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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사가 행하는 교육활동인 ‘가르친다’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다.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는 일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과정이며, 여러 복잡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회변화 속도는 이전보다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고, 변화 양상을 예측하는 것 역시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예측의 불확정성은 오히려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과도 관련이 깊다. 고정관념이나 시각에 갇히지 않고 통찰하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교사는 새롭게 다가올 패러다임 변화에 민감해야 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교육방향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 정확하게 판단하여 행동하는 ‘투철하면서도 유연한 교육적 방법’의 발현은 필수적이다. 이제는 특정한 실제적 교수법을 갖추는 것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즉 학교상황과 맥락에서 다양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능동적 행위의 주체로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교사전문성과 전문성 개발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전문성 개념의 변화 교사전문성의 개념은 학자에 따라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교사전문성은 포괄적이고, 종합적이며, 너무 다양하다. 어느 측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교사전문성이 교과지식 전문가, 학급관리 전문가의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식보다는 정서교육의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생상담 및 학습코칭의 전문성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서 남미자(2020)가 제시한 사회변화 및 교육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교사전문성 개념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PART VIEW] 교사의 능동적 행위로서의 교사전문성 관점 교사전문성의 개념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고, 교육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어야 한다. 학습전략 안내자, 학습과 삶을 연결하는 맥락 전문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 전문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교사, 생태적 전환의 실천가, 네트워킹 전문가, 삶의 통찰을 제공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스승 등 새로운 교사상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 곽영순(2014)은 반성적 교사, 탐구적 교사, 변혁적 교사로 구분하여 교사전문성에 대한 다음과 같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가. 반성적 교사 듀이(JohnDewey)의연구에철학적 근거를 두고 있으며, 교사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상황에 직면하여 모종의 해결책을 직관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찰 후 수행했던 문제해결방법을 의식적으로 반성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교사의전문성은전문적이고이론적인지식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교사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천적 지식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또한 반성적 교수활동의 핵심은 계획 → 준비 → 실행 → 데이터 수집 → 데이터 분석 → 평가와 반성 → 다음 단계 계획 등으로 연결되는 순환적 접근이며, 실천을 통한 개인의 전문성 발달 의지를 전제로 한다. 즉 교사는 반성적실천가이며,교육과정재구성자,그리고연계적전문가로서자신의내러티브를만들어가며실천하는존재라는 것이다. 나. 탐구적 교사 교사는실천가인동시에연구자라는 개념이다. 교사의 반성적 성찰을 넘어 자신의 교수활동과 그것이 행해지는 맥락에 대한 연구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지식은 교사 개인에 의해서가 아닌 교사의 사회적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과정이며 교사의 탐구공동체(Inquirycommunity)를 토대로 한 집단적 실천을 통해 생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교육학자인 스텐하우스(Stenhouse)는 연구자로서의 교사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교사는자신의업무에대한연구적접근을취해야한다고주장했으며, 교사는 자신의 교실에서 체계적인탐구를수행하고,실천방식을개발하며,자신의통찰을다른교사들과공유하도록권장했다. 또한 교사들의전문성이‘설계자’및‘연계적전문가’(지역사회·학부모) 측면에서 재개념화되어야할필요가있음을 제시하였다. 교사교육담당자들은 교사들에게전문적지식의일방적주입이아니라인간과세계에 대한탐구능력을향상하도록하는데에초점을두어야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사학습공동체참여수준이학습자중심의교수학습활동에긍정적영향을 주고교사학습공동체에참여한교사들의자율성증진과전문성향상을드러낸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다. 변혁적 교사 교직활동을 변혁적 활동으로 보고 보다정의로운 교육시스템을위한현재상태에대한도전을해야 하며, 교사는 전문가로서의 실천이 교수활동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의 도구로서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 스스로사회변화에기여할뿐만아니라,학생을사회변화에기여할수있도록준비시켜야 하며, 교사는 이론의 탐구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회를 바꾸는 변혁의 도구로서 실천하는 연구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외부의 변화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사 집단 내에서의 내적 책무성을 토대로 사회변화의 주체로서 실천하는 역량을 강조하였다. 교육행정가들에의해수행되던 의사결정권한을교사들에게이양함과 함께 교육이현장과참여자들의맥락을중시하는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교육시스템은교사를교육의복합성에대해반성하고탐구하는전문직으로발달시키고,나아가교육변화를선도하고추진하는주체로양성하는데투자해야 함을 강조하였으며, 교육과정은물론평가측면에서 학교나교사에게결정권을이양해야 한다고 하였다. 교사전문성 개발을 위한 실천방안 가. 학교자율과정 운영 학교자율과정이란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의 하나로써 학생의 학습선택권을 확대하고 학습경험의 질과 폭을 심화하기 위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교육 비전과 가치를 공동으로 창조하고 공유하며, 마을과 연계한 교육과정, 교과 융합과정, 학생이 주도하는 주제별 프로젝트 등을 ‘학교자율과정’으로 편성·운영함으로써 학교교육과정의 자율화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게 된다. 여러 가지 교육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교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고, 창의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의하고, 도와주며, 결과를 끌어내는 전 과정에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담임교사로서 학교자율과정을 운영할 경우, 학교가 해당 교과 또는 타교과 융합형의 프로젝트 수업, 동아리활동 연계수업, 과제 탐구수업 등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과융합활동, 마을과 연계한 교육활동, 학생주도 주제별 프로젝트 활동, 학교별 특색 있는 교육활동, 삶을 설계하는 진로·직업교육, 삶 속에서의 민주시민교육 등을 학교교육과정에 편성·운영할 수 있다. 나. 자율적 교사학습공동체 운영 교사학습공동체는 전통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전달식 교사연수와 전문성 개발 방식에 대한 대안적 접근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기존의 교사교육과 연수방식을 넘어서 교사의 전문성 개발을 위한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등장하였다. 서경혜(2015)에 따르면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학습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특징으로 하며 학교에 뿌리 박혀 있는 전통적인 공장식 학습문화를 지양하고, 교사와 학생의 학습이 모두 이루어지는 새로운 학교문화의 필요성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교사의 학습은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교류하며 이루어질 수 있으며 교사의 학습은 비판적 탐구를 통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한 교사의 학습은 개인뿐 아니라 교사 공동의 집단전문성 신장과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라고 정의하였다(서경혜, 2015:171). 이를 위해 교사 간 협력적이고 수평적인 문화의 확산이 우선되어야 한다. 고립적인 교사문화를 무너뜨리고 동료교사들을 소통의 장으로 끌어 들어야 한다. 또한 교사학습공동체의 참여가 교사의 삶, 생애사로서 교사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위로를 얻기도 하고, 함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며, 교육적 실천이 공유되어 교사 개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며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 도입되고 교육혁신 방안 및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학교에서 이를 실천할 주체인 ‘교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교육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새로운 사회변화 속에서 직무능력 이상의 능동적인 행위주체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교사전문성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교육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를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다양한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교사전문성 담론은 단순히 교육개혁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교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교사의 연령, 진로단계, 인생 경험, 성별과 같은 개인적 경험의 총체가 모두 모여서 그의 역할 수행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관계가 얽혀 학교폭력의 늪에 빠지는 아이들 “선생님, 저는 ○○가 싫어요. 걔는 3학년 때부터 친구들한테 제 욕을 하고 다녔어요.” 학생상담을 하다 보면 과거에 일어난 일로 생긴 마음의 상처 때문에 친구관계가 틀어진 학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2개 학급으로 이루어진 소규모학교인지라, 학년이 바뀌어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같은 학생들과 관계를 쌓아간다. 그중 몇몇의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있었던 크고 작은 갈등을 그때그때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해 관계가 악화되고, 사이가 점점 더 벌어진 채 회복되지 않아 결국 고학년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크게 터지기도 한다. 이때는 이미 상처의 골이 깊어진 후라 관계회복이 쉽지 않다. 본교에서 최근 2년 간 일어난 학교폭력 사안들은 모두 저학년부터 적체된 관계 악화로 인해 발생하였다. 관계가 얽혀 학교폭력이라는 늪에 자꾸만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우리 학생들 스스로의 마음이 건강하여 친구들 사이의 얽힌 관계를 풀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실천가로 자라날 수 있다면, 더 이상 학교폭력으로 상처받는 학생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 반 학생들을 위해 어떤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2022년도에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실천가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폭력예방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폭력은 사안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교육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3월부터 프로젝트 수업 10차시를 계획하여 5월경에 음악극 공연을 올릴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그림책 음악극…? 음악극은 이야기 낭독자, 노래 또는 악기 연주자로 역할을 나누어 공연하는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그림책 음악극’이라고 하면, 그림책 장면의 느낌을 이야기 낭독에 맞추어 노래·악기·점·선·모양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수업이다. 5~6학년 음악과 성취기준을 보면 ‘이야기의 장면이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성취기준과 그림책 주제를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 음악극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펼칠 수 있다.[PART VIEW] 음악극 수업은 어려운 수업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수업 중 음악적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흥미와 창의성·예술성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수업이다. 실로폰·마라카스·핸드드럼·투톤블록·귀로·핑거심벌즈 등 간단한 교육용 악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학생은 물론 교사의 음악적 스킬도 필요치 않다. 악기도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괜찮다. 악기 대신 생활에서 쓰이는 물건, 자신의 목소리 등을 활용하면 되니 오히려 그게 더 창의적이지 않은가. 꼭 한번 도전할만한 수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그림책 ONE, 1 파랑은 소심한 아이이다. 빨강은 그런 파랑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괴롭힌다. 노랑·초록 등 다른 색깔 친구들은 파랑의 힘든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지만, 빨강에게 파랑을 괴롭히지 말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1’이 전학을 온다. 1은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며, 빨강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러자 빨강은 당황하고 다른 친구들이 그런 1을 보고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색깔이었던 친구들이 1과 같이 용감한 숫자 친구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파랑도 변화하기 시작한다. 용기를 내어 빨강에게 “빨강도 멋지지만 파랑도 아주 멋져!”라고 큰 소리로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그림책을 보며 ‘내가 원했던 학교폭력 예방교육 내용과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으로 학교폭력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사람만 애써서는 없앨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이 학교폭력을 방어할 때, 빨강과 같은 학생들이 극성부리지 못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이루어져야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에 들어가며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누었다. 우리가 표현하는 것이 곧 아트다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우리가 왜 이런 음악극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인지, 학생들이 음악극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어떻게 이끌어내면 좋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학교폭력 방어자 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화두를 던졌다. 한 사람의 학교폭력 방어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용기를 내는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도록 했다. ONE, 1 그림책을 감상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어떤 등장인물과 비슷할까? 파랑과 비슷할까? 빨강과 비슷할까? 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했다. 자연스럽게 음악극을 하는 동기가 생겨났다. 그림책 장면 하나 하나를 읽으며,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골라서 악기·목소리 또는 생활 속 물체 등으로 표현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점·선·모양 등으로 표현해보도록 하였다. 아이들이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많이 해봤지만, 장면을 소리로 표현하고, 또 다시 점·선·모양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계속 ‘네가 표현하는 것이 곧 아트다’라며 용기를 주면, 아이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기대 이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작은 실천가로서의 행보를 이미 시작하게 된 것이다. 관계가 핵심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모둠활동은 협력에서 시작하여 협력으로 끝난다. 따라서 배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게다가 음악극 수업주제가 학교폭력을 방어하는 작은 실천가이고,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인지 모둠활동을 하는 동안 큰 다툼은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선생님이 친구관계에 대해 강조를 많이 했기 때문일까? 모둠 내에서 잘 따라가지 못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리더 그룹과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그룹 모두 열심히 하는 게 눈에 여실히 보여서, 그동안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이 느껴졌다. 특히 학교에 거의 나오지 않고 힘들어하는 친구를 하나하나 친절히 도와주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 수업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폭력예방 작은 실천가들 공연하던 날 뭔가 악기도 많고, 그림도 그리고. 음악극한다고 연습하기는 하는데 뭘 하는지 감이 잘 오지는 않았나보다. 현수막을 붙이고, 스피커와 마이크를 갖다 주고. 배경음악을 깔아주니 아이들이 그제야 ‘와아~’ 이런다. 자기들이 생각해도 그럴듯한가 보다. 코로나 상황이라 관객들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림책 ONE, 1 음악극 공연은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림책 장면을 세 개로 나누어 각 모둠이 한 장면씩 맡아서 음악극 공연을 하였다. 따라서 작은 예술가들은 공연자이자 관객인 셈이다. 이렇게 하면 한 학급이 힘을 합쳐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기분이 들고, 아이들의 공연량 부담도 적어진다. 관객이라고는 담임선생님뿐인데 공연을 곧 시작한다는 한 마디에 떨려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귀엽기만 했다. 나의 프로젝트 수업은 작은 음악 공연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선한 씨앗으로 심어져 훌륭한 학교폭력예방 실천가들로 자라게 되길 기대해 본다.
