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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때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여름 어린이 성경학교가 열렸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던 내 조부는 신앙심이 독실해, 나를 여름 성경학교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게 했다. 그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성경 퀴즈 대회’가 열렸던 게 생각난다.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입니다. 예수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세금을 거두는 관리이었습니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사람입니다. 내가 기록한 것들은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신약성서의 맨 처음 순서에 실려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아는 어린이 손을 들고 답을 말해 주세요.” 퀴즈 진행자는 문제를 다시 한 번 읽어 준다. 나는 답을 헤아려 본다. ‘베드로인가? 아냐. 신약성서의 맨 앞에는 마태복음이 있는데. 그렇다면 마태복음을 쓴 마태? 그래 마태 맞다.’ 그러나 선뜻 손을 들지는 못했다. 누군가가 ‘베드로’라고 말했다. 다시 누군가 ‘바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행자는 은근히 경쟁심을 부추겼다. 맞춘 어린이 개인은 물론이지만 가장 많이 맞춘 반은 단체상을 줄 것이라 했다. 아이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주일학교 우리 반 담당 반사(班師) 선생님이 내 곁으로 당겨 앉으셨다. 밝고 활기찬 처녀 선생님이었다. 교회에 가기 싫어도 선생님이 좋아서 가기도 했었다. 선생님이 내 귀에다 소곤거렸다. “마태! 인기야 마태라고 해!” 나는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손으로 단상의 진행자를 가리키면서, 눈빛으로는 내게 빨리 말하라고 하는 듯했다. 상을 타고 싶은 내 욕구도 살아났다. 나는 빠르게 일어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쳤다. “마태입니다.” 정답임을 큰 목소리로 확인해 주는 진행자의 목소리, 사람들의 박수 소리, 부러워하는 다른 아이들의 눈초리, 빙그레 미소를 머금는 우리 반 선생님의 표정, 흥분된 시간이 짧고 빠르게 지나갔다. 상품으로 받은 노트 두 권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더더구나 안 든다. 마음이 무겁고, 무언가 불유쾌한 것이 묵직하게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다음날은 토요일, 어린이 성경학교가 끝나는 날이다. 수고한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점심 식사를 우리 집에서 대접해 드리기로 했단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고 전을 부치고 반찬을 준비한다고 부산하시다. 점심때 주일학교 반사(班師) 선생님들이 모두 우리 집으로 오셨다. 나를 보는 선생님들마다 칭찬을 한 아름씩 안겨 주신다. “어쩌면 이렇게 총명한 손주를 두셨어요.” “쪼그만 녀석이 어떻게 그런 문제를 다 맞췄지. 참 대단해요.” “얘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재주가 있답니까?” 칭찬의 말씀이 던져질 때마다 맞장구의 감탄사들이 번진다. 볼을 잡고 귀엽게 흔들어 주고 가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국수를 말아내시는 우리 할머니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나는 가만히 우리 반 처녀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다른 분이 무어라 할 때도 어떤 맞장구도 치지 않으셨다. 나 또한 그 누구의 칭찬도 하나 반갑지 않았다. 불편하고 힘들었다. 어쩌다 선생님과 눈길이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은 얼른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돌이켜 생각하건대, 선생님과 나는 일종의 ‘불륜의 모드’ 속으로 침잠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육군보병학교에서 훈련받던 군대 시절 이야기이다. 총 16주 훈련 가운데 4주차이었던가. ‘군인복무규율’ 시험을 본다는 공지사항이 하달되었다. 군인으로 지켜야 할 자세와 규범들을 한 권의 소책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 군인복무규율이다. 시험이 공고는 되었지만 밤낮 없는 훈련들로 군인복무규율을 외울 시간이 없었다. 야전 훈련에서의 필기시험이란 것이 일종의 요식 행위로 처리되는 경우를 더러 보아 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어쨌든 날짜는 다가왔다. 여기저기 훔쳐보면서 답을 적절히 채워 낸 친구들도 있었다. 준비 없이 시험에 임하였으므로 나는 시험을 잘 볼 수 없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불거졌다. 일요일 오후 우리 1중대 전 병력은 연병장에 집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일요일에 연대장이 집결을 시키다니, 그것도 전체 연대 병력이 아닌 우리 중대만 모이라고 한다. 집합의 사유는 간명했다. 연대 예하 10개 중대 가운데 우리 1중대가 군인복무규율 시험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연대장은 언성을 높였다. 이렇게 군인으로서의 복무에 대한 자각이 없어서야,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군대라면 설령 다른 훈련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했다. 우리 중대장 강 대위는 중대원이 보는 앞에서 혹독한 질책을 받았다. 아니, 그것은 질책이라기보다는 수모에 가까운 것이었다. 싸워 이기는 것이 군인의 책무이다. 무슨 종류의 경쟁이든지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것이 군대이다. ‘군인복무규율’ 시험은 어느새 10개 중대 간의 경쟁이었던 것이다. 뒷이야기도 무성했다. 시험 중에 공공연하게 책을 들춰 가며 커닝을 한 중대도 있단다. 어떤 중대는 중대의 성적을 높이기 위해서 답을 암시하는 힌트를 주었다고도 했다. 우리 중대는 그런 준비 자체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중대장 강 대위를 존경했다. 연대장의 질책을 받은 중대장이 취한 조치는 명료하고 단호했다. 군인복무규율 시험에서 평균 60점 미만인 훈련생들을 따로 집합시켰다. 중대원 180명 가운데 대략 30명가량이 해당되었다. 나 역시 이 30명에 속했다. 중대장은 이렇게 말했다. “귀관들은 군인의 복무 자세에 대한 인식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중대의 명예를 떨어뜨렸다. 귀관들은 매일 일석점호 후, 22시 정각에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에 집결해 매일 밤 4㎞씩 구보한다. 구보가 끝나면 중대 외곽의 야간 경계 동초(動哨 : 움직이면서 보초를 서는 것)근무를 귀관들이 전담한다. 어떤 과오도 용납되지 않는다. 별도의 지시가 없는 한, 무한정 실시한다. 이상!” 친구들이 장남삼아 우리 모두를 통칭해 ‘60점 미만’이라고 불렀지만, 그게 그다지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들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 완전군장 구보를 하고 매일 밤 경계 동초근무를 수행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수면부족을 달고 지냈다. 연일 계속되는 야전훈련에서는 엉덩이가 땅에 닿기만 해도 졸음이 쏟아졌다. 몸은 고단했지만, 기분이 그렇게 썩 나쁜 것은 아니었다. 내무반에 들어가면 동료들이 위로했다. 자기네들 대신 십자가를 진 셈 치라고. 그런 점이 아주 없지도 않았기에 정신은 자유롭고 고매해지기까지 했다. 벌칙은 한 달 가까이 계속되었다. 벌칙의 일과를 공유한 우리들 30명은 정서적으로 잘 단결되었다. 고되기는 했지만 우리들 행위가 달리 불명예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행위의 유혹을 거뜬히 물리친 것에 대한 은근한 자부심 같은 것이 있었다. 우리들은 기꺼이 우리 스스로를 ‘60동지회’라는 이름의 친목회로 묶어 내었다. ‘60동지회’ 이야기는 지금도 그 해 보병학교 1중대 동기생들을 만나면 빠짐없이 등장한다. 시험(試驗)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능력이나 성질을 검사해 짚어보는 그야말로 시험 본래의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나쁜 유혹을 견디어 내는 과정으로서의 시험이 있다. 앞의 시험은 ‘시험을 보는 것’이고, 뒤의 시험은 ‘시험을 이기는 것’이다. 예수도 죽음을 앞두고 ‘시험에 들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예수에게 다가오는 죽음 자체가 예수에게는 시험인 셈이다. 그러고 보면 모든 시험에는 ‘유혹에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서의 시험’이 들어 있다. 시험이 진정으로 두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험을 피할 수는 없을까. 어느 특정의 시험을 기술적으로 피할 수는 있겠지만, 인생 전체에서 겪어야 하는 시험의 절대량은 누구에게나 일정한 것이 아닐까. 사람은 시험을 통해 성숙하고 단련되어 간다.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학교 안에도 시험은 많고, 학교 밖에도 시험은 많다. 인생사 시험의 연속이다. 겪고 보니 좋은 시험이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결과 지표가 높고도 교육적 효과는 미미할 수 있고, 결과 지표가 쉽사리 보이지 아니하는 시험도 있을 수 있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검사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자칫 이 시험 때문에 학교가 시험에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의 문제에 정치나 이념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교육은 시험에 들 수밖에 없다. 교육의 원리와 발달의 원리로 다시 겸허하게 되돌아가서 시험을 보다 평명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경인교대 교수
이미 언론에 수차례 보도된 ‘수요터치’를 비롯해, ‘드림프로젝트’, ‘사랑의 씨앗, 개인통장’, ‘1인 2교과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금옥초. 이 학교 김화용 교장은 “이런 프로그램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학생들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학교 구성원들의 교육열을 끌어올리고 삶에 희망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서울금옥초가 자리 잡고 있는 성동구 금호동은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에도 교육에 대한 의지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 이 학교의 고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선 학생들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자는 것이었다. 서울금옥초 김화용교장‘수요터치’와 ‘드림프로젝트’로 공부에 자신감 학생에게 있어 가장 확실한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성적’이다. 그래서 서울금옥초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학력신장. 이를 위해 학습부진아지도 프로그램인 ‘드림프로젝트’와 ‘수요터치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드림프로젝트는 기초학습훈련과 책임지도제, 학습동기 향상을 위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방학아카데미, 대학생 보조교사를 이용한 멘토링으로 구성된 학습부진아지도 프로그램이다. 올해 초 있었던 교과학습 진단평가에서 미달한 3학년 학생에게는 외부 전문강사를 지원, 주 4회 2시간씩 국어와 수학 보충수업을 하고, 성적이 부진한 4~6학년 학생은 교과책임 지도교사가 매주 60분씩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성적 부진 학생에 대한 지원은 학교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평가와 교과향상평가로 지속적인 평가를 거치며 방학과 주말에도 이어진다. 이와 함께 미술치료전문가를 초빙해 교과학습 부진 학생 중 담임교사가 추천한 학생을 대상으로 소수정예 방식의 집단미술치료도 실시한다. 수요터치는 정규교육과정과 연계한 방과후활동으로, 매주 수요일 교장, 교감을 포함한 전교사가 참여해 수준별 수업을 실시한다. 적용교과는 1, 2학년 국어, 3~6학년은 수학이고, 다중지능검사와 학문적성검사, 심층면접 평가문항, 흥미도 조사 등을 통해 반을 나눈다. 이를 위해 전교사가 참여해 수준별 교재를 만들었다. 학교행사는 학생들이 자존감 느낄 수 있게 입학식과 졸업식, 바자회, 학예회 같은 행사는 대부분 학교에서 열리는 아주 일반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금옥초에서는 이런 평범한 행사 하나에도 교육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입학식에서는 부적응 신입생을 위해 신입생 가족과 교사, 6학년 학생을 한 팀으로 묶어 레크레이션을 진행하고, 졸업식은 학교에서 학사모와 가운을 준비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데, 교장이 직접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나눠주면서 해당 학생의 학교생활이 담긴 영상을 프로젝트로 보여줌으로써 모교와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학예회 때는 새로 신축한 체육관에서 아침 7시부터 모든 가족이 모인 가운데,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한 학생당 3번 이상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장기를 뽐낼 기회를 주니 학생과 학부모 모두 즐거워 한다. 작년과 올해 알뜰바자회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조성된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하는 대신 개별 학생에게 통장을 만들어 나눠주고 저축 습관을 기르도록 했다. 용돈을 절약해 생긴 푼돈을 수시로 저축하도록 하고 졸업 때 저축 우수자에게 상을 수여하니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져 바자회도 더 활성화됐다. 지속적인 노력으로 학부모의 관심 유도 학생이 자신감을 갖고 학업에 몰두하도록 하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학부모의 관심이다. 저소득가정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게 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생활을 위해 매일 바쁜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학교의 노력이 있다면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장의 생각이다. “학생이 학업에 몰두하기 위해서는 물론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지만, 주변 분위기도 무척 중요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학교와 부모의 역할인데, 우리 학생들에게는 이 부분이 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교장실에 커피, 녹차 등 여러 가지 음료수를 준비해 두고 언제든지 학부모가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편히 와서 차 한 잔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와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정말 어려워하던 학부모들도 이제는 많이 편안해져서 종종 교장실을 찾는다. 교장에게는 적극성이 필수 서울금옥초는 자원학교로 지정돼 행 · 재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교육격차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김 교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장이 발로 뛰며 지역사회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성동구청에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 지원금을 유치했다. 앞서 언급한 수요터치를 비롯해 계절운동, 논술지도 프로그램 등이 이렇게 유치한 지원금으로 무상 제공되고 있다. 또한 활성화 되어 있는 동창회의 발전기금으로 교과서를 추가로 구입, 학생들이 높은 언덕에 위치한 학교까지 무거운 가방을 힘들게 메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김 교장은 “아직까지는 학교가 크게 나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학생들의 생활 자세나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가 점차 개선되어가고 있음은 느낀다. 늘 열심히 함께 해주는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나은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04 지킴이’로 학교 바꾼 충주대원고 이승우 교사 ‘1004 지킴이 프로그램’을 시작하신 2004년, 학생생활부장을 자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력수준이 중하위권인 학생 1000여 명이 다니는 인문계 남고입니다. 당시 적어도 40% 이상이 흡연을 해 학교 화장실은 늘 담배연기로 자욱했고, 학교 안팎은 담배꽁초 투성이였죠. 음주, 폭력, 절도 사건에 휘말려 경찰서 출입하는 학생의 수도 해마다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학교에 대한 자긍심이 없었고 주변에서 학교를 보는 시각도 좋지 않았어요. 아이들이 중요한 청소년기를 너무 쉽게 보내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시각장애가 있는 제 아이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림을 당할 때면 ‘과연 학교교육이 이래서 되겠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죠. 단순히 벌세우고 혼내는 식의 생활지도는 그때뿐, 청소년 비행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에이, 또 걸렸어’라고 생각하지 행동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이끄는 교사 중심의 생활지도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중심이 되는 생활지도를 만들어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진짜 교육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의 생활지도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아이들을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하셨습니까? “우선 선생님들의 의견을 모아 ‘3無 운동(폭력, 담배, 쓰레기 없는 학교)’ 스티커를 만들고 학교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가 하려는 생활지도는 학생 스스로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해 학생회의에서 학생회 간부들에게 ‘우리가 학교를 한번 바꿔보자’고 호소해 의견을 모았죠. 그런 후에 제 전공이 수학인데도 틈날 때마다 전교 30개 교실을 수없이 돌며 설득하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면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공감대 형성만 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어요.” “고자질이 아닌 진심으로 친구를 걱정한 아이들” 선생님의 새로운 시도에 아이들의 거부감은 없었나요? “거부감보다 더 의외의 결과가 나왔죠. 3월에 시작해 5월이 지나니 학교에서 버젓이 담배 피우던 아이들이 숨어서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1004 지킴이’로 ‘000 사물함 운동화 속에 담배와 라이터가 있어요’, ‘00가 배에 담배를 숨겨서 지금 화장실로 피우러 가고 있어요’하는 제보가 들어오니 더 이상 학교에서는 숨어서도 필수 없게 됐죠. 그 후에는 PC방 등 학교 밖에서 피웠는데 그마저도 ‘1004’가 지켜보고 있으니 결국 아이들이 담배피울 곳이 없어졌고, 친구의 감시(?) 덕분에 담배를 끊는 아이들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1004 지킴이’가 나쁘게 보면 친구를 선생님에게 고자질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떻게 성공하게 됐나요? “요즘 아이들에게 친구가 잘못했을 때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내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보낼까요? 아이들이 고자질이라고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핵심은 ‘1004’ 문자가 날아왔을 때 그 아이를 절대 야단치지 않고 선생님이 안아주고 감싸주는 것입니다. 또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죠. 아이들이 잘못했더라도 선생님에게 언제든지 다가와 상담할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김철수(가명)가 담배를 피웠다는 문자가 왔어요. 교실에 가서 1004 문자를 보낸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으니 아무도 손들지 않았죠. 철수를 불러 문자를 보여주고 ‘어때? 너를 위해서 이렇게 노력해주는 친구가 있으니 넌 얼마나 좋으니? 담배는 언제부터 배웠어? 친구가 이렇게 응원해주니 이젠 같이 끊어보자. 너희, 이런 우정 절대 변치 말아라’하고 말해줬어요. 그런 후에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물으니 주인공이 나왔고 반 아이들과 모두 함께 응원해줬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아무리 해도 담배를 못 끊는다며 ‘선생님이 도와주세요’하고 직접 친구를 교무실로 데리고 온 학생도 있었어요. 1004 문자가 정말 친구를 위한 일이라고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 것이 유효했죠.” “생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아이들이 보낸 문자를 보면 흡연뿐 아니라 학교 폭력, 왕따, 도난 등 학교 내 모든 문제들이 드러나네요. “휴대폰 문자의 저장용량이 다 찰 정도로 문자가 오는 날들도 많았어요. 이 ‘1004 지킴이’가 성공한 것은 학생들과 제가 쌓아온 믿음,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에요. 