로 감상하며 따라 하고, 협력적으로 읽을 수 있는 학습환경을마련한 뒤 그림책을 활용한 영어수업을 위해 기존 교과서 차시를 재구성하였다(표 1 참조). 교과서가 듣기·말하기·읽기·쓰기로 점차 언어기능이 확장되도록 구성된 점에 착안하여 1~3차시에는 교과서에서 익히는 핵심 표현에 집중하며 핵심 어휘와 핵심 표현을 말하고 읽는 학습에 초점을 맞추었다. 4차시부터는 그간 엄선한 그림책을 적용하여 순차적으로 영상보기(view), 함께 읽기,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쓰기, 쓴 내용을 발표하며 나누기 활동 단계로 수업을 재구성하여 단원의 핵심 표현을 확장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수업의 재구성 그림책 활용 수업을 위해서는 나름의 수업체계가 필요했다. 따라서 학생들이 영어실로 이동하는 시간부터, 영어실 밖을 나서는 순간까지를 하나의 수업으로 보고 수업활동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었다(표 2 참조). 실제 수업사례: ‘라떼는 말이야~’와 수업 활용도서 When I Was Five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지나고 돌아온 8월이었다. 2학기 첫 단원은 ‘8. I Went to the Beach’로, 과거에 있었던 일에 대해 소개하는 의사소통 표현을 배우는 것이 목표였다. 1~3차시 학습을 통해 우선 이 단원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 어구 표현과 질문 및 응답하기를 학습하였다. 이후 새로운 상황에서 이 표현을 적용해 보고자, 4~6차시에서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을 하였다. 수업을 위해 선정한 도서는 아서 하워드(Arthur Howard)의 When I Was Five였다. 이 책은 렉사일지수가 300L로, 원어민 화자 4~7세 수준의 어린이가 읽는 난이도의 책이다. 우리나라 5학년 어린이가 읽기에 적당한 난이도의 어휘가 등장하며, 비슷한 표현이 반복되는 패턴북이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지난 1학기에 학습했던 ‘My favorite is…’와 같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단원과 관련되어 있어 지난 학습내용을 다시 상기하기에도 적합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창 사람들이 말했던 ‘라떼는 말이야’라는 유행어가 떠오른다. 6살이 된 남자아이가 자신이 다섯 살이었을 때와 여섯 살이 된 지금을 계속해서 비교하는 내용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착안하여 학생들에게 이 책을 읽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글을 써서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첫째, 책으로 들어가기(4차시) 과거와 현재의 변화에 주목할 수 있도록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활용하였다. 오른쪽 사진처럼 작은 강아지(little)와 깨끗하고 새것(new)의 인형, 다 큰 강아지(big)와 낡고(old) 지저분해진 인형을 두고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 앞으로 읽을 책에서 나오는 새로운 어휘를 학습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간단하게 어휘를 살펴보고, Read Aloud 영상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배울 책을 듣고 따라 말해 보도록 안내하였다. 영상을 시청함과 동시에 주인공의 과거와 관련된 물건, 현재와 관련된 물건을 선으로 연결 짓도록 하여 내용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이전 차시의 교과서에서는 ‘I visited Jeju’와 같이 과거 동사를 활용한 문장을 학습하였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나서는 자신의 모둠에서 그림책 속 남학생이 과거와 현재에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He liked cowboy, now he likes astronaut”등이다. 마지막으로 클립과 연필을 활용한 피자 돌림판 게임을 활용하여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비교하는 말을 하는 활동을 하였다. 가령 피자 판의 칸이 ‘favorite toy’이었다면, 학생은 “My favorite toy was Lego, now my favorite toy is smartphone”과 같이 말할 수 있었다. 둘째, 그림책에서 함께 익히기(5차시) 이전 차시에서 구두로 익혔던 과거와 현재 비교 표현을 직접 문장으로 읽고, 글로 써 보는 활동을 하였다. 이전 차시에서는 그림책 영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개념에 익숙해졌다면, 이제는 직접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고 그림책에서 문장 패턴 발견하기를 목표로 하였다. 먼저 그림책의 각 페이지를 스캔한 구글 슬라이드를 태블릿으로 볼 수 있도록 하여, 학생들이 모둠에서 서로 역할을 나누어 두세 번 정도 책을 반복해서 읽어보는 시간을 주었다. 이후 다시 한번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생각하며, 주어진 틀에 글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은 자기가 생각한 것을 바로 문장으로 옮겨 적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에 문장 틀을 주고 빈칸을 채워 자신의 생각을 적도록 안내하였다. 이후 문장 쓰기가 끝나고 학생들은 서로의 글을 돌려 읽으며 맞춤법이나 문장 부호 등이 잘못된 것이 있는지 서로 고쳐주는 시간을 가졌다. 셋째, 책을 나에게 적용하기(6차시) 6차시 수업에서는 지난 시간 작성한 문장을 다시 포스터에 옮겨서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 그 포스터를 서로에게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학생들이 서로 고쳐 준 부분을 교사가 확인한 후, 공통적으로 나타난 오류를 함께 확인하였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이 쓴 글을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글을 그림과 함께 포스터로 나타내었다. 이후 모둠에서 한 사람씩 일어나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글을 발표하고, 각자 평가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마치며 3차시에 걸친 그림책 활용 수업을 통해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기존 교과서에서 배웠던 learn, visit, play와 같은 기본 단어들을 활용하였으며, 움직임을 나타내는 단어인 동사가 과거를 나타내는 상황에서는 모양이 바뀐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은 교과서의 제한된 표현만으로는 현재를 나타내는 문장과 과거를 나타내는 문장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어법적인 규칙을 놓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의 과거와 자신의 현재를 비교한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포스터 만들기 활동에 큰 흥미를 보였다. 자신의 삶에서 출발한 학습이 학생들에게 가장 유의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다른 친구의 포스터를 보면서 미처 고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하거나, 자신이 쓰고 싶었던 표현이라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친구들과 즐겁게 활동하며 영어로 즐겁게 의사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함께 배우는 협력수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올여름은 이상기온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평소 안 보이던 벌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여름에 출몰하는 벌레들의 특징과 퇴치 방법을 준비해 봤습니다. Q1. 여름이 되면 항상 보이는 초파리! 음식물을 잠깐만 상온에 방치해두면 초파리가 귀신같이 달라붙어 있는데, 초파리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건가요? 초파리는 주로 따뜻한 곳에서 부화되기 때문에 여름에 주로 발생합니다. 사실 초파리는 갑자기 과일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일에 이미 알을 깠는데 그걸 모르고 과일을 사 와서 따뜻한 날씨에 빠르게 부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초파리의 초는 식초 초(醋), 영어로는 fruit fly입니다. 그래서 달달하고 새콤한 냄새를 아주 좋아하는데, 몸집도 2~5mm로 엄청 작기 때문에 이러한 과일이나 시큼한 냄새에 이끌려서 일반 방충망 뚫는 건 아주 쉽다고 해요. 초파리가 금방 많아지는 이유는 강력한 번식력 덕분입니다. 초파리는 성충이 된 후 12시간 정도 지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을 수 있는데 한 번에 수천 개의 알을 낳습니다. 게다가 임신기간은 고작 10일입니다. 그러면 퇴치는 어떻게 할까요? 과일이나 음식은 최대한 냉장 보관하고, 산란 장소를 공략해 줘야 합니다. 초파리는 주로 하수구·싱크대 쪽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화장실 하수구나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초파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초파리 유전자는 사람이랑 60% 겹치고, 한 세대가 10일 정도로 아주 짧기 때문에 유전학 연구에 엄청나게 활용됩니다. 실제로 한 연구 분야 중에서 노벨상을 최다수상한 게 바로 초파리 관련 연구들입니다. 초파리 덕분에 여섯 번 넘게 노벨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Q2. 서울·경기 도심지에 검은색 빨간색을 띠는 벌레 두 마리가 붙어서 떼로 다녀서 많은 분이 놀라셨을 텐데 이 녀석의 정체가 뭘까요? 최근 유튜브에서도 북한산에서 엄청나게 떼를 지어서 다니는, 심지어 1+1행사처럼 둘이 붙어 다니는 이 녀석 때문에 아예 등산을 못 한다는 영상이 떠돌았습니다. 정식 학명은 플리시아 니어티카(계피우단털파리)이지만, 하루 종일 짝짓기를 하고 다녀서 러브버그(사랑벌레)라고도 부릅니다. 이 녀석은 원래 5월 말에서 6월 초에 간간히 산발적으로 나타나는데, 왜 올해는 유독 7월 초에 이렇게 엄청나게 대량으로 발생했을까요? 이 녀석의 부화조건 때문입니다. 러브버그는 하천에서 발생한다는 말이 떠도는 데, 사실이 아닙니다. 산의 흙에서 발생합니다. 중요한 건 아주 습한 축축한 흙 조건이 되어야 부화가 됩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장마가 엄청 길었고, 러브버그의 부화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한꺼번에 많이 부화해서 서울 및 경기지역을 점령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왜 붙어서 날아다닐까요? 러브버그 즉, 계피우단털파리는 성충이 되면 죽을 때까지 짝짓기만 한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를 자세히 보면 덩치가 작은 게 수컷이고(사진의 오른쪽), 덩치가 큰 게 암컷입니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가 끝나도 계속 붙어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저렇게 붙어있는 거라고 하네요. Q3. 그럼 러브버그는 해충일까요? 그나마 다행인 게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닙니다. 익충이라고 해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도 않으며, 질병도 옮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썩은 잡초를 먹어 치우고, 꽃에 꿀을 먹기 때문에 꽃들의 수분을 돕고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짝짓기하는 괴상한 모습, 사람·외벽·물건 등에 날아드는 습성과 대량 발생이 혐오감을 일으켜서 해충 취급을 받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약간 산성을 띠는 이 녀석들의 내장입니다. 대량으로 몰려다니며 며칠간 짝짓기를 하다가 죽으면 그 시체가 부패하며 드러나는 내장이 산성을 띠는 탓에 한두 시간만 지나도 치우기 어려워지며, 자동차에 달려드는 습성으로 인해 달라붙어 죽은 시체가 도장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골칫거리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Q4. 회색깔 하트모양 나방파리를 아세요? 다음 준비한 건 바로 여름만 되면 화장실에 날아다니는 회색깔 하트모양의 나방파리입니다. 날개가 하트모양이라서 좀 귀엽기도 한 이 녀석은 나방일까요? 파리일까요? 네, 파리입니다. 이 녀석은 우선 털이 아주 빽빽해서 샤워기로 막 뿌려도 전혀 날개가 젖지 않습니다. 방수에 모든 스탯을 찍었죠. 나방파리 역시 해충은 아닙니다. 파리처럼 윙윙 큰 소리를 내거나, 사람 몸에 붙거나, 모기처럼 사람 피를 빨거나,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하수구 마개를 열고 손가락을 넣어 관을 만져보면 미끌미끌한 물때가 끼어있는데 거기에 주로 알을 낳습니다. 이 녀석을 없애는 방법도 초파리와 동일합니다. 싱크대·하수구·정화조 등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Q5. 예전에는 러브버그 대신에 그 빨간색 매미 중국꽃매미가 엄청 떼로 돌아다녔잖아요? 그런데 요즘 잘 안 보이더라고요? 중국꽃매미는 나방파리·러브버그랑은 다르게 익충이 아닌 엄연한 해충입니다. 2007년~2008년에 전국 각지에서 다수 발견된 이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전역에서 꽃매미 수가 급증하여 일약 네임드 해충으로 등극하게 되었어요. 이 꽃매미들은 유충일 때도 농가의 과일 등을 먹으며 피해를 주고, 성충인 꽃매미로 탈바꿈해서도 피해를 줍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꽃매미는 추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2010년 겨울, 역대급 한파가 찾아왔을 때 대부분 동사한 덕분에 이듬해부터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심과는 다르게 아직도 농가 쪽에는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꽃매미의 주된 먹이원인 복숭아나무·배나무·포도나무가 괴멸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해충들을 더 자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해충은 기온이 상승하면 번식을 더 활발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연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서식에 유리한 열대기후 조건이 되어서 다시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포식종들은 개체수가 줄었기 때문에 러브버그처럼 몇 년 안에 대량 번식을 해서 한 번에 폭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Q6. 익충은 참고 살 수 있어도 이런 해충들은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요? 