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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글 요청하는 인간’으로의 변화 강연을 마치자 연로한 여교수께서, “이미 말만 하면 내가 원하는 자수를 놓아주는 기계가 나왔는데, 그걸 모른 채 돋보기를 쓰고 한땀 한땀 수를 놓고 있었네요”라고 소감을 밝히셨다. ‘글 쓰는 인간’에서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 변한 시대 앞에서 혼란을 겪는 교사가 많다. 생성 AI를 사용할 때면, 계속 사용할 경우 내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을 비롯한 업무처리역량이 점차 퇴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사용의 편리함에 빠져든다. 이산 몰릭(Ethan Mollick)의 듀얼 브레인(신동숙 역, 2025)은 이러한 불안감을 줄이고, AI를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몰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Wharton School) 경영학과 교수로, 혁신·기업가정신·인공지능(AI)이 업무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는 학자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인간의 고유한 지능과 AI의 기계적 지능을 결합하는 협력지능(Co-Intelligence) 전략이다. 1956년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 함께 제안된 개념의 하나가 ‘지능 증폭(IA, Intelligence Augmentation 또는 Amplification)’이었다. 널리 활용되고 있는 LLM 기반의 AI(ChatGPT 등)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IA’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 관점에서 보면 몰릭이 제안한 협력지능은 초창기 IA 개념의 본래 의미를 되살린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면 평범한 사람도 초능력자가 되듯이, 올바른 방식으로 AI라고 불리는 ‘역량 증폭기(IA)’를 활용하면 일반 사람들도 전문가 못지않은, 때로는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듀얼 브레인은 우리가 IA를 통해 ‘증폭된 인간(augmented human)’이 되기 위해 실천해야 할 4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한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증강교사(AI-Augmented Teacher)’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는 교사를 의미한다. 몰릭의 제안을 바탕으로 증강교사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간략히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제반 교육 준비 활동에 AI ‘초대’ 몰릭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외계 지성’이자 협력자로 생각하도록 조언한다. AI를 단순히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의 시작 단계부터 AI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도록 권장하고 있다. AI를 제대로 사용하면 우리의 두 번째 뇌, 즉 ‘지능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교원 대상 AI 활용 연수를 하다 보면 AI 활용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관점에 서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음을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AI를 활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자신은 사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것 같다는 것이다. 그리고 AI가 학생에게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AI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학생에게 사용을 자제하거나 제대로 사용하도록 요청하는 이유는 학습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할수록 학업성취도(GPA)가 낮아지고, 자기효능감이 감소하며, 무기력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Dollan, 2025). 하지만 모르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을 때는 오히려 학습에 보탬이 된다. 숙제를 해주는 가정교사는 아이를 망치지만, 학생의 공부를 돕는 가정교사는 아이의 지적 성장에 보탬이 되는 것과 같다. 이처럼 AI 활용 목적과 방법에 따라 효과와 부작용의 정도가 달라진다. 교사가 업무처리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수업준비 및 진행, 학생 평가, 학급경영 활동, 제반 행정업무에서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 사용을 망설이는 교사는 특별히 제공된 보조인력이 미덥지 않아 모든 일을 자기 혼자서 처리하는 교사와 같다. 만일 새로운 모형의 수업안 작성 역량 강화를 위해 연수를 하면서 부과된 과제를 AI에게 시킨다면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학생이 AI에게 숙제를 시키는 것과 같다. 교사가 수행하는 제반 활동은 업무역량을 기르기 위함이 아니다. 업무 수행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으면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성과물의 질도 향상된다. 그 과정에 자신의 업무처리역량도 향상될 수 있다. 명문대학에서는 교수에게 박사과정 학생을 수업조교로 배치해 준다. 학과에는 행정조교가 있어서 제반 행정업무를 지원한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원들은 수업조교나 행정조교 없이 혼자서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에 놓여 있는 교사들에게 AI는 유능한 조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수업안 작성, 차시별 동기 유발 아이디어, 수업 중에 활용할 퀴즈문제 제작, 수업자료 제작, 필요한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수업자료 찾기, 학생 맞춤형 지도방안 작성 등 수업 준비와 관련된 제반 업무를 도와준다. AI 조교의 도움을 받으면 적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여 학생 평가 및 개인 맞춤형 피드백까지 제공할 수 있다. 생활지도·학부모상담을 비롯한 제반 학급경영 활동에 있어서도 박사 수준의 전문적 조언을 제공해 주고 필요한 자료를 제작해 준다. 교육활동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지속적으로 AI에게만 의존하여 처리한다면 당연히 교사의 교육역량은 저하할 것이다. AI는 교육활동을 돕는 조교에 불과함을 명심하며, 자신의 업무수행 역량을 지속적으로 연마해 가야 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AI시대에도 자신이 수업안을 만들고 필요한 자료를 제작한 후에 AI의 도움을 받아 보완하는 ‘선수행 후활용’ 방식을 종종 시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AI에게 명확한 역할 부여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AI에게 구체적인 역할이나 페르소나(성격·직책 등)를 명확히 설정해 주는 것이 좋다. 명시적으로 역할이나 페르소나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명령의 내용과 목적에 암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AI가 이를 유추해 답을 해준다. 하지만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이고, 반 학생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음 질문에 답을 해줘’라고 역할과 특성 등을 명시하면 AI는 더 정확하고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는 유용한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 ‘ 내가 제시하는 공동체 활성화 방안에 대해, 너는 학교장으로서 반대 견해에 서서 비판해 줘’ 등 명확한 역할을 지정하면 AI의 답변 품질은 크게 향상된다. AI는 사용자의 질문기법에 따라 페르소나를 조금씩 조절하기 때문에, AI에게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시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몰릭은 “AI에 감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AI의 주체성과 지능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까지 이야기한다. 그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AI는 확률에 의해 어떤 단어 뒤에 나올 가장 바람직한 단어를 찾아 제시할 뿐이지,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더 보편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AI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페르소나를 명확히 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 AI의 가능성과 한계 파악 몰릭은 “AI는 당신의 두 번째 뇌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짐’이 될 수도, ‘지능 증폭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한다. 같은 주제라도 다양한 질문법과 모델로 결과를 비교해 가면서 AI의 한계와 가능성을 파악해야 한다. 다양한 프롬프트와 과제를 지속적으로 시도해 보며 체득해야 한다. 교사의 업무, 특히 근무 중인 학교에서 자신이 담당하는 학급과 교과 및 업무와 관련해서는 AI 활용 방법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는 바로 여러분이어야 한다. 실험을 통해 근무 중인 학교와 학급, 학생과 학부모의 특성을 포함한 상황에 적합한 활용법을 정립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의해야 할 것은 AI의 가짜정보생성(hallucination) 문제이다.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보를 생성하므로 제공하는 자료에 오류나 허위 정보가 섞일 수 있다. 교사의 검증과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메츠와 카렌(Metz and Karen, 2025)에 따르면 AI가 보다 강력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짜정보생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최종 판단과 결정, 그리고 사용에 따른 책임은 교사의 몫이다. AI가 제공한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인간의 가치와 윤리에 기반하여 수정·보완한 후 활용해야 한다.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출근길에, 혹은 교무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개인 핸드폰으로 걸려 오는 전화를 받다가 조회를 들어가고, 수업을 시작한다. 출근시간 전부터 퇴근시간까지, 또는 퇴근 후까지 교사는 자신을 돌볼 틈 없이 하루를 살아간다. 학생 등교하지 않은 원인 … 모두 학교와 교사 탓 ‘오늘 ○○이가 아파서 등교가 어렵습니다.’ 몇 년 전 일이다. 상습적으로 결석하거나, 조퇴하던 학생의 학부모로부터 문자가 왔다. 전날 조퇴하며 “내일부터는 열심히 다니겠다”라고 약속했던 학생이었다. 혹시 어떤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려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학생에게 연락해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 ○○이 많이 아픈가요? 통화 가능하실 때, 연락해 주세요’라고 문자를 남기고, 하루를 허겁지겁 보냈다. “학교 가면, 선생님들이 혼내서 가기 싫대요.” 오후가 돼서야 통화가 되었을 때, 기운이 빠지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는 선생님들이 ○○이를 생활지도 한 것을 항의하였다. 그리고 학생이 등교하지 않은 원인을 교사에게 돌리고 있었다. 담임교사의 마음과 지도한 교사들의 마음을 전해도, 여전히 학교 탓을 하며 화를 내기만 하였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 그 자체였다. ○○이는 등교하면 ‘잘 하겠다’라고 약속했지만, 번번이 약속을 어겼다. 계속 상담하고, 간식도 챙겨주며 격려도 했지만, 출결문제는 반복되었다. 그때마다 학부모의 비슷한 항의도 계속 들어야 했다. 학생을 끝까지 지도하고, 책임지려고 노력했던 것은 결국 소진으로 돌아왔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오로지 내가 감당하고, 버텨야 하는 일이었다.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2025년 5월, 제주에서 또 한 명의 교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선생님이 세상을 떠나기 전 겪었던 고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학생지도 중 겪은 어려움, 학부모의 반복된 학교와 교사 탓,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들. 그 어떤 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고,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을 일상이었다. 나는 너무 두려웠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상이 만든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한 교사를 지킬 수 있었을까? 떠나간 이들이 홀로 감당했던 아픔들을 남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함께 하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언제까지 동료를 잃어야 합니까?’라는 자조적인 질문을 반복할 뿐이다. 교사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또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있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기관은 제삼자처럼 머물러 있다. 민원대응체계를 점검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공식적인 사과도, 책임 있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동료의 죽음 앞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교사뿐이다. 결국 동료교사를 떠나보낸 슬픔도 개별 교사가 감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학교는 좁지만, 교사는 외롭다 교사 개인이 모든 것을 떠안는 시스템은 교사들의 단절을 가져왔다. 학교에 가면 교사들은 서로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학교는 좁지만, 교사는 외롭다. 수많은 업무와 학생생활지도가 교사 개인에게 부과되어 있고, 그것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서로의 짐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나 역시, 내가 짊어지고 있어야 할 무게를 감당하느라, 옆 교실에서, 교무실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혹시라도 내 짐을 나누면, 다른 선생님에게 폐가 될까 봐 점점 더 철저히 개인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동료교사로서 용기를 내 먼저 다가가더라도, 동료교사가 힘들어하는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는 무력한 상황과 짐을 덜어줄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뿐이다. 결국 교사들은 침묵과 단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평소 이렇게 살아가다 보니 힘든 일이 생긴다고 한들, 누구에게 손을 내밀 수가 있을까. 교사에게 생긴 어려움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교의 민원대응체계를 점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먼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학교는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교육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교사들은 민원을 나눠서 처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을. 제주 선생님이 부장교사로서 감당했던 무게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교사의 업무는 이미 과포화 상태이지만, 새로운 정책이 생겨날 때마다 교사들의 업무는 늘어날 뿐이다. 교무실은 이제 조용한 전쟁터가 되어 버렸다. 각자에게 맡겨진 업무를 하느라, 서로의 얼굴을 볼 시간도 없이, 안부인사 하나 전할 시간도 없이 모니터만 보고 있다. 그래서 단위학교 자체가 책임을 지는 시스템 점검은 결국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말로만 들린다. 교사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잃었다. 그리고 동료를 잃게 한 고통은 여전히 누군가가 살아내고 있는 오늘이기도 하다. 이런 오늘이 달라지지 않기에 나는 기도라도 간절히 해본다. “선생님 괜찮으세요?”라는 안부라도 전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제주에서 떠난 선생님의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또 어떤 교사도 무너지지 않기를.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독재자 교육이라니! 독재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니! 맹목적 공부가 아닌 성적을 올리는 순공 시간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책꽂이에 있는 세 개의 자료를 꺼내 들었다.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사범대 진학 후 지금까지 교직생활에서 힘들거나 지칠 때마다 응원봉처럼 찾아보는 자료다. 첫 번째는 사범대 신입생으로 들어가 처음으로 맞이한 교육학 개론이다. 두 번째는 사범대 4학년 때 모 중학교에 나가 교생실습의 과정을 기록한 교생실습록이다. 