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7,228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산책은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리고, 생각 없이 들어가 보는 호기심 어린 동작이다. 정해진 코스가 있든 없든 산책의 주제어는 ‘슬슬’이다. 도심의 떠들썩함 뒤로 거짓말같이 평화로운 산책길이 펼쳐지는 ‘창덕궁 후원의 서쪽’ 원서동은 이른바 ‘어슬렁 슬슬족’들의 구역이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하급관리들이 모여 살던 집성촌이었다지만, 현재는 ‘인사미술공간’, ‘은덕문화원’ 등의 문화공간과 ‘전통 홍염공간’, ‘북촌 단청공방’ 등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 끝에서 고희동 미술관을 들어갔다 빨래터까지 돈화문에서 직선으로 걸으면 10여 분이지만 한두 시간이 걸릴 수도, 반나절이 걸릴 수도 있는 마법 같은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서동에는 창덕궁이 있다. “우리 좀 걷자”라며 원서동에 갔는데, 창덕궁을 패스하는 것은 반칙이다. 창덕궁을 한 번만 가보았다면 이거야말로 법에 어긋날 일이다. 창덕궁은 사시사철 매년 가는 것이 ‘국룰’이다. 나쁜 마음은 모두 흘려보내고 입궐하라! 창덕궁은 1405년(태종) 건립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한 궁이다. 명령은 잔인한 시간(형제의 난)을 잊고 싶었던 태종이 하였으나, 세계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아름다운 건축들과 응봉자락의 산세이다. 가장 오랜 기간 임금들이 거처하며 위엄과 품격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수많은 왕과 왕비의 사랑을 받더니 최근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폭발적 사랑까지 받으며 창건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입궐하면 화려한 단청의 이층누각인 돈화문을 통해 금천교에 이른다. 윗부분을 무지개 모양으로 반쯤 둥글게 궁글어 2개의 홍예를 튼 진입로가 우아하다. 돌다리에서 나쁜 마음을 씻고 입궐하라고 만들었다는데, 신하들이 잘 지켰는지는 모르겠다. 물길은 투명하나 사람의 마음은 확인할 길이 없으니. 홍예와 홍예의 사이 귀면형의 부조와 남쪽의 해태상(산예), 멍엣돌 위 천록은 굳이 해설사의 설명이 없어도 지나치기 쉽지 않다. 이들의 임무는 재앙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벽사(辟邪)와 국태민안에 힘쓰시며, 비바람에 닳고 닳아 둥글둥글 이제는 귀여운 모습이시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다시 천 년 동안 부디 사직을 지켜주시길 부탁드려본다. 화려한 단청의 중층 전각 인정전은 창덕궁의 법전으로, 희정당은 침전에서 임금의 집무실로 용도 변경된 곳이다. 두 곳 다 화재로 소실된 것을 다시 건축하여 당대 건축양식이 드러나는 소중한 곳이다. 1천도의 뜨거움을 견딘 인고의 파랑 인정전 동쪽의 파란 기와 건물 선정전은 왕이 고위급 신하들과 조정회의를 하거나 경연을 하는 편전이다. 궁궐 내 유일한 청기와 건물이다. 기와는 도자기만큼 시간과 정성이 든다. 선정전 청기와는 특히 회회청이라는 중동산 특수안료와 고가의 염초가 어우러져야 했기에 기와 한 장에 집 한 채라는 후일담이 있다. 청기와 한 장에 여덟 냥이었다는데, 경복궁 중건 시, 대원군이 민가 한 채 보상비 가격으로 다섯 냥을 주었다 하니 과장된 말은 아닐 것이다. 선정전 기와의 파랑은 1천도의 뜨거움을 15시간씩 이겨내고 3일 동안 고르게 숙성하는 인고의 시간을 버티어 탄생하였다. 더하여 쨍한 햇살과 눈비를 몇백 년 받아내고 있는 파랑이라 생각하니 대견하고 기특하다. 양끝에 넙적한 두 개의 독은 드무이다. 목조 건물 화재 시 물을 담아 두었다가 진화하기 위한 용도에다 불귀신이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라 달아난다니 그 귀신이 약간 모자라는 축에 드나 보다. 헌종이 김재청의 딸 경빈을 맞이하며 지었다는 낙선재는 가장 최근까지 조선의 흔적을 안고 있는 곳이다. 여느 사대부 집과 같은 구조로 단청도 하지 않아 소박하고 다정한 우리네 전통가옥이다. 그러나 수준 높은 다양한 문양의 창호들이 예사롭지 않은 이의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으며, 특히 누마루와 그 뒤 온돌방 사이의 달이 꽉 들어찬 만월문은 달 없이도 달을 사가에 들여놓은 로맨틱함이 사랑스럽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한다 인정전·선정전·궐내각사·대조전을 지나 당도하는 후원이야말로 궁궐 나들이의 꽃이다. 이곳은 면적이 6만 평에 이르는 임금님의 산책지이다. 온갖 사극의 핫스팟으로 전 세계에 ‘내가 조선의 궁이다’라며 미친 존재감을 떨치고 있다. TV 드라마 킹덤과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를 놓칠세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발 빠르게 경복궁·창경궁·덕수궁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하였다. 영화당 우측마당에서는 왕이 친전하는 최종단계의 과거시험이 펼쳐졌단다. 주합루 내부는 규장각이라 칭하는 창덕궁 후원 내 왕립도서관이자 학문을 연마하는 연구소이다. 500년 젊은 꿈들의 기운에 더 나은 세상을 이루려는 정조의 의지까지 더해진 이곳이야말로 문예부흥의 메카이다. ‘연꽃이 활짝 핀 모양’의 부용지 수면은 발을 담근 초석으로 인해 부용정 안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오! 이 신박함이라니. 부용정에서 관료들과 시회를 주관하던 정조는 정해진 시간에 시를 짓지 못하는 관리를 부용지 가운데 작은 섬에 귀양 보내고 부용정 앞에서 폭소를 터뜨렸다 전한다. 장난도 지나치시지. 귀양 보내진 신하의 서늘해진 간담은 어쩌라고…. 위로 오를수록 후원의 깊은 숲 냄새가 짙다. 가장 깊은 곳에 바위를 깎고, 홈을 파 물길을 만들었다. 수려하고 현란한 물길로 술잔을 띄우며 시를 읊는 ‘유상곡수연’을 펼쳤다 한다. 최근 공적기관 행사 중 가장 뜨거운 찬사를 받는 행사는 ‘창덕궁 달빛기행’이다. 제목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달빛 아래 청사초롱 불 밝히고, “문을 여시오”라는 수문장의 외침과 함께 금천교·진선문·인정전·낙선재·부용지·애련정·연경당, 후원 숲길로 이어지는 야간 기행이라니.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라는 평화롭지만, 진심이 담긴 그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달빛기행은 낮에 걷는 창덕궁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설사는 오백 년 조선왕조 속 왕과 왕비를 살려내고, 권력과 파멸 사이에 갇힌 숱한 영혼들의 몸부림을 위로한다. 청사초롱이 어두워 살짝 옆 사람의 팔짱을 끼게 만드는 효과도 있으니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 함께라면 더 좋을듯하다. 그러나 올해도 단 1분 만에 매진되었다니 도대체 그 사람들 손끝은 무엇으로 만들었단 말인가! 국악, 세계인의 심장에 꽂히다. 돈화문 국악당 놀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나 짧다. 창덕궁을 나와 창덕궁 삼거리에서 좌측을 바라보니 저녁노을 아래 ‘돈화문 국악당’이 우뚝 서 있다. 여느 대가 집의 풍모보다 기운차게 하늘을 향해 치켜든 처마와 장식기와가 멋지다. 2000년 중반 즈음 심상찮은 기운이 국악계에 번져가기 시작했다. 잠비나이, 악단 광칠, 고래야 등 우리 귀에 익숙한 국악 그룹들에 더하여 퓨전 국악그룹 비단, 국악 앙상블 ‘불세출’, ‘숨’ 등의 등장으로 국악의 판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새로운 판소리에 전자음악을 입히고, 빠른 박자에 중독성 강한 노랫말, 파격 실험과 퍼포먼스 등 형식과 내용은 물론 작곡·연주·연출·기획에 이르기까지.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는 ‘아름답게 낯설다’라는 평가를 쏟아내며 열렬히 환호했다. BTS 슈가의 ‘대취타’가 세계 아미들의 떼창으로 불리어지던 시기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또한 3억 뷰 이상의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서울시가 창덕궁 맞은편 주유소 부지를 매입, 국악 전문공연장 조성을 결정한 것도 이들이 막 수면으로 떠올라 떠들썩하던 시기이다. ‘돈화문 국악당’에서는 2016년 개관 이후 대금·가야금·장고·태평소 등 다양한 우리 악기의 연주와 판소리를 비롯한 소리창이 울려 퍼졌다. 무엇보다 무대를 완성시키는 최고의 공은 이들 모두를 자연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건축설계에 있다. 무대를 바라보고 A부터 H, W까지 1부터 21까지 어느 좌석에 앉아 있어도 자연 청음이 가능하고, 서로 엇갈린 좌석 덕분에 시야도 자유롭다. 140석 규모의 객석과 창작자가 하나 되는 공연장 내부는 옛 창틀로 디자인하여 품격이 돋보인다. 무명의 기나긴 세월을 예술이라는 자부심으로 견디어낸 선배들과 ‘굶어 죽어도 놓지 않겠다’는 후배들이 엮어낸 감동적인 성과는 관객들에게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공연’이라 칭송하게 만들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진심인 20~30대가 국악당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와 ‘얼쑤’를 외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2만 원대의 공연료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책을 읽는 것은 숲속의 산책과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 같은 범인은 산책으로 길 위에 펼쳐진 이야기를 읽어낸다. 어제를 읽고 오늘을 느끼며 내일로 향하는 것, 그리하여 우리의 산책은 계속될 것이다.
[교사] 마음을 사로잡는 말센스의 비밀 (장차오 지음, 하은지 번역, 미디어숲 펴냄, 256쪽, 1만7,800원)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한마디 말에 인간관계가 크게 변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말 센스는 배려이며 습관이다.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은 상대의 관심을 어떻게 끌 것인지, 상대의 성향이나 성향에 따라 어떤 대화법이 적합한지 등 감각 있는 말센스 기술을 알려준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정선 번역, 페이지2북스 펴냄, 331쪽, 1만3,500원) 400년 전 스페인 수도자가 쓴 인생에 관한 글 300편을 엮었다. 각 한 페이지 정도의 짤막한 글에 인간에 대한 정확한 통찰과 지혜가 녹아 있다.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마라’, ‘이해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당신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동료는 멀리하라’ 등 현실적 조언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도록 안내한다. 과학의 반쪽사 (제임스 포스켓 지음, 김아림 번역, 블랙피쉬 펴냄, 536쪽, 2만1,000원) 뉴턴·갈릴레이·다윈…. 왜 유명한 과학자는 모두 유럽인일까? 정말 과학은 유럽에서만 발달한 것일까? 이 책은 그동안 역사에서 무시당한 비유럽 과학자의 이야기를 세계사 속 주요사건과 함께 엮어 들려준다. 코페르니쿠스보다 먼저 천동설의 오류를 지적한 이슬람의 천문학자, 양자역학 연구의 영감을 일으킨 인도의 물리학자, 말라리아 치료법을 발견한 아프리카 노예 출신 식물학자 등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가득하다. 10대와 통하는 영화 이야기 (이지현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244쪽, 1만5,000원) 영화의 역사·장르·시나리오·영화감독·영화배우 등 청소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영화이야기를 쉽게 알려준다. 이제 영화는 일상이 됐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영화감독·평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기생충·매트릭스·동주 등 9편의 영화를 통해 인문학적인 관점에서도 영화를 살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도 소개한다. [청소년] 101 금융 (한진수 지음, 푸른들녘 펴냄, 280쪽, 1만6,000원) 청소년들이 슬기로운 경제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101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금융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쨌든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렇다고 인생목표가 ‘돈 많이 벌기’가 될 필요는 없다.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의 적당한 부를 위해 돈을 제대로 관리하고, 합리적으로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금융상품과 자신의 소비패턴을 살피며, 여러 나라의 역사·문화·경제를 함께 익히게 한다. 최준영의 교과서 밖 인물 연구소 (최준영 지음, EBS BOOKS 펴냄, 280쪽, 1만7,500원) 세상을 바꾼 12명의 인물에 대해 기존 위인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으로 잘못된 이론을 고수해 러시아 농업과 유전학을 후퇴시킨 트로핌 리센코, 나치 학살에 관여했으나 우크라이나 독립운동가로 평가가 갈리는 스테판 반데라, 노예로 태어나 농업 연구에 평생을 바친 땅콩맨 조지 워싱턴 카버 등 단순한 성공스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균형 있는 시선으로 그 시대의 정치·사회·문화를 함께 알아가도록 한다. [어린이] 내 탓이 아니야 (레이프 크리스티안손 지음, 딕 스텐베리 그림, 김상열 번역, 고래이야기 펴냄, 32쪽, 9,000원) 학교에서 집단폭행사건이 발생한 후 아이들이 한 명씩 등장해 “내 탓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한다. 자책감을 가지면서도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뻔뻔하고 얄미운 아이들의 모습. 과연 우리의 모습은 다를까? 모두의 회피와 무관심이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가짜 뉴스 (엘리즈 그라벨 글·그림, 노지양 번역, 아울북 펴냄, 100쪽, 1만4,800원)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능력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필수 소양이다. 이 책은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짜 뉴스 구별법 10가지’를 알려준다. 유머러스한 가짜 뉴스 에피소드와 귀여운 그림으로 어린이도 쉽고 재밌게 읽도록 구성했다. 가짜 뉴스의 정의와 탄생 시기, 발생 원인을 알려 주고, 가짜 뉴스가 퍼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귀여운 젤리모양 캐릭터를 통해 알려준다.