생태계를 잘 관찰해보면 특정 종만 죽어라 노리는 천적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이러한 해충들만 노리는 천적들이 한둘씩 발견이 되는데, 최근 오직 꽃매미만 노리는 천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벌 중에는 다른 곤충에게 알을 낳아서 그 곤충의 몸속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곤충을 먹고 성장하며 곤충을 죽이는 기생벌들이 많습니다. 그 기생벌 중에서 꽃매미만 노리는 꽃매미벼룩좀벌이 있습니다. 이러면 농약 없이 친환경적으로 생태계를 안 건드리고 자연방재가 가능한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농진청에서는 이렇게 생물 천적을 발견하고 개량하여 자연친화적으로 해충을 섬멸하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통해서 국내에 해충들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 교사는 교실 안에서 수업하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업무에도 적용되어서인지 학교현장의 업무는 각자도생인 경우가 많다. 물론 전임자·담당부장·교감·교장과 의논하며 처리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업무담당자가 맡아서 해야 할 일들이다. 내가 맡은 업무가 하나라고 가정할 경우, 담당부장은 부장의 고유한 업무와 담당부서의 계원들이 맡은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장·교감은 24개 학급일 경우 교사 24명과 교과전담교사 3~4명의 업무까지 파악하고 처리해야 한다. 학교에서 하는 일을 보면 없는 게 없다. 공사·이사·청소·도색·소독·방역·보건·급식 등 다양한 업무에다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안 되는 게 없을 정도로 처리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 책임지고 있는 업무와 민원들이 과연 교원들이 담당해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앞선다. 쏟아지는 업무, 각자도생의 교육현실 필자는 일반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영어학원 강사를 거쳐 수능을 치르고, 교대에 들어가 초등교사가 되었다. 학원에서 강사로 일할 때에는 영어 한 과목만 가르쳤고, 수업준비와 학부모상담(당연히 수업내용에 관한 것으로 생활지도는 하지 않음)이 업무의 전부였다. 그러나 초등교사가 된 이후 학교에는 수업과 관련 없는 업무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 학교에서는 외국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한 반에 4~5명 정도 되는 탓에 영어교과전담교사가 기피업무였다. 따라서 영어교과전담교사가 되면 다른 업무는 맡지 않았다. 업무를 맡지 않아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이것이 족쇄가 되었다. 원어민교사가 들어오고 관련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새로 생긴 업무라 전임자도 없어서 공문과 지침을 보면서 업무를 처리했다. 원어민교사 담당업무를 맡게 되면, 원어민교사 숙소 관련 업무(숙소 계약·이사·청소 등), 원어민 복무관리(근무계약, 나이스 복무처리 등), 방학 중 캠프(방학마다 2~3주) 관리자 업무를 하게 되어 방학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독립적인 원어민이 배정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원어민이 배정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도와줘야 하는 일(인터넷 설치, 전자기기 고장, 관리실 연락, 병원 진료 등)이 생겨났다. 당시에는 근무시간 이후 원어민 지원 업무를 할 때 초과근무를 신청하거나 출장을 달고 가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원어민 업무를 한 해만 하고 다음 해에는 다른 분이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들이 모두 기피하는 바람에 하던 사람이 계속하거나 신규교사에게 넘기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9~10년간 영어교과전담교사를 울며 겨자 먹기로 했다. 푸른 꿈을 품고 초등교사가 되었는데 원어민 뒤치다꺼리하다 교직 인생을 마칠 것 같다고 괴로워하시는 분도 있었고, 업무 스트레스로 병을 얻어 의원면직하신 분도 있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는 학년부장과 생활부장을 함께하는 겸임부장을 맡았다. 학생들도 온순하고 학부모들도 협조적인 학교였고, 그 당시에는 선생님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남아 있어서 학교폭력업무로 학부모들과의 갈등이 없었다. 그래도 학교폭력 담당자는 필자 혼자여서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항상 신경을 써야 했다. 학년부장도 맡고 있어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2월에 교육과정을 짜야 한다. 막상 학년부장을 맡고 보니 교육과정을 작성할 때 지켜야 할 내용이 뭐 그리 많은지, 어떻게 지침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려워서, 뭐라도 하나 빠뜨리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했다. 지금도 각 학교마다 학년교육과정 작성업무를 누가 하느냐로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학년부장이 담당하는 학교도 있고, 연차가 낮은 젊은 선생님이 맡는 학교도 있다. 이후 학교교육과정을 총괄하는 연구부장이 되었을 때에는 더 큰 부담으로 밤늦게까지 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뿐 아니다. 체험활동을 할 때 버스 계약은 행정실에서 하지만, 사전답사·경비산정·참석자 파악·불참학생 지도계획 및 체험활동 계획수립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교사 몫이다. 또 체험활동 당일에는 버스안전 점검, 버스 운전사의 음주 측정, 학부모에게 안내문자 발송 및 학부모 전화 응대 업무를 해야 하고, 체험활동 후에는 불참학생 경비 환불 및 체험학습비 정산 등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수학여행을 가게 될 경우에도 학부모를 포함한 위원회 구성과 회의 소집 및 회의록 작성, 학부모와 함께 가는 사전답사 등 더 복잡한 절차와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담임으로서는 학생 출결과 관련하여 학부모의 문자와 전화에 응대하고 개인체험학습신청서와 보고서 처리 및 관련 서류 수합(여러 번 전화해야 내주시는 분들이 많음)은 기본이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학부모의 문자와 전화는 당연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학년 담임일 때는 하교지도를 하면서 누구는 방과후학교, 누구는 학원버스, 누구는 학부모 인계 등 학생 한 명 한 명 신경 써야 했고,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야만 할 수 있는 부진아 지도는 참가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고마웠다. 참석하지 않아 수업 중 교육활동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 그 학생을 지도하는 것도 담임의 몫이 되었다. 싫어하는 학생과 다른 반이 되게 해달라거나 담임을 바꿔 달라는 민원에도 응대해야 했다. 언어가 달라 소통이 안 되는 학생(러시아어·중국어 등)이나 탈북민 자녀들(학부모가 학교나 교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우리와는 전혀 다름)을 지도하고 학부모에게 학교 교육활동을 안내하는 것도 오롯이 담임의 몫이다. 특수학생이 있으면 특수교사 및 학부모와 함께하는 개별화교육 회의에 참가하고 그에 맞게 통합수업의 교육활동을 운영하는 것도 당연히 담임의 일이다. 겸임부장을 맡은 다음에는 업무지원팀 부장을 맡게 되었다. 이전에는 교사 모두 업무를 하나 이상 맡고 있었지만, 수업준비에 집중하라는 의도에서 몇몇 부장이 업무지원팀으로서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나머지 교사들은 오롯이 담임으로서 교육활동에만 전념하는 제도이다. 그러다 보니 업무지원팀 3~4명이 30명 이상 되는 교사들의 업무를 모두 처리해야 했다. 처음 업무지원팀을 맡고 몇 달 동안 밤 9~10시까지 일을 하면서도 초과근무나 특근매식비를 신청하는 법을 몰라 내 돈으로 저녁을 사 먹고 일을 했다. 이제는 초과근무·특근매식비 신청을 잘 알지만, 초과근무는 신청해도 특근매식비는 사용하기가 불편하다. 특근매식비 8,000원으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수당은 4시간만 주어지니 더 늦게 근무해도 수당은 없다. 지난 12년간 업무지원팀으로 일을 하면서 필자의 교직생활은 수업연구와 교육활동보다 행정적인 일들로 가득 찼다. 교사로서의 정체성 대신 행정업무담당자에 더 가까웠다. 수업은 12~15시간 담당하였지만, 2~3월과 11~12월은 거의 밤 9시까지 근무를 했다. 코로나 시기에는 더 오래 근무해야 했다. 아마 모든 교사들이 맡은 일을 묵묵히 해 왔기에 학교에서는 교사가 만능 해결사가 되었고, 그에 비례해 업무는 한없이 늘어만 갔다. 업무지원팀으로서의 부장 명칭은 생활안전부장·창의인성안전부장·연구혁신부장·교무혁신부장·혁신정책부장 등이다. 명칭 뒤에 숨은 업무들이 무수히 많다. 교육부에서 고시한 교육과정 내용을 제외하고 처리한 기타 업무들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지원어르신 일자리 사업, 안심알리미 및 안심번호, 학교안전도우미, 방학 중 영어캠프 운영, 교내 민방위 훈련, 학교보안관 계약, 안전계획(CCTV 등 시설 내용 포함), 방과후학교 운영(정산업무 포함), 돌봄교실 운영(코로나의 경우 임시돌봄까지 운영) 등이 있다. 또 학부모회 예산 처리(교육청·구청 등에서 학부모 관련 예산을 학부모회에 주지만 실질적인 처리는 담당자가 해야 함), 각종 공사(틈새 사업, 꿈꾸는 연구실, 꿈을 담은 놀이터, 꿈을 담은 교실 등) 예산 신청 및 공사 시 이전 계획 및 운영 등 이런 일을 처리하면서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교사를 위한 학교는 없다 최근 들어 교사의 업무고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안타까운 희생이 계기가 돼 마음이 아프지만 차제에 교육현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생각해 봤다. 첫째, 업무처리의 연계성 확보이다. 학교에서는 처음 업무를 맡으면 사실상 매뉴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년도 업무담당자가 학교에 있는 경우에는 간단히 물어보거나 처리한 공문을 공람하여 업무처리 상황을 볼 수 있지만, 그것도 2월 말 3월 초에나 가능한 일이다. 전년도 업무담당자도 새로운 업무를 맡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시시콜콜 여러 번 물어 보기도 어려운 일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3년간 또는 5년간의 실적을 제출해달라는 국회의원·시의원·교육청의 자료요구 공문이 오면(그것도 오전에 공문을 받았는데 오후까지 또는 내일까지 제출) 자료를 찾기 정말 어렵다. 에듀파인 시스템 업무담당자에게도 전년도 자료열람 권한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공통적인 사항은 교육청 지침으로 정해야 한다. 예컨대 장기결석을 3일~10일 사이로 정하고 이를 학교에서 결정하게 하는 것이 개별 학교 상황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다. 생활기록부 기록은 학교 상황과 관련 없이 교육청 지침에 따라 기재되어야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학교 재량으로 넘기게 되면 업무담당자는 교장·교감·교사의 의견을 수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살피면서 지침과 법령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지 알아보고 관련 회의를 주관해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셋째, 실질적인 업무경감 대책 마련이다. 교육청에서 업무경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 학교현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업무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수업시수 경감 관련한 강사 예산을 보내주지만, 강사를 뽑고 시간표를 새로 정하는 것도 교사의 일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업무가 경감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넷째, 각종 위원회 통합 및 운영 간소화가 필요하다. 학교 재량으로 정하라고 한 여러 가지 사항들은 반드시 위원회의 회의를 거치거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 각종 위원회가 있고 그 위원회마다 각각 다른 위원 구성, 다른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교사 한 명이 여러 개 위원회 위원이 되어야 할 만큼 위원회가 많다. 다섯째,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영역은 행정실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행정실 인원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이기에 교사들이 담당하여 처리하는 부분이 있다. 각종 공사, 소방안전, 가스안전, 상하수도 관리, 전기시설 관리 등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교육청 차원에서의 예산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괄적으로 같은 예산을 배부하면 학교 규모에 따라 예산이 부족한 경우 부분 공사만 하게 되어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기도 하고, 공사업체에서는 학교회계의 맹점을 이용하여 엉터리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달라고 하거나 갑질 신고를 운운하기도 한다. 필자는 일을 처리하면서 가끔 농담처럼 말한다. “뭔가 잘못하거나 빠진 건 없겠지? 잡혀가지는 않을 거야.”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업무 범위가 너무 넓고 업무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또 매년 바뀌는 지침, 변경되고 추가되는 조항, 추가되는 위원회, 점점 복잡해지는 절차와 많아지는 제출 서류 등이 줄을 서 있어 부담스럽고 너무 버겁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어떤 업무를 맡게 될지 겁내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 필자 역시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마다 잘할 수 있을까, 마무리 지을 때마다는 잘못한 것 없이 잘 처리했는지 겁이 난다. 하지만 학교에서 해야 하는 일이니 누군가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누군가는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어려운 업무를 맡은 선생님을 도와줄 교장·교감·전임자 모두 여력이 부족하니 각자도생이다. 교문 밖의 교통지도나, 학원, 학교 밖 놀이터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다툼, 급식실의 가스안전처럼 학교나 교사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방해한다. 학교와 교사는 만능 슈퍼맨이 아니다. 교사가 내실 있는 수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이 행복한 교실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 업무 내용이 조정되고 개선되기를 소망해 본다.