사실 좋은 생활지도 프로그램은 많습니다. 그러나 신뢰가 있어야 생활지도는 성공할 수 있어요. 또 중요한 것은 ‘가슴’으로 하는 생활지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아이 키우기도 힘든 요즘, 저는 1000명의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학교에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학교를 바꾸겠다고 하니 처음에 동료교사들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믿었어요. 매일 아이들에게 다가가서 ‘너 오늘도 담배피웠니? 왜, 힘들었어? 그랬구나. 우리 내일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00 요즘에도 담배 때문에 힘들어하니? 니가 친구니까 함께 도와줘야 해’하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말썽 피우는 아이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그런 생활지도 광경을 처음에는 다른 선생님들도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아이들이 바뀌니 다들 놀랐습니다.” ‘1004 지킴이’ 6년, 대원고는 어떻게 변했나요? “이제는 우리 학교 모든 아이들과 선생님이 ‘1004’를 씁니다. 처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지, 지금은 학생 스스로 감시하는 ‘1004’ 때문에 학교의 모든 문제가 해결돼요. 자율학습, 너무 잘 됩니다. ‘1004’ 한 통이면 알려지니 떠들며 소동을 피우지도, 도망가지도 못해요. 어디서, 어떻게 노숙자에게 담배를 사는지, 누가 PMP로 이상한 동영상을 보는지, 어떤 학생이 왕따를 당하는지 모두 제보가 오죠. 너무 정확하니 아이들도 거짓말하기 힘듭니다. 미리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문자로 제보받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니 학교폭력 예방도 자동으로 됩니다. 이제는 선생님이 담배를 피워도 ‘1004’ 문자가 올 정도죠. 학생생활지도가 정말 힘들다고 하시는데 사안이 생긴 다음에 처리하려고 하면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미연에 방지하면 신뢰감도 생기고 아이들이 올바로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교사로서 보람도 느낄 수 있어요. 시스템만 잘 갖춰놓으면 특별히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 생활지도가 더 이상 서로 인상 쓰며 체벌하고 징계받는 문제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 간에 신뢰를 주고 받는 일이 되는 것이죠. 너무 보람 있고 재미있는 일입니다.” “선생님이 먼저 솔선수범해야” 교사중심 생활지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셨는데 교사가 명심할 것이 있다면. “생활지도는 교사가 먼저 본보기가 돼야 해요. 마음을 움직이려면 말로해서는 안됩니다. 선생님이 솔선수범해 따르게 해야죠. 저는 1년 365일, 교문에 나가 교통지도를 합니다. 그 후에는 학교를 깨끗이 쓸고, 휴지통을 들고 다니며 쓰레기를 줍죠.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퇴근해 저녁을 먹고 다시 학교로 와서 손전등을 비추며 학교를 돕니다. ‘선생님이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 구나’를 보고 깨닫게 하는 것이죠. 6년째 하니까 아이들이 이제 제 말이라면 잘 따릅니다. 또 생활지도는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학생 스스로 변화할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것만 명심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대원고를 벤치마킹해 ‘1004 지킴이’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학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생활지도는 교사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게 가장 힘든 점이죠. 퇴근하는데 ‘1004’ 문자가 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차를 돌려 학교로 옵니다. ‘1004’ 문자를 받는 즉시 선생님이 반응을 보여야 해요.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라면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수시로 문자를 확인하고 받는 즉시 출동하는 직업병이 생겼습니다.(웃음) 또 생활지도를 하려면 교사가 무던히 참고 인내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감정은 묻어두고 도 닦는 기분으로 대해야 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그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쌓인 아이들과의 신뢰는 반드시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옵니다.” 생활지도에서 ‘체벌’을 빼놓을 수 없는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체벌 금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교육에서 체벌은 해라, 말라는 선을 그을 수가 없어요. 때로는 교육적인 체벌도 학생 지도에 있어 중요합니다. 대신 교사의 감정이 섞이면 안 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느 만큼의 체벌이 적절한지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를 대서는 안 됩니다. 요즘 현장에서는 정말 사랑의 매를 대고 싶어도 겁이 난다는 소리를 많이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교직생활이 무엇일까요? 바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든 관여하지 않고 내 수업만 하는 것이죠. 그럼 비난받을 일도 없고, 잔소리 안 하는 인기교사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올바른 일일까요? 교사가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은 아이에게 관심이 있고, 소명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육적인 체벌마저 할 수 없는 교육 현장이라면 과연 통제가 될까 생각해봐야 해요.”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아쉽다” 교사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 뉴스를 보면 성폭행, 성희롱에 체벌, 비리까지…. 선생님들이 죄인입니다. 교육가족이 50만 명이고, 열심히 하는 열정적인 선생님이 너무 많은데 일부의 잘못만을 대서특필하고 있어요. 공교육이 잘되려면 기본이 바로 선 학생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선생님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생활지도를 잘하고 싶은 선생님들께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요즘은 대다수의 학부모가 맞벌이를 합니다. 지금은 가정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 만한 시간과 여유가 없어요. 학교교육이 무너지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죠. 국가적으로 아이들 교육의 마지노선이 이제 학교가 된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이제는 시대적인 사명감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일이 터져 최근 강력 성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곤혹스러운 것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예방책 마련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음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또다시 이런 일들을 연달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히려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마저 사건이 발생했다. 김수철 사건이 발생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안과 밖의 경계마저 모호한 학교 운동장은 물론, 학교 건물 안까지 드나들어도 누구 하나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우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사건이 터진 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학교에 마련된 주민체육복합시설을 이용하러 다니다 보면 선생님으로 오해한 학생의 인사를 종종 받곤 한다’며 씁쓸해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악되지 않는 학교 안팎 범죄 그렇다면 지금까지 학교 안과 그 주변에서는 얼마나 많은 범죄가 발생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범죄관련 통계자료는 경찰 등 공식적인 루트로 신고 · 접수된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원래도 실제와 차이가 있는데,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의 경우는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아 더욱 집계가 어렵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미랑 박사는 이러한 모습에 대해 “학생들 간에 돈을 뺏는 행위, 폭행 등의 범죄를 포함해 학교나 그 주변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범죄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함을 강조했다. 김수철 사건이 터진 후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각급 교육청과 여러 유관 기관에서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초 자료조차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과부 대책, 그 실효성은? 지난 6월 10일 교과부는 예방 대책으로 외부인 교내 방문 시 출입증 교부, 안전의식 교육 강화, 교내 SAFE존 지정 · 운영, CCTV 관리 강화, 안심알리미 서비스 전면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놨다. 이후 학교 주변에서 순찰 중인 경찰이 더 자주 눈에 띄고, 교문에 방문증 교부 안내 현수막이 걸리는 등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일부 학교를 방문해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았다.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운동장은 물론 학교 안까지 들어가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고, 학교지킴이 명찰을 착용한 한 노인은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담당교사가 CCTV 설치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반인의 경우라면 언론을 통해 듣는 이야기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학교 보안이 많이 강화됐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사건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알리미서비스 반응 좋지만 개선 필요 현재 교과부는 지난해 4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한 안심알리미 서비스를 올해부터 100억 원을 투입해 1724개교 24만 60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안심알리미는 이동통신사의 통신망을 활용, 등 · 하교 상황과 방과후학교 출석상황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고, 긴급 상황 시 학생이 갖고 있는 단말기의 비상버튼을 누르면 110db 이상 경보음이 발생함과 동시에 학부모 휴대폰으로도 바로 전송되도록 하는 서비스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이동 경로를 웹상에서 지도로 확인할 수도 있다. 또한, 학교의 각종 공지사항을 학부모에게 SMS로 전송하는 등 학교와 학부모 간 커뮤니케이션 통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개선의 요구도 적지 않다. 예산상의 문제로 대상학교라도 전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저학년과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일부에게만 지원하고 있어, 초과 인원은 월 5500원의 이용료(가입비 별도)를 부담해야 한다. 사업 기간이 올해 말까지로 돼 있어 현재로서는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이었던 학생도 이용료를 내야 하는 실정이다.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긴급상황 발생 시 SMS가 치안기관이 아닌 학부모에게 발송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은 고아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학생의 경우는 SMS를 수신할 보호자조차 명확치 않다. 또한 기술적인 문제로 학생이 몰리는 시간에는 인식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통신사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소규모 학교 등 신청자가 적은 학교에는 기기 설치 자체를 거부하는 점 등은 빠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유비쿼터스, 범죄 예방에 힘 실을까? 한편, 서울시에서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한 안전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신도림초와 신학초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현재 서교초, 남명초, 대동초, 녹번초, 면목초를 포함한 7개교로 확대해 시범 실시되고 있으며, 2013년을 잠정적인 목표로 삼고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이동통신사의 망을 이용한 기본 원리나 서비스에 있어 기존 알리미서비스와 유사점이 많지만, 사고 발생 시 해당 정보가 서울종합방재센터를 통해 경찰과 119로 통보되며 CCTV와의 연동을 통해 영상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는 등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긴급 상황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자녀가 미리 설정해 놓은 안전존과 활동 영역을 벗어나거나 위험지역에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SMS 문자가 발송된다. 이러한 설정은 학부모가 U-서울어린이 안전존 홈페이지(u-safety. seoul.go.kr)에서 설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안심알리미서비스처럼 전자태그나 전용 USIM카드가 들어 있는 휴대폰이 필요하며, 이동통신회사의 자녀안심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시범 운영 학교인 신도림초 백명옥 교사는 “처음에는 가정에서 큰 관심이 없었는데, 김수철 사건 발생 후에는 정원의 3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고 해 학생 안전에 대한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시계형 전자태그를 사용하고 있는 이 학교 정세영 학생은 “착용이 불편하지도 않고 부모님도 한결 안심하시는 것 같아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올해 3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런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U-어린이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료를 내놓은 바 있으나,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시범지역의 추이를 살피고 있을 뿐 구체적인 실시계획은 없다고 한다. 특히, 전국단위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지역 간 코드체계 조율 등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적인 확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책 일관성과 지속적 관심 지금까지 짚어 본 대책 외에도 여러 기관과 업체에서 안전을 위한 정책과 장비를 내놓고 있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 따르면 사건 발생 후 아동용 호신용품의 판매가 35%가량 증가했다고 하니 일반인들의 관심도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얼마 가지 못하는 안전 경각심이다. 취재 과정에서 보니 인사이동 등을 이유로 담당자가 해당 정책이나 시스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고, 학부모 역시 여러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모습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어져 안전 장비를 잘 챙기지 않는 등 안전에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눈부신 밝음 뒤의 어둠이 훨씬 어둡게 느껴지듯, 끓어오르던 관심 뒤의 무관심은 훨씬 많은 허점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요즘 미국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살과의 전쟁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는 운동광에 일명 ‘몸짱 커플’로 유명하지만, 미국 국민의 비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다가, 아동비만 문제까지도 이제는 만만찮은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학부모이기도 한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비만 및 과체중 문제가 국가 장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함께 운동해요!(Let’s move)’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아동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동 · 청소년의 20% 과체중 혹은 비만 보도에 따르면, 미국 성인 비만 인구는 약 72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6%에 해당하는데, 이는 1980년과 비교했을 때 2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또한 만 1세에서 39세까지 연령대의 과체중 및 비만 인구의 비율이 40%가 넘는 주가 39개나 되며, 아동비만 인구도 크게 늘어나 약 20%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과체중 혹은 비만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 및 과체중은 당뇨병, 고혈압, 간 · 쓸개 질환 및 각종 합병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아동비만 인구의 계속적인 증가는 미국의 장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의 건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미셸 오바마의 ‘함께 운동해요!’ 캠페인과 함께 지난 2월 발족된 아동 비만 대책위원회는 최근 70개의 권고안을 비롯해 다방면에 걸친 논의와 향후 실천 방향이 포함된 12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5개 주요 영역을 선정해 △ 부모의 관심 확보, △ 영양학적 정보 및 지역사회 지원 제공을 통한 부모지원, △ 학교급식에서 건강에 이로운 음식 제공, △ 도심 및 지방 소외지역에서의 건강에 이로운 음식에 대한 접근도 향상, △ 모든 아이들이 신체적으로 활동적일 수 있도록 하는 등에 주안점을 두고 캠페인을 펼쳐갈 것을 제안했다. [PART VIEW] 2030년 아동 비만율 5%되는 것이 목표 구체적으로는 해당 법률 개정, 인스턴트 음식 제조사에 대한 세금 정책을 비롯, 모유수유 권장, 공공주택 건설시 산책로 및 자전거로를 확보해 운동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여건 조성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아울러 학기 중 학교를 통해 진행된 영양 프로그램이 여름방학 기간 동안 중단되지 않도록 아동영양법(Child Nutrition Act)의 재인가를 권고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20%에 달하는 미국의 아동 비만율을 2030년까지 5%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상에 열거한 내용들을 현실화 해가는 영부인 오바마의 열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그리고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시너지이다. 이를 위해 전국의 유명 요리사 500명을 초청해 만찬을 나누며 이들의 도움을 호소했는데, 자리에 참석한 요리사들은 학생식당 담당자와의 협력은 물론 학생, 교사, 학부모 와 학교와 가정의 협력을 약속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사회에 건강에 이롭고 몸에 좋은 요리법을 전수하고, 아이들에게 영양학과 음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며, 각 급 학교에서 신선한 유기농 야채를 재배할 수 있도록 돕기로 한 것이다. 만찬 참여했던 한 요리사는 TV 뉴스프로그램을 통해서, 영부인과의 만찬을 통해 지역사회와 아이들의 건강, 그리고 나아가 미국의 국가 장래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이 요리사가 인터뷰에서 보여준 감동을 볼 때,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인정받고 재다짐 하는 시간을 가진 전국의 요리사 500명이 미국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 같다. 아동 비만 문제의 해결이 학교급식 개선과 아이들의 건강한 식습관 훈련 등 학교와 직접 관련된 부분뿐 아니라 운동의 생활화 등 생활 개선 및 가정에서의 요리법 개선 등 사회전체의 협력과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지혜로운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다.