GIT(강남·서초 과학정보 수업평가 교사단)는 강남·서초지역 과학·정보교사들이 2019년부터 함께 수업을 고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활동하고 있는 교원학습공동체이다. 매년 다양한 주제로 생각을 나누었는데, 올해는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과학과목과 정보과목의 융합프로젝트 수업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각 학교별로 특징에 맞게 수업과정을 구성하여 실시한 후, 정보를 공유하였다.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환경문제 해결(과학+정보) 우선 1학기에는 정보과목을 중심으로 아래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과학수업시간에 관련 개념을 학습한 후, 서울특별시 청소년 과학탐구대회 논제를 분석하고, 구글 스프레드 시트와 커뮤니티 맵핑 등을 이용해서 데이터를 정리했으며, 학생 스스로 환경문제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정보수업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여 가공하고,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구성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한다는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에게 흥미를 이끌었으며,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에 이바지했다. [PART VIEW] 지구의 날 행사 및 생태전환교육(과학+환경)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각 학교에서 지구의 날 홍보 및 소등행사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서울구룡중학교는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과 환경재단에서 실시한 2021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생태·환경 영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였다(표 1 참조). 새활용(업사이클링) (과학+환경+기술·가정) 학교별로 과학수업시간과 환경수업시간, 동아리 등 다양한 시간에 환경관련 수업을 진행했다. 또한 버려지는 일회용기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업사이클링 화분 만들기, 버려지는 카시트 가죽을 이용한 소품 만들기 등 새활용(업사이클링) 작품만들기를 통해 실천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플라스틱 용기가 많이 버려지는 것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며, 자동차 카시트 가죽처럼 비싸고 귀한 재료들도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원학습공동체 교사들도 업사이클링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으며,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천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업사이클링 관련 기업들은 규모가 영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아끼고, 버려지는 것이 없게 하며, 업사이클링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ESG, 즉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가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기준이 되면서, 기업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학생들도 ESG를 고려한 소비가 우리 지구를 오래도록 지키는 길임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수업이었다. 태양광 발전(과학+환경) 중학교 3학년 6단원 에너지 전환과 보존에서 전기에너지가 빛에너지로 전환되는 경우와 관련지어 아래와 같은 주제로 조사와 토론활동을 진행했다. 서울대왕중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 발전기로 학생들이 자료조사를 했다. 태양광 가로등이 주변 밝기가 특정 밝기 이하로 내려가면 켜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태양광 가로등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지 생각해보게 하였고, 태양광 가로등에서 생성되는 전력량이 하루에 어느 정도 되는지 해당 사이트에서 알아보도록 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의 발전량이 높은지, 어떤 조건에서 발전량이 높은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태양광 발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도록 함으로써 현재 태양광 발전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도록 노력했다. 플라스틱 플래닛(과학+환경) 10월 중순에는 1년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수업공개를 실시하였는데,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이것이 생물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플라스틱 플래닛’ 보드게임을 이용해서 풀어냈다. 보드게임을 실시한 후, 학생들은 게임으로 공부해서 재미가 있었고, 1년 동안 실시한 환경 관련 프로젝트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발표하였다. 수업공개 후 학생들은 1주일 동안 본인들이 사용한 플라스틱 모아보기, ‘거대 플라스틱 쓰레기 섬’의 동전 디자인하기 활동을 추가로 시행함으로써 플라스틱을 비롯한 많은 환경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정보·환경 융합수업을 마치며 코로나 상황에서 서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수업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올해는 ZOOM으로 만나면서 1년 동안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융합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였는데,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위와 같은 수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올해 수업을 바탕으로 조금 더 발전된 수업을 구상하고, 실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코로나 상황이 해결돼서, 학생들과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활동을 실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크레타 툰베리의 지구를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외침이 출판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기후변화와 물질주의적 소비행태를 다룬 청소년용 도서들이 쏟아지듯 출간되었다. 지구환경은 생존과 직결된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학교수업을 통해 문제점을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크레타 툰베리가 되어 기후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현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정보활용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교과서로는 부족한 다양한 환경파괴 사례와 원인 그리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도서정보·인터넷정보·인적정보를 활용하여 스스로 마련해 보게 하였다. 수업준비하기 우선 여러 과목의 교과서를 살펴보며 생태환경 주제수업이 가능한 교과를 물색했다. 거의 모든 과목이 지구환경에 관한 단원을 포함하고 있었기에 선택의 폭은 매우 넓었다. 도서관에 소장된 생태·기후변화에 관한 도서들을 큐레이팅했고, 신간자료들을 수집하여 모둠수업이 가능하도록 책꾸러미를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올해의 주제도서를 선정하여 충분히 복본을 마련하였고, 작가 섭외와 도서홍보를 위한 독서 팟캐스트(동아리활동) 제작 및 배포를 1학기 동안 완료하였다. 2학기가 되어 본격적인 협력수업이 시작되었다. 1·2·3학년 국어과 온 책 읽기 수업을 바탕에 두고, 2학년 도덕과 연계 도서관 정보활용수업을 진행한 뒤, 미술시간 환경포스터 제작을 통해 환경캠페인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 모든 과정은 수행평가에 반영하도록 활동지를 구성하였고, 교내 문예대회와도 연계시켰다. 한 학기에 걸쳐 진행된 프로젝트 수업의 대장정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작가 강연회로 마무리 지었다. 즉 전교생이 한 책을 읽고, 도서관 활용수업을 한 뒤 작가를 만나게 되는 간단한 과정이다. 다만 학교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교과통합과 학년통합이 함께 이루어진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PART VIEW] 국어과 수업지원 학년별 한 책 읽기를 기반으로 비판적으로 읽기, 요약하기, 매체로 표현하기, 토론하기 능력을 키우고자 도서활용수업을 전개하였다. 각 학년 수준에 적합한 환경도서를 선정하여 두 학급 분량을 구입하여 제공하였다. 예산이 충분하다면 교사별로 복본을 구입하고, 그렇지 않다면 학급별로 시간을 두고 한 책 읽기를 진행하면 된다. 환경주제와 연계할 수 있는 단원을 선별하여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였고, 수행평가로 이어질 수 있게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였다. 수업 후 생긴 궁금증이나 작가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포스트잇에 적어 내게 하여 북 콘서트때 작가와 소통할 수 있게 하였다. 도덕 _ 도서관 정보활용수업 도덕시간에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관한 개념을 배운 뒤, 환경도서 꾸러미와 웹사이트를 활용하여 실질적 사례를 찾아보는 활동을 하였다. 정보과제를 확인하고, 모둠별로 검색 키워드를 설정한 뒤 역할을 분담하여 탐색활동을 하게 하였다.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목차와 색인을 활용하여 접근하고, 발췌독을 통해 정보분석 및 선별을 하여 과제해결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였다. 그리고 찾아낸 정보의 출처를 밝히는 방법을 안내하여 저작권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하였다. 작가 초청 강연회 수업을 통해 읽어 두었던 책의 저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독서 중에 생긴 의문점을 직접 인터뷰하여 해결하고자 하였다. 학기 초부터 교육과정부와 협의하여 작가 강연회를 창체시간으로 잡아 전교생이 교실에서 생중계 장면을 볼 수 있도록 진행하였다. 사전 행사로 간단한 독서퀴즈 응모권을 발행하여 학생들이 응모할 수 있게 하였고, 강연회 당일 추첨 이벤트를 하여 좀 더 집중도를 높일 수 있었다. 비대면 강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강연회 우수 감상문 작성 시 상품 증정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였다. 수업을 마치며 교과수업과 도서관 행사를 연계시켜 진행하면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어서 몇 년 전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추진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사서교사 단독수업보다 다양한 교과, 다양한 학년이 함께 하면 독서교육의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경험한 뒤부터 협력수업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협력수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기가 시작되면 교과 교사들은 이미 교육과정 재구성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협력수업을 구상하기에 늦은 감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함께 하는 수업을 선호하지 않았고, 사서교사에게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여 신청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성공적인 협력수업을 위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교육과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학교도서관이 단지 적합 도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협력수업모형을 구상하여 제안해야 비로소 교과 교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겨울방학 기간에 다음 학년도 주제도서와 협력교과를 미리 정해두면 성공적인 협력수업으로 이끌 수 있다. 두 번째, 새 학년 맞이 연수 시 협력수업을 할 특정교과에 편입시켜달라고 요청하여 사서교사가 교과협의회에 참석하면 별도로 참여할 교사를 모집하지 않아도 되기에 시작이 쉬워진다. 세 번째, 여러 가지 이유로 협력수업에 부담감을 느끼는 교과 교사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제안할 수 있는 적극성도 필요하다. 물론 사서교사의 단독수업과 도서관 운영업무만 해도 충분히 바쁜 1년을 보내기 때문에 협력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교과 교사들이 수업개선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가 어느 영역까지 담당할 수 있는지 정보와 경험이 없기에 선뜻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럴 때 사서교사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먼저 제안하며 다가간다면 훨씬 더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도서대출·반납과 독서행사에 국한시켜 인식하는 학교가 많고,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많은 사서교사들이 노력하고 있다. 다년간 학교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풍성한 교육활동을 해 나간다면 학교도서관을 진정한 교수·학습의 장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나아가 학교도서관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지식정보처리역량·창의적사고역량·공동체역량·의사소통역량을 길러내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01 SNS에서 알게 된 ‘이 아무개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하다. 그 ‘먹먹한 가슴’에는 형언하기 어려운 나의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안타까움·애틋함·조바심·개탄(慨嘆)·부끄러움·응원·소망과 기원·반성 등의 마음이 나를 휘감고 돌아간다. 세상을 오래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좁은 시야에 갇혀 있었음도 깨닫는다. 이 선생님은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동시에 일곱 살 아홉 살 된 남매를 둔 어머니이다. 그런데…, 그녀의 두 자녀는 모두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선생이 감당하는 어머니로서의 고통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무게이지만, 그것보다 더 그녀를 힘들게 주저앉게 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냉대와 편견, 차별과 몰이해이다. 그녀의 체험을 받아 들 때마다 나는 속으로 운다. 연배로는 나보다 한 세대쯤 아래이지만, 나는 그녀가 나의 선생 같다고 생각한다. 그 힘듦을 얼마나 잘 견뎌내는지, 내가 배운다. 그런데 이 선생님이 나에게 진정 감화를 주는 것은, 이것 말고도 또 다른 마음의 세계를 그녀가 갖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녀는 밝음과 의욕을 향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 이걸 보며 나는 ‘긍정의 감화’에 든다. 이는 앞서 말한 고통·좌절감과는 상반되는 정서적 지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두 개의 감정 축이 그녀의 무의식에서는 알게 모르게 서로 도울지도 모르겠다. 밝음을 향한 긍정의 감화는 그녀가 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자리에 있을 때 드러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또 큰 배움에 든다. ‘선생님다움의 자부심’과 ‘선생님다움의 힘’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나아가는지, 나는 그녀가 내 선생 같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라온 이 선생님의 이야기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매일 두 명씩 학급 아이들을 개인면담하고 있다. 보통은 상담을 교무실에서 하지만, 난 언제나 교실에서 단둘이 한다. 학생에게 교무실이 주는 위압감이 있다고 생각하고, 듣는 귀가 많으면 아무래도 편하게 얘기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지난 목요일엔 한 남학생과 이런저런 얘기로 상담이 좀 길어졌다. 마무리하려고 “나한테 더 하고 싶은 얘기 없니?” 했더니, “선생님이 분명 1년 동안 잘해 주실 것 같아서 미리 감사드려요” 하는 거다. 이런 답변을 하는 아이는 처음이라 기특해서 웃었다. 나는 장난을 치고 싶어서 “내가 잘 못 해 주면 어쩔 건데?”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글쎄, 요 녀석 답변이 놀랍다. “선생님이 못하실 리가 없어요. 만약 못하신다면 그건 선생님 잘못이 아니고 제가 뭘 잘못한 거겠죠.” 나는 학생과 조금 웃다가 말해 주었다. 