정부가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나라 학생의 글로벌 역량 제고를 위해 국제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기로 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전방위 전략을 세우고, 유학생 편의에 맞춰 관련 제도 역시 대폭 손본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사진)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을 발표했다.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통한 세계 10대 유학강국 도약’을 목표로 유학생 유치, 학업‧진로 설계 등 단계별 전략을 제시했다. 2022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은 16만7000명 정도로, 4년 내 2배 정도의 양적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학생 유치 전략은 ▲유치 관문 혁신적 확장 ▲지역맞춤형 전략으로 지역산업에 필요한 유학생 유치 ▲첨단‧신산업 분야 선도 유학생 유치 ▲잠재적 수요 확보 범부처 협력 기반 구축 등이다. 우선 광역 지자제 단위로 ‘해외인재특화형 교육국제화특구’를 지정한다. 해외 한국교육원 내 ‘유학생유치센터’ 설치를 통해 현지의 유학수요 발굴 등을 지원한다. 교육국제화역량 인증제 개편도 검토하고 대학 학사제도 등 규제 걸림돌을 혁파한다. 또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차원에서 유학생 유치부터 학업‧진로설계, 취업 연계까지 아우르는 지역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대학-지역기업-지자체가 함께 ‘해외인재유치전략전담팀(TF)’을 구성한다. 정부초청장학생(Global Korea Scholarship; GKS) 사업을 확대하고 영어강의를 늘린다. 학술적 글쓰기 및 연구윤리 등 맞춤형 강좌도 개발‧보급한다. 일자리 연계 지원은 물론 ‘과학기술인재 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해 석·박사 학위 취득 후 영주·귀화비자 취득까지의 절차‧기간을 현행 ‘5단계+6년’에서 ‘3단계+3년’으로 간소화한다. 잠재적 유학수요 확보를 위한 범부처 협력 기반도 구축한다. 수준별 디지털 한국어교재 개발·보급, 한국어능력시험(TOPIK) 디지털 기반 개편, 해외 청소년과의 교류 확대, 교육 공적 개발 원조(ODA) 재구조화 등을 통해 유학 저변을 넓힐 예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방안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첨단분야 경쟁력 확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국내 유학을 통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현장과 소통하고 제도적 뒷받침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으로 교직 사회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라서, 교육자라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가슴 속 응어리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왔다. 전국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가 지난달 말부터 매주 토요일 서울 시내에서 열리고 있다. 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교사의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고 안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학생들의 학습권도 지킬 수 있다고. 교사로 살아가기 참 힘든 요즘, 그럼에도 이들은 옆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우리 모두 같은 시간을 지나왔고, 같은 시간을 견디고 있어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선생님,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요.’ 가까운 이들의 위로와 응원이 필요한 때다. 신영환 안양외고 교사와 기나현 경기 도래울고 교사가 쓴 ‘선생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의 출간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선생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는 교직 생활 에세이다. 성별과 연차, 학교급이 다른 두 교사가 좋은 교사,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록이다. 신영환 교사는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믿는다”고 했다. 기나현 교사도 “서로 같은 듯 다른 교사들의 경험이 합쳐지면 더 많은 선생님이 공감하리라고 생각했다”며 함께 책을 쓴 이유를 전했다. 교사들이 대규모 집회를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이례적인 모습에 대해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봤다. 기 교사는 “사건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서 수많은 선생님의 글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누가 봐도 행복한, 어찌 보면 이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선생님들조차 사연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내가 겪은 서러운 경험이 나에게만 벌어진 유별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래서 다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더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동료 선생님들이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지 않도록요.” 실제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교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수업은 기본에 생활지도, 학급 경영, 학생·학부모 상담, 행정 업무 등에 매년 필수로 이수해야 할 연수까지, 학교에서 근무하면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를 정도라고 전했다. 신 교사는 “교육적으로 학생을 지도하려고 해도 법과 제도적인 부분에 제약이 많아 더욱 어렵다”면서 “특히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상황까지 일어나니, 열정을 갖고 지도하고 싶어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기 교사는 “교사는 완벽해야 한다는 기대에 맞추다가 지쳐버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영어교사, 담임교사, 업무 담당 교사가 되려다 번아웃이 왔다. 그는 “욕하는 학생, 협박하는 보호자, 나 몰라라 하는 관리자를 만났던 지난 경험이 학습된 건지 자꾸 방어적인 태도가 나오는데, ‘나는 이런 교사가 아닌데’하는 정체성의 혼란까지 겪으면서 올해 가장 힘들게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교직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아이들. 신 교사는 “스무 살, 거듭 실패를 경험하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로 줄곧 ‘나처럼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다짐했다”며 “아이들과 만나는 수업 시간이 소중하다”고 전했다. 기 교사는 ‘숨 가쁜 학교생활에서 학생들의 사랑을 연료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는 교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는 “가끔 정말 힘들어서 더는 못 해 먹겠다가도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힌 작은 쪽지에, 힘내라고 건넨 초콜릿 하나에 모든 고생이 다 씻기는 느낌을 받는다”며 “제 에너지는 아이들의 사랑에서 온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는다. 소진을 예방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 교사는 ‘교사 모임’을 추천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그리고 더 멋진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를 돌보고 성장할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기 교사는 ‘퇴근 후의 삶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기’를 꼽았다. “학교에서 있었던 힘든 일을 나의 삶으로 가져오면 모든 감정이 물드는 느낌이기 때문”이라며 “퇴근 후에는 교사라는 외투를 벗어두고 지인을 만나고 운동하고 취미 생활을 즐긴다”고 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기 교사는 “교사로 일하면서 가장 서글픈 순간은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도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안이 스밀 때”라며 “교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소극적인 교육활동밖에는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신 교사의 말이다. “선생님, 선생님은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 세상의 보석입니다. 그 보석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진심일 때 빛날 수 있어요. 우선 자신을 잘 돌보세요. 그리고 건강하게 우리 아이들을 돌볼 힘을 유지해야 합니다. 비록 방식은 다르겠지만, 선생님이 걷는 길이 외롭지 않게, 나란히 걷겠습니다.”
바람직한 대입전형이 갖추어야 할 기준 대학입학은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다. 모든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고 있다. 출신 대학이 갖는 사회적 가치가 너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한다. 학력 간 임금 격차, 대학 간 서열화가 이러한 대학 입학 경쟁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는 것과 현실에 대응하는 것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포함한 대학입시는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여러 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타당성은 평가하고자 하는 목적에 맞는 내용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성은 여러 번 평가를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처럼 정확하고 안정적이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가의 객관성은 한 검사의 측정결과가 다른 검사자 혹은 채점자에 의해서도 서로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의 경제성은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평가도구 중에서 경비·시간·노력이 가장 적게 요구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의미한다. 바람직한 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준과 달리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의 대상인 학생들에게 동일한 규칙과 조건이 제공되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형식적 공정성과 실질적 공정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외형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제공하면 형식적 공정성을 만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질적 공정성은 학생이 처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사회적 약자에게는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적 공정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으로 해외에서 이루어져 왔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 별도의 쿼터를 제공하여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법령으로 규정하여 ‘사회통합전형·농산어촌특별전형·국가유공자전형’ 등을 통해 특별한 대상에게 별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어 여기서 논의하는 것은 평가의 형식적 공정성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최근 ‘공정한 수능’ 논의의 배경 최근 공정한 수능이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6월 모의고사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되어 공정성이 훼손되고 사교육 수요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6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문제나,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발언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발언은 수능의 출제가 대통령 수준의 정책 의제로 설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6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잇따라 발표하였고, 7월에는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한 수능의 킬러문항 출제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 킬러문항이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면 결국 특정 사교육의 경험을 갖고 있는 학생만 정답을 맞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공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는 ‘불공정한 입시제도’의 사례 2011학년도 국제중학교와 외고·자사고 입시에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되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이 도입된 배경은 당시에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고등학교의 입시가 중학교 교육으로 충분히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국제중학교에도 확산되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사교육에 의해 ‘만들어진 스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었다. 고등학교 입시문제의 핵심은 중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이 대비할 수 없는 입시방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시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외국어 인증시험 점수를 입학전형 요소로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외국어고와 국제중 등에서 텝스·토플·토익 등의 영어 인증시험 점수를 특별전형에서 반영해왔다. 