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 젊은 남녀는 사랑에 빠진다. 14시간 동안 비엔나 거리를 오간 뒤 헤어진 이들은 6개월 후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그들은 과연 약속대로 만났을까. 아니면 그렇게 짧은 추억만 간직한 채 늙어갔을까. 95년에 만들어진 영화 `비포선라이즈’는 이렇게 물음표를 던진 채 끝을 맺었다. 사랑과 결혼, 인생과 죽음에 대해 진지한 교감을 나누던 이들의 뒷얘기가 궁금한 사람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정확히 9년 후 30대가 된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파리의 어느 서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제시(에단 호크)는 책 홍보를 위해 기자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만나려 그곳에 나타난 셀린느(줄리 델피)와 재회한다. 제시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남은 1시간 동안 둘은 파리 시내를 옮겨다니며 산더미처럼 쌓아둔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다. 이제 그들 곁에는 각각 다른 사람이 있다. 외모도 말투도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결정적으로 연락처도 교환하지 않은 채 “6개월 뒤에 어디서 만나자”는 낭만적 약속 따위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별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뭔가 아쉬운 두 사람은 자꾸 서로를 놓아주지 못한다. 길고 긴 사랑 이야기가 속편에서 종지
2004-10-21 16:46'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존경은 우리민족의 전통적 정서다. 하지만 오늘날 교원경시풍조는 극한 상황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단적으로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 '교원도 봉급쟁이일 수밖에 없다’, '교실이 붕괴되었다’는 등 교육을 폄하하거나 걱정하는 말들이 서슴없이 통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에서는 학부모나 일반인들이 교원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경멸해서 빚어지는 사건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변화되고 있는지 돌이켜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물론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요인을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교육정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특정인의 결론에 무조건 동의하던 방식은 없어졌다. 과거에는 선생님이 흔하지도 않았고 교육을 받을 기회도 적었으니 선생님의 존재는 아마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문자 그대로 '군사부일체’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살아온 것이다. 현실은 옛날과 정반대이다. 학교에 안 다녀 본 사람이 없다. 수없이 많은 선생님을 대해봤으니
2004-07-01 15:41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통일을 하자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와 북한이 통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주변국의 협조가 필수 요건이다. 일본 영사가 쓴 책의 일부분에 “일본사람은 한국사람과 1대1로는 절대 싸우지 말라. 싸우면 백전백패다. 2대2로는 해볼 만하다. 그러나 3대3으로는 해볼 것도 없다. 싸움하면 백전백승이 될 것이다”라고 간파한 것을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개개인은 똑똑하고 훌륭하지만 모래알 같아서 단합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일단 단결만 하면 누구보다 더 큰 응집력을 보인다. 지난 2002 월드컵 때 ‘필승 코리아’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응원전은 어느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응집력과 단결력을 과시한 것이다. 통일은 멀리 있는 것도, 당장 내일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 온 국민이 하기에 따라서 통일이 앞당겨질 수도 있고 요원해지기도 한다. 우리 교육자가 통일을 대비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국민성을 개조하는 길이다. 우수한 개개인도 중요하지만 단합된 민족, 단결된 국민성은 우리 교육자의 과제인 것이다.…
2004-06-25 13:23지난 10월 26일 오후 5시 54분. 12시간 54분의 대장정 끝에 서울마라톤 주최 100㎞ 마라톤에 골인했다. 캄캄한 오전5시에 새벽 별을 보면서 서울교육문화회관을 출발해 양재천을 지나 탄천 깊숙이 들어갔다가 암사동을 반환점으로 여의도, 가양대교, 다시 여의도를 지나 출발지점에 골인하기까지 100㎞를 달리는 동안 좀 과장해서 천당과 지옥을 여러 번 겪었다. 어찌 일단의 감회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작년 3회 서울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회원이 멀쩡히 골인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은 우리 동호회원 5명은 6월에 참가신청서를 내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갔다. 목표는 100㎞ 즐겁게 달리기, 월 300㎞ 소화하기, 술 3잔 이상 안마시기. 악을 써도 200㎞밖에 소화를 못했고 술 약속은 날이 지날수록 퇴색해갔다. 8월에는 비 핑계로, 설상가상으로 9월에 근무지를 이동해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은 급하고 몸은 말을 안 들어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일주일 전 춘천마라톤에 출전한 것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 원인이 됐다. 53㎞ 제 1관문을 지나면서 연습량 부족의 벌은 서서히 조여왔다. 5㎞마다 스트레칭을 했는데 이제는 2.5㎞마다 스트레칭을 해도 금방 다