교사는 ‘성장의 완성’을 보는 직업이 아니다. 그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잘 자랄 수 있도록 필요한 자양분(삶의 방식, 가치관, 사회적 윤리, 지식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응원하는 직업이다. 개중에는 자양분을 쑥쑥 받아먹고 폭풍 성장을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한사코 거부하며 삐뚤어 나가기도 한다. 커가는 과정에서 교사를 흐뭇하게 하는 녀석도 있고, 10여 년이 흐른 뒤 불쑥 찾아와 흐릿해진 나의 과거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주는 녀석도 있다. 물론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하게 하거나, 자책하게 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다시 스승의 날이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왜 교사가 되었을까?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가장 교사다웠던 순간과 교사니까 감내해야 했던 순간은 또 언제였을까? 나의 이러한 순간이 후배교사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교사니까, 교사답게, 교사로서 … 수식어가 누르는 부담감 나는 처음부터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다 보니 교사가 되어 있었다. 다른 직업으로 살 때와는 다르게, 교사가 되고 나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교사는 이렇게 행동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이 생겼다. 나는 교사니까 교사답게 살아야 할 것 같았다. 아이들과 상담할 때도 ‘교육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따랐다. 원래 성격과는 다르게 행동하려고 하니 부자연스러웠고, 내적갈등이 심해졌다. 상담이 잘 될 리 만무했다. 고민이 깊어졌다. 교사답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스스로 ‘꼰대’ 같아 보여 거부감이 들었고, 친근하게 다가가자니 뭐랄까,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미묘한 불편감이 생겼다. 허용적이고 친근한 관계유지와 교육자로서의 지도, 그 적절한 중간지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아이를 상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교사답게’라는 정의를 나름대로 찾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나를 찾아와 장난기 있는 농담을 건네며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그러다가 ‘쌤, 상담하고 싶어요’라며 상담실로 들어가면 진지모드로 돌변한다. 상담실 안에서는 교사로, 상담실 밖에서는 친구로, 학교 밖에서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을 이제 아이들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은 우리 교사에게도 유효하다. “상담실 안에 있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상담실 밖에서 너희들이랑 수다 떠는 쌤의 모습도 진짜고, 집에 있는 엄마처럼 잔소리하고 짜증내는 쌤의 모습도 진짜란다. 사람은 한 가지 모습으로만 살 수 없단다. 예를 들어보자. 옷장에 옷이 교복 하나밖에 없다면, 나는 수영장갈 때도, 등산갈 때도, 데이트할 때도 교복만 입어야겠지? 사람들이 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겠지? 그럼 이제 그런 곳은 가기 싫어질 거야. 그래서 나는 맨날 교복이 어울리는 학교만 다니고 싶어져. 그게 편하니까. 우리는 옷장에 다양한 옷을 마련해야 해. 그리고 상황에 맞게 옷을 갈아입어야지. 그래야 삶이 풍성해지고, 즐거워진단다. 옷을 갈아입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잖아. 오히려 합리적인 거지? 사람도 마찬가지란다.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해. 그게 적응이란다.” 우리는 곧잘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한결같아야 하는 것은 삶의 신념(가치관)이지, 행동(표현방법)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해서 늘 예뻐만 할 수 없다. 잘못하면 엄하게 훈육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고, 잘한 행동에 격하게 좋아하며 칭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며, 알 듯 모를 듯 조용히 뒤에서 챙겨주는 것도 사랑의 표현이다. 오히려 늘 예쁘다고만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언니·오빠·누나·형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친근한 교사가 되고 싶은 것과 교사답게 행동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교실에서 수업하거나, 교무실에서 학생과 상담할 때, 잘못된 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할 때는 ‘교사니까, 교사로서, 교사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쌓이고, 권위가 형성된다. 쉬는 시간이나 아이들과 놀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장난치고, 농담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보여주는 교사의 태도는 아이들에게 모델링이 되어 ‘자신의 옷장에 다양한 옷을 채워 넣는’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교사다운’ 교사로 오래 근무하려면 ‘애들 상대하는 일이 뭐가 어려워’라고 쉽게 말하지만, 어른이 아이를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 두 명(엄마·아빠)이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도 맘대로 안 되는데, 한 명의 교사가 성격·가정환경·지적수준 등이 다른 학생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특히 돌봄기능과 기본생활습관형성기능까지 추가된 초등학교의 젊은 교사들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조차 없어 교육이 담당해야 할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난감해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중·고등학생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초등학생은 ‘어리니까, 모를 수 있어’라고 위안이라도 삼는다지만, 알면서도 ‘어쩌라고’ 하며 듣는 척도 안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며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애쓰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라는 회의가 들면서 힘이 빠지기 일쑤이다. 끝까지 붙잡고 있자니 에너지 소비가 너무 크고, 포기하자니 교사로서 책임감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자책하게 된다. 교사로서의 초심이 깊었던, 학생에게 진심이었던, 온 열정을 다 쏟아 부었던 후배교사일수록 학생이 잘못되면 자책이 심해지고, 오랫동안 힘들어 한다. 급기야 ‘학교는 뭐 직장이죠’라며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접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니, 더 짠하다. “아이들은 12년 학교생활을 하면서 각자 성장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교사는 그 드라마를 찍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잘 찍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렇게 하면 더 잘 찍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실수하고 힘들어할 때 응원해주고, 만족해할 때 축하해주는 사람이지, 완성된 작품을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시사회에 초청되는 일도 드물죠. 아이들의 성장드라마는 선생님의 눈앞에서 펼쳐질 수도, 1년 뒤에 일어날 수도, 5년·10년이 흐른 뒤 어느 날 문득 일어날 수도 있어요. 선생님의 올바른 지도가 지금 당장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고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던 것도 아니에요.” 아이들은 자신이 아직 받아들일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듣는 둥 마는 둥, 듣더라도 실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한 순간, 혹은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이 오면 그제야 변화가 시작된다. 교사는 그 순간을 위해 길고 긴 시간을 견디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만약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른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없다. 아이들이 지금 당장 듣던 듣지 않던, 그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교사는 충분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나는 늘 강조하며 격려한다. “쌤, 포기하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교사다웠어요. 달라지고 안 달라지고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에요. 그 녀석의 선택이에요. 너무 조바심 내지 마요.” 교사는 아이들이 지금 당장 말을 새겨듣고 변화하리라는 기대를 하며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1년 혹은 5년 혹은 10년 혹은 더 멀리 어느 날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을 때,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예전에 선생님들이 해줬던 말을 기억해내면서 방법을 찾아내고, 그래서 다른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며 지도하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한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내 덕분임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교사다운’ 행동을 한 것이니, 그것으로 족하면 된다. 감사의 마음을 간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교사는 그저 교사로서, 교사니까 묵묵히 제 몫을 하면 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다운 교사의 길을 오랫동안 걸어갈 수 있다. 교사라서 느끼는 벅찬 감격의 순간 곧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들려오지만, 아이들은 스승의 날이 되면 담임선생님을 위해 깜짝 파티를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담임선생님 몰래 작전을 짜고, 당일 아침 새벽같이 학교에 와서 칠판 가득 감사메시지를 적고, 풍선을 붙여놓고, 케이크를 사놓고 선생님을 기다린다. 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다. 교사만이 누릴 수 있는 감격의 순간은 또 있다.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시킨 녀석들이 이제 좀 컸다고 선물과 커피를 사 들고 와서는 자신의 근황을 전해주는 순간이다. 아이들은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라며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이며, 감격의 마침표를 찍는다.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된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냅다 왔어요.” ● #01 _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졸업한 지 2년 만에 연락이 온 ○○이는 늦바람이 불었다. 중학교 때까지는 별 탈 없이 학교생활을 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방황하더니 급기야 학교를 그만두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하자 부모님이 결국 항복했다. 의기양양하게 자퇴서를 쓰러 온 날, “아빠 이겨서 좋냐?”라는 말과 시작된 마지막 상담에서 아이는 피식 웃었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어찌어찌 겨우 졸업을 시켰다. 올 3월 중순쯤 갑자기 연락이 왔다.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그때 자기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건넨다. 대학에 진학해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전한다. “○○이가 마음을 바꾼 덕이지. 그때 고집을 꺾은 용기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던 거지. 우리 ○○이, 잘했네. 그리고 그 순간에 쌤을 생각해줘서 또 너무 기쁘네.” 한 사람의 희로애락 순간에 교사가 있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 #02 _ 내 눈앞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 교사로서의 자부심이 생긴다 □□이는 1학년 때부터 전교에 소문이 자자했던 학생이었다. 무사히 졸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정기상담일에 와서도 ‘상담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며 거침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곤 했다. □□가 3학년이 되던 해, 우리학교에 대안교실이 생겼다. □□이에게 “쌤이 대안교실을 운영할 거야, 너도 같이 해볼래?”라고 권유했고, 마지못해 합류했다. 대안교실의 제과제빵 프로그램이 재미있었는지, 차츰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왜 한집에 살아야 하냐’며 극도의 반항심을 표출하던 녀석이 어느 날, 자신이 만든 빵을 아버지에게 드리겠다며 회사로 찾아갔다. 아버지는 회사동료들에게 우리 딸이 만든 빵이라고 자랑하며 함께 먹은 사진을 딸에게 전송했다. 그날 이후 이 녀석은 드라마틱한 성장드라마를 내 눈앞에 펼쳐 보이며, 제과제빵과로 진학했다. 내 눈앞에서 성과를 지켜본 케이스이다. 아이의 성장은 교사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자부심이 생기고,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스킬이 +1 된다. ‘교사의 옷장에 새로운 옷’이 생기는 순간이다. ● #03 _ 알아주면 고맙고, 몰라줘도 괜찮다 △△이는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쉬는 시간마다 위클래스를 들락거리며 넋두리했다.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면 너에게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지 않겠니?”라는 말에 “상담 그렇게 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한동안 발걸음을 끊었던 녀석이었다. 멋쩍은 듯 다시 찾아온 날, 아무렇지도 않게 “어, 왔어? 오랜만이네, 잘 지냈니?”라는 말에 “쌤, 제가 어떤 점을 수정하면 좋을까요?”라며 변화를 꾀했던 기특했던 녀석이다.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던 3학년, 녀석은 졸업할 때까지 위클래스에 오지 않았다. 섭섭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흐뭇했다. 녀석의 노력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졸업한 후 몇 년이 지났을까. 뜬금없이 찾아왔다. “쌤, 갑자기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진짜 너무 보고 싶어서.” “왜? 무슨 일 있어?” “아뇨. 그냥 진짜 보고 싶었다니까요.” “뭐야, 뜬금없이. 잘 지내고 있지?” “사실은, 쌤, 이제 알았어요. 쌤이 저에게 하던 말들, 그 말이 이제야 뭔지 알았어요. 제가 틀렸더라고요. 저는 애들이 다가오기만 기다렸지, 제가 다가갈 줄은 몰랐던 거예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도 다가갔어야 하는 건데, 제가 챙겨야 하는 건데, 저는 그냥 다른 사람들이 저를 챙겨주고,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더라고요. 그걸 깨닫는 순간, 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막 달려왔어요.”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학창시절 선생님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학교에 다니는 12년 동안 만난 선생님 중 감사한 분도 있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걸리면 죽는다고 해서 별명이 ‘AIDS’이었던 ○○선생님은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면 안줏거리로 빠지지 않는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파도 파도 끊이질 않고 험담을 할 수 있다. 그러다 생각한다. ‘하긴, 덕분에 나는 그런 교사가 되지 않으려고 늘 경계하며 살고 있지. 그 분이 남긴 교훈이라면 교훈인 거네’라고 말이다. 교사는 그런 존재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말이다. 스타강사와는 차원이 다른 그런 존재감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면, 분명 ‘직장’ 외에 다른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초심으로 아이들과 오랫동안 행복했으면 좋겠다.