텝스·토플·토익 등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따라서 지문 등의 내용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철학·심리학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어고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위해 필요한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초등학교부터 이러한 인증시험을 꾸준히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풀어내도록 하는 것은 정상적인 영어학습이라고 하기보다는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익히는 것에 더 가까웠다. 둘째, 고등학교 입학 전형자료로 교과와 관련된 다양한 교외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을 요구한 것이다. 입시에서 수상실적을 요구하게 되면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와 관련된 교외 경시대회가 상당히 늘어났고, 이에 참가하는 학생수도 매우 증가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경시대회에 입상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것으로는 충실히 준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별도의 사교육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다. 셋째,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학교별 선발고사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입학전형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리해 왔지만 일부 고등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필고사, 변형된 형태의 지필고사인 구술시험과 심층면접, 영어 듣기평가 등을 실시함으로써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하였다. 넷째,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진학상담에서 진로지도에 이르기까지 중학교가 완전히 소외된 상태가 지속되었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특목고 등의 입시철이 되면 아예 학교 수업을 외면하는 학생들까지 발생하였고, 중학교는 사실상 고등학교 입학전형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2011학년도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도입을 통해 고등학교 입시 사교육의 열풍을 잠재우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중학교 사교육비를 줄이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외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사례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을 위한 방향 선수로 뛰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의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에게 원하는 대학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정한 사교육의 경험이 있어야만 풀 수 있는 소위 킬러문항을 제거하는 것은 공정한 입시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특별한 사교육이나 특수한 경험을 요구하는 입학전형 방식이나 요소가 발견된다면 반드시 제거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수능 킬러문항 제거로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킬러문항을 없애면 사교육비가 정말 많이 줄어들 것인지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사교육은 방과후·주말·방학 중에 학교에서 어떤 교육적인 역할을 담당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다. 더 많은 고민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수능시험과 같은 평가도구의 타당성이란 측정하고자 의도한 바를 얼마나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혹은 평가목적에 맞게 평가결과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의 정도를 말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1994학년도 이래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서 명칭 그대로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하지만 목적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요구, 정시 확대를 통한 대입 공정성 확보, 근래의 킬러문항 이슈 등 여러 관점에서의 개선 요구에 직면해 있으며 심지어 21세기 창의·융합 인재양성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수능시험의 타당성에 대하여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관련하여 어떠한 방향의 개선이 필요한지에 대하여 모색해 보고자 한다. 수능시험의 타당성 검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웹사이트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수능시험의 공식적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등학교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입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일 수 있는 전형자료를 제공’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수능시험은 개별교과에 대하여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양호한 문항들로 출제 및 구성되어야 하며 동시에 대학교육에 필요한 수학능력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일견 명확해 보이는 수능시험의 목적 및 성격과 관련하여 다양한 문제 제기(공정성에 대한 시비, 물수능/불수능으로 대변되는 난이도 조정 문제, 대입 전형요소로써 적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등)가 있다. 결과적으로 그 타당성을 의심받게 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90년 초반부터의 다양한 연구와 고민 그리고 실험 평가과정을 통하여 만들어진 최초 수능의 형태와 목적이 2023년 현재 수능의 그것과 상당한 수준에서 괴리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능 직전의 대입시험인 ‘대학입학 학력고사’는 암기 지식 위주 평가라는 비판과 함께 교과별 출제로 인하여 학생들이 너무 많은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개선하고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논리적·통합적 사고를 측정하고자 하였으며, 시행 과목을 언어·수리·외국어영역 위주로 축소하여 학생 부담을 줄이고자 하였다. 또한 대학에 가서 공부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자격고사 정도의 역할을 하도록 고안되었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수능은 상당 부분 학력고사와의 구분이 모호해졌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십만 명의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둘째, 교과별 교육과정에 충실한 문항 출제를 통하여 고등학교 교육정상화에 기여하면서 공정하고 객관성 있는 대입 전형자료를 제공한다는 수능의 공식적 목적은 그 원활한 달성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수능이 현실적으로 담당해야 하는 능력 수준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일반고에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대개 2학년까지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수능에 희망을 거는 경우, 전문대 진학 준비, 예체능 계열의 세 종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를 잘하는 수험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의대 입시를 보면 지역인재전형 등 변화의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실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수능이 된다면 전자의 학생들을 위한 양호한 평가결과는 그런대로 산출할 수 있지만, 후자의 학생들에게는 변별력이 없는 시험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불수능이 된다면 후자의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가질 수 있지만, 전자의 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문항이 외계 암호처럼 느껴지게 된다. 또한 웬만한 불수능일지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수능 대비를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대로 변별하기 어려운 탓에 오직 줄 세우기 목적으로 킬러문항이 필요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 확대를 통하여 대입 공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실상은 수능 자체 역시 완벽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도구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수능이 선다형 문항을 주로 사용하면서 평가의 객관성을 최대한 구현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력을 평가함에 있어 공정한 서열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 출제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교과별로 다양한 성취기준의 해석 역시 객관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리고 수능을 통해 측정되는 교과별 학력이 높아야만 대학에서 우수한 수학 역량을 보이는지도 따져 봐야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수능과 대학 학점 간의 상관이 그리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수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입학자보다 대학생활 및 전공 공부에서 더 우수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결과의 차이를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말하며 공정한 평가결과는 평가받는 역량 이외의 요인, 즉 수험생이 속한 특정 집단(인종·성별, 신체적 조건, 사회·경제적 지위, 종교적 배경이나 부정행위)의 특성에 차별적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현 수능의 결과는 학생의 가정환경·거주지역·사교육 이용 정도 등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므로 공정성 측면에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수능시험의 개선 방향 모색 수능의 기본적 개선 방향은 1994학년도 최초 도입 당시 표방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언어 및 수리와 관련한 종합적 사고력 평가로 돌아가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수능과목을 대폭 축소하고 대학에 들어가 공부할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자격고사로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매년 11월에 단 한 번 실시할 것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과목별로 여러 차례 응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실시 형태 역시 지필시험에서 컴퓨터화 시험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한 논술·서술형 문항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고부담 시험은 주관적 채점으로 인한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복수 응시 기회 부여와 질적평가 문항 도입 등은 수능이 저부담의 자격고사화가 됨을 기본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 방향을 포함하여 전반적 대입 제도 변화의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수능의 난이도를 기초능력 확인 위주로 하향 조정할 경우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변별력 있는 대입 전형자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본적 수능과 구분되는 별개의 시험 즉 수능II(교과별로 보다 높은 난이도 및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시험)라든가, 대학 수준의 내용을 다루는 AP(Advanced Placement)시험 등을 새롭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추가적 시험들은 국가적 수준에서 출제 및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 입장에서 볼 때 향후 대학에서의 전공을 고려한 필요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지나친 공부 부담과 과열된 응시를 막기 위하여 학생별로 응시할 수 있는 수능II나 AP 과목의 수를 3~4개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들에게 이러한 추가 시험성적을 요구할지 아니면 기본적 수능 결과에 학생부 서류평가나 면접 등을 고려할지 여부 등에 관한 학생선발 자율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 등 질적평가적 요소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수능을 대비한 학교교육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능과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논술·서술형 문항을 출제하고, 채점하는 방법과 자동채점을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 등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치밀한 준비가 요청된다. 