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경력 38년째다. 어느 순간부터 이 땅에서 교육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학생을 가르친다는 긍지와 자부심에서 학생들에 대한 동정과 측은지심,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부끄러움으로 가슴이 채워져감을 느낀다. 그 이유는 삶의 터전인 학교 현장에서의 현실을 두고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굳이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 땅에서 경쟁과 입시에 몰입돼 청소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하며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향한 어른으로서의 미안함과 그들에게 인간 본연의 권리인 행복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자로서의 책임감, 사명감에 따른 무력감과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땅에는 과연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민주시민육성이라는 교육목표에 부합한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고뇌의 나날이 연속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끝난 2022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문⋅이과 통합수능에 ‘불수능’, ‘용암수능’을 치른 아이들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일반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가채점을 기반으로 언론에서 제공하는 각종 입시 관련 정보에 한숨만몰아쉰다. 그들 또한 아이들 못지않게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고통스런 삶의 연속이다.
2021-11-25 12:51근대 대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훔볼트는 “교수와 학생으로 이루어진 자유롭고 평등한 학문공동체”라고 대학을 정의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대학을 “가장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소우주”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이제 지성의 폐허, 정신의 황무지, 정치의 볼모지가 된지 오래이며 대학 밖의 세상보다도 더 흉물이 되어가고 있다. 오죽하면 과거 김예슬의 ‘자퇴선언’과 주현우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시작으로 이제는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도 정치의 공론장도 아닌 기업의 하청 업체이자 취업학원으로 전락한 서글픈 현실로 변모했을까. 최근에는 대학을 둘러싼 입시비리 및 박사 학위 관련 연구 부정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조민 씨의 입시 부정과 윤석렬 전 검창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연구 부정 의혹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리 탐구와 정의의 표상인 대학의 위상이 날개가 없이 추락하는 것은 어느 한두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야말로 이 땅에 진정한 대학은 없다.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공동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대학을 죽인 것은 이 땅의 권력이다. 정치 권력과 재벌 권력에 예속되어 눈치를 보는 작
2021-11-16 21:13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신이 되려는 인간(호모 데우스) 세상에서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들이 4차 산업혁명이란 명찰을 달고 입학한 초등학교 아이를 눈을 비비고 알아보아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한 그 자체다. 이제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르는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에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국내와 미국, 심지어 자국산 물품에 대한 애국주의 성향이 강한 중국에서조차 판매 예약이 폭증하면서 초대박을 예상하게 했다. 그 기술의 무한 질주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과거 애플(Apple)의 그늘에서 초라하던 시절은 어디로 가고 이젠 당당히 초격차의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기적같지 않은가. 하지만 현재 인류는 인간이 변화로 이루어 온 화려한 바벨탑에 잠시 멈춤 내지 주춤하는 시기에 봉착해 있다. 안타깝게도 1년 10개월 전부터 ‘코로나19’란 괴물이 인류를 볼모로 잡아 포로 생활을 시키고 있다. 그리고…
2021-11-07 19:56코로나19의 대란 속에서 감염병과 일상이 공존하는 위드(with)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상존한다.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 회복’이 과거의 생활로의 회귀가 아니라, 진보·발전적 기대라는 점을 전제하면 향후 의료, 방역, 교육 영역에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지난 11월 1일부터 제1단계, 오는 12월 13일 제2단계, 그리고 내년 1월 23일 제3단계로6주 텀(term)을 두고 추진된다. 하지만, 이 로드맵대로 원만히 운영될 지 매우 회의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우려대로'위드 코로나' 시행 후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다. 연일 2500명 내외의 확진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누적 사망자가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드 코로나19를 먼저 실행한 유럽의 확진자, 사망자 급증 사태가 한국에서 나타날 우려가 농후하다. 특히 학교와 요양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빈발해 10대 청소년층과 60대 이상 노령층에 확진자가 집중되자 방역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의 최후 보루여야 할 학교에서도 많은 학생, 교직원
2021-11-05 16:42과정중심평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수업-평가-기록의 일치를 구축하는 혁신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또한 구(舊)교육과 신(新)교육을 가르고 학교 변화의 큰 축이자 학생 중심 교육을 실현함으로써 교사들 또한 교수활동의 변화를 유발케 하는 촉진제이다. 수업 개선은 결국 평가에서 비롯된다. 이 평가의 골자 중 하나가 바로 수행평가의 확대이다. 여기서 오늘날 초·중·고교 학교 현장에 정착해 가는 과정중심평가에 대하여 다시금 숙고해 보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과정중심평가! 무슨 용어 하나는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낸단 말이야. 또 무슨 사람 귀찮게 하려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이렇듯 교사들의 불평은 처음부터 하늘을 찌르듯했다. 물론 교사들만의 잘못이거나 부정적인 접근 탓만은 아니다. 그간 교육정책 중에는 학교 현장과유리된 탁상행정이 많았다. 몇 년 해보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도 허다했다. 그러니 그런 불평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과정중심평가’는 다르다. 그간 잘못된 학생평가의 관행과 타성을 바로 잡고, 교사들에게 평가의 자율권을 대폭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또 하나의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2021-10-20 10:49세계적으로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19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란을완전히 종식해과거의 일상으로완전히복귀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서도 위드 코로나19 컨트롤타워인 '코로나19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출범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는 방역의료 뿐만 아니라 경제민생, 교육문화, 자치안전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운영된다.