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정이 깨지고 있는 것이 이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가정이라는 제도 존립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사회와 국가의 기본 구성단위인 가정이 깨지는데 사회는 온전하겠는가. 현재 대한민국에는 표출되는 여러 주장들을 통합하고 조정할 권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고 한 번 내놓은 주장은 굽히지 않으며 함부로 비난한다. 권위시대 가고 계약사회로 전통적으로 존중되던 스승의 권위도 존중되지 않는다. 지금의 어른들이 학교에 다니던 과거에는 학부모가 일단 학교에 불려오면 선생님들에 대한 예우가 극진했다. 그런데 이제는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선생님을 폭행하는 일이 빈번해 지고 있다. 심지어는 학생이 학교에서 선생님을 폭행한다. 학교에서는 쉬쉬하고 감추고 싶지만 언론은 신이 난 듯 여과 없이 보도한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권위가 지배하던 사회가 이제는 끝나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사회가 이제는 전통과 권위가 지배하던 사회에서 서구 선진국과 같은 계약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 변곡점(變曲點)에 있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계약사회에서는 결혼 전에 미리 나중에 갈라설 경우를 대비해 각자 자기 소유의 재산에 관하여 약정을 한다. 페이스
2012-06-07 15:32최근 대구에서 또 한 학생이 자살헀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이 참담해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소년재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는데 법원이 일조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해 봤다. 그런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비통한 소식을 접하게 되니 법원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소년 보호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장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소년보호재판은 비행에 대한 처벌보다 재비행의 방지와 환경 조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소년법 제1조에서도 이런 내용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이념을 살리면서 학교폭력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가해소년을 범죄소년으로 처리하기보다는 학교장이 가해소년을 소년재판부에 통고하는 방안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통고제도는 학교장 등이 청소년이 저지른 비행에 대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가정법원에 소년보호사건으로 접수시키는 제도다. 가령 A라는 학생이 청소 당번인데도 청소를 하지 않고 집에 간 B 학생 대신에 청소를 하게 되자 평소에 못마땅해하던 B에게 화가 나 다음 날 아침 교실에서 B의 얼굴을 주
2012-06-07 15:302002년 1월17일 오전 10시 5분.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미국 콜로라도대(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캠퍼스의 겨울 공기를 가르며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허겁지겁 숨을 몰아쉬며 강의실로 뛰어들었지만 수업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였다. 강사는 싸늘한 눈길로 힐끗 지각생을 쳐다보더니 계속 수업을 진행했다. 학과명은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 과목명은 브랜드 전략이었다. 강사는 빌 와인트로브. 당시 쿠어스 맥주 부사장이었던 와인트로브는 미국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마케팅 전문가였다. 브랜드위크가 선정한 ‘올해의 마케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쿠어스 맥주 본사가 콜로라도 주에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그를 강사로 영입한 것이다. 와인트로브는 혹독할 정도로 과제를 많이 줬다. 나는 지각을 만회하려고 정말 열심히 첫 과제의 페이퍼를 만들어 제출했다. 그러나 내가 받은 점수는 C+였다. 대학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수였다. 그는 페이퍼 끝에 빨간 글씨로 “당신은 마케팅의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어 놨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이 아팠다. 그의 지적이
2012-06-07 15:24인류는 그 시작부터 후세대를 올바르게 기르기 위해 노력해왔다. 교육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긴 시간동안 계속됐다. 그런 교육의 오랜 역사 속에서 지금과 같은 형태의 학교가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오늘날 학교는 후세대를 위한 교육의 중심에 있다. 그런 만큼 학교가 가지는 의미도 복잡다단해졌다. ‘학교는 어떤 곳인가?’, ‘학생들은 왜 학교에 다니는가?’, ‘학교에서 교사는 왜 학생들을 가르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게 한두 문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쟁 속 본질 상실한 교과교육 그래도 학교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활동이 무엇인가는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교과를 통해 지식을 가르치며 바람직한 인성을 형성하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학생이 교과가 목표로 하는 지식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것이 교과교육의 목표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요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과공부는 그 목표와 다소 거리가 있다. 오늘날의 학생들에게 교과공부는 교과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들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교과공부는 세속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로 더 강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에서 하는 교과공부는
2012-05-31 19:07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됨에 따라 사실상 대권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19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각종 교육현안에 대한 논의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돌아가며 후보자들의 교육문제에 대한 철학이나 정책 방향은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교육계도 대선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핵심 정책을 개발하고 각 정당과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질의서를 준비하며 필요할 경우 정책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희망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진보적 인사들이 중심이 된 2012 교육개혁100인위원회도 대선에서 다뤄야 할 핵심 과제로 선정한 62가지 정책을 살펴보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오히려 교육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는 내용도 담겨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총 이수단위를 204단위에서 130단위로 대폭 감축하자는 주장은 위험한 발상이다. 주5일 수업제 등으로 수업일수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감축의 폭이 너무 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학생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일과 중 5시간만 수업을 하고 2시간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자고 주장하는데