우선 일선 고교 교사들이 채점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컴퓨터화 시험을 통한 영어 쓰기 및 말하기 응답 결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에세이 채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토플 등의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교원임용시험에서 교육학 논술형 시험을 출제 및 채점하는 절차가 확립되어 있으며 국가영어능력평가(NEAT)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채점자 집단의 훈련 및 인증 경험을 이미 축적한 바 있다. 셋째,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능의 공정성이 침해받는 주요 요인은 가정환경에 따른 차별적 영향이며, 이는 학생이 속한 학교의 교육여건, 주변 환경, 사교육 이용 정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저소득 가정이나 농어촌 등 소외지역에 속한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은 EBS 수능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EBS 수능 관련 교재가 매년 50종 이상 새로 출간되며, EBS 수능강의는 내용에 대한 설명과 문항 해설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수능특강 및 수능완성과 같은 연계 교재를 반복적으로 풀면서 실수하지 않기 연습에 대부분의 학습시간을 사용한다. EBS 수능강의의 교육격차 해소 기능을 극대화하고 공정 수능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도록 하려면, 많은 수의 교재를 매년 새로 출간하기보다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맞는 양질의 수준별 교재를 각 5년 이상의 간격으로 출간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 다음 이렇게 절약된 자원과 역량을 소외 지역 학생을 위한 양질의 수준별 국가 과외 및 개별 학생을 위한 맞춤형 피드백 제공에 모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선생님~ 이번 주에 SD, 그거 하나요?” 올해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보고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과연 어느 정도까지 다룰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러던 중 글로벌 목표로 알려져 있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일부를 교육과정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름 교육활동을 준비하고 실천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학생들은 SDGs라는 용어가 아직도 낯선 것 같다. 다행인 건 학생들이 SDGs라는 국제적인 행동 계획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조사·토론·탐방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SDGs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가면서 실천해 보려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수업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로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기반하고 검증된 교과서를 활용하여 매년 반복되는 교과내용을 가르치고, 피드백하는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업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새로운 영역을 교과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교과내용에서 직접 다루지 않는 영역을 교육활동에 적용할 때는 한 번의 수업이라도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이 오랜 준비기간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릴 때도 있지만,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해볼 만한 과정이며, 학교행정 측면에서도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PART VIEW] 수업을 준비하기 전에 교사라는 직업은 전문직으로서 자율성이 존중되며, 특히 가르치는 활동에서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필자는 가끔 아니 자주 착각한다. ‘나는 교사로서 보통 이상은 되겠지?’라고. 교사마다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므로 가르치는 능력에 감히 서열이 있는지 의문이긴 하나 교사들은 교원양성기관을 거쳐 임용되므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적용할 때 아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나는 보통 이상’일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교육과정 개발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했다. 이와 함께 ‘교사 교육과정’이라는 개념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교사는 이전보다 더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여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활동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세계시민의식 알아보기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여 어떤 교육활동을 준비할지 파악해야 한다. 객관식 설문은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자 할 때 효율적이다. 교사 본인이 설문 문항을 제작할 수도 있고 논문이나 학술지 등에서 적절한 설문 문항을 탐색한 후 활용할 수도 있다. 표 1은 윤성혜(2017)1의 연구에서 타당화한 세계시민의식 척도를 12개 문항으로 재구성하여 학생들의 세계시민의식을 5점 척도로 알아본 통계 결과의 예시이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은 교수·학습을 위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할 때 교사마다 그리고 주어진 여건에 따라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 교사는 학생들 실천영역의 평균이 낮으므로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활동을 준비할 수 있다. B 교사는 담당하는 교과 성취기준을 고려하여 수업시간에 실제로 가르칠 수 있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응답의 평균점수를 참고하여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C 교사는 학생들이 응답한 지식영역 평균점수가 높았는데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학생들에게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해본 후 수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세계시민교육을 적용한 과학과 교수·학습지도안 작성 과정 새로운 수업을 준비하거나 기존의 수업에 몇 가지 변화를 적용하려고 할 때 막연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교수·학습지도안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다 보면 머릿속의 생각들이 정돈되기도 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도 드러나게 된다. 1) 우선 과학과 교육과정 중 SDGs와 관련지을 수 있는 단원을 선정한다. 필자는 현재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과학수업에서 SDGs의 17가지 목표 중 관련 있는 단원을 표 2와 같이 도출하였다. 2) 필자는 에너지 전환과 보존 단원을 가르칠 때 SDGs 중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루고자 하였고, 세계시민의식의 스킬영역인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원만하게 토론할 수 있다’와 실천영역인 ‘지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고 한다’ 역량을 키우고자 하였다. 1)과 2)의 과정을 바탕으로 작성한 교수·학습지도안 앞부분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성취기준과 SDGs의 목표를 동시에 다루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여 성취기준과 관련된 교과내용을 학습한 후,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학습하는 순차적 구조로 수업 차시별 흐름을 설계하였다. 3) 1차시와 2차시는 기존의 교육과정이므로 여기서는 3차시와 4차시 교수·학습과정 약안을 제시하였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3차시) 교사는 과학교과수업에 SDGs를 적용할 때 과학교과내용과 SDGs의 관련성을 학생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각각의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연결해 나갈 때 학생들은 깨달음을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과학교과내용도 처음 접하고 SDGs도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가 둘 사이의 관련성을 설명한다면 학생들에게는 단순나열식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다. 이번에 예시로 든 단원에서는 역학적 에너지의 전기에너지 전환에 이어서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다룬다. 전기의 편리함으로 인해 가정에서 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고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 중 역학적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청정에너지를 조사해 보자고 안내하면 학생들이 두 개념 사이에서의 개연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들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조사할 때 자유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생 중 인터넷에서 제시하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해 보는 학생도 있지만 과업을 그저 빨리 마무리하고자 인터넷에서 처음 나오는 자료만 옮겨 적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교사는 학생들의 인터넷 활용 습관을 참고하여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의 종류 몇 가지를 미리 선정한 후 모둠별 또는 학생별로 해당 청정에너지에 대해 조사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 교수·학습과정 약안(4차시) 교사는 발표수업과정에서 학생들을 배려할 수 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학생도 있고, 말보다는 글로 의사를 전달하는데 익숙한 학생도 있다. 발표 자료를 읽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나 의견들을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발표 및 토론수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3차시 및 4차시 수업 후 학생들의 조사과정, 발표준비, 토론 태도 등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면 학생들은 SDGs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고, 교사가 제공하는 비계를 통해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교과수업에서 SDGs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동아리활동을 추천한다. 동아리활동의 자율성과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면 교과수업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학생들의 기억에도 더 오래 남을 것이다. 아래에는 SDGs와 관련하여 동아리활동 때 탐방했던 몇몇 장소를 제시하였다. 공존의 씨앗을 심기 위해 교사도 공존하였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을 때 교육활동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 서두에 작성하였듯이 필자는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이 있는 몇몇 선생님들과 함께 교육활동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다. 만약 혼자서 했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다른 급한 일들로 인해 세계시민교육에 점점 관심이 줄어들고 나중에는 흐지부지되었을 것이다.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고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가도 누군가는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서 다시 힘을 내본다. 학생들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은 학생들이 과학교과에 적용한 SDGs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었다. 영어과 선생님은 국제공동수업을 진행하고, 체육과 선생님은 다양한 문화의 전통활동을 체육수업에 적용하고, 미술과 선생님은 청바지 기부를 통한 세계시민되기와 같은 캠페인을 운영하였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놀이, 세계 각국 요리 만들기, 세계 디저트 행사도 기획하고 운영하였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다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었고, 서로의 수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의 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데다 융합적 사고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수능의 가장 큰 약점이다.” 수능 창시자로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81)는 최근 킬러문항 논란으로 불거진 수능 개편론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단 한 번 치르는 시험점수로만 학생들을 선발할 거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킬러문항 배제에 대해서는 “수능이 도입될 때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적절한 문제를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했다. 