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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계적 운영 등 8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원단체, 일부 학부모단체, 그리고 심지어 학생단체마저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왜 고교학점제는 오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시행과 동시에 현장으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폐지론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개선 방향 탐색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 정의와 운영 중점에 깔린 전제 분석 모든 정책은 기본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가정과 전제에 오류가 있거나 실현 불가능할 때, 혹은 핵심 전제 조건을 간과할 때 해당 정책은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드러낸다. 시행 초기부터 가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주도세력은 자신들의 신념에 근거하여 이를 강행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난 8년간 거의 해결되지 못한 채 전면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 2021년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보면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취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를 위한 운영 중점은 학생의 수요 반영, 진로·학업설계 지도, 최소 학업성취 보장 등이다. 고교학점제 정의에 깔린 가정과 전제는 무엇이고, 이들의 타당성과 현실성 및 실현 가능성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 바탕 고교학점제 ‘정의’를 살펴보면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은연중에 우수한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가정과 달리 현실에서는 초·중학교까지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 이를 알고 있기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본 전제를 볼 때 고교학점제는 자사고 및 특목고, 혹은 일반고등학교의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교학점제가 되게 하려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업성취율 도달 여부를 모두 파악하고 지도하여 대부분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제대로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초·중학교는 시험을 없애고, 문재인 정부는 전체 대상 학력평가를 폐지하였다. 고교학점제가 토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어놓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진로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게 한다는 것은 몇 가지 가정을 깔고 있다. 하나는 대부분 고등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어느 정도 확실하게 정하고 있거나 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진로·적성’이라는 것은 대학생만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확실하지 않고 가변적이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를 확실히 하도록 기대하는 것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까? 1학년 때와 2학년 때의 생각이 변하는 학생도 많은 데, 이는 어찌 대처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대학 신입생이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들으며 전공을 탐색한 후,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게 하는 자유전공제를 확대하도록 했다. 고교학점제 기본 가정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 보아야 한다. ‘진로·적성’을 염두에 둔 고교학점제는 특목고나 특성화고 학생, 그리고 일반고등학교 학생 중에서 진로탐색 과정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합당한 제도이다. 일반 학생들을 위해서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미 천명한 ‘선택과목 확대제’를 더 의미 있게 구조화해서 시행하는 것이 더 낫다. 진로교육은 전 교과에서 현실 삶 및 진로와의 관계를 포함하여 지도하는 패러다임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입에서 유불리가 아니라, 진로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제도를 이렇게 설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가정이 오류임은 교사만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따라 설계된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 또 하나 깔린 전제는 진로 적성에 따른 학생 개개인의 수요를 반영할 과목을 개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그리고 시설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행하면 교사는 복수 교과 담당에 따른 다양한 부담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일반 수업의 질마저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 정책 간에 엇박자가 발생한 이유는 교사 정원 및 시설 추가 확보를 위해 협조가 필요한 행안부와 기재부의 조율이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 설계된 정책의 성공적 구현을 위해 어느 정도의 추가 인력, 시설 설비, 재정이 필요한지 추정치가 나오고, 이에 대해 관련 부처와 조율해야 한다. 아니면 대통령실이 주도하여 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교사 정원을 늘리기 어려우면 학점제로 운영되는 대학의 교수 요원처럼 고등학교에도 절반 이상을 강사가 담당하게 해야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어느 하나도 구현하지 못했다. 시범운영 초기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학교 규모와 소재지에 따른 여건 차이가 큰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는 당연히 지역 간 학교 간 격차를 키울 수밖에 없다. 원격강의·협동강의 등을 통해 일부 보완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 불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다. 이들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만 이러한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최소 학업성취 보장 고교학점제가 도입하고 있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제’는 기본 학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 비율이 낮고, 이들도 실력을 쉽게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런데 가정보다 이수 기준 미달 학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한 학기 동안에 이들을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이를 위한 보충지도 및 추가학습 지도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아니면 학생수가 줄고 있으므로 교사들이 이를 감내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사 정원을 줄여가고 있는 것을 보면 후자인 듯하다. 이러한 가정은 고교학점제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대입제도와의 관계 ●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한,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유지하는 한 고교학점제는 뿌리내릴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에는 고등학교가 입시와 무관하게 민주시민을 혹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아울러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가 문제이고, 대입제도를 개선하면 고교학점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고등학교 다니는 것과 대입이 무관하다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얼마나 될까? 학교가 입시 준비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 역할을 학원이 담당할 것인데, 이를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등학교가 입시 위주의 교육을 중단해야 고교학점제가 정착될 수 있다면 이는 고교학점제는 정착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를 바꿀 수 있을까? 무한경쟁 승자독식 사회, 학생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 사회에서는 추첨제나 세습제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이 아닐 경우 경쟁을 완화시킬 수는 없다. 경쟁 위주의 대입체제는 대입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극단적 실력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해 온 국가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신념은 확고하다. 입시 위주의 고등학교 교육, 경쟁 위주의 입시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거의 상수와 같다. 이를 변수라고 생각하며 다양한 정책을 펼치면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절대평가와 수행평가제도, 교과성적 5등급제 도입 등은 위의 가정을 타당하다고 믿으며 도입된 제도들이다. 입시 위주 교육, 경쟁 위주 입시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를 통해 이러한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가정하는 것이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체제 탓만 하면 고통에서 아이들을 구할 수 없고, 행복한 개인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는 말에도 동의한다. 다만 주어진 상황을 도외시한 채 교육에서 경쟁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면 할수록 기대와 달리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커지고, 사회적 약자는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임을 환기하고자 할 뿐이다. ●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교과성적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등등의 제도는 평가의 주목적이 학생 성장을 돕는 것이고,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다. 극한의 경쟁인 교육전쟁 상황에서 교과성적을 포함한 고교 활동 결과를 대입 핵심 전형 요소로 활용하고자 할 경우, 이러한 제도는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절대평가를 해야 하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은 철저한 상대평가를 하고 있다. 대학 성적의 일부가 임용시험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수행평가가 학생과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이유도 이 모든 것이 입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고교성적이 대입 당락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교육 이상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절대평가나 수행평가가 기대한 교육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과도한 경쟁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살 등의 문제는 상대평가가 주원인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잘못된 가정에 근거한 절대평가와 수행평가 강조는 이미 경험한 것처럼 기대한 효과가 아니라 부작용을 더 불러오고 있다. ● 교과 성적 5등급제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과 함께 2025년 고등학교 신입생부터는 교과성적 석차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이러한 정책 설계는 교과 성적을 5등급으로 바꾸면 대입 내신 경쟁이 완화되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동시에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면 대학들이 교과성적을 대입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5등급으로 바꾸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것이라는 가정은 일부 학생에게는 적용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타당하지 않다. 대학생들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학점 취득이 용이한 과목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입을 준비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은 대학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입에의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서울대를 비롯하여 경쟁이 치열한 대학들은 권장과목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권장과목 제시는 고교학점제 설계 자체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지 대학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기는 힘들다. 5등급제가 도입된 상황에서는 상대평가 등급을 제공하더라도 경쟁이 치열한 대학과 학과가 변별력 확보를 위해 본고사형 논술, 교과형 면접 강화 등등의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국가가 법과 제도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막더라도 대학은 학부모와 학생이 수긍할만한 실력 측정 잣대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문제는 우수한 학생들의 고교 자퇴 증가이다. 교과 성적이 5등급으로 바뀌면 1등급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자퇴 후 수능 위주의 정시에 도전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시를 줄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는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정서와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정시 비율을 높인 것도 국민적 요구 때문이었다. 우리 국민은 부모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고, 학교 간 평가 일관성 확보가 어려운 학생종합부전형이나 교과전형보다는 학생의 실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측정하는 국가 단위의 시험을 더 신뢰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논의 방식 무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시범운영을 해왔지만, 전면 실시 첫 학기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이유, 전면 실시 첫 학기에 나타난 효과와 문제점 및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 분석, 지금까지 제기된 다양한 문제점 분석과 해결 가능성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기본 가정과 전제의 타당성, 현실성,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개선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권고안을 바탕으로 2025년 하반기에 개선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교육부가 아니라 교직단체·학부모단체·학생의회·학술단체·교육청 등에서 추천한 사람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할 때 제시된 개선안에 대한 교육계와 사회의 지지를 얻기 용이할 것이다. 이보다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와 참여 범위를 정하고, 이를 관리하여 나온 결론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 폐지 혹은 개선 방향을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 단계에서 하지 않았던 심도 깊은 논의를 이제라도 해야 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몇 해 전 본격화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해 재정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유·초·중등교육 지원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적립기금마저 바닥 난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계기는 2022년 발생한 추가 세수 때문이다. 연도 중 16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시·도교육청에 추가 교부되었고, 이로 인해 이·불용액과 기금 적립액이 매우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내국세의 일정률로 교부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후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만을 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 같은 신중론은 당시 내국세 추이에 비춰보았을 때 2022년 내국세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 급작스러운 내국세 증가 상황만으로 교부금 제도를 고쳤을 때 향후 내국세가 덜 걷혀 교부금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면 시도교육청은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본예산 대비 10.4조 원이 삭감되었고, 2024년에도 본예산 대비 4.3조 원이 삭감되면서 불안정성은 현실화되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의존도가 높은 지방교육재정 구조상 급등과 급락의 상황 속에 교육청들은 재정 확보와 운용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21년과 2022년 교부금의 연도 중 급격한 증가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교육재정의 방만한 운영과 비효율적 운영이라는 공격을 감내해야 했고, 반대로 2023년과 2024년에서는 연도 중 급격한 감소로 당해연도 당초 계획 수정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으로 대응해야 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2022년 연도 중 추가 교부된 교부금 16조 원의 대부분은 시도교육청에서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적립해 두었고, 세수결손으로 대규모 삭감되는 상황에 지출구조 조정과 함께 기금 등을 활용하여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유지가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적립된 기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고, 인건비와 노후시설에 대한 교육시설환경개선 등의 불가피한 고정지출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학교운영비 삭감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초·중등교육재정의 잉여를 문제 삼은 지 2년 만에 초·중등교육재정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하여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려는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전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개편 논의는 현 정부에서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비정상적 세수 증가가 가져온 여파가 초·중등교육재정의 근간이 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흔들고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개편 논의 과정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본질적 논의는 뒷전이고, 학생수 감소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는 비단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인구 감소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10년간 매년 1조 원씩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등에 지역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로 하였고 현재 추진 중이다. 