평소 다리가 무겁다면 혈관 체크 해야 만약 평소 다리가 자주 붓거나 아픈 경우, 혹은 다리에 묵직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등산 전 건강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가장 의심해봐야 할 질병 중 하나가 바로 만성정맥부전이다. 만성정맥부전은 다리의 정맥 내 판막이 약해지거나 정맥혈관의 협착 혹은 막힘으로 인해 정맥의 흐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병으로 다리에 통증이나 묵직함, 붓기 등을 유발하며,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는 위험한 합병증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질병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등산을 하면 혈액의 갑작스런 흐름 변화 때문에 자칫 생명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는 하지정맥류는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지만, 무리한 등산이 정맥류를 악화시키거나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등산 전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 둬야 한다. 당뇨, 폐렴 등 만성질환자는 각별한 주의 필요 당뇨환자 역시 등산에 주의해야 한다. 당뇨는 혈액 내 당의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등산의 시간과 운동량, 섭취 당분 등을 미리 확인하고 당수치가 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무리한 등산으로 저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저혈당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적당량의 당분을 일정한 간격으로 섭취하고,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혈당계를 챙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폐렴이나 신장병 같은 각종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운동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PART VIEW] 각종 사고가 도사리고 있는 가을 등산 등산을 하다가 가장 많이 겪는 사고가 바로 삐거나 부러지는 근골격계 부상이다. 그 중 발목 염좌는 등산 시 바위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빈번히 발생하는 부상으로서, 다리에 균형을 잃어 발목 관절과 뼈를 지지하는 인대가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발목 염좌는 안정을 취하면 좋아지지만 골절을 발목 염좌로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산에서 다리 골절을 입었다면 빠른 응급조치가 중요하다. 억지로 움직이지 말고 다친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주위의 사물을 이용해 고정해 주는 것이 좋고, 출혈이 있다면 출혈이 있는 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곳으로 들어 올리고 지혈해야 한다. 이러한 근골격계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스트레칭이 가장 좋으며, 발목을 중심으로 하체를 집중적으로 풀어준다. 발목, 무릎 등 관절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볍게 풀어주고 산행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충분히 이완시켜 주는 것이 좋다. 적절한 간식과 물을 준비하라 등산은 일반운동에 비해 높은 칼로리를 요구한다. 시간당 약 400~800㎉가 소모되는데, 이는 빨리 걷기나 수영의 두 배 정도 수치로, 3시간 이상 하면 평소 하루 소모하는 열량을 모두 사용하는 셈이다. 날씨 등 환경이 좋지 않다면 에너지 소모가 더 심해진다. 따라서 등산 전에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과식을 하면 위장과 심장에 부담을 주므로 에너지 전환이 빠른 탄수화물 중심으로 적당량을 섭취하고, 초콜릿, 건과류, 과일 등의 고열량 비상식량을 준비해 허기지지 않도록 틈틈이 먹는 것이 좋다. 수분보충도 중요하다. 평소에는 하루 2~3ℓ정도가 빠져나가고 들어오지만, 장시간 등반 시에는 1〜.5ℓ이상의 추가 손실을 생각해야 한다. 체내에서 빠져나간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진이 발생하거나 혈액의 흐름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수시로 전해질이 포함된 물을 마셔야 한다. 특히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 혈액 흐름 악화는 치명적이므로 더욱 유의해야 한다. 도움말 고려대 흉부외과 조원민 교수,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
윤활작용이 탁월한 혈자리 이번 달에 알려드릴 혈자리는 활육문(滑肉門)입니다. 활은 ‘매끈하다’, ‘활동적이다’라는 뜻을, 육은 고기를, 문은 들고나는 곳을 의미합니다. 이 혈자리는 상복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배꼽 윗부분으로 1촌, 그리고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2촌 떨어져 있습니다. 활육문이라고 이름 지어진 연유가 활육문의 작용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위는 우리 몸에서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초보적인 가공기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음식물들의 진정한 소화 작용은 바로 소장에서 이루어집니다. 음식물이 위로 들어오면 먼저 아주 잘게 나뉘어져서 영양소로 분해되는데 소화과정을 거친 찌꺼기들은 대장으로 이동하고 영양소들은 소장에서 흡수됩니다. 이것은 주스기의 작용과 비슷합니다. 주스기를 통과하면서 과육과 과즙은 뚜렷하게 나눠집니다. 활육문은 과즙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구멍과 비슷합니다. 즉,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서 소장으로 들어가는 대문에 해당됩니다. 음식물이 소장으로 잘 들어가도록 이 문은 윤활작용을 하기 때문에 활육문이라고 부릅니다. 이 혈자리에 대해서는 중년남성과 중년여성분들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바로 이 혈자리의 가장 큰 작용이 담습을 제거하고 살을 빼주는 다이어트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중의에서는 살찐 사람들은 담습이 많다고 합니다. 담습은 고기류 섭취를 많이 하거나 또는 달거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해서 비위를 상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한 가지 경우로는 내분비계통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담습이 생기기도 합니다. [PART VIEW]담(痰 · 가래)을 보아서 아시겠지만 찐득하고 끈적한 것으로 찝찝합니다. 우리 몸의 담습 역시 이와 같습니다. 몸 안에 붙어서 제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약으로 이것들을 제거하려고 하지만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는 이러한 약물조차도 붙어버려서 커다란 담덩어리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딱 맞는 곳이 바로 활육문입니다. 활육문의 가장 큰 작용은 바로 윤활작용으로 필요 없는 것들을 쪼개서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래서 담습체질, 비위가 약하거나, 다이어트가 필요한 분들은 이 혈자리를 활용하셔야 합니다. 평시에 이 혈자리를 안마로 자극해 주면 우리 몸 안에 쌓인 나쁜 담습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몸이 가벼워지면 신체가 건강한 상태로 전환됩니다. 신진대사 원활하게 해 건강 지켜줘 우리 몸이 살찌는 원인은 대략 크게 보아 3가지입니다. 첫째는 자기 자신에게 맞는 적정량보다 많이 섭취해서 비만이 생깁니다. 둘째는 운동부족입니다. 현대인은 언제나 운동부족에 시달립니다. 셋째는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장애가 일어나서 생깁니다. 활육문을 자극해 주면 우리 몸의 신진대사가 정상화되는데 도움을 주게 되며 식욕이 억제되어 적게 먹게 됩니다. 다이어트를 하실 분들은 좀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서 이 활육문 자리를 자극해주시면 멋진 몸매를 유지하실 수 있습니다. 활육문은 배꼽 옆으로 각각 2촌 떨어진 부분에서 다시 위쪽으로 1촌 올라간 위치에 있습니다. 밤에 주무시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2~3분 정도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주시면 됩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전반적인 소비 지출 내역을 기록해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지출 항목에 하나하나 핑계를 달아주기보다는 과연 이만큼 쓰는 것이 적절했는지 혹시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새나간 돈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의 경우 절전형 멀티탭을 사용하고 안 쓰는 전기코드는 뽑아놓는 것만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돈 몇 푼이나 생긴다고’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출 항목 자체가 많기 때문에 각 항목에서 조금씩만 조절해도 꽤 큰돈을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안 쓰는 코드를 꽂아놓는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같은 평수 아파트에 사는데도 어떤 가정은 만 원대의 전기요금을 지출하지만 어떤 가정은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매월 8만 원 이상 차이 나는 이 금액을 1년으로 따지면 90만 원이 넘는다. 1년에 60만 원 잡아먹는 정수기가 당신에게 주는 편의는? 소비할 때는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정수기의 경우 매달 렌탈료는 4만 원 정도지만, 전기요금과 수도요금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비용까지 합치면 정수기에 들어가는 돈은 월 5만 원가량, 1년이면 60만 원, 5년이면 300만 원이다. 이 돈을 지불하고 내가 얻는 편익은 ‘물 끓이는 수고’를 덜어낸 것이다. 60만 원이면 여름휴가 때 훨씬 더 넉넉히 쓸 수 있으며 300만 원이면 한 학기 대학등록금이다. 이 돈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쭉 적어보자. 그 중에 제일이 정수기가 아니라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외식을 이벤트로 만들고, 잡동사니를 정리하자 어릴 때 가끔씩 하던 외식이 즐거웠던 것은 특별히 맛있는 것을 먹어서라기보다 늘 있는 일이 아닌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매주 습관적으로 하는 외식에 대해 생각해보면 특별한 것을 먹는 것도 아닌데다가 습관적으로 하다 보니 먹는 즐거움도 반감되고 아이들도 고마워하지 않는다.[PART VIEW] 외식횟수를 줄여보자. 예를 들어 횟수는 절반으로 줄이되 금액은 20~30% 정도만 줄인다면 한 번 먹으러 갈 때 쓸 수 있는 돈은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자녀들과 맛집 투어 같은 것을 기획해보거나 평소에 잘 가지 않는 근사한 뷔페나 레스토랑에 가본다면 외식의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냉장고가 꽉 차있으면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고 식재료의 싱싱함도 잘 유지되지 않는다. 냉장고 정리하는 날을 정해 버릴 건 과감히 버리자. 꽉 차 있는 냉장고보다는 먹을 것만 간소하게 들어 있는 냉장고가 건강에도 좋다. 외식 횟수를 줄였다면 주말 같은 때에 남은 야채를 모아서 비빔밥이나 볶음밥 등을 해 먹는 것도 냉장고를 비우는 데 효과적이다. 냉장고를 다시 채울 때는 마트 대신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을 이용하자. 대량구매를 하지 않게 되어 버려지는 음식도 줄고 냉장고 정리하는 스트레스도 줄어든다. 채워 넣기만 하고 비우기를 하지 않으면, 온 집안이 잡동사니로 가득해진다. 잡동사니가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결국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좁아지고, 치우기도 피곤하다. 비우기를 실천해야 채워 넣을 공간도 다시 생긴다. | joy2joy@hanmail.net 안 쓰는 물건 버리기 수칙 1.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모두 버린다. 이번 가을에 손도 안 댄 옷은 다음 가을에도 입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옷은 계절별로, 주방용품이나 어린이용품은 매년 사용빈도를 점검한다. 냉장고나 찬장은 주간 단위로 비우는 것이 좋다. 2. 주제별로 분류해서 버린다. 한꺼번에 정리하려 하면 평생 끌어안고 못 버린다. 하루는 옷, 하루는 주방, 하루는 베란다, 하루는 책상 등 주제를 정해서 정리한다. 3. 같은 용도의 물건은 좋은 것 하나만 남긴다. 용도별로 물건을 정리하면 믹서 등 비슷한 용도의 물건이 2개 이상 나온다. 가장 유용한 것만 남기고 나머진 버리거나 남을 준다. 4. 오래되거나 고장 난 가전제품은 일단 버리고 재구매를 검토한다. 집에 두고 있는 제품 중 일부는 없어도 잘 살 수 있다. 비우고 나면 여유가 생긴다. 간단한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경험하면 다시 채우려는 욕망을 누를 수 있을 것이다. ‘비움’은 경제적인 이득 이상의 것을 준다.
▶체벌이 정당한 교육적 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 6 · 2 지방선거 후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 제정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학교 체벌 문제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법령상으로는 체벌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다만, 「초 · 중등교육법」 제18조 1항 내용 중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부분을 체벌의 법적 허용 근거로 해석하고 있는데, 각급 법원은 체벌이 여기서 말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비교적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2009년 4월 인천지방법원은 “「교육기본법」, 「초 · 중등교육법」 및 그 시행령 등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볼 때, 징계방법으로서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의 방법으로서도 훈육 · 훈계가 원칙”이라며,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되는 것으로서, 교사의 체벌은 교육적 목적이 있다는 등의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당연히 행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학생에 대한 체벌은 금지하되, ① 교육상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② 학교장의 위임을 받아 ③ 학생의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허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체벌이 허용되지 않는 사례 교사의 체벌이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례를 명시한 판례도 있습니다. 2001년 대법원은 여중생에 대한 폭행 및 모욕혐의로 기소된 한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정당한 교육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지도교사의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 행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 모욕을 가하는 행위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이나 교사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학생의 성별, 연령, 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벌행위 현재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그 대신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에 대한 징계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2학기부터 체벌을 전면 금지하고 대체 벌에 대한 매뉴얼을 올해 9월 중 배포할 예정이며, 충북의 경우는 이미 전체 초 · 중 · 고등학교의 71%가 자체적으로 체벌 금지를 명문화한 학교생활규정을 마련해 시행 중입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체벌 허용 여부에 대해 교사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찬성하는 쪽이 더 많지만, 체벌이 허용되는 범위는 앞으로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체벌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다른 방법은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학칙에 체벌에 관한 규정이 있을 경우, 반드시 준수 •체벌을 하기에 앞서, 학생의 신체 및 정신상태를 감안해야 함 •체벌의 동기나 목적이 반드시 교육적이어야 함(성적향상이나 학칙 위반 등의 사유로 인한 체벌은 논란의여지가 있음) •체벌은 다른 징계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므로, 최소한에 그쳐야 함 •체벌도구나 체벌부위, 체벌정도는 사회상규에 부합되어야 함 •체벌 시 학생에 대한 폭언이나 모욕은 절대 금함 •체벌이 부득이 할 경우 학생에게 체벌 사유를 분명히 인식시키고, 학기 초에 ‘훈육동의서’를 학부모에게 반드시 고지하도록 함 •체벌 후에는 가급적 학부모에게 ‘훈육동의서’를 통해 고지된 정당한 목적에 따라 체벌했음을 설명하고, 경위를 경과일지 형식으로 작성 •감정적 체벌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음
Mentee 김정희 | 서울공덕초 교사 개정 7차 교육과정을 보면 체육교과에 문화교육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지도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에서도 문화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Mentor 김인실 | 서울연희초 수석교사 개정 7차 체육과 교육과정에서는 ‘체육스포츠의 문화적 현상과 행동양식을 총체적으로 학습함으로써 신체활동의 의미를 발견하고 신체 활동과 삶과의 연관성을 체험할 수 있는 안목을 형성하여 평생체육의 실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개정편찬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화교육은 문화환경(Cultural Environment)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가치, 태도, 흥미가 포함된 정의적인 요소는 신체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신체활동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동기술과 강한 체력, 그리고 자신감이나 유능감 같은 심리적 요소와 팀 응집력, 의사소통 등의 사회문화적 배경 등이 필요합니다. 체육시간에 동기부여를 위해 우수선수 탐색 등을 해보는 것도 문화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그룹별 대화, 접촉, 협동과 규범, 선택, 윤리 등이 내재된 가치체계 및 사회봉사, 가족과 친구와의 관계, 영화, 사진, 음악 등의 예술 영역도 문화 환경에 포함됩니다. 진지한 상호평가로 상호존중의 미덕 체득 체육수업 마무리과정에서 학생끼리 우수 학생을 선정해 상장을 수여하게 하는 것도 문화교육의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그룹별 혹은 전체가 서로의 활동을 관찰해 분석하고 점점 범위를 줄여가며 최종 선정한 까닭을 공책과 상장에 쓰고 정중하게 전달하는 활동을 통해 협동과 상호존중의 중요성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때 상장은 학생의 의사에 따라 지도교사에게도 줄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체육수업에 대한 학생의 감정을 느끼게 돼 교사에게는 다음 수업을 위한 좋은 잠언이 될 수 있습니다. [PART VIEW] 체육심리기술 적용해 체육과 삶의 연관성 느끼게 해야 또한 최상의 운동수행은 이상적 심리상태인 유쾌한 감정과 적정한 각성, 긍정적 정서 상태에서 발현되므로 학생들에게 체육수업을 통해 삶과의 연관성을 익힐 수 있는 체육심리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도전활동과 경쟁활동부분에서 체육심리기술을 1차시에 적용하면 운동수행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도달을 위해 노력할 점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그려나가게 하면 학생이 힘들어 포기하고플 때 자신의 목표를 떠올리며 끝까지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 도전활동을 위한 문화 자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극한 상황 속에서 생존하는 동식물, 인내심과 도전을 배울 수 있는 도서나 영화, 그리고 힘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음악,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한 느낌, 유명 운동선수나 장애를 딛고 일어선 사람 등이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 얼마 전 끝난 ‘2010 남아공월드컵’을 예로 들어 총체적 체육 문화학습에 대해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을 통해 가르칠 수 있는 것들 첫째, 정상급 선수의 우수한 면모를 집중 탐구해 보는 것입니다. 최고의 선수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확실히 뛰어난 영웅적 면모를 분명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그들의 열정을 조사해 배우고 느낀다면 삶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둘째, 축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승패와 이변 등을 통해 세상사를 느껴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넓은 마음도 터득할 수 있습니다. 만일 모든 경기의 승부가 객관적인 실력에 따라 결정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도처에 깔려있는 우연과 뜻밖의 상황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승패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강자는 완벽한 승리를 준비하고, 약자는 기적 같은 승리의 꿈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지도해야 합니다. 셋째, 승리를 위해서 지불하는 대가에 대해 가르치는 것입니다. 운동선수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전심전력을 기울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고독하며 고통스럽습니다. 몇 분 몇 초 사이에 판가름이 나는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서 선수들은 오랜 시간 모든 것을 쏟아 붓습니다.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귀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넷째, 첨단과학의 결정체인 남아공월드컵 공인구 ‘자블라니’로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꾸게 할 수도 있습니다. 체육시간이라고 해서 운동에 관한 꿈만 갖게 할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과학 특히 물리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첨단운동기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아야지’ 하는 꿈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섯째, ‘부부젤라’를 통해 남아공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축구경기 중계방송 내내 벌떼 소리 같은 부부젤라 소리가 집중을 방해했지만, 남아공사람들은 부부젤라의 소리를 영혼의 소리(코끼리의 울음소리)로 여기고 그 영혼의 힘을 빌어 응원한다고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우리는 크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박수소리와 꽹과리 소리에 시끄러워 지금같이 괴로워했다고 합니다.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월드컵의 문화입니다. 축구 감독을 보며 이 땅의 교육자가 나갈 길 느낄 수 있어 끝으로 남아공월드컵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지도자였습니다. 인구가 1억 8000만 명인 축구강국과 인구 1600만 명의 축구 강국 간의 지도법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시사하는 점을 우리 교사들이 배워야 된다고 봅니다. 많은 인적자원 중에 좋은 재능을 가진 사람을 선수로 뽑는 경우라 해도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한정된 인프라 안에서 체력적 · 심리적으로 잘 관리해 좋은 축구선수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도자의 지도력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체육수업을 재미있게 만들까를 사고하는 과정도 우수 지도자를 통해 깨닫고 배우는 교수문화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체육교육과정에서의 문화적 지도는 운동수행능력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삶과 연관 지어 총체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진로를 반영한 독서 이력 관리의 중요성 커져 학교 현장에서 ‘진로’와 ‘독서’는 언제나 주목받는 중요한 대상이다.