세계는 지금 Digitalization(디지털화)에서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Digitalization이란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활용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활성화하거나 개선 및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원활한 의사소통 지원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가는 것이다. Digital Transformation은 Digitalization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이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고객 및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변환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업무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조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어떤 의미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 BETT SHOW로 향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 BETT(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 SHOW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듀테크 박람회로 198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는 글로벌 행사이다. 올해는 ‘재연결(Reconnect), 재구성(Reimagine), 재탄생(Renew)’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내걸고 세계 150여 개국 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3월 29~31일까지 열렸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019년 1월에 BETT SHOW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코로나19가 앞당겨버린 디지털 세상이 올해 BETT SHOW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사뭇 궁금했다. Keynote 현장에는 세계 유명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필자가 도착했을 때는 영국의 유명 방송인인 아요 소칼레(Ayo Sokale)의 ‘Neurodiverse Minds: The key to the future and the UN SDGs(신경다양성 마인드: 미래와 UN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열쇠)’라는 주제로 열정적인 강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지구와 미래사회를 위한 핵심 키워드로 신경다양성 마인드를 제안하는 그녀의 강연은 뒤에 이어진 크리에이터이자 영화감독인 앨리슨 벨우드(Alison Bellwood)의 Making ‘sustainability’ real in schools(학교에서 ‘지속가능성’ 실천하기)의 주제와도 맞닿아있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술 발전을 쫓아가면서도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육이 학교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경제·사회·문화·예술·교육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필요한 통찰을 보여주는 강연은 BETT SHOW에서 놓칠 수 없는 귀한 경험이 아닌가 싶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좌석을 빽빽하게 채운 관중들, 그리고 발표자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내고 호응하는 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경건하고 다소 딱딱한 행사 문화와는 상반된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AI 튜터링 서비스 Practice Sets BETT SHOW 현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AI 기반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였다. 국내 교과서 출판사의 AI 기반 디지털교과서 및 AR 활용 교육도서와 학생들의 독서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영국의 대시보드 플랫폼,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 등 수업·평가, LMS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자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2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에서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 AI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학생 개개인의 배움 속도에 맞게 맞춤교육을 제공하여 미래사회의 디지털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라 볼 수 있겠다. 또 구글의 AI 튜터링 시스템인 Practice Sets은 기존의 온라인 학급인 구글 Classroom에서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을 AI가 이를 자동 채점해 주고, 잘했을 때 칭찬해 주는 정적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학교교육에서 수업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평가’이다. 순위를 내고, 성공자와 실패자를 가르기 위한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니라 학생의 현재 수준을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한 과정으로서 평가는 수업을 보다 완성시켜 줄 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에 기여한다. 이러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I 보조교사, 즉 AI 튜터링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하여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진단한 결과를 정리하여 교사에게 알려줌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학습자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학습자 분석결과는 교사의 손에 의해 맞춤형 수업설계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학습의 제일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결과로서의 평가가 아닌 학습활동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서의 평가, 성장을 돕는 평가를 위해 Practice Sets와 같은 AI 튜터링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영국에 이어 한국에도 서비스가 론칭된다고 한다. AI를 접목한 SW·AI 교육도구의 등장 다음으로 다양한 SW·AI 교육도구들을 살펴보았다. 예전의 BETT SHOW에서는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가 눈에 띄었다면 올해의 BETT SHOW에서는 한 단계 진화해 AI를 접목한 코딩교육과 피지컬 컴퓨팅의 연계, 나아가 데이터 기반의 시각화 교육에 대한 연구와 도구들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다. 얼굴인식 기술을 접목해 카메라에 비친 사람의 나이와 감정을 예측해 알려주는 교육체험에서부터 최근 핫한 챗GPT를 접목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내에서 챗GPT에 연결하여 질문하고, 대답을 얻어내 그 결과를 프로그램에서 활용하게 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활동은 학습자의 학습동기를 끌어냄과 동시에 최신 정보기술을 활용한 문제해결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기계학습의 방법으로 쓰레기 종류를 학습하고, 쓰레기 종류를 분류하여 자동으로 분리수거하는 체험활동이나 실시간 센서 데이터를 수집해 물리적인 환경상태를 시각적으로 파악한 패턴에 따라 코드를 작성함으로써 최적화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체험활동은 학습자들의 일상생활과 연계된 학습활동으로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학생들이 키우고자 하는 문제해결력은 글로서 배우는 것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와 결부되었을 때 그 효과성이 배가 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이를 해결해보는 경험이 교육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 세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AI·SW 등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들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Digital Competence를 지닌 인재로서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넘기자 결국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기존 교육에서 탈피해 새로운 교육과정 방법을 가능하게 하는데 최신 정보기술이 사용되는 변화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교사 중심의 페다고지에서 학생 자기주도의 안드라고지로, 이제는 자기결정적 학습에 이르는 휴타고지로 나아가는데 디지털 대전환 사회가 이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BETT SHOW 관람에 앞서 방문한 핀란드와 스페인의 초등학교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들의 수업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처럼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 도구와 스크래치, 파이썬 등을 활용한 코딩교육을 하고 있었고, 각 교과시간에 크롬북 등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디지털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달랐다. 수업시간 중에도 자유롭게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지고, 한 교실 내에서도 여러 개로 나눠진 방에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유연하게 수업이 이루어졌다. 쉬는 시간에도 복도 곳곳에서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아이들 손에는 크롬북이 쥐어져 있었고, 하교 시 집으로 가져가 학교에서 못다 한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통제 하에 필요할 때만 잠시 꺼냈다 다시 충전함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이마저도 ‘관리’라는 명목 아래 필요한 때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 수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은 결국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는 것, 정형화된 수업문화에서 탈피해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모습으로 자기결정적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들에게 넘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BETT SHOW에서 보았던 전 세계의 에듀테크 기업과 교육기관들이 추구하고 있고, 또 추구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란 결국 학생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기기 위한 교육에서의 Digital Transformation인 것이다.