반면에 교육재정에서는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제도 개편을 통해 교육재정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학생수 감소는 인구 감소와 맥을 같이 하고 있음에도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통계로 보았을 때 단순한 학생수 감소만으로 교육재정 축소 필요성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조사 결과2에 따르면 2024년 초·중·고 학생수는 513만 명으로 2005년 780만 명 대비 약 34.2%(266만 명) 감소하였지만, 같은 기간 학급수는 0.9%(2,245학급)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학교는 10.9%(1,159개교)가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학생수 감소가 학교수나 학급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초·중등교육의 비효율적 운영이고 방만하게 고비용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지난 20년간 학생 특성의 변화와 함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재정 수요는 유지되거나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학교수의 경우, 지역 규모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특별·광역시와 시 지역의 학교수는 23.8%(1,442개교)가 증가한 반면, 도서벽지 지역의 학교는 27.8%(174개교)가 감소하였다. 학생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학교통폐합을 추진한 결과, 2025년 기준 전국 폐교학교수는 4,008개교(분교 포함)에 달하지만, 학생 인구의 이동으로 인한 학교 신설 수요 또한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둘째, 학급수의 경우,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급당 학생수 감축3 노력으로 학급수가 학생수 감소에 비례하여 감소하지 않았다. 2005년 대비 2024년 초·중·고등학교 일반학급수는 4.4%(5,436학급)가 감소하였고, 특수학급수는 113.9%(3,906학급) 증가하였다. 일반학교 특수교육 수요를 반영한 결과이며 향후 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교원수 변화 추이에서의 특징은 비교과교원(전문상담·사서·실기·보건·영양교사)이 2005년(7,369명) 대비 2024년(22,037명) 약 3배 증가하였고, 기간제교원 비중도 2005년 3.5%에서 2024년 16.3%로 증가하였다. 학교 교육서비스 내용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인력구조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학생의 경우, 지난 20년간 학생의 변화를 살펴보면 학생수는 34.2% 감소하였지만, 주로 면 지역과 도서벽지 지역에 집중되어 왔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유지될 수밖에 없는 소규모학교는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다문화학생과 특수교육 대상자,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중이 늘고 있어 학생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수요(high needs)를 가진 학생수4는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2022년 노년부양비5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 104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쟁력 있는 미래인재 양성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적 변화 속에 현재의 학생 한 명은 과거의 학생 한 명과는 다를 수밖에 없고, 학생 특성의 변화는 더 많은 수요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지난 20년간 학생수는 지속해서 감소해 왔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할당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증가하는 현상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초·중등교육재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아야 한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동향과 주요국 사례를 보면 초·중등교육 재정정책의 중요한 과제는 기회균등 보장과 교육격차 해소이며, 모든 학생이 최소 기준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정수준의 인적·물적자원 지원이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근처럼 그 규모가 급격하게 변동한 시기는 없었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제도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통해 초·중등교육의 기회 확대와 질적 개선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지방교육재정 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지난한 논쟁 속에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은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순한 학생수 감소나 내국세 연동에 따른 재정 증가만을 문제 삼는다면 교육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 제도를 개편하고자 한다면 제도 개편의 대전제는 성공적인 학교교육 지원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의 지적처럼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모든 학생에게 교육적 실패를 최소화하고 더 좋은 학교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재정소요의 기준점 마련을 위한 적정교육비 산정이 필요하고, 학생 개별 특성과 교육적 필요를 반영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공고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유효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한 증거기반 정책 설계와 모니터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재정을 줄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외부의 지적과 같이 낡고 오래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 단순한 축소나 조정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변화와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 가능한 교육투자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학생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전년도 대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초등교사는 27%, 중등교사는 12.8%가 감축된다. 교육당국은 이를 두고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언론도 이 흐름을 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결정의 이면을, 과연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는가? 교사 한 명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채용 규모 조정이 아니다. 이는 미래 교육의 생태계를 형성할 구조적 결정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교사수에 따라 가능한 교육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사람의 일이며, 삶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존재는 단순히 수업시간만을 채우는 기능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과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적 기반이다. 겉으로는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표는 그대로이고, 수업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교사 한 명이 줄어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의 결이 사라진다. 교사수 감소는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기회, 개별 학생을 향한 시선의 깊이를 서서히 약화시킨다. 교사가 줄어들면 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교육의 다양성, 세분화된 배움의 가능성, 협력과 맞춤의 구조는 서서히 무너진다. 그것은 학교라는 공동체가 가진 온기의 축소이고, 아이 한 명이 받을 수 있는 지지망의 약화이며, 교육이 사회로부터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상징적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교사를 ‘지식 전달자’로만 오해한다. 그러나 교사는 한 명의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고민하고 조력하는 존재다. 상담자이자 모델이며, 때로는 보호자이기도 하다. 교사의 수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아이들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와 깊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립, 미래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교사 감축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멈춰버린 순환, 사라지는 공동체의 활력 학교는 단지 지식과 기술을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고, 공동체를 체험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지금 교단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신규 교사 유입은 줄어들고 있고, 세대 간 인적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교사가 줄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되고, 조직은 경직되며, 혁신은 지체된다. 젊은 교사는 단지 연령상의 신선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감각을 갖고 있고, 새로운 교육 기술과 도구에 익숙하며, 학생들과의 정서적 교감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교단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학교는 점점 과거의 언어로 현재를 가르치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낡은 기준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 우리가 아직도 ‘학급당 학생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은, 교육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과거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면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수업 중심의 획일적 교육’이라는 전제에서만 유효하다. 오늘날 교육은 다르다. 한 명의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대다. 한 명의 교사가 여러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수 감소’에 맞춘 감축이 아니라, ‘학생 개별화 교육’을 위한 교사수 확대다. 즉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학생을 일방적으로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명의 교사가 한 명의 학생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 관점 전환 없이는, 미래 교육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교사 감축이 아닌 교사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교사수를 단순히 줄일 것인가 아닌가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본질은 ‘어떤 교사 구조를 설계해야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있다. 변화하는 교육환경에 맞춰 교사의 역할과 배치, 조직 문화를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 첫째, 학급당 학생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학생 1인당 지원 교사수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더 많은 교사를 고용하자는 차원을 넘어서, 교사가 더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둘째, 교사 직군의 다변화가 요구된다. 정서지원 교사, 진로설계 교사, AI 기반 학습 피드백 교사, 진단과 중재를 담당하는 전문교사 등 현재의 단일한 담임-과목 중심 구조를 넘어선 역할 분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지 교사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설계하는 일이다. 셋째, 한 명의 교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단독 책임제에서 벗어나, 다수의 교사가 학생을 공동으로 지원하는 협력 기반의 다교사 책임제를 실험하고 도입해야 한다. 이는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덜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학생에 대한 다각적인 관찰과 지원이 가능하게 한다. 넷째, 신규 교사의 유입을 유지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세대별 연수 체계와 전문성 성장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세대 순환이 정체된 조직은 결국 스스로 쇠퇴한다. 교육적 상상력을 가질 용기 지금 우리는 교육을 둘러싼 고정관념들을 하나하나 다시 바라봐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었으니 교사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의 사고이며, 교육적 상상력의 부재다. 더 이상 과거의 기준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교사 한 명이 갖고 있는 관계의 가치,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눈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이것은 단순한 명제가 아니라, 수많은 교육 연구가 증명한 사실이자, 학교 현장의 체감이다. 교육이 위기라면, 그것은 곧 교사에 대한 투자와 신뢰가 위기라는 뜻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를 줄이는 결정이 아니라, 교육적 상상력을 회복하고, 공교육을 다시 설계하려는 용기다. 교사 한 명을 줄일 때, 단지 한 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미래, 그리고 학교가 지켜야 할 가치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20대 마약 사범이 10년 새 24배 증가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전담 검사로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명명하고, 국제 마약 조직 사건을 다수 수사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새교육과 만나 한국 마약 현실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2016년에 UN 기준선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소년과 20대 사이의 확산 속도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은 암수범죄(暗數犯罪)여서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 20~100배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란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집계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였으며, 이후 청소년 마약 중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그가 쓴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은 10대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실태와 원인, 예방법 등을 가장 현실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마약 청정국’이라고 생각합니다. “UN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이 20명 미만인 국가를 ‘마약 청정국’으로 봅니다. 한국은 2016년에 이미 22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때가 기준선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안이합니다.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만 잠시 떠들고,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이대로라면 ‘청정국’이라는 말은 역사 속 용어가 될 겁니다.” 최근 마약 범죄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무엇입니까. “연령층이 확 낮아졌습니다. 과거엔 40~50대가 주류였지만, 2021년 이후에는 20대가 중심이 됐습니다. 통계로 보면 20대 마약 사범이 최근 10년 새 무려 24배 늘었습니다. 10대도 급증세입니다. 적발 건수만 보면 3만 명이지만, 마약은 암수범죄 비율이 높아 실제 규모는 그 20~100배로 봐야 합니다. 적어도 60만 명, 많게는 300만 명이 투약 경험이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수처리장 조사에서는 4년 연속 전국 모든 시설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버려진 마약 주사기 때문에 하수에서도 마약 성분이 검출된 것이죠. 