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인식하면서도 실제 수업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지도하기 까다로운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진로와 독서,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여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점에 초점을 맞춰 진로와 독서의 통합된 지도가 왜 필요한지 알아보자. 학생의 독서 활동 기록은 이전까지 추상적으로 기록되거나 구체적인 수상실적을 기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교무업무시스템(NEIS)의 생활기록부 기록에 큰 차이가 생겼다. 수상실적을 기록할 수 없게 됐으며, 독서활동은 구체적으로 담임교사, 교과교사가 작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이미 독서활동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중학교로 확대됐다. 실효성에 대한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미 확정된 안으로 당장 이번 학기부터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창의적체험활동이 전 학년에 걸쳐 전산으로 입력(www.edupot.go.kr)되고 포트폴리오 형태로 누적됨에 따라 독서 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이력에 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독서이력 관리가 중시되는 맥락을 이해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 [PART VIEW]생활기록부와 창의적 체험활동 관리는 모두 전공과 진로 활동으로 연결된다. 수많은 책과 정보 속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진로와 연결된 독서 경험이 유의미하게 기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은 경제 관련 독서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단계적으로 독서이력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 독서이력 관리를 위해서는 마구잡이로 읽는 것이 아니라 진로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독서 목록의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진로가 정해져 있다고 해서 진로와 관련된 책만 읽는 것은 학생 개인을 위해서나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진로를 추구한다고 해도 철학과 인문학의 폭넓은 소양이 갖춰져야 하며, 문과를 전공하는 학생도 기계와 과학을 다룬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독서 이력까지 근거로 남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자신의 독서활동을 다시 한 번 반추하고 정리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가치를 갖는다. 이러한 찬반의 시각을 떠나 진로에 대한 탐색과 이와 관련한 독서 이력의 관리는 이제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진로 인식의 과정과 S.E.A 프로그램 진로 인식의 단계는 관점에 따라 여러 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학생의 심리적 상황을 중심으로 ‘인식-고찰, 병치, 자기적용’의 3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황지은(2009)은 하인즈와 하인즈베리(Hynes Hynes-Berry)의 상담이론을 근거로 문학 작품을 치유적 기능의 관점에서 ‘인식, 고찰, 병치, 자기적용’의 4단계로 제시한다. 문학 작품을 탐색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진로 세계를 탐색하고 자기화하는 과정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진로 인식의 과정을 학교 현장에 효율적으로 적용시키기 위해 ‘S.E.A 프로그램’을 구안했다. ‘인식’과 ‘고찰’을 묶어 ‘S(Search)’, ‘병치’는 경험을 중심으로 한 ‘E( Experience)’, ‘자기 적용’은 실제 진로 활동으로 이어지는 ‘A(Active)’의 3단계로 구성된다. S.E.A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진로 탐색 과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S.E.A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진로 탐색의 과정 ① S(Search) 1단계에 해당하는 S는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고찰하는 부분이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진로 · 적성검사를 활용할 수 있으며 동기요인분석,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분석과 함께 다양한 진로 세계에 대한 소개를 받아야 한다.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강연을 듣거나 직접 조사하는 방법도 활용될 수 있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많은 진로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독서이다. 책 속에 나타난 진로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진로에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함께 해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있는 탐색과정을 거치고 다음 단계를 통해 경험을 확장하게 된다. ② E(Experience) 2단계 E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로에 대해 직 · 간접적으로 경험해보는 과정으로 경험을 통해 다음 단계에 이어질 구체적 행동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된다. 이 단계를 통해 추상적인 자신의 진로를 구체화하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게 한다. ③ A(Active) 경험을 통해 구체화된 진로는 3단계인 A로 이어져 진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제 행동으로 확장하게 된다.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울 것인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정하게 된다. 이러한 S.E.A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진로에 대한 다양한 탐구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가장 걸맞은 진로를 선택해 진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전개하게 된다. 즉, 진로 인식을 명확히 함으로써 망망대해 속에서 자신이 가야 할 좌표를 찾게 되는 것이다. ‘전략적 독서’의 적용 여기에서 언급하는 ‘전략적 독서’는 ‘진로에 부합하는 맞춤형 독서’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S.E.A 프로그램은 학생 개인의 진로 인식 전체 단계를 잘 보여준다. 독서는 모든 단계에서 필요한데 각각의 단계에서 독서의 역할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로 탐색 단계에서 독서는 다양한 진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폭넓게 하도록 해야 한다. 진로 인식이 불명확한 단계이므로 비교적 쉬운 내용으로 제시되어야 하고 교양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독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게 지도한다. 보다 밀도 있는 지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과를 중심으로 한 교과별 독서지도가 효과적이다. 교과에 대한 관심이 진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으므로 교과에서 추출한 독서 자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경험 단계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진로와 관련된 역할 모델을 독서 속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다면 보다 심화된 경험을 위해 깊이 있는 독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때 학생은 자신이 생각한 진로의 역할 모델을 정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서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으로 하나의 방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내용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실행 단계에서의 독서는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 진로와 관련된 전공 지식을 본격적으로 쌓아 가는 단계로 관련 도서 목록을 만들어 수준에 맞게 읽어나가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단계에 읽는 도서는 진로와 관련되어 연관을 갖는 내용들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가며 읽는 심화된 독서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표현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표현은 이해를 심화시키고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진로를 위한 전략적 독서의 실제 적용 사례를 제시해 보도록 한다. 진로 인식을 위한 전략적 독서의 사례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미래의 비교 문학 작가 A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작가가 되면 어떤 내용을 작품 속에 담고 싶은지 깊이 있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최근에는 일본 문학에 심취해 있다. ☞ 1단계 진로 탐색 단계의 독서 지도 : A가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우선 면담을 통해 확인했다. A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부모님이 선물해 준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됐다. 어려운 책은 읽지 못했지만 제인에어, 아라비안나이트는 재미있어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이러한 독서 경험은 독후감으로 이어졌고 초등학교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게 됐다. 중학교에 진학해 학업에 치중하다 보니 책을 멀리하게 됐으나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흥미를 갖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근거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한 폭넓은 독서를 안내했다. 다양한 독서 활동 중 자신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부분이 문학임을 확인하게 됐고 A 자신도 자신만의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 2단계 경험 단계의 독서 지도 : A가 꿈꾸는 작가의 삶을 독서를 통해 경험할 수 있도록 읽어야 할 책을 함께 찾아보았다. 우선 작가들의 자전적인 작품을 읽음으로써 문필 과정이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것임을 이해하게 했다. 소설 작품 외에도 작가의 삶과 작품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한비야의 에세이를 통해 A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생각하게 했다. 일본문학과 한국문학의 비교를 위해 1930년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과 현진건의 작품을 비교해 읽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 문학과 일본의 감각적 문학을 어떠한 방법으로 관계 맺게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확장하게 됐다. ☞ 3단계 실행 단계의 독서 지도 :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도서를 집중적으로 읽도록 지도했다. 쓰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작문과 관련된 이론서를 쉬운 것부터 찾아 읽게 했다. 이와 함께 풍부한 배경지식을 형성하게 하기 위한 독서 활동도 주문했다. A가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문학과 일본문학의 비교를 위해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과 같은 심화된 도서도 추천했다. 이 단계에서의 독서 활동은 진로 목표 달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가능한 정독의 방법으로 독서하도록 지도했다. 독서 후에는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고 전에 알고 있던 내용과 관련성을 찾게 했으며 새롭게 알고 싶은 내용을 기록하게 했다.(K-W-L 1)) ☞ 결과 : 진로와 관련한 전략적 독서를 실제로 지도한 후 개별 면담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인식하게 됐다. 진로에 대해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독서 활동을 통해 구체화시키게 된 것이다. 둘째,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역할 모델을 정하고 다양한 간접 경험을 통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독서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자신이 흥미 있어 하는 영역의 독서를 하는 것이므로 동기가 높고 연관된 독서를 함으로써 배경지식이 활성화돼 독서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와 진로는 학교 교육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 개인의 입장에서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활동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다양한 접근의 방법을 통해 효과적인 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 제시한 내용은 현실적인 변화와 보다 전략적인 측면에서의 지도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창의성을 전문성을 함께 요구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은 나름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 앞에는 수없이 많은 갈림길이 놓여 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권의 책은 가보지 않은 길의 좋은 안내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길을 책 속에서 찾고 힘차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안내가 이루어진다면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믿는다. ------------------ 1) K-W-L(Know, Want to know, Learned know) 전략 : KWL 전략은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이다. 글을 읽기 전에 표의 좌측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중앙에는 알기 원하는 내용을, 우측에는 읽은 후에 알게 된 내용을 기록한다. KWL은 독서 목적 화합과 의미파악에 도움이 된다.
비유는 의미의 탄생을 돕는 산파 강산이 한 번 바뀌고도 남을 법한 옛날 고릿적 이야기지만, 학창시절에 내가 받은 국어수업에서는 은유법, 환유법, 대유법, 제유법, 직유법, 도치법, 의인법, 영탄법, 과장법, 반복법, 점층법, 돈호법, 설의법 등등 ‘법’ 자가 붙은 수사법을 마치 수학공식처럼 달달 외우곤 했었다. 수사법은 왜 쓰이는가, 어떠한 효과를 위한 표현인가를 설명하거나 실제 작문에서 효과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수사법 명칭을 무조건 외워서 시험문제에 대비하도록 주입받았던 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국어시험을 위한 수사법이라는 배움이 아니라, 세상의 온갖 언어에 존재하는 비유적 표현은 왜 생겨났고, 어떤 효과가 있으며, 그것은 우리 삶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가르치는 국어수업으로 탈바꿈되어 있기를 진정 바라 마지않는다. 위에서 열거한 수사법은 모두 말하는 사람이나 글 쓰는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와 관계가 있다. 그것은 대개 강조법, 변화법, 비유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중에서도 언어 기능의 본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비유법이다. 비유란 말하려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빗대어 나타내는 방식으로, 다르게 말하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낯익은 대상을 통해 낯선 것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요컨대 비유는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이 조우해 새롭고 신선한 뜻을 낳도록 해주는 산파라 할 것이다. 비유에는 수명이 있다 비유에 의해 성립한 표현 및 그것의 의미는 유기체처럼 생명의 순환을 겪는다. ‘두꺼비 같은 아들’, ‘사시나무 떨듯’ ‘앵두 같은 입술’ 등등, 애초에는 분명 시적이고 참신했을 표현이 상투적인 낡은 표현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PART VIEW]시인, 소설가, 웅변가, 광고 카피라이터, 정치가, 번역가 등이 앞을 다투어 내놓은 따끈따끈한 새 비유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는 동안 퇴색하는 것이다. 갓 태어난 신선한 비유가 점차 비유적 특성을 잃어버리게 되면 일상어로 굳어버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언어가 처음에는 비유로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상어를 ‘죽은 비유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비유의 수명은 문명과 역사의 변화에 따라 달리 정해지기도 한다. 이른바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고도산업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에서는 이제 자연환경이나 농사, 친족공동체에 기초한 비유가 쇠퇴하고, 그 대신 첨단기술의 미디어매체나 자본주의적 가치와 관련된 비유가 성행하고 있다. 짜릿한 맛과 즐거움, 자극을 선사했던 비유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 이상 흥미롭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그 뜻조차 전달되지 않기도 하고, 또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생생한 비유, 낡아빠진 비유, 죽어가는 비유, 더 이상 비유로 느껴지지 않는 비유 등, 비유는 생명의 순환에 따라 돌고 도는 것이다. 일상 속에 무수히 널려 있는 은유 필자는 지금도 감동이 사그라지지 않는 영화를 뽑으라면 그 하나로 주저 없이 일 포스티노 (1994)를 꼽을 것이다. 특히 이 영화는 은유를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은유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리라 확신한다. 여기에서 소박한 심성의 우편배달부는 은유를 통해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사랑의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을 얻으며, 우정과 존경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실현한다. 칠레의 시인으로 이탈리아 작은 섬으로 망명을 온 네루다와, 세계 각지에서 그의 앞으로 오는 막대한 우편물 배달을 위해 고용된 마리오는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은 담소를 나눈다. “선생님, 은유가 뭔데요?” “예를 들면 하늘이 운다고 하면 그게 무슨 뜻이지?” “비가 오는 거죠.” “맞았어. 그런 게 은유야.” “그래요? 뭐, 별것 아니네요. 그런데 왜 그렇게 이름이 어렵죠?” “……” 두 사람의 대화는 은유, 즉 메타포의 뜻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여기서 비가 온다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연 현상은 ‘하늘이 우는’ 행위라는 표현으로 치환되어 있다. 이 두 가지는 같은 현상을 가리키지만,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포적 의미는 상당히 다르다. ‘하늘이 운다’에는 말하는 이의 감정, 기분, 시선, 관점 같은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렇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을 은유라고 한다(은유의 ‘은’은 숨길 隱이다). 명칭은 좀 어렵지만,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 무수하게 널려 있는 것이 바로 은유다. 은유,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만남 은유는 비유법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비유는 곧 은유라는 등식이 통념으로 자리 잡다시피 해왔다. 문학작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은유는 일상 언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은유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좀 더 쉽고 명쾌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유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대상이나 개념을 다른 대상이나 개념으로 이해하고 경험하는 비유법이다. 그래서 유사성에 기초를 둔다.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정지용 ‘고향’)에서 읊고 있는 ‘마음’과 ‘구름’에서 보듯이, 은유는 서로 다른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찾아내 의미를 이리저리 옮기고 그리하여 새로운 인식으로 이끌어가는 언어 현상이다. 나아가 은유는 낯익은 것을 통해 낯선 것을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때로 은유를 이해하는 일은 암호나 수수께끼를 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은유가 낯선 것을 인식하려는 ‘앎의 욕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미지의 것=원관념’은 앎의 가치와 중요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잘 알고 있거나 구체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것(보조관념)과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것(원관념) 사이의 유사성을 표현함으로써 미지의 대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은유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앎의 지평을 향해 은유를 시 장르와 같은 문학작품에만 연관시키려는 생각은 편협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언어 자체가 은유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은유를 사용하지 않고 말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한편, 언어가 세계를 인식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인 것과 마찬가지로, 은유도 앎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도구다. 특히 상징과 더불어 비유와 은유는 인간의 무의식세계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상상과 비약으로 가득 찬 마음, 꿈, 정신, 영혼, 신화 등을 이야기할 때 은유를 배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은 은유가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언정 정확하고 분명하게 전달하지는 못한다며 은유를 부차적인 언어 또는 일탈적인 언어로 취급한다. 하지만 언어 표현의 기능을 정보 전달에만 국한한다면 은유, 나아가 비유가 지닌 소중한 가치, 그러니까 비유와 은유가 세계를 경험하고 사색하고 판단하는 방법인 동시에 사물을 인식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점을 간과하게 되고 만다. 한마디로 비유와 은유란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온갖 사물, 정신과 마음에 깃든 의미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일이다. 그것은 대상을 묘사해 드러낼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인식의 새 지평을 열어주고, 나아가 대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작용을 한다. 다만, 거기에 관여하고 있는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연결하고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이다.