도저히 제시간 안에 풀 수 없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융·복합적인 내용을 출제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수능점수를 지나치게 맹신하고 있다”며 “측정오차를 고려하지 않은 채 소수점까지 계산해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대학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수능을 통해 가장 혜택을 누리는 집단은 대학이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우수한 학생들을 선점할 수 있는 데다 학부모들의 시비도 없어 대학들로서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진 수능 킬러문항 배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능 카르텔 운운하는데, 난 사실 그런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다면 법적 조치를 해야겠지. 킬러문항도 마찬가지다. 출제문항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면 먼저 출제자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출제의도를 배제하고 난이도만 가지고 문제 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수능문항은 현직 교사들이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교육과정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검토위원들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고 나서 지적하는 게 맞다. 얼핏 어려워 보이는 교과서 밖 자료라도, 교육과정이 의도한 학력 성취수준을 제대로 측정한다면 좋은 문제이며, 그걸 무작정 ‘‘킬러문항’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다만 문항을 배배 꼬아서 출제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게 출제했다면 그건 잘못이다.” 킬러문항을 배제하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고 있다. “난이도와 변별력은 구분해야 한다. 이게 혼동을 주는 것은 점수를 가지고 능력을 구별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쉬워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면 변별력이 있는 것이고, 문제가 어려워도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변별력이 없는 것이다. 알다시피 난이도라는 것은 시험 보는 대상을 적절하게 나눴느냐를 보는 것이다. 수능처럼 몇 십만 명이 보는 시험은 대개 적절하게 정상분포가 이뤄진다. 만약 정상분포에 문제가 생기면 등급제를 통해 적정하게 만들면 된다. 문제는 전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수능을 놓고 우리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난이도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언론이고 뭐고 몇 점을 받아야 어느 대학을 가느냐만 조명한다. 솔직히 수능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몇 개나 되나. 대다수 대학은 수능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시험점수로만 학생을 뽑을 거라면 수능체제를 바꾸든지 아니면 차라리 학력고사로 돌아가는 게 낫다.” 그래도 수능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능 성적이 좋으면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 대학들의 연구를 보면 내신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훨씬 더 성취도가 높다는 결과가 있다. 내신은 3년간의 성적을 기초로 한 것이고, 수능은 한차례 시험의 결과다. 예측 정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점수에 대한 미신이다. 예컨대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를 하면 플러스마이너스 몇 %라는 오차범위가 나온다. 수능도 마찬가지여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400점 만점에 390점이면 합격, 389점은 불합격으로 당락을 가른다. 이게 말이 되나. 측정오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이것을 외면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결과를 당연시한다. 절대로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 되는 상황인데 맹신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입제도는 난제 중 난제다. “수능을 처음 만들 때 전 세계 98개국의 입시제도를 조사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장단점도 면밀히 분석했다. 그동안 국가고사부터 대학별 고사, 고교등급제 등 다양한 제도가 시도됐지만 모두에게 환영받은 모델은 없었다. 제도 취지가 좋아도 입시 비리나 사교육에 발목이 잡혔다. 경험상 제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를 만들어도 50%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학부모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흔히들 입시의 공정이나 정의를 강조하지만 학부모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자녀와 입시제도 간 이해관계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최우선 가치로 둔다. 비근한 예로 과학고를 만들 때 정원을 600명으로 했다. 이유는 과학기술대 정원이 600명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면 과기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전을 줬다. 그런데 학생들은 과기대에 진학하지 않고 한 학기를 대기하다 서울대로 몰렸다. 교육당국이 이를 제지하려 했지만,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의 자유마저 막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정부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수능제도를 수정하려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6조 원 규모다. 수능에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조 원쯤 되는 것으로 안다. 한마디로 26분의 1 수준이다. 수능제도를 고친다고 해서 사교육비를 잡을 수는 없다. 대학 서열이나 학벌 위주 등 우리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수능이 올해로 30년을 맞는다. 이토록 장수할 것으로 예상했나. “처음 설계됐을 당시의 수능과 지금의 수능은 완전히 다른 시험이다. 현재 수능은 대학수학(修學)능력, 즉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대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학력검사와 비슷한 시험이 됐다. 대학들이 입시전형에서 중요한 자료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당초 목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수능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국단위 시험이라는 장점과 함께 우수한 학생을 선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돈도 안 든다. 수능을 만들고 나서 대학에 논술고사를 치르도록 권유했다. 그런데 실시하는 대학들이 거의 없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시험출제도 어려운 데다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무엇보다 수능점수로 당락을 가르는 데 대해서는 학부모들의 시비가 없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능처럼 고마운 제도가 없다.” 30년 장수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교육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절차를 완전히 없애버렸다는 점은 안타깝다. 학습과정을 아주 쉽고 용이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융합적 사고력을 수능에서 다룰 수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학들이 수능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여러 전형자료 중 하나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은 어떻게 탄생했나. “지난 1985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시작됐다. 중앙교육평가원(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운 대입제도 연구에 착수하면서 나에게 대학교육 적성검사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왔다. 처음엔 국어·영어·수학만 시험을 치러 학생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들어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적성검사’로 개발됐다. 언어·수리·탐구영역으로 나눠서 언어영역은 대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독해능력을, 수리영역은 지능검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재는 식이었다. 그랬더니 과학계에서 들고 일어났다. 당시 정부가 과학입국을 강조하던 때였는데 과학을 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거였다. 결국 과학탐구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언어·수리·영어·과학탐구로 시험영역을 발표하자 이번엔 사회과학자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탐구는 사회가 핵심인데 이걸 뺀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결국 사회탐구도 추가됐다. 영어가 수능에 들어간 것은 이공계의 요구가 컸다. 당시만 해도 영어 원서를 읽어야 수업이 가능했기에 이공계에서 독해력이 중요하니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영어를 넣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안도현 지음|다산책방 펴냄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거론하며 한민족을 기록에 미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 말고 기록에 미친 민족이 또 하나 있다. 앵글로·색슨족이다. 정복자 월리엄이 영국을 정복한 후 세금 징수를 위해서 작성한 수천 쪽 분량의 토지 조사 기록 둠스데이 북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앵글로·색슨족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전기 문학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오죽하면 영미인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작가 평전을 집필할 때 쓸데없는 사소한 것까지 넣는다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겠는가. 앵글로·색슨족이 남긴 작가 평전을 살펴보면 조선왕조의 사관이나 스토커처럼 평생 쫓아다니며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기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록에 진심인 민족들 앵글로·색슨족의 작가 평전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하다. 영미 문화권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는 조셉 프랑크의 도스토옙스키 전기는 5권 전집으로 무려 2500쪽에 달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전기는 2000쪽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도 한 작가에 대한 평전이 이토록 방대한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는가. 어쨌든 영미인들의 평전에 대한 집요함에 물꼬를 튼 작품이 있다. 1600쪽 분량을 자랑하는 영어 사전을 편찬한 새뮤얼 존슨 전이다. 새뮤얼 존슨의 추종자인 제임스 보즈웰이 쓴 새뮤얼 존슨 전은 그 방대한 분량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가치도 뛰어나서 문학사상 가장 우수한 평전이라는 찬사와 함께 ‘보즈웰’이라는 이름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일생을 헌신적으로 숭배하며 열정적으로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새뮤얼 존슨 보다 30살 연하인 제임스 보즈웰은 1763년에 창립된 ‘더 클럽(The club)’에서 함께 활동하고 담론을 주고받으면서 새뮤얼 존슨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애정을 품었고 이것이 새뮤얼 존슨 전이라는 대작을 남긴 원동력과 동기가 됐다. 직관·통찰로 재현한 백석의 생애 새뮤얼 존슨 전처럼 대작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빛나는 작가 평전이 있다. 안도현 시인이 쓴 백석 평전이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생이며 백석은 1902년생으로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이 아니지만, 안도현 시인은 보즈웰이 품었던 새뮤얼 존슨에 대한 존경과 애정 못지않게 백석을 사랑했다. 스무 살에 처음 백석의 시를 접한 시인은 30년 동안 그를 짝사랑해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대단했다. 더구나 보즈웰처럼 해당 작가를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남긴 기록이 아니라 자료와 증언자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마치 신들린 듯한 직관과 통찰을 통해서 백석의 생애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저작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백석의 생애를 흥미롭게 펼쳐나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문학 애호가뿐만 아니라 백석의 시를 한 줄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지게 된다. 물론 안도현 시인 본인이 시인이며 애초에 백석의 시에 반한 만큼 백석 평전에는 백석이 남긴 시와 안도현 시인의 감상이 자주 등장하지만, 백석을 곁에서 지켜본 것처럼 느껴지는 생생한 일화 또한 흥미롭다. 조선일보에 일했던 백석이 두세 달 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살 수 있는 양복을 입고 일반 양말보다 몇 배나 비싼 양말을 신으면서 ‘양말이 남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며 남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완벽하게 꾸미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고 말하는 대목이 그렇다. 또 훤칠한 키와 수려한 외모를 가진 백석이 워낙 깔끔해서 사무실 전화 수화기를 들 때 손수건을 싸서 들었다거나 문을 여닫을 때도 손잡이에 손을 대지 않고 손등이나 팔꿈치를 이용해서 문을 여닫았다는 일화도 흥미롭다. 그토록 갈매나무처럼 정갈했던 백석이 말년에 북한에서 농사일을 제대로 못 해 비웃음을 사고 남몰래 달빛 아래에서 김매기 연습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끝