이는 마약이 이미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청소년 마약 확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 거래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대면 거래가 필수였지만, 지금은 텔레그램·SNS를 통한 익명·비대면 거래가 주류입니다. ‘던지기’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구매자가 돈을 송금하면, 판매 조직이 미리 숨겨둔 장소를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제가 실제 수사한 사건인데, 한 여중생이 주문에서 마약을 손에 넣는 데까지 30분이면 충분하더라고요. 둘째, 가격이 크게 내려갔습니다. 필로폰 1회분이 과거 10~15만 원이었는데, 지금은 3~4만 원, 치킨 한 마리 값입니다. 셋째, 청소년은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호기심이 많습니다. 여기에 ‘또래 압박’과 ‘한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결합하면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청소년들이 위험을 가볍게 여기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사회 속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쓰이고 있습니다. 마약 김밥, 마약 떡볶이 같은 음식 이름부터 드라마·영화 속 마약 소재까지, 일상적으로 접합니다. 그런데 마약은 단 한 번만 해도 중독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번 투약하면 평생 나올 만한 양의 도파민이 한꺼번에 분출돼 극도의 쾌감을 안겨줍니다. 이후엔 더 강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마약을 찾고 마지막에는 금단 증상의 고통을 피하려고 투약하게 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 시작하면 평생 끊기 어려운 구조로 갑니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하고 싶어도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게 제일 큰 문젭니다. 더 이상 청소년들이 마약에 중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 필수인데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답답할 뿐입니다. 공문으로 존재하는 형식적인 마약 예방 의무교육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마약은 한 번 중독되면 치료·재활 과정이 평생 따라옵니다. 교육부가 현재 학생 대상 예방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전문 인력과 교사 교육이 부족합니다. 교사부터 마약류의 종류와 위험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법적으로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대마로 나뉘는데, 기본 지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이 ‘골든타임’의 끝자락입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한국은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마약 사범의 경우 「소년법」 작용을 받아 처벌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19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성인과 달리 부정기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그렇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성인과 형량에 큰 차이 없이 엄하게 처벌합니다. 다만 이러한 엄벌주의가 능사는 아닙니다. 마약 중독도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와 재활에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처벌만 하고 치료가 소홀하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ADHD 치료제 복용이 마약 입문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물론 소아청소년학회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습니다만. “정상인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알고 과다 복용하는 경우 오히려 집중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ADHD 치료제도 향정신성 의약품이어서 복용에 신중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펜타닐 사태가 한국에서도 가능할까요. “미국은 펜타닐 때문에 ‘좀비 거리’가 생겼습니다. 경찰이 길에서 쓰러진 사람들을 매일 수거하다시피 하는 상황이고, 언론에서는 이를 ‘신(新) 아편전쟁’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은 아직 그 정도로 조직적인 대량 유통은 없지만, 일부 의사의 무분별한 처방·유통 문제가 있습니다. 환자를 빙자해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유통하는 사례가 이미 있습니다. 그런 병원들을 마약 중독자들은 성지(聖地)라고 부릅니다.” 수사 현장에서 느낀 마약 범죄의 실태는 어떻습니까. “제가 검사로 있을 때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했습니다. 그전에는 마약류로 분류조차 안 돼 있어, 법 적용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대형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느낀 건, 단속 기간에는 하루 수백~수천 건의 적발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만큼 마약이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사관들이 ‘잡으려고만 하면 무한히 나온다’는 말을 할 정도였습니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1938년 작품 The Frame은 자신의 정면 모습을 묘사한 자화상이다. 1939년 루브르 미술관이 이 작품을 사들임으로써 칼로는 루브르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최초의 20세기 멕시코 예술가가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은 미술사에서 예술가의 자아 탐색과 정체성을 담은 형식으로 그려졌다. 예술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묘사를 넘어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선언하는 장르이다. 1938년 작 The Frame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자아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칼로가 겪은 고통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강인한 모습 프리다 칼로의 The Frame은 유채 물감으로 그린 자화상 위에 멕시코 민속 양식의 꽃과 새 무늬 유리 액자를 겹쳐 놓은 혼합 매체 작품이다. 이는 전통적인 캔버스 유화와는 달리 혼합 매체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칼로는 알루미늄 금속판에 자신의 상반신 초상과 파란 배경을 유채로 그린 후, 꽃과 새 등의 무늬가 그려진 유리 액자(frame)를 입혀 그림과 액자가 한 구성품을 이루도록 제작했다. 화면의 장식적인 요소들은 좌우 대칭을 이루며, 중앙의 칼로가 부각되도록 안정된 구도를 이루고 있다. 이 액자는 원래 거울이나 성상(聖像)을 넣기 위한 멕시코 오악사카(Oaxaca) 지역의 민속공예품이었으며, 칼로가 시장에서 산 것이다. 액자 유리의 뒷면에는 이미 화려한 꽃장식과 새 무늬가 채색되어 있었고, 칼로는 그 안에 자신의 자화상을 배치함으로써 마치 액자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게 만들었다. 이처럼 그림과 액자가 결합한 독특한 구도 덕분에, 화면 중심의 자기 초상이 주변의 꽃과 새들로 둘러싸여 액자 속에 봉헌된 성화(聖畫)처럼 보이는 효과를 준다. 자화상의 칼로는 고요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화면 중앙에 자리한다. 평소 장신구와 전통 의상을 즐겨 그렸던 칼로지만, 이 작품에서는 머리에 한 송이 꽃과 리본만을 그려 간결한 방식으로 모습이 그려졌다.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강인하며, 두 눈은 냉정하고도 확고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이는 사회 통념이 요구하는 여성적 아름다움의 미덕(이를테면 순순하고 꾸민 듯한 미소나 치장)을 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는 초상이다. 실제로 칼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짙은 일자눈썹과 약간의 콧수염까지 숨김없이 묘사하여, 사회적 규범이 규정한 여성상에 타협하지 않는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보여준다. 멕시코 특유의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하여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밝은 원색의 꽃다발과 앙증맞은 새들이 가득하여, 내부의 차분한 푸른 배경 및 인물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붉은빛·노란빛 꽃들과 녹색 잎사귀, 형형색색의 새들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멕시코 민속 예술 특유의 경쾌함을 전달한다. 이들은 칼로가 사랑했던 자연과 고향의 이미지를 환기시키며 자화상의 인물을 멕시코적 정체성의 틀 안에 위치시킨다. 특히 멕시코 전통 민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꽃과 새는 행복과 자유의 상징인데, 칼로는 이를 자신의 초상 주위에 배치함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한 희구(希求), 즉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자유를 갈망하는 마음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액자의 형태는 성모 마리아나 성인과 같이 종교적 인물을 묘사한 성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이 작은 혼합 매체 자화상을 보면, 세월이 흐르며 이 작품의 액자 부분에 입혀졌던 바니시(varnish)가 약간씩 벗겨진 탓에, 원래는 꽃무늬로 가려졌던 자화상의 일부가 지금은 더 드러나 보인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은 보존상의 변화이지만, 이는 마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외부의 장식적 틀이 벗겨지고 진짜 자기 모습이 한층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은유하는 듯하다. 인생이 그렇듯, 자기 모습과 자신을 둘러싼 타자의 프레임이라는 구조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듯하다. 당시 미술계에서의 위치와 칼로의 삶 The Frame이 제작된 1938년은 프리다 칼로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고, 18세 때 교통사고로 전신에 중상을 입어 평생 수십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랜 입원 생활 동안 어머니가 병상에 달아준 거울을 보며 고통스러운 자기 모습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자화상 연작의 출발점이었다. 이렇듯 극심한 육체적 고통과 고독은 칼로의 예술 세계에 뿌리 깊이 자리하여, 이후 그녀의 그림 속에 지속적으로 투영되었다. 1929년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한 후에도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디에고의 반복된 외도로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았지만, 이런 개인적 역경 속에서도 1938년 무렵 칼로는 화가로서 점차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초현실주의의 거장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그녀를 ‘리본으로 감싼 폭탄’에 비유하며 극찬한 일화는 유명하다. 브르통은 1939년 봄 파리에서 개최된 멕시코 미술 전시 ‘Mexique’에 칼로를 초청하였고, 거기에는 멕시코 민속공예품들과 함께 칼로의 작품들도 걸렸다.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초현실주의 화가로 규정짓는 시선에도 반발하며 “나는 꿈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 현실을 그린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로의 파리 전시는 한 가지 역사적인 성과를 남겼다. 바로 그 유명한 루브르 박물관이 이 전시에 출품된 The Frame을 구매한 것이다. 당대에는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명성에 가려 그녀가 ‘리베라의 아내’로 더 알려진 실정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들여놓음으로써 칼로는 비로소 독자적 예술가로서 그녀의 작품세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남편과의 불화로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예술계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간 그녀에게 이 작품은 어쩌면 그 혼돈 속에서도 잃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붙잡고자 한 시도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멕시코 민중미술의 틀 안에 스스로를 그려 넣음으로써, 칼로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세계에 선언하고자 했던 것 같다. 자신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의 정체성 칼로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고통과 슬픔까지 화폭에 담아냈고, 예술로서 치유해 나갔다. The Frame에서도 고요하게 자신을 응시한다. 만약 갈등이나 인간관계의 어려움 속에 서 있다면, 당신에게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표현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 칼로가 신체적 장애와 심리적 상처를 지닌 자신을 예술로 드러냈듯, 우리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인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작품의 제목 The Frame이 암시하듯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언어·문화 속에서 우리 자신을 맞추어가기만 하기도 한다. 이러한 틀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잃어갈 수도 있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칼로는 캔버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갔다. 우리도 칼로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기회가 필요하다.
프롤로그 어릴 때 쓰던 학용품 중 ‘루니툰’이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이 있었다. 토끼·병아리 캐릭터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의, 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태즈(Taz)’이다. 태즈는 곰도 강아지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태즈메이니아데빌’이다. 2024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태즈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로 여행하는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등이 아닌, 루니툰 태즈의 모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의 남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 일정을 여행 중 가장 많이 할애했다. 호바트에서 가장 높은 산, 웰링턴산? kunanyi? 태즈메이니아는 섬의 명칭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구성하는 주(state)의 명칭이기도 하다. 태즈메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는 호바트(Hobart)이다.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계 이주민들은 남반구에 새롭게 발견된 거대한 땅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새로운 영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호바트 도심은 19세기 어느 영국 도시에서 유행하던 건축 및 도시 경관을 그대로 옮겨둔 것만 같았다. 살라망카 시장(Salamanca Market)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둘러보며 여러 기념품을 사고, 시내와 공원·항만 구역을 거닐면서 도시 경관도 살펴보았으며, 박물관에서 태즈메이니아의 자연과 역사·문화 전시를 둘러보았다. 호바트항만 구역에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우뚝 솟은 큰 산이 있다. 바로 웰링턴산(Mount Wellington)이다. 해발고도는 1,271m로 엄청 높은 산은 아니지만, 신생대 조산운동을 거의 받지 않은 땅이 대부분인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 정도는 꽤 높은 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풍수지리 방식으로 말하면, 웰링턴산은 마치 호바트를 지키는 주산(主山)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항만 구역에서 2시간 반 동안 투어버스를 타면 웰링턴산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투어버스 창문이 너무 깨끗하게 잘 닦여 있어서, 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이 잘 나와서 신기했다. 정상에는 거대한 바늘처럼 우뚝 솟은 거대한 TV 송수신탑이 눈에 띄었고, 전망대에서는 호바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열악한 고산 지역의 기후 조건을 이겨내고 하얀 꽃을 피워낸 여러 식물과 잘 발달된 여러 기암괴석이 이채로웠다. 정상 표지석에 적힌 산 이름이 특이하다. ‘kunanyi/Mount Wellington’이라고 두 지명이 병기되어 있다. 웰링턴산은 유럽계 이주민들이 붙인 이름이고, 그들이 오기 몇만 년 전부터 살아온 선주민(先主民, Aborigine 또는 Indigenous Australian)은 이 산을 쿠나니(kunanyi)라고 부르면서 신성하게 여겼다. kunanyi라는 지명은 한때 공식적 영역에서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는 선주민 지명을 존중하여 유럽계 이주민의 지명과 병기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여행지인 ‘에어즈 록(Ayers Rock)’을 ‘울루루(Uluru)’로 부르는 것 또한 유사한 구조이다. 태즈메이니아주는 2012년 주 법률에 따라 14개의 주요 지명에서 공식 문서나 표지판 등에 선주민 언어를 먼저 표기하여 병기하도록 법제화되었다. 유럽계 이주민이 선주민을 학대하고 차별했던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선주민의 문화를 존중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야생 웜뱃의 피난처를 찾아서, 마리아섬 동부 해안에 있는 마리아섬(Maria Islands)은 섬 동부 연안의 트리어번나(Triabunna)에서 페리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도착한다. 마리아섬은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철저히 자연을 보호하는 곳이다. 여러 야생동물 중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것은 웜뱃이다. 오전 10시 40분경, 도착하자마자 바로 웜뱃이 ‘짠’하고 나타나리라 기대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웜뱃이 야행성인 건 알고 있었지만, 혹시라도 몇 마리가 잠을 설치다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남반구 여름의 작열하는 햇볕만 무심하게 내리쬘 뿐이었다. 2시간 넘게 섬 북쪽 초지에서 웜뱃의 네모난 배설물 밭(?)만 헤매다가, 백여 년 전 고래잡이 어선들의 기착지이거나 죄수들의 감옥으로 쓰이다 버려진 건물군 아래쪽 풀밭에서 드디어 웜뱃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여러 여행자는 느린 몸짓으로 풀밭을 거닐며 서걱서걱 풀을 뜯는 웜뱃의 모습을 숨죽이며 관찰했다. 