블랙코미디같은 씁쓸한 현실 여섯개의 시선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인권 영화 여섯개의 시선은 임순례, 박진표, 정재은, 여균동, 박광수, 박찬욱 등 여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씩을 맡아서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참여한 감독들의 명성에 걸맞게 ‘차별’과 ‘인권침해’라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서로 닮은 구석이 없다. “계몽적이지 않게 재밌게 만들자”는 것 정도가 합의된 사항일 뿐 장르도,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각 단편마다 감독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자유로운 연출로 인권이라는 화두를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용모 단정’의 필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여고생의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여상 졸업반 선경은 취업에 중요한 것은 ‘외모 관리’라는 지도교사들의 닦달에 조바심이 난다. 학교와 사회는 성형수술과 다이어트를 권장하지만, 이는 없는 집 아이들에겐 불가능한 미션이다. 쌍꺼풀 수술비를 벌어보겠다는 일념은 선경을 위험한 결단으로 내몬다. 고양이를 부탁해로 스무 살 청춘의 고뇌를 담아냈던 정재은 감독의 선택은 도전적이다. 이웃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의 아파트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이웃의 오줌싸개는 소금을 얻어오라는 엄마에게 등 떠밀려 아파트를 헤매다 경계해야 할 ‘그 남자’의 집에 다다른다. 자신의 단편들을 통해 인권에 대한 관심을 보여 왔던 여균동 감독의 대륙 횡단은 뇌성마비 1급 장애인 김문주 씨의 일상을 정직한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뇌성마비 장애인 문주에겐 취직도 사랑도, 외출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리프트도 없는 지하도뿐인 광화문 네거리의 지상 도로를 무단 횡단하기로 한다. [PART VIEW]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가 보여주는 현실은 그 자체가 괴기스러운 블랙코미디다. 아들의 영어 조기 교육에 열을 올리던 젊은 부부는 발음 교정을 위해 혀의 하단 근육을 잘라내는 설소대성형술을 감행한다. 영어 콤플렉스가 불러온 아동 인권유린에 초점을 맞춘 이 단편은 시술 장면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차마 눈뜨고 보기가 괴롭다. 그들도 우리처럼, 칠수와 만수 같은 전작처럼 진지한 작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배반한 박광수 감독의 얼굴값은 일종의 ‘깜짝쇼’다.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운전자와 여성 매표요원 사이에 사소한 시비가 일고, 이는 ‘얼굴값 한다’는 언쟁으로 번진다.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소재나 형식면에서 가장 자유롭고도 실험적인 인상을 준다. 길을 잃은 네팔 노동자 찬드라는 한국 사람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행려병자 취급을 받고 보호소와 정신병원에 6년 넘게 방치된다. 그가 거쳐 간 관공서와 병원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현되고 있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이 소름을 돋게 한다. 여섯개의 시선의 영어제목은 이다. ‘역지사지’를 강조하는 이 가정법은 이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태도이자 화법이다. 신중하고도 재치 있게, 여섯 명의 감독들은 저마다의 진심으로 이 사회가 마땅히 대답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이 여섯 개의 시선 중, 날카로운 현실풍자 속에 친근한 유머를 잃지 않는 임순례 감독의 단편 그녀의 무게는 어찌 보면 가장 그녀다운 선택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경쾌하고 직설적인 코미디지만, 웃음 뒤엔 씁쓸한 슬픔이 남는다. 임순례 감독은 전작들(세 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또 한 편의 성장영화를 통해 방황하는 청춘들을 한결 따뜻하고 넉넉한 품으로 안아준다. 남성 중심적인 권력을 응시하면서도, “저 뚱뚱한 아줌마가 감독이라고요?”라며 촬영장을 지나치던 행인의 한마디를 집어넣는 여유를 보여준다. 방치된 일상적 폭력과 부조리 날아라 펭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한 4번째 인권 영화 날아라 펭귄(2009)은 다양한 감독들의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전의 ‘시선’ 시리즈와 달리 임순례 감독이 단독으로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장편 영화다. 계몽 영화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며 귀엽고 유쾌한 만듦새를 선보이면서도, 제 갈 길을 잃지 않는 임 감독의 뚝심이 배어 있다. 자식 교육에 관해서는 둘째간다면 서러울 엄마(문소리) 덕분에 빡빡한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들 승윤이(안도규)는 어린 나이에도 벌써 삶이 피곤하다. 엄마의 교육방식이 못마땅해 언쟁을 벌이면서도 무기력한 아빠(박원상)는 엄마의 눈치만 본다. 구청에서 일하는 엄마의 직장에선 고기도 먹지 않고 술도 못 마시는 신입사원 이주훈(최규환)이 들어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엄마의 상사인 권 과장(손병호)은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자식들과 아내를 그리워하는 기러기 아빠다. 황혼에 접어든 권 과장의 아버지 권 선생(박인환)은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겠다는 아내 송여사(정혜선)의 선언이 당황스럽다. 날아라 펭귄은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폭력과 개인의 삶을 옥죄는 부조리를 들춰낸다. 영어교육 열풍 속에서 과도한 학습요구에 멍들어가는 초등학생 아이와 이를 강요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고단함, 자녀 교육 때문에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고독한 아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극적 풍경이다. 삼겹살 회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 신입사원의 식성을 다수의 취향에 반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직장 동료들은 획일화된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반평생을 순종을 강요했던 남편이 뒤늦게나마 제 삶을 즐기겠다는 아내의 선언에 발끈하는 모습 역시 가부장적 문화 안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적 관성이다. 날아라 펭귄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생활의 단면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데, 직설화법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가 다소 투박해 보인다. 플롯이 현실적이다 못해 상투적이라는 인상이 기존의 ‘시선’ 시리즈에 비해 창의성이 부족한 느낌을 줘서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에둘러 본질을 회피하지 않고 선명하게 문제의식들을 드러냄으로써 이 영화는 자신의 목적에 충실하다. 아기자기하고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이 극적 흥미를 돋우는 가운데 배우들의 호연과 따스한 유머들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몰입시킨다. 임순례 감독은 가정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적인 관행들, 모두가 겪고 있지만 다들 외면하는 부조리를 꼬집어내면서 문제의식을 축적해나간다. 각각의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가운데 일관된 관점을 견지하면서 에피소드를 나열함으로써 주제의식을 진전시킨다. 날아라 펭귄을 통해 드러나는 모든 문제들은 사회가 개인들의 불행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올인하기 위해 자식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고 고독한 기러기 생활을 감내하지 않으면 경쟁사회에서 도태되는 현실은 본질적으로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영어교육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입장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빠의 갈등은, 개개인의 가치관의 충돌이 아니라 사회가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한 채 구성원들의 삶을 경쟁 속으로 밀어 넣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이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사는데도 불구하고 왜 행복하지 못한 걸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견디고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데도 왜 화목하지 못한 걸까. 날아라 펭귄은 ‘남들이 하면 나도 한다’라는 한국인들의 획일적인 삶이 낳은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면서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불행이 어디에서 야기되는가를 드러낸다. 이런 비극으로부터 벗어나 개개인이 행복해지는 길은 과연 있을까? 평범한 사람들을 불행한 일상에 방치하는 사회적 부조리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포자기한 채 살아간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변화는 개인들의 성찰을 통해 이룰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임순례 감독은 전작들을 통해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던 것처럼 여섯개의 시선과 날아라 펭귄을 통해서도,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날선 목소리로 강하게 주장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의 웃음과 눈물을 통해 건네는 목소리는 강한 호소력이 있다. 누구나 작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얘기하는 이 영화들을 우선 관람하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살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일을 겪습니다. 특히, 매일같이 새로운 일이 발생하는 요즘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들이 참 많은데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안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기 보다는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도가 가벼운 사건을 접한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상당히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 이를테면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를 대할 때도 종종 목격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런 사람들의 태도에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 생각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말이죠. 당신의 선택은?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이때 오른쪽에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36쪽) 저자가 던진 이 질문에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비상철로를 선택하실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중략) 문득 당신 옆에 서 있는 덩치가 산만 한 남자를 발견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까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37쪽) 분명 똑같이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섯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데도, 이번엔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이 앞의 질문이 없었다면 놀랍다는 투로 “어떻게 사람을 밀어 떨어뜨릴 생각을 하느냐?”고 반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고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샌델 교수의 마력 정의란 무엇인가는 하버드대에서 30년째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론’ 수업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내용처럼 단순해 보이는 문제부터 아주 첨예한 사회적 이슈까지 다양한 사례를 가지고 문답식으로 이어지는 그의 수업은 딱히 철학에 관심과 조예가 깊지 않더라도 나서서 한마디 거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은 출간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오다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휴가철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해서 더욱 붐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깊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휴가철에 도서관 가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저자가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해주기 때문에 누구라도 다른 도움 없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1000명의 수강생이 몰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샌델 교수의 강의 일부를 담은 CD도 들어 있으니 수업에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莊子)가 하루는 낮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니며 자유로운 비행(飛行)을 만끽했다. 그는 잠시 쉬려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문득 깨어보니 다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장자는 고민에 빠졌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다름이 있는 것인가?’ 도대체 본래 인간이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본래 나비가 꿈속에서 인간이 되어 이렇게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 없는 것. 바로 이것이 장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호접지몽(胡蝶之夢)’ 일화이다. 그에 따르면 둘 사이에는 피상적인 차이는 있어도 절대적인 변화는 없다. 자신이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자라는 경지, 이것이 바로 그가 파악한 물아(物我)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로서의 세계의 모습이다. 무대예술의 꽃인 오페라와 뮤지컬에서도 각각 시대를 초월해 이루지 못한 나비의 날갯짓을 주제로 한 명작이 있다. 먼저 오페라 나비부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일본 여인 초초상이다. 그녀는 한때 권세 있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가세가 기운 후 게이샤가 되었다. 그녀의 애칭은 바로 ‘나비(초초)’이다. 기모노를 차려입은 열다섯 소녀의 고운 자태를 표현하기에 그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자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았듯이 초초상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호접지몽은 쉽게 꺾일 수밖에 없었던 허무한 인생을 상징한다. 결국 초초상은 냉혹한 현실과 순수한 사랑 사이의 괴리를 이기지 못하고 자결함으로써 영원히 꿈꾸는 길을 택한다. 그녀의 ‘나비의 꿈’은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에게 고스란히 전이되었다. 나비부인 VS 미스 사이공 나비부인(Madame Butterfly)은 라보엠과 토스카를 작곡한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후속작으로,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지아코사가 이탈리아어 대본을 써 1904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한 2막 오페라이다. 이 오페라는 당시 서구에 불어 닥친 소위 ‘일본풍’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기도 하다. 1887년경의 일본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집을 무대로 하고, 미국 해군장교 핑커튼과 나비부인의 결혼으로부터 그녀의 비극적인 자살에 이르기까지를 엮었다. 원작은 존 루터 롱이 일본 나가사키의 한 여인의 실화에 관해 쓴 동명의 단편소설이고 이를 미국의 프로듀서 겸 작가인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연극으로 각색했다. 푸치니는 런던에서 이 연극을 보고 오페라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나비부인은 초연 당시 기대 이하의 혹평을 받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오페라의 수많은 레퍼토리 중에서 낯선 동양을 무대로 동양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예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영국 코믹 오페라의 대가인 길버트, 설리번 콤비의 미카도(1885)가 있지만 이는 당시 서구에서 유행했던 이국풍(異國風) 선호에 따라 가상의 나라로 일본을 설정했을 뿐이다. 나비부인과 투란도트를 제외하고 아직도 이탈리아 정통 오페라에서 동양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은 찾기 어렵다. 물론 영 · 미권 뮤지컬에서도 동양 소재의 작품은 극히 적다. 미스 사이공(1989) 이전 작품으로는 리처드 로저스, 오스카 해머스타인 콤비의 소위 ‘동양 3부작’1)이 있다. 여기에 휴 휠러, 스티븐 손드하임이 개항기의 일본 사회를 다룬 태평양 서곡(1975)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 미스 사이공은 앞서의 모든 작품들보다도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자, 역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뮤지컬 중에서도 상위에 드는 장기 흥행작이다. 그 비결은 나비부인에서 검증된 기본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등을 현대적으로 잘 계승하고 여기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음악과 비주얼 효과를 더해 보편적인 흥행 요소를 만들어낸 데 있다. 나비부인의 1막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미국 해군장교 핑카튼과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15세의 초초상(나비)의 결혼식이다. 얼마 후 핑카튼은 곧 돌아온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가 버린다. 3년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자 주위 사람들은 야마도리 공작과 재혼할 것을 권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2막에서는 어느 날 핑카튼이 탄 함정이 돌아온다. 나비부인은 그의 아들과 함께 핑카튼을 기다리는데 그는 부인 케이트를 데리고 나타난다. 현실을 직시하게 된 나비부인은 아들을 케이트 부인에게 맡기고 병풍 뒤에서 단도로 자결한다. 이런 기본 스토리 구조는 미스 사이공에서 고스란히 적용됐다. 다만 배경에서는 차이가 있는데 오페라의 배경이 되는 당시의 나카사키 항이 일본 개국시대에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화합의 공간이라면 미스 사이공의 사이공은 민초들의 삶이 전쟁으로 인해 생지옥으로 변해 문물이 강제로 교합되며 대립각을 세우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미군을 상대로 몸을 팔아야 하는 다급한 처지에 놓인 킴은 우아한 예술인으로서의 긍지라도 지닌 게이샤 초초상에 비해 훨씬 더 절실한 비상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뮤지컬에서 킴에게 끊임없이 살기 위한 선택을 강요하는 인물로 엔지니어와 투이가 등장한다. 엔지니어는 포주 짓을 하며 번 돈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려는 속물이며 킴의 사촌이자, 정혼자였던 투이는 킴을 되찾기 위해 킴의 아들까지 살해하려는 독한 인물로 묘사된다. 오페라에서는 미군과 일본 여인의 결혼에 앞장서고 소개료를 받아 사는 일본인 중매쟁이 고로가 뮤지컬에서의 엔지니어의 역할이다. 나비부인이 기독교로 개종한 데 대해 화를 내고 저주하는 큰아버지인 승려 본조와 돈 많은 야마도리 공작이 각각 담당하는 친척과 연적이라는 다른 캐릭터는 뮤지컬에서 한 인물인 투이로 합체되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의 한 축을 상징하는 긍정적인 인물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핑커튼의 아량 넓은 아내 케이트 부인은 크리스의 아내 엘렌이 이어받았다. 다만 케이트 부인은 자기가 초초상의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해서 초초상이 자살에 이르게 하지만, 엘렌이 킴에 대한 질투심으로 아이를 데려가지 못한다고 하자 아이를 위해,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의 부질없음에 절망하며 자살하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즉, 여주인공이 살려고 하는 공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초상은 일본에서 핑커튼과 살기를 원했고 킴은 미국에서 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오페라에서 결혼하는 여자에게 죄를 짓지 말라는 도덕적인 훈계를 하는 미국 영사 샤플리스는 뮤지컬 2막의 존의 캐릭터에 투영된다. 존은 1막에서는 방탕한 미군으로 그려지지만 제대 후 개과천선해 ‘부이도이’(전쟁 당시 베트남 여성과 미군 사이에 태어난 혼혈 아이들)를 위한 재단에서 일한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가득한 두 미국인을 통해 오리엔탈리즘 역시 계승되고 있다. 미스 사이공의 런던 초연 당시 가장 큰 화제는 실물 크기의 헬리콥터가 무대 위에 등장하는 생생한 장면이었다. 헬리콥터는 사이공 함락 당시 철수하는 미군을 수송하는 수단으로 킴을 두고 떠나는 크리스의 안타까운 이별 장면을 보여주지만, 이러한 구도는 나비부인이 핑카튼이 타고 떠난 백색의 군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이자, 꿈에서 깨어난 후 멀어져가는 나비에 해당한다. 보다 직접적으로 오페라를 오마주(Hommage)한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다. 뮤지컬에서 권총 자살을 한 킴을 발견한 크리스가 킴을 붙잡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마자 막은 순식간에 내려간다. 이러한 급작스런 엔딩은 뮤지컬에서 거의 유일한데 오페라에서의 같은 방식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초초상은 핑커튼의 모습을 보자, 떨리는 손으로 아이를 가리키면서 숨을 거둔다. 샤플리스는 어린아이를 껴안고 키스하고 핑커튼은 초초상을 잡고 울부짖는다. 두 작품이 여주인공을 통해 공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서는 한편으로는 지고지순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착에 가깝기까지 한 외골수적 사랑이다. 꿈속에서는 대지를 훨훨 날았던 나비이건만 현실에서는 ‘자유의 땅’으로 가는 헬리콥터에 타지 못한 불운하고 나약한 인간인 것이다. 두 작품은 자주는 아니지만 우리 무대에서도 볼 수 있다. 나비부인도 지난봄에 서울에서 공연을 했고, 미스 사이공 역시 2006년 국내 초연 이후 4년 만에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9월 12일까지 재공연 한다.