최근 더 글로리(The Glory)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교 시절, 끔찍한 괴롭힘에 시달렸던 주인공이 긴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들을 처절하게 응징하는 내용이다. 복수의 통쾌함보다는 가해자의 잔인한 폭력성에 대한 무반성과 피해자의 회복되지 않은 깊은 상처 등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가시지 않았다. 사이버폭력·혐오 등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며 그 폭력성은 더욱 정교하게 진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까? 정서 문해력이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OECD는 ‘Education 2030’에서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제시하며, 태도와 가치(Attitudes and Values)를 중요한 핵심 구성요소로 보았다. 이는 타인에 대한 존중·공정성, 개인 및 사회적 책임, 자기인식 등 민주시민교육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서 문해력 교육이다. 정서 문해력(Emotional Literacy)이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 감정을 생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인본주의 교육을 옹호하는 미국 심리치료사 클라우드 슈타이너(Claude Steiner)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클라우드 슈타이너는 정서 문해력이 주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힘을 실어주며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아래의 다섯 단계를 제시하였다. ①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다(Knowing your feelings). ② 공감감각을 가진다(Having a sense of empathy). ③ 감정조절하는 것을 배운다(Learning to manage our emotions). ④ 정서적 문제를 해결한다(Repairing emotional problems). ⑤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한다(Putting it all together: emotional interactivity).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교사의 인식 정서 문해력 교육은 학생의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자신감, 인지발달 및 독립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자기규제를 장려하고 타인과 긍정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Education today, October 2021, 19p). 정서 문해력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이에 대한 초·중·고 교사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중 일부문항에 대한 자료분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가 인식하고 있는 학생의 정서 문해력 정도에 대한 문항에서, 3년 미만의 교사들이 2.04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을 가장 낮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그러나 배경 변인에 다른 유의미한 차이가 없이 학생들의 전반적인 정서 문해력이 낮다고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어, 학교현장에서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에 대한 적극적 지원 및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을 묻는 문항에서는 전체 평균 3.15로, 교사들이 전체적으로 정서 문해력과 인지 문해력의 관련성이 높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참조). 학교현장에서는 문해력이 낮은 학생에 대한 정서 문해력 교육도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 방안을 선택하는 문항에서는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운영, 교원연수, 심리·정서 전문상담사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정서 문해력 향상 프로그램 지원과 자격연수 또는 직무연수 과정에 정서 문해력 관련 연수내용을 포함하여 교사들에게 구체적인 지원체제 구축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설문결과에 나타나듯 교사들은 이미 정서 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고,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 교육적 지원과 역량 강화 연수 등에 대한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외국 사례 정서 문해력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국내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학교에서 정신건강과 웰빙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다각적 접근방식을 취하며, 학생의 학습준비도를 도울 수 있는 ‘학교 단위의 정신건강 및 웰빙 촉진 및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정서 및 웰빙에 대한 교육방법과 학생들의 감수성을 존중하는 심화연수로 정신건강 훈련 모듈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정서 문해력 지원 도우미(ELSA: Emotional Literacy Support Assistant) 프로그램 운영 지원으로 학교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를 제공하여 학생들의 공감능력 향상을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학생의 회복력과 웰빙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는 ‘Be You’ 정책은 정신건강을 위한 국가교육계획으로 학생·교직원·가족 모두가 긍정적이고 포용적이며 탄력적인 학습공동체를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Friendly schools 운영 등 학생의 사회·정서발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 전체의 포괄적 접근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변화에 대한 자체 역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교사·학교·교육청 역할 해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서 문해력 교육은 개인을 넘어 교육공동체 모두의 관심과 교육적 지원으로 실현화될 수 있다. 학생들의 정서 문해력 함양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 학교의 역할, 그리고 교육청의 역할이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교사의 역할 - 교수·학습계획 수립 시, 학생의 인지적인 부분과 함께 정서적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 개인의 종합적 학습발달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교육과정 내의 개별화 교육과정(individualized curriculum)에서 교사 및 심리사(psychologist)의 관찰 및 판단을 바탕으로 개별학생의 성취목표 도달 여부와 그에 대한 교수·학습계획을 수립하듯이 학생 개개인에 대한 다각적이고 세심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 개별화 수업교실의 교사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유형과 각양각색의 관심사를 고려해 수업을 개별화해야 한다. 또 학습내용 복잡도와 상이한 지원체계를 감안, 수업의 진행속도를 달리해서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켜야 하며,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경쟁하면서 성장 발전해가는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2019, 홍완기). - 정서 문해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교수·학습을 계획하기 전에 학생의 정서 공감능력 및 학습수준을 고려한 학습범위 설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정서적 자기효능감을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학생 개개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학습수준을 고려하여 어떤 학생도 학교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개인에 맞는 학습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학교의 역할 - 교사가 학생의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전문성을 가지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학교 내에서 전문가를 활용한 교사교육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학교환경에서의 정규교육과정 안에서 정신건강교육 및 아동·청소년기의 부적응문제 등 예방의 통로로 학교기반의 정신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적용하였으며, 학생들의 또래관계기술 향상에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심서연, 2015). - 정서 문해력 교육은 교사의 노력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부분으로, 가정의 수용적 분위기 속에서 부모·형제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가능하기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 및 자료 제공이 필요하다. - 학교운영계획에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한 단위학교의 구체적인 계획수립 및 운영이 필요하다. ● 교육청의 역할 - 학교현장에서 정서 문해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전문상담 프로그램 및 자료제공을 위해 행·재정적 지원이 시급하다. - 단위학교의 정서 문해력 관련 로드맵 수립에 참고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교육정책 제시가 필요하다. - 설문결과에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향상방안으로 교사연수 부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가치·태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평가자료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이 정서 문해력 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교수·학습활동에 활용하기 위한 연수제공이 절실하다. 따라서 학생들의 가치·태도와 관련된 정서 문해력 교육을 위한 다양한 연수내용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우리의 뇌는 끝없이 진화한다’는 어느 뇌과학자의 말로 끝을 맺는다. 타인과의 공존,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며 표현하는 개인 안의 공존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서 문해력 교육이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균형 잡힌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포츠계·연예계를 넘어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사태까지. 학교폭력 관련 뉴스가 연일 화제이다. 최근에는 학교폭력과 그에 대한 복수를 담은 드라마까지 인기를 끌면서 학교폭력이 문화적 콘텐츠로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과 보호자 역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아져 있음은 당연하다. 학교에서는 예전 같으면 담임교사의 생활지도 정도로 마무리할 정도의 사안들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일이 늘고 있다. 신고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들 사이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일을 왜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냐는 식의 민원을 넣는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학교는 갈수록 더 힘들어져 간다. 어떤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접수해야 하고, 어떤 사안을 학생들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애초에 학교에서 이를 임의로 판단해도 괜찮은 걸까? 업무담당자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번 호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접수와 관련하여 현장에서 고민해온 사례들을 살피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왜 그렇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아본다. 수록된 사례와 파생되는 예시 상황들이 독자들의 눈에는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 필자가 자문한 학교현장에서 발생하였던 실제 사례들을 기반으로 한 것임을 밝혀둔다. 즉 학교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례1운동경기 중 발생한 부상과 학교폭력 점심시간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다가 P가 상대 학생 V에게 깊은 태클을 걸어 부상이 발생하는 일이 생겼다. 즉시 V를 보건실로 옮겨 치료하고, 보호자에게 연락하였다. 그런데 V의 보호자는 태클을 걸어 온 P를 탓하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운동경기 중에 발생한 일일 뿐,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보이는데, 이런 사안도 학교폭력 절차로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은 제13조 제2항 제3호를 통해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소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막상 발생된 분쟁사안이 학교폭력인지, 혹은 일상적으로 발생한 갈등인지에 관해서는 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하게 되므로 학생 또는 보호자가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비록 그 내용이 이치에 맞지 않거나 근거가 없어 보이더라도 학교폭력 사안처리 절차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례❶’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해야 한다. 또한 ‘사례❶’과 같은 사안을 우발적 상황으로 여기고 학교폭력사건으로 처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이 사안을 조사하다가 다음과 같은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가정해 보자. ① P와 V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같아 서로 경쟁하는 사이로 학교생활 도중에도 종종 갈등이 있었다. ② P의 태클 이전에도 경기 중 계속하여 P와 V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여 다른 학생들이 말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③ V는 종아리 위쪽에 부상을 입었는데, 통상 공을 빼앗기 위한 태클이 발목을 향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부상 부위가 일반적이지 않다. 위와 같은 사실을 고려하면, P는 축구경기라는 점을 이용하여 V를 공격할 목적으로 태클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심의위원회에서 이를 고려하여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가능성도 생긴다. 사례2학생에 대한 생활지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을까? 