여행자들은 연신 ‘큐트, 큐트’라고 속삭이며 카메라 셔터를 조용히 눌러댔다. 마리아섬에 머무르는 약 5시간 동안 섬 북부의 풀밭·숲속·해안 등을 트레킹하며, 웜뱃 외에도 케이프배런구스(고유종 기러기의 한 종류)·왈라비(오스트레일리아에 널리 분포하는 작은 캥거루를 총칭하는 표현. 태즈메이니아에 사는 덤불왈라비는 ‘파데멜론’이라고 부름)·태즈메이니아물닭(날지 못하는 태즈메이니아 고유종 물새) 등도 보았다. 마리아섬을 대표하는 야생동물은 웜뱃이지만, 원래부터 마리아섬에 살던 동물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 지역 및 태즈메이니아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 초식 유대류인 웜뱃은, 유럽계 이주민의 도래 이후 농업과 목축업 지역의 확대로 인한 서식지 축소, 인간 반려종인 개·고양이 공격 등의 이유로 개체수가 점차 감소했다. 특히 태즈메이니아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웜뱃 보전을 위해, 사람이 살지 않는 마리아섬에 웜뱃 28마리를 옮겨 종을 보전하고자 하였다. 마리아섬은 멸종 위기 동물이 피난 온, 마치 ‘노아의 방주’와 같은 곳이었다. 이곳 마리아섬 국립공원 관리자들은 웜뱃을 비롯한 여러 ‘이주민’ 동물들과 기존에 서식하던 ‘선주민’ 동물들과의 관계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속가능한 생태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언뜻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물들이 평화롭게만 살 것 같은 태즈메이니아에서, 멸종 위기 동물들이 피난 온 사연, 그리고 그들과 기존 동물 간의 조화를 위한 당국의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는 점을 새삼 알게 되니 참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동물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아무리 귀엽고 만만해 보인다고 해도 웜뱃과 같은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지거나 대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웜뱃 외에도 마리아섬에는 태즈의 모델이 되는 태즈메이니아데빌도 있다고 안내문에서 확인했지만, 짧은 마리아섬 체류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기 어려웠다. 이 섬은 동물원이 아니기 때문에, 여행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동물을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 결코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동물을 보기 어려운 불편한 곳일 수도 있지만, 동물원이야말로 사람에게 편한 곳이고 야생 동물에게 불편한 곳이지 않겠는가. 야생을 탐험하다가 어렵게 야생 동물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이를 통해 멸종 위기 생물종 보전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마리아섬을 추천한다. 다친 동물들의 안식처,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Bonorong Wildlife Sanctuary)는 호바트 교외의 소도시 브라이턴에 있다. 생추어리(sanctuary)의 의미를 모르는 여행자에겐 이곳은 여느 동물원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동물원은 동물을 구경하는 인간의 유희가 목적인 반면, 생추어리는 동물 보호가 목적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생추어리에는 일반적인 대도시 큰 동물원의 인기 있는 외국산 동물(코끼리·사자·기린 등)이 없다. 보통 해당 국가에 서식하는 ‘비인기’ 고유종 야생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생추어리 입구를 통과해서 조금 걸어가니, 다친 동물을 구조하여 치료해 주는 시설을 볼 수 있었다. 생추어리의 목적에 가장 핵심적인 시설이라 할 수 있겠다. 야생 동물이 차량충돌·질병 등으로 다치면 이들을 구조·보호하고, 야생으로 재도입하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내도록 해준다. 생추어리의 운영 취지를 관람 초반에 알려준 점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태즈의 모델인 태즈메이니아데빌을 드디어 만났다. 사실 태즈메이니아데빌은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 안내판의 모델이기도 하다. 연령대와 상태별로 여러 개의 우리로 구분되어 관리되고 있었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개체도 있었지만, 아마 다리를 다쳤는지 움직임이 굼뜬 개체도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활기찬 태즈의 모습은 이곳에서 볼 수 없었다. 과거 유럽계 이주민은 ‘데빌’이라는 명명에서 짐작하듯 음울하고 포악하며 부정적인 ‘악마’와 같은 동물로 태즈메이니아데빌을 취급했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태즈메이니아데빌을 학대하였고, 결과적으로 멸종 위기로 내모는 데 기여했다. 현재 태즈메이니아데빌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레드리스트에서 EN(Endangered, 위기) 등급으로 분류된, 꽤 위험한 지위를 보이는 멸종 위기종이다. 이곳 보노롱 야생 동물 생추어리에서 태즈메이니아데빌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과거 유럽계 이주민의 오해와 잘못된 대처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살라망카 시장에서 구매한 루니툰 태즈 옛날 버전 브로마이드를 보면서, 다시 태즈메이니아데빌의 개체수가 증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에필로그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가, 혹자는 태즈메이니아를 두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제주도’라고 지칭한다는 말을 접했다. ‘거대한 본토의 남쪽 해안 멀리 위치한 작은 섬’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오스트레일리아의 태즈메이니아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고 있는 점은 ‘스케일(scale)’이다. 본토 남쪽 저 멀리 위치한 ‘작은’ 태즈메이니아섬은 남한 면적의 약 2/3나 되는 ‘큰’ 면적을 자랑한다. 남동쪽 해안에 있는 호바트에서 섬을 종단하여 북서쪽 해안에 있는 버니·스탠리 등에 도착하기 위해, 장장 5~6시간을 운전해야 했다. 여행 일정을 편성할 때 여행지의 지리적 규모 및 특성을 자세히 검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지난 6월 중순 백두산 천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5분 정도 풀과 관목만 자라는 초원 지대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키가 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2,744m인 백두산에는 키가 큰 교목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한계 지점인 수목한계선(timber line)이 있는데 약 2,000m 정도다. 이 수목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이때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무가 바로 사스래나무다. 수목한계선에서 백두산 북파 코스의 중심점인 운동원촌 환승지로 내려올 때까지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는 사스래나무였다. 사스래나무는 추위와 바람에 강해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잘 자란다. 사스래나무는 한라산·지리산 등의 고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나무도 수피가 흰색 계열이어서 자작나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스래나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현재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방법은 동파·서파·남파·북파 등 4개 코스이다. 이 중 동파 코스는 북한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북파 코스다. 북파 코스 내부 명소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운동원촌 환승지에서 천지는 물론 장백폭포·부석림·빙수천·녹연담 등 폭포와 지하산림 등 협곡에 가는 방식이다. 자작나무는 1,600m 이하 지역에서 자란다. 그 이하 지역에 자작나무가 참 많긴 했다. 그러나 숲이 자작나무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가문비나무·종비나무·분비나무·잎갈나무 등과 섞여 자라고 있었다. 물론 노랑만병초·들쭉나무는 물론 조그만 월귤·린네풀 같은 작은 식물도 엄연히 나무이긴 하지만 여기서는 키 큰 나무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자작나무 3형제 우리나라 산에는 참나무 6형제와 소나무가 주종을 이룬다. 반면 백두산 숲에는 자작나무·사스래나무에다 침엽수인 종비·가문비·잎갈·분비나무가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었다. 자작나무·사스래나무·거제수나무는 흰색 계통의 수피와 잎 모양이 비슷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많은 사람이 식물을 공부할 때 이 3형제를 구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우선 자작나무 수피는 흰색이고, 종이같이 옆으로 벗겨진다. 수피가 피부처럼 매끈하면 자작나무라고 볼 수 있다. 자작나무엔 또 가지 흔적인 ‘지흔(枝痕)’이 군데군데 있다. 나무가 자라면서 아래쪽 가지가 불필요하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리고 남은 흔적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눈썹 모양이라고 한다. 남한에서 자라는 자작나무는 다 심었다는 것을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어, 내가 분명히 산에서 자작나무 보았는데?’ 하는 사람들은 ‘심은’ 자작나무를 보았거나 사스래나무나 거제수나무를 본 것이다. 사스래나무와 거제수나무는 자생하는 나무다. 사스래나무 껍질은 회색에 가깝고,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지듯 얇게 벗겨져 지저분하게 보인다. 사스래나무 이름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그냥 수피가 흰색이면 자작나무, 은색(또는 회색)이면 사스래나무라고 기억해도 무방할 것 같다. 거제수나무는 수피가 약간 붉고 두꺼운 종이처럼 벗겨진다. 사스래나무는 능선, 거제수나무는 물이 풍부한 계곡 근처에서 잘 자란다. 거제수나무라는 이름은 거제도와는 무관하고, 재앙을 물리치는 물을 가졌다는 뜻의 ‘거재수(去災水)’가 변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잎까지 있으면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자작나무잎은 거의 삼각형이고 측맥이 6~8쌍으로 가장 적다. 사스래나무잎은 삼각형 모양이지만 계란형이고 측맥이 7~11쌍, 거제수나무잎은 타원형에 가까운데 측맥이 9~16쌍이다. 가문비·종비·잎갈 등 고산 나무 많아 백두산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가문비나무·분비나무·종비나무·잎갈나무 등 침엽수와 황철나무 등 활엽수가 나타났다. 가문비나무는 지리산·덕유산·설악산 등 해발 1,2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자라지만, 평지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공원이나 정원에는 흔히 유럽에서 들여온 독일가문비나무를 심는다. 독일가문비나무는 가지와 열매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종비나무는 가문비나무와 같은 속(屬)인 나무로, 가문비나무에 비해 잎의 횡단면이 마름모꼴이고, 솔방울 열매도 2배 이상 큰 것이 특징이다. 우리 산에 흔한 일본잎갈나무(낙엽송)와 비슷한 잎갈나무도 정말 많았다. 그냥 잎갈나무는 북한 등 추운 지방에서 자라지만, 일본잎갈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잘 자란다. 가을에 잎이 떨어진다고, 잎을 간다고 잎갈나무다. 황송포 습지엔 잎갈나무 고목이 특히 많았는데, 형태가 특이한 나무마다 장사수(壯士樹)·선녀수(仙女樹) 등과 같은 푯말을 붙여 놓은 것이 재미있었다. 일본잎갈나무는 1960~1970년대에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많이 심은 나무다. 줄기가 곧게 자라 전봇대나 철도목, 나무젓가락을 만드는 데 쓰였다. 그러나 그런 수요는 점차 줄어들었다. 더구나 이 나무 원산지가 일본이고 숲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이유에서 국립공원에서 일본잎갈나무를 베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잎갈나무는 남한에선 국립수목원 광릉숲과 오대산·가리왕산 등에서 극소수만 자생한다고 하는데, 오대산 상원사 입구에 가면 수령 250년이 넘은 잎갈나무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백두산 일대 계곡 근처에서 황철나무도 많이 만났다. 같이 간 나무 전문가 한 분은 “우리나라엔 황철나무가 귀한 나무인데, 백두산 일대에 정말 많다. 황철나무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황철나무는 버드나무과 나무로 포플러 비슷하게 생겼고, 수피에 살짝 노란색이 들어 있다. 백두산 관광의 관문 도시인 이도백하(二道白河)에서 인상적인 것은 가래나무를 가로수로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주변에서 자생하는 나무라 아무래도 가로수로 적응도 수월하게 할 것이고 도시의 특색을 나타내는 데도 도움을 줄 것 같았다. 은행나무·플라타너스·왕벚나무·메타세쿼이아 등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를 주로 가로수로 심고 있는 우리가 좀 배울만한 점인 것 같다. 지난번 쓴 ‘백두산에서 만난 어여쁜 꽃들’과 이번엔 쓴 ‘백두산에서 만난 나무들’ 이야기는 모두 중국 연변과 이도백하를 거쳐 올라가면서 본 것이다. 중국에서 부르는 정식 명칭도 백두산이 아니라 장백산이다. 우리 땅인 북한을 통해 꽃과 나무를 관찰하면서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날은 언제쯤일까.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넷플릭스, 2025, 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거세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는 전사가 되어 노래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고, 공개 6주 차에만 누적 시청 시간 2,630만 뷰를 기록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이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라고 밝혔다. 시청 시간만으로 인기를 평가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곡 1위는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2014)의 ‘Let it go’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25년 7월 드디어 케데헌의 삽입곡 ‘Golden’으로 1위가 바뀌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데헌 OST 수록곡 중 8곡이 차트에 올랐는데, ‘골든’은 2위를 유지했다. 사자보이즈의 ‘Your idol’은 9위, ‘Soda pop’은 16위를 기록했다. 케데헌 OST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메인 트랙 ‘Golden’은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모두 정상을 지켰다. ‘Golden’ 흥행 이유? 실제 스토리가 감정 이입 더해 빌보드 차트 1위라니! 김구 선생의 ‘문화강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속된 말로 ‘국뽕’이 차오를 것처럼 기분이 두둥실 날아오른다. 케데헌의 인기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확실히 피부에 와닿는다. 어떤 노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는지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척도 중 하나는 커버 영상이다. ‘Golden’의 경우 국내에서는 아이돌그룹 ‘아이브’의 안유진부터 실력파 가수인 바다·에일리 등등이 커버 영상을 올리며 순식간에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거 커버 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통상 커버 영상은 기존 가수들이 하는 데 비해, ‘Golden’은 일반인이 참여하는 커버 영상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일본·미국 등 전 세계 국가를 막론하고 어마어마한 수로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 ‘Golden’을 부른 가수 ‘이재’의 실제 사연이 케데헌의 흥행을 더욱 부추겼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재’는 아이돌을 꿈꾸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으로 10여 년을 보냈다. 소녀시대와 함께 연습생 생활을 했지만, 데뷔가 무산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이후 미국에서 심리학과 음악산업을 전공하며 기본기를 다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적지 않은 나이로 결국 아이돌 가수라는 꿈을 접고, 2009년 레드벨벳의 타이틀곡 ‘Psycho(사이코)’를 만들면서 동경하던 K-pop 무대에 작곡가로 서게 된다. 하지만 결국 이재는 매기 강 감독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로 케데헌의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와 노래를 맡게 됐다. 이재는 연습생 시절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콤플렉스를 숨겨야 했던 마음을 ‘Golden’ 가사에 녹여냈다. ‘난 유령이었고, 외로웠지. 어두워진 앞길 속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중략)… 이제 더는 숨지 않아. 난 원래 빛나도록 태어난 사람이니까. 이제 우리의 순간이야. 우린 점점 올라가고 있어. 함께할 때 더 빛나. 우린 ‘골든’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는 애니메이션 속 루미의 이야기와 현실 속 이재의 경계를 묘하게 지운다. 실제로 이재는 ‘Golden’을 녹음할 때 울면서 불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루미를 통해 자신 또한 치유받았다”라고 고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 고맙긴 하지만…. 매기 강 감독은 K-pop과 한국의 전통을 결합시킨 과정에 대해 “케데헌은 최대한 한국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서치를 위해 디자인 팀원 10명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해 북촌의 골목이 얼마나 가파른지, 명동 거리의 벽돌이나 길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확인했고, 이런 디테일들을 모든 장면에 한국적인 요소로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전략은 확실히 통했다. 전술한 기록들만 봐도 전 세계가 열광했으니, 아니 여전히 열광하고 있을 테니. 산업적 측면에서 케데헌 성공의 이면을 조금 살펴보자. K-pop은 물론 해치·저승사자·갓 등 한국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삼은 케데헌의 제작사는 일본이 미국에 설립한 소니픽처스다. K-문화를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린 애니메이션이 외국자본으로 기획됐다는 이야기다. 감독인 매기 강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다섯 살 때 부모님이 캐나다에서 일하게 되며 이민자가 돼 드림웍스 등 쟁쟁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실력을 키웠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배우 이병헌·김윤진·안효섭 등을 섭외해 작품의 완성도와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폈는데, 이는 넷플릭스의 한국 영화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다. 케데헌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넷플릭스는 발 빠르게 다음 행보에 나섰다. 