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 민관 합동 위원회는 첫 회의를 가진 것을 필두로 10월 말까지 '단계적 일상회복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대란 극복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시금석이 놓아졌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위원회는 방역의료를 비롯해 경제민생, 사회문화, 자치안전 등 4개 분과로 나뉘어 '위드(with) 코로나'로 불리는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구상·조직한다. 이 위원회는11월 초(현재 11월 9일 예정)로 예상되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후에도 그 과정이 연착륙할수 있도록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의료·방역·교육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앞으로 인류와 공존할 것이라고 입 모아예상하는 현실에서 이 위원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상회복위원회는 코
2021-10-16 17:38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기존과는 전혀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시민이 되지 않고서는 상식과 통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될 것이다. 학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들어 학교도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고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교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디지털 기반으로 바뀌는데 교장, 교감이 옛날 방식만 고집하면 일이 제대로 진행될리만무하다. 그렇다면 디지털 리더십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리더십은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디지털이 기반이 되기 때문에 권한 위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으니현장 교사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의견 수렴을 위한 IT 도구들만 잘 활용하면 디지털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미래가 소환되었다고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익혀야 하는 가장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는 다른 직장보다는조금 천천히 가도 크게 불편함이 없는 조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근무 형태가 다양화되고 수직적인 학교 문화도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 또 일방적지시 형태의 문화가 서로 협업하고 공유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
2021-10-05 12:21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시행! 이를 두고 최근에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제도 시행의 주체인 교사들의 반대와 유보 요구가 70% 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새로운 제도를 준비하는 기간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제도에 합당한 기본적인 실행 여건을 갖추지 못한 채 강행하기 때문이다. 날로 마찰음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는 2023학년 고1(현 중2)부터 일반고에 단계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고 일정을 못박음에 따라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육계는 대입제도 확정 없는 ‘밀어붙이기’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통해 “도입 일정만 못박는 일방행정과 이행 법률만 강행 처리하는 입법독주로 안착, 성공할 수 없다”며 “다양한 교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과 도농 학생 간 교육격차 해소방안부터 명확히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마저 “고등학교별 역량이 균질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농산어촌학교나 소규모학교에서는 교원 1인당 담당해야 할 과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생의 진로나 흥미를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구조적으로 대도시 학교와 지역 학교의 격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2021-09-08 12:42몇 해 전 통계에서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의 비교가 보도되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 한국 0.8권 순이었다. 수치상 참으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요즘에는 ‘포노 사피엔스’라 칭하듯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부착되다시피 함으로써 인간에게 오장칠부가 되었고 국가 간의 책읽기 격차가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된다.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과거 일본은 지금과는 달리 한국이 경제적 도약으로 무섭게 추격해오자 이를 의식하면서도 “한국은 두렵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면에는 자국민의 독서량과 비교해 거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에서 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만큼 독서는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버팀목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경제가 주춤해도 노벨상 수상자를 중단 없이 배출하고 있고 최근엔 일본 정부가 나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공인교육과정)를 도입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실시
2021-08-09 08:00입추를 앞두고 있지만 작열하는 팔월의 태양은 땅 위의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이다. 마스크를 쓰고 한 걸음 옮기면 등줄기를 타고 탐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숨쉬기가 힘들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듯 해넘이가 지나자 산과 들을 스친 녹색 바람이 서늘함을 풀어 놓고 귀뚜라미 우는소리 청아하게 깔린다.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한 해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8월 7일이다. 이날부터 겨울에 드는 양력 11월 7일 입동 절기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농촌의 입추 무렵은 ‘발등에 오줌 싼다’할 만큼 바빴던 농삿일들이 끝나고 잠시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벼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이때 고려사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흰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운다는 입추 절기 이후의 계절변화가 기록돼 있다. 또한 앞전에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 절기가, 뒷전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해가 진 밤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 절기가 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 이라고 했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2021-08-05 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