강원도는 동굴의 도시 전국에 산재한 동굴은 몇 개일까? 동굴전문가들은 국내에 1000〜000여 개의 자연 동굴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의 자료에는 강원 101개, 충북 69개, 충남 6개, 경북 25개, 경남 2개, 전북 3개, 제주 48개 등 모두 254개 동굴의 이름만 파악되고 있을 뿐, 나머지 동굴은 이름도 없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전국의 동굴 가운데 강원도 동굴이 차지하는 비율은 70% 이상으로 강원도는 동굴의 도시라 해도 손색이 없다. 동굴 나이는? 강원도에 자연동굴이 많은 이유에 대해 우경식 한국동굴연구소장(강원대 지질학과 교수)은 강릉, 동해, 삼척, 정선, 평창, 태백, 영월의 넓은 지역에 석회암이 분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석회암은 하부 공생대인 캄브리아기(Cambrian period)에서 오르도비스기 (Ordovician Period · 약 5억 년 전에서 시작되어 6000만〜000만 년간 지속된 시기) 동안에 바다에서 퇴적된 퇴적물이 고화된 암석이라고 한다. 때문에 동굴이 분포한 지역은 아주 먼 옛날 바다였을 것이며 강원 도내 동굴 나이는 적어도 수백만 년 이상일 것이라고 짐작 할 수 있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 강원 영월 동강 유역 또한 석회암 지대로 70여 개의 천연동굴이 산재해 있다. 한반도 비경의 하나인 동강유역에 분포된 천연 동굴들인 만큼 신비함은 더욱 특별하다. 어둠이 지배하는 동굴 안에는 다양한 동굴생물이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의 생을 이어가고 있다. 박쥐를 비롯해 꼽등이, 나방과 화석동물로 알려진 갈루와벌레, 장님굴새우 등이 어둠에 적응하며 살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동강 유역의 많은 동굴이 사람들에 의해 훼손, 방치되면 우리 후손들에게는 동굴 생물과 아름다운 동굴 생성물을 물려 줄 수 없다는 점이다. 자연이 만든 생성물이 자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 인간의 손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동굴을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보존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PART VIEW] 다양한 생물이 사는 동굴 동굴은 전문가와 함께 동행 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안전모, 안전벨트, 발꿈치 보호대를 비롯한 개인장비를 갖춘 후 탐험하는 것이 좋다. 탐험 중간 만나는 동굴생성물과 생물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동굴에 들어가서는 가끔 뒤를 돌아보자. 나중에 굴을 빠져나올 때 도움이 된다. 어둠 속에서 자연의 일부가 되는 체험은 동굴 탐험 중 가장 색다른 경험으로 항상 긴장 속에서 진행된다. 동굴길이는 수m에서 수십㎞까지 다양하다. 크기 또한 동굴생성물만큼 변화무쌍해 탐험하는 동굴마다 각각 새로운 느낌을 준다. 동굴은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동굴도 있지만 가벼운 산책코스도 있다. 위험이 항상 내재해 있는 동굴 탐험은 전문가와의 동행이 필수이며 체력도 어느 정도 갖추어야 성공적인 탐험을 할 수 있다. 태고의 신비가 감춰진 동굴에서 적응하며 살고 있는 시간 저편의 생명을 만나는 일은 동굴에서만 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동굴은 황금 알을 낳지 않는다 2002년 8월 삼척에서 동굴을 주제로 엑스포가 열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동굴을 보유하고 있는 강원도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지방자치단체가 동굴을 소중하게 간직해야 할 문화유산이라기보다는 관광수익을 안겨주는 개발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은 교정되어야 한다. 때문에 학자들을 비롯해 동굴관계자들은 일반인들에 대한 동굴 개방은 지자체의 수익증대보다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함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 보존해 후세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임을 알리는 일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융릉과 건릉 이번 호에서는 경기 화성에 있는 융건릉을 찾아갑니다. 융건릉은 조선 왕릉 중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융건릉은 아버지와 아들의 묘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겠습니다. 융릉은 사도세자로 알려진 추존 장조와 혜경궁 홍씨 헌경왕후의 합장릉이고, 건릉은 제22대 정조와 효의왕후 김 씨의 합장릉입니다. 잘 알다시피 장조는 조선 21대 영조의 둘째 아들이자 22대 정조의 생부입니다. 다방면에서 부왕인 영조의 기대를 듬뿍 받았던 그는 영조의 명에 의해 대리청정을 시작한 후, 노론 측과 마찰을 빚게 되었고 결국 1762년 5월 나경언의 상소로 뒤주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습니다. 당시 세자의 나이 28세였고 정조는 11세였습니다. 정조는 비명에 간 생부 사도세자를 위해 조선 최고의 명당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화산(花山) 아래였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도성으로부터 88리에 위치해 있어 왕릉이 80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되어 대신들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수원을 80리라고 명하노라’하는 어명으로 논란을 잠재웠습니다. 그리하여 1789년에 양주 배봉산에 있던 사도세자의 묘 영우원을 이곳으로 옮기고 현륭원(顯隆園)으로 불렀습니다. 그 후 1815년 81세로 혜경궁 홍씨가 승하한 뒤, 현륭원에 합장되었습니다. [PART VIEW] 문무를 겸비했던 정조는 규장각을 두어 학문 연구에 힘쓰고, 장용영(국왕호위군대)을 설치했으며 화성을 쌓는 등 조선후기 중흥을 이끈 군주였습니다. 그는 조선 초 세종과 버금가는 인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였던 영조의 탕평책을 계승해 붕당정치의 폐해를 막으려 힘썼고, 새로운 국가 건설을 위해 화성으로 수도를 옮기려는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습니다. 효의왕후는 슬하에 자녀를 두지 못하고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건릉(健陵)은 1800년 정조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현륭원 동쪽 두 번째 언덕에 처음 조성되었습니다. 그 후 1821년 효의왕후의 운명 후 현륭원 서쪽 산줄기인 지금의 자리에 합장묘로 조성되었습니다. 융건릉은 여느 조선왕릉처럼 그 상설이 비슷합니다만 두 능의 차이를 찾는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있겠습니다. 융릉은 정자각과 능침이 자리 잡은 방향이 어긋나 있는데 반해 건릉은 일치하고 있습니다. 또, 추봉된 능에는 병풍석과 난간석을 생략하며, 무석인을 세우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융릉은 난간석 없이 병풍석을 설치했고, 무석인도 세웠습니다. 무석인 뒤에는 석마를 한 쌍 놓았습니다. 건릉은 융릉의 상설과 비슷하나, 병풍석 없이 난간석만 세웠습니다. 장명등의 꽃무늬는 당시의 화려한 문화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융건릉의 백설은 화성 8경 중 하나입니다. 화성 8경 중 또 다른 하나는 용주범종으로 융건릉의 원찰인 용주사에 있습니다. 이제 용주사로 가볼까요? + 효심의 본찰, 용주사 용주사는 경기 화성 송산동 성황산 남쪽 기슭에 있는 절입니다. 1790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화산으로 이장하면서, 능을 수호하고 명복을 비는 원찰(願刹)로 새로 짓도록 한 것입니다. 원래 이 절은 통일신라시대 창건된 갈양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었는데, 병자호란 때 소실된 후 폐사되었습니다. 용주사라는 이름은 낙성식 날 정조가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고 해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보경스님으로부터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설법을 들었던 정조가 크게 깨달아 이 절을 짓도록 했다는 설립 배경으로 보듯이 용주사는 지금껏 효심의 본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경내에는 이런 성격을 엿볼 수 있는 효성각과 효행교육원과 효행박물관이 있습니다. 효성각은 장조와 비인 헌경왕후, 정조와 왕비인 효의왕후의 위패를 모시고 춘추로 제를 올리는 곳이고 효행교육원에서는 효행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내외국인을 상대로 템플스테이를 실시합니다. 효행박물관에는 봉림사아미타불 복장유물, 부모은중경판, 청동향로, 금동향로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부모은중경판은 당시 최고의 화가였던 김홍도에 의해 제작되었고, 한문경판 외에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한글과 그림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부모은중경에서 말하는 부모의 열 가지 은혜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주는 은혜, 해산날에 즈음해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 자식을 위해 나쁜 일까지 짓는 은혜,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주는 은혜랍니다. 그 밖에 용주사에는 국보 제120호로 지정된 용주사 범종, 지방문화재로 지정된 대웅보전, 천보루 등이 있습니다. 정조가 기념 식수한 것으로 전해지던 대웅보전 앞 회양나무는 생육공간 협소로 인해 회생의 가능성이 희박해 지난 2002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습니다. 한편, 시인 조지훈은 1938년 이 절에서 승무를 보고는 유명한 시 ‘승무’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 화성행궁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嗚呼! 寡人思悼世子之子也). 선대왕께서 종통(宗統)의 중요함을 위하여 나에게 효장 세자(孝章世子)를 이어받도록 명하셨거니와 …(중략)… 혜경궁(惠慶宮)께도 또한 마땅히 경외(京外)에서 공물을 바치는 의절이 있어야 하나 대비(大妃)와 동등하게 할 수는 없으니, 유사(有司)로 하여금 대신들과 의논해서 절목을 강정(講定)하여 아뢰도록 하라. 이미 이런 분부를 내리고 나서 괴귀(怪鬼)와 같은 불령한 무리들이 이를 빙자하여 추숭(追崇)하자는 의논을 한다면 선대왕께서 유언하신 분부가 있으니, 마땅히 형률로써 논죄하고 선왕의 영령(英靈)께도 고하겠다” 하였다. 정조실록(1776)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배다른 형이자 영조의 맏아들인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되어 왕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산,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위의 기록에서 보다시피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천명했습니다. 또한 어머니인 혜경궁에 대한 예우도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효심의 의지 그대로 그는 융릉을 조성한 뒤, 거의 해마다 수원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유언대로 아버지의 곁에 잠들었습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顯隆園)을 참배할 때에 머무는 임시 처소이자 수원 신읍치의 관아로서 건립되었습니다. 1789년 봉수당의 옛 이름인 장남헌(壯南軒)을 중심으로 시설을 갖추기 시작해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맞추어 대대적으로 건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화성을 축성한 후 1801년에 발간한 화성성역의궤에는 축성에 동원된 인력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계산, 시공기계, 재료가공법, 공사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그 기록으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기록이 남아 있기에 수원 화성은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조선의궤 중 당시 화성행차 후 편찬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보면 반차도가 있습니다. 을묘원행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인데 그 엄격함과 장중함 속에서도 각기 자유분방한 표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반차도는 도자벽화로 제작되어 청계천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정조나 혜경궁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왕은 그림으로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빈 말이나 가마로만 나타나 있습니다. 단 8일간을 위한 이 행차는 약 1년 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거쳤습니다. 1795년 윤2월 9일 묘시에 창덕궁을 떠난 행렬은 배다리를 건너 둘째 날 빗줄기를 뚫고 화성 행궁에 도착했습니다. 봉수당에 도착한 정조는 말에서 내려 혜경궁 홍씨를 장락당으로 모셨고, 자신은 유여택에 머물렀습니다. 셋째 날 향교 대성전 참배 후 정조는 행궁으로 돌아와 낙남헌에서 문과와 무과 별시를 실시했고 오후에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 예행연습을 했습니다. 넷째 날은 오열 속에 현륭원 참배를 마쳤습니다. 28세에 뒤주에 갇혀 비참한 최후를 마친 남편이 자기와 동갑이면서도 회갑을 보지 못하고 묻혀 있으니 그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 오후에는 친위부대로 하여금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다섯째 날은 봉수당에서 화려한 회갑 잔치를 벌였고 정조와 신하들은 차례로 술잔을 올리며 만수무강을 축원했습니다. 여섯째 날에는 화성 주민들을 위해 신풍루에서 쌀을 나누어 주고 양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일곱째 날 화성을 출발해서 한양으로 향해 여덟째 날 행차가 모두 끝났습니다. 화성행궁은 평상시에는 화성유수부로 활용되었습니다. 유여택(維輿宅)은 정조가 행차 시 집무공간으로 사용했지만 평상시에는 유수의 처소로 활용되었습니다. 복내당(福內堂)은 화성유수의 가족들이 거처하던 곳이었습니다. 노래당(老來堂)은 주나라의 노래자가 나이 70이 넘어서도 어버이에게 재롱을 부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는데, 장차 화성에 내려와 혜경궁을 극진히 모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건물입니다. 정조는 왕위를 순조에게 양위하고 내려와 이곳에서 머물려고 했습니다. 그밖에 장락당(長樂堂)은 ‘오래도록 즐긴다’는 의미로 이렇듯 현판 하나하나에서도 정조의 효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령전은 정조의 초상화를 모셔두고 제향을 올리던 곳입니다. 3월부터 12월까지 화성행궁을 방문하면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에 무예 24기 공연을 펼칩니다. 정조 때 장용영에서 펴낸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군사무예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아주 실감나는 공연이라 꼭 보실 것을 권합니다. 씩씩한 그들의 무예 속에서 정조의 꿈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 효행의 길 수원에는 정조의 행차와 관련한 유적지가 몇 군데 남아 있습니다. 먼저 1번 국도가 지나는 곳에 자리한 지지대고개입니다. 수원으로 묘를 옮긴 후, 정조는 아버지의 묘에 성묘한다는 명분으로 1789년 이후 11년 동안 12차례나 수원을 찾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수원에서 의왕으로 넘어가는 경계에는 지지대고개가 있습니다. 과천과 서울을 경계 짓는 남태령과 같은 고개인데요, 지지대고개라는 명칭은 정조의 수원 행차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당시 이 고개에 서서 수원 쪽을 바라보면 사도세자가 묻힌 현륭원이 보였다고 합니다. 이 고개를 넘어 의왕 쪽으로 가면 현륭원은 시야에서 사라졌기에 이곳은 먼발치로나마 현륭원을 볼 수 있는 가장 먼 곳이었습니다. 정조는 이곳에 이르면 ‘천천히 가라, 천천히 가라’고 했기에 이 고개 이름이 지지대(遲遲臺)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지지대비가 남아 있습니다. 지지대비는 1807년(순조 7)에 정조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으며 환궁길에 걸음이 더디다는 의미로 이곳에 대를 쌓아 지지대라 했다고 그 유래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다음으로 괴목정(槐木亭)입니다. 지금은 괴목정교라는 현대식 다리 옆에 있는 표석이 남아 있는데요, 이 표석은 정조가 지지대 고개에서 현륭원(顯隆園)으로 가는 길의 주요 지점에 세웠던 16개 표석 중 하나입니다. 원래의 표석은 현재 수원역사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고 있습니다. 노송지대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의 식목관에게 1000냥을 하사해 능행차 길목에 소나무 500그루와 수양버들 40그루를 심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도 당시 정조의 행차를 목격했을 굵직한 소나무들이 더러 보이지만 개발사업과 음식점의 난립으로 노송지대의 여건이 점점 황폐해져 안타까움을 줍니다. 게다가 한 곳에는 일본어로 된 치산치수비가 서 있습니다. ‘昭和 14年’이라는 분명한 일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처리하지 못하는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지난 8월에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습니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 인정을 받은 셈입니다. 한류의 기본은 결국은 한국 문화입니다. 한국 문화의 세계화가 한류의 관건이라고 봅니다. 정조와 관련한 유적지에서는 효심을 자극하는 콘텐츠 활용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세계유산의 탄생을 자축해 봅니다. | 울산 청량초 문수분교장 교사