선생님도 사람이라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런 거야. 항상 잘하기만 하는 것도, 잘못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야. 네가 선생님을 믿어주어서 고마운데, 혹시라도 선생님이 뭔가를 잘못한다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얘기해 줘. 서로 예의만 잘 갖출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소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선생님도 너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우리 함께 잘해 보자. 글을 읽고 나는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선생님을 더욱 선생님답게 해 주는 아이들입니다. 기특하고 착한 아이들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고요. 그런데 그렇게 되도록 아이들 마음을 조용히 움직이는 이는 누구일까요? 그 또한 선생님이라 생각해요. 참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내 마음에도 고여 드는 행복감이 있습니다. 사제동촉(師弟同觸)이라는 행복의 그림입니다.” ‘사제동촉(師弟同觸)’은 ‘사제동행(師弟同行)’을 패러디하여 내가 지어낸 말이다. 선생은 제자의 마음을 슬쩍 터치(touch)하여 움직이게 하고, 제자는 선생의 마음을 건드려(touch) 움직이게 하는, 그런 선순환의 사제관계를 하나의 행복 경지로 담아 본 말이다. 02 파주에 있는 출판사에 일이 있어 갔다. 점심때 인근에 사는 H가 출판사로 나를 찾아왔다. H는 1978년 서울 K고등학교 1학년 6반 48번 학생이었고, 나는 그 반의 담임이었다. 28세, 청년 교사시절이니, 44년 전이다. H를 직전에 본 것이 언제였던가. 10년은 넘은 것 같다. 그래도 나는 H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술 한 잔을 기울일 때면 나에게 전화를 한다. “선생님, 생각이 나서요”라며 시작한다. 그러다가 “그때 왜 우리를 두고 교육방송으로 옮겨 갔느냐.” 그래서 자기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느냐 하는 데로 번져간다. 사연이 있다. 그해 K고등학교는 학교 밖의 불온한 폭력조직이 학교와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일이 유난히 많았다. 교장선생은 전 교사들에게 각별한 대처를 요청했다. 특히 시골에서 부모님을 떠나 서울로 유학 와서 혼자 지내며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학생을 잘 살펴주고, 시골에 있는 학부모를 가정방문하여, 학생지도의 실효를 거둘 것을 강력하게 주문하셨다. 우리 반에서는 H가 여기에 해당했다. H의 집은 파주의 북단, 문산이다. 나는 H를 불러 가정방문을 통고했다. 그는 금방 수심에 찼다. H는 내게 요청했다. “선생님, 우리 아버지를 만나면 제가 반에서 몇 등이라는 거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이 녀석아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럴 수는 없다.” “아버지 아시면 저는 죽어요. 그냥 중상(中上) 정도로 말씀해 주실 수 없어요?” “날더러 거짓말을 하라고? 그럴 수는 없다.” “꼭 거짓말을 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이다음 기말고사에 제가 중상(中上) 정도, 그러니까 30등 안에 들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라, 이 친구 보게나. 그때 우리 반이 총 64명이었으니까, 30등 안으로 들기만 한다면, 지금보다 스무 명은 뛰어넘는 셈이다. 그는 총명했다. 그는 지금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생각해 보니, H의 말대로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H에게 각서를 쓰도록 했다. 각서에는 내가 그의 석차를 특정하여 아버지께 말하지 않는다는 것, H는 학기 말에 30등 안으로 성적을 올리겠노라, 명기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해서 추색이 물드는 일요일, 포장도 안 된 경의선 국도를 시외버스로 달려, 문산 그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했다. H의 아버지는 지역 유지로 인품이 훌륭하셨다. 덕수 이 씨 가문의 명예를 이어가는 집안이었다. 자녀 사랑을 마음에 두고도, 잘 표현은 아니 하시는 분 같았다. 대청마루에 막걸리 상을 차려 놓으시고 해가 기울 때까지 정 깊은 이야기를 하신다. 한참 나이 차가 있는 어린 선생인데 믿어주는 마음이 전달된다. 어머니는 자상하셨다. 텃밭에서 채소 따위를 챙겨 총각 선생에게 잔뜩 들려주신다. 부모님들은 H의 석차를 묻지 않으셨다. 그냥 선생님만 믿는다고 하신다. 학교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건 없다. H의 표정에 약간의 친밀감과 신뢰는 비치는데, 그렇다고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것 같지는 않다. H와 함께 쓴 각서가 내 마음에 무겁게 자리 잡는다. H는 30등 안에 들지 못하면, 이 각서 경험을 후회할까, 무시할까. 담임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각서쯤은 우습게볼지도 몰라. 모처럼 공부 마음을 먹었는데, 그냥 유야무야(有耶無耶)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그날부터 일주일에 두세 번씩 퇴근길에 H의 자취방을 들러 공부를 돌보아 주었다. 내가 자청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리라고는 나도 몰랐다. 한편으로는 내가 제법 선생답게 되어간다는 느낌도 들었다. 내 안에 어느새 H가 들어와서 나를 움직이며, ‘선생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묘하게도 힘이 났다. H도 딱히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괜찮은 선생’은 그냥 나 혼자되는 것이 아니라, 제자가 내 안으로 들어와 나를 건드려 주어야 했다. 파주 출판사 부근에서 H와 점심을 먹고, 그는 나를 문산 교외에 있는 그의 본가로 데려간다. 44년 전 내가 가정방문을 갔던 바로 그 집이다. 위치는 어렴풋이 느낌이 오는데, 집은 새로 지어서 면모가 달라졌다. 어머니가 생생한 기억으로 나를 맞이하며 손을 붙잡아 보신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단다. 막걸리 상 차려 주셨던 대청마루 바로 그 자리에 앉으니 울컥해진다. 어머니는 아들 H가 환갑이니, 아들 선생은 호호 할아버지일 줄 생각했는데, 참 젊어 보인다고 덕담하신다. H의 아내는 남편에게 하도 많이 이야기를 들어서 나를 꼭 보고 싶었단다. 거실에 둘러앉으니, 44년 전 그날의 이야기가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해가 기울도록 이야기한다. 나는 H로 인하여 내가 선생임을 실감한다. 행복하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챙겨 주신다. 44년 전에 그러했듯이 말이다. 찹쌀·콩·두부·들기름·토란·무장아찌·된장 등이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생각한다. 무엇이 나를 선생으로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선생답게 하는가. 그래서 내게 제자는 누구인가? 아! 한 가지 빠트린 것이 있다. H는 지금 K고등학교 총동창회장이다. 얼마나 헌신적인지 모른다.
교육감 선거, 교육이 망가지는 이유. 필자가 지난해 집필을 완료한 책 제목이다. 지역의 교육을 잘하게 하려고 그 수장인 교육감을 뽑는 것인데 교육을 망가지게 한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필자는 왜 이런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을 펴냈을까? 으름장도 아니고,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교육감 선거와 교육감 실태를 사실과 경험에 기초해서 가감 없이 기술하다 보니 책의 제목이 그렇게 된 것뿐이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아직도 의아해할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의 전개와 독자들과의 대화를 시도한다는 차원에서 독자들께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한번 스스로 답해 보시면 좋겠다. 1. 전국 17명의 교육감을 선출하는데 예산이 얼마나 들까? 그리고 그 예산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2. 올해 교육감 선거를 하는데 그 날짜는 언제인가? 3. 전국동시지방선거일 투표소에서는 총 몇 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투표도장을 찍어야 할까? 4. 교육감 후보자에게도 후보자 기호 번호가 있는가? 5. 교육감은 정당과 관련이 있는가? 6. 교육감 선거에서 왜 단일화가 빅이슈인가? 7. 결론적으로 교육감이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적어도 위 일곱 가지 질문에 5개 이상 올바르게 답할 수 있어야 민주시민의 자격을 갖췄다 할 수 있고, 훌륭한 교육감을 뽑으려 하는 유권자라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위 질문들에 모범답안을 점검해 보자. 1. 전국 교육감 선거 예산 _ 2,0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의 재원이기도 하다. 교육감이 소속되는 교육청은 선관위가 요구하는 선거비용을 전출하게 되는데, 17개 교육청이 부담하는 선거비용을 모두 합하면 약 2천억 원이 된다. 이 예산은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써야 할 돈인데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는 교육과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못하고 선거비용으로 쓰게 된다. 2. 올해 교육감 선거일 _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교육감 선거일이다. 그래서 2022년은 6월 1일이 된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교육감 선거는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얹혀서 시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3.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받아야 할 투표용지 _ 대체로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총 7장의 투표용지를 준다. 7장 중 한 장이 교육감 투표용지이다.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지는 지역의 경우는 투표용지가 8장 이상이 된다. 4. 교육감 선거의 후보 기호 _ 다른 정치 선거와는 다르게 교육감 선거는 2014년 선거 때부터 후보자 기호 번호를 없앴다. 그래서 올해 교육감 투표용지에도 기호 번호는 없고, 이름만 적혀 있다. 5. 교육감의 정당 참여 _ 정당이 관여할 수 없는 게 교육감 선거다. 그래서 7장 중 6장의 투표용지는 정당을 대변하는 형태지만, 한 장의 교육감 투표용지만 정당과 관련이 없고 관련이 있어서도 안 된다. 6. 교육감 선거의 단일화 이슈 _ 교육감에 당선되는 데 압도적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단일화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육감이 되려면 해당 진영에서 단일화가 되어야 하는 게 필수 요건이고, 당선에 제일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정당도 없이 후보자 개인을 잘 보고 투표해야 하는 교육감 선거이지만, 정작 후보자 개인의 역량과 이력, 혹은 그들이 제시하는 공약은 교육감 선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7. 교육감의 역할 _ 3세부터 시작하는 누리과정,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과정의 3세부터 18세까지, 즉 15년 동안 학생들의 교육을 총괄하는 자가 교육감이다. 이렇게 막중한 자리가 교육감이지만, 이를 실감하는 유권자는 그리 많지 않다. 현실은 이렇게 암담하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 명명된 지 오래다. 그 암흑의 정도는 선거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관여하지 못하는 ‘정치중립선거’이지만, 실상은 정치 선거보다 더 진영 대결과 편 가르기가 심한 난장판의 선거다. 교육감 선거가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얹혀 시행되는 탓에 유권자인 시민들도 교육감 선거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투표소에 간 시민들은 7장의 투표용지에 투표도장을 찍기는 하나, 상당수는 교육감 후보로 누굴 찍었는지 알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 필자는 29년 동안 교육부·교육청·대학·청와대 등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했다. 특히나 교육감 선거와 교육청을 담당하는 교육부 국장을 역임했고, 인천에서는 부교육감과 교육감권한대행으로 3년 넘게 일했다. 이러한 학습과 경험은 이렇게 부조리한 교육감 선거를 방치하는 것이 죄를 짓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그래서 정작 교육을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지도 못하는 교육감 선거를 개혁하고자 정년을 8년 앞두고 깨끗하고 교육적인 선거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었다.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가뜨리는 이유 결론은? 중도 사퇴였다. 시민들의 관심이 없는 선거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하는데 교육감 선거는 철저히 아니었다. 시민들은 관심이 없고 후보자들은 정치중립선거인 교육감 선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치권에 기대어 부끄러운 행태를 보였다. 아이들을 위해서 써야 할 교육예산만 낭비하는 교육감 선거였다. 6월이면 다시 교육감 선거다. 지난 15년 동안 해왔듯이 교육감 선거를 깜깜이 선거로 방치한다면 교육의 망가짐이나 그 폐해가 너무나 크다. 후보자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은 어차피 교육감이 되고 싶어 선거에 나온 자들이기 때문에 당선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다할 태세일 것이다. 교육과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감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교육감 선거가 교육을 망가뜨리는 이유다. 교육감 선거를 교육을 위한 선거, 아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과정이 되게끔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선거 표준이 실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라고 하는데 그 꽃을 피우려면 민주시민이 절실하다. 그 민주시민이 되자. 특히나 교육감 선거에서 그 민주시민의 역할을 꼭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적어도 죄를 짓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깜깜이’ 교육감 선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떤 교육감을 뽑아야 할까? 시민들이 관심을 두고 후보자와 공약을 자세히 검토하고 그래서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밝은’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7장의 투표용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감 투표용지다. 이름만 인쇄된 투표용지에 누군가의 이름 옆에 투표도장을 찍을 때 무얼 보고, 왜 찍는지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고, 어느 당에 좀 더 기웃거리는 후보자인가가 아니라 후보자의 면면을 살피려는 노력에 기초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후보자에 관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정당도 없는 선거이기 때문에 쉽게 보수냐 진보냐를 따진다. 이는 매우 비교육적이고 위험하기도 하다. 교육은 두 개의 선택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영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구요 일종의 사기다. 그저 자기네들 끼리끼리 감싸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지혜로운 유권자라면 사기당하지 않는다. 후보자의 면면을 보고 그가 살아온 과정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가 내건 교육공약을 세세히 살펴야 한다. 그게 교육적인지, 교육감의 권한사항인지, 실현가능한지, 예산은 얼마나 소요되는지, 아이들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지도 살펴야 한다. 고3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듯, 유권자들은 교육감 후보자에 관한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 좋은 교육감의 덕목과 역량 그렇게 교육감 후보자를 잘 살피는 과정에서 좋은 교육감의 덕목과 역량이 어떤 것이 있을까? 필자의 연구와 교육행정 경험, 그리고 실제 교육현장에서 보고 배운 것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나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를 고를 때, 아래 기준을 기초하면 좋을 것 같다. 먼저 교육에 관심이 있고 교육에 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교육감은 해당 지역 수만 명 교사의 리더이고, 수천 명의 교육행정직원의 수장이다. 교육감이 교육에 대해 모른다면 교육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후보자가 교육에 전문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학력·이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지금도 그러한 교육전문성 때문에 선거직인 교육감이지만, 교육 혹은 교육행정 경력이 3년 이상 있는 자만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직인 교육감 자격요건으로 내건 최소한의 것이기 때문에 3년의 경력이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유권자는 후보자 경력을 심도 있게 점검해야 한다. 