초등학교 1학년인 V의 보호자가 상담을 요청해왔다. 들어보니 같은 반의 P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행동을 반복하며 V를 괴롭힌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P의 행동은 엄밀히 바라보면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이는데, 한편으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V의 보호자와 상담할 때 특별히 학교폭력으로 신고한다는 말은 없는데, P를 불러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훈육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어도 괜찮은 걸까? 심각한 신체폭력이 발생하였다거나, 증거가 분명한 사안이라면 곧장 학교폭력사안으로 접수하겠지만, 항상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것인지가 애매한 사안들이 발생해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이렇게 애매한 사안은 학교폭력으로 접수하여 처리하든 혹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두 상황을 가정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 가정 1)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한 경우 우선 가해학생으로 신고된 P의 보호자는 “뭘 이런 아이들의 장난까지 학교폭력으로 보고 처리하느냐”며 화를 낼 것이다. 물론 가해학생 측의 입장에서 이런 반응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되고 예상가는 범주의 일이다. 그런데 유사한 사례들을 접해보면 오히려 피해학생 측인 V의 보호자가 “나는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느냐”라고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런 일들의 내막을 살펴보면 보통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처리를 시작하자 “○○ 엄마/아빠가 별것도 아닌 일로 학교폭력 신고했대”라는 소문이 돌았다거나, 혹은 본래 친하던 학생들이나 보호자들 사이의 관계가 학교의 사안처리 때문에 서먹해졌다는 등의 사연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발생한 책임을 모두 학교에게 떠넘긴다. ● 가정 2)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한 경우 이미 갈등이 발생한 학생들은 이후 다른 문제가 또다시 부딪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사례❷’에서 P에 대한 생활지도에도 P가 V를 추가로 가해했을 때, 화가 난 V의 보호자가 “과거에도 학교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라고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번에는 V가 P를 폭행하고 P가 신고하자 V의 보호자가 “우리 아이가 당했던 학교폭력은 모르는 척 넘어가고, 왜 우리 아이가 가해한 부분만을 문제로 삼느냐”라고 할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이든 학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해서 처리하든, 학생생활지도 차원에서 마무리하든 갈등과 분쟁의 위험이 있다. 그러면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례❷’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사자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고 분명하게 결정하도록 한다’라고 생각된다. 또 굳이 에둘러 말할 이유도 없다. “말씀을 들어보니 V가 힘들었겠다. 공식적인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하여 처리할 수 있지만, 교육청에서 진행되는 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면 학교 내에서 P와 V에 대한 생활지도를 진행해볼 수도 있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알려달라”고 하여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때 보호자가 학생생활지도로 진행하기를 원한다면 학교관리자와 상의하여 생활지도방안을 마련하고 이러한 계획에 대한 내부결재를 남겨두는 것이 권장되며, 적어도 보호자가 그러한 결정을 하였음을 기록해 보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차단하고 학교의 입장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다. 사례3학교폭력 신고접수 후 오인신고임을 알게 된 경우 B는 ‘A가 성인에게 성범죄를 당하고 괴로워한다’며 담임교사에게 알렸다. 깜짝 놀란 학교는 학교전담경찰관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였고, 중한 사안임을 감안하여 사실 확인에 앞서 곧장 교육청에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접수하였다. 학교는 A의 보호자에게도 이러한 사실을 알렸는데, 보호자 역시 처음 듣는다며 놀랐고, 성관련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호자에게 협조를 요청하였다. 다음날 A와 보호자가 함께 학교로 방문하였는데, A의 보호자는 A가 다른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한 말을 한 것이라며 그러한 피해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한다. 학교로서는 한시름 놓긴 했지만, 이미 접수한 학교폭력신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신고를 철회하면 되는지 궁금하다. 우선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였을 때, 사실 확인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곧장 학교폭력 접수를 진행하는 것이 상책이다. 법령으로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학교는 학교폭력을 인지한 후 48시간 이내에 교육청으로 사안을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안(특히 성폭력)은 유선으로 별도 보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례❸’과 같이 제3자(학교폭력 당사자가 아닌 자로 목격학생 또는 교사 등)의 신고로 학교폭력 접수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사안을 조사한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이를 종결하기 위해 마련된 별도의 과정이 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2023.3.1.)은 학교 내의 전담기구 회의를 통해 학교폭력이 아님을 확인한 후, 그 회의내용을 기재하여 교육청으로 보고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접수된 신고만 철회하면 될 것 같은데, 이와 같은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는 것이 담당자로서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절차는 학교 업무담당자에 대한 안전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내에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전담기구는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법정기구이다. ‘사례❸’의 신고가 실제로는 오인신고가 아니라 성폭력 피해사실이 알려질까 봐 학생이 부모에게도 이를 숨긴 일이고, 나중에 제3자인 B의 신고가 진실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이때 사안을 허술하게 조사하여 중대한 학교폭력 사안을 임의로 철회했다며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담기구의 회의와 이를 통한 결정이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여 문제발생의 책임을 업무담당자 개인에게 돌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상 살펴보았듯, 학교폭력 사안은 사안의 초기단계 처리가 매우 중요하고 여기부터 다수의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일단 접수가 이루어지면 담당자는 처리를 위해 관련한 많은 문서를 만들어야 하고, 학생과 보호자에 대한 상담까지 진행해야 하며,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결코 학교폭력 담당자 개인이 해결하거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의 접수과정부터 학교관리자를 비롯한 학교 전체의 관심과 도움 그리고 협력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적 관점에서 학폭은 매우 다루기 힘든 이슈다. 다른 어떤 교육적 이슈보다 단기간에 특정한 사건에 의해 사회적 관심을 받지만 대책 발표 이후 급격하게 관심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언제든 예측하지 못한 측면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어 교육정책당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슈라는 특성을 가진다. 학폭에 대해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 시기 이후 대략 2013년 초까지는 학폭을 범죄로 인식하고 가해행위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도입 등 강력한 정책을 편 시기라 평가된다. 이후에는 예방 프로그램 적용, 가해학생 조치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완화,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 등을 통해 학폭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시기로 전환됐다. 정도 넘는 학폭은 지원 강화해야 최근 몇 년간 학폭 대책을 논의할 때 ‘교육적 해결’ 방안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적 해결은 학교 외부 힘보다는 학교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며, 사건이 발생한 후의 대책보다는 예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어울림 프로그램과 같이 학폭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급운영이나 수업과정 갈등관리, 학생간 교우관계를 든든하게 할 수 있는 교육방안들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학교 밖의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 피·가해학생 조치를 요청하기보다는 학교 내에서 전담 기구 등을 활용해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의 역량과 협력으로 화해와 중재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학폭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좀 더 보완하고 필요한 전제조건 등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우선 이 주장은 모든 학폭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는 초 1학년 학생 간의 티격태격이나 단어의 뜻을 모른 상태에서 상처 주는 언어표현부터 중등학교 일진그룹에 의한 특수폭행까지를 다 포함한다. 교육적 해결은 예방적 차원에서 모든 학생이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 개인의 인권을 인정하는 학교풍토 및 교우관계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정도를 넘어서는 폭력적 행위에 대해서는 학교 밖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학교전담경찰관의 개입(사안조사 및 대응과정)을 허용해야 한다. 특히 사이버 폭력 등 최근 확산되는 유형은 학교나 교사의 예방 및 대응역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학교 밖 네트워킹을 통해 그 분야에 강점을 갖는 조직이나 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 학교 대응역량 키울 여건 필요해 다음으로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학폭에 대한 초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초등 저학년에서 발생하는 학생간 갈등을 학폭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관행도 바꿀 필요가 있다. 적어도 초 1, 2학년 사안의 경우 학폭 대상이 아닌 교우관계 회복적 측면에서 담임교사가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 매우 사소한 혹은 교사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학부모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무력감은 차후에 학폭을 생활지도의 관점이 아닌 법적, 제도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혹은 교원에게 학폭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룰 권한과 여력이 주어져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에서 가장 기피업무는 학폭 담당이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학폭 전담교사는 매년 바뀌고 교육경력이 적거나 기간제인 교사가 담당하고 있는 현실도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성이 누적되지 않고 일하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 상황은 여전하다. 학교의 대응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담당교사에게 생활지도 수석교사라는 지위를 부여해서라도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 지겨워 진짜. 니들은 왜 다 그걸 묻냐? 난 이래도 아무 일이 없고 넌 그래도 아무 일이 없으니까. 지금도 봐. 네가 경찰서 가서 그 지랄까지 떨었는데. 넌 또 여기 와 있고. 뭐가 달라졌니? 아무도 널 보호하지 않는다는 소리야 동은아. 그걸 다섯 글자로 말하면 뭐다? 사. 회. 적. 약. 자.” 학교 폭력의 아픔을 다룬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리쇼 ‘정선 가득한 아침’의 진행자, 정선고등학교 이원재 선생입니다. 오늘은 학교폭력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배 속에 든든함과 따스함을 함께 채울 수 있는 핫도그 레시피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함께 요리해주실 두 분을 모셨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시든 학생부에 계실 확률이 무척 높은 ‘체육’ 김윤성 선생님 나와주셨고요. 교생실습 때 교생과 지도교사로 인연을 맺었는데 신규 발령도 이곳으로 받으신 국어 임다정 선생님 나오셨습니다. 핫도그 만드는 교사들 먼저 재료를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는 거의 이 지역 식자재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해요. 학교와 지역이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저희 전교생이 260여 명 되는데 굵은 소시지와 길쭉하고 양쪽으로 갈라지는 아메리칸 핫도그 빵을 학생 수만큼 주문합니다. 