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한 끼 박라연* 아이 맡길 곳이 절박해지자 정으로 똘똘 뭉쳐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물의 대화 사이로 입술을 쭈욱 내밀더군요 물결엔 반드시 모성이 있다고 믿게 되었던 거죠 주저함 없이 겨우 중학생이던 아들의 뼛가루를 뿌리더군요 뼛가루가 뿌리내린 듯싶은 거기를 해마다 찾아가네요 한 해에 한 끼라도 챙기고픈 엄마의 손을 알아본 물결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입을 벌려주네요 또 그 마음을 알아차린 엄마는 흰 국화 꽃잎을 정성껏 따서 한참을 던지더군요 《실천문학》2015 겨울호 *1951년 생. 1990년 『동아일보』등단. 시집『서울에 사는 평강공주』,『생밤 까주는 사람』,『너에게 세 들어 사는 동안』,『공중 속의 내 정원』,『빛의 사서함』등.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박두진문학상 등 수상. 시인의 감정이 배제된 곳에서 감동은 샘솟는다. 어느 경우에나 비극에 대해 시인이 먼저 울면 시의 묘미는 반감된다. 이 시도 전혀 시인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객관적인 묘사에 그쳤기 때문에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비로소 감동의 소용돌이가 일렁이게 된 경우다. 어린 자식의 뼛가루를 강물에 뿌리는 어미의 기막힌 사연을 다루면서도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이 격
2016-04-21 11:21여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저유가 영향으로 유류할증료도 내리고 저가 항공기도 여러 도시에 취항하면서 외국에 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때 이용하는 것이 바로 공항이다. 공항은 그 나라의 얼굴이다. 공항에 관해서라면 미국 뉴욕은 끔찍하다. 14시간의 고된 비행 끝에 겨우 땅에 발을 붙이고서도 입국심사대까지 가기 위해 늘 한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 2013년만 해도 뉴욕 케네디국제공항(JFK)은 미국 공항 중에서 입국 수속이 가장 오래 걸리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언론이 이런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국제선 항공편 도착이 매년 크게 늘어나는 데다 특히 JFK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해외 관광객이 들어오는 공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의 도착과 동시에 셀프로 자동입국심사(APC)를 거쳐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다. 물론 인천국제공항에도 자동출입국심사대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한국인만을 위한 시설이다. 반면 APC는 과거 한 번이라도 미국을 방문한 적 있는 비자면제 협약국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 등 8개 국어가 지원돼 외국인으로선 정말 편리하다. CBP에 따르면…
2016-04-21 11:214월 12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회원구와 마산합포구에 걸쳐 있는 진달래꽃 산행지 무학산을 다녀왔다. 두척산 또는 풍장산으로 불렸던 무학산은 서마지기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주릉이 이어지고 시내와 가까워 등산로도 다양하다. 산림청 지정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렸고 신라 말기 최치원이 산의 형상이 학이 춤추듯 날개를 펴고 나는 것과 흡사해 무학산(舞鶴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온다. 아침 7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국회의원선거 전날이라 거리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시내를 지나며 회원들을 태우고 문의IC로 청주상주고속도로에 들어선다. 날씨가 흐리지만 차창 밖 먼 산에는 활짝 핀 산벚꽃이 멋지게 수채화를 그렸다. 늘 그렇듯 가래떡, 모시떡, 삶은 달걀, 막과자, 빵, 커피가 연달아 자리로 배달된다. 돈을 써도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첫 번째 들른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휴게소에서 우연찮게 내 고향 청주시 내곡동의 어른들이 나들이 가는 차량을 만나 찬조도 했다. 부지런히 달리는 차안에서 편안하고 조용한 산악회를 자랑한 달콤 회장님의 비타민 많이 섭취하며 안전산행 하라는 감사인사, 석진 산대장님의 산행안내와 산행 후 어시장 경