그의 교육에 관한 이력과 경험을 세세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감은 해당 지역에서 수조 원에서 십조 원이 넘는 교육예산을 관장하는 기관장이다. 예산이 어떻게 확보되는지, 집행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교육을 위해 재원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에 관한 비전과 세부실천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또한 후보자의 이·경력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공약을 치밀하게 검토해 보면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살필 수 있다. 공약에 재원확보 계획과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 세부내용을 보면 후보자의 예산·재정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교육감은 청렴하고 깨끗해야 한다. 후보자 시절부터 그 됨됨이를 살필 수 있다. 어마어마한 교육감 선거비용을 절약하고, 스스로 깨끗하고 정직한 선거운동을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2017년 신문칼럼을 통해 교육감 후보자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선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선거 예산을 절약하고, 정직하고, 깨끗한 선거가 그 핵심이다. 정치 선거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오염된 선거를 하는 후보자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 그들을 가려낼 수 있는 매의 눈을 유권자인 우리가 가져야 한다. 교육감 선거가 다가온다. 남은 기간이라도 각종 언론·방송사는 교육감 후보자들을 점검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유권자들이 보고 판단할 기초자료라도 생긴다. 정치 선거에 밀려 교육감 선거는 그런 기회도 없었다. 그 대가는 참담하다. 더 반복하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미래를 여는 교육감 선거가 아닌 미래를 막는 교육감 선거라는 괴물을 키우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진정 유권자가 교육감 후보자의 면면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감 선거가 헌법과 법률이 명령하는 정치적 중립 선거가 되도록 지금이라도 의미 있는 시작이 되는, 2022년 교육감 선거를 저자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은 ‘닥치고, 대학 진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교육의 본연과는 괴리되어 있다. 모든 국민이 대학 진학만을 외치는 현 상황은 전인교육이나 국민직업교육 등 교육의 본령 차원에서 보면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이다. 사실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만 졸업하면 원하는 일자리가 주어지는 것도,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더 늦기 전에 우리 기성세대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적성에 따라 직업교육을 받고, 소질과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결혼·출산·육아 등 평범한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를테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소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적 준비와 노력이 지금 필요하다. 첫째, 정부기관의 협의체인 가칭 ‘국가 미래직업교육위원회’를 구성, 대한민국의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할 것을 제안한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여야 통합의 균형적 구성(산업체 인사+중·고등직업교육기관 인사+정부기관 인사+ 입법기관 인사 등으로 구성)을 통해 반드시 미래 지향적인 협력문화가 발현되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중등직업교육과 고등직업교육의 적정 비중(비율)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대학 입학률은 최고!, 대학 졸업 후 취업률은 최저!’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오직 ‘닥치고 대학 입학’만을 외치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 재수·3수·4수를 하느라 창의적인 열정과 불도저와 같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년의 시기를 안타깝게 보내고 있다. 때문에 교육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지만 첫 직장에 이르는 나이는 제일 늦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두 번째 제안으로는 ‘국민 직업교육과 관련한 정부 부처 차관은 반드시 직업교육과 관련된 우수한 인재(산업체 경력인사 및 중·고등직업교육 경력인사 등)로 임명’하여 국민 일자리 창출과 국민 직업교육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산·학·관의 협력시스템이 구현되는 인력양성 직업교육을 구축, 바람직한 미래를 준비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의 국민 일자리 창출과 국민 직업교육에 대한 확고하고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표명하여야 한다. 세 번째 제안은 지난 70여 년 동안 개정 논의는 있었으나 여러 가지 요인과 복잡한 사안에 얽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학제개편을 통한 직업교육 정책 구현’이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춤형 인재, 즉 창의·융합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양성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의 학제가 적절한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산업사회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하는 산·학·관 협의체 구성과 산업체의 인력양성 요구를 담아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교육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여 년 동안 개편되지 않고 있는 현행 학제에서는 국민 직업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를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학제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2년+2년: 진로탐색 및 진로체험, 진로선택 등), 고등학교 3년(직업교육 분야는 3년부터 다양한 학제 도입: 3년·4년·5년·6년 등 산업 분야별 기능과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 고등단계의 직업교육과 과감한 융합학제 도입. 연속된 하나의 교육과정이 필요함), 그리고 대학 4년으로 되어있는 ‘5→4→3(3~6)→4학제’를 제안한다.(표 1 참조) 예를 들어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중등단계 직업교육 3년)+광운대학교(고등단계 직업교육 2년~3년)를 융합시킨 광운인공지능사관학교(5년~6년제 직업교육 사관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기능을 겸비한 기술인력의 양성과 산학협력에 의한 맞춤형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 제안은 ‘강력한 대학·대학교 정원 구조조정’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벚꽃 개화 시기의 순서와 함께 대학이 문을 닫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데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다. 반드시 선제적이며 개혁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대학 졸업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고, 선거 때만 되면 반값등록금·취업장려금·청년실업수당 등을 지원하며, 닥치고 대학 진학을 장려하는 모순과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일자리는 충분한가? 또한 모두가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 데이터가 피드백 되어 대학·대학교의 구조조정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로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기업 육성 등 정책적 지원 및 근로환경 개선’을 제안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직장인의 60~80%는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기업·자영업과 연계하여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소질과 역량에 알맞은 직업을 구축하고 그 직장에서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중소기업·강소기업·스타트업·자영업에서도 이직하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풍토(정책시스템 개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여섯 번째 제안은 ‘국가 미래를 위한 병역제도 개선 및 복무기간 조정’이다. 먼저 부사관 비율을 확대하면 일반 사병들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군 특성화학과(부사관 연계 근무) 제도를 확대하고, 직업계 고등학교와 부사관 교육 업무협약을 강화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졸업 후 바로 입대하여 6개월 간 일반 사병으로 복무한 후 단기 부사관(2년 근무 후 전역), 중장기 부사관(3년~5년 복무한 후 전역), 직업군인 부사관(장기 복무)으로 복무를 선택하는 방안이다. 예컨대 3년 이상 부사관으로 복무한 후 전역하면, 군무원 시험에 가산점을 부여하여 군무원으로의 취업도 가능하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인구(신생아 출산율)가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므로 장기적 대안으로 모병제에 대한 검토와 준비도 필요하다. 따라서 중소기업 등에 취업한 인력의 산업기능 요원제도 인원을 더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곱 번째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등에서 경력사원 채용 시 인력양성 비용의 3~5배까지의 이적료를 지급하는 법제화 구축’을 제안한다. 대기업·중견기업 등 기업에서 경력사원 채용 시 이전 직장에 인재양성의 비용 지급을 의무화하고,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여덟 번째 제안은 ‘초·중·고 교원 처우개선, 10년 주기 교원 안식년제 도입 법제화’이다. 2022 교육과정의 혁신방안을 성공하려면 교원역량강화를 위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단위학교에서 교육이 성과를 나타내고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교원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단위학교 교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 역량 강화를 위한 큰 노력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교원에게 임용 시점부터 매 10년이 지난 후, 1년의 안식년제를 도입하여 교원자격 갱신 연수, 시대에 맞춘 수업방법 혁신, 세대 간 소통교육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체제를 혁신하는 데 교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교원의 안식년제는 지금 바로 필요하다. 임용 후 1급 정교사 연수 외에는, 교사역량을 강화할 방법이 제도상으로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센티브제가 도입되어 교원역량개발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교원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끝으로 심각한 ‘중등직업교육의 대규모 미달사태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현재 중등직업교육의 비중(비율)이 대규모 미달사태 등으로 16%까지 떨어지고 있으며, 이대로 내버려 두게 되면 신생아 출생 감소에 비례, 지속적인 감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중견기업·강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더욱 가속시킬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발전과 세계 경제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적정규모의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앞서 제안한 대학과 대학교의 구조조정, 국민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학제개편, 중소기업 등의 근로환경 개선 등을 통한 중등단계의 직업교육 비중을 40~50%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늘려 바람직한 국민직업교육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개교 95년을 맞은 유서 깊은 초등학교가 있다. 사교육 일번지인 서울 강남에 있으면서도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 학생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펼치는 ‘명품 학교’로 꼽힌다.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서울언주초등학교(교장 김호산)는 2019 방과후학교(돌봄교실) 활성화 우수학교 교육장 표창, 2021 학교체육활동 우수활동 교육감 표창 등 화려한 수상실적이 증명하는 명문이다. 맘카페나 교육관련 블로그에서는 ‘학부모가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평가된다.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어떤 교육을 하길래, 그런 평가를 받고 있을까? 언주교육가족의 뜻을 교육으로 실현해내다 2019년 3월 부임한 김호산 교장이 매년 학부모연수에서 강조하는 것은 언주교육가족의 자율과 책임이다. 그만큼 언주초의 교육활동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요구가 적극 반영되어 이루어진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는 수준 높고 다양한 방과후교실이다. 초등학교에 승마장이 있다고 하면 놀랄 만도 하지만, 언주초 학생들은 말이 거니는 교정이 익숙하다. 언주초의 방과후교실은 승마·골프·마술 같이 가정에서 사교육으로 배우기는 어렵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꾸려져 있다. 현재 대면수업으로 61개 부서가 운영되어 1,897명(중복)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185개 부서까지 운영했을 만큼, 잠재력이 풍부하다.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같이 특별한 날에는 학교 연못이 있는 무궁화동산에서 언주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다. 평일과 토요일에는 피구·축구·야구를 포함한 다양한 스포츠클럽에도 참여한다. 정규수업시간에는 학년군별 1인 1악기 교육프로그램으로 국악타악기(1~2학년), 칼림바(3~4학년), 우쿨렐레(5~6학년)를 배운다. 정규수업시간부터 방과후까지 학생들이 좋아하고 기대하는 활동이 학교 안에서 가능하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언주초는 다채로운 방과후교실과 문화·예술·체육활동 때문에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학교’로 유명하다. 지역사회에서 해야 할 돌봄역할에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4~6학년 연계형 돌봄과 1~6학년 아침돌봄교실을 포함하여 돌봄교실은 총 9개 학급이 운영되어 200여 명의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습 측면에서도 정규수업시간 외에 점프업·키다리샘·디딤돌반 수업 등 학생들의 기초학력신장 프로그램이 매일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교육을 지금, 여기서 실천하는 학교 언주초는 거의 백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학교이지만, 학교 외관은 크고 세련됐다. 내적으로는 생태전환교육·AI 교육 등 미래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교내 곳곳에 공기정화식물이 많고 학생들은 원예치료사 강사와 공기정화식물화분 만들기 체험을 한다. 옥상텃밭을 조성하였고, 도시농부·그린커튼 환경구성 등 학교의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가까운 거리걷기, 전등끄기, 교내 식물이름 알고 가꾸기’ 캠페인을 하고,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학부모연수를 진행한다. 2021년 가을에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학생들에게 자연을 느끼는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한 행사로 ‘서울언주초등학교 푸른하늘 온라인 사진전’을 개최해 많은 학생이 아름다운 하늘 사진을 공유하고 감상했다. 언주초는 시설 환경 측면에서도 미래교육을 위한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2020년에는 도서관과 놀이터를 리모델링하고, 옥상놀이터를 구축하여 학생들의 놀이공간을 확장하였다. 