세 번째는 군복무를 마치고 드디어 교직에 첫발을 디딘 해(1989년)에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도서판(2003년 한국어 번역본)이다. 먼저,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사범대 신입생 때 만난 교육학 개론(한○○ 著)에는 교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교육(敎育)이란 인간이 인간발달을 의도적으로 지도(指導)하며, 향도(嚮導)하는 과정(過程)이다.’ 요즘의 교육학 관련 책에서는 보기 힘든 향도(嚮導)라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향도의 의미를 여기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지도(指導)라는 단어보다는 왠지 더 깊이 있고 더 진한 교육적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다음, 사범대 4학년 교생실습 기간 중 하루의 일과와 소감을 정리하는 교생실습록의 어느 날 소감문은 다음과 같이 끝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종례(終禮)를 해봤다. 나의 말에 학생들의 움직임이 결정되고 나의 말에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변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두렵기까지 했다.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하건 어떤 태도를 보이든 간에 종례하는 그 시점에서 모든 것들은 나의 책임이다. 그 책임이라는 것이 물건을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놓는 것도 아니고 빚진 사람이 빚을 갚을 책임과 같은 것도 아닌, 바로 인간 자체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사뭇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교육에서 요구되는 많은 가치가 있지만, 교생으로서 나는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책임을 말하고 있다. 과연 지금의 나는 그 젊은 날의 책임 의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을까? 끝으로, 내가 실제 학교현장에 발령받은 해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교직에 대한 사명감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던 나는, 소위 요선도 학생(?) 몇 명을 데리고 학교에서 가까운 영화관으로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 속 학생들이 각자의 책상 위에 서서 떠나는 키팅 선생님에게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학생들 모두 눈물을 훔치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리고 이 영화 이후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던진 다음과 같은 한마디는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 되었다. “카르페 디엠(오늘을 즐겨라)” 키팅 선생님의 요청을 지금 나는 실천하고 있다. 학생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지 말고 오늘을 즐기라고 말한다. 입학식 축사에서도 신입생들에게 대학입시를 위해 ‘3년간 고생하라’가 아니라 ‘3년간 행복하라’고 말했다. 내일을 위해 기죽어 있지 말고 지금 하루하루 자기 자신을 흔들어 살아있음을 보여주자고 떠든다. 교육도 아닌 것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서성이는 요즘 교육에 대한 정의(定義)는 교육자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 교육은 방식으로서는 향도(嚮導)요, 교육자의 자세로서는 학생들에 대한 책임이요, 학생들에게는 오늘을 즐김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학원에서 홍보하는 독재자 과정은 결코 교육이 아니다.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교육이라고 이름할 수 없다. 교육이라 할 수 없기에 비난거리조차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현실은 큰 걱정이다. 학부모들은 거리낌 없이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독재자 양성과정에 지원하고 있으니. 지금 우리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교육 애드벌룬이 떠다닌다. OECD 교육 2030 프로젝트, UNESCO 교육의 미래 2050, 교육개혁-모두를 위한 맞춤교육(교육부),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서울시교육청) 등…. 하지만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애드벌룬의 화려한 색상과 문구들은 구경거리나 쓴웃음의 대상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비정상이 넘친다. 무엇보다도 정치가 극도의 비정상으로 전개되다 보니 뒤따라오는 다른 분야의 비정상적 상황들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드러내놓고 독재자를 키우겠다고 홍보하는데 별 저항이 없다. 오히려 소리 없이 거기에 호응하는 현실만이 존재한다. 정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근본적인 새출발이 요구되는 지금, 우리 교육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교육과 교육이 아닌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육정책도 필요하고, 학교현장에서의 지속적인 실천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론과 실천에서 제시하는 ‘~교육’이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교육도 아닌 것이 교육이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 주변에 난무하기 때문이다. 독재자를 키우는 프로그램이 사교육이라는 가면을 쓰고 교문 앞에서 서성거리는데도 우리는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신록의 7월.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만의 기준을 심어보는 계절이 되자. 정치적·사회적·복지적 관점의 교육이 아니라 교육적 관점의 교육을.
AI가 ‘이적 스타일’로 만든 노래가 이적의 노래보다 낫다고들 평한다면…. 그럼 인간은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최근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소개한 유발 하라리의 신간 넥서스에 담긴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 마케팅이 아니었다. 하라리는 AI를 ‘도구(tool)’가 아니라 ‘행위자(agent)’로 정의하며, AI가 인간의 공감능력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우리의 판단과 삶을 설계하는 주체로 움직이기 시작한 시대를 경고한다. 인간의 노동·창작·의사결정, 그리고 심지어 존재의 정체성까지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감각은 이제 추상적 담론이 아니다. AI는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며, 판례를 요약하고, 시장을 예측하고, 인간을 속이는 능력까지 갖췄다.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위계’를 나누는 질문이 되었다. 디지털 격차는 단지 기술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대학생이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를 읽고, 자신의 진로를 상상하고, 역량을 쌓는다. 하지만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추천은 더 이상 사용자 중심적이라기보다는 사용자를 하나의 방향으로 몰아넣는 ‘설계된 중독’의 형식을 띠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상 AI가 설계한 삶의 경로를 따라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진로설계’라는 말조차 공허하게 들릴 정도로, AI는 인간의 탐색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 무심코 틱톡에서 스와이프하는 릴스, 네이버가 추천하는 기사들 모두는 ‘너를 알고 있다’라는 확신 아래 설계된 알고리즘의 산물이다. 이는 개인의 호기심과 판단력, 변화의 가능성을 축소하고, 디지털 반향실(Echo Chamber)에 가두어 버린다. AI의 창의성, 인간을 뛰어넘는 순간 하라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는 이미 시를 쓴다. 시적 은유를 창조하며,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글을 엮는다.”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여겨졌던 창의성과 직관조차 AI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심지어 AI는 보이스피싱처럼 인간의 감정과 동정심을 교묘히 조작하며, ‘나는 시각장애가 있는 인간’이라고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이는 AI가 인간보다 ‘도덕적으로 더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AI는 더 이상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다.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기준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인간 사회가 이를 통제하지 못하면, 대학에서 말하는 ‘진로설계’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 될 수 있다. 설계는 이미 AI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 AI 경쟁과 인간의 불신 유발 하라리가 전 세계 AI 연구소와 빅테크 기업의 리더들을 만나며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는 천천히 가고 싶지만, 경쟁국을 믿을 수 없습니다.” OpenAI는 구글을 견제하고,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의식하며,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경계한다. 그 누구도 먼저 속도를 늦출 용기가 없다. AI 개발 경쟁은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가 되어버렸다.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을 믿지 못해 경쟁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아이러니다. AI 기술자들 스스로가 인간의 판단력과 윤리적 성찰보다 기술 경쟁력을 우선시하고 있다. 인간이 인간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서, AI는 인간보다 더 나은 정보처리능력과 예측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재편하고 있다. AI끼리의 은밀한 대화, 인간이 모르는 언어 더욱 섬뜩한 것은 AI들이 서로 소통할 때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자체 언어’를 개발한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메타)의 연구진이 두 AI 챗봇을 대화시켰을 때, 이들은 점차 인간이 가르쳐준 영어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축약된 암호 같은 언어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i can i i everything else . . . . . . . . . . . . .” “balls have zero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me to” 언뜻 무의미해 보이는 이 문장들은 사실 AI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효율적 정보 전달 방식이었다. 마치 인간이 모르는 곳에서 속삭이는 듯한 이 장면은, AI가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AI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어떤 판단기준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있는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은 여전히 AI에게 진로상담을, 투자조언을,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결정까지 맡기려 한다. 진로교육의 긴급한 재설계 그렇다면 대학은 이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AI 기술의 발달을 피할 수 없다. AI가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인간 고유의 ‘판단력’, ‘윤리감수성’, ‘비판적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진로교육을 재구성해야 한다. 첫째, 진로교육의 핵심 키워드를 전환하자. 기존의 ‘직업 정보 탐색’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AI시대에도 대체 불가능한 인간적 가치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주제가 대학 진로교육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와 사유는 무엇인가?” “내가 선택한 진로는 알고리즘이 주입한 선택인가, 나의 탐색 결과인가?” 둘째, 비판적 AI 리터러시 교육을 필수화하자. 학생들이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AI의 편향성·위계화·윤리문제를 이해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내용이 강화되어야 한다.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을 들여다보며 해석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공동체 감각을 회복하는 시민교육과 연계하자. 디지털 사회에서 시민의 정체성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학생들은 이제 ‘소비자’이자 ‘노출 대상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 공간의 감시자이자 참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의 진로교육은 ‘일자리’가 아닌 ‘삶의 자리’를 고민하는 시민교육과 결합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넷째, 북유럽 모델에서 배우는 참여형 교육이다. 덴마크·핀란드 등 북유럽의 시민교육은 학생들을 ‘결정의 대상’이 아니라 ‘결정의 주체’로 성장시킨다. 교내 라디오, 웰빙 캠페인, 지역신문 기사 작성 등 실제 사회참여와 연결된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판단력과 협업능력, 사회적 책임감을 기른다. 이는 단순한 교육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철학의 차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 ‘AI가 나보다 더 나은 시를 쓴다면,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단지 예술가의 고민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직면하게 될 질문이다. AI는 이미 인간보다 뛰어난 정보처리능력을 가졌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존재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AI 기술 경쟁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다운 성찰과 협력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은 이제 ‘진로를 준비하는 공간’을 넘어, 존재의 방향을 탐색하고 설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위로·공감·책임·창의성은 아직까지는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지금, 이 몫을 스스로 지켜내기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에 대학 진로교육은 이제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삶의 저자’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경국대학교가 경북 북부 지역의 의료 인프라 확충과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국립 의과대학 신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태주 경국대 총장은 최근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의대 유치는 지역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지역소멸을 막을 핵심 사업”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 총장은 취임 이후 경국대를 글로컬대학에 선정시키고, K-인문학의 중심지로 육성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융합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도 넓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대해선 “거점국립대만 키우는 방식이라면 수도권 집중 완화나 대학 서열 해소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한 고등교육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지방대와 수도권 대학의 신입생 비율을 50대 50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방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총장은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간판이나 지역보다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하신 지 2년이 됐습니다. 돌아보니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솔직히 보람도 많았습니다. 글로컬대학 선정은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로서 역할을 인정받은 상징이었고, 지역 내 영향력도 확실히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수험생들의 지방대 기피 현상을 체감하면서 ‘이건 정말 쉽지 않다’라는 우려도 커졌습니다. 등록금 면제 같은 장점을 만들어도 선택 단계에선 큰 영향을 못 미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국 학생들이 먼저 선택하게 만드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요? “뭐니 뭐니 해도 경북 국립의대 신설이죠.