달콤한 데리야끼 소스와 풍미를 더해 줄 아일랜드 드레싱, 그걸 뿌려줄 구멍 세 개 달린 소스통도 필요합니다. 위생상 키친타올과 비닐장갑, 마스크를 준비하는 건 기본인 거 아시죠? 여기서, 우리 ‘정선 가득한 아침’ 시청자 여러분께만 살짝 귀띔해드릴 준비물이 몇 가지 더 있어요. 교직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들이 될 거라고 후배 선생님들을 꾈 수 있는 당의정 2알.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도 먼저 웃으며 인사말을 건넬 수 있는 뻔뻔함 100그램. 규정을 잘 지키면서도 그럴듯하게 지출 품의를 올릴 수 있는 필력 세 스푼입니다. 교장, 교감 선생님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넉살까지 갖추셨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자! 이제 조리를 시작해 볼까요? 우선 세 사람이 학생들이 등교하는 현관 앞에 2인용 긴 책상 두 개를 놓고 나란히 섭니다. 임다정 선생님이 교무부와 학생부에서 가져온 전자레인지에 빵을 데우고, 김윤성 선생님이 집에서 가져온 캠핑용 그릴에 소시지를 굽습니다. 그러면 제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 속에 육즙 터지고 탱글탱글한 소시지를 끼운 뒤 소스를 골고루 뿌려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건넵니다. 아차! 중요한 걸 빼먹을 뻔했네요. 이 핫도그를 먹으려면 마법의 주문을 자기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야만 합니다. 제 옆에 서 있는 배너에 쓰인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SNS에는 고운 말 좋은 글만. 다툴 것 같으면 선생님께 중재를. 너도 나도 모두 귀중한 사람.” 여기서 잠시, 그날의 풍경을 담은 영상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네! 여기는 3월 16일 아침, 정선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현장입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100여 미터 가까이 늘어선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주문을 외는 소리가 함께 뒤섞여 활기찬 아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정선고 2학년 김도연 학생을 만나보겠습니다. 핫도그 맛이 어떤가요?” “너무 맛있어요! 정선에서 처음 이런 거 먹어 봐요!!!!” “이런 캠페인 참여하는 느낌이 어떤가요?” “사실 처음엔 그냥 맛있다, 즐겁다 이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매일 등교할 때마다 이름 불러 주시고, 머리 자르면 그것도 알아봐 주시고, 기분도 살펴 주시고 하니까 내가 정말 귀한 사람,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다시 정의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면서 우리 학교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울타리로 묶이는 느낌도 들었고요.” 교실로 올라가면 핫도그 맛을 놓고 미식회가 열립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 교실 안에서도 멀찍이 떨어져 앉아 말 한마디 없이 각자 핸드폰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2022년, 이러한 캠페인이 시작된 후로, 정선고에서는 다툼과 학교폭력이 드라마틱하게 사라…….” 화해·공존·어울림을 꿈꾸다 여기까지 보겠습니다. 영상 어떻게 보셨나요? 영상 끝에 취재 기자가 큰 실수를 할 뻔했네요. 대한민국에 3대 금기가 있다고 하죠. 응급실에서 환자가 없다고 말하기, 소방서에서 긴급 출동이 없다고 말하기, 그리고 학교 학생부에서 학폭 사안 없다고 말하기. 농담입니다! 하하하. 시청자 여러분 오늘 소개해 드린 레시피 어떠셨나요. 2006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기억하십니까. 한국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르던 깊은 산골에 우연히 국군, 인민군, 연합군 병사들이 흘러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서로를 죽이려고만 들던 병사들을 자연스레 화해하도록 만든 신선 같은 촌장님은 위대한 지도력의 비결을 다음과 같이 밝히시죠. “뭘 좀 마이 멕이야지 뭐.” 어깨띠와 피켓, 딱딱한 표어를 인쇄한 볼펜과 기념품으로 진행하는 캠페인 대신, 한입 가득 베어 물 수 있는 핫도그 레시피로 그 자리를 대신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레시피대로 요리해 보신 후기를 한국교육신문 독자 게시판에 올려주세요. 추첨을 통해 이 글쓴이의 연락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학교폭력으로 인한 배제와 파국 대신, 화해와 공존, 어울림의 문화를 함께 꿈꾸실 시청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정선 가득한 아침’ 진행자 정선고등학교 학생안전부장 이원재 선생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많은 교사가 학생 교육과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 정당한 학생 지도과정에서 아동학대로 신고당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직 사회의 사기 저하와 교육력 후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행히 국회와 교육부가 교총 등 교육계의 염원을 반영해 지난해 말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현장의견 반영한 시행령 서둘러야 문제는 내용이다.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해도 시행령이 법의 취지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되고 어려움은 계속된다. 교총이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교육부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생활지도 내용을 제시하고 반영을 촉구한 이유다. 교총이 제시한 구체적 내용은 수업 방해 및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해 교사가 △학생 상담 및 구두 주의 △교육활동 장소 내 특정 공간으로 이동 △교실 퇴실 명령 및 지정된 공간으로 이동 △반성문 등 과제 부여 △방과 후 별도 상담 △학부모 내교 상담 △교권보호위원회, 생활교육위원회 개최 및 학생 징계 △기타 학칙이 정하는 생활지도 행위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교총이 이처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제시한 목적은 첫째, 학생의 학습권(수업권) 보호 둘째, 교원의 교권 보호 셋째, 교원의 생활지도 방법의 구체화를 통해 교원-학부모, 학생 간 갈등 완화, 생활지도 행위의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넷째,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을 통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남발 방지 효과다. 많은 교사가 그 목적 및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이제 공은 교육부에 넘어갔다. 현장의 요구로 만들어진 법인 만큼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시행령(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원 보호 위한 추가 입법 필요해 교육부가 시행령을 마련하면서 염두에 두길 바라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서둘러 달라는 것이다. 6월 28일 시행이 되려면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통과까지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법은 시행되는데 시행령이 미처 준비가 안 된 입법 미비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둘째, 현장 교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법률적 용어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말고 현장의 애환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원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교육부 안이 발표되었을 경우 절차적 민주성과 현장성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끝으로 생활지도의 구체적 유형과 조치방식이 담겨야 한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중학생이 수업 중 화장실을 간다고 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게 내린 교내봉사와 사과 편지 징계처분에 대해 “비록 학칙에 심성 교육이라는 문구가 있으나 사과 편지 작성은 법령에 이를 허용하는 근거가 없어 징계처분은 효력이 없다”라는 판결을 한 바 있다.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이 시행령과 학칙에 따라 위임입법이 됐다 하더라도 법령상 명문 규정이 없는 징계처분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행령에 더 구체적으로 생활지도의 유형과 조치방식을 담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법령이 허용하는 생활지도를 통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 무력감 속에서 교육 포기와 방종의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시행령이 큰 힘을 발휘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원에게 범죄행위를 제외하고는 질서, 규율 및 적절한 교육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면책권을 부여한 것처럼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우리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는 것은 어려운 역경을 딛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직업계고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산업현장 구석구석에서 피땀을 흘린 결과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 또한 직업계고 출신 우리 부모 세대와 선배들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 주역에서 존폐 직면 하지만 현재 직업계고는 신입생 충원 실패와 고학력 학벌사회에 따른 인기 하락, 미래산업변화 대응 부족, 학부모들의 직업계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 진로를 담당하는 교사들의 직업계고에 대한 정보 부재, 10~20%를 제외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입학하는 학교 등 부정적인 측면으로 위기의식을 넘어 존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위기를 일찍 예견하고 농생명산업, 공업, 상업·정보, 수산·해운, 가사·실업 계열 고등직업교육 학회와 각 계열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교장단협의회 등에서 직업계고 학생 구제를 위해 사명의식을 갖고 노력해도 결과는 늘 그 자리였다.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필자는 다년간 선행문헌뿐만 아니라 관련 SNS에 달린 수천 개의 댓글을 분석했다. 또 학교현장을 찾아가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설문을 통해 질적·양적연구를 수행했다. 여기에 중학교 진학 담당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예비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의견을 통합해 미래 직업계고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했다. 연구 결과, 다양한 요소와 원인이 있지만, 특히 정책적으로 그 누구도 직업계고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17개의 NCS교과군 모두를 이해하는 정책전문가가 없으며 직업계고는 학교‧지역‧계별마다 큰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한민국 경제 부흥과 산업의 중추적 핵심 역할을 한 직업계고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현장 목소리를 전할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배제되고 소외됐기 때문이다. 인재 양성 위한 뒷받침 있어야 결국 직업계고에 유능한 인재 영입을 위한 공무원 채용 확대, 동일계열 진학 확대, 희소과목 교원 임용을 필요에 따라 실행할 것 등을 법제화하여 보호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법제화하여 보호될 때 직업계고는 바뀌는 정권마다 휘둘리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인재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할 수 있다.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 과거 선배들이 했던 역할을 할 수 있는 미래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 아래 특별위원회로 직업·평생교육위원회가 생겼다. 교총도 미래직업교육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직업계고를 위한 미래 대전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이미 전문가와 현장 교원들이 직업계고 활성화를 위한 방안과 성장할 수 있는 모범답안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러니 이번 정권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직업계고에 한 줄기 빛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울러 교총이 직업계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전국에 분포하고 있는 학교현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직업계고에 근무하는 교원들에게 고맙고,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풍요로운 세상에 살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교육부가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초등교원 신규 채용을 줄이기로 했다. 교원양성기관 정원이 교원 신규 채용 규모보다 늘어남에 따라 이 역시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4일 교육부는 중장기교원수급계획(2024∼2027년)을 발표하고 2024~2025년 초등교원 신규 채용은 연 3200∼2900명 내외로, 올해 3561명보다 10.1∼18.6% 감축한다고 밝혔다. 2026∼2027년에는 연 2900∼2600명 내외를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초등교사 양성기관인 교대와 일반대 초등교육과 정원도 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양성기관의 정원은 지난 10여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848명이었고, 2016년부터는 1명 줄어든 3847명이 올해까지 유지됐다. 그동안 교대는 모범적으로 운영해온 덕분에 정원조정을 피할 수 있었다.