속편 제작을 비롯해 뮤지컬, 실사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울러 7월 22일에는 케데헌 관련 상표권까지 출원했다. 주인공인 헌트릭스 멤버 루미·미라·조이뿐만 아니라 호랑이·까치 등이 그려진 티셔츠·텀블러·수영복·장난감들을 판매할 예정이다. 그동안 구독료와 광고비에 의존했던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그야말로 야심 찬 계획이다. 20세기에 디즈니 왕국이 누렸던 영광을, 넷플릭스가 21세기에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넷플릭스의 상표권 등록에 앞서 국내에서는 케데헌의 인기에 힘입어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구매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는 뉴스들이 연일 보도됐다. 케데헌 속 캐릭터와 똑같지는 않지만, 호랑이와 까치를 그려 넣은 ‘호작도’는 2030 세대와 외국인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미 스낵을 출시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었는데, 넷플릭스 공식 케데헌 굿즈는 아마도 OTT 세계에서 넷플릭스 일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지도 모른다. 케데헌의 제작비를 받은 후 공개부터 추후 캐릭터·장난감 등에 대한 모든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긴 소니픽처스는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넷플릭스 독주와 케데헌 성공에 대해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한국 영화는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한국 영화인 스스로 그 판을 바꾸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라는 치명상을 입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결정타는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달리는 최근의 케데헌에서 나왔다. 한국과 K-POP의 글로벌 인기가 매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의 영화제작 산업이 나락으로 치닫고 있는 모순적 현실을 급속하게 노정하고 만 것이다. 한국 영화계가 정신적·정서적 분열증의 경기를 일으키게 된 셈이다”라고 평했다. “5세대 한류부터 해외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는 등 양상 바뀐다” 케데헌의 세계 애니메이션 1위 제패와 OST ‘Golden’의 1위 등극 그리고 넷플릭스의 선구안과 후속 대응 칭찬은 여기까지다.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케데헌을 한류 범위에 넣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외국자본으로 만들어진 케데헌은 어떤 특징을 가지는가?’, ‘앞으로 한류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될 것인가?’ 이성민 방송대 교수(미디어영상학과)에 따르면 한류는 크게 4개 시기로 구분한다. 드라마와 일부 아이돌 음악이 중심이 됐던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가 1세대 한류이고, 2000년대 중반까지 겨울연가(연출 윤석호, 각본 윤은경 외, KBS, 2002) 같은 드라마와 올드보이(감독 박찬욱, 2003) 등 영화 분야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2세대 한류, 2010년대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파리 SM 콘서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확장이 중심이 된 3세대 한류, 그리고 2020년대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과 오징어게임(연출 황동혁, 넷플릭스, 2021~2025)으로 대표되는 영상산업의 글로벌 도약이 중심이 되는 4세대 한류이다. 2022년 이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세대 한류는 웹툰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지금까지의 한류는 한국 문화와 콘텐츠가 함께 붙어서 인기가 있었다. 5세대로 가면 외국 회사가 한국 문화로 장사하고, 한국 회사는 오히려 한국 색채가 없는 걸로 장사를 할 것이다. 디즈니에서 쿵푸팬더를 만들어 시장을 점유하는 것처럼, 완전한 분리는 아니지만, 더 다양하고 복잡할 양상을 띨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연 케데헌의 사례와 무섭도록 딱 맞아떨어진다. 일회성이 아니다. 케데헌의 흥행에 OTT 플랫폼 애플TV+는 더욱 노골적으로 K-pop을 가져가 8월 29일 예능 프로그램 ‘KPOPPED’(케이팝드)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프로그램 제목인 ‘KPOPPED’부터 충격적이다. 장르 중 하나였던 K-pop이라는 명사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뜻하는 동사로,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에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도 놀랍다. ‘KPOPPED’는 이른바 미국판 ‘나는 가수다’로 K-POP 아이돌 그룹과 글로벌 레전드 팝스타들이 컬래버로 서로의 대표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무대를 선보이고 경연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K-Pop을 세계에 알린 싸이와 세 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슈퍼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이 출연한다. 경연에 참여한 팝 가수들 명단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의 멤버 멜라니 B(Mel B)와 엠마 번튼(Emma Bunton)이 ITZY와, TLC와 보이 조지(Boy George)가 스테이씨와, 전설의 아카펠라 그룹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은 블랙스완과 환상적인 컬래버 무대를 꾸린다. ‘Savage’, ‘Wannabe’, ‘Ice Ice Baby’, ‘Lady Marmalade’, ‘Can’t Get You Out of My Head’, ‘Motown Philly’, ‘Waterfalls’ 등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을 K-pop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 무대는 한국 관객에게 그 자체로 비현실적인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1950~60년대 일본영화는 유수의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동양의 아름다움을 알렸다. 1980년대에는 홍콩영화가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차지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는 한 세대로 구분되는 30년을 넘어서 그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아마 지금도 어느 OTT 기획팀에서는 통일신라 시대 선덕여왕, 고조선의 치우천황, 당나라 침입을 수차례 막아냈던 고구려 등 한국 역사를 들추며 새로운 영화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전통문화가 외국자본으로 알려지는 중에 고사해 가는 한국 영화계, 지적 재산권과(IP)과 이를 통한 수익 구조 확보, 해외 공동 제작 등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진 제공 정보 ● 케이팝 데몬 헌스터 _ 넷플릭스 / KPOPPED _ 애플 티비+, 예고편 캡쳐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이의 부모이자 중학교 영어교사인 저자가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진정한 배움과 공존을 위한 교실을 말한다. 그는 특수교육이 아닌 통합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장애학생을 분리해서 가르치는 교육방식으로는 교육의 본질인 다양성과 사회 통합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수와 학교 내 협력 구조, 제도적 지원의 확충을 통합교육의 필수 조건으로 제안한다. 인생 복리의 법칙 (정석원 지음, 트러스트북스 펴냄, 쪽, 1만 8,000원) 꾸준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 어느 순간에 폭발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복리 효과’로 설명한다. 진짜 성공 비결은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지만, 단서는 있다. 그것은 바로 ‘OO을 하다 보니’다. 느려 보이지만, 삶의 원금에 꾸준하게 이자를 붙여가는 게 가장 확실한 성공 방법이다. 자신만의 인생 복리 법칙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생각 도구를 소개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슬람 이야기 (이수정 지음, 주니어태학 펴냄, 224쪽, 1만 7,500원) 히잡을 착용한 여성을 신기하게 보거나, 중동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연결하는 시선은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세계 3대 종교인 이슬람과 이를 믿는 무슬림에 대한 편견 없는 이해는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양이다. 근거 없는 소문과 오해, 착각을 짚으며, 이슬람 역사부터 문화·경제·정치에 이르기까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진짜 호르몬 때문일까? (박승준 지음, 다른 펴냄, 240쪽, 1만 5,000원) 우리는 왜 단것을 먹으면 힘이 나고, 밤만 되면 감성이 폭발할까? 호르몬의 핵심 개념을 일상 사례와 연결해 알기 쉽게 풀어냈다. 도파민·멜라토닌·코르티솔 등 대표 호르몬의 특성과 역할에 대한 설명에 더해 ‘호르몬 패치로 기분을 조절한다면?’, ‘성호르몬으로 남녀를 나눠도 될까?’ 같은 틈새 토론으로 윤리적 성찰도 유도한다. 그래서 이런 직업이 생겼대요 (우리누리 글, 송진욱 그림, 길벗스쿨 펴냄, 164쪽, 1만 5,000원) 의사·교사·경찰 등 전통적 직업부터 로봇 엔지니어와 빅데이터 전문가 등 미래 유망 직업까지 다양한 직업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직업이 단순히 사회적 필요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사회 변화 그리고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결과임을 알려준다. 직업 자체보다, 그 직업이 탄생한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직업의 역할과 중요성, 그리고 그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능력과 자질도 알려준다. 할머니랑 나랑 수수께끼 장바구니 (이시즈 치히로·나카자와 쿠미코 지음, 김지예 번역, 초록귤 펴냄, 32쪽, 1만 3,000원) 시장 골목에서 할머니와 손자가 함께 장을 보는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책. 문방구·과일가게·제과점·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을 구경하며 50가지 물건들을 수수께끼로 풀도록 구성했다. 특별한 스토리는 없지만, 수수께끼와 정겨운 그림을 통해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고 관찰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었고, 다시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가까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 끝에, 그들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거리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적당한 거리는 곧 예절과 품위의 규범이다.”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소품과 부록(Parerga und Paralipomena), p.464. 고슴도치 딜레마는 인간관계에서 가까워지려는 욕구와 상처받을 두려움 사이의 긴장을 비유한 심리·철학 개념으로 ‘적절한 거리 유지’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고슴도치에게 가시는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지만, 서로에게 다가서는 데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모진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부담스러워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경계하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의 벽을 세워 철통방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벽이 두꺼워질수록, 너무 멀리 물러설수록 외로움이 커진다. 그래서 우리는 상처받을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관계를 맺기 위해 도전한다. 결국 인간관계의 핵심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의 ‘거리 조절’이다. 관계의 적정 거리를 찾는 일은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우리는 고슴도치처럼 반복해서 관계를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한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실망하고, 때로는 위로받으며, 삶의 전반에 걸쳐 관계의 복잡한 진실을 배워간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 교사의 일상은 매일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고, 학부모와 소통하며, 동료와 협업하는 ‘촘촘한 대인관계의 연속’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숨 쉬는 직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학생과의 관계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생활지도를 하면서 사생활이나 감정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학생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거나 방어적으로 변한다. 학생과 너무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 감정까지 소모됨을 느낀다. 반대로 거리감을 두면 두면 학생은 ‘외면당했다’는 서운함을, 교사는 ‘내가 너무 정이 없나?’라며 신경 쓰인다. 학생끼리도 마찬가지이다. 상담을 하다보면,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상처받을까 봐 두렵다”라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이럴 때는 친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력해 볼 것을 권하기보다 이들이 겪는 고슴도치 딜레마를 이해하고, ‘어떻게 가까워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거리를 조절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 청소년 시기에 관계의 거리 조절을 실패하면, 앞으로의 인간관계는 과도한 집착이나 배타, 혹은 단절의 문제를 안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이 서로의 가시에 찔려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가시를 인식하고도 함께 설 수 있는 거리를 찾아가도록 도와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지식 전달의 공간을 넘어 안전한 울타리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충분히 연습하는 ‘관계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관계 심리학에서 말하는 ‘심리적 거리 조절 기술’ 3가지를 소개한다. ● ‘좋은 관계’의 부담감에서 벗어나자 _ ‘좋은 사람’이 아니라 ‘안정된 사람’ 우리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고, 말실수를 피하고, 상처 주지 않으려 애쓴다. “에이, 내가 좀 손해 보고 말지 뭐”라며 솔직한 감정과 진짜 속마음을 피한 채,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특히 교사는 학생에게 이해심 있어야 하고, 학부모에게는 친절해야 하며, 동료와는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큰 직업이다. 아이의 반항, 학부모의 예민한 반응, 동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감정은 요동치지만, ‘교사니까’ 참아낸다. 하지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 할수록, 자꾸 지쳐간다. 관계의 감정 노동이 계속 쌓이게 되면 ‘나도 지쳤어. 더는 힘들어’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거리두기에 들어가거나, 반대로 ‘그래, 나는 교사니까,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죄책감으로 감정을 과도하게 소진하게 된다. 사람은 항상 따뜻하고 완벽할 수 없다. 상처 없는 인간관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건강한 관계는 ‘완벽한 이해’나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불편’을 견디면서도 연결을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조율하는 끊임없는 노력이다. 마침내 고슴도치들이 서로를 찌르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거리처럼 말이다. 우리 역시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여유, 그 거리를 존중해주는 이해, 밀착된 가시가 불편하다는 말을 꺼낼 용기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태도를 지닐 때 비로소 ‘좋은 사람’의 부담에서 벗어나 진짜 나로 존재하면서도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_ ‘가깝게’가 아니라 ‘선명하게’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불편해지고 단절되기도 한다. 지나친 밀착 역시 때때로 귀찮고, 부담스럽다. 고슴도치가 찾아낸 진정한 친밀감은 ‘뜨거운 밀착’이 아닌 적절한 거리에서 나눠지는 ‘온기’였다. 그리고 그 온기는 서로를 찌르지 않기 위해 거리를 조절하는, 즉 배려와 존중으로 유지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이를 ‘예의(politeness and good manners)’라고 불렀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거리두기’는 서로를 보호하는 장치이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옛말처럼 건강한 선을 긋는 지혜이자 ‘서로를 존중하며 마주하는 것’이다. 경계는 선명할수록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지난번엔 좋아하더니, 이번엔 왜 이러는 거지?’,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야?’ 등 오해의 틈이 생긴다.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선명하게 세우면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며 마음을 열 수 있다. ‘다름’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1’이라고 부른다.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면 자기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슴도치가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교사는 인간관계의 폭이 넓은 직업이다. 10대의 어린 학생부터 중년층의 학부모까지 연령대는 물론 각양각색의 성격까지 아울러야 한다. 교사에게 명확한 경계는 심리적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안전밸트이다. 종종 아이들에게 경계 세우는 것을 ‘너무 정 없어 보이지 않을까?’, ‘아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닐까?’ 하며 미안해하는 경우를 본다. 하지만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기 위해 경계를 느슨하게 하면 아이들은 그 틈을 여지없이 파고든다. 너무 과하다 싶어 한마디 하면, 아이들의 태도는 돌변한다. 모든 관계가 가까워야 좋은 것은 아니다.