UCC(User Created Contents)란? UCC는 전문가나 기관 등 콘텐츠 제공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낸 콘텐츠를 뜻한다. 웹2.0의 개념이 도입되며 웹이 점점 개방화되고 사용자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나게 되면서 UCC의 범위도 점점 광범위해졌다. 웹에서 사용자의 직접 참여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는 이러한 흐름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던 것이 소비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새로운 개념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터넷,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 정보통신 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일반인들도 기존의 미디어보다 빠르고 의미 있는 정보들을 생산해내면서 확산됐다. 2006년 12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6 올해의 인물’로 ‘유(You)’를 선정하고 ‘블로그나 미디어 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평범한 당신이 바로 올해의 주인공’이라고 발표, 새로운 문화 트랜드로서 UCC의 힘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교수 · 학습방법으로도 UCC는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단을 활용해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서술 형식의 수업방법과 달리 시각적인 영상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성의 논리적 능력은 물론이고 사진 및 동영상 선정과 편집 등의 감성적 능력까지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다. [PART VIEW] UCC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는 이론과 실제가 바로 이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제작과정은 개인이 아닌 모둠별로 활동하게 된다. 이기적이며 공동체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사회의 흐름이지만 협동 학습을 통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은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UCC는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동영상과 사진을 선별하는 작업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구성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자신들이 직접 만든 UCC를 감상하면서 뿌듯한 보람도 느낄 수 있다. UCC의 구성 요소 사진 및 동영상 UCC는 사진이나 동영상만으로, 또는 사진과 동영상을 혼합하여 제작할 수 있다. 동영상으로 제작할 경우에는 촬영에 대한 사전 지식과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동영상 촬영의 경우 흔들림이 심하거나 조명 등의 기술 부족으로 의도된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으나, 동영상을 통해 보다 생생한 느낌과 흐름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동영상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이다. 최근 디지털 카메라 기술의 발전으로 학생들도 손쉽게 수준 높은 고화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에서는 동영상보다 사진이 UCC 제작에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동영상보다는 현장감과 전달력이 부족할 수 있다. 사진으로 제작되는 UCC는 자막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업이 더욱 세밀하고 함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사진과 동영상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므로, UCC 제작의 목적과 환경을 고려해 최선의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내려받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자막 자막은 UCC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사진으로 제작할 경우 시각적인 영상으로 메시지의 전달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적절하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함께 제시해야만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동영상의 경우도 영상의 연결 부분, 영상의 내용에서 핵심적인 단어와 문구 등을 자막으로 처리할 경우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게 된다. 자막의 무분별한 삽입은 오히려 UCC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분량의 자막은 보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주기 쉽다. 차라리 텍스트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자막의 크기가 너무 클 경우에는 영상의 효과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으며, 자막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보는 사람에게 확실한 메시지의 전달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영상의 특징을 고려해 자막의 위치를 결정해야 하고, 메시지의 중요성을 고려해 자막의 크기를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화면에 자막은 10자 내외가 적당하다. 음향 UCC는 영상과 자막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음악적 효과가 없다면 무미건조한 작품에 그치고 만다. 마치 음식에 각종 양념과 향신료가 빠진 풍경과 비슷할 것이다. 음식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재료(영상과 자막)에 갖은 양념과 취향에 따른 향신료(음향)를 적절히 조화시켜야 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다만,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사항은 학생들에게 충분히 사전 지도해야 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UCC에 삽입할 경우, 학교에서 수업목적으로 UCC를 제작해 교실에서 상영하는 것은 괜찮지만, 개인 블로그에 업로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대중가요를 UCC의 음향으로 삽입해 사용하는 것 역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UCC 제작 시 유의점 ● 수업용 UCC의 경우 전체 작품 상영 시간은 2~3분 내외 ● 첫 화면은 모둠별 작품 제목을 제시 ● 마지막 화면은 제작진 자막과 전체 모둠원 사진, 출처 등을 포함 ● 자막은 한 화면당 10자 내외로 적절한 위치와 크기에 유의 ● 사진의 경우 한 화면당 7초 내외, 총 20장 내외로 제시 ● 동영상의 경우 음향 녹화에 유의, 지나친 흔들림 자제 ● 음악은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선정 UCC를 활용한 수업 순서 하나, 모둠 구성 및 역할 분담 UCC 제작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둠을 구성하는 것이다. 개인 별로 제작할 수도 있지만 사진과 동영상의 촬영, 편집, 음향 삽입, 자막 제작 등을 전부 혼자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둠 구성은 일반적으로 4~5명이 적당하다.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는 학생 1명, 사진 및 동영상 담당 학생 2~3명, 음향 효과 담당 학생 1명으로 배분할 수 있다. 편집 프로그램 활용 능력은 UCC 제작의 핵심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경험 있는 학생을 모둠별로 1명 이상씩 구성되도록 교사가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 주제 제시 교사가 교과별 학습목표를 고려해 주제를 제시한다. 주제를 제시하기 전에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정도와 인식을 확인하며, UCC 제작을 위한 동기를 유발한다. 또한,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될 UCC 작품을 상영해 안내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사가 제시하는 주제는 학생들이 개별적인 소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것으로 폭넓고 추상적인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사회과에서는 ‘민주주의’, ‘선거’, ‘경제’ 등이 적합하다. 셋, 소주제 선정 교사가 제시한 주제에 적합한 개인별 또는 모둠별 소주제를 선정한다. 예를 들면,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 ‘합리적 소비’, ‘국산품 애용’, ‘소비자 주권’ 등의 소주제를 선정할 수 있다. 넷, 스토리보드 작성 UCC 제작의 가장 중요한 절차다.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사전에 스토리보드에 대략적인 영상, 자막, 음향 등을 정하는 것이다. 집을 지을 수 있는 설계도 작성과 비슷하다. 모둠원이 모두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작성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자막은 영상을 보조하는 역할도 가능하며, 영상 연결 부분에 효과적으로 삽입할 수도 있다. 한 화면에 10자 내외로 삽입하는 것이 적당하다. 음향은 저작권이 소멸된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스토리보드가 완성되면 교사가 점검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준다. 주제의 연계성, 스토리 구성의 정확성과 치밀성, 역할 분담의 적절성 등을 확인한다. 다섯, 중간 점검 모둠별 협동 학습의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적절한 교사의 중간 점검이 필요하다.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스토리보드의 수정 여부와 보완점 등을 확인해주는 것이 좋다. 여섯, 발표 및 평가 모둠별로 UCC 발표회를 진행한다. 작품은 모둠별로 모여서 PC방이나 집에서 제작하는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보드 작성까지의 1차시 수업 후 1~2주 후에 2차시 UCC 발표 및 평가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작품 제출은 이메일을 활용하거나, 인터넷 환경이 미비된 곳에서는 USB, CD 등의 저장 매체를 통해 학교로 가져올 수 있도록 사전에 공지한다. 모든 모둠의 작품을 컴퓨터에 저장시켜 놓고, 한 편씩 감상하는 것이 좋다. 한 편씩 발표를 하게 되는데 모둠 대표가 작품의 설명을 먼저 하고 상영하며, 발표 후에는 간략한 소감문을 적게 하는 것도 학생들의 집중력과 분석력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윈도우즈 무비 메이커(Windows Movie Maker) 사용법 UCC를 제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초보적인 단계부터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급 단계까지 다양하다. 프리미어, 베가스, 매직원 등이 있지만 윈도우즈 운영 체제의 컴퓨터에는 기본적으로 설치되는 윈도우즈 무비 메이커(Windows Movie Maker)를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대부분의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10여 분만 따라하면 누구나 UCC를 직접 제작할 수 있을 만큼 어렵지 않다. 컴퓨터 화면 왼쪽 하단의 ‘시작’ → ‘모든 프로그램’을 클릭하면 윈도우즈 무비 메이커를 찾을 수 있다. 이를 실행시킨 후 아래의 11단계를 따라해 보자. 쉽게 따라해보는 무비 메이커 11단계
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반대로 하기’ ‘반대로 하기’란 문제의 조건에 기술 모순이 생기는 경우 이의 반대되는 상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즉, 고정 부품을 움직이게 한다거나 유동 부품은 고정시키고, 물체를 돌리거나 뒤집어 보는 것이다. 한 예로 영국인들이 옛날부터 우리나라의 생맥주집 격인 펍(Pub)에서 즐겨 하는 다트놀이에 사용되는 다트를 들 수 있다. 다트놀이는 불(Bull)이라고 하는 원판형 과녁에 쇠붙이와 깃이 달린 길이 16㎝의 화살을 던져서 맞춘 부분의 점수를 얻는 게임이다. 다트게임은 지금도 발상지인 영국에서 가장 성행하며, 전 세계적인 레저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뾰족한 화살로 인한 부상의 위험이 있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재미있는 놀이로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어떤 해결방법이 있을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사람들이 뒤에 서 있지 않도록 한다”거나 “피해있는다” 라는 식의 대답을 할 것이다. 이런 방법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이긴 하지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과녁에 박히기 위해 뾰족하게 만들어 놓은 다트 핀의 위험성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자석의 붙는 성질을 이용해 과녁을 자석이 붙는 금속 재료로 만들고 다트 핀 끝을 뾰족한 것 대신 강력한 자석으로 평평하게 만든다면, 이런 위험성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시중에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뾰족한 부분을 둥글게 만들고 재료를 바꾼 것, 반대로 하기의 사례이다.[PART VIEW] 이 원리는 우리 학교현장에도 물론 적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체육시간에 필요한 수영시설을 예로 들어보자. 학교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 수영장을 갖추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공간도 부족하다. 그래서 수영시설은 외부 시설을 이용하거나 간단히 이론적인 부분만 다루고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방학 등을 이용해 체험활동 차원에서 단체로 수영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일회성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으로 수영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좁은 공간을 활용해 재미있게 수영도 할 수 있고 개인적인 수영 연습을 할 수 있는 작은 풀장을 만들어 활용하면 어떨까? 물체의 외부 환경에서 움직이는 부분을 고정시키고 고정된 부분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이용하면 이런 풀장을 만들 수 있다. 그림 2처럼 사람이 이동하지 않고 대신에 물이 흐르도록 한 수영 연습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풀 안의 물이 흐르도록 설계하면 5m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도 하루 종일 수영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물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점과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러닝머신이다. 요리기구에도 이러한 ‘반대로 하기’원리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보통은 아래에서 가열하여 요리를 하지만 뚜껑에도 전기 버너를 설치하면 위아래 양면에서 동시에 요리가 이루어진다. 이것은 열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도구이다. 학생들이 고안한 발명품에도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 있다. 손이 아닌 발로 마우스를 조작하는 맞춤형 발 마우스는 신발처럼 신고 발로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으며, 발목 부분에 고정 장치를 해서 누워서도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발 사이즈에 상관없이 아이부터 어른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크기 조정도 가능하다. 또한 오르막을 오를 수 있도록 만든 스케이트보드도 있다. 스케이트보드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 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르막에서는 탈 수 없을까?’ 고민하던 학생이 용수철의 탄성력과 작용-반작용을 이용해 아래 사진과 같이 오르막을 오를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를 제작한 것이다. 직선을 곡선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구형화’ 구형화는 공간과 관련된 기술 모순을 해결하는 것으로서, 물체의 형태를 직선에서 곡선으로, 평판이나 입방체를 구면 구조로 바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롤러, 볼, 나선형을 사용하거나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구형화는 형상을 변경해 형상이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인 것이다. 문제의 관점에서 보면 원형이든, 사각형이든, 삼각형이든 기술모순을 갖지만 여기서는 주로 직선이나 사각형의 형상에서 생기는 모순을 다룬다. 구형화의 3가지 예를 보면 ① 직선을 곡선으로, 평면을 곡면으로, 입체를 구체로 바꾸기 ② 롤러, 볼, 나선형을 이용하기 ③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고 원심력을 활용하기이다. 직선을 곡선으로, 평면을 곡면으로, 입체를 구체로 바꾸는 원리를 볼 수 있는 곳은 활주로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비행장의 원형 활주로는 무한한 길이를 갖는다. 또한 롤러, 볼, 나선형을 이용한 사례는 농업용 쟁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칼날 대신에 롤러를 이용한 쟁기는 칼날을 이용한 것보다 작업속도가 두 배나 빨라져 효과적이다. 직선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거나 원심력을 활용한 예로는 유정탑이 있다. 직선운동을 하던 유정탑(수직 기둥의 밑둥에 장치된 까치발로서 물건을 오르내리는 기중기의 일종, 이륙탑)을 오른쪽 그림처럼 바꾸면 지름이 80~90m인 바퀴를 이용해 천공파이프를 분해하지 않고 들어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천공 속도를 여섯 배나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학생들의 발명품도 있다. 첫 번째 예는 냉장고가 점점 대형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 특히 내부 공간 활용의 비효율성과 다양한 물건 보관에 따른 어려움, 깊숙한 곳에 물건은 넣거나 꺼낼 때의 문제점 등을 개선한 아이디어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큰 원판을 냉장실의 칸 분리대 위에 설치해 냉장고 문을 열면 회전하게 함으로써 내부 공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위의 나머지 두 가지 문제점도 해결했다. 또한 돌출형 회전식 칸 분리대를 조립식으로 제작함으로써 누구나 필요에 따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학생이 만든 ‘빙글빙글 깔끔이’도 있다. 버려진 코일 바퀴와 막걸리 병, 철사옷걸이, 볼펜대 등을 다양하게 재활용해 실내화 정리대, 실내용 빨래걸이, 붓걸이, 학습용품 꽂이, 공구대 등을 만들었는데, 코일 바퀴 밑에 쇠구슬을 넣어 회전하게 함으로써 사용하기 편리하고 보관과 정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역동성’을 부여해 문제 해결하기 ‘역동성’은 유연성과 관련된 트리즈 원리로 물체의 특성이나 외부 환경을 각 동작 단계마다 최상의 상태가 되도록 변화시키거나, 물체를 서로 상대적으로 움직이도록 분리하거나, 물체를 변화 가능하게 또는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동거울이나, 위장 검진을 위해 유연히 움직일 수 있게 고안된 내시경 등이 이 원리를 응용한 사례이다. 행인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거리에 세워둔 있는 입간판에도 이러한 역동성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위의 왼쪽 사진과 같은 보통 입간판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 종종 쓰러져 다리가 부러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입간판에 역동성을 부여함으로서 해결이 가능하다. 지지대 역할을 하는 다리와 기둥이 만나는 부분을 스프링으로 연결한다. 그러면 유연성이 생겨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휘어지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곧게 서 있게 된다.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로는 분사구가 자유롭게 휘는 분무기가 있다. 