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종시교육청이 관내 학교들에 보급하고 수업에 활용하도록 한 책 촛불혁명은 교육계에 분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교육계 안에서의 소란’ 즉,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는 듯한 모습이다. 물론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역사를 전공하는 직업상 ‘모든 사회적 사건은 많든 적든 논쟁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기본인식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편이다. ‘논쟁’ 능력을 잃어버린 한국의 진보세력 한국 현대사는 ‘논쟁’보다는 ‘시위’로 점철된 역사였다. 해방 이후 군정 치하의 크고 작은 시위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 이후에도 자유당 부정선거 반대, 한일협정 반대, 유신헌법 반대, 계엄령 선포 반대, 5공 헌법 반대 그리고 소위 문민정부 이후에는 WTO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 기업의 노동착취 반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반대 시위가 있었다. 굵직굵직한 정치·경제적 사안에는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대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80년대를 지나고 한국인들의 역사관이 바뀌면서 일련의 반대 시위들은 ‘구악(舊惡)’을 내몰고 ‘정의를 외친 선(善)한 역사적 시도’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물론 이러한 역사관의 변화는 그냥 이루…
2021-04-05 10:30저출산 대응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전략 2030년경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절대인구 감소가 2019년 11월부터 시작되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저출산 기본계획안을 만들어 시행했었고 교육 분야에서도 관련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 왔으나 저출산 사태는 더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19년 11월에 지금까지와는 초점이 다른 범부처 인구정책 TF에서 ‘절대인구 감소 충격 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 분야의 대응 전략은 ‘교육시스템 효율적 개선 및 평생교육체계 구축’이고 주요 대응 방안으로 네 가지를 발표했는데 그중 세 가지가 유·초·중등 분야 방안이다. 이 세 가지는 1)신규교원 수급 기준 마련 및 교원자격·양성체계 개편, 2)다양한 학교 설립 운영·지원, 3) 학교시설 활용 확대 및 복합화 등이다. 이 계획에 의거하여 정부는 초·중등교원 정원을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고, 교원 양성체제를 개편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충격 완화 방안’의 직접적 목적이 비록 학생수 급감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출산율 급감 사태를 진정시키고 바람직한 출산율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
2021-04-05 10:3001 외우(畏友) 서덕현 교수가 책을 보내왔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수필과비평사)이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연상케 하는 제목이다. 서 교수는 의도적으로 그 제목을 빌려 왔으리라. 책의 제목 앞에 ‘서덕현 교수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서사’라는 수식어가 있다. 나는 책의 제목에서 이미 기구하고도 절절한 아버지 찾기의 행로를 예감한다. 아니 그 이전에 서 교수의 고운 성정과 더없이 정직하고 성실한 성품을 알기에, 이 서사의 운명적 비극성을 예감한다. 서 교수의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서는 충청도 농촌에서 1949년 초에 입대하여 1950년 6.25 전쟁 발발 무렵 전사한 아버지를 찾아가(내)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의 부친은 전몰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가 미상이다. 임시로 작성한 전사자 명부에 등재된 것이 전부다. ‘잃어버린 아버지’가 확실하게 각인된다. 서 교수가 두 살 때 헤어졌으니,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이다. 전사 통지를 받은 그의 조부모가 견지한 심적 태도는 참으로 짠하게 이해된다. 전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 언젠가는 반드시 집 마당으로 들어설 거다.…
2021-04-05 10:30누가 교사를 편한 직업이라고 했던가? 코로나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후 근 1년 만에 미용실에 갔다. 머리가 귀신같이 길어질 때까지 버티고 버텼지만, 새 학기 첫날 처음 만나는 아이들 앞에서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어쩔 수 없었다. 싹둑싹둑 머리카락을 자르는데 아깝지 않았다. 힘들었던 한해를 싹둑싹둑 잘라 멀리 보내버리고, 새 학기 맞이하는 속 시원한 마음이 들었다. 으레 어느 미용실에 가면 그러하듯 미용사는 이것저것을 물었다. “무슨 일하세요?” “교사예요.” “그렇구나. 좋으시겠어요. 요즘 같은 때에는 교사가 최고라고 하잖아요. 코로나로 다 힘든데 교사만큼 안정적이고 편한 직업이 어딨겠어요?” “아…, 네…, 그렇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교사만큼 편한 직업은 없다고. 그러나 교사가 힘든 이유를 일일이 나열하자면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다만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얘기해야 할지 몰라 그냥 속으로 삼킬 뿐이다. 사실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아니요. 코로나 때문에 교사도 힘들어요. 교사가 편한 직업이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더 괴롭다고요!’ 지난해 학교는 혼란 속에서 허우적댔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학사일정,…
2021-04-05 10:30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 영역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초래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분야에서는 종전의 학교·교실·수업의 개념과 기능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시도와 논의가 있었음에도 실제 초·중등교육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기까지는 긴 숙고가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온라인학습은 순식간에 현장에 정착되었으며, 펜데믹의 장기화로 블렌디드러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순식간에 정착된 온라인학습, 이제는 블렌디드러닝이다 블렌디드러닝은 무엇인가를 ‘혼합’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학습을 다양한 방식과 비중으로 혼합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수업에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혼합하기도 한다. 그레이엄(Graham, 2006)은 블렌디드러닝의 한 형태로 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기존과는 다른 학습환경을 구성하고, 여기서 학생들이 지식생산자가 되어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적활동을 하는 변환모형(transforming blends)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학습환경은 학생들이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해결활동에 참여하며 함께 학습하고 서로 도와주는 공간(Wilson, 1995)’을 강조하는 구성주의 학습환경