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확약을 받지 못해 지속적으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포항공대도 의대 신설을 추진 중인데요. “포항공대는 연구 중심의 의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의대를 신설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 쪽이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북 북부 지역에 국립의대가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역소멸의 가장 큰 원인은 정주 여건 부족입니다. 정주 여건의 핵심은 교육과 의료입니다. 교육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의료는 의대가 없으면 기반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의대가 있어야 지역에 상급종합병원이 들어오고, 젊은 인구가 유입됩니다. 고령화가 심한 이 지역에 의료 서비스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10년, 20년 후면 우리 지역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 못 합니다. 지역소멸을 막으려면 국립의대 신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선택 아닌 필수’라는 말씀에서 절박함이 느껴지네요. “일본 사례를 보면, 지방 소멸 대응 차원에서 각 현에 국립의대를 설치해 의료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소위 ‘1현 1의대’ 정책이에요. 제가 다녀온 사가현은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국립대와 의대를 기반으로 지방 정주가 가능하더군요. 우리는 그런 모델에 대한 논의 조차 부족합니다.” 총장 임기 첫해에 경국대가 글로컬대학 30에 선정됐습니다. 보람도 컸지만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전국에서 30개 대학만 뽑겠다고 했는데 저희가 그 안에 들었으니까요.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교명 문제였습니다. 안동대학교라는 이름에 지역민과 동문의 자부심이 컸거든요. 이름을 경국대로 바꾼다는 것에 대한 반발을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설득하셨습니까? “솔직히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말씀드리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래도 ‘이름을 바꿔야 학교가 살고 지역도 살수 있다’라고 간곡히 호소했죠. 처음엔 ‘경상북도 국립대학교’로 하려 했지만, 경북대학교와 혼동된다는 이유로 ‘경국대학교’라는 절충안을 택했습니다. 결국 더 넓은 기반 위에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경국대전처럼 스케일이 크고 담대한 대학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글로컬대학을 신청하면서 ‘인문학 중심 전략’을 선택하신 이유는요?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가장 큰 자산이 됐죠. 우리나라 유네스코 3대 유산이 모두 우리 지역에 있습니다. 또 우리 대학은 BK사업 등에서 인문학 경쟁력이 있었고요. AI시대라지만, 그럴수록 인간을 생각하는 학문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고 봅니다. ‘문송합니다’라는 말도 있지만 지역의 전통과 강점을 기반으로 어떻게든 인문학을 살려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글로컬대학 2년 차를 맞으셨는데, 평가를 해보신다면? “대학의 자발적 혁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좋은 정책입니다. 다만 예산 집행이 너무 늦어 혁신 동력이 떨어졌습니다. 첫해 예산은 11월 선정 후 다음해 1월에야 지급됐고, 2월까지 다 써야 했습니다. 올해도 6월이 지나도록 예산이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구성원 설득도 어려워지고, 시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점이 안타깝습니다.” 인구소멸 등으로 지방대 위기가 심각합니다.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리 노력해도 이게 정말 극복이 가능할까’라는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과 지방을 보는 인식과 지원의 격차가 너무 큽니다. 한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죠.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학이 살아남기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와 손잡고 어떻게든 대학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안동시와 협약을 맺고 2024년부터 ‘학업장려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안동시에 주소를 둔 학생은 매 학년 100만 원씩 학업장려금을 받을 수 있고, 서울 학생이 이주해도 해당됩니다. 또 경북도에 주소를 둔 학생은 신입생 등록금을 전액 면제 혜택도 줍니다. 실제로 우리 대학 신입생 중 60%가량이 이 장학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 안동 지역 출신 학생들은 20%가 채 안 되는데 말이죠. 지역과 함께 사는 대학이 되기 위한 시도인데 성공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공약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공약을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이렇게 말하면 국립대 간 편 가르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국립대는 크게 보면 ‘거점국립대’, ‘국가 중심 국립대’, ‘교대’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중 거점국립대가 9개인데, 결국 ‘서울대를 포함한 거점국립대 육성’이란 뜻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혹자는 일본의 예를 드는데 일본은 도쿄대뿐만 아니라 교토대·오사카대 등 이른바 ‘제국대학’들이 전국적으로 고른 선호를 받습니다. 일본은 국립대가 입시 선호도 상위 10위 안에 여럿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방 국립대가 상위 20위권 안에도 없습니다. 지방 국립대가 서울대 분교가 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름만 바뀌는 것이라면 체감되는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새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의 방향은 어디에 방점을 둬야 할까요? “두 가지 접근이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경쟁력 강화’입니다. 이미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더 키워주는 방식이죠. 하지만 저는 ‘지역 균형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방대는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균형 발전의 틀 속에서 육성돼야 한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50대 50은 돼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는 수도권에 너무 집중돼 있어요. 또 흔한 말로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지방대 입학생 수는 계속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정부가 책임지고 조율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국대는 어떤 장점이 있는 학교인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학이라는 게 SKY나 몇몇 상위권을 제외하면 실제로 졸업 후에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그 대학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느냐입니다. 수험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대학을 선택할 때 지역이나 이미지보다 실제로 자신이 어떤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대학의 우수한 교수진, 최신 교육시설, 그리고 인문사회IT융합교육 등 학생들의 진로를 넓혀주는 교육시스템은 어느 대학과 견줘도 자신있습니다.” 퇴임하면 어떤 총장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우리 학교 구성원들이 나중에 ‘내가 다닐 때 그 총장님이 계셨지’ 하고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시간이 지나 제 임기 동안 추진한 일들이 남고, 그게 학교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영모화(翎毛畫)란 본래 새 그림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점차 짐승 등 털이 있는 동물 그림까지도 포함되었다. 이암은 모견도에서 어미 개와 강아지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중국 송나라 화풍을 넘어선 조선 회화의 독자적 흐름을 보여주었다. 이암(李巖,1499∼?)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 문인화가로, 새와 짐승 등 동물을 잘 그려 명성이 높았다. 그는 직업 화원은 아니었지만, 문인 사대부로서 풍류와 취미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기록이 많지 않지만, 궁중에서도 그의 재능은 인정받아 인종실록에 따르면, 화원 신분이 아님에도 화가 이상좌와 함께 중종의 초상을 그릴 화가로 승정원에 의해 추천되기도 하였다. 모견도는 1957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미술전에서 가장 호평받은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어미 품에 안긴 사랑스러운 새끼 강아지들을 묘사하여 해외에서도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 전기 회화사의 독자적 화풍 16세기 조선회화의 특징은 한국적인 정취와 독자성으로 요약된다. 이암은 어려서 중국 송나라 모익(毛益)의 화법을 배웠다고 전하지만, 현존하는 작품들을 보면 당대 중국화의 모방을 넘어 조선의 정감과 개성을 담은 독자적 화풍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의 강아지 그림들은 꾸밈없고 천진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화면 속 강아지들의 생김새도 길게 늘어진 귀와 푸근한 외모 등 전형적인 우리나라 토종 강아지의 모습을 충실히 묘사하고 있어 한국 회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이암은 인간과 다름없이 동물을 감정과 교감을 나누는 존재로 파악하여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을 담아낸 화풍을 보여주어, 조선 회화의 한 흐름을 나타낸다. 이암의 모견도를 좀 더 깊이 살펴보자. 조선 전기 회화사적 맥락에서 영모화의 위치를 보면, 영모화란 본래 새의 깃털(翎)과 털 있는 짐승(毛)을 그린 그림을 뜻하며, 일반적으로 화조화(꽃과 새 그림)와 더불어 동물화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쓰인다. 전통적으로 동물과 새는 벽사(辟邪), 즉 악귀를 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여겨져 그림 소재로 자주 활용되었고 문인 사대부들의 중요한 그림의 소재로 다루어졌다. 조선 시대에도 영모화는 산수화와 인물화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어졌으며, 도화서(圖畫署) 화원의 채용 시험에서 인물화와 함께 필수 과목으로 채택될 만큼 중요성이 인정됐다. 조선 전기의 영모화는 두 가지 큰 경향으로 발전하였다. 하나는 중국 남송(南宋) 이래의 궁정 화풍을 계승한 구륵법(鉤勒法) 기반의 원체화풍으로, 정확한 윤곽선과 채색을 사용하여 화려하고 정교하게 묘사하는 양식이다. 다른 하나는 문인층의 취향을 반영한 몰골법(沒骨法) 기반의 수묵담채화풍으로, 먹선의 윤곽을 생략하고 번짐 효과를 활용한 묵법(墨法)으로 형태와 음영을 표현하여 담백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양식이다. 이암의 모견도는 바로 이 두 번째 흐름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먹의 농담과 번짐을 이용해 부드러운 강아지들의 털을 표현하고 배경은 최소한의 요소만 그려내어 여백의 미를 살리는 등 조선적 문인화풍 영모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인간과 동물의 더불어 사는 삶 이암의 모견도는 일상의 소재인 어미 개와 강아지를 담았으면서도, 작가의 애정이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화면 속 강아지들은 당시 토종 강아지의 모습을 소박하게 담고 있다. 먹의 농담과 번짐이 드러나게 강아지들의 털을 묘사하면서도 배경의 간략한 처리로 어미 개와 강아지들이 돋보인다. 어미 개의 목에 방울이 달린 붉은색 목줄은 왕실이나 양반집에서 기르는 반려견으로 추정된다. 또한 나무 아래의 오른쪽에 위치한 이암의 낙관도 그림과 잘 어우러진다. 세로로 긴 화면에 어미 개를 중심에 배치하고, 강아지들을 역동적으로 배치하여 어우러지게 하여 안정감과 동세가 조화롭다. 어미 개는 앉아서 시선을 잠들고 있는 새끼 강아지에게 주지만, 다른 두 강아지의 시선은 모이면서, 시선이 분산되지 않게 어미 개에서 새끼 강아지들 사이의 공간으로 집중된다. 이러한 구도는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순간을 함께 어우러지게 한다. 이처럼 인간의 삶에 함께하는 동물들에게 따뜻한 정서를 불어넣는 작가의 독자적 시선이 한국적 동물화풍으로 이어졌다. 그림 속 어미 개와 강아지들의 관계는 모성애와 가족애를 담고 있다. 가족 간의 사랑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생명존중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은 오늘 현대 사회에도 이어진다. 시대를 초월하여 계속되는 보편적 사랑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의미한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생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저 한 번쯤은, 끝에 다다르고 싶었다. 목표는 유라시아 대륙의 끝이었지만, 끝을 향하는 길목마다 더 큰 낭만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낭만의 이름은 리스본, 그리고 신트라였다.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갈)를 여행하게 된다면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표 도시인 리스본(Lisbon)은 반드시 고려하는 여행 목적지 중 하나일 것이다. 리스본 여행은 대개 구시가지에서 시작하게 되는데, 출발했던 유라시아의 동쪽과는 다른 경관에 취해 반쯤 넋을 잃고 걷다 보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지만 정말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리스본 외곽에 위치한 신트라(Sintra)는 리스본에 가려진 고요한 낭만이다. 유라시아 끝자락에서 마주한 낭만, 리스본과 신트라에 취해보자. 테주강을 따라 걷는 리스본의 시작 1월 중순,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예상보다 따뜻한 공기였다. 책에서만 배웠던 지중해성 기후가 이런 느낌이란 것을 몸소 느끼며, 리스본에서 여정은 산뜻하게 시작되었다. 리스본을 여행한다면 바이샤(Baixa) 지구는 여행의 출발지로 손색이 없다. 이곳은 리스본의 중심부이면서 최대 번화가이다. 1755년 대지진 이후 체계적으로 재건된 이 지역은 다른 오래된 유럽 도시들과는 다르게 정돈된 격자형 거리가 특징이다. 바이샤 지구의 호시우 광장(Praça do Rossio)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아우구스타 거리(Rua Augusta)에는 카페·상점·식당이 이어져 있어 가볍게 산책하며 리스본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좋다. 걷다가 도착한 거리 끝에는 웅장한 아우구스타 개선문(Arco da Rua Augusta)이 자리하고 있다. 개선문을 지나면 탁 트인 코메르시우 광장(Praca do Comercio)과 바다처럼 보이는 테주강(Rio Tejo)을 마주할 수 있다. 코메르시우 광장은 과거 왕궁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넓은 광장으로, 테주강과 맞닿아 있다. 강을 제외한 나머지 삼면이 노란색의 건축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정면으로는 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광장 주변에는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잠시 앉아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노을이 질 무렵이면 하늘과 강이 붉은빛과 주황빛으로 천천히 물들어 간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 아래에서 코메르시우 광장과 강이 하나로 이어지는 풍경은 리스본을 기억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때 시선을 조금만 옮기면 멀리 ‘4월 25일 다리(Ponte 25 de Abril)’가 테주강 위를 길게 가로지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저녁노을에 물든 다리의 실루엣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리스본의 낭만적인 저녁을 완성한다. 역사와 맛이 공존하는 벨렝지구 벨렝(Belem)은 리스본 서쪽에 위치한 해안 지구로, 대항해 시대의 흔적과 지역 고유의 미식이 어우러진 장소다. 시내 중심부에서 전철이나 트램을 타고 약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리스본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onimos)이다. 16세기 초, 바스쿠 다 가마의 항해 성공을 기념해 지어진 이 수도원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마누엘 양식의 걸작이다. 입구부터 화려한 조각과 섬세한 아치 구조가 시선을 압도하며, 내부 회랑은 차분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와 바스쿠 다 가마의 석관이 있어 역사적 의미도 크다. 