가정용 분무기의 앞부분에 자바라 호스를 연결, 분사 방향을 자유롭게 조정해 원하는 곳에 액체를 분사할 수 있다. 또한 분무기 통 속 노즐로 고무 빨대를 사용하고 빨대의 끝에 무게가 있는 쇠를 달아 분무기를 기울여도 액체가 분사되도록 했다. 무게를 조절하는 아령도 있다. 플라스틱 분무기의 물통이나 생수병의 주둥이, 쇠파이프, PVC파이프 등 생활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를 사용해 만든 ‘무게 조절 아령’도 있다. 플라스틱 용기의 양 끝에 내용물 투입구를 만들어 물이나 음료수, 모래 등의 다양한 내용물을 담아 운동의 강도와 몸의 상태에 따라 그 무게를 바꿔가며 운동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라스틱 용기를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아령이 갖고 있는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사용하지 못하는 것들을 재활용 측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아이디어이다. 디지털 그림물감도 있다. 아날로그식인 튜브형 물감과 달리 물감을 구슬모양으로 일정량씩 만들어 색 혼합 공부를 할 때 디지털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 물감이다. 액체인 물감을 고체화시켰다는 점에서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고체 케익 물감과 유사성이 있으나 단순히 팔레트 같은 공간에 물감을 고체화시킨 고체 케익 물감보다 작은 알갱이 단위로 굳힌 디지털 그림물감이 색 혼합 공부를 하는데 훨씬 편리하고 정확하다. 또한 보관이나 나누어 사용하는 데도 편리하다. 왼쪽 사진은 종이로 만든 휴대용 접이식 테이블이다. 야외로 소풍을 나가 간단한 도시락을 먹더라도 테이블이 있으면 상당히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작품은 그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테이블을 종이로 제작해 가볍게 들고 다니며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렇듯 학생들도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 등을 문제의 바탕에 두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차원을 바꿔 문제 해결하기 ‘차원 바꾸기’는 대상물 또는 시스템을 1차원에서 2차원 또는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하는 것을 말한다. 대상물을 단층으로 배열하는 대신 다층으로 배열하거나, 대상물을 기울이거나 돌리거나 혹은 다른 면을 사용해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번잡한 도시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어진 아파트와 영국의 2층 버스는 대상물을 다층으로 쌓아서 문제를 해결한 가장 대표적인 예다. 물체의 옆에 놓아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차원 바꾸기’이다. 통나무를 하나 보관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를 함께 놓아서 보관하는 것이 부피도 적게 차지하며 운반과 보관이 용이하다. 주어진 영역의 반대쪽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사과나무를 예로 설명하자면, 햇빛을 많이 받는 남쪽 줄기는 굵고 튼튼하게 자라며 열매도 많이 맺지만 반대쪽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반대쪽 영역에 거울을 설치해 골고루 햇빛을 쏘이면 여러 면이 균형 있게 생장해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건어물 등을 말릴 때도 사용된다. 물체를 기울여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는 예도 있다. 온실에 많은 양의 햇빛을 비추게 하기 위한 장치로 거울, 즉 2차원인 평면을 기울이면 많은 양의 햇빛을 받도록 할 수 있다. 바닥에 얼음 깎는 장치를 설치한, 빙판 관리 차량은 물체의 사용하지 않는 다른 면을 이용한 차원 바꾸기 사례다. 이는 사용되지 않는 면에 얼음 깎는 장치를 설치함으로써 이상성을 증가시킨 것이다. 이러한 차원 바꾸기 원리를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멀티탭에 적용해보자. 많은 가전기구가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멀티탭은 우리의 생활을 매우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이다. 그런데, 이 멀티탭에 여러 개의 전기코드와 어댑터를 연결해 사용하다 보면 그 모양에 따라 바로 옆의 콘센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불편함이 발생하기도 한다. 콘센트의 간격을 넓히면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지만 그러다보면 멀티탭의 크기가 너무 커지는 기술적 모순이 발생한다. 콘센트의 크기를 크게 하지 않고도 이 기술적 모순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차원 바꾸기의 원리 중 물체를 기울여 시스템의 이상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 멀티탭은 기존의 일자식 멀티탭을 계단식으로 바꿈으로써 큰 전기 코드와 어댑터를 무리 없이 꽂을 수 있도록 기술적 모순을 해결한 학생 작품이다. 차원 바꾸기의 원리 중 2차원을 3차원으로 바꿔 이상성을 증가시킨 ‘꺾이고 접히고 틀리는 멀티 콘센트’도 있는데, 이 아이디어는 평면형태(2차원)인 멀티탭의 사이사이에 축을 설치해 각각의 방향을 3차원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일 때 사람들의 이동 상황에 따라 두 개의 불빛을 이용해 앞뒤 또는 상황에 맞는 각도로 불빛을 벌려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빛 각도 조절 손전등’ 역시 앞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물체를 기울여 시스템의 이상성을 증가시키는 차원 바꾸기의 원리를 적용한 학생의 아이디어다. 적극적인 환경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 다양한 환경문제에 학생들을 빠뜨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서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흥미와 지적 자극을 주는 일 이것이 교사가 할 일인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를 각각의 교수환경에 맞도록 응용해 수업에 적용한다면, 좀 더 내실 있고 창의적인 수업이 가능할 것이다.
역에서 5분쯤 걸어 들어가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옴팍한 떡시루(실레) 같은 실레마을이 나타난다. 김유정의 소설 31편 중 12편의 무대가 이 마을이란다. 김유정이 늘 코다리찌개를 안주로 술을 즐겼던 마을 주막과 소설 동백꽃의 노란 개동백 피는 금병산 기슭의 이야기 등은 마을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김유정의 숨결과 문학의 향기를 누리게 해준다. 소작인의 아들이라 마름의 딸과는 어울릴 수 없다는 조금은 소극적인 ‘나’와 이성에 일찍 눈을 떠서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점순이’의 이야기를 그린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은 ‘나’와 ‘점순이’를 대비적으로 설정해 해학적인 싸움을 벌이게 하는데, 소년의 비성숙성과 소녀의 역설적 애정표현이 갈등 구조를 이뤄 작품에 흥미와 긴장을 더한다. 결국 닭싸움을 매개로 이들 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어 가다가 점순이의 닭이 죽음으로써 절정을 맞게 되고, 이 사건을 계기로 대립적 관계에 있던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된다. ‘갈등’은 ‘해결’을 위한 첫걸음 인간에게는, 의식주를 비롯한 동물적 생존에 필요한 것 외에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데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 갈등 해결학자들에 따르면 그 기본 욕구는 안전, 정체성, 자기결정권, 인정(認定)이며 이러한 욕구가 억압되거나 침해되면 반드시 갈등이 발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동전(中東戰)의 경우, 팔레스타인과 아랍은 그들의 종교적 ·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고 자기결정권을 회복함과 동시에 독립국가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이스라엘과 싸웠고,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을 한 이유는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가족, 민족, 종교, 직업, 신념 등의 정체성과 관련된 갈등은 가장 심각한 양상을 띠며, 또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아무튼 조직사회 속에서 인간은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자아성취를 위해 노력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법과 절차, 그리고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 가지 갈등(葛藤 · Conflict)관계가 발생하게 된다. 조직 내 갈등이 클수록, 구성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건강한 조직문화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갈등은 구성원들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조성해 생산성이나 창의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 갈등은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크게 소모적 갈등과 생산적 갈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차이는 갈등 자체의 속성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하는가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은 근본적으로 사전에 억누르고 방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다. 갈등 거의 없는 조직은 오히려 변화와 발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하여 갈등의 발생은 문제의 시작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며 조직의 파워는 갈등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경영에서의 갈등 관리 학교경영에 있어서 학교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라는 교육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 특성과 역량을 학교의 교육목표와 잘 융합되도록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공동체 간의 견해차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갈등관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주로 ‘인사 및 업무분장’, ‘의사결정구조’, ‘학교 구성원들 간의 인간관계’, ‘교육철학의 차이’ 등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인사 및 업무분장과 관련한 갈등은 승진과 연관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담당업무 희망서를 받고 인사자문위원회의 협의 등 교사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의 고유권한임을 강조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인사 및 업무 분장과 관련한 갈등이 많은 것은 좋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누가 그 자리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가’에 인사와 업무분장의 원칙을 세우고 연공서열과 능력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업무 처리의 편리함만을 생각하고 학교장의 개인적인 취향이 인사업무에 많이 개입된다면 학교 내에서 억측과 소문이 나돌게 마련이며, 이런 것들은 갈등의 불씨가 된다. 본교의 경우, 부장 임용은 강의평가 결과에 기초를 두고 본인의 희망부서와 부서 운영계획서를 받은 후 인사자문위원회의 검토와 협의를 거쳐 그 결과를 반영한다. 일종의 ‘부장 공모제’인 셈이다. 동료들이 인정하는, 그 자리에서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구조는 학교 내에서 학교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과 관련해 매우 중요하다. 일사불란하게 앞만 보고 나아가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처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면서 교직원들을 정신무장 시킨다고 되는 시대도 아니다. 학교 내에서의 갈등은 의사소통 여하에 따라서 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 갈등이 많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점은 합리적 의사 결정 구조의 존재 여부 및 운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교직원의 자문과 교직원 전체의 협력체제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 매주 실시하는 10분〜0분 정도의 직원회의 말고도 본질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 본교에서는 소통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목요일 7교시를 교직원 난상토론의 시간으로 활용하다가 이제는 월요일 7교시를 전체 교직원회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매주 교장 · 교감이 참석하는 전체 부장회의, 3부 부장회의, 학년부장 회의를 각각 1시간씩 가지고 있다. 혹자는 회의가 많은 것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학교를 혁신할 수 있는 권한이 관리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더 가까이 있는 선생님들에게 있는, 그런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교직원은 다른 조직에 비해서 연령 스펙트럼은 비교적 넓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대와 개인 간의 문화와 교육철학의 차이로 인한 상호 이해 부족으로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더욱이 요즘 같이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욕구와 취향이 다양하게 분출되기 때문에 갈등 현상은 더욱 증가될 것이다. 따라서 학교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교장의 자리 또한 쉬운 자리가 아니다. 지난 연재에서도 말한 바 있지만, 이제는 CEO로서 전문 경영 능력이 요구되며 교장을 지위보다는 역할로 인식하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에 입각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지위는 역할에서 연유되었고 일이란 역할 분담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곧 현장 경영이고 헤드십(Headship)이 아닌 리더십(Leadship)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만드는 보잉사에는 와인을 만드는 클럽이 있다고 한다. 회사가 포도압착기를 사주고 와인보관소를 만들어 그들이 만든 와인을 보관해 준단다. 나도 이런 멋진 경영을 꿈꾸어 본다. 와인을 만들면서 낭만과 멋을 즐기는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를 더 매력적인 학교로 만드는 꿈을. 그리고 노천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면서 다음 주에 있을 Co-teaching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같음’과 ‘다름’의 조화 조선의 철학 논쟁에서 가장 큰 사건으로서 조선 주자학을 확립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이황(李滉)과 기대승(奇大升)의 사칠논변(四七論辨)1)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중요한 의미 하나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 논쟁의 핵심은 기대승이 “사단과 칠정이 그 근원에서는 원래 둘이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 이황은 “이 둘은 그 근원에서부터 이(理) · 기(氣)의 구분이 있다”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의 옳고 그름을 놓고 싸운 것이 아니다. 관점의 차이에서 생겨난 논리 싸움이었으니 상대방의 주장을 아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관점의 치우침을 지적한 것이었다. 기대승은 이황이 본래 하나인 것을 둘로 나누는 것을 우려했고, 이황은 기대승이 개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주자학 본래의 의미를 잃을까 걱정했다. 이들은 서로의 치우침을 경계함으로써 각자의 착오를 깨달아 치우침이 없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대승은 이황이 사단과 칠정의 개념을 나눈 깊은 뜻을 자기가 이해하지 못했음을 시인했고, 이황은 기대승의 견해를 수용해 사단과 칠정의 근원이 하나임을 인정했다. 기대승과 이황의, 논쟁을 통해 자신의 옳고 그름을 입증하고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설득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각자의 생각을 교환하고 함께 발전시켜 나간, 그리고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중에서도 같은 점을 찾는, 존이구동(尊異求同)의 지혜가 참으로 돋보인다. 이타적 어울림 아비와 남매가 이웃마을에 소리를 팔고 뉘엿뉘엿 보리밭 돌담길 고개를 넘다가 아버지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니 딸이 화답하고 아들이 북채를 휘둘러 금세 그들의 걸음은 생기를 찾는다. 푸른 보리밭을 따라 누런 황톳길이 나직한 돌담과 함께 그들을 따라 길게 흐른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당리마을에 있는 영화 서편제의 돌담길은 한국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힌다. 우리네 돌담은 밭을 갈다 쟁기에 걸려 나온 돌로 바람을 막을 겸 쌓은 것이다. 그렇게 캐낸 갖가지 돌들이 생긴 대로 서로 받치고 틈을 메워 균형을 잡는다. 치수를 재고 다듬어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돌끼리 부딪치고 양보하고 비비며 서로 어울린다 해서 건축학자 임석재 교수는 이를 ‘이타적(利他的) 어울림’이라고 명명한다. 돌담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담 안팎의 옛집과 오래된 감나무, 이끼와 넝쿨, 꽃들과 함께 돌담은 정겨운 마을길을 지켜왔다. 돌담은 어머니처럼 수수하고 친구처럼 다정해 지나가는 이들을 편안한 상념에 빠지게 한다. 서편제의 OST인 김수철 작곡의 ‘소리길’을 듣는다. 대금과 소금의 깊고 깊은 소리가 포근한 스트링 소리를 배경으로 해서 더욱 맑게 다가온다. 그래, 돌담을 닮은 그런 교장의 흉내부터 내 봐야겠다. --------------------- 1)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에 관한 논변, 사단이란 맹자가 말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시비를 가리는 마음(是非之心)을 말하며, 칠정이란 예기에 실려 있는 기뻐하고(喜), 성내고(怒), 슬퍼하고(哀), 두려워하고(懼), 사랑하고(愛), 미워하고(惡), 욕심내는(欲)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한다. 사단은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발현된 것이고 칠정은 생각이나 헤아림에 의해 변질되어 발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