2021년에는 시청각실·방송실·과학실(뉴튼실)을 새단장하였고, 실과실을 리모델링하여 구글크롬북 등을 활용해 수업할 수 있는 AI 교실로 만들었다. 2022년에는 지하 공간을 활용한 스마트 체육교실, 무궁화동산 옆 꿈담 놀이터 구축, 스마트 과학실(장영실반), 운동장 노후 인조잔디 교체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언주초의 변신은 아직 진행 중이다. 자율과 책임이 이끄는 양질의 교육과 유능한 교사 현재 언주초의 재학생은 1,570여 명이고 교직원의 수도 100명이 넘는다. 이 많은 사람의 요구와 소망을 반영하기에 쉽지 않을 텐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언주교육가족이 스스로 좋은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이나 지역사회에서 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공모하고 지원해주어도 학교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그 지원이 학생에게까지 도달하지 않는다. 언주초는 1~6학년 전학급이 학년별 특색을 반영한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1~2학년은 안정과 성장맞춤형 교육과정을 위해 꿈과 재미를 주는 ‘꿈잼교실’을, 3~6학년은 협력적 창의지성감성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우리가 꿈꾸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진행한 ‘미래교육체제 탐색을 위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들에게 학교 밖 다양한 활동을 소개·연결시켜주는 교사’를 원한다고 한다. 언주초의 교사들은 학교 밖 지원사업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정보력과 실행력이 매우 좋다. 덕분에 학생들은 학교로 찾아오는 수련회, 찾아오는 문화다양성 수업 등 다채롭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또 교사 간 수업연구가 매우 자발적이고 협력적으로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학년협의회가 활성화되어 있어 교육과정재구성과 교재개발 연구가 활발하여 교직원의 직무만족도가 높다. 올해는 예비교사실습협력학교로 선정되어 예비교사 양성에도 일조할 예정이다. 공립학교 교사의 인력배치는 순환근무제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언주초 교사에 대한 평가와 학생·학부모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교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학교분위기와 학부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책임이라는 3박자가 조화를 이뤄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경받는 학교장의 특별한 리더십 전교직원의 자발적인 노력, 언주가족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게 된 바탕에는 특별한 학교장의 마인드가 있다. 김호산 교장은 평소에도 “비교하지 말고,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을 교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담당자의 마음이 편안하도록 배려해주는 그 말에서 교직원들은 오히려 힘을 얻는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한 번쯤 있을 수 있는 실수를 나무라기보다는 유머와 인자한 태도로 너그럽게 넘기는 것도 김 교장의 리더십이다. 김 교장은 특히 매년 1학년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그림책 읽어주기 수업을 진행하고, 6학년의 진로수업도 직접 나서서 한다. 교장 혼자 넓은 교장실을 차지하고 군림하는 모습은 언주초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1학년 학생들은 김 교장이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고 들으며 마음을 가꾼다. 방송조회시간에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책을 직접 준비해 읽어주며 훈화시간을 즐거운 경험으로 바꿔준다. 6학년 수업에서는 ‘삶은 달걀’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을 삶은 달걀 껍데기에 쓴 후 깨뜨린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깨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런 수업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에 정성을 다하는 교장의 모습에서 교사들도 감명을 받는다. 또한 학부모를 대신해 교통봉사를 하거나, 담당자가 바쁘거나 사정상 자리가 비웠을 때 학교보안관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자발적인 변화를 거듭하는 학교, 교육공동체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고 민주적이면서도 포용적인 학교문화의 롤모델이라면 단연, 서울언주초등학교이다.
“걸핏하면 제기하는 학부모 민원 탓에 교사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나 하는가. 어쩌다 학교가 ‘민원 공화국’이 됐는지 모르겠다.” 이범희 서울양정고등학교 교장은 새교육과 가진 인터뷰에서 “조금만 불만이 생겨도 득달같이 교육청으로, 학교로 민원을 들이민다”며 “교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학교의 권위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최근 열기를 더해가는 시·도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는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직선제를 하다 보니 인기 영합주의로 흐르고 초·중·고 교원들의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 교수들의 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 적절치 않다”며 “교육감을 임명제로 전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되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지난해 3월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직하고 모교인 양정고 교장에 취임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퍼듀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로봇학회 회장을 지낼 정도로 로봇공학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양정고는 1905년 5월 개교한 대한제국 최초의 민족사학. 지금은 서울 시내 손꼽이는 자율형사립고로 자리매김한 명문 고교다. 현재 서울 시내 자사고교장협의회 고문으로도 활동하는 이 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조한 수월성 교육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온갖 규제에 묶인 자사고들이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일반고로 투항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조희연 교육감이야 속으로 흐뭇했겠지만 수월성 말살 교육은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다음은 이 교장과 일문일답. 윤석열 당선인 등장으로 교육정책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어떻게 전망하나. “딱 두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먼저 정책 입안 시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듣고 전문가 의견도 소중하게 듣겠다고 하더라.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임명되는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 당시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교수들이 그랬다. 우리가 이럴진대 교육부 공무원들은 얼마나 좌절했겠나.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시하겠다는 윤 당선인 말에 기대가 크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려 선출직을 차지하는 것이야 어찌할 도리가 없지만 교육부장관만큼은 전문가를 등용했으면 좋겠다. 정치하는 사람치고 전문가는 없다.” 자사고 교장으로서 감회가 남달랐을것 같은데. “‘교육은 다양성과 수월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박수를 쳤다. 이제 교육이 제대로 되겠구나 싶었다. 자사고와 외고, 과학고는 수월성 교육기관이다. 소위 특목고라고 불리는데 여기는 억압할 게 아니라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특별 지원책을 강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수월성 교육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자사고는 부활될 것으로 보나. “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이 제기돼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2025년 모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토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사문화될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부는 왜 자사고 폐지에 골몰했을까. “사회주의적 포퓰리즘 때문이다. 자사고 폐지를 놓고 여론조사를 하면 20명 중 19명은 찬성한다. 그러니 교육감이건 국회의원이건 표에 이득이 되니까 자사고 폐지에 열을 올린다. 모두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인 보편성 교육만 강조했다. 심지어 직업교육에서도 수월성 교육을 없애 버렸다. 예전의 명문 직업계고교들이 지금은 모두 몰락하거나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상고나 공고생들이 서울대 등 유명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거의 봉쇄됐다. ‘반수월성 교육’ 정책은 직업교육의 전문성까지 후퇴시켰다.” 지난해 일부 자사고들이 일반고 전환을 선언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재정난이 제일 크다. 예컨대 우리 학교는 신입생 정원이 420명이다. 이중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를 20% 뽑아야 한다. 그런데 그 인원을 채울 수 없다. 결원의 상당수가 여기서 나온다. 이로 인해 한 해 등록금 손실액만 십 수억 원에 이른다. 웬만한 자사고는 재정난을 견딜 수 없다. 몇몇 자사고들이 백기투항한 데는 이런 요인이 크다. 아마 조희연 교육감은 속으로 흐뭇했을 것이다. 참으로 집요하고, 교묘한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다. 그런데 이러면 교육도 망하고 나라도 망한다.” 서울대 교수에서 자사고 교장으로 변신했다. 1년 정도 해보니 어떤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자사고들이 신입생을 뽑는데 9천 명 정도가 지원했다. 이중 6천여 명을 뽑는데 모두 컴퓨터 추첨으로 선발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월성 교육하겠다는 학교에서 학생을 뺑뺑이로 뽑는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국가가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고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입전형에서 꼭 필요한 게 학생부인데 여기에 경시대회 입상실적이나 영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실적을 쓰지 못한다. 학생부조차도 ‘하향평준화’시킨 것이다. 게다가 수능도 쉬워졌다. 약간의 변별력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입시도 뽑기로 전락한 느낌이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단언컨대 답은 노(NO)이다.” 자사고 정체성이 많이 퇴색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름은 자율형사립고인데 ‘자율’이 없다. 뭐가 자율인지 모르겠다. 학생선발권도 없고 교사들의 처우를 달리할 수도 없다. 부장수당도 일반고와 같은 월 7만 원, 담임수당은 월 13만 원으로 꽁꽁 묶여 있다. 등록금도 마음대로 못 올린다. 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는 자사고라면 차라리 일반고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선생님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자사고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자사고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교수생활을 했다. 양국의 교육을 본 소감은. “미국이 세계 1등 국가가 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우리로 치면 초·중·고교에 해당하는 K12부터 대학교육까지 치밀하고 치열하게 교육한다. K12에서는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그 학생의 특성을 정확하게 기록해 이를 토대로 잘하는 아이들은 월반을 허용하는 등 수월성 교육을 제대로 한다. 대학에 진학할 때도 집대성된 추천서를 입학사정관들이 면밀히 검토해서 판단한다. 또 미국의 대학들은 교육에 열정을 쏟는다. 학생들은 잠 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무섭게 공부한다. 반면 우리 대학들은 연구에만 집중한다. 교수들도 교육은 등한시한다. 교육 없는 대학교육은 사상누각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교육감을 선거로 뽑는다는 건 적절치 않다. 인기 영합주의로 갈 게 뻔하다. 교육감은 임명제가 바람직하다. 교육부장관이 임명하되 철저하게 자치권을 보장, 마음껏 일할 수 있게 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징계하면 된다. 그래야 유·초·중등분야 전문성과 행정력을 갖춘 초·중·고 교장선생님이나 혁신적인 분들이 교육감이 될 수 있다. 교육감 선거가 왜 교수들의 잔치가 돼야 하는가.” 교육부 폐지도 여론의 관심사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를 폐지하는 것은 반대다. 다만 교육부의 역할과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너무 많이 간섭하고 통제했다. 고등학교 이하 업무는 교육청으로 완전히 이관하고 대학에도 자율권을 충분히 줘야 한다. 미국의 경우 교육부가 하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딱 세 가지다.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어떻게 하면 잘해줄까, 학생복지를 어떻게 잘할까, 그리고 직업교육에서 수월성 교육을 어떻게 잘할까 등이다. 우리 교육부도 이런 역할에 역점을 둬야 한다.” 교육부와 과학기술부 통합에 대한 생각은. “과학기술과 교육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교육은 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과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둘을 묶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MB 때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어 이미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수위가 검토하는 모양인데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학교장으로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 “요즘 학교는 민원공화국이다. 걸핏하면 교육청에 전화해서 항의하고 민원을 제기한다. 이를 처리해야 하는 교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미국의 경우 학부모가 학교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법이 없다. 불만이나 시정요구가 있으면 먼저 학교 PTA에 이를 제출하고 거기서 학부모 위원들이 사전에 검토한다. 그리고 민원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때 학교나 교육당국에 이를 전달한다. 개인적 이익을 위한 민원 등 부적절한 것은 모두 이곳에서 사전에 걸러낸다. 우리는 학교건 교육청이건 일단 항의부터 하고 본다.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얼마 전 한 학부모가 학교업무에 도움을 줬다고 생색을 내면서 이런저런 요구를 해왔다. 그래서 “교육자하고 딜(거래)하려 들지 마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 학교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라”고 강하게 말했다. 비록 힘없는 교장이지만 학부모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야단친다. 언제부터 선생님은 ‘선생’으로 학부모는 ‘학부형님’이 됐는지 모르겠다.”
[교사] 그림책 종이놀이 (황진아·최정아·구은복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24쪽, 1만7,000원) 그림책 독후활동으로 종이놀이를 한 이색 수업사례가 담겼다.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들이 읽기와 쓰기 위주의 독서활동에서 벗어나 손쉬운 종이놀이로 책 읽기의 즐거움과 문해력을 동시에 높이고자 장기간 연구하고 적용한 노하우를 들려준다. 누구나 교실에서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세계시민을 위한 없는 나라 지리 이야기 (서태동·한준호·배동하 외 4명 지음, 롤러코스터 펴냄, 324쪽, 1만6,800원) 눈이 없는 나라 싱가포르, 공항이 없는 나라 모나코 등 ‘없음’에 주목한 교양서가 나왔다. 지리교과 교사인 저자들은 그동안 교육현장에서 주목해온 각 나라의 ‘주인공’에서 벗어나, 각자 소홀했던 ‘없는’ 부분을 채워가며, 더 넓은 세상을 담는 지도를 만들었다.