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역량진단에서 B등급 이상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진단을 통해 A·B 등급은 정원 유지, C등급 이하는 정원 감축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특수목적’의 한계상 인원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 정원대로라면 2027년까지 교대·초등교육과 정원은 교원 신규 채용 규모보다 최대 1200명 이상 많아진다. 2024∼2025년에는 교대 졸업생이 신규 채용 규모의 최대 1.3배, 2026∼2027년에는 최대 1.5배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임용 합격률이 48.6%로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현 정원이 유지된다면 합격률은 더 하락하고 경쟁률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재 서울 등 지역에서는 임용 합격생 전원이 학교에 배치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성기관의 정원을 그대로 둔다면 이런 상황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정원조정이 눈앞에 온 상황을 예상한 듯 전국의 대부분 교대는 올해 등록금을 일제히 인상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4월 정기 공시에서 이같이 나타났다.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3곳 중 2023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17곳(8.8%)이다. 이 중 교대가 8곳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했다. 서울과 공주를 제외한 모든 교대가 등록금을 올렸다.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다. 그러나 타 대학보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교대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관측이다. 교대 측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규제를 풀거나, 정부가 추가 재정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조만간 교대총장협의회와 논의한 뒤 교대 정원 감축 규모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한국판 ‘미네르바 스쿨’을 표방한 태재대의 개교가 확정되면서 이를 계기로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IT분야에서 신교육모델로 자리 잡은 ‘에콜(Ecole)42’, 그 한국판 기관인 ‘42서울’이 동시에 눈길을 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에콜42는 2013년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인 ‘프리모바일’의 자비에르 니엘 회장의 1억 유로(약 1300억 원) 출자로 설립돼 올해 10년 차를 맞았다. 짧은 역사지만 그 효과성을 인정받아 2022년 7월 기준 전 세계 26개국 47개 캠퍼스로 확장된 상황이다. 이 중 ‘42서울’은 지난 2019년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디지털혁신파크’에 들어선 이후 ‘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운영하고 있다. 42서울은 에콜42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2일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서 만난 박성찬 사무국장은 “42서울은 아시아 최초의 42캠퍼스”라며 “에콜42의 기본방식을 고수하되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살짝 다듬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42캠퍼스’의 기본 철학은 ‘3무(無)교육’이다. 일단 등록금과 교재가 없다. 가장 큰 특징은 교수나 교사가 없다는 것이다. ‘학습자 간 집단학습(Peer to Peer)’, ‘프로젝트 학습’, ‘자기주도 학습’, ‘게이미피케이션 학습’ 등으로만 교육이 이뤄진다. 학습자 간 협력이 우선이라 코딩 경험이 없더라도 PC 전원 켜는 법만 알면 누구나 적응할 수 있다. 실제 에콜42는 물론 42서울도 IT 관련 전공자 못지않게 비전공자 비율이 높다. 4주간의 게임형 서바이벌 입학 테스트인 ‘라 피신(La Piscine, 수영장을 뜻하는 단어로 생존수영의 의미)’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선발된 후 1~10레벨로 구성된 ‘이너서클(기본)’, 11~21레벨로 구성된 ‘아우터서클(심화)’을 수료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잘 될까’ 의심하는 이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까지 취업률 100%에 매년 900개 이상 기업이 구인 제안을 해올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42서울도 취업률 80%를 자랑한다. 에콜42는 수료 기간이 따로 없지만, 42서울은 ‘2년 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육생 1인당 월 100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것도 에콜42와 다르다. 내부 시설과 공간적 설계 측면에서도 조금은 차별점을 뒀다. 42서울은 에콜42와 달리 독립적 작업공간과 협력 활동 공간을 나눈 부분이 눈에 띈다. 교육생이 언제라도 유튜브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스튜디오 역시 서울에서만 볼 수 있다. 조만간 교육시스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무국장은 “에콜42는 유럽의 산업군에 맞춰 개발된 프로그램이라 우리에게 잘 안 맞는 부분이 있다”면서 “우리나라 산업구조와 수요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2서울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오는 10월 경북 경산에 또 하나의 42캠퍼스가 탄생한다. 이들 학교명에 붙은 숫자 ‘42’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공상과학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따왔다. 소설에서 42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설정된 값이다. “학벌, 언어장벽 아무 문제 없어” ‘에콜42’ 한국 유학생 인터뷰 “불어 한마디조차 못해도 괜찮습니다. 코딩 경험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 없죠. 키보드와 마우스만 작동할 줄 알면 이곳에서 IT 전문가의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에콜42에서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만난 한국인 이동빈(25) 씨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2018년 고교를 졸업한 뒤 에콜42에 입학한 이 씨는 여전히 현지어가 익숙하지 않아 소통이 어렵다. 그런 그는 수업에 적응하는데 별로 힘들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어려운 관문을 뚫는 과정에서 오는 성취감이 더 크다. 한국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최규봉(32) 씨도 파리에서 인생 역전을 꿈꾸고 있다. 최 씨 역시 수료 후 원하는 곳에서 꿈을 이룰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는 “이미 수료한 분들의 결과가 좋았고, 나 또한 누구보다 자신감이 있다”며 “IT업계에서 에콜42는 그랑제콜(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에 준하는 위치”라고 말했다. 이 씨와 최 씨 모두 “교육 도중 어려움은 없었으며,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통해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 지역 초·중·고등학교의 급식실에 일부 설치된 교직원 자율배식대가 때 아닌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지난해 2월 체결된 인천시교육청과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와의 단체협약을 근거로 교직원 자율배식대를 없애겠다고 하면서다. 실제로 최근 급식실을 증축한 학교에서 교직원용 자율배식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2월 27일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로 내려보낸 ‘급식종사자의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안내’ 공문에도 신학기 안정적 학교급식 운영과 급식종사자 노동강도를 배려해 ▲급식실 식당 칸막이 설치 의무 폐지 ▲필요시 조리법 간소화 ▲교직원 배식대 설치 지양을 안내했다. 그동안 급식실 종사자들은 업무 부담 등을 이유로 교직원용 자율배식대를 철거를 주장해왔다. 학생들 배식에 바쁜 점심시간에 교사들을 위한 배식대를 별도로 만드는 것이 번거롭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학비연대 소속 조리종사자들의 주장이나 시교육청의 안내는 학교 현장의 교육 현실을 간과한 처사라는 것이 교사들의 설명이다. 교사들의 점심시간은 단순히 밥을 먹는 시간이 아니라 학생을 지도하는 교육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특히 체질적으로 음식을 가려야 하는 학생도 있고, 장애가 있는 학생의 경우 각별히 돌봐야 하며, 최근에는 다문화 학생도 많아져 문화적으로 기피해야 하는 음식에 대해서도 선별해줘야 하는데 학생들과 같이 줄을 서서 배식을 받고 식사를 하게 되면 이런 일련의 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이동하고, 뜨거운 음식을 받고 먹는 과정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교육의 연속”이라며 “교직원 자율배식대를 운영하는 것이 결코 특혜나 교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닌데 번거롭다는 것을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정 역할을 등한시하는 시교육청이나 자기주장만 하는 조리 종사자들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등 교사는 “조리 종사자들의 애로는 이해하지만 거꾸로 교사들의 어려움도 함께 고려했으면 서로 좋았을텐데 일방의 주장만 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시교육청도 학비연대와 단협을 맺고 일방적으로 공문만 내려보내니 일선 학교에서 이 같은 갈등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장승혁 한국교총 교원정책국장은 “학교에서 급식지도는 교사의 업무로 돼 있으며, 이에 따라 점심시간도 교원의 근무시간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빨리 식사를 하고 학생들의 급식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의 직무활동을 저해하는 교육청의 일방적 안내는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 신성초(교장 심봉운)는 3일 아침 시간을 활용하여 1학년 교실로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주는 책사랑 도서부의‘ 선배들이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를 실시하였다. '책사랑 도서부’는 4월 초에 5~6학년을 대상으로 신청받아 책을 좋아하고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학생 16명으로 결성된 자율 동아리이다. 선후배 간의 협동과 연대감을 가지고 1학년 그림책 읽어주기와 독서 프로그램 협조 등 여러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5~6학년 선후배로 2인 1조를 조직하여 읽어줄 그림책을 직접 고르고, 사전모임을 통해 그림책과 다양한 읽기 방법을 연구한 후 1학년 교실로 직접 가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행사는 5월과 6월 그리고 9월과 10월 매주 수요일 진행된다. ‘선배들이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첫날, 아직은 어설픈 선배들의 그림책 읽기에도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서 듣는 1학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참여한 5학년 김○○ 학생은 “처음에는 긴장되고 떨려서 목소리도 크게 나오지 않았지만, 무사히 끝나 후련했다”고 말했고, 6학년 정○○ 학생은 “떨렸지만 1학년 동생들이 너무 잘 들어줘서 뿌듯했다”며 소감을 밝혔다. 1학년 학생은 “언니, 오빠들이 그림책을 직접 읽어주니 더 재미있었다”며 다음 시간이 기대된다고 했다. 심봉운 교장은 “책사랑 도서부의 1학년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을 통해 후배 사랑과 애교심 함양 그리고 선후배가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면서 학생 중심의 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는 언어 능력. 책보다 디지털 기기가 더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서 말과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관찰되면서 읽고 쓰는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글쓰기, 더 나아가 책 쓰기를 지도하고 싶은 교사들을 위한 안내서다. 십여 년간 학생들의 글쓰기, 책 쓰기를 지도해 학생 저자를 탄생시킨 김민중 대구서재초 교사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 권에 풀어냈다. 저자는 말한다. 가장 효과적인 글쓰기 교육 노하우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면 된다. 그저 듣고 나서 ‘그렇게도 할 수 있겠군’, ‘나도 그렇게 해봐야지’,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책 쓰기 동아리 운영 방법과 좋은글을 쓰게 이끄는 꿀팁까지, 교사 누구나 실천할 수 있게 돕는다.김민중 지음, 청동거울 펴냄.