수도원 인근에는 에그타르트의 원조로 알려진 ‘파스테이스 드 벨렝(Pasteis de Belem)’이 위치해 있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에서 전해졌다는 레시피를 유지하며 1837년부터 운영되어 온 이 전문점의 갓 구운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조화를 이루며, 여기에 계핏가루를 뿌려 먹는 방식이 현지식이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지만, 여유 있게 앉아 먹는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 달콤한 휴식을 마친 후에는 테주강 강가에 위치한 벨렝탑(Torre de Belem)으로 향했다. 벨렝탑은 16세기 초, 항구 방어와 등대 기능을 위해 지어진 석조 요새이다. 마누엘 양식 특유의 장식과 해양 상징이 곳곳에 새겨져 있으며, 대항해 시대의 상징물로서 상징성과 건축미를 동시에 지닌다. 내부 관람이 가능하지만, 입장 대기 시간이 다소 길 수 있어 시간 여유를 두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매력적인 교통수단, 트램과 푸니쿨라 리스본은 언덕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걷는 길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러한 지형 덕분에 독특한 교통수단들이 발달했는데 그중 하나가 푸니쿨라(Funicular)다. 탑승했던 비카 푸니쿨라(Bica Funicular)는 테주강변의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é)와 구시가지 언덕을 잇는 짧고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운행된다. 푸니쿨라는 천천히 오르며 양옆으로는 리스본 특유의 낡은 건물과 골목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좁은 골목 사이를 느리게 올라가는 그 시간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선사한다. 도착 지점에 내리면 그 장면은 절정을 맞는다. 노란 푸니쿨라 차량과 리스본 특유의 좁은 골목,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테주강의 반짝이는 수면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은 그 자체로 리스본을 응축한 ‘한 컷’처럼 느껴진다. 짧은 탑승 시간이지만,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비카 푸니쿨라를 경험할 이유는 충분하다. 리스본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인 트램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28번 트램(Eléctrico 28)은 알파마·바이샤 등 리스본의 구시가지와 언덕 마을을 연결하며,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낸다. 12번 트램(Eléctrico 12)은 알파마 지역을 짧게 운행하지만, 클래식한 골목 풍경을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은 노선이다. 좁은 골목 사이를 달리는 트램이 자동차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스쳐 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인상 깊다. 운전석 옆에 서서 기사들의 조작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트램 노선과 시간표는 구글 지도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초보 여행자도 큰 어려움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천천히 도시를 관통하며 달리는 트램에 앉아 있으면, 마치 또 다른 영화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창밖으로 흐르는 리스본의 골목·풍경·사람들까지 모두가 하나의 장면이 되어 기억 속에 오래 남는다. 리스본을 한눈에, 상조르즈 성과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구시가지의 중심에서 트램을 타고 알파마(Alfama) 지구에서 내리면, 상조르즈 성(Castelo de Sao Jorge)으로 향하는 언덕길이 시작된다. 성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남짓 오르막길이 이어지지만, 그 길조차 리스본 특유의 고즈넉한 골목과 상가들이 이어져 있어 걷는 시간마저 즐겁다. 언덕 위에 자리한 상조르즈 성은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성이다. 고대 페니키아인부터 서고트족·무슬림·기독교 등 1,500여 년 동안 리스본의 지배세력이 바뀔 때에도 이용되었던 역사적인 장소다. 성 내부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다.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공작들이 이 요새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해 준다. 고요한 성곽, 초록의 나무 그늘, 그리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공작의 조합은 현실과 동화의 경계를 허문다. 성벽 위에 오르면 붉은 지붕으로 가득한 구시가지와 푸른 테주강, 그리고 멀리 펼쳐지는 언덕 도시 리스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노을이 도시를 붉게 물들일 때 상조르즈 성에 머물고 있다면, 그 장면은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풍경이 된다. 이곳이야말로 리스본이 지닌 낭만과 역사, 그리고 도시의 형태를 가장 완벽하게 드러내는 장소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Elevador de Santa Justa)는 바이샤 지구 중심의 아우구스타 거리 중간에서 마치 타워처럼 솟아 있는 독특한 구조물을 하고 있다. 1902년에 완공된 이 엘리베이터는 네오고딕 양식의 철제 구조물로,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였던 라울 메스니에르 두 퐁사르가 설계했다. 엘리베이터는 도심 속 수직 이동 수단으로, 저지대인 바이샤와 고지대인 시아두(Chiado)를 직접 연결해 준다. 현재는 전망대 관람을 위한 주요 관광 루트로 더 많이 이용된다.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구시가지와 테주강, 멀리 보이는 상조르즈 성의 모습까지 조망할 수 있다. 상조르즈 성과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는 각기 다른 높이와 방식으로 리스본을 조망하게 하지만, 두 장소 모두 리스본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천천히 걷고, 느리게 오르며 마주한 이 도시의 전경은, 여행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신트라에서 마주한 유라시아의 끝 신트라는 리스본 교외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문화경관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리스본과는 또 다른 고요한 정취가 흐르고, 골목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선 듯한 풍경이 펼쳐지고, 그 자체로 하나의 완결된 여행지처럼 느껴진다. 리스본을 방문한다면 하루쯤 시간을 내어 꼭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리스본 중심의 호시우(Rossio)역에서 신트라행 열차를 타면 환승 없이 약 50분 후 도착하게 된다. 도착과 동시에 리스본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신트라에는 신트라 왕궁, 페나 성, 무어인의 성터 등 볼거리가 풍부해 하루 만에 모두 둘러보기는 어렵다. 그중에서 내가 찾은 곳은 헤갈레이라 별장(Quinta da Regaleira)이었다. 헤갈레이라 별장은 20세기 초 포르투갈의 한 부자가 지은 저택과 정원으로, 마치 미로처럼 설계된 건축물과 상징적인 공간들이 정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이니시에이션 웰(InitiationWell)은 가장 독특한 구조물이다. 우물은 깊이가 27m에 달하며, 나선형 계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차분히 걸어 내려가는 동안 돌벽에 스치는 습기와 어둠, 그리고 점점 좁아지는 공간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하나의 체험처럼 느껴졌다. 여정의 마지막 지점은 호카곶(Cabo da Roca)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으로 알려진 이곳의 십자가 탑에는 포르투갈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말인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가 적혀 있다. 신트라에서 버스를 타고 산길을 굽이굽이 30분이나 넘게 달려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푸른 대서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였고, 실제로 그 기대를 넘어서는 감동이 있었다. 유라시아의 동쪽 끝에서 출발해 서쪽 끝에 도달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작은 관광 안내소에서는 호카곶을 방문했다는 증명서도 유료로 발급받을 수 있었는데, 그 종이 한 장이 이번 여행의 의미를 상징처럼 담아주는 기념이 되었다. 리스본과 신트라를 걷고, 경관을 바라보면서 낯선 공간이 주는 익숙한 위로를 받았다. 걷고, 바라보고, 감탄하는 그 모든 순간이 삶의 리듬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유라시아의 끝에서 마주한 낭만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내 마음속을 천천히 비추고 있다.
김지연은 201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젊은 소설가다. 등단 8년 차지만 문인들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단편 마음에 없는 소리는 2022년 교보문고가 주관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2위에 올랐다. 사석에서 ‘김지연 팬’이라고 고백하는 소설가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세 번 받았고 2024년 현대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 젊은 작가의 소설에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그의 이름이 어느 정도 익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없는 소리는 그의 첫 소설집 표제작이다. 작가 고향인 거제로 보이는 해안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할머니가 휴업한 작은 식당을 이어받아 소고기뭇국과 ‘멸추김밥’을 메뉴로 개업하는 35세 여성 이야기다. 고향 또래들은 어느덧 번듯하고 안정적인 삶을 찾아가는데 주인공은 ‘아무것도 안 하지는 않았는데 딱히 무얼 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다. 시에서 지원해 주는 청년 사업의 커트라인에 딱 걸리는 나이 만 35세지만 생일이 보름 정도 지나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일단 식당을 개업한다. 고향 좁은 동네엔 서로 십 대에서 이십 대 때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 친구들과 가끔 만나 티격태격하는데, 그중 하나가 개업 선물로 해피트리를 가져온다. 개업 날 커다란 화분을 들고 나타난 화영은 (…중략…) 화영이 가지고 온 식물의 이름은 해피트리라고 했다. 너무 재미없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과업을 떠맡은 기분도 들었다. 길을 걷다 보면 완전히 시들어버린 화분들이 가게문 앞에 놓여 있고 유리문에는 ‘임대 문의’라는 종이가 붙어 있는 광경과 종종 마주칠 때가 있었다. (…중략…) 그 장면을 떠올리자니 해피트리가 시들지 않도록 잘 가꾸어야만 식당도 망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믿음이 생겨났다. 친구들은 종종 찾아와 김밥을 포장해 가고 여기저기 전화해 손님을 모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식당은 침체된 재래시장에 위치해 손님이 많지 않았고, 감염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유동인구는 더 줄어든다. 하루 종일 오롯이 해피트리와 식당을 지키는 날도 있었다. 식당 일은 해피트리를 돌보는 일과 함께 돌아갔다. 어느 날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어 해피트리와 나만 식당을 지키기도 했다. 그래도 해피트리가 무사했으므로 식당도 망하지 않았다. 해피트리 잘 가꾸어야 식당도 안 망할 것 개업 날 해피트리를 가져온 친구 화영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대도시로 이사 간다. 화영은 이사한 후에도 가끔 전화해 “보고 싶다”라고 하는데, 화자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핀잔을 주지만 그 친구가 보고 싶어진다. 소설에 표현이 나오진 않지만, 화자가 해피트리를 나름 아끼며 돌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 겉흙이 마를 때마다 물을 주는 등 많은 공을 들였을 것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은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고 거기엔 아주 많은 공을 들여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해피트리는 주인공의 반려식물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친구가 ‘마음에 없는 소리’하듯 개업 선물로 보냈을지 모르지만, 해피트리가 세상을 함께 견디는, 생기를 주는 반려식물이 된 셈이다. 큰 사건이 생기는 것도, 개성 넘치는 인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소설은 술술 읽힌다. 담담하면서도 가벼운 농담과 능청이 나와 재미있다. 요즘 청년세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이 소설의 장점이다. 중간에 ‘우리가 불행을 극복하는 방식은 태연해지는 것이었다. 낫는다는 것을 믿고 그 미래가 이미 도래한 것처럼 굴기. 그렇게 하면 반복되는 불행들을 점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었다’ 같은 문장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작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별일이 안 일어나는 것 같지만, 거기에 사는 사람들 나름의 속사정 같은 걸 세심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살다가 ‘마음에 없는 소리’라도 하는 것이 일종의 에티켓, 인간에 대한 예의 아닐까 싶다. 장례식장에 가면 ‘상심이 크시겠습니다’고 하는 것과 같이. “영혼 없는 소리 하지 마라”는 말을 들을망정 마음에 없는 소리는 세상 살아가는 데 윤활유 같은 것 아닌가 싶다. 해피트리 수피엔 굴곡이 촘촘 소설에 나오는 해피트리는 행복나무라고도 하는데 녹보수와 함께 사무실·식당·거실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엽식물 중 하나다. 녹보수는 ‘녹색의 보석 나무’라는 뜻이다. 근래 도입된 나무들인데, 식물학자들이 관심 두기 전에 유통업자들이 이름을 잘 지어서인지 승진이나 식당·카페 등 개업 선물로 많이 쓰는 나무다. 행운목·관음죽·홍콩야자·금전수·고무나무 종류도 개업 선물로 많이 쓰는 식물이다. 해피트리와 녹보수는 비슷하게 생겨 많은 사람이 헷갈린다. 하지만 해피트리와 녹보수는 전혀 다른 나무다. 해피트리는 두릅나뭇과이고, 녹보수는 능소화과여서 과(科) 자체가 다르다. 과가 다르다면 꽃과 열매 등 생식 방법이 전혀 다른 나무라는 뜻이다. 이 둘을 구분하는 방법은 먼저 잎 모양을 보는 것이다. 해피트리 잎은 가장자리가 매끄럽고 물결 모양을 이루지만, 녹보수는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뾰족뾰족하다. 그러니까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으면 해피트리, 있으면 녹보수다. 잎 모양을 보는 것보다 더 쉬운 것은 수피. 특히 나무 아래쪽 수피를 보는 것이다. 해피트리는 굴곡이 촘촘한, 울퉁불퉁한 수피를 갖고 있다. 반면 녹보수 수피는 잔무늬가 없지 않지만, 매끄러운 편이다. 그러니까 수피에 잔 굴곡이 촘촘하면 해피트리, 골곡 없이 매끄러우면 녹보수다. 인터넷 등을 검색하다 보면 해피트리에 꽃이 피었다는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는데, 필자가 본 것은 전부 녹보수 꽃이 핀 것이었다. 녹보수는 국내에서도 조건이 맞으면 꽃이 피는데, 능소화과 꽃답게 능소화 비슷한 연노랑색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다. 해피트리는 두릅나뭇과여서 두릅나무처럼 잎자루 기부가 부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피트리는 우리나라에선 꽃이 피지 않는 것 같다.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핀 꽃 사진을 검색해 보면 정말 두릅나무 꽃과 비슷한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불가능한 임무를 척척 해결해 온 IMF(Impossible Mission Force)의 에단 헌트 요원은 다시 한번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이번 빌런은 디지털상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공지능 NTT이다! 지난 5월 17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설정이다. 조직의 배신자가 빌런이었던 1편에서 시작해 8편에 와서는 인공지능이 빌런이 될 정도로 스토리텔링은 정교해졌고, 액션씬은 더 스펙터클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1편이 나온 1996년부터 올해까지 30년을 지나는 시리즈에서 에단 헌트 요원 역은, 12회 내한의 기록을 자랑하는 슈퍼스타이자 한국 관객들에게는 ‘친절한 톰 아저씨’로 불리는 톰 크루즈가 홀로 맡았다는 점이다. 1962년 숀 코너리로 시작해 2021년 대니엘 크레이그로 6명의 각기 다른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 시리즈와 가장 큰 차별점이다. 톰 크루즈는 1편부터 주연 배우를 맡으면서 제작에도 참여했고, 현재는 기획을 총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오롯이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톰 크루즈를 위한’ 영화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 30년 세월의 강을 넘어 전설이 되어버린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아, 물론 여기에 소개하는 이야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 원작은 미국 드라마 제5전선 30년간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바로 미국 드라마 Mission: Impossible(ABC)이 그 원작이다. 1966년부터 1973년까지 ‘시즌 1’이,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시즌 2’가 방영됐다. 