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경계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아이들은 다가오지 않는다. 경계가 느슨하면 권위와 존중이 무너지고, 경계가 지나치면 아이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기 어렵다. 교사에게 심리적 거리 조절이 꼭 필요한 이유이다. ●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_ ‘상처 없는 관계’가 아니라 ‘회복하는 관계’ 관계에서 가장 큰 피로는 감정에 휘둘릴 때이다. 이해받고 싶었지만 외면당한 말 한마디로 무너지고, 기대했지만 돌아오지 않은 메시지로 멀어지며, 정성을 다했지만 무시당한 순간 때문에 관계는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 받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연결’을 시도한다. 상처를 두려워한 나머지 관계 자체를 단절해 버리면, 위로받을 기회 또한 잃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로 상처받고, 관계로 치유 받는다. 문제는 ‘상처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회복하느냐’에 있다. 만약 누군가가 모진 말과 행동으로 가시를 곤두세우고 있다면 ‘왜 저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야?’라고 거리를 두기보다 ‘상처받기 싫어서 저러는구나’라고 이해하려 한다면 좀 더 발전적인 대화와 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의 실천 팁이 회복하는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나, 관심은 드러내되 강요하지 않기 “무슨 일이 있니?”보다 “필요하면 이야기해도 돼”라는 말이 더 심리적 안전감을 준다. 상대방에게 대답의 선택권을 주는 것은 심리적 거리 유지를 돕는다. 둘, 기다림으로 관계의 속도 조절하기 친해지는 속도와 방법은 모두 다르다. 어떤 사람은 금세 친해지지만, 어떤 사람은 천천히 마음을 연다. 반응이 없다고 실망하거나 속단하지 말고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는 것도 중요한 ‘관계 기술’이다. 셋, 공개적 관심보다 조용한 지지 누구나 관심을 원하지만, 주목받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드러내놓고 칭찬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다정히 웃어주는 표정과 진심 어린 문자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넷, '관계도 피드백이 필요하다'는 마음가짐 관계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럴 땐 내가 상처 줬을 수 있겠구나”, “네 생각도 의미 있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는 되돌아봄이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존중하는 말과 태도는 우리 안의 ‘가시’를 무뎌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건강한 관계는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 교사는 학생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우지만, ‘멈추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는 다가서는 만큼, 멈춰 서는 지점도 중요하다. 우리는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학생과 가까워지려 애쓰지만, 어쩌면 학생들은 적당한 거리에서 기다려주는 선생님을 더 편안해할지도 모른다.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에서 자라고, 존중으로 유지되며, 노력으로 성장한다. 이해하려는 마음, 기다릴 줄 아는 여유, 서로 다름을 품을 줄 아는 용기, 그것들이 쌓여 진짜 관계가 된다. 고슴도치 딜레마가 말해주듯, 상처 없는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부딪히며 상처받고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배우고 공감능력을 키우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익힌다. 관계는 고통스럽지만, 멈출 수 없다. 관계를 통해 우리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찌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찔려도 다시 회복하려는 의지이다.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들처럼 우리도 시행착오 속에서 적당한 거리감을 배우고 있다. 다정하지만 지치지 않는 거리, 단호하지만 따뜻한 시선, 그 절묘한 균형을 조금씩 찾아갈 때 우리도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연결되되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군지란? 학군지란, 우수한 학교들이 밀집해 있어 교육여건이 뛰어난 지역을 말한다. 특히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가 가까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형성되며,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다. 그래서 학군지 아파트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시세가 높다. 또한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으며, 전세가 역시 강세를 보여왔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들은 자녀의 학습환경을 위해 학군지 아파트를 선호해왔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지역은 부촌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 8학군이나 목동·대치동처럼 교육특구로 알려진 곳들은 오랜 시간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과연 학군지 프리미엄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이 있는 지역이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였지만, 인구 구조가 변하는 지금도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맹모양천지교’의 나라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다.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로, 자녀교육을 위해서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맹모양천지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좋은 학군을 찾아 양천구로 이사 간다는 뜻으로,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이런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학군지에 대한 선호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교육환경이 곧 입시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며, 부모들은 자녀가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특히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이른바 ‘의치한약수’)처럼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가정에서는 학군지 입지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좋은 학군은 결국 좋은 학교와 학원, 우수한 또래 집단으로 이어지고, 이는 대학 입시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부모들이 학군지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결국 학군지의 본질은 자녀의 대학 입시다. 특목고·자사고의 강세 그러면 자녀를 명문대학, 즉 서울대 혹은 ‘의치한약수’에 보내기 위해서는 어떤 고등학교에 보내야 유리할까?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 TOP 100 고교 목록을 통해 확인해 보자. 위 자료는 2024년 서울대 최종 합격자 수가 많은 학교 기준으로 20개 학교의 명단이다. 살펴보면, 총 20개의 학교 중 13개 학교가 특목고이거나 자사고이다.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특목·자사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미리부터 준비하려는 흐름이 생긴다. 그 첫걸음으로 특목·자사고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 즉 이른바 ‘명문 중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실제로 특정 중학교는 매년 수십 명씩 외고나 과학고 등에 합격자를 배출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학교는 초등학교 학군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명문 중학교에 진학하려면 먼저 그 학교로 이어지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것부터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 심지어 유치원 시기부터 거주지를 옮기거나, 해당 학군으로의 이사를 계획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우리나라의 입시 구조는 고등학교 선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선택에서부터 시작되는 장기적이고 정교한 사다리 구조이다. 이처럼 ‘초등학교 → 중학교 → 특목·자사고 → 명문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오늘날 학군지에 대한 강한 선호와 이사 수요를 만들어내는 가장 핵심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다. 학생수 감소 시대, 학군지 프리미엄은 유지될까?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는 학군지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군과 명문고 배출이 학군지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는 주요 요인이었지만, 학생 수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학군지 프리미엄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도권 외곽이나 중소도시의 학군지는 수요 감소로 인해 기존만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학군지가 아닌 지역에서는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군 프리미엄이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이미 학교가 줄어들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외곽 지역은 학군지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학생수 감소는 학군지 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도권 핵심 학군지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지역은 인구 유입 대비 유출이 더 크기 때문에 학군지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학군도 이제 똘똘한 학군의 시대 똘똘한 한 채. 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가치가 높고 미래 전망이 좋은 아파트 한 채에 투자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단어다. 그런데 아파트뿐만 아니라 학군에도 ‘똘똘한 학군’의 시대가 오고 있다. 즉 수도권 내에서도 입시 경쟁력이 검증된 지역만이 더욱 강한 프리미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과거 학생수가 많았던 시기에는 수도권 전반에 걸쳐 명문 학군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학생수 감소가 심화되면서 학부모들은 더욱 우수한 학군을 찾아 이동하는 경향이 커진다. 최근에는 특정 지역으로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강남·목동·분당 같은 핵심 학군지는 명문고 배출 실적이 꾸준하기 때문에, 교육열이 높은 가정일수록 이러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러한 현상은 학군지 내에서도 소위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쏠림을 더욱 가속화한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검증된 명문고 진학률, 우수한 학원 인프라, 또래 집단의 수준 등을 꼼꼼히 따져 특정 학군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일부 핵심 학군지는 부동산 가격과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교육을 매개로 한 지역 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학군지 아파트, 언제까지 유효할까? 결국 향후 학군지 아파트의 가격도, 전체적인 교육 인프라의 변화와 학생수, 입시 성과의 흐름에 따라 ‘살아남는 곳’과 ‘잊혀지는 곳’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모든 학군지가 오르는 시대는 지나가고, 진짜 실력 있는 학군지만이 부동산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수요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앞으로 약 10년 뒤인 2040년이 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연령대의 학령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수 자체가 크게 감소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10년 동안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학군지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약 10년간은 현재의 학군지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그 이후로는 학생수 급감과 함께 다른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군지’라는 이름만으로 자산을 투자하는 시대는 점차 저물고 있다. 이제는 각 지역의 실제 교육환경, 앞으로의 인구 변화, 학교의 진학 실적, 그리고 해당 지역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학군지의 가치 역시 재평가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자산 성장과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최근 우리 사회는 핵가족을 넘어 1인 가족 시대로 접어들며, 가정 내 갈등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갈등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핵가족의 증가와 극단적 이익 중심의 자본주의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양보와 타협은 곧 손해를 보는 것, 낙오자가 되는 것, 심지어 패자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그레고리 헨더슨이 언급한 것처럼 정치가 사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소용돌이 사회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양보와 타협의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고, 이러한 정치·문화는 학교에도 영향을 미쳐 유사한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학교에서는 악성 민원으로 인해 교사들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당사자 개인을 넘어 학교 전체, 더 나아가 교육공동체 전체에 심각한 고통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대책뿐 아니라 학교 차원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소 민원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장은 평소 학부모 등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신뢰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민원의 의의 민원이란 민원인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행정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다(「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각급 학교도 「민원처리법」에서 말하는 ‘행정기관’에 속한다. 학교 종사자들은 흔히 학교를 교육기관으로만 인식하고, 행정기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민원처리법」상으로는 학교 역시 행정기관이다. 「민원처리법」에 따르면 공무원에게는 어떤 민원이든 무조건 제대로 응대하고, 답변해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민원이란 공공기관에 특정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질문이나 특정 사항에 대한 건의, 증명서류 발급 요청 등도 모두 민원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소위 부패 민원이나 고충 민원 등 징계로 이어질 만한 사안이 아닌 일반 민원은 접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교사나 직원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민원이 특정 교사나 직원 개인 혹은 학교에 대한 항의성 요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따라 민원은 교사와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통한다. 민원의 성격 민원은 시민과 학부모들이 공적인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각종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따라서 그들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담당 교사와 직원은 이를 적법하게 처리해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갈등은 민원인이 공적 업무의 특성을 무시하고 법에 어긋나거나 처리 요건에 맞지 않는 행위를 요청하는 경우, 혹은 담당 교사나 직원이 업무를 태만하게 하거나 민원 처리를 적절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민원인은 민원 제기에 앞서 공적 업무의 특성을 이해하고 적법한 요건을 반드시 갖춰야 하며, 교사와 직원은 본인의 업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정당하게 제기된 민원에 대해서는 친절하고 적법하게 응대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와 직원들이 민원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학교든 평소 여러 가지 업무로 바쁜 상황이기에 별도의 추가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다. 또한 행정기관의 특성상 간단한 민원이라 해도 결재 등 여러 절차를 거쳐 답변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따라서 민원 대응은 해당 교사와 직원뿐 아니라 여러 사람의 업무를 늘어나게 한다. 더군다나 자기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감정적 돌봄이나 특혜를 요구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면서 교사들이 민원에 노출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악성 민원의 정의 ● 악성 민원의 일반적 정의 민원인이 교사나 직원이 이해해 줄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어서 부당한 요구나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행위들을 악성 민원이라고 하며, 악성 민원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민원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사실상 불법적인 방법으로 교사나 직원을 괴롭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학교에는 이런 유형의 민원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런 유형의 민원은 민원의 형식을 취하고만 있을 뿐 실제 목적은 교사나 직원을 보복하거나 괴롭히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둘째, 불법적인 행동이나 법에 위반되는 판단이나 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다. 