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폭풍우의 드라마, 인생에는 고통의 드라마가 있다”고 말했던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가 1890년 7월 29일 파리 북쪽 34킬로미터 떨어진 오베르 쉬르 우와즈에서 37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한지 어언 118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생전에는 하루에 3프랑 50전을 받는 지붕 아래 방의 집세를 지불하지 못해 쩔쩔매기도 했던 반 고흐의 그림 ‘가셰 박사의 초상’(1890)이 1990년 5월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82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의 ‘계량화된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고흐의 ‘아를르 시대’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밤의 카페’(1888·사진)는 그의 투명한 시선이 포착한 현실 인식의 깊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적색, 황색, 녹색, 황록색 등의 조합이 불러일으키는 밝은 색채 처리의 효과도 독특하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현실 속에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의 묘사이다. 고흐는 이 그림을 통해서 “카페는 인간이 광기에 젖으며 스스로를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장소임을 나타내 보이려고 애썼다”고 주석을 붙였다. 그리고
2008-07-14 11:17‘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그물코)의 영어 제목은 ‘Seven Wond ers: Everyday Things for a Healthier Planet’로 살기 좋은 행성, 지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 활용을 권장하는 ‘자전거, 천장선풍기, 빨랫줄, 공공도서관, 무당벌레, 콘돔, 국수’ 등 7가지 물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인 존 라이언은 노스웨스트 환경기구의 수석연구원으로 시애틀 타이 레스토랑에서 자전거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7가지 물건들에는 우리의 삶을 단순화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그 자체가 위대한 불가사의이지만, 빨랫줄이나 자전거는 누군가 그것을 사용할 때 위대한 불가사의가 되는 것이다. 무당벌레는 살충제에 죽지 않을 때에만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살충제 사용을 중지하려면 유기농산물을 재배하고, 유기농산물을 구입해 먹어야만 한다.” 문자 써서 어렵게 표현하면 지행합일(知行合一)이고, 쉽게 말해서 결국 백 번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한 번의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직 실천만이 지구를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한 사람의 실천이…
2008-07-08 16:33사실주의 문학의 성서로 간주되는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80)의 소설 ‘보바리 부인’(1857)은 출간되자마자 “공중도덕과 종교윤리, 미풍양속을 모독하고 있다”는 죄목으로, 당시의 검찰당국이 법정에 기소까지 했던 작품이다. 오늘날 근대소설의 아버지로 떠받들어지고 있는 선구자가 세인들의 비난을 받고 문단에 커다란 물의를 일으킨 ‘소송 당한’ 작가였다는 것은 퍽 흥미로운 일이다. 소설 ‘보바리 부인’은 당시 노르망디의 루앙 지방에 널리 퍼져 있었던 한 유부녀의 간통 이야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그 줄거리로만 본다면 지극히 저속하고 평범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플로베르는 종래의 낭만주의적 정사 이야기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그야말로 객관적이고, 몰개성적이고, 무감동적인 기술(記述)을 구사함으로써 리얼리즘의 새 소설미학을 제시하는 데 성공한다. 플로베르의 이런 객관적 현실묘사를 대할 때마다 우리는 “천사는 보이지 않으므로 그리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동시대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Flaubert, 1819~ 77)를 떠올리게 된다. 1850년에 ‘오르낭의 매장’이라는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2008-07-07 10:33놀이치료사인 액슬린 박사가 만5세의 어린이를 실제로 상담한 이야기를 ‘딥스’란 이름 을 빌어서 1964년에 출간한 이후로 벌써 사십여 년이 지났지만, 딥스란 이름은 여전히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이유 중 으뜸은 아마도 이 책이, 어린이 속에 얼마나 많은 용기와 가능성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주변 성인들이 그러한 용기와 가능성이 사장되거나 혹은 실현되도록 하는데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딥스에게 보이는 액슬린 박사의 말과 행동은 ‘믿고 기다림’이란 존중의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 동시에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부모나 교사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이가 할 수 있도록 도우며 뒤로 물러나 있는 것’보다 쉬운 때가 많다는 것, 부모나 교사의 감정을 아이의 성장보다 더 우선시함으로써 부모나 교사에게는 자기도취적 만족감을 주지만 길게 본 아이의 성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때들이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새삼 되새기게 한다. 딥스를 믿고 기다릴 수 있게 한 것이 무엇인지는, 교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다. 딥스가 정서적으로 위협을 느낄 때마다