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엄마의 비밀 2 (최나야·정수정 지음, 로그인 펴냄, 392쪽, 1만9,800원) EBS ‘당신의 문해력’, ‘문해력 유치원’에 출연한 최나야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와 정수정 경기 대야초 사서교사가 문해력 독서법 2단계를 공개했다. 1단계가 미취학아동부터 초등 1~2학년생에게 적합하게 구성됐다면, 2단계는 중학년생 대상 교과 배경지식과 논술 기초를 쌓는 활동으로 꾸려졌다.
한산 (민병덕 지음, 나의나무 펴냄, 192쪽, 1만2,700원) 골목대장에서 나라를 구한 성웅이 되기까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담았다. 역사선생인 저자는 극적으로 연출되는 위대한 장군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이순신에 초점을 맞췄다. 백성의 어려움에 마음 아파하고, 부하의 무거운 짐을 나눠지며, 부모와 자식의 죽음 앞에서 눈물 흘리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온 세상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5월이다. 그토록 기다렸던 ‘일상회복’으로 학교마다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간만에 생기가 돈다. 상담실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매년 4월 중순부터 아이들의 들락거림이 많았지만, 올해는 유난스럽다. 하긴, 2년 동안 격주등교와 온라인등교로 상담실이 조용했던 탓에 더 힘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5월부터 전면등교가 시작된다. 학교생활을 신나게 하며 에너지가 샘솟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2년 동안 언택트 문화에 익숙해진 탓에 일상으로의 복귀가 두려운 아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아니, 벌써부터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무단결석·지각·조퇴하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별다른 대안 없이 자퇴를 선택하기도 한다. 친구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끼며, 수업시간 자체를 견디지 못해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코로나라는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은 아이들을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지, 코로나가 멈춘 일상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평범했던 아이들이 코로나블루의 직격탄을 맞았다 정신병리에도 유행이 있다. 20년 전쯤에는 ADHD가 유행이었다. 조금 산만하거나 행동이 독특한 아이들은 의심을 받았다. 15년 전쯤에는 트라우마가 유행이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현빈도 트라우마로 고통 받았다. 이제 트라우마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10년 전쯤에는 김구라·이경규·정형돈 등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고백하면서 유행처럼 번졌다. 아이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체크리스트로 자가진단을 하면서, 조금만 답답함을 느끼면 ‘공황장애’인 것 같다고 찾아왔었다. 5년 전쯤에는 ‘고등래퍼 2’에서 김하온과 이병재가 ‘바코드’, ‘마른 논에 물대기’ 등 자해와 관련된 노래를 발표하고, 청소년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이 되면서 SNS에 자해 인증샷이 넘쳐났고, 청소년 자해가 엄청난 속도로 번졌다. 지금도 그 휴유증은 남아있다. 지금은 무엇이 유행일까? 맞다. 코로나로 인한 무기력과 우울증, 즉 코로나블루가 유행이다. 코로나블루는 일반 우울증과는 다른 점이 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은 누가 보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부모님의 학대, 지속적인 왕따 경험(대인관계의 어려움), 열악한 경제적 환경 등 확실한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자신을 학대하거나, 타인을 괴롭히거나, 문제행동을 지속적으로 일으킨다. 하지만 코로나블루 증상을 호소한 아이들은 가족끼리의 관계형성이 취약했지만 학대까지는 아니었고, 친구관계끼리 다툼은 있었지만 학교폭력까지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존재감이 없지만, 그렇다고 소외되는 일도 없었다. 코로나가 갑자기 일상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일상을 그럭저럭 유지하며 별 탈 없이 생활했을 정말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왜, 이 아이들은 코로나블루의 직격탄을 맞았을까? 첫째, 가정 내에서 느낀 심리적 공허함을 채워주던 긍정적 관계가 단절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블루에 취약한 아이들은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 간의 정서적 소통이 미흡하다. 아이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 세심하게 살피지 않는(혹은 먹고 살기 바빠서 살필 겨를이 없는), 요즘 심리상태가 어떤지 소통하지 않는(혹은 서로 바빠서 말할 틈도 없는) 부모님과의 관계는 ‘외로움’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괜찮았다. 친구들이 있었으니까. 가정 내에서 심리적 공허함을 느끼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정서적 소통은 물론 정서적 지지도 얻는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경험을 쌓고, 가정에서 배우지 못한 사회생활을 익혀나간다. 선생님의 잔소리로 어쩔 수 없이 꾸역꾸역 공부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한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상이 유지됐다. 이런 아이들에게 코로나는 단순히 ‘일상생활의 멈춤’이 아니라 ‘긍정적 관계의 단절로 인한 성장의 멈춤’이었다. 심리학 이론 중에 ‘세 다리 의자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유전자, 유년시절의 학대, 불우한 성장배경 중 하나만 없어도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의자는 세 개의 다리로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물론 위태롭기는 하지만). 하지만 하나가 빠진 두 개의 다리로는 절대 서 있을 수 없다. 즉 아무리 사이코패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설령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성장하면서 행복했다면, 범죄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전자와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경험은 되돌릴 수 없지만, 성장배경에서의 행복한 경험은 학교생활에서 채울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친구관계이고, 교사의 선한 영향력이다. 결국 가슴에 외로움이라는 ‘우울의 씨앗’이 있었지만 학교생활에서의 긍정적 관계로 ‘우울의 싹’을 틔우지 못하다가, 코로나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싹틀 조건이 마련되었고, 결국 우울증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다. 둘째, 2년 동안의 언택트 문화는 익숙해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나의 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100일정도이다. 완벽하게 몸이 반응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00일이다. 2년이라는 시간은 습관을 바꿔놓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원격수업이 가져온 삶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아이들의 하소연을 듣다보면 이해가 간다. 우선 아침에 등교하기 위해 씻고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편한 복장과 편한 자세로 수업을 듣다가, 그것도 힘들면 잠시 화면을 끄고 쉴 수 있었다. 화면을 켜놓고 요령껏 게임을 해도 상관없었고, 듣기 싫은 잔소리나 지적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됐다. 친구들과도 내가 관계 맺고 싶을 때만 SNS에서 대화하며 놀았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소모도 없었다. 전면등교로 매일 학교를 나와야 하는 지금은 말 그대로 ‘학교 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것도 힘들고, 수업시간 10여분이 흐르면 온 몸이 뒤틀린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고,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다. 만사가 귀찮고 짜증난다. 특히 올해 고3·중3·초6 학생들의 ‘현타’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고1·중1·초4의 시작은 6월부터였고(코로나로 인해 2020년 첫 등교는 5월 말 혹은 6월 초였다), 그나마도 격주 등교였다. 학교를 다닌 날보다 안다닌 날이 더 많았다. 고2·중2·초5 때도 마찬가지였다. 격주로 등교하다가 급격한 확진자 증가로 9월 추석 이후 전면 온라인등교로 전환되었다. 제대로 된 등교는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힘들만 하다. 두렵고 불안할 만하다. 물론 코로나로 인한 일상 멈춤이 없었다면, 당연하다는 듯 학교를 잘 다녔을 아이들이다.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진 아이들을 일으키는 상담전략 그렇다면 코로나블루의 대표적 증상은 무엇일까? 물론 다음의 증상들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전에는 이런 증상이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괜찮다가, 몸이 피곤해지면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는 것처럼, 일상생활을 잘 유지하던 학생들이 코로나로 갑자기 일상이 바뀌면서 심리적 동요가 왔다. 이건 정신력 문제가 아니고, 유난을 떠는 것도 아니며, 핑계를 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환절기에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음이 반응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과의 상담에서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초점을 둬야한다. “이전에는 안 그랬는데, 코로나로 일상이 무너지면서 너의 생활도 무너졌구나.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백이진과 나희도가 ‘IMF’라는 시대의 아픔으로 힘겨워 했듯이, 너희들은 지금 ‘코로나’라는 시대의 아픔을 겪고 있는 중이야. 그리고 백이진과 나희도가 그 과정을 멋지게 극복했듯이 너도 할 수 있어. 넌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잖아.” 상담전략 ❶ _ 일상의 변화로 학교 오는 것이 힘듦을 인정해주자 경험을 안 해봤으면 모를까, 이미 편안함과 달콤함을 맛 본 아이들에게 전면등교는 힘들 수 있음을 인정해주자.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교사와 부모는 아이들의 힘듦에 꽤 인색하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무탈하게 지나갔을 아이들이다. 이해와 인정, 이것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상담전략 ❷ _ 일상복귀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음을 알려주자 일상복귀가 두려운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재택근무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회식 참여, 상사와의 불편함, 출퇴근 부담 등 일상복귀에 대한 걱정이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과 고통을 받고 있음을 객관적 데이터, 즉 신문기사나 통계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해주자. 아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감을 되찾는다. 자신이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신력이 나약해서가 아님을 알아차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불안감이 일정부분 해소된다. 상담전략 ❸ _ ‘넌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어’ 코로나 전 상황을 상기시키자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되돌려, 원래 어떻게 생활하며 지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전 생활을 파악해야 그에 따른 해결방안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원래 무기력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긍정적 영향을 주던 친구관계와 외부활동이 단절되면서 기운이 빠져 무기력해졌고, 일상의 즐거움을 놓치면서 우울해졌으며, 조금씩 게을러지면서 만사가 귀찮아졌을 뿐이다. 청소년의 무기력은 무섭다.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들다. 아무생각 없이 뒹굴 거리면서 놀아도 의식주가 해결되기 때문이다(어른은 불가능하지만 학생이니까 가능하다). 세상에 이런 상황보다 더 편한 것이 있을까? 부모나 선생님 등 어른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래 그런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계기를 마련해줘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목표의식을 잃은 채 무기력해져가는 아이를 일으켜 세우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상담전략 ❹ _ 최단기 목표설정과 성공경험으로 에너지를 채워주자 요즘 아이들은 성과가 빨리 눈에 보여야 한다. 단기목표를 세워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단계가 너무 길면 금방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하듯이 하나하나 달성하다보면 레벨 업이 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처음 목표는 본인 능력의 60~80%에 해당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맛을 느껴봐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그럼 우선 무엇부터 해볼까? 해야 하는데, 몸이 마음처럼 안 움직여서 못하고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공부죠 뭐, 근데 진짜 하기 싫어요.” “공부는 원래 하기 싫어야 정상이지. 공부하고 싶어 안달 난 녀석이 더 이상하지 않냐? 자, 그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공부, 그나마 좀 해볼 만한 과목은 뭐가 있을까?” “음, 일본어?” “오, 좋아. 일본어! 우리 곧 중간고사잖아. 누구누구 제칠 수 있는지 손가락 꼽아봐. 오, 좋아. 그럼 일단 7명 확보됐고, 몇 점정도 맞을 수 있을까? 오, 좋아. 60점! 어떻게 공부할 셈이야?” “음, 일단 히라가나를 외우고,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들을 중심으로 외워야 하지 않을까요?” “오, 좋아. 그럼 이번 주 목표는 히라가나 외우기, 다음 주는?” 차츰 능력의 80~100%에 해당하는 것으로 목표를 올려주면 되는데, 이전 작업이 잘 이뤄졌다면 나중에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결하는 힘이 생긴다(고등학생은 알아서 잘하는데, 초·중학생은 부모나 교사의 힘이 계속 필요할 수 있다). 상담전략 ❺ _ 중간중간 잘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체크해주자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힘든 것은 확인을 하는 것이다. 확인을 하지 않으면 계획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간중간 잘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힘들 것은 없다. 아침 조·종례시간이나 청소시간에, 그저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어?”하고 묻기만 해도 된다.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은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억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5월 달력을 보면 5월 1일 근로자의 날부터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다. 그래서 흔히 5월을 가정의 날이라고 부른다. 그뿐만이 아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고,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가족을 포함하여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위한 기념일이 많다. ● 근로자의 날(5월 1일) 근로자의 날(메이데이, May Day)은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제 쟁취 및 유혈탄압을 가한 경찰에 대항하여 투쟁한 노동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를 주장하며 최초의 행사를 개최했다. 미국·캐나다·일본 등 일부 국가는 사회주의의 메이데이에 대항하는 의미로 5월 1일을 ‘법의 날’로 정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9월 첫째 월요일, 뉴질랜드는 10월 넷째 월요일, 일본은 11월 23일이 ‘노동절(Labour Day)’이다. ● 어린이날(5월 5일) 1919년 3·1독립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1923년 방정환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정한 날이다. 