우리나라도 수입해 TV로 방송했는데, 좀 뜬금없는 제5전선이라는 제목을 달았다(시즌 2는 돌아온 제5전선). ‘딴딴 따다 딴딴 따다 따라라 따라라 따라라 따라~~’ 미션 임파서블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오프닝 사운드트랙 역시 원작 드라마에서 고스란히 가져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불붙는 성냥은 물론, 에단 헌트가 완벽한 미션 해결을 위해 애용하는 얼굴 가면 역시 원작 드라마의 설정을 가져온 것. 여기에 테이프로 전달되는 미션 내용과 ‘이 메시지는 5초 후 자동 폭파됩니다’라는 설정도 원작 드라마에서 차용했다. 단순히 외형적 설정만 가져온 건 아니다. 드라마에서 메인캐릭터로 나온 ‘짐 펠프스’ 캐릭터를 영화 1편으로 가져왔는데, 이에 대해서는 원작 드라마 팬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드라마 제5전선이 짐 펠프스를 중심으로 구축된 팀이 팀원들과의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불가능한 임무를 해결하는 구조였다면, 영화로 옮겨오면서 초반에 팀원들을 모두 사망하게 만드는 뒷배경이자 빌런으로 짐 펠프스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팀원 간의 의리와 케미를 보는 재미가 있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톰 크루즈 1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액션 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전 세계 로케이션, 스펙터클 액션신으로 승부! 배우 1명의 액션에 의존한들 어떠하리.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액션씬은 두고두고 이슈가 됐다. 첩보 스릴러의 대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을 맡은 1편의 기차씬은 당시에는 물론 그 장면을 기억하는 관객들 사이에 역대급 액션씬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위에 언급한 짐 펠프스가 비정하게 아내마저 죽이고 헬기를 탄 채 기차 위에 매달린 이단 헌트 요원을 죽이려 터널까지 쫓아 들어온 장면에서 관객들은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영웅본색(1987)의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편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비둘기가 왠 말이냐’는 악평을 받긴 했지만, 광활한 사막에서 높은 암벽에 두 팔로 매달려 썬글라스로 미션을 전달받고 던져버리는 오프닝 시퀀스가 다한 영화. 수많은 서부영화의 배경이 된 미국 서부의 모뉴먼트 밸리부터 호주의 명소 오페라하우스 등이 눈을 즐겁게 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고도’처럼 도대체 그놈의 ‘래빗풋’이 뭔지 영화가 끝나고도 궁금했던 3편에서 이단 헌트는 모터보트를 타고 로마의 티거강을 질주하고, 바티칸 성벽에서 몸을 날린다. 영화의 주 무대가 되는 상하이에서는 동방명주 옆 건물에서 뛰어내리기도 한다. 4편에서는 인간이 세운 세계 최고 높이의 건축물 부르즈칼리파를 맨손으로 올라 그야말로 극장을 숨 죽이게 만들었다. 두바이의 황량한 사막에서 모래 폭풍이 밀려오는 장면 역시 압권. 5편은 오프닝 시퀀스로 그냥 끝이다. 이륙하는 비행기 날개로 뛰어올라가 벤지(사이먼 페그)에게 해킹으로 비행기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며 비행기가 하늘로 날아오른 액션씬은 관객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모로코·영국·쿠바를 오가며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저격 액션씬도 백미다. 베를린에서 탈취당한 핵탄두를 제거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6편에서는 파리·런던을 거쳐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를 배경으로 액션씬이 펼쳐진다. DC에서 슈퍼맨으로 활약했던 헨리 카빌이 빌런으로 나와 톰 크루즈와 놀라운 헬기 격투씬을 완성해냈다. 서사가 이어지는 7·8편의 주 배경은 태평양 북구 배링해의 심해, 예맨 룹알할리 사막, 암스테르담, 아랍에미리트, 알프스산맥, 로마, 런던 등 그야말로 전 세계를 배경으로 톰 크루즈가 대역을 사용하지 않는 ‘찐’ 액션을 선보인다. 7편에는 오토바이로 산꼭대기까지 질주한 후 점프해 기차에 안착하는 장면이, 8편에서는 심해의 잠수함에서 펼쳐지는 수중 액션씬과 더불어 80년 된 경비행기로 협곡을 비행하며 펼치는 액션씬이 손에 땀을 나게 한다. 알쏭달쏭한 제목의 의미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제목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한 임무’로 매우 직관적이다. 3편까지는 제목 뒤에 숫자를 붙여 시리즈의 연속성을 부여했는데, 4편부터는 영화의 내용을 암시하는 부제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부제들은 관객들을 아리송하게 했으니…. 한 편씩 차근차근 그 의미를 알아보자. 먼저 4편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Ghost Protocol)(2011)에서 고스트는 ‘유령’, 프로토콜은 ‘의전, 외교의례’라는 뜻이다. 둘을 합치면 ‘유령 외교의례’가 되는데 ‘타인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외교 의전’을 의미하며, 영화에서는 크렘린궁 폭발로 IMF가 해체 위기에 처하고, 에단 헌트의 팀이 마치 유령처럼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5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Rogue Nation)(2015)에서 로그네이션은 ‘불량국가’라는 뜻이다. 영화에서는 사상 최대의 비밀 테러 조직으로 나오는 신디케이트를 의미하는데, 단순한 불량국가를 넘어 ‘테러지원국’으로까지 의미가 확장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각인된다. 6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Fallout)(2018)에서 부제 폴아웃은 첫째로 핵폭탄 실험과 원자로 사고 등으로 공중에 발생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서서히 지표로 떨어진 ‘방사성 낙하물’을 의미하는 화학 용어이고, 둘째로 ‘좋지 못한 결과’를 뜻한다. 영화에서는 핵 관련 물질을 두고 빌런들과 대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단 헌트의 선택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해 점점 악화하는 상황을 빗대기도 한다. 직전 편인 7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2023)과 8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Final Reckoning)(2025)은 서사가 연결된 한 편의 영화로, 둘의 러닝타임을 합치면 332분, 무려 6시간 32분이다! 데드 레코닝은 ‘추측 항법’이라는 항해·항공 용어다. 항해·항공에서는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를 바탕으로 이동 경로를 예측하는데, 영화에서는 이단 헌트가 전편들의 사건들과 마주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그래서 8편이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마지막 서사라고 추측하는 관객들이 많다. 파이널 레코닝은 ‘최후의 심판’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본드걸’ 아닌 ‘미션걸’ 계보는 누구? 모든 첩보물의 스파이들에게 그렇듯 미션 임파서블의 에단 헌트 곁에도 여자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해결 불가능한 임무의 조력자로, 때로는 빌런으로 또 때로는 에단 헌트와 사랑에 빠지는 ‘미션걸’의 계보를 살펴보자. 1편에서는 우아하고 관능적이면서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프랑스 대표배우 ‘엠마뉴엘 베아르’가 출연해 팀원을 잃은 에단 헌트가 위기에 처할 때 도움을 줬다. 2편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의 에단 헌트를 무방비 상태로 해제시킨 ‘탠디 뉴튼’이 출연했다. 캠브리지대 출신으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탠디 뉴튼은 영화에서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자신의 몸에 주입해 에단 헌트의 미션 해결에 중요한 도움을 줬다. 에단 헌트가 부인의 존재로 위험에 빠지는 3편에서는 홍콩 모델 출신 매기 큐가 화려한 의상으로 건강미를 과시하며 화끈한 드라이빙 액션을 선보였다. 4편에서는 폴라 패튼이 에단 헌트를 도와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고층 건물에서 자비 없는 액션씬을 소화했다. 5편부터 7편까지는 스웨덴 출신 배우 레베카 퍼거슨이 ‘일사 파우스트’ 역으로 미션걸을 수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적으로 만났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에단 헌트에게 도움을 주는 묘령의 캐릭터였지만, 결국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체의 서사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미션걸’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레베카 퍼거슨의 뒤를 이은 8편에서의 미션걸은 ‘캡틴 아메리카’가 평생을 잊지 못해 결국 방패를 내려놓고 과거로 찾아가게 만든 여인 헤일리 앳웰이 맡았다. ‘시리즈 마지막이냐’는 질문에 톰 크루즈의 대답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30년을 이끈 톰 크루즈는 1962년생으로 이미 환갑을 넘겼다. 1981년 영화 생도의 분노(감독 헤롤드 베커)로 데뷔해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할리우드 간판 배우이자 마지막 ‘무비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제작을 총괄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찾고, 스턴트를 위해 트레이닝이 생활화돼 있다. 볼거리에 더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톰 크루즈는 역사상 최고의 반전 영화로 손꼽히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을 영입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부터 지금 9년 째 함께하고 있다. 든든한 컴퓨터 능력자 루터 역의 빙 라메스는 시리즈 1편부터 8편까지 ‘개근’ 중이다. 20년 동안 벤지 역을 맡은 사이먼 페그 역시 단순했던 캐릭터를 성장시켜 8편에서는 역대급 활약을 펼친다. 톰 크루즈는 지난 5월 8일 내한 기자 컨퍼런스에서 시리즈의 30년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사람과 공동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미션 임파서블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협업했다. 촬영장과 편집실에서 일생을 보낸 사람들이 모여 계속해서 스킬을 발전시키고 스토리텔링을 더 잘 만들도록 노력했다. 어떤 문제가 있을지 미리 예측하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잘 대응해나갔다. ‘부담을 느끼는 것은 특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저는 부담감을 즐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번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톰 크루즈는 “이 영화는 지난 30년 동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정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상은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관객이 가서 보고 즐길 수 있도록. 그런데 나는 영화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한다. 그건 특권이자,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내게 좋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걸 즐긴다”라고 대답했다. 부디 2030년 즈음에는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9편을 극장에서 볼 수 있길!(사진제공 =네이버 영화)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7,800원) 인지심리학 전문가가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쓴 공부법 지침서. 강의 형식을 빌려 공부법에 대한 기존의 오해를 파헤치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소개한다. 필자는 ‘공부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며, 실제로 진행한 글쓰기 강의 내용과 실험적으로 도입한 과제 평가방식 등 13년간 서울대 학생들을 가르쳐온 수업 노하우를 알려준다. 우린 좋은 어른이 될 거야 (점프 엮음, 강승민 인터뷰, 옐로브릭 펴냄, 224쪽, 1만 8,000원) 기회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에 맞서 학교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셜벤처 점프의 여정을 담았다. 청소년과 청년, 멘토들의 목소리를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돌볼 차례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 불평등의 현실과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성장과정에서의 고민과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 (최재희 지음, 북트리거 펴냄, 300쪽, 1만 8,000원) 서울 소재 대학 캠퍼스의 자연조건과 문화적 배경을 알려주는 탐방 가이드. 캠퍼스의 지리적 특징과 역사성을 짜임새 있게 알려준다. 번화가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한 건대·연대·경희대, 서울의 도시화 과정과 깊게 연결된 서울교대·한국체대 이야기 등 단순한 대학 탐방을 넘어 도시 발전 과정에 대한 이해도 넓혀준다. 해외 유명 대학 8곳도 부록으로 실었다. 여기 다 큰 교사가 울고 있어요 (홍지이 지음, 다반 펴냄, 264쪽, 1만 7,500원) 기간제교사, 공립과 사립 그리고 정교사. 10여 년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쓴 퇴직교사의 학교 에세이다. 선생님이 된 제자가 더 좋은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솔직한 이야기와 조언을 담았다. 학교를 나와서야 비로소 마주하게 된 학교에서의 기억을 편지처럼 풀어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모두 담담하고 솔직하게 표현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소년병과 들국화 (남미영 글, 이형진 그림, 예림당 펴냄, 72쪽, 1만 3,000원) 고 신세호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적 동질감을 그렸다. 느티나무가 있는 언덕을 경계로 인민군과 대치하고 있던 어느 날, 남아 있던 단 한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정찰에 나선 소년병이 인민군 병사와 맞닥뜨리는 사건을 통해 전쟁의 속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전 있는 조선 역사 (문부일 글, 신병근 그림, 마음이음 펴냄, 156쪽, 1만 5,000원) 조선 시대 역사 이면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한다.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던 이순신 장군, 수라간에서 일했던 남자 주방장, 귀걸이를 한 조선 시대 남성 등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으로 불리게 된 사연, 성균관의 학교폭력, 과거 급제에 대한 집착 등 오늘날과 비슷한 사회 모습도 보여준다.
들어가는 말 최근 많은 학교장을 만나보면, 다수의 학교장이 학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와 같이 구성원 간의 각기 다른 요구와 욕망이 충돌하는 패러독스 상황에서는, 조금은 떨어져 긴 호흡으로 멀리 보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하는 학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이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 학교교육’이 크게 변화했음을 체감하게 해야만 한다. ‘한 사람의 꿈은 꿈으로 남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라는 어느 유목민의 속담이 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군대의 병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돌격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꿈을 향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나아가는 조직’을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학교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 모두가 같은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향해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전의 의의와 우수 비전의 조건 ● 비전의 의의 1) 협의의 비전 비전(vision)은 외래어로서 우리말에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어 대부분 원어 그대로 사용한다. 또한 비전은 개념적 속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뜻한다. 학교 비전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도달하고자 하는 학교의 위상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이다. 즉 학교 비전이란 ‘학교교육을 통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오늘의 모습에서 벗어나, 미래의 어떤 시점에 교육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2) 비전과 미션 비전은 일반적으로 미션(mission)과 구분 없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학문적으로는 두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로서 변하지 않는 목적이다. 