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선생님’인 수석교사들이 지난 7월 한국교원대에서 제14회 수석교사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래교육의 내비게이터, 대한민국 수석교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말 그대로 수석교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활동의 최첨단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에 충실해 왔다. 수석교사제는 1980년대 초에 논의만 되고 실시되지 않다가 2008년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후 2011년 6월 29일 법제화됐다. 이후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유·초·중등학교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석교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에듀테크 활용 등 교육현장의 모습도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식 한국수석교사회 회장(사진)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 에듀테크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교수업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전인교육과 AI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교사가 중심이 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교육의 균형을 잡아 나가겠다”라고 했다. 올해로 교직경력…
2024-08-06 10:00강원생명과학고가 전국 10대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다. 취업과 진학을 보장하면서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신(新)직업교육을 선도하게 된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고가 협약형 학교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 교육계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적으로 평가한다. 이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4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연계된 교육을 받고, 지역 내에서 취업과 성장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청-특성화고-지자체-지역 기업 등이 협약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실현하는 학교이다. 강원생명과학고는 향후 5년간 스마트팜도시농업과, 플라워가드닝과,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등 4개 학과의 직무와 연계한 ‘춘천 웰니스 관광농업 정주 인재 육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고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웰니스 관광’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서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황중각 교장은 “지역과 산업, 학교가 힘을 모아 직업교육을 혁…
2024-07-04 10:00“학교에 보육업무를 맡기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위반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양성되고 임용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도 보육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찍어 누르듯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적대적 감정만 키웠다. 늘봄학교 갈등은 디테일 부족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롭게 만든 ‘저출생 대응 교육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저출생 교육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김태일 전 국가교육위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나 순응을 강요하기보다 타협점을 찾고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인 양 타박하고 눈치 주기보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9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한국외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024-07-04 10:00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2024-07-04 10:00“개운중에 배정받았을 때 첨엔 고민 좀 했죠. 솔직히 ‘보내도 되나’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아이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쑥스러움이 많아 걱정했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동아리활동도 열심히 해요. 지금은 학교 가는 걸 너무 재미있어합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진 씨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 어떻게 하면 그 학교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그럴 때마다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거린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 관계는 동반자이자 협력자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교육구성원이다. 좀 더 나은 교육,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서면서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학교가 있다. 서울 성북구 북한산로에 위치한 서울개운중학교가 주인공이다. 그저 그런 ‘산꼭대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지역사회에서 부러움을 사는 학교로 변신한 비결이 뭘까? 학부모 송원영 씨는 교사들의 헌신을 첫손에 꼽았다. “개학한 지 한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등교맞이를 할…