코로나 이후 학교 인프라 갖춰져 관련 교육 공부하는 교사도 증가 “AI 시대일수록 ‘기본’이 중요해 메타인지, 인문학적 소양 길러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인공지능(AI)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을 이긴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논문 작성, 번역, 코딩 작업 등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챗GPT가 등장한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춰 소프트웨어 교육, AI 교육 등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관련 분야를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교사가 많아졌다. 정보교육 전문가이자 구글 공인 트레이너로 활동 중인 김설훈 경기 고양동산초 교사는 “빠르게 바뀌는 시대에 모든 교사가 같은 속도로 달려갈 수는 없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은 모두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교사 대상 연수에서 다양한 세대의 교사를 만나는데, 이들의 차이는 ‘속도’밖에 없다”며 “누가 조금 더 빨리 이해하고 실행하느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 e학습터 선도학교, 인공지능 교육 선도학교의 정보기획부장을 맡았고, 교육청의 정보교육지원단으로도 활동했다. 김 교사는 “소프트웨어 교육, AI 교육 등이 성공하려면 1인 1디바이스 보급, 무선 인프라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컴퓨터 활용 교육은 이전에도 다른 이름으로 존재했어요. 다만, 코로나 전후의 차이는 학교의 인프라 확충입니다. 교육 환경이 갖춰지자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선생님도 많아졌습니다. 연구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거죠.” 그는 세상의 변화를 부정하기보다는 관심을 두고 올바르게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챗GPT를 교육에 접목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함을 보였다. 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가치는 원하는 결과를 빨리 얻어내는 ‘효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학교, 특히 초등학교는 기본 소양을 기르는 곳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AI 시대, 우리 아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보탐색 능력’과 ‘창의성’을 꼽았다. 전통적으로 ‘훌륭한’ 학생의 기준은 교과서를 이해하고 외워서 시험 점수는 잘 받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수많은 정보 가운데 자신이 필요한 것을 찾고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찾아낸 정보를 창의적으로 구성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챗GPT 시대니까, 당연히 소프트웨어 교육과 AI 활용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이 중요합니다. ‘질문하는 능력’이요. 챗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프롬프트 작성 능력에 달렸습니다. 똑똑하게 질문해야 똑똑하게 답을 하는 거죠.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메타인지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하브루타처럼 문답을 통해 표현하고 이해하는 활동도 필요해요.” 교사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김 교사는 자문할 것을 권했다. ‘우리가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답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부터 미래 교육을 위해 바뀌는 상황에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우리가 알아야 학생들에게 미래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고민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즐겁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교사의 역할 아닐까요?” [김설훈 교사가 추천하는 참고하면 좋은 책] ▨ GPT 제너레이션|이시한 지음|북모먼트 펴냄 : 챗GPT 시대에 갖추어야 할 소양이 무엇인지 제시한 책 ▨ 픽사 스토리텔링|매튜 룬 지음|현대지성 펴냄 : 나만의 스토리를 고민한다면 필요한 책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김정선 지음|유유 펴냄 : 콘텐츠를 만들 때 기본이 되는 글쓰기를 돕는 책 ▨ 현직 교사가 내 아이에게 몰래 읽히고 싶은 인문 교양서 50|윤지선 지음|더디퍼런스 펴냄 :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방법 소개 ▨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배혜림 지음|카시오페아 펴냄 : 왜 교과서에 공부의 답이 있는지를 증명한 책
한국교총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는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 요구에 나선 가운데 2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실을 방문(사진)해 협조를 요청했다. 교총은 지난 1월 27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 보호를 위한 요구서’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전달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전방위에 걸쳐 활동 중이다. 조경태 의원실과의 협의 자리에서 교총은 “교원이 아동학대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되면 엄하게 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며 경찰, 교육청 등에 신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 법원 무죄 판결이 나도 신고자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반면, 신고당한 교사는 아동학대 가해자라는 주변의 비난과 소송비, 정신적인 압박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총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원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도 크지만,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면서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과 함께 교육 당국, 국회, 교육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선생님! 편지가 정말 감동적이에요.” 경기 망월초(교장 안희숙) 1학년, 4학년 학생들은 커다란 봉투에서 씨앗과 함께 나온 편지들을 읽고 감탄하며 말했다. 지난해1학년, 4학년이었던 선배들이 썼던 편지였다.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일까? 망월초에서는 학년마다 다채로운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한 해로 끝나는 활동이 아닌, 씨앗을 심고 키우며 관찰하고 수확하여 다음 해에 후배에게 선물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망월초만의 생태생명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2022년에 가꾼 식물의 씨앗은 예쁜 편지와 함께 한 봉투에 담겨져 2023년에 새롭게 피어나며, 수확한 식물의 씨앗은 편지와 함께 2024년의 후배들이 물려받을 것이다. 1학년 학생들은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사루비아 꽃씨를 심고 가꾸며 자라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선배들이 쓴 편지를 읽고 1년의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신기해하고, 사루비아를 정성들여 가꿔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나중에 수확할 씨앗을 편지와 함께 모아 후배들에게 선물할 계획으로 들떠 있다. 2학년 학생들은 봉숭아, 채송화, 분꽃, 나팔꽃 씨앗을 심었다. 등하교길에 위치한 화단을 알록달록한 색과 은은한 향기로 채워 모든 망월초학생들이 지나갈때마다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3학년 학생들은 과학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케일 모종과 배추 흰나비 알을 기르기 시작했다. 배추 흰나비가 건강히 자라길 바라는 마음을 편지에 담아 팻말로 만들어 꽂았다. 케일이 자라나면 배추 흰나비의 먹이로 제공되어 한살이를 관찰하고, 성체가 된 배추 흰나비를 한 마리 씩 차례대로 날려보낼 계획이다. 날아간 배추 흰나비는 새로운 곳에서 꽃가루를 옮기고 번식을 하며 더 멀고 넓은 곳에서 망월초 학생들의 정성을 피워나갈 것이다. 4학년 학생들은 2022년도 당시 4학년 학생들이 물려준 강낭콩 씨앗과 함께 든 편지를 읽었다. 정성들여 가꾼 후 수확한 강낭콩이 잘 자라길 바라는 선배들의 마음을 느끼며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씨앗을 심었다. 탁 트여 하루 종일 볕이 드는 망월초 화단에서 강낭콩을 길러보는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한 요소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강낭콩이 모두 자라면 수확해 요리해 먹기도 하고, 3~4개의 강낭콩 알은 편지와 함께 2024년 4학년 후배들에게 물려줄 계획으로 벌써 설레고 있다. 5·6학년 학생들은 실과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방울토마토, 고추, 가지, 쌈채소를 기르는 중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명의 성장과 결실의 생생한 과정을 지켜보며, 친구들과 함께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거둔 후 점심시간에 함께 먹는 체험을 하면서 생명을 존중하고 협동심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펼치게 된다. 강낭콩을 가꾸고 있는 4학년 학생은 “강낭콩 씨앗과 함께 편지로 강낭콩을 기르는 법을 알려준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매일 등굣길, 점심시간마다 내 강낭콩 화분을 확인하며 물도 주고 있다. 잘 길러서 후배에게 씨앗과 함께 편지를 보낼 생각에 두근거린다. 내가 후배에게 물려준 강낭콩이 몇십년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고 감동적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렇듯 망월초학생들은 생태생명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선후배를 사랑하는 고운 인성을 가꾸고, 식물을 스스로 길러봄으로써 탄소를 줄여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소양을 기르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져 많은 학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는 경험을 쌓고,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쭉 이어지길 바란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모두의 맞춤형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개발 아이디어 해커톤’을 개최하고,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12일까지 접수한다. 교육부가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수립에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번 공모전은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공학회, 한국HCI학회, 유니버설디자인학회, 미래학회 등이 후원에 참여한다. 참가대상은 초‧중‧고‧대학생과 교사 등 교육주체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다. 공모분야는 ‘웹툰만들기’와 ‘숏폼제작하기’다. 참가 희망자는 ▲모두를 위한 맞춤형 AI 디지털교과서 ▲안전하고 신뢰롭고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AI 디지털교과서 ▲누구나 접근과 활용이 쉬운 포용적 AI 디지털교과서 ▲교사의 본질적 교수 활동을 돕는 AI 디지털교과서 ▲문제해결, 가치창출, 경험의 확장을 지원하는 AI 디지털교과서 등 5가지 공모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지원하면 된다. 출품된 아이디어는 교육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분야별 금상(1팀), 은상(2팀), 동상(5팀) 등을 수상한다. 금상은 교육부장관상과 상금 500만 원, 은상은 KERIS 원장상과 상금 100만 원, 동상은 학회장상과 상금 30만 원을 받는다. 시상식은 5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선정된 작품과 아이디어는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수립을 위한 참고자료, 정책 홍보자료 등으로 활용된다. 공모전과 관련한 세부사항 확인 및 접수는 AI디지털교과서 개발 아이디어 해커톤 사이트 (www.디지털교과서공모전.com)를 통해 가능하다. KERIS 서유미 원장은 “디지털 기반 교육으로의 성공적인 전환의 열쇠는 AI 디지털교과서”라며 “이번 공모전을 통해 모두의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한 AI 디지털교과서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초·중등 위주로 시행됐던 진로교육정책이 대학생과 성인 등 전 생애에 걸쳐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된다. 교육부는 ‘전 국민의 맞춤형 진로설계 지원’을 비전으로 성인까지의 진로교육을 지원을 넓히는 내용을 담은 ‘진로교육 활성화 방안(2023 ~2027)’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한다. 늘봄학교와 진로체험지원센터를 연계해 방과 후에 양질의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초등학생용 진로 정보망인 ‘주니어 커리어넷’을 통해 진로 동영상 등도 보급할 계획이다. 중·고교의 경우 진로교육을 내실화한다.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에 진로연계교육이 포함된 만큼 진로교육 연구학교(중학교 4개·고교 2개)를 운영해 우수 모델을 찾고,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아닌 일반교원을 대상으로도 연수를 강화해 진로교육 역량을 키운다.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기부 진로체험 인증기관을 발굴하고, 진로체험지원센터나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신산업 분야 교육 모델도 개발한다.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 '창업 체험 중점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새로운 직업 정보와 개인 맞춤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25년까지 진로정보망 ‘커리어넷’을 고도화한다. 대학생에게는 학생이 수업 대신 자신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수행해 학점을 이수하는 ‘대학진로탐색학점제’를 확대한다. 교수와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권역별 진로상담단을 통해 많은 학생이 대학 재학 중에 진로를 탐색·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학이 지역사회 산업체,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꾸려 진로교육 사례를 공유하고, 현장실습과 프로젝트 수업 등 공동사업도 발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성인의 진로 확립·전환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국가진로교육센터를 통해 경력 관리, 심화 학습 등 성인에게 필요한 진로교육 목표를 제시하고, 진로개발역량 검사도구를 개발해 지역 평생학습 기관 등을 통해 보급하기로 했다. 지역 내 대학·기업과 연계해 성인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도평생교육진흥원 등에 성인진로상담센터도 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