2016-04-19 09:32지난 3월 29일 남청주신협 홍보원들이 남해바래길로 트레킹을 다녀왔다. 남해바래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에 선정된 경남 남해군 남쪽 바닷가의 도보여행길이다. 남해여행정보에 의하면 바래는 남해 사람들의 토속어로 옛날 어머니들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이고, 그때 다니던 길이 바래길이다. 출발장소인 청주시 용암동 남청주신협 앞으로 가니 아는 얼굴들이 많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둬 정치인들도 얼굴을 보였다. 아침 7시 30분 출발한 관광버스가 남청주IC로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전무님의 소개로 이사장님이 겨우내 움츠러든 마음을 따뜻한 봄기운으로 활기차게 만들자는 인사를 했다. 여행은 날씨가 한 몫 하는데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통영대전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와 산청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남해고속도로 사천IC를 빠져나온 후 3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사천시와 남해군을 잇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를 차례대로 건너고 창선면과 삼동면을 잇는 창선교를 통해 지족해협을 지나면서 명승 제71호로 지정된 죽방렴을 구경하고 12시경 남면의 선구리에 도착했다. 남해
2016-04-18 10:5541부작 ‘장사의 신-2015객주’ 후속으로 방송된 KBS 공사창립특별기획 ‘태양의 후예’가 4월 14일 종영됐다. 16부작 미니시리즈이지만 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터라 대작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영화가 그렇듯 드라마도 100억 원 이상 투입된 작품이면 보통 그렇게 말한다. 급은 뭐, 그렇다치고 ‘태양의 후예’는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선 사전제작의 전작제 드라마로 성공한 점이 그렇다. 성공의 바로미터는 응당 화끈한 시청률이다. 2월 24일 첫 방송은 전국 시청률 14.3%로 시작했지만, 3회 만에 23.4%로 급상승했다. 30%를 넘긴 것은 9회부터다. 밤 10시대 주중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30%를 넘긴 것은 2012년 MBC TV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이다. KBS로선 2010년 ‘제빵왕 김탁구’(최고 시청률 30회 49.3%)이후 6년 만의 ‘쾌거’이다. 두 자릿수 시청률만 기록해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것이다. 15회는 34.8%, 1분 최고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42.5%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 개표방송을 한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을 합한 23.2%보다
2016-04-18 09:06경제가 어려우니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잘 관찰하면 길이 보일 수 있다. 한마디로 ‘나는 올해 무조건 합격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취업분위기와 관련하여 여의도 금융권에서 하는 얘기가 있다. 호황일 때 10명 중 7명이 취업하고 이른바 불황일 때 10명 중 6명이 취업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명 덜 뽑을 뿐이다. 그 한 명이 옆 사람에게 힘들다고 말하고, 그말을 들은 사람은 힘들다고 체감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편승하면 안된다. 이 순간에도 취업하는 사람은 꾸준히 있으니까. 핵심은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스펙보다 중요한 건 지원자의 생각이다. 취업과정에는 반드시 면접을 하게 된다. 면접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은 자신이 갖춘 “생각(mind)"이다. 이 생각에는 우선가치가 들어가야 한다. 우선 가치가 없는 사람에겐 미래도 없다. 지원자의 마인드는 그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에서부터 드러난다. 면접을 보거나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 어떤 단어를 쓰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가 구사하는 단어를 통해 이 사람이 우리 조직에 필요한…
2016-04-18 09:04누구는 TV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단 하나의 신문조차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대개는 인터넷 때문이지만, ‘지랄 같은’ 세상 돌아가는 꼴을 안보고 싶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랬으면 얼마나 속 편할까만,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밥 먹고 양치질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일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십 년 동안 본 TV 뉴스는 밤 9시 ‘MBC뉴스데스크’였다. 밤 8시로 시간대를 옮겼을 때도 변함이 없었다. 남자 앵커가 갑자기 바뀌었을 때도 요지부동이었다. 변화가 일기 시작한 건 지금은 그만둔 남자 앵커의 ‘그렇지 않습니까?’ 따위 어투를 접하면서부터다. 다중의 시청자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전제로 반문하며 다지는 앵커의 멘트가 거슬렸던 것. 진행을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교체된 것은 아마 그런 어투의 멘트에 반감을 갖거나 불편해 하는 시청자가 많아서였지 않나 싶다. 물론 자세한 교체 배경이야 알 길이 없다. 마침내 1시간 늦게 시작하는 ‘KBS 뉴스 9’로 갈아타게 되었지만, 정작 그 이유는 따로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정치 관련 소식이 전혀 없는 ‘MBC뉴스데스크’임을 발견하게 되어서다. 가령 KBS나 SBS 뉴스에 나왔던 내용의 정치권 뉴스가 전혀 나오