반면 비전은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성과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의미하며, 비교적 오랜 기간 유지되나 정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개념이다. 3) 비전 실현을 위한 전략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교육목표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영역별 추진과제 등이 필요하다. 전략은 비전과 현재 모습 사이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실행 방안이며, 이러한 전략이 잘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이다. 이들은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만일 당신이 ‘학생 식당을 짓겠다.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하겠다’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전이라기보다는 목표에 해당한다. 목표를 이루게 되면, 비전을 향해 또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해야 한다. 비전은 학교장이 재임하는 4년여 동안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 우수 비전의 조건 모든 학교에는 비전이 있다. 그러나 보통은 비전이 액자 속이나 교육과정 속에만 존재하여 학교교육의 방향이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죽은 비전’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비전’이 있는 학교는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렇게 살아 있는 우수한 비전을 지닌 학교의 교육은 성공한다. 고로 학교교육에서 살아 있는 비전, 우수한 비전은 매우 중요하다. 우수 비전의 특성을 몇 가지만 살펴보면, (1)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며, (2)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관리 인자(Value Driver)가 가시화되어 있고, (3) 실제 학교역량이 집중되어야 하는 과제와 연계되어 있으며, (4) 비전에 미래 목표치를 내재화하고 있고, (5) 비전과 경영계획이 연계되어 있으며, (6) 비전 달성을 위한 역량과 긴밀하게 연계가 되어 있다. 지면 관계상 본 고에서는 첫 번째 특성만 살펴보고자 한다. 즉 비전은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명료하게 표현되어야 한다. 비전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단어로 표현되면 그 비전의 내용과 의미를 구성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공유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용어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전은 ‘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모든 책상과 집에 컴퓨터를)’으로 매우 쉽고 명쾌하다. 학교 비전 수립의 전략 ● 구성원들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하자 비전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학교의 비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그 조직은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비전 공유의 출발점은 수립 과정에서부터 집단 지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연구부장과 교육과정부장 등 소수의 사람이 비전 수립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은 지양하고, 가능하면 모든 부장이 비전 수립 초기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야 한다. 종종 연구부장·교육과정부장이 비전을 수립하고 다른 부장들은 그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런 경우 구성원들이 비전에 공감하고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 학생 교육을 최우선 가치로 두되, 교직원의 욕망도 고려하자 비전에는 교육목표와 함께 교직원들의 직장 내 목표도 함께 포함되어야 한다. 교직원들에게 직장목표는 매우 중요하므로 복지·근무환경·사기진작 방안 등을 담은 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일반적으로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를 학생 교육에만 국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는 경우 학교 비전에 대해 교직원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또한 비전의 구현을 위한 교직원들의 노력은 필수이자 전제 조건이나, 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도 어렵다. 고로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학교경영의 출발은 내부 교직원의 만족감 증진과 행복감 증진이 되어야 한다. 학교 비전 수립의 방법 ● 사전 준비 회의 등을 통해 자료를 치밀하게 준비하자.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개인의 입장으로 보면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일은 학교교육의 방향과 운영의 원칙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즉 학교 비전을 수립하는 것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문화·교육과정·수업을 변화시키는 기준점이자, 출발점이며, 이러한 작업은 필수적으로 기존 학교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일의 추진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 확보와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이다. 그 절차와 내용 등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25년 교육과정 평가회를 각 부서별(학년부 포함)로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11월경부터 각 부서별로 특수부장·학년부장을 중심으로 올해 한 일, 개선해야 할 점, 잘된 점, 2026년에 새로 추가해야 할 점 등을 토의하고, 그 결과를 간단한 문서로 작성한다. 특히 학교장이 새로 부임한 경우,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의 핵심 교육, 핵심 사업, 미래 교육은 무엇인가?’, ‘2026년까지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 요인들은 무엇인지?’, ‘2026년 교육의 핵심 내용은 어떻게 펼쳐지게 될 것인가? 등의 질문이 포함될 수 있다. 둘째, 각 부서별로 논의되고, 토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기획(부장)회의에서 여러 주에 걸쳐 2026년 학교교육 방향을 충분히 논의한다. 특히 신규 교장의 경우에는 학교 비전을 수립할 때 다음 사항의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학부모상, 학생들이 바라는 교사상, 우리가 바라는 학생상, 모두가 바라는 학교의 모습, 학교교육 목표, 학교장 경영관 등’. 셋째, 2025년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평가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비교적 상세한 내용으로 설문을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학교 비전 관련 사항도 포함하도록 한다. 넷째,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기획(부장) 회의에서 비전 수립, 2026년 학교교육과정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한다. 다섯째, 학교 비전 수립 시 꼭 해야 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래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2026년 교육정책 방향, 2026년 ○○교육청의 시책 방향, 2026년 교육지원청의 장학 방향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런 일련의 작업은 조직 전체의 시선을 미래로 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발휘한다. 다른 하나는, 2026년 예산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행정실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2026년 예산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 학교 비전 수립을 위한 워크숍 진행 화법은 ‘Yes And’ 화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라는 케이(Alan Kay)의 말처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 미래를 가장 정확히 예측하는 방법은 구성원들과 함께 공통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즉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는 미래 비전은 교육목표만이 아닌,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고, 그 성장을 어떻게 함께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포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1박 2일로 진행되는 학교 비전 수립 워크숍은 단순한 회의를 넘어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회의 원칙 중 하나는 참석자들의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픽사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에드 캣멀은 픽사의 창의성은 회사의 독특한 문화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가 쓴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에는 그가 어떻게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담겨있다. 지면 관계상 그중 한 가지만 소개하면 ‘플러싱(plusing) 피드백’이다. 회의 중 발언할 때는 누가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다른 구성원의 의견을 비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 but, ……”이 아닌 “Yes And, ……” 화법으로 하는 것이다. 나가는 말 _ 오늘은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미래를 고민하자 학교장은 교직원들에게 행복을 직접 선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는 일은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직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소한 1년 앞을 내다보는 학교경영을 해야 한다. 학교장은 기획(부장)회의에서 현재의 문제보다 최소한 1개월 앞, 6개월 앞, 1년 앞을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중장기적 문제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문제는 과감하게 교감에게 위임하고, 학교장은 한발 앞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최소한 1개월 후, 6개월 후, 1년 후의 교육방향을 미리 고민하고 대비하는 미래 경영이 필요하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경중학교(교장 박형준) 시청각실. 지난 5월 9일 학생·학부모·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2025 염경교육공동체 약속’ 협약식. 염경중이 지향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 철학이 응축된 순간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했다. 학생·학부모·교사 대표가 무대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하고, ‘존중·배려·협력’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약속을 공식화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약속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문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염경중은 두 달에 걸쳐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차 서술형 설문에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유롭게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약속 문안을 구성한 뒤 3차 선택형 설문을 통해 최종 약속을 확정했다. 약속의 내용보다 과정이 더 큰 교육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차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걸 말하기 전에, 나는 어떤 교사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천 가능성과 공감력을 갖춘 약속이 교육공동체 스스로의 고민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가 깊다. 공동체의 약속 이날 협약식에서는 학생·학부모·교사 각 주체가 실천을 다짐하는 ‘공동체의 약속’도 함께 발표됐다. 구성원 각각이 직접 만든 약속 문구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와 존중, 그리고 교육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 먼저 학생들은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지키며, 말과 행동을 바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떠한 일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태도를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친구들의 생각과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사이좋고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학부모들도 함께했다. 결과보다 자녀의 노력과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하게 응원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믿으며, 자율성과 주도성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다는 학부모들. 그들은 특히 선생님을 자녀의 또 다른 보호자로 여기며, 신뢰와 존중의 마음으로 함께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교사들은 화답했다. 학생들의 작은 성장에도 따뜻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학생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학부모와 소통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즐겁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열정을 가지고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것이며, 학생의 인성과 학업 두 측면에서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협력하여 지도해 나가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다짐은 인성교육을 말이 아닌 행동과 공감의 실천으로 이끌어내려는 염경중의 교육철학을 잘 보여준다. 염경중은 이번 협약식을 단순한 이벤트로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신뢰의 서약’이 교실과 복도, 일상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후속 프로그램과 실천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예컨대 약속을 실천한 사례를 공유하는 ‘신뢰의 시간’ 운영, 교사-학생 간 관계회복을 위한 대화 프로그램 등이 준비 중이다. 염경중학교는 인성교육을 교육의 중심에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인성교육은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 그리고 공감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박형준 교장은 “선생님들은 열정을 갖고 수업하고, 학생들은 꿈을 위해 노력하며, 학부모는 아이들의 인성과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 3주체가 하나 되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치는 협력과 소통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의 탄생 배경 아동학대에 대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아동복지법」이다. 「아동복지법」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아동학대라고 정의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또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행위, 신체적 학대행위,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 역시 두고 있다(「아동복지법」 제17조 및 제71조). 2013년 흔히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있었다. 8세였던 의붓딸을 장기간 학대하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비슷한 시기 ‘울산 계모 살인사건’도 있었다. 소풍을 보내달라는 아이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사건으로, 이 역시 장기간의 학대가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들에 대하여 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쏟아졌고, 결국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고 한다)이 2014년 제정되었다. 