2021-04-05 10:30그는 늘 웃는다. 아니 웃는 상이어서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와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 좋은 심리적 전염이다. 누구든 만나면 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서 교육부 직원들은 그를 ‘3초 친화력’으로 불렀다. 가장 본받고 싶은 교육부 공무원 1위로 뽑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가 그러하듯 그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마음이 울적해 지면 공을 차고 놀았다. 축구는 그의 인생 깊숙이 각인돼 있다. 국가대표를 꿈꿨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생계형 공무원’이 됐다. 공직 첫 출발은 조그만 시골의 면서기. 사무관만 돼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9급 말단 공무원에서 시작한 인생은 30여 년 만에 교육부 1급 기획조정실장까지 올랐다. 그리고 2021년 3월, 자산 23조 원의 사학연금관리공단 CEO로서 경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주명현 사학연금이사장 이야기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1년 만에 2조 원이 넘는 기금운용 수익을 올렸다. 1975년 사학연금 창립 이래 최고 기록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지만, 사학연금은 눈부신 성과를 올렸다.…
2021-04-05 10:30혼란의 2020학년도가 지나고 새로운 2021학년도가 시작되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일 3~4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아직 교육현장의 정상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0학년도에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다양한 방식의 원격수업이 운영되었다. 2020년 4월의 그 날을 많은 선생님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침부터 e학습터에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고 계속되는 전화로 난리가 난 학교 교무실, 선생님도 접속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던 그 날의 모습은 ‘원격수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그렇다면 약 1년간 원격수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e학습터는 지금 현장의 선생님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표 1 캡쳐한 것과 같이 2021학년도 초등 EBS 온라인 클래스 신규 개설이 중지된 상황에서 초등학교 공식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통용되는 만큼 교육현장의 요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많은 선생님들은 e학습터의 자체…
2021-04-05 10:30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사진)은 교육부 관료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통이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인 ASEM 파견근무를 시작으로 OECD 본부 근무를 거쳐 교육부에서 국제협력관을 지냈다. 부드러우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일 처리는 오랜 시간 다져온 외교적 감각의 산물이다. 지난 2019년 5월 취임한 김 원장은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의 법적근거가 되는 「고등교육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GKS 활성화 등 고등교육 국제화에 기여한 것을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기억했다. 올해는 한국어능력시험에 인터넷 기반 평가체제(IBT)를 구축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늘리는 한편 저소득층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코로나가 사라져 교육분야 국제교류가 예전처럼 활기를 찾아 ‘교육 한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는 김 원장. 인터뷰는 지난 2월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올해로 국립국제교육원 출범 60주년을 맞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962년 출범 초창기만 해도 재외국민교육이 주 업무였죠.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치중하면서 글로벌인재양성
2021-03-05 10:30들어가며 2021년 1월 20일, 미국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하였다. 한미관계와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 4~8년 동안 이어질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 기본방향과 주요내용을 탐색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대선공약(Joe’s vision)과 민주당 정강(Democratic policy Platform)에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 전후의 언론보도 등에서도 기본방향과 추진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선공약 가운데 교육분야 공약은 ① 교원 및 학생 지원, ② 보육 및 교육인력 강화, ③ 안전한 학교 재개방, ④ 고등학교 이후 학생 지원, ⑤ 학생 및 청년층 등에 대한 정책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당 정강은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세계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 기본방향은 ‘교육의 기회보장 및 접근성 강화’로 요약된다. 교육격차 및 교육기회 불평등 해소 가. 배경 미국은 주(州) 정부가 교육재정의 약 92%(2017년 기준)를 부담하고 있고, 대부분의 교육재원은 지역주민의 재산세를 통해 마
2021-03-05 10:30현재의 유명인이나 공인으로부터 과거에 당했던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상당 기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인에서 시작하여 체육인, 그리고 공무원으로까지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과거의 사태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 사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후에도 계속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이 글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과 성인을 찾아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학폭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잊었다가도 유사 사태가 보도되면 불쑥 되살아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사례들이 미래의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타산지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학계와 언론도 함께 방안을 모
2021-03-05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