교육부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온라인을 통해 2025년 도입 예정인 수학, 영어, 정보 및 국어(특수교육) 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듣는다. AI 교과서 도입 교과별 특성을 고려해 교과 교사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추진방안’에 따라 사용자 참여설계를 구현하고자 디자인 연수회 등을 통해 교사·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디자인 연수회(워크숍) 참여교사, 시도별 디지털교과서 자문단, 교과교육연구회 소속 교사 등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들에게 ‘교과별 특성에 따른 효과적인 학습지원을 위해 필요한 기능’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이다. 많은 교과 교사가 손쉽게 참여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마인드맵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취합된 의견은 전문가 검토를 거쳐 8월 말 발표 예정인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지침(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이를 발행사에 제공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김연석 책임교육정책관은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능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가 가장 잘 안다”며 “내가 쓸 교과서를 내가 만든다는 마음으로 현장 교사들께서 적극 참여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교육부가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이나 강의 등을 제공하고 금품을 수취하는 영리 행위와 관련한실태조사에 나선다. 우선 교육부는 교원을 대상으로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영리 행위 이력에 대한 자진신고를 받는다. 자진신고 기간은 1일부터 14일까지 교육부 홈페이지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된 자료는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일부 교원들의 영리활동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시‧도교육청에서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겸직 허가 자료를 분석한 뒤, 필요시 교육청과 협력해 겸직 허가 운영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교원의 위법한 영리활동이 확인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수사 의뢰, 징계 등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이번 자진신고 기간에 신고하지 않고 향후 감사 등에서 무신고 또는 허위신고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더욱 엄중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자진신고 결과와 겸직 허가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하반기에 ‘겸직 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학원이나 강사 등을 통해 일부 수강생들에게만 배타적으로 제공되는 교재나 모의고사 등에 문항을 제공하는 경우 등에 대해 ‘엄격 금지’가 담길 전망이다. 다만 교원이 시중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출판사 문제집 등에 문항을 제공하고 원고료를 받는 일반적 경우는 허용된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소재 유아 영어학원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하고 유아의 정상적인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유아 영어학원의 편・불법 운영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점검에서는 교육부 기획조정실장 주재하에 교습비 등 초과 징수, 등록 외 교습과정 운영, 명칭 사용위반, 허위・과장 광고 등을 중점 점검했다. 이번 실태조사와 유아 영어학원 현장점검은 지난달 제3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논의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사교육업체와 유착된 일부 교원의 일탈 행위는 교원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유아 영어학원의 편‧불법 운영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협력해 지속해서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엑스포의 인연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1893년 ‘대조선(Korea)’이라는 국호로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처음 참가했다. 배경에는 근현대사의 굴곡이 있다. 일본의 압박과 청나라의 속방론, 러시아의 남하로 어지럽던 19세기 말 조선은 나라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통로로 미국에 눈을 돌렸다. 외세 압박 속 독립성 확보 고종의 칙지를 받은 정삼품 참의내무부사 정경원은 사무원, 통역원, 장악원 악공 등 12명을 이끌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개막식 날 장악원 악공들은 스티브 클리블랜드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선 아악을 연주했다. 우리 가락이 이역만리 미국 땅에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코리아 전시실은 박람회장에서 가장 큰 공산품전시관 안에 마련됐다. 43.3㎡ 개방형 직사각 전시실 전면과 측면에 한옥 형태로 현지에서 직접 구운 기와를 올렸다. 정면에 가마와 유리 진열장을 놓고 관복, 갓, 짚신 등 의복류와 생활용품, 군용품을 전시했다. 동양에서 온 이국적 풍모의 생활용품은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물에 관한 질문이 끊이지 않자 이름과 용도를 영어로 써 붙였다. 이어 1900년 파리박람회에 참가했다. 명성황후의 척신 민영찬이 참가단장으로 파견됐다. 대한제국은 프랑스 건축가 페레가 경복궁 근정전을 본떠 지은 한옥 전시관을 할당받았다. 전시관 중앙에 고종 어진을 걸고 각종 생활용품과 민속품을 전시했다. 현지 언론 르 프티 주르날은 대한제국관에 대해 “극동의 미를 한껏 살려 가장자리가 살짝 들린 지붕을 덮은 화려한 색상의 목재건물이 큰 관심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박람회에도 초청됐으나 외세 침범 등 급박한 정세로 참가하지 못했다. 이후 국권 침탈과 전쟁 등으로 엑스포 참가는 중단됐다. 전후 부흥기를 거친 대한민국은 1962년 시애틀박람회를 통해 엑스포 무대에 복귀했다. 그 해는 고도성장의 시동을 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원년이었다. 한국은 326㎡ 규모의 단독 전시관을 짓고 다른 참가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식민 통치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신흥공업국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만한 전시관이었다. 전시물은 재봉틀·피아노·라디오·타이어·고무신·치약 등 공산품과 왕골·나전칠기·도자기 공예품 등 1608점이었다. 시애틀박람회는 한국이 임금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을 타진하는 무역의 장이 됐다. 62년 만 복귀 후 ‘단골손님’ 한국은 이후 개최된 엑스포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아시아의 시대’를 연 1970년 오사카엑스포는 국내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대중의 관심을 고조시켰다. 한국은 4150㎡ 규모의 역대 최대 전시관을 짓고 각종 공업제품과 분청사기·바가지·키 등 전통용품을 전시했다. 오사카엑스포 참가 경비는 총 40만 달러(약 1억800만 원)에 달했다. 1970년 정부 예산이 62억 원인 점에 견줘 대규모 투자였다. 1998년 리스본엑스포 한국관은 해양 주제에 집중했다. 조선산업과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주도 해녀와 바다환경, 장보고 영상물 등의 전시 콘텐츠를 담았다. 2020년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은 돋보이는 디자인과 최첨단 ICT를 활용한 ‘이동성’ 테마를 선보였다. 특히 회전큐브 디스플레이, 내외부를 잇는 나선형 통로 등의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경인교육대학교(총장 김창원)는 경기, 인천지역의 초등교육을 책임지는 우수한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역사와 전통의 교원양성의 요람으로서 전통과 역사가 깊은 교육대학교이다.경인교육대학교는 개교 이래 많은 발전과 교육의 선두에서 대한민국의 교육자를 양성하는데 노력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과 경기 캠퍼스 2곳을 운영하는 최대 교육대학교이기도 하다. 그런 경인교육대학교에는 또 하나의 자랑이 있는데 전국 교대 중 유일하게 남아 운영 중인 176 학군단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경인교대 176학군단은 1992년 9월 1일 창설하여 작년에 30주년을 맞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군단이다.대학교련과 교대 학생들의 유인책으로 운영되었던 RNTC 제도가 폐지되면서 전국 교대에서는 ROTC 학군단을 창설하였는데 대부분의 교대 학군단이적은 남학생 수와 후보생 모집 등의 어려움으로 폐지 및 위탁으로 전환되는 아픔을 겪었다.하지만경인교대의 176학군단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후보생을 모집하여 아직까지도 운영을 하는 우수 학군단이기도 하다.또 176 학군단은 지금까지 33기(1997년임관)부터 61기(2023년임관)까지 550여명의 우수한 예비역 장교를 배출한 학군단이다. 경인교대 176 학군단을 통해 초급장교로 임관하여 2년 6개월의 장교생활을 마치면 임용고시를 거쳐 초등학교 교사로서 근무를 하게 된다.경인교대 176학군단 출신들은 장교출신의 리더쉽과 바른 인성, 적극적인 추진력 등을 바탕으로 경인지역 초등교육의 중추로 자리잡고 있다. 176학군단으로 장교생활과 교직생활을 최선을 다한 인재들은 경인교육대학교 강정진 교수(영어교육과), 최종현 교수(수학교육과), 국립 안동대학교 성은모 교수(교육공학과)와 같이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고 학교 현장의 교장, 교감, 교육청 초등교육지원과장,장학사, 연구사, 해외학교 교감, 국가교육위원회 연구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교과서 집필위원,교사모임 참샘스쿨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전문성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한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고 역사와 전통의 176학군단도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그것은 사병 복무기간의 축소와 사병 봉급 인상 등 다양한 국가 정책과 이슈에 따라 장교와 사병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차이가줄어 들었기 때문이다.최근에는대학교 생활기간동안 입영훈련 및 군사학 교육을 받는 등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후보생 과정에 대한 부담과 함께상대적으로 줄지 않은 ROTC의 복무기간, 초급 간부들의 열악한 처우 등이학군단에 지원하지 않는 이유가 되면서 후보생 모집이 어려워 한 학년의 인원 수가 10자리수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경인교육대학교와 학군단에서는학군단 운영과 발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176 학군단 총동문회(회장 최원준 -학군33기) 임원진들과의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경인교육대학교 김창원 총장과 최선영 학생처장, 최원준 동문회장, 김임혁 명예회장, 양재원 부회장, 이준호 사무국장, 강정진 교수, 최종현 교수가함께 학군단의 미래에 대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학교 측의 입장과 총동문회의 의견이 학교 발전을 위한 것임을 함께 동감하며 앞으로 미래교육의 리더가 될 경인교대의 발전과 176 학군단의 유지, 위탁교육의 방향과 대안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총동문회에서는 30년 전통의 176학군단유지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문을 전달하고,후배들의 지원과 모집을위해 학군단 측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것을 제안하였고,대학교 측도다각도로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학부, 대학원, 평생교육의 세 축을 발전시켜나갈 미래 방향에 대해 고민이라는 점, 시설과 공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등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하여 안내하여 주었다. 앞으로 176학군단이 유지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 사실이나 마지막까지 대학교 측과 총동문회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찾고함께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경인교육대학교측과 176학군단 총동문회 임원진의간담회를 마무리 하였다. 176 학군단 총동문회에서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초급 간부의 길을 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서 더 나은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장교생활에서 오는 자부심과 리더십등을 더욱 알리고 홍보하여야 하겠다는 생각하였고 학군단 창설 31주년을 맞은 올해 초급간부의 처우가 개선되어 더 많은 후배들이당당하게 푸른 제복을 입고 멋진 장교의 길을 가길 바래본다.