각 나라마다 어린이날은 다르다. 스위스는 어린이날이 없는 대신 3년에 한 번 어린이 축제를 한다. 일본은 3월 3일(여자아이), 5월 5일(남자아이) 두 번한다. ● 입하(5월 5일) / 소만(5월 21일) 입하(立夏)는 여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절후이다. 이때가 되면 봄은 완전히 퇴색하고, 산과 들에는 신록이 일기 시작한다.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고, 마당에는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볍씨의 싹이 터 모가 한창 자라고, 밭의 보리이삭들이 패기 시작한다. 소만(小滿)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의미이다. 봄의 상징인 냉이나물은 없어지고,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띠니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한다.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모내기 준비를 서두르고, 빨간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다. ● 어버이날(5월 8일) 어버이날의 시작은 1956년부터 지정된 ‘어머니날’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면서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되었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문화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안나 자비스라는 소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하얀 카네이션을 영전에 바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살아계신 부모님께 빨간색, 돌아가신 부모님께는 흰색 카네이션을 드린다. 미국·중국·일본은 ‘어머니의 날’과 ‘아버지의 날’이 따로 있다. 중국은 카네이션 대신 ‘근심을 잊게 해주는 풀’이라는 의미의 망우초를 선물하고, 일본은 ‘아버지의 날’에는 장미를 선물한다. 그리스는 매년 1월 8일 ‘어머니의 날’이 되면 평소 집안일에 손을 대지 않는 남자들이 집안일을 하고, 여자들은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한다. 만약 남자들이 거리에 나와 있으면, 여성들이 모여들어 물을 퍼붓거나 달려들어 옷을 벗기기도 한다고 한다. ● 부처님 오신 날(5월 8일) 올해는 불기 2566년이다. 조계사는 올해 봉축표어를 ‘나누면 따뜻해요’로 정하고 도량등을 미소 지은 부처님 얼굴과 연꽃을 함께 표현해 코로나19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근로자의 날·부처님 오신 날·크리스마스는 아쉽게도 대체휴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 스승의 날(5월 15일) 각 나라에도 스승의 날이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 충남 강경여고 J.R.C. 단원들이 자발적으로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실시하다가,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되어 ‘스승의 날’이 폐지되었고,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하여 다시 부활되었다. 미국은 1985년부터 5월 첫 번째 주 화요일을 National Teacher's Day로 지정하고, 그 주 전체를 스승에 대한 감사 주간으로 기념한다. 이때 학생들이 선생님께 사과를 선물하며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중국의 스승의 날은 9월 10일로 ‘교사절’이라고 부르며, 1985년 처음 제정되었다. 베트남은 매년 11월 20일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을 존경하는 것을 중요시 여기는 나라답게 선생님 댁을 직접 방문해서 인사드린다. 법정 공휴일이기도 하며, 전국적으로도 성대한 행사들이 많이 진행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고 카네이션을 개인이 달아 드리는 것 역시 제한되고 있다. 전국에서 학생들과 오늘도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모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세계 가정의 날(5월 15일) 가족을 영어로 번역하면 family이다. 원래 하인·노예를 뜻하는 라틴어 famulus에서 유래되었지만, 사람들은 종종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첫 글자를 합성하여 만들었다고도 말한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가족의 모습과 의미가 변한다고 하더라도,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심리적 측면은 변함없을 것이다. 세계 가정의 날은 국제연합이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바탕이 되는 가정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제정되었다. ● 성년의 날(5월 16일) 성년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통과의례이다. 비로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만 19세에 이르면 성년이 된다. 올해는 2003년생이 성년식을 치르는 해이다. 성년식은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이다. ● 5·18민주화운동(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기록문은 인권기록유산으로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주요등재유산은 조선왕조실록·훈민정음·난중일기·조선통신사와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다. 5·18민주화운동은 1981년 5월 18일 시민·학생·재야운동 세력이 망월묘역에서 추모행사를 거행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정부는 추모행사를 다시 열지 못하도록 탄압을 가했으나, 5월 계승운동의 일환으로 꾸준하게 실행되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차원에서 재평가되었고, 마침내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 발명의 날(5월 19일) 인류의 역사는 곧 발명의 역사였다. 과거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발명품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제품의 개발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측우기의 반포일이 1441년(세종 23) 4월 29일(양력으로 5월 19일)인 것에 연유한 것이다. ● 세계인의 날(5월 20일) 태어난 국가를 뒤로하고, 다른 나라에서 삶을 일군다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이민자가 사회 곳곳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역할을 하며 생활하고 있으며, 학교에도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계인의 날은 다양한 민족·문화권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매년 5월 20일 세계인의 날부터 일주간은 ‘세계인 주간’이다. 학교에서도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한 학교구성원으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 시기에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 부부의 날(5월 21일) 가족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엄마 아빠의 관계가 나쁘면 학생의 학교적응력도 떨어진다. 결국 부부가 화목해야만 다양한 청소년문제도 해결된다. 부부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매년 5월 21일로 정했다. 1995년 5월 21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되어,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운동이 전개되었으며, 200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 부부의 날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남편, 어떤 아내, 어떤 엄마, 어떤 아빠가 되어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뜻깊을 것이다. ● 방재의 날(5월 25일) 최근 울진·삼척을 비롯한 곳곳에서 연이어 안타까운 산불소식이 들려온다. 방재(防災)란 재해를 막는다는 뜻으로, 방재의 날은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효율적인 교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산불·지진·태풍 등 자연재해는 삶의 터전을 잃게 한다. 예전의 삶으로 회복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예방수칙’과 ‘대응요령’을 잘 익히고,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바다의 날(5월 31일) 바다는 먹을거리는 물론 공해 없는 천연자원까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양생물 생존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갯녹음 현상으로 인한 ‘바다 사막화’ 등 바다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 바다의 날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5월 31일로 정했다. 바다의 날을 맞아 일상생활 속에서 바다오염을 줄일 수 있는 실천방안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흔히 큰 사건이나 왕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떠올리곤 한다. 역사를 기록하고 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건들과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역사는 특정한 몇몇에 의해, 몇 가지 사건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대다수의 백성은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고, 생업을 이어가며 역사 속의 작은 물결을 이뤄왔다. 이 책의 주제는 조선의 직업이다. 예순일곱 가지 직업을 가려 뽑아 하는 일과 관련 일화를 정리했다. 조선잡사는 ‘잡(job)’의 역사이며, ‘잡(雜)’스러운 역사이기도 하다. 갖가지 직업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이다, ‘아재 개그’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만큼 이 책의 성격을 잘 알려 주는 제목을 찾지 못했다. 문명·국가·민족과 같은 거대 담론이 지배하는 역사 연구에서 직업의 역사는 여전히 잡스러운 역사인 탓이다. -4p 책의 서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조선의 다양한 직업들에 대해 풀어 놓고 있다. 다양한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직업들을 여러 유형으로 나누어 위트 있는 문장들로 우리에게 전달한다. 요즘의 직업들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보다는 ‘그 시대에도 그런 직업이?’라는 반응을 자연스레 이끌어 낸다. 수모는 수식모(首飾母)의 준말이다. 우리말로는 머리 어멈, 지금의 헤어디자이너다. 화장과 의상도 담당했으니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도 겸했다. 혼례가 있으면 신부가 입을 옷과 장신구를 빌려주고, 예식을 원활하게 진행하는 웨딩플래너 역할도 맡았다. 수모는 조선시대 혼례에 빠질 수 없는 존재였다. …(중략)… 이덕무의 김신부부전이라는 결혼식 기록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신랑 신부가 맞절을 하면 수모가 합환주를 마시게 한 다음 덕담을 하며 축복한다. 수모는 신부의 도우미 역할은 물론 신랑 신부에게 조언하고 축복하는 주례 역할도 맡았던 셈이다. 전통 혼례는 주례가 없지만, 굳이 찾는다면 사회자에 해당하는 집사보다 수모가 주례에 가깝다. -19p 첫 장에서는 여성들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유교사회에서 혼례의 주례를 여성이었던 수모가 담당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이 밖에도 염색을 업으로 삼는 ‘염모’, 변방 군관의 가사 도우미 역할을 했던 ‘방직기’, 화장품을 판매하던 ‘매분구’에 대한 설명도 이어진다. 제주의 아픈 수탈 역사를 담고 있는 ‘잠녀(해녀)’에 대한 소개도 사료와 함께 제시된다. 큰 칼을 들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술 한 잔 들이켜고 입으로 뿜어 칼날을 적신다. 사극을 통해 익숙해진 망나니의 이미지다. 한자로는 회자수라고 한다. 회자는 관우가 휘두르는 청룡언월도와 비슷하다. 협도라고도 한다. 회자수는 붉은 옷차림에 붉은 두건을 쓰고 이 무기를 들고서 대장을 호위한다. 실전용이 아니라 위엄을 과시하고 공포를 심어 주는 의장용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회자를 사형도구로 사용하는 바람에 회자수가 망나니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중략)… 망나니라는 우리말은 도깨비라는 뜻의 ‘망량’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난동을 뜻하는 ‘망란’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또 다른 기록에 따르면 망나니는 원래 ‘막란’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사형 집행자의 대명사로 굳어진 것이라 한다. 무시무시한 사형 집행자 ‘망나니’는 원래 어느 집 막내아들이었던 것이다. 한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던 그는 무슨 죄로 사람을 죽여야 하는 운명이 되었을까. -46p 으스스한 사형 집행인의 어원에 관해서도 설명하며 그들이 직업인으로서 가졌던 고뇌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처럼 두 번째 장에서는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극한직업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조선시대에는 전쟁이나 기근으로 길에서 죽은 사람을 누가 수습했을까? 바라보기조차 힘든 광경 속에서 손수 시신을 수습해 주는 매골승이 있었다. 매골승의 기원은 고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려는 종교인이자 의술·천문·풍수 등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이었다. 병든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 의술이 뛰어난 승려를 찾기도 했다. 속세와 떨어진 사찰은 병자의 치료와 요양에 적합한 곳이었다. 불행히 죽더라도 극락왕생을 빌며 임종을 맞을 수 있었다. -84p 전란과 기근으로 많은 백성이 희생된 조선 중기, 그들의 시신을 수습해준 ‘매골승’의 이야기는 직업을 넘어 종교적 헌신과 사명을 잘 보여준다. 종로 담뱃가게에서 소설을 듣던 사람이 영웅의 실의하는 대목에 이르러 눈을 부릅뜨고 입에 거품을 물더니 담배 써는 칼로 소설책 읽어주는 사람을 찔러 그 자리에서 죽였다고 한다(정조실록 14년, 8월 10일) …(중략)… 전기수는 소설 낭독 전문가였다. 전기수는 억양을 바꾸고 몸짓을 곁들여 청중이 소설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중략)… 전기수는 저잣거리에 좌판을 깔거나 담뱃가게 한쪽에서 목청 좋게 소설책을 낭독했다. 전기수가 소설책을 펼치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만큼 들었다. 표를 받지도 않았고 좌석이 지정되지도 않았다. 멀찍이서 듣고 떠나도 그만이었다. 전기수의 낭독은 말 그대로 공짜였다. 그렇다면 돈은 어떻게 벌었을까? 돈을 얻는 법이라 하여 ‘요전법’이라 하는데, 요전법의 핵심은 침묵에 있다. 심청과 심봉사가 다시 만날 때, 이몽룡과 춘향이 옷고름을 풀 때처럼 다음이 몹시 궁금한 대목에서 전기수는 돌연 침묵했다. 청중은 몹시 답답했을 터, 앞 다투어 돈을 던졌다. 전기수는 돈이 웬만큼 쌓였다 싶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목청을 돋우며 다시 맛깔난 낭독을 선뵈었다. -120p 책에 소개된 직업 중 가장 흥미 있었던 대목인 ‘전기수’. 그들이 읽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이 침묵에 있었다는 점은 요즘의 드라마와 닮아 있다. 이렇게 흥미를 유발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능력은 아주 중요한 연출 능력이다. 가장이 금하지 못하니 부녀자들은 가체를 더 사치스럽게 하고 더 크게 만들지 못할까 걱정한다. 근래 어떤 집의 열세 살 난 며느리가 가체를 높고 무겁게 만들었다. 시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자 며느리가 갑자기 일어서다가 가체에 눌려 목뼈가 부러졌다(이덕무, 청장관전서) …(중략)… 조선사람은 화려했다. 남자는 수정을 잇댄 갓끈과 옥으로 만든 관자·귀걸이로 꾸몄다. 여자는 풍성한 가체(가발)와 현란한 비녀·노리개로 치장했다. 길고 화려한 갓끈, 높고 풍성한 가체는 요샛말로 잇템,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150p 가장 심한 사치 품목인 ‘가체’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사극에 등장하는 여인들이 머리에 올리는 가발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보편적으로 애용되었고 만드는 데 엄청난 공이 들어가 가격도 비쌌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사치 품목으로 간주되었고, 국법으로도 제한했다는 내용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조선잡사에서 제시하고 있는 각각의 직업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름의 애환이 담겨 있고 그 안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리 아이들에게 진로와 직업교육을 다양한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지만 많은 아이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너무 많은 정보 탓일까? 