2003-10-30 15:55이른 아침이면 산골짜기에서 쏟아지는 산야초의 풋풋한 향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출근을 한다. 교정을 한바퀴 돌고 교장실에 들어서면 어느새 우리 학교 유치원 꼬마들이 교장실로 몰려온다. "교장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하는 합창소리를 듣는 것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나는 결혼이 늦어서 아직 할아버지 소리 한번 못듣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교장이 되자마자 '할아버지' 소리를 듣노라니 이제야 한 집안의 어른 역할인 교장이라는 것이 실감나며 한편으로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진다. 분명 교육자의 길은 신념의 길이요, 그래서 그 길은 메마르고 외롭다. 더구나 교장은 교육의 지표가 돼 도덕적이어야 하고 모든 면에서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가는 길이 아무리 메마르고 외롭다 하더라도 '교장 할아버지'를 찾으며 따르는 우리 학교 유치원 꿈나무들이 있는 한 조금도 외롭지 않다. 갓 스물에 초임발령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4년 6개월이란 세월을 교단에 섰고 이제 교장으로 승진해 부임한 것이다. 모든 것이 생소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나로서는 내심 불안과 걱정이 앞을 가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교무실에 들어서자 꽃다발을 주며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 조금도 때묻
2003-10-16 17:32학급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가 있었다. 비교적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아이였으나, 입학 후 치러진 몇 번의 시험에서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그 후 성적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듯 점차 학교생활에 회의감을 느끼는 듯 했다. 많은 기대를 갖고 입학한 고교생활이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특별히 큰 문제가 있는 학생은 아니었으나, 학생으로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사항을 점점 벗어나기 시작했다. 때로는 일과 중 담임교사에게 사전 양해도 없이 집으로 가는 일마저 발생했다.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기에 아이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어머니는 아이의 행동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오히려 죄송스러워했다.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아이가 교무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밖에 와 계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면 당연히 교무실로 안내했어야지 왜 너만 왔느냐고 꾸짖으며, 빨리 나가서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했다. 잠시 뒤 교무실 출입문에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들어오시라는 담임의 권유도 가볍게 사양하며 조용한 곳에서 상담하기를 원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했으나, 계속해서 성적이 떨어지다 보니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며 담임교사가 따뜻하게…
2003-09-18 13:31이번 여름방학동안 서울교대 초등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하는 교원 자율직무연수에 참가했다. 내가 들었던 강좌는 '답사로 풀어보는 서울의 역사와 문화'였다. 서울· 경기지역의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것인데 창덕궁, 경복궁, 덕수궁, 서대문형무소, 몽촌토성, 풍납토성, 석촌동·방이동 고분, 암사동 선사주거지, 수원 화성, 강화도, 남산·정동일대를 답사하는 연수였다. 처음엔 더운 여름에 답사를 한다는 사실이 고생될 것 같기도 했고, 부분적으로 가본 곳도 있어서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루하게 앉아서 강의 듣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하기로 했다. 몽촌토성을 답사할 때였다. 올림픽공원 주변에 잔디로 되어 둘러쳐진 산이 몽촌토성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찔리기도 했다. 1학기 때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학생들과 올림픽공원에 갔는데 지하철 몽촌토성역에서 내렸을 때 '몽촌토성이 안 보이는데 왜 몽촌토성역이라고 했지?'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저기 잔디로 되어 둘러쳐진 산이 백제 시대 중요한 성의 하나인 몽촌토성"이라고 학생들에게 알려줬더라면 좋은 공부가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를 마치고 나니 지나치게 이론적으로만 초등 역사를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역사
2003-08-28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