2016-04-16 13:26김국장님, 한국의 저성장과 인구고령화가 지방 소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 인구의 도쿄권 집중은 우리 못지않지요. 지난해 10월 현재 3613만 명으로, 전체 인구(1억2711만 명)의 4분의 1 이상이 도쿄도와 사이타마·지바·가나가와현에 살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지난 5년간 50만 명이 늘었습니다. 도쿄 출산율(1.15)은 전국 평균 1.42를 밑돌지만 지방의 젊은 층을 흡수했지만 도쿄 일극 집중-지방 소멸 얘기는 우연이 아닙니다. 하지만 도쿄권도 늙어가고 있습니다. 5년 전 다섯 명에 한 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자가 2020년에는 네 명 중 한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2050년에는 다섯 명 중 두 명꼴이 된다니문제는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입니다. 지난해 397만 명에서 10년 후 572만 명으로 늘어난다는 추산이지요. 후기 고령자 증가치(175만 명)는 전국의 3분의 1에 이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지자체에서도 없었던 초고령화 규모와 속도입니다. 그 결과로 의료와 요양 시설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입원과 요양 수요는 후기 고령자 수와 비례하지만 시
2016-04-16 13:21우리나라는 아쉽게도 늙은 나라로 가는 경주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 그만큼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고령화의 결과는 ‘늙은 나라’로 표현된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늙은 나라는 지중해의 작은 공국 모나코이다. 중위연령이 51.1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중위 연령이란 전체 인구를 연령의 크기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딱 중간에 해당하는 나이이다. 모나코 인구 두 명 중 한 명이 50대 이상이란 뜻이다. 전 세계의 돈 많은 은퇴자들이 서로 정착하겠다고 줄을 서고, 카지노와 관광산업이 주수입원인 모나코와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높은 중위연령은 심각한 문제다. 사회적 활력과 경제적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위연령이 낮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중위연령이 가장 낮은 나라는 아프리카의 우간다로, 15.5세이다. 평균수명은 52.2세로 짧은 대신 출산율이 5.9로 매우 높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전쟁과 내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국들의 중위연령은 아주 낮은 편이다. 분쟁과 가뭄, 기근과 빈곤으로 꿈과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유럽행 엑소더스에 나서면서 생긴 난민 사태의 배경에는 인구사회학적 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2016-04-16 13:21한국은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였다. 각 정당들이 경제문제를 이슈로 제시하여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의 대선 모습도 가끔 보면서 이상한 점이 한 가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당의 경제 공약에 1인당 국내총생산(GDP) 얘기가 전혀 안 나온다는 사실이다. 오바마, 부시, 클린턴이 당선될 때도 그랬고 트럼프가 특이한 공약을 발산하는 2016년 대선 레이스도 마찬가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제학 박사에게 물어봐도 자기 나라, 즉 미국 1인당 GDP가 얼마인지 대답을 못한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대통령 후보도, 경제학자도, 개인들도 1인당 GDP에는 모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자신에게 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인들이 관심이 없으니 이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도 무관심한 것이다. GDP는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이먼 쿠즈네츠 교수에 의해 개발됐다. 그는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쿠즈네츠도 분명히 우려하며 말했듯이 GDP는 생산된 부가가치를 나타내지 국민의 행복, 삶의 질, 복지를 측정하는 지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경제가 번영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2016-04-14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