직업과 관련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작 자신의 길에 대해서는 갈피를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직업의 역사를 재미있게 함께 읽어본다면 자신의 길에 대해서도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교원의 교육활동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2019년 10월 개정된 「교원지위법」이 시행되면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아직도 그 변화가 교육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는 2022년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 개정판을 발간하였다. 해당 매뉴얼의 집필진으로서 교원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교원지위법」 부분을 전하고자 한다. 1. ‘교육활동 침해행위’ 「교원지위법」에서 말하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개념에 대해 먼저 알아본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란,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폭행(상해)’, ‘협박’, ‘명예훼손’, ‘모욕’, ‘손괴’, ‘성폭력범죄 행위’, ‘불법정보 유통행위’, ‘공무집행방해(업무방해)’, ‘성희롱’,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반복·부당한 간섭’,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 무단 배포’, ‘그밖에 교권을 존중하지 않거나, 교원의 전문적 지위·신분에 대한 부당히 간섭하는 행위로 학교장이 판단하는 행위’를 말한다(「교원지위법」 제15조,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조치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 이는 과거에 ‘교권 침해행위’로 일컬어졌다. 그런데 이로 인한 피해가 교원에게뿐 아니라 교육활동 전반에 미쳤다. 법으로 운전 중인 자동차 운전자나 의료행위 중인 의료인을 폭행 등으로부터 보호하듯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을 특별히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므로 이를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조치·대응을 「교원지위법」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법의 취지를 살려 법정 명칭인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간혹 교원 개인 간의 사적인 갈등, 업무분장으로 인한 분쟁 등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고충심사 청구’나 ‘갑질 행위 신고’는 가능할지 몰라도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한 행위가 아니라면 교육활동 침해사안은 아니다. 2.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 학교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두어야 하고, 위원은 교내·외 인사로 5명에서 10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의 주된 심의대상은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한 선도(징계) 조치이다. 2019년 10월 개정 교원지위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위원회에 이 부분의 심의권한이 없어서 유명무실한 위원회라고 비판받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회에 심의권이 생기면서 이제는 학생선도위원회(학생생활교육위원회)를 별도로 개최할 필요가 없다. 「교원지위법」이 개정되었음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장 자체해결, 피해교원의 요청 등을 이유로 여전히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없이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학교장 자체해결은 「교원지위법」에는 없는 내용이어서 이후 침해행위 축소·은폐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교원지위법」에 특별히 규정된 학생 선도(징계)조치와 피해교원 보호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3.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 - 학급교체, 전학 조치 가능 폭행·불법촬영 등 심각한 침해행위를 당한 피해교원에게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보다 침해학생과의 분리이다. 침해학생을 마주보기 힘든 상황에서 침해학생과 교육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피해교원의 고통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개정 「교원지위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퇴학 외 침해학생을 분리하는 선도조치는 최대 10일의 출석정지였다. 피해교원과 침해학생의 분리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분리를 원하는 피해교원이 이동하여야만 했다. 그러나 개정 「교원지위법」이 시행됨으로써 학급교체·전학과 같은 분리조치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로써 ‘분리 시 가해자 이동이 원칙’이라는 가해자 책임주의가 지켜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중한 선도(징계)조치가 경한 사안에 남발되어서는 안 되므로 전·퇴학 조치에 대해서는 관련 교육부 고시에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의하면 전·퇴학 조치는 동일교 재학기간 중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출석정지 또는 학교교체 처분을 받았던 학생에게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원에 대한 폭행(상해), 성폭력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어서 최초 침해행위라도 곧바로 전학 또는 퇴학 조치가 가능하다. 4. 피해교원 지원 침해행위로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학교와 다른 교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피해교원이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교원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함으로 인한 교육적 손실이 더 크다. 그러므로 피해교원이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필요한 치료를 충분히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도 피해교원이 빠르게 회복하여 침해행위로부터 벗어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피해교원은 「교원지위법」 및 「교원휴가에관한예규」에 따라 5일의 범위에서 치료 및 회복을 위한 특별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다. 특별휴가로도 치료·회복기간이 부족하면 공무상병가를 신청할 수 있다. 피해교원의 치료비는 침해학생의 보호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보호자의 비협조적 태도로 온전히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 「교원지위법」에서는 피해교원의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관할청이 이를 부담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피해교원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원금액의 한도는 각 시·도교육청마다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청구 전에 시·도교육청에 확인을 요한다. 또 피해교원을 위한 교원치유지원센터(명칭은 시·도마다 다를 수 있음)를 시·도교육청마다 운영하고 있으므로 센터 상근 지원인력(변호사·전문상담사 등)으로부터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다. 5. 교원배상책임보험 활용 전국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소속 교원(기간제교원 포함)을 위해 매년 교원책임배상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많이들 오인하기를 해당 보험이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피해교원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침해행위의 피해교원과는 무관하고, 교원이 가해자가 되었을 때 그 배상을 대신하는 보험이다. 교원이 학생을 교육하다가 직무상 과실로 인권침해, 교육활동 중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 또한 교원을 위해 준비된 보험이므로 알아두었다가 필요한 경우에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 곤지암초등학교는 100주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5월 4일 금요일 오전 운동장에서 학부모회가 주관하는 어린이날 기념 행사를 진행했다.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건전한 성장을 돕는 환경 조성 및 분위기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이번 행사는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구성원의 화합을 도보하는 행사로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즐거운 어린이날! 모두 모두 모여라' 는 이름으로 학년별 점심시간을 활용해 선물교환권을 받은 학생들이 선물상자에 담긴 선물을 뽑는 이벤트로 진행 되었다. 행사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학급도 있고 서로의 선물을 궁금해하며 포장지에 쌓인 선물의 정체를 알아 내려고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의 표정에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행사를 준비한 김진영 학부모회장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곤지암 초등학교 100주년 기념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가 뜻을 모아 설레는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하고 행사를 진행 했습니다. 아이들이 신나고 즐거워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에너지 넘치는 곤지암초 학생들은 이날 오전 소규모 운동회를 열었다. 100주년 곤지암초등학교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학년별 운동회는 과학, 체육,미술, 음악 등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학생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즐거운 활동이 되도록 했다. 코로나 방역 기준이 완화 되어서 운동장에 한 학년 각반 25명씩 나눠서 넓은 운동장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활동하도록 계획했다. 4개의 부스로 나눠서 A부스에서는 좀비 게임( 전체 -술래, 감염자 1명)과 왕피구를, B부스에서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와 '보물찾기', '경찰과 도둑' 게임을 진행했다. C부스에서는 미션 이어달리기와 몸으로 말해요 게임과 판 뒤집기 게임을 했고, D부스에서는 줄다리기와 운동화 던지기 게임과 풍선 배구를 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경기는 남자 계주와 여자 계주 그리고100인 피구였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경기들이었기에 참여도가 높았다. 학생들은운동장에서 신나게 운동하며 단합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전교생이 한 장소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할 수 는 없었지만 대체방법으로 요일을 달리해서 학년별로 다른 요일에 운동장에서 소규모 학년 운동회를열었다. 100주년 곤지암 초등학교의 운동회는게임과 운동회의 경기 구성을학생들의 선호도에 의해정해졌기에 곤지암 초등학교 운동회의 주인은곤지암초등학교 학생들이었다.
한국교총은 제70회 교육주간을 맞아 실시한 사진·웹툰 공모전 심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교총은 '교육회복과 미래교육을 향한 힘찬 도약, 다시 활력 넘치는 학교'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교육주간 사진·웹툰 공모전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는 물론, 일반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진 부문 대상 수상자인 조은희 경남 이작초 보건교사는 “방과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벚꽃이 활짝 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장면을 사진에 담았다”며 “아이들의 환한 웃음과 만개한 벚꽃처럼 우리 교육현장도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가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웹툰 부문 대상 수상자인 김준성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술강사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치열하게 인내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 대견했다”며 “그 어떤 것도 그들의 배움을 막을 수 없고 미래 교육은 학생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상자에게는 모바일 상품권이 주어진다. 디지털 사진 부문은 대상(1명) 30만 원, 우수상(2명) 20만 원, 장려상(6명) 10만 원이며 웹툰 부문은 대상(1명) 50만 원, 우수상(2명) 30만 원, 장려상(3명) 20만 원이다. 공모 결과는 한국교총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디지털 사진 부문 수상자 명단 △대상(1명) 조은희 △우수상(2명) 노희완, 이태경 △장려상(6명) 신은수, 이강훈, 허현정, 박찬웅, 임유정, 노경남 ◆ 웹툰 부문 수상자 명단 △대상(1명) 김준성 △우수상(2명) 박희선, 문혜리 △장려상(3명) 차준엽, 공시현, 이효린
경기 수원 가온초등학교(교장 김재영)는 지난달 27일 4~6학년 22명으로 구성된 독서토론 동아리 ‘슬기로운 토론생활’ 3기 모임을 가졌다. 이 학교는 독서토론 동아리 ‘슬기로운 토론생활’ 3기를 4월 초에 4~6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모집하였다. 책을 좋아하고 토론에 관심이 많은 학생 22명이 모집되어 첫 모임을 가진 것. ‘슬기로운 토론생활’은 학생 자율동아리로 사서교사가 방과 후 4월 27일부터 11월 23일까지 월 2회 둘째, 넷째 수요일 2시부터 90분 동안 24차시에 거쳐 다양한 주제의 책으로 비경쟁 토론 및 경쟁 토론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첫 모임 전 패들렛으로 토론에 관한 영상 2편을 미리 시청하게 한 후 동영상을 보고 느낀 점과 토론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 쓰기, 그리고 토론 동아리에 대한 기대를 발표했다. 6학년 A학생은 “어떤 문제를 싸우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서 토론이 필요하다”라고 했으며, 5학년 B학생은 “작년에는 토론이 생소해서 잘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두 번째인 만큼더 잘해보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맡은 사서교사는 먼저‘내 이름’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준 뒤, 이름은 자기의 얼굴이며, 각자의 표정과 무게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인지하게 했다. 이어 포토스탠딩 기법을 활용해 자신에 대해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토스탠딩이란 주제와 이미지의 관련성을 찾아 연결하는 창의적 사고 증진 기법으로 자기 생각과 어울리는 그림을 고르고 그 이유를 말하는 활동이다. 4학년 C학생은 “나는 천하장사이다. 신체적 힘은 세지 않지 마음의 힘은 무척 세기 때문이다”라고 표현했으며, 5학년 D학생은 “나는 책이다. 책이 나에게 기쁨을 주듯이 나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자기를 표현했다. ‘나를 소개해요’ 활동지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나의 장래희망과 버킷리스트를 적고 구체적으로 자기를 소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 학생 모두가 또박또박하고 정확한 목소리로 발표했으며, 다른 학생이 발표할 때는 경청하는 자세를 보였다. 포토 카드를 활용하여‘토론이란?’주제로 내가 생각하는 토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다. 4학년 E학생은 “토론은 끝도 없는 계단이다. 왜냐하면 배움은 끝이 없듯이 토론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고, 6학년 F학생은 “토론은 연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위치가 바뀌는 연처럼 토론도 흐름에 따라 결과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재영 교장은 “독서를 바탕으로 한 토론을 꾸준히 경험함으로써 학생들의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독서로 생각을 키워 타인과 올바른 방법으로 토론함으로써 토론의 목적인 경청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