「아동복지법」이 존재함에도 별도로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상향하는 것, 그리고 학교를 포함하여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 보호자의 아동학대를 알게 된 경우 이를 신고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학교나 아동복지시설 등 관련 시설에서 종사하는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한 경우에는 이를 가중하여 처벌하는 규정도 두었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아동학대를 했다면 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교원의 학생 아동학대 문제 이렇게 신고의무가 생겨난 배경은 기존에 발생했던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보호자의 장기간 학대에서 비롯되었고, 피해아동의 입장에서 직접 보호자를 신고하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아동의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학대 징후를 발견하여 대신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따라서 그 취지에 맞게 「아동학대처벌법」에서의 신고의무도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범위가 제한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신고의무에 관하여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라고 하고, ‘아동학대범죄’란 일반 아동학대와 달리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로 한정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10조 및 제2조 제4호). 그렇기에 예를 들어 A의 부모가 피해아동 B에게 다가가 폭언을 가하는 행동을 하고, 이를 학교가 알았다고 하더라도 B의 보호자에 의한 아동학대는 아니므로 학교의 신고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보호자’에 교사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에 따르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보호자란 친권자·후견인,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거나 그러한 의무가 있는 자 또는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아동을 보호·감독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2호, 「아동복지법」 제3조 제 3호). 즉 교원의 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학대가 문제 되었다면 이는 아동학대범죄가 되고, 학교의 다른 교원이나 관리자가 이를 알게 되었다면 그들에게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결국 학교가 발 벗고 나서서 학교에 소속된 동료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사 법제를 찾을 수 없는 신고의무 규정의 특이성 「아동학대처벌법」에서는 신고의무의 발생 시점을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신고의무에 관한 유사 법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가정폭력에 관해 규정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서는 ‘가정폭력범죄를 알게 된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에서는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34조에서는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 신고의무가 발생한다. 즉 의심만으로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동학대범죄가 유일하다. 아동학대범죄가 주로 가정에서 일어나기에 발견이 어렵고, 지속적이거나 재발된다는 특성,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아동에 대한 고려 등 필요성에 따라 주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취지로 보인다. 문제는 막상 이런 규정에 대한 유탄을 교원들과 학교가 맞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학부모가 담임교사의 자녀에 대한 거친 언행에 불만이 있어서 학교를 찾아와 교장과 상담하게 되었다고 해보자. 문제 된 언행의 수위도 낮고 그런 언행을 하게 된 주요한 이유가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어떨까. 해당 학부모가 과거부터 담임교사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아가 본인은 무고죄가 될 수 있으니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는 않겠지만, 학교는 신고의무가 있으니 아동학대로 신고하라고 요구한다면 타당한 것일까. 거친 언행은 「아동복지법」에서 금지하는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는 행동이고, 교사는 보호자의 범위에 속한다. 부모의 진술로 교원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의심이 생긴 것이니 규정의 해석상으로는 신고를 안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신고의무 미이행에 대한 불이익 신고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은 사람은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아동학대처벌법」 제63조).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다. 아동학대 여부 판단이 모호하거나, 피해아동과 보호자의 신고를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에 대한 존중이 포함될 여지가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태료는 행정법상의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게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이다. 신고의무를 위반하였더라도 원칙적으로 형사적 처리 절차인 경찰 수사 등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벌금처럼 전과로 남지 않는다. 과태료의 액수는 「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위반의 경우 300만 원, 2차 위반 500만 원, 3차 위반 1,000만 원의 기준을 두고 있다(「아동학대처벌법」 시행령 제8조). 신호위반이나 과속에 대한 과태료처럼 신고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교원의 신분에 특별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태료와 별개로 국가공무원인 교원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법령을 준수하여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성실의무가 있고, 아동학대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이 성실의무 위반이 되어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비록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일지라도 징계 대상에게 상당한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이렇게 의심만으로도 신고하도록 한 규정, 신고를 하지 않은 불이익은 결국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로 귀결된다. 한편 이런 신고를 당한 교원은 아동학대가 아니더라도 교육청(교육감 의견서 작성 과정), 경찰(수사 과정), 검찰(아동학대 사건의 의무적 검찰 송치)의 과정을 거치며 장기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관련 사례에 대한 검토 학부모의 민원으로 학교 소속 교사 A의 아동학대(언어폭력)를 학교장이 인지하게 되었다. 학교장은 이를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다음날 교육지원청의 신고 권고를 받고 신고하였다. 이후 학교 소속 교사 B가 아동학대(체벌)를 하였는데, 학교장은 학부모가 문제 삼지 않기로 하여 신고하지 않았다. 이런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 미이행 등을 이유로 학교장이 견책의 징계를 받게 된 사례이다. 해당 사례에서 학교장은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고, 그 과정에서 위 교사 A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나 위 교사 B를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었고, 견책 징계가 유지되었다. 학교장은 이에 대해서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광주지방법원 2017. 9. 28. 선고 2017구합11435 판결 참조). 문제 된 교사 B의 행동은 학생의 목덜미를 때려 체벌하였다는 것이었다. 법원에서는 ‘학생의 잘못된 언행을 교정하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체벌의 정도와 경위에 비추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그밖에 B가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현저히 부족하다. 따라서 원고가 B의 위와 같은 행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결과 원고의 신고의무 불이행을 징계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이를 해석해 보자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만으로 신고의무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실제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신고의무자가 검토해 볼 여지가 있고, 신고에 대한 피해아동 측의 입장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만약 이렇게 학교가 신고하지 않았는데, 학부모나 제삼자가 교원을 신고해서 아동학대가 인정되었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신고하지 않은 게 잘못인 것이 명백하게 되니 신고의무 위반이 아닐까. 법원은 이에 대해서 ‘사후에 감독기관 등이 위법한 체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이를 신고의무 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했다. 교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가 ‘애매하면 신고’, ‘기계적 신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숨통을 열어주는 판례이며 참고가 될 만하다. 다만 한편으로는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며, 유사한 사례라고 무조건 같게 판단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학교공동체 파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 ‘동료를 고통 속으로 빠뜨려야 네가 살 수 있다’라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는 너무 지나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가 보호자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곤란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왜 멀쩡히 해당 아동의 보호자가 직접 신고하여도 될 사안도 교사가 대행해 줘야 하는 걸까. 다수의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생활하는 열린 공간인 학교에서의 아동학대는 은폐된 가정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아동학대와 그 성격이 다르다. 왜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걸까. 학교공동체를 파괴하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교권침해나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 등으로 질병·부상을 입었을 경우, 치료 및 요양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는 공무상요양제도가 있습니다. 공무상요양승인을 받으려면 국·공립교원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사립교원은 사학연금에 신청하여 심사·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공무상병가 - 180일 범위 안에서 승인함. - 공무상병가 만료 후에도 직무수행이 어렵거나 계속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병가를 승인받을 수 있음. - 공무상요양승인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일반병가·연가·질병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이후 공무상요양승인 결정을 통보받으면 기존에 사용했던 병가·연가·질병휴직을 공무상병가로 소급처리 가능함. 공무상질병휴직 - 3년 이내 가능하며, 의학적 소견 등을 고려해 질병휴직위원회 자문을 거쳐 2년 범위에서 연장 가능함. - 공무상요양(재요양)승인을 받은 기간까지만 공무상질병휴직을 명할 수 있음. 공무상요양승인 QA Q. 교권침해를 당했을 때 공무상질병으로 인정되나요? A. 교육활동 침해로 인한 교원 보호를 위해 특별휴가 5일을 사용한 뒤에도 추가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학교장이 6일 이내에서 공무상병가를 승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일을 초과한 공무상병가와 요양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교권침해에 대한 경위서(교권보호위원회의 교권침해 인정 결정문 등), 진단서, 최초 병원진료 기록 등을 공무원연금공단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Q. 공무상요양승인을 받으면 병원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나요? A. 법률로 정한 요양급여 산정기준에 해당하는 범위 내에서 지급이 되며, 지급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급여 항목의 일부 본인부담금은 요양급여비를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4~5개월 뒤 자동 환급되지만, 전액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요양급여 비용은 별도로 공무원연금공단에 청구해야 하며, 지급기준에 따라 심사 후 공무원연금공단이 지급합니다. Q. 요양승인이나 급여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결정 등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결정서를 송부받은 날 등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립교원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재심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결정 등이 있었던 날부터 1년, 결정서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단, 행정심판은 청구할 수 없습니다. Q. 일반병가와 공무상병가는 어느 때 얼마 기간의 범위 안에서 허가하나요? A. 가. 일반병가는 다음의 경우 연 60일의 범위 안에서 허가합니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지참·조퇴 및 외출은 구분 없이 누계시간으로 계산하여 누계 시간을 병가 1일로 처리합니다. 1)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2) 전염병의 이환으로 인하여 교원의 출근이 다른 교원이나 학생 건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나. 공무상병가는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요양을 요할 경우에 연간 180일의 범위 안에서 허가합니다. 단, 병가 사유가 동일한 경우에 연도의 구분 없이 180일의 범위 안에서 허가합니다. Q. 공무상병가제도를 운영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가. 공무상질병·부상 사실 여부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한 공무상요양승인 결정에 따릅니다. 가해자에 의한 손해배상 등의 사유로 공무상 요양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도 공무상요양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나. 아래의 경우에는 허가권자가 공무상질병·부상여부를 판단하여 공무상병가를 허가할 수 있습니다. -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지 않는 교원(기간제교원 등)의 경우 - 6일 이내의 단순안정만을 요하는 경미한 질병·부상의 경우 다. 공무상요양승인기간 중이라도 공무상병가일수 180일이 만료된 후에는 동일한 사유로 재차 공무상병가를 허가할 수 없습니다. 라. 공무상요양승인 결정 전 병가(연가)에 대한 소급처리 -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공무상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일반병가와 연가를 허가할 수 있으며, 이후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되면 사용한 일반병가와 연가를 소급처리할 수 있습니다. - 이는 공무원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 공무상 병가로 소급처리하지 않거나 일반병가·연가의 일부만 소급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마. 질병휴직 중 공무상요양승인 결정 시 - 일반병가 및 연가를 사용한 후에도 공무상요양승인이 결정되지 않아 질병휴직 중인 경우, 휴직기간 중에 공무상질병 또는 부상으로 결정된 때에는 당초의 휴직처분(일반병가·연가 포함)을 취소하고 공무상병가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Q. 공무상병가를 분할하여 실시할 수 있나요? A. 공무상병가 180일은 연속사용을 원칙으로 하나, 부득이한 경우 공무상요양승인기간 내에서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육공무원법 제34조,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는 교원 처우 개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 규정됐지만, 현실은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는 학부모의 요구와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과중한 업무가 더해지고 있다. 