이러한 민원은 궁극적으로 교사나 직원에게 자기 자녀에 대한 특별대우를 요구하거나 규정 위반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불법적 요구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민원은 교사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안겨주어 심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이나 사직을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 악성 민원의 법에 따른 정의 악성 민원은 「교원지위법」 제19조에 규정된 ‘교육활동 침해 행위’ 중 민원 형태로 나타나는 부당한 요구나 괴롭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동 법 제19조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에 소속된 학생 또는 그 보호자(친권자·후견인 또는 그밖에 법률에 따라 학생을 부양할 의무가 있는 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1.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 가. 「형법」 제2편 제8장(공무방해에 관한 죄), 제11장(무고의 죄), 제25장(상해와 폭행의 죄), 제30장(협박의 죄), 제33장(명예에 관한 죄), 제314조(업무 방해) 또는 제42장(손괴의 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 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성폭력 범죄행위 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 제1항에 따른 불법 정보유통 행위 라. 그밖에 법률에 다른 법률에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범죄행위로서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행위 2. 교원의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가.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나. 교원의 법적 의무가 아닌 일을 지속적으로 강요하는 행위 다. 그밖에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 ‘교육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 제2조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활동(원격수업을 포함한다)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는 다음 각호와 같다. 1. 「형법」 제8장(공무방해에 관한 죄) 또는 제34장 제314조(업무 방해)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2.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3.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4.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하여 의도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5.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화상·음성 등을 촬영·녹화·녹음·합성하여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6. 그밖에 학교장이 「교육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행위 악성 민원의 예방 우리나라는 조선 시대를 비롯한 전근대 시기부터 백성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요청하는 ‘직소(直訴)’의 전통이 강하게 자리 잡은 국가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무분별한 민원에 대한 필터링이 약하다. 반면 독일·일본 등 독일식 관방학(官房學)의 전통을 지닌 국가에서는 직소 민원에 대한 규제(담당자의 사전 약속 필수 등)가 강한 편이다. 더욱이 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학부모들의 ‘내 자식 제일주의’가 매우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악성 민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인해 군사부일체라는 우리의 좋은 유교적 전통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민선 교육감제도 도입으로 학부모의 참여와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학교 상황을 두고 ‘학부모의 시대’라는 표현마저 등장하고 있다. 악성 민원은 무엇보다 예방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장이 평소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식 채널을 활용해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이다. 학교운영위원회와 각종 학부모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 학부모회 임원들과 정기적으로 대면 소통할 뿐 아니라 전화 등 비대면 소통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1학기 2회 정도 학부모간담회 등을 통해 학부모들과 폭넓게 소통한다. 셋째, 학교에 사안이 발생하는 경우 즉시, 학부모들과 ‘핫채널’을 활용하여 즉각적인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학교장이 학부모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경우, 상당수 민원이 초기에 해소되거나 악성 민원으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은 교장·교감·교사·직원 등 학교 구성원 전체를 하나의 동일 집단으로 인식하고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에 민원인은 민원 제기 초기에 학교를 상대로 자신의 요구나 불만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 결과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국 악성 민원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또한 우리의 문화와 언어는 맥락의 문화, 맥락의 언어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내 생각을 100% 드러내지 않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원인의 진심이나 속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학부모 간의 대화에서는 비교적 의도를 빨리 파악할 수 있고 정보 공유도 쉽다. 따라서 민원이 발생 경우, 학부모 임원들이 민원인과 직접 대화하며 중재하고 설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긍정적인 경험이 반복되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과 학부모회장 등이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서 학부모 컨설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상당수의 민원이 예방될 수 있다. 또한 민원이 발생해도 강도가 약화되어 악성 민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장은 평소 학부모 임원들과 학생 교육을 중심으로 진솔한 대화를 수시로 나누며,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학교장은 학부모 임원들을 학교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드는 것이 악성 민원을 예방하는 최고의, 최선의 전략임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이수중학교가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교육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창단 43년 만의 전국야구대회 첫 우승과 미국 NASA 스페이스 캠프 참가, 다양한 진로·창의융합 프로그램 운영은 이수중이 ‘스포츠와 학업을 아우르는 미래형 교육’에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국야구대회 첫 우승 … “팀워크가 만든 역사” 이수중학교 야구부가 창단 43년 만에 전국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6월 13일 제72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영남중학교를 상대로 5:1로 뒤지던 경기를 8:6으로 뒤집어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는 전국 67개 팀 약 2,300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경주베이스볼파크 등에서 조별 리그와 결선을 치렀다. 이수중 야구부의 우승은 팀워크와 정신력이 만들어낸 값진 승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된 순간 마운드에 모여 교가를 제창했다. 이 그라운드의 주인공이 ‘이수중’이란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야구부의 주장을 맡고 있는 3학년 박민찬 군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 전국 제패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친구들은 웃었지만, 끝내 해냈다”며 당시의 감격을 전했다. 그러면서 목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오는 9월 구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해 2관왕에 도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 군은 “야구를 잘했다는 말보다, 야구를 잘 이해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수중 야구부의 우승에는 강력한 투수진의 힘이 컸다. 투수를 맡고 있는 홍예성 군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갈고닦은 커브를 주무기로 전국대회 6경기 모두 등판해 6승을 기록했다. “결승전에서는 ‘아파도 던진다,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뿐 이었다”며 투혼을 전했다. 류현진처럼 훌륭한 선수가 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홍 군이 선발로 나가면 마무리는 엄지우 군이 맡았다. 엄 군은 몸쪽 직구가 강점으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라며 “원팀 정신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포수인 고지범 군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시작해 늦은 출발에도 불구, 이번 대회에서 타율 4할과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LG트윈스 박동원 선수가 롤모델. 경기력이 떨어지면 훈련으로 극복하는 연습벌레로 하루 6시간 훈련을 거뜬히 소화한다. 좌익수로 활약하고 있는 배지환 군은 차분하면서도 의젓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야구는 여자친구 같다. 좋아하지만, 가끔 화도 난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배 군은 팀워크를 이수중 야구부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으며, 좌우명으로 ‘대기만성’을 들었다. “비결은 기본기와 인성” 감독·코치진의 철학 강창수 감독은 우승 비결로 기본기와 인성을 꼽았다. “중학생은 실수할 수 있다. 실수는 혼내지 않지만, 성실하지 않으면 엄격히 지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생활을 잘해야 야구도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치진도 “화려한 기술보다 기본기, 그리고 학생다운 야구를 가르치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은 야구부를 믿고 지원해 준 학교 측에 대한 감사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들은 “박재선 교장선생님, 전장원 체육부장님,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주장 박민찬 군은 “학교 측의 아낌없는 지원과 세심한 배려가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우주로 향한 도전, NASA 스페이스 캠프 이수중은 올해 과학 분야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2학년 학생 박건우와 노규민, 김재환, 정태준 군 등 4명은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서 열린 NASA 스페이스 캠프에 참가, 글로벌 STEM 교육을 체험했다. 국내에서는 이수중이 유일하게 참가했다. 지난 3월 취임한 박 교장이 우연한 기회에 NASA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신청한 덕에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참가 학생들은 학교에서 진행된 영어 면접과 과학 지식 평가를 통과해 최종 선발됐다. 박 군은 “예전부터 항공우주에 관심이 많아 나로우주센터 등 관련 기관을 방문했는데, 교장 선생님 덕분에 기회를 얻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교관이 꿈인 노군은 “글로벌 경험을 쌓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다양한 우주 체험활동에 참여했다. 특히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은 학생들에게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박 군은 로켓 내부 엔지니어 역할을 맡아 “로켓 시스템 이상을 수리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며 “실제 발사 절차와 비슷해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느꼈다”고 전했다. 노 군은 지상 관제센터에서 팀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팀원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값졌다”고 했다. 캠프에는 7개국 학생 400여 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과 ‘369 게임’을 하며 친밀감을 쌓았고, 박 군은 미리 준비해 간 마술을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그는 중력 가속도 체험을 할 때 ‘오징어 게임’ OST 중 ‘둥글게 둥글게’가 흘러나오자, 외국 학생들이 따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노 군은 400명 중에서 개인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박 군이 속한 팀은 최우수 팀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수업 중 다리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완성을 못했지만, 선생님이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해 인상 깊었다”며 “협력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교육방식이 새로웠다”고 말했다. 창의력과 탐구심 키우는 다양한 교내 활동 이 외에 이수중은 과학대회, 발명품 경진대회, 과학토론 페어 등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융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 과학전람회 본선 장려상, 발명품 경진대회 금상, 과학토론 페어 금상 등 풍부한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체험, 목공예·캔들 제작, 신문기자 직업 체험 등 진로 탐색 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된다. ‘한·중 청소년 스포츠 문화교류’ 행사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축구부 학생들은 중국 청소년들과 농구·축구·계주·줄다리기를 즐기며 우정을 쌓고, 역사 문화 탐방을 통해 글로벌 감각을 키웠다. 이 외에 두드림 방과후학습 지원과 학습 튜터제로 학습부진 예방에 힘쓰며, 학교폭력 예방 토론형 수업, 스승의 날 감사 편지쓰기, 학생회 주관 스포츠 리그, 바자회 개최 등 학생 주도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43년 만의 야구부 전국 우승, NASA 캠프 참가, 창의적 프로그램까지, 이수중은 스포츠와 학업, 인성, 글로벌 감각을 함께 키우는 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재선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며 정직하고 책임 있는 삶을 살아가는 교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방학은 학생의 수업이 없는 기간(휴업일)이며, 공식적으로 법령상 교원의 휴무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수업이 없더라도 교원은 방학 중에도 출근 의무가 있습니다. 관련하여 방학 기간 중 교원의 제41조 연수에 대한 문의가 많아 유의사항을 안내해 드립니다. ■ 법적 근거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사용시 유의사항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는 휴업일에 실시하는 것이 원칙(학기 중 시험일 등에 단축근무 용도로 사용 불가) •방학 중 근무와 방과후수업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업무 추진 후 잔여 시간에 대하여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근무지외 연수 처리 가능(교원인사과-13341(2021.6.21.)). 단, 법의 본래 취지에 맞게 복무하고 단축근무·조기퇴근 등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함.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기간 중 출장 등 별도 복무가 발생한 경우 기존 결재한 41조 연수를 기결 취소 후 출장 처리를 원칙으로 함. •1일(8시간) 이상의 출장은 초과근무수당 정액분 지급 대상인 관계로 혼선 방지를 위하여 중복 복무처리 불가(제41조 연수 기결취소 후 해당일 출장 처리 및 그 외 기간 41조 연수 처리)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를 이용한 공무외 국외여행 교직단체가 주관하는 연수, 해외교육기관 초청연수, 개인의 학습자료 수집 등(신청인의 재직기간, 법정 연가일수와는 무관함)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QA Q. 방학 중 등교하지 않는 날은 학교 외 기관에서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를 학교장으로부터 허가받아 연수를 하면 되는데, 방학 중 방과후수업(보충수업)을 하러 출근하여 수업하는 경우도 41조 연수를 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요? A. 보충수업은 ‘수업’이므로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연수기관 및 근무 장소 외에서의 연수)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는 학교장 결재사항으로 알고 있는데, 교감 전결로 가능한가요? A. 교감에게 전결권이 위임될 수 있습니다. ‘행정업무의 운영 및 혁신에 관한 규정’ 제10조 제2항(문서의 결재에 근거하여) 업무의 내용에 따라 보조기관 또는 보좌기관이나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하여금 위임 전결하게 할 수 있습니다. Q. 방학 중인 현재 교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방학 전에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를 신청하였는데 병가처리를 방학 날부터 신청해야 하나요? 아니면 개학 후부터 신청해도 되는지요? A. 방학 등 휴업일에도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병가 등 휴가사유일 경우에는 휴가요건에 따라 휴가를 허가해야 하며,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승인은 연수목적과 내용 등을 학교장이 판단하여 효과가 있을 경우에 승인하는 것입니다. 연가나 병가사유가 있는 자에게 검토 없이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근무지외 연수 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대학 입학원서 제출 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입시비리를 사전에 방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입시비리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신고 대상은 대학(원), 중·고교의 입학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정한 경쟁을 침해하거나, 침해하고자 하는 행위다. 