"나도 너처럼 20대 때는 한 번 보면 다 외우고, 한 번 들으면 다 이해했어. 너도 나이 먹어봐라."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책을 봐도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한 번 쯤은 들어보시고, 어쩌면 한 번 쯤은 해보셨던 이야기 아닌가요? 저도 동생이나 후배들을 만나면 장난으로 했던 말들입니다. 마치 진리인 것처럼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공부는 젊었을 때 하는 것이고 늙어서는 노화가 진행되서 성장하기어렵다." 정말 그럴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 뇌는 변하고 성장합니다. 뇌에는 '가소성'이라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소성이란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말합니다. 여기서 가소성은 기능적 가소성과 구조적 가소성으로 나뉩니다. 기능적 가소성은 뇌의 특정 부문이 원래의 기능이 아닌 다른 기능을 수행하도록 변하는 것을 말하며 구조적 가소성은 외부 환경에 의해 뇌의 일정 구역이 두꺼워지거나 얇아지는 등 구조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구조적 가소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뇌에 연결된 신경과 시냅스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기도 합니다. 시냅스는 신경세포 사이에 있는 연결 부위로 여기를 통해 각종 정보가 오고 갑니다. 이런 시냅스가 생성과 소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우리 뇌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입니다. 시냅스가 소멸되는 예는 어린아이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살배기 아기는 100조개가 넘는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성인 시냅스 양의 두 배에 해당합니다. 어떤 시냅스들이 살아남을까요? 바로 자주 쓰여서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들이 살아남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영어의 L과 R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자주 인식되지 않는 소리에 대한 민감함이 서양권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떨어지기도 합니다. L과 R 소리를 구분하는 경험이 자주 없으니 그것을 구분하는 시냅스가 강화되지 못한 것이죠. 잘 안쓰이는 시냅스는 이렇게 '가지치기' 됩니다. 이와 반대로 시냅스는 생성되어 강화되기도 합니다. 2000년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길이 복잡하기로 유명한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해마와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크게 발달하였습니다. 런던지식(knowledg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훈련을 받고 학습을 한 택시기사들은 복잡한 길을 외워야 했기에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해당 부분의 시냅스가 계속 강화됐던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경력이 오래된런던 택시기사일수록 해마의 변화가 더 크다는 것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렇게우리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는 약화되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발달되어 두꺼워지며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뇌를 우리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운전과 같이 반복적이고 항상 해왔던 일에만 사용하지는 않았나요? 이제는 우리 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보시면 어떨까요?가장 좋은 방법이 학습과 운동입니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 "다 늙어서 뭘 더 하겠느냐"라고 말씀들 하시지만, 이것은 거짓말 입니다. US 샌프란시스코 연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뉴로레이서'라는 이름의 3차원 레이싱 게임을 4주간, 점차 난이도를 높여가며 연습시켰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4주 전에 비해 멀티태스킹 능력, 단기기억 능력, 집중력 유지능력 등 다양한 능력이 4주 전에 비해 향상되었고 이 연구는 2013년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를 통해 발표되었습니다. 또한,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팀 주도의 한 연구에서는 하루 30분씩 매일 3차원 슈퍼마리오 어드벤쳐 게임을 한 20~30대 일반 성인이 2달 후에 공간 지각, 기억, 운동 능력 등 담당하는 해마나 배외측전전두피질, 소뇌 등의 피질 두께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3차원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자극을 지속적으로 뇌에 가하고 안 쓰던 뇌 부위를 사용하니 뇌가 변하면서 능력이 발전된것입니다. 특히, 독서가 정말 좋은 학습법입니다. 독서는 두정엽, 측두엽등 거의 전체적인 뇌에 자극을 주어 발전시킵니다. 또나에게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을 계속 곱씹으며 생각하는 것은 독서를 통해연결된 시냅스를 지속적으로 강화시킵니다.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뇌가 변하니 당연히 내 생각과 행동마저 변화할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아서였을까요? 윈스턴처칠은 유명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정말 틀린 게 하나 없는 명언입니다. 학습과 더불어 뇌 발달에 좋은 것은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 연결이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던 60세 이상 노인들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자 인지능력이 향상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이 성인 뇌의 백질과 회백질 부피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백질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는 곳인데 축삭은 우리 대뇌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회백질은 뇌 신경세포로 구성된 조직으로 회백질량이 줄어들면 인지기능이 줄어듭니다. 즉, 대뇌에서 원활한 정보 전달 및 인지기능 활성화에 운동이 매우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력운동을 병행하시면 뇌 활성화에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10살이든 100살이든 나이는 우리의 내적 성장에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뇌는 사용하지 않는 부위는 퇴화시키고 자주 사용하는 부위는 강화시키며 매순간 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 됩니다. '이렇게 그냥 사는 거지, 뭔 성장이고 발전이야!'라는 생각이 아직도드시나요? 그렇다면 가볍게, 정말 부담없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 한 권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오고 가는 길에가볍게 산책까지 나에게 선물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학습과 운동으로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하루 되시길 바래봅니다. * 이 칼럼의 마크 E. 윌리엄스의 '늙어감의 기술', 한소원 '변화하는 뇌', 박수원 '뇌 가소성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시사점', 데이비드 스노든 '우아한 노년', 임창환 '나이들어서도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방법'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기기가 안된 상황), 무선 인터넷 환경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에는 부족한 환경뿐이었다. 차라리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황이 나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라는 의무감(?)으로 수업을 이끌어가야 했다. 하는 수 없이 학기 중에 또 한 번 디지털교과서 활용 교사연수를 받았다.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의 긍정적 효과 연수 이후 나의 디지털교과서 활용수업은 많이 달라졌다. 디지털교과서의 보급 취지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구성 중점 사항에 맞게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학습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사가 안내하고 이끌어 주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실제로 학업성취도 향상이라는 결과를 보여줬다. 다음의 그래프는 동일한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로 학습하기 전(1학년 때) 2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왼쪽 그래프)와 디지털교과서로 2학년 때 1년간 학습을 진행한 후, 3학년 3월 초의 진단평가 평균점수(오른쪽 그래프)이다. 과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서책형 교과서로 일반적인 강의식 수업을 했고, 과학은 디지털교과서로 1년간 학생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 결과다. 디지털교과서 수업의 학업성취도가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은 학생과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었고, 하루하루 새로운 수업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얼마쯤 지나 디지털교과서에서 기능적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습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불필요한 기능도 보였고, 간헐적인 오류가 나타나 수업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필기 기능, 검색 기능, 노트 기능 등은 간혹 매끄럽지 못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학습활동에 제약을 주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탐구활동관련 실험 동영상의 경우, 출판사에서 제작한 실험 동영상이 탐구활동의 과정을 안내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결과가 나오는 부분이 하나로 연결되어 재생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부분은 많이 건너뛰고, 결과가 나온 부분만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탐구과정을 살펴보고, 결과에 대해 고민하고 예상해보는 것은 학습적으로 매우 유의미한 활동이지만, 구조적으로 이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다. 디지털교과서의 단점 개선 디지털교과서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할 부분이 있다. 먼저 학생의 자기주도학습과 교과서의 질문에 대한 상호작용 촉진을 위해서라면 탐구활동에 관한 영상의 과정과 결과를 하나로 연결해 재생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탐구과정을 안내하는 영상 뒤에 결과를 예측하는 질문을 넣어 예상 답변을 제출하게 한 후, 실험 결과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구성을 바꿔야 한다. 또한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는 이미 교과서 내에 저장된 예시(모범)답안이 있어서 질문에 어떤 답변(내용)을 하든지 상관없이 예시(모범)답안을 볼 수 있다. 때문에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각하고 입력하기보다 예시(모범)답안을 먼저 보기 위해 형식적인 답변(심지어 한 글자만 입력)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 빛이 있는 곳에 둔 시험관 A의 물 높이는 낮아지고, 빛이 없는 곳에 둔 시험관 B의 물 높이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것은 A에서는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되어 시험관의 윗부분에 모이지만, B에서는 빛이 없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의 광합성으로 기체가 생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시험관 A와 B의 물 높이 변화에 차이가 있는가?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을 토의해 보자. 1. ◯ [질문에 대한 답변란에 아무 내용(빨간 원)을 넣어도 답안이 제시됨] 이와 같은 단점은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추진된다는 AI 디지털교과서에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이 교과서에 제시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입력했을 때, 데이터 서버와 연결되어 질문에 대한 유사한 답변을 찾아 예시답안으로 제시해 줌으로써 학생 스스로 학습(생각)에 대한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예상(유사)답변과 많이 다르거나 엉뚱한 답변을 한 경우에는 답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몇 개의 용어(힌트)를 제시해 줌으로써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유도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속도·수준 등에 따라 학습자료를 제시하고 학습내용에 대한 이해와 목표성취를 돕는 방향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적으로 학교현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개발되는 교과의 수를 늘리기보다 디지털교과서에서 지적된 단점을 보완하여 학생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개별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기존의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우수 수업사례만을 보급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디지털교과서 학습콘텐츠의 질·기능,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등 개선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한 후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이외에 디지털교과서 내의 학습콘텐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교사가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탑재(물론 현재도 자료연결 기능으로 탑재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 간의 학습자료 및 학습내용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디지털교과서 내에 커뮤니티 기능(현재는 위두랑이라는 학습커뮤니티 앱과 연동은 가능함)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