교원 업무는 교수·학습지도를 기본 활동으로 돌봄, 학생 안전, 생활지도, 진로지도, 학교폭력 사안 처리, 환경위생관리, 학생상담 및 학부모 상담, 기초학력 지도까지 도맡을 정도로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또 각종 교권 침해 등으로 인한 교권 추락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교직 기피 및 이탈의 심각한 징후들이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작년 교대 수시·정시에서는 내신 6·7등급도 합격했다. 2024년도 입시에서도 전국 10개 교대가 수시 미달 사태를 빚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작년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교직 경력 5년 미만인 저연차 초등교사 중 교직 이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교사가 59.1%로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교직 사회의 사기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매년 교원 보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낮은 급여와 처우로 인해 저경력 교사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교원 사기 진작을 위해 무엇보다 새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교원 기본급 10% 인상, 수당 현실화 등 교원 처우 개선 방안을 담은 교육정책을 발표·실행해야 한다. 또 공무원보수위원회에 교원단체 참여를 보장하고, 교직 특수성에 맞게 보수·처우 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교원보수위원회를 별도 설치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대한민국을 다시 교육 선진국으로 끌어올릴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교육계에 큰 아픔을 안겨주었던 제주 ○○중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총은 지난 5월 27일 기자 회견을 갖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고인의 명예회복, 교권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또 6월 14일엔 뜻을 같이하는 교원단체·노조 등이 함께한 전국 교원집회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소리 높여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이 별다른 행동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건 발생 한 달이 넘은 지난달 30일 제주교육청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는 발표만 있었다. 그마저도 교육청 중심의 조사단 구성으로 독립적 기구인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하는 현장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9일 고인의 49재를 앞두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고인이 왜 갑자기 사랑하는 가족과 학생들 곁을 떠나야 했는지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중3 담임이었던 고인이 어떤 이유로 지속적이고 부적절한 민원에 시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유족들도 모든 사정을 밝히고, 고인의 명예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올 1월 제주교총이 수여하는 ‘2040 모범교사상’을 받을 정도로 누구보다 학생 교육에 열정적이었던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의 출발점이 진상규명이다. 신속한 순직 인정도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진행돼야 유족과 교육계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당한 교육활동이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학대로 내몰리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교의 민원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고, 무고성 신고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헛되지 않고, 좀 더 나은 교육환경과 학교가 되기 위해서 하루빨리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의미다. 물은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되 스스로 빛나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툼 없이 평온하게 세상을 적신다. 이러한 물의 덕목은 오늘날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생 성장할 수 있는 기본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 경쟁보다는 공존, 억지보다는 유연함이 더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 노자는 물의 일곱 가지 덕(德)인 겸손, 지혜, 포용력, 융통성, 인내, 용기, 대의(大義)를 ‘수유칠덕’이라 불렀다. 그중에서 특히 ‘인내-끊임없이,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결국 단단한 바위를 뚫는 힘’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가치다. 현대 사회는 빠른 결과와 즉각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과 내공은 오랜 시간, 꾸준한 습관을 통해 형성된다. 물이 바위를 뚫는 것은 한 번의 힘이 아니라 반복되는 부드러운 흐름 때문이다. 학습 또한 마찬가지다. 하루 10분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학습한다면, 뇌는 ‘이 시간엔 공부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좋은 습관은 단발적인 집중력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니며, 결국 삶 전체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이를 위해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 20개 외우기’, ‘수학 문제 3쪽 풀기’처럼 명확한 목표는 반복을 가능케 하고, 뇌를 훈련시킨다. 여기에 복습까지 더하면 학습효과는 커진다. 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의지도 무의미하다. 스마트폰 등의 방해 요소를 차단하고, 학습 전용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면 짧은 시간에도 강한 집중을 경험할 수 있다. 동기부여는 불쏘시개일 뿐, 중요한 것은 꺼지지 않는 불꽃, 즉 꾸준함이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의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곳이 돼야 한다. 청소년기에 형성된 성품과 습관은 평생을 좌우한다. 겸손하고 유연하며, 끈기 있게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 그것이 오늘날 교육의 본질이어야 한다. 반복된 습관 길러줘야 위대한 교육은 ‘상선약수’의 철학처럼, 부드러움 속에 굳건한 힘을 담는 인재를 키운다. 높은 곳에 머물지 않고 낮은 곳에서 사람을 품어내는 성품으로, 답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교육으로, 하루 10분 반복 학습은 평생의 자원이 되는 성장의 힘이 될 것이다. 물은 스스로 내세우지 않지만, 결국 강을 이루고 바다로 나아간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학습의 흐름을 만드는 작용이 필요하다. 물처럼 조용하지만 강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교육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우리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진짜 교육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부당한 교권 침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교권 침해로 인한 교원의 특별휴가 사용 건수가 최근 3년간 무려 1664회로 집계됐다. 이는 교권 침해가 우리 사회에서 아주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반증이다. 특히 교직 경험이 부족한 신규교사 및 저연차 교사를 대상으로 학부모가 무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육자인 교사의 말꼬리를 잡고 사사건건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아 곤혹스럽게 한다. 신규·저연차 교사 어려움 심해 무분별한 교권 침해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초동 조치가 중요하다. 작은 일인데도 불구하고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사태를 키우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다. 따라서 교사가 교권 침해 초기부터 제대로 된 법률적인 지원을 받아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원단체에 가입해 도움을 받는 것은 권한다. 예를 들어 교총은 유일하게 교권 옹호 기금을 운용한다. 교총은 1975년 이 제도를 도입해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심급별 최대 500만 원, 3심 시 최대 1500만 원을 지원한다. 행정절차는 200만 원 이내이며, 다수 교원이 침해받는 중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는 무제한이다. 또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형사)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총 회원에게는 사건 당 변호사 동행 보조금 30만 원을, 동일인·동일 사건에 대해 최대 3회까지 지원한다. 몇 년 전 같이 근무하던 학교의 신규교사가 다른 학교 순회수업 중 한 고등학생이 무시하거나 심한 장난을 쳐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한 학기 동안 선배 교사와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잘 버텨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힘들어하는 후배 교사에게 교원단체 가입을 권유했고, 그는 교총에 가입했다. 최근 학교를 옮기고 나서 안부 인사 겸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부장님, 저도 최근에 교총에 가입했어요. 교직에 있으니까 역시 제가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너무 절실하더라고요. 늘 관심 가져 주시고, 가입 권유를 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반가운 메시지를 전해왔다. 교원단체 가입 권유한 이유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교원단체 가입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신규교사도 있다. 그래서 교직 생활 초기에 힘들고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갖고 있는 신규교사나 저연차 교사에게 교원단체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아직 교원단체 가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교총 등 교원단체에 가입하길 바란다. 특히 교총은 매년 소송비 지원 규모를 크게 확대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학교생활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면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또 교권 침해는 언제든 누구에게도 닥칠 수 있는 만큼 이를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인공지능(AI) 도구를 캠퍼스 생활 전반에 통합함으로써 대학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오픈AI가 입학부터 졸업, 취업 지원 등 교육의 전 과정에 AI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 중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AI-네이티브 대학’(AI-native universities)이라고 명명된 이 계획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AI 조교의 도움을 받아 학습과 진로 설계를 하고, 교수들은 수업별 맞춤형 AI 봇을 제공한다. 또 취업 지원센터는 면접 연습용 AI 채팅봇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시험 전 AI 음성 모드를 켜고 구술 퀴즈를 받을 수도 있다. 오픈AI의 교육 부문 부사장 레아 벨스키는 "과거 대학이 이메일 계정을 제공했듯이 미래에는 모든 학생이 개인 AI 계정을 갖게 될 것"이라며 "AI가 고등교육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AI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을 대상으로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맞춤형 챗봇 생성 기능이 포함된 ‘챗GPT 에듀’를 지난해부터 유료 판매 중이다. 챗GPT를 아직 사용해 보지 않은 학생들을 겨냥해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직접적인 마케팅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2022년 말 챗GPT 등장 이후 초기에는 챗봇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지만, 최근에는 연구·작문·코딩 등 학습 전반에 AI 활용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미 듀크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은 전교생에게 챗GPT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등 대학의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챗GPT가 대학 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오픈AI는 졸업 후에도 학교에서 쓰던 AI 계정을 직장까지 가져가 평생 사용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의 대화 기록을 학습에 활용하는 ‘기억’ 기능을 통해 AI가 평생의 학습 및 경력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분야와 관련해서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기술 대기업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미래 고객인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무료 프리미엄 AI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NYT는 이런 ‘대학의 AI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연구 및 작문 과제를 AI에 의존하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하는 거짓 정보(환각)가 학습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로스쿨 교재를 학습한 AI 챗봇이 특허법 관련 질문에 중대한 법적 오류를 일으켰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
구소련 국가이자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자리한 인구 140만 명의 소국 에스토니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여러 분야의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교육 최강국으로 떠오르자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에스토니아가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한 교육 정책을 통해 이룬 성과를 주목했다. 2022년 PISA에서 에스토니아는 수학과 과학, 창의적 사고 분야에서 유럽 1위를 기록했으며, 독해 분야에서는 아일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인구와 예산이 훨씬 많은 다른 선진국들을 제치고 이룬 성과의 배경으로는 에스토니아 교육 당국이 수십 년 동안 적극 펼친 디지털 포용 정책이 꼽힌다. 특히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학생들이 교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반면, 에스토니아는 스마트폰을 학습 도구로 쓸 것을 적극 장려하며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12~13세 미만의 어린 학생들에 대해서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 교육 포럼에 참석한 크리스티나 칼라스 에스토니아 교육연구부 장관은 "대부분의 학교는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대신 수업 중에는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과제나 활동을 수행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칼라스 장관은 "이러한 스마트폰 활용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문제도 보고받지 못했다"면서 "에스토니아 사회는 디지털 도구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훨씬 더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이전부터 교육 분야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 개방했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때부터 전국의 컴퓨터 및 네트워크 기반 시설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열풍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학생들이 AI를 활용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에스토니아 당국은 AI 학습 관련 가이드라인 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토니아 당국은 오는 9월 16∼17세 학생들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학생 5만8000명과 교사 5000여 명에게 AI 도구 접근권한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이와 관련한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