2024-06-04 10:00초등학교조차 입학할 수 없을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동네 어르신에게 한자를 배우던 소년을 딱하게 여긴 마을 구장이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줬다. 총명했던 탓에 월반을 거듭, 5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사리 중학교를 마치고 명문 경남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었다. 입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던 그때, 딱하게 여긴 중3 담임선생님이 등록금을 모금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후 소년은 자산64조 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 금융기관의 수장에 올랐다.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이야기다. “오늘날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작은 나눔이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생을 통해 배웠기에 저 역시 베품과 나눔을 실천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올랐지만 재산이라곤 울산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일 정도로 청렴하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불우 청소년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야간학교 B.B.S(big brother and sister)에서 7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지금도 당시 제자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온다. 정치…
2024-06-04 10:00먼저 당연한 이야기 하나 한 후에 아주 이상한 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치아가 상하면 치과에 가고, 눈에 이상이 생기면 안과를 찾고, 배가 아프면 내과를 가는 게 당연하지요. 몸 부위는 서로 연결되었으니 한 부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증상은 다른 부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면 내과에 가서 황달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각 몸 부위의 전문의한테 일차적으로 검사받는 게 순서지요. 이상한 이야기는 마음건강과 정신건강에 대한 것입니다. 아이가 게임에 정신이 팔려서 폐인이 되어가는데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상담을 받습니다. 정반대로 아이가 마음이 뒤틀려서 문제행동을 하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습니다. 처방받는 정신과 약은 흔히 몸 각성제 또는 몸 이완제입니다. 마치 치아가 상했는데 안과를 찾고, 눈에 이상이 생겼는데 치과에 가고, 치과에서 위장약을 처방받는 셈입니다. 아무리 몸과 마음과 정신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건 중구난방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일단 심리상담을, 정신에 문제가 생기면 정신과 검사를 먼저 받고, 필요하면 다른 곳에서 추가 치료를 받는 게 순서가 아닐까요. 마음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 바로 잡
2024-06-04 10:00서울 원명초등학교 5학년 교실, 담임교사 책상 옆에 조그만 세탁기 크기의 디지털 기기 보관함이 놓여있다. 학생들이 정규수업에 사용한 크롬북을 보관하는 곳이다. 담임교사가 보관함 비밀번호를 누르고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30여 대 크롬북마다 파란 충전선이 꽂혀있다. 서울시교육청 지정 디지털 선도학교인 원명초는 올해부터 5·6학년 모두에게 크롬북을 제공하고 디지털 활용수업을 진행한다. 5월부터는 AI 코스웨어 프로그램을 활용한 수업을 실시, 학생들의 학습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AI 코스웨어는 학생들은 그동안 잘 몰랐던 문제나 개념들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높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사도 학생의 강점과 약점, 학습태도와 이해도 등 여러 데이터를 ‘대시보드’ 형태로 볼 수도 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수학·영어·정보과목 등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한 뒤 2028년 전 과목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교육현장에 AI 바람이 강하게 몰려온다. 디지털 교육혁명시대, 원명초는 한발 앞서가는 학교다. 원명초의 성공비결은 ‘열정’ 사실 원명초가 디지털 선도학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에듀테크 활용교육을 목표로 설정하고 차근차근…
2024-05-07 10:00“교직을 천직 삼아, 학생을 자식 삼아 생활해 온 선생님들이 마음의 굴레와 현실의 짐을 조금 덜고, 사랑하는 아이들 앞에 다시 설 수 있게 해 주세요.” 지난 3월 춘천 퇴계초중학교 이경란 교장은 최근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해 재판 중인 인솔 교사 두 분을 위한 탄원’을 법원에 제출했다. 탄원서에서 이 교장은 “다양한 사전 준비와 안전교육 진행, 대비책을 마련했음에도 안타깝게도 한 아이를 체험학습에서 잃었다”면서 “어떠한 위로의 말과 표현으로도 부모님의 가슴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라 했다. 이어 “학교에서 성실히 생활하는 두 선생님이 이제는 사고의 아픔에서 벗어나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아이들 앞에 힘을 내어 설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 2022년 11월 속초시 노학동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10대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학생은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테마파크에 방문했다가 움직이던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학생을 인솔하던 교사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돌발변수까지 책임을 묻는 건 가혹한 처사 이 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탄원서 작성을 앞두고…
2024-05-07 10:00스승의 날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최근에 얻었습니다. 10년 전에 멘토링 해준 대학생들이 카네이션을 들고 절 찾아오겠다는 겁니다. 오랜만에 받는 연락이 너무 반갑고, 저를 잊지 않았다는 것이 고맙고, 그들과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렜습니다. 사회초년생이라서 지금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텐데 거의 전원이 함께 시간을 맞춰서 오겠다니 뿌듯했습니다. 저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여태껏 마음에 잘 간직해준 것 같아서입니다. 근데 참 이상합니다. 일 년 내내 열심히 가르친 학생들은 감감무소식인데 단 몇 회기 만난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수업할 때는 매번 최선으로 준비하였고, 추천서도 꼬박 써주었고, 고민 상담에 시간을 후하게 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절 찾아오는 학생이 없으니 혹시 제가 그들에게 뭘 잘못했거나 섭섭하게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이와 반대로 멘토링 할 때는 강의 준비도 없었고, 상담도 없었고, 그 흔한 맛집 회식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 추억으로 남았기에 10년이 지난 후에 다시 찾아온다는 건지 수수께끼처럼 아리송합니다. 학생들에게 쏟은 열정과 시간에 완전히 반비례하는 듯 보이는 이 현상을
2024-05-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