교육부 ‘입시비리 신고센터’(https://fair-edu.moe.go.kr)로 비리 주체, 신고 내용, 신고 취지와 이유, 관련 증거 등을 첨부해 접수하면 된다. 공익신고자의 인적 사항 등 개인정보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 1월 감사관 내 입시비리조사팀을 신설해 대응 체계를 갖췄다. 신입생 충원을 위해 재학 의사가 없는 학생을 조직적으로 모집해 허위로 등록하는 행위, 면접 또는 실기 등의 평가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행위 등이 중점 신고 대상이다. 특히 작년 6월 발표된 음대 등 입시비리 대응방안 등 예체능계 분야의 입시비리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김도완 감사관은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를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하며 “이번 집중신고 기간에 접수되는 신고사항을 철저히 조사하고, 입시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길고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됐다. 1학기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제주 교사 사망사건 등 교육계 안팎의 변화와 사건이 있었다. 이젠 이재명 정부 첫 교육부 장관과 국가교육위원장 취임에 따른 본격적인 교육 분야 국정과제 추진, 정기 국회 국정감사와 법안심의가 이어질 것이다. 또 내년 교육감 선거를 겨냥한 후보 출마 선언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올해 안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과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교육예산과 교원 정원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약 82조 원으로 책정한 교육부의 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안은 인건비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지방 교육재정 운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4년간 보통 교부금 누적 감액은 1조3000억 원을 초과했고 올해 2차 정부 추경으로 추가로 1070억 원이 감액됐다. 이로 인해 명퇴 인원 축소, 학교 운영비 감소 등이 실제 나타나고 있다. 내년도 신규교사 임용 규모도 올해보다 1649명 줄여 발표했다. 교원 보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공무원 보수 인상은 3.5%다. 근래 인상률보다는 높지만, 수년간 보수 인상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던 만큼 7% 이상 인상하고 25년간 동결된 교직 수당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 예산과 정원 축소는 교육을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금융권에서 걷은 교육세 전액을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책정하겠다는 것에 대해 교총이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산·교원 정원 문제 꼼꼼히 살펴야 교권강화 위한 법 개정 미뤄선 안 돼 내년 시행 예정제도 철저한 준비 필요 둘째, 실질적인 교권 보호 제도 개선이다. 서울, 전북 등에서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학교와 교원이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다. 최근 강주호 교장회장은 정근식 서울교육감을 만나 ‘자동차 보험처럼 사고가 나면 다 알아서 해주는 방식으로 교권 보호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원이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고소에 대응하면서 법률 지식을 쌓는다는 것이 정상적인가? 교권 침해 사건에 대한 국가소송 책임제의 입법화가 시급하다.올해 안에는 교권 침해 현실을 진단하고 아동복지법과 교원지위법 등 교권 보호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셋째, 내년 3월 새롭게 시행되는 제도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제도와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이 대표적이다. 학생 개인 상황에 적합한 학습과 복지, 건강, 진로, 상담 등 통합적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와 교사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를 알리고 준비해야 한다. 현재 교내 학생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 여부는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수업 중 사용 금지 등 스마트폰과 관련한 학칙을 바꾸지 않아도 무방한지, 개선해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학교급별 표준 학칙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도 강원체험학습 인솔 교사 2심 재판, 웹툰 작가 자녀 정서학대 혐의 특수교사 대법 판결, 인천과 제주 교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 등 교직 사회 관심 사안도 있다. 학교는 늘 식중독, 안전사고, 학교폭력, 악성 민원, 교권 침해 사건 등 위험 요소에 노출돼 있다. 무탈하게 한 학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교원 개인의 꼼꼼한 예방과 마음가짐도 필요하지만, 교육 당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수석교사제가 도입된 지 15년이 됐다. 지난 15년간 수석교사들은 현장의 수업 전문가로서 교사와 학생, 학교 공동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굵직한 성과를 남겨왔다. 수업의 질 향상에 큰 기여 우선 수업 연구와 나눔의 문화를 정착시켰다. 전국 수석교사들은 수업을 연구하고 공개하며 교사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열린 ‘제15회 수석교사의 날 미래교육 콘퍼런스’는 그 성과를 잘 보여줬다. ‘미래교육, 수업에서 길을 찾다’라는 주제 아래 수석교사들은 연구와 수업 실천을 나눴고, 일본 교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공개 수업을 넘어 교사 전문성을 집단적으로 개발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둘째, 교사 지원 체계의 중심이 됐다. 교육부가 시범 운영한 수습교사제는 이를 선명히 보여준다. 4개 시·도에서 120명의 수습교사가 참여했으며, 특히 경기도는 수석교사 배치교에 수습교사 1~3명을 두어 체계적인 지원을 실시했다. 수석교사는 신규(저경력)교사에게는 멘토로서 교직 적응과 수업 역량 강화를 돕고, 경력 교사와는 공동 수업 설계·수업 참관·피드백을 함께하며 전문성을 높였다. 즉, 학교의 모든 교사가 성장하도록 돕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는 수석교사가 단순한 연구자를 넘어 교직 문화 전반을 이끄는 전문성 공동체의 허브임을 분명히 한다. 셋째, 미래교육 대응의 선두에 서 있다.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 인공지능 등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교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수석교사는 이러한 변화를 교사들에게 안내하고, 수업 컨설팅과 코칭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학생들의 맞춤형 배움을 지원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수석교사제는 지난 15년간 수업 혁신, 교사 성장, 미래교육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성과가 안정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교사·교감·교장은 직급 정원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수석교사 정원은 아직 공백 상태다. 정원 없는 직위는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가로막는 근본적 모순이다. 처우 문제도 시급하다. 현재 수석교사에게는 연구활동비가 지급되고 있지만, 이는 직위의 위상과 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교육공무원법’과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어디에도 수석교사가 직급수당이나 직급보조비 대상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공백이 존재하는 한 직급보조비 전환, 교직수당 가산금, 새로운 명칭의 수당 신설 등은 모두 공허한 논의에 그칠 수밖에 없다. 수석교사의 성과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면 반드시 법령에 수석교사를 포함시키는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결국 기존 연구활동비를 전환하거나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만 개선이 가능하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조속한 입법 정비와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 숙제는 제도적 한계 보완 지난 15년간 수석교사들은 제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헌신해 왔다. 수업 뒤에 남아 교재를 연구하고, 교사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학생들의 배움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 모습 속에 수석교사의 진정한 가치가 담겨 있다. 제도는 미비했지만 그 빈틈을 열정으로 채워온 것이 바로 수석교사들이다. 이제는 제도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정원을 확정하고, 처우를 개선하며, AI 시대를 선도하는 전문성 공동체로 자리매김할 때 수석교사제는 비로소 완성형 제도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 15년의 성과 위에서, 미래 15년을 준비하는 제도적 결단이 절실하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올해 신설해 시범 운영하는 ‘2025년 글로벌인문사회융합연구 연합체(컨소시엄)형’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연합체 주관기관은 연세대 대학도서관발전연구소로 총괄 과제명은 ‘AI(인공지능) 시대, 모두를 위한 지식 플랫폼 :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운영체제로서의 도서관’이다. 참여기관은 울산과학기술원(산업지능화연구소), 건국대(뉴미디어아트연구소), 미국 시몬스대(Simmons Center for Information Literacy), 미국 조지 메이슨대(Community Informatics Lab)다. 이 연합체는 도서관을 데이터 기반 국가 혁신 플랫폼으로 전환해 AI 기반 지식 창출의 촉매로 기능하게 하고, 국민에게 AI 리터러시 강화와 정보격차 해소 등을 제공하는 인프라 역할 등을 탐색한다. 특히 공공 정보서비스 분야에 특화된 해외 대학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인간 중심 AI 리터러시 교육 모델 국제 표준화 연구 등을 수행하고, 국제 공동 학술행사 개최 및 인적교류를 통해 글로벌 연구 역량 강화에 나선다. ‘글로벌인문사회융합연구 지원사업’은 해외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연구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공동연구를 통한 국제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작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연합체형(컨소시엄형)을 신설 시범운영으로 1개 연합체를 선정해 총 5년간(3+2) 연 20억 원 규모를 지원한다고 했다. 연합체형은 5개의 연구소가 협의체를 구성해 연구소 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되 반드시 해외 연구소를 포함해야 하며, 개별 연구소는 세부과제 및 연구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해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연구소 간의 실질적 협업이 가능하도록 업무협약(MOU)을 체결해야 하며,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해 정기적인 성과 공유 활동 및 연구소 인력 교류 등을 포함한 연구계획서를 수립하고 총괄협의체 구성을 통해 구체적인 연계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선정 결과는 한국연구재단 홈페이지(www.nrf.re.kr)을 통해 공고하며, 예비 선정 통보 후 10일간의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선정 대상을 확정한다. 이후 연합체 구성 기관(각 연구소)과 협약을 체결해 연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주희 인재정책기획관은 “AI 등 신기술의 발전으로 불가피한 변화 속에서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고 미래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기반의 융복합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올해 연합체형 시범 운영을 통해 글로벌 인문사회 융합 연구가 한층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헌혈 활동을 통해 헌혈증 517매 기부, 자전거 라이딩 총거리 1655㎞, 13년째 매년 진행하는 산행. ‘같이 걷는 삶’을 교육관으로 삼아 학생들과 함께한 활동 결과다. 주인공은 지용기 경북 구미산동고 교사. 그는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미래엔이 제정한 제2회 우석교사상을 수상했다. 지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활동을 한 계기는 소위 문제아들이 모인 학교에서의 근무가 시작이었다. 학생 지도가 유난히 어려웠던 학교에서 교사들은 회의감에 빠졌고, 학생들은 방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때 선택한 것이 산행이다. 산을 오르며 힘들지만 웃고, 땀을 흘리며 성취감을 느끼는 과정에서 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같이 등산에 나섰던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제가 더 많이 느끼고 배웁니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감동적이었어요.” 여러 활동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자전거 라이딩이다.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늘 긴장하게 된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우박이 내려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 먼 거리를 달리다 버스를 놓칠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고, 즐기는 아이들을 보면 포기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세상 모습을 조금씩 넓혀보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소중한 자산이 된다”며 “실제로 자신감이 붙고, 삶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는 걸 자주 본다”고 자랑했다. 지 교사는 평소 인성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교직 첫해 제자를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아픔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당시 학교생활에서 종종 문제를 일으켰던 제자를 혼내기보다 같이 등산을 하기도 하고, 밥도 먹으며 보살폈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제자의 부모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아이를 이렇게 대해주신 선생님은 없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위해 힘써 달라”는 위로의 말을 들었다. “보통 원망이 앞설 수 있는 상황임에도 감사와 격려의 말을 건네주신 부모님을 통해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아이들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작은 변화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사제동행 릴레이 헌혈도 큰 보람이다. 11년간 이어온 헌혈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는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친구와의 갈등, 가정 문제로 가출한 한 여학생을 설득해 헌혈에 동참시켰는데 “저도 누군가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 학생은 이후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고 몇 년 후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다 갚기는 어렵겠지만, 너무 감사하고, 잘 살아보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지 교사는 “단순히 헌혈을 했다는 사실보다, 이 활동이 한 아이의 마음을 다시 움직였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지 교사는 그간의 활동을 모아 올해 초 에세이 ‘같이 걷는다는 건 말이야’(미다스북스)를 출간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교육 안에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과 진심을 나누기 위해서다. 그는 책을 읽은 학생이 담임 교사에게 책을 권유했다는 이야기에 한참을 웃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교직생활의 목표 중 하나로 주변의 동료 교사, 아이들과 함께 우리나라의 다양한 둘레길을 함께 걸어보고 싶다고 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걷는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들을 함께하고 싶어서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걷는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위로를 주고받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교사 역시 배울 수 있습니다. 꼭 해보고 싶어요.”
덴마크가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 ‘책 부가세’ 25%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야코브 엥겔-슈미트 문화장관이 최근 덴마크 통신사 리사우와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정부 예산안 발표 시 도서 판매에 붙는 세금을 없애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덴마크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최신 교육수준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15세 청소년의 24%가량이 간단한 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덴마크 출판업계도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어린이와 성인 모두의 종이책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덴마크에서는 도서 판매 가격의 25%를 부가가치세 성격으로 과세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 세금은 저자에게 지급되는 인세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번 조처로 연간 3억3000만 크로네(약 721억 원) 상당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그만큼 책값이 저렴해지므로 시민들의 종이책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덴마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엥겔-슈미트 장관은 "최근 몇 년간 확산한 ‘독서 위기’를 바로잡으려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