2008-07-02 12:28이른바 ‘자동기술’ 방법에 의해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고 사고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했던 초현실주의 미학에 앙드레 브르통(Andr Breton, 1896~1966)만큼 충실했던 시인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초현실주의 제 1차 선언’(1924)을 작성하여 발표한 이론적 대부였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적 실천에 있어서도 줄기차게 원칙을 준수한 ‘초현실주의의 산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러한 그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호안 미로(Joan Miro, 1893~1983)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파리의 몽파르나스를 거점으로 하여 전개된 초현실주의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함으로써 서로 이념적 동질성을 나누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좀처럼 입을 잘 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과묵한 미로가 그의 대담집 ‘이것만이 내 꿈의 색깔’에서, 브르통과의 내밀한 관계를 솔직히 털어 놓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그들 사이의 인간적 우정이 남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허심탄회한 속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였음에도, 미로와 브르통은 또한 미움과 경계심으로 서로를 비방하고 못마땅해 하는 특이한 앙숙이기도 했다. 브르통은
2008-06-30 11:50“거짓이여! 너는 내 나라를 죽인 원수로구나. 군부(君父)의 원수는 불공대천이라 하였으니, 내 평생에 죽어도 다시는 거짓말을 아니 하리라.” 도산 안창호는 망국의 일차적 원인이 거짓과 불신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자신부터 정직하기를 다짐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 백성의 질고(疾苦)를 어여삐 여기거든 그대가 먼저 의사가 되라. 의사까지는 못되더라도 그대의 병부터 고쳐서 건전한 사람이 되라.” 이것은 온 생애를 조국의 독립과 번영을 위하여 살다간 영원한 겨레의 스승 안창호가 후세에 전하는 가르침이다. 삶을 지배한 위대한 각성 도산은 1878년 평양 대동강 하류의 도롱섬에서 태어나 14살까지는 가정과 서당에서 유학을 공부하며 평범한 소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17세 되던 1894년에 일어난 청일전쟁으로 평양시가지는 졸지에 전쟁터로 변했다. 이런 참상을 보는 소년 안창호의 마음속에는 몇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왜 청국과 일본이 전쟁을 하는데 우리 땅에서 싸운단 말인가?” “왜 우리는 두 나라의 틈바구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한단 말인가?” 분한 마음에 선배 필대은을 만나 토론하며…
2008-06-23 13:45일연이 ‘삼국유사’를 편찬하던 시대는 몽골의 침입으로 국운이 위태로웠던 시기였다. 국가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시대의 지식인 일연은 묵묵히 이 책을 완성하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국가의 명을 받아 한 일이 아니었고, 따라서 추진할 수 있는 재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각지를 돌아다니며 지난 역사의 교훈과 그 시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켜켜이 기록했다. 그래서 그의 책은 시간에 대한 추상적 인식의 ‘역사(歷史)’가 아니라 민중의 삶이 집성된 ‘유사(遺事)’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삼국유사’의 첫머리에서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비스럽고 기이한 데서 나온 것이 어찌 괴이하다 하겠는가?”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의 역사 첫머리에 단군을 자랑스럽게 올려놓았다. 황당한 이야기라 하여 ‘삼국사기’에서는 누락되었지만 일연은 그것이야말로 우리 선인들이 인식한 심정적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그는 병란으로 찢긴 민족적 동질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을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역사서에서는 지나쳤던 작은 고을의 이야기나 개인의 꿈도 우리에게 남겨
2008-06-19 14:53현대 소설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1871~1922)는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와 함께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3대 거장 중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전 7권 15부로 된 장대한 ‘의식의 흐름’의 드라마를 기록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와 쌍벽을 이루는 ‘20세기 최대의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에 나오는 ‘마들렌 과자’ 이야기는 무의식적 기억에 의한 환기를 통해 과거를 생생하게 재구성하는 프루스트의 소설미학을 극명히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마르셀은 어느 겨울날 어머니가 마들렌 과자를 곁들여 내놓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신다. 그는 기계적으로 마들렌 과자 한 조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차 속에 담근 뒤 입술에 갖다 댄다. 과자 부스러기가 섞인 차 한 모금이 입천장에 닿는 순간 그는 말할 수 없는 기쁨이 샘솟는 것을 느낀다.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마들렌 과자가 불러일으키는 맛의 기억에서 비롯된 기쁨이다. 일요일 아침 콩부레에서 레오니 이모에게 아침인사를 하러 갔
2008-06-16 11:51문학을 한다는 사람이 윤기 바랜 까칠한 글을 쓰고 있을 때, 노래 한 자락 없이 술자리를 차고 앉아 술에 탐닉하고 있을 때, 문득 문득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를 떠올린다. 글과 밥이, 말과 빵이 공존하는 가운데 얻을 수 있는 자유라야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아닐까. 문학에 대한 관념적인 생각의 옹졸한 골방에 갇힐 때 ‘조르바’는 대지로 탈출하기를 권유한다. 바다에 나가 파도에 몸을 싣고 자연의 리듬을 느껴 보라고 유혹한다. 교육의 자리에서도 그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인간으로서 자아를 형성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존재로 학생을 길러 주어야 하는 자리에서 과연 얼마나 충실한가 하는 반성을 ‘그리스인 조르바’와 더불어 하게 된다. 삶의 본질이 이성인지, 의지인지, 아름다움인지, 사랑인지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유가 삶의 본질조건(本質條件) 가운데 거대한 기둥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자기긍정으로 표현되는 존재감을 형성하게 하는 일일 터이다. 자기긍정의 윤리의식은 인간의 몸과 마음 양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야 한다. 진정한 자유를 모색하는 삶은 교육의 핵심적 가치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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