2012-05-31 18:57최근 방송과 신문을 보면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를 들어 교사의 말은 듣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학생들이 져야할 책임은 놔두고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안 좋은 이야기를 했다고 학교로 찾아와 막말을 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 자녀는 나중에 무엇을 배울까? 알다시피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며 그대로 배울 것이다. 언론과 방송에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폭행 하는 장면이 점점 증가하면서 학생들도 덩달아 교사에게 그런 행위를 하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일부 학부모들의 이기주의로 인한 학부모의 교권침해, 교사무시가 도를 넘게 됐다. 그것이 교권붕괴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교실붕괴, 교육붕괴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자신들의 이기주의가 교육붕괴를 불러왔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학부모들을 경험해 본 교사들이 한둘은 아닐 것이다. 필자 주변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지도를 했는데 자기 자녀만 아는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교사는 계속
2012-05-31 18:56최근 국립대 기성회비 부당이득 반환 판결이 있었다. 아직 학생들의 납부거부는 없었으나 당시 소송결과의 파장이 대학가에 파고들 시간이 불충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학기에 납부거부가 현실화되지 않으리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기성회비의 법적 논란 해소 차원에서 국립대 재정회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물론 기성회비 판결과는 별개로 국립대 재정에 대한 감사원의 권고나 언론의 비판은 끊임없이 있어 왔다. 기성회 회계로 인건비를 보조하는 것의 부당성 제기와 기성회비 운영에 대한 개선요구가 있었고, 교직원 복지에 대한 총장 공약사항이 기성회비 인상의 주요 요인이 됐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기성회비 운영 책무성 높여야 이를 볼 때 기성회회계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여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금번 기성회비 부당이득 반환 판결을 차치하고서라도 부정하기 어렵다. 기성회계의 법률적 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입법이 추진됐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쳐 정부안이 국회에서 일부의 거센 반대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해 결국 입법이 무산됐다. 이번 판결과 감사원, 권익위의 권고를 계기로 18대 국회 마지막에 본격적인 논의를
2012-05-25 02:46아시아태평양지역 21개 나라의 교육 수장들이 참석하는 APEC 교육장관회의가 경주에서 사흘간 열렸다. 이 회의에서 아·태지역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앞선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교육 확산 등 역내 교육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주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금년 초까지도 교육장관회의와 같은 시기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미래교육 축제에 학생들과 참가하려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지원했었다. 결국에는 입시지도라는 현실에 떠밀려 이번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돼 아쉬웠지만 우리나라에서 APEC 회원국들의 교육장관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함께 성대한 국제협력 행사를 연다는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ICT 확산 위한 국제교육협력 필자가 APEC 회원 국가들과의 국제교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알콥교사단 덕이다. 알콥교사단은 APEC 학습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들(APEC Learning Community Builders)의 약자로 APEC내 실질적 교육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됐다. 1998년 필자가 교단에 설 당시부터 학교에서는 교단선진화 바람이 불었다. 당시 IMF 구제금융으로 어려웠던 상황에도…
2012-05-25 02:44최근 우리 사회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의 감소와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증가 등 심각한 사회문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영유아 교육·보육비 부담은 저출산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기준, 만 5세 유아는 약 44만 명으로 이 중 약 90%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나머지 10%는 교육·보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소득층은 고가의 영어나 특기 교육을 받게 하는 등 계층 간 교육격차도 크다. 따라서 계층 간의 차이를 줄이고 모든 유아가 교육·보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만 5세 유아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국제적인 흐름으로 OECD회원국들은 최근 영·유아기 발달의 중요성에 주목하면서 유아교육과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무상 교육·보육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런 배경 하에 작년 5월 2일, 만 5세 교육·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만 5세 공통과정’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만 5세 공통과정’은 유아교육법에 의한 유치원교육과정과 영·유아보육법에 의한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해 마련한 국가 수준의 공통과정이다. 이 정책은…
2012-05-25 02:43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인구 60만의 시 지역 외곽에 위치한 6학급짜리 작은 학교다. 이 작은 학교에서 올해 신학년도를 맞아 학구 외 타 지역 학생들의 학년 초 전출이 발생해 안 그래도 적은 수의 학생이 더 줄었다. 지난 해 동창회에서 기사 급여 등 비용 일체를 지불하는 적극적인 학교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교직원들의 열정적으로 일한 결과 학생 수가 학년말에 10명 정도 늘게 된 것을 생각하면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당시 학생 수가 늘자 소형버스 하나로는 타 지역 학생을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는 상황이 발상해 그동안 등교 시 한 번만 운행하던 통학버스를 새 학년부터 두 번으로 늘려 운행하게 됐다. 두 번에 나눠 학생을 등교시키다 보니 9시가 넘어서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40분 이상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하고, 아침에 급우들과의 자유 시간도 누리지 못하는 빠듯한 상황은 원래 처음부터 초등학생들에게 무리였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학교는 집 근처에 있는 학교일 수밖에 없다. 모교를 지키겠다는 동창회와 지역민들의 열망에 대해 건전한 이성과 냉철한 교육적 판단 없이 학생 수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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