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향기 넘치는‘멋’을 먹으며 자랐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해질녘 석양에 걸친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오월의 뻐꾹새 울음소리,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연상하며 향수에 젖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사할 때마다 아파트 1층을 고집하고 봄이면 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며 가꾸었다. 꽃을 심고 얼마쯤 지나면 작은 정원이 형성 되고, 어디선가 벌과 나비가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꿀을 사냥하는 모습이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평화롭다. 아마 경험해 본 사람만 그 즐거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따금 벌과 나비 말고도“아파트 화단에 꽃이 있어 참 좋네요.”라는 인사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만다.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이웃 간 소통이 이루어지는 게 큰 보람이다. 몇 해 전에는 환경 감시원을 하면서 크린데이 봉사 활동으로 등산로 주변에 떨어진 휴지나 오물을 줍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저기 진짜배기 아저씨 있네.”라며 “껄껄”웃으셨는데 그 때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내가 하
2018-07-11 16:211교시 영어 시간. 다음 주 기말고사를 앞둔 교실은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향학열로 정적이 감돌았다. 수업에 앞서, 모르는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내내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평소 수업 태도가 남달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이라 그 아이의 행동에 의구심이 생겼다. 수업이 끝난 뒤, 조용히 그 아이를 불렀다. 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아이들에게 꾸중 또는 잔소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에 먼저 어디가 아픈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니?” “선생님, 죄송해~요. 잠을 몇 시간 못 자서~요.” 녀석은 지난밤 기말고사 시험공부 하느냐 2시간밖에 못 잤다며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었던 것을 사과했다. 그리고 시험 때가 되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녀석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이야기한 뒤,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선생님, 제 공부 방법에 무엇이 문제인가요?” 녀석의 문제점은 시험에 대한 지나친 강박관념이었다. 녀석은 나름대로 열심히
2018-07-03 09:01꼬마 과학자들을 위하여 새로운 도전 “무슨 일이지?” 선생님은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서 등 뒤로 다가선 아이를 바라봅니다. 조심스럽게 다가선 욱이는 오늘 따라 쭈뼛거리면서 말을 망설입니다. “왜? 웬일인데 욱이가 다 망설이고 있을까?” 항상 선생님에게 매달리다 시피하면서 애교도 떨고 별아별 얘기도 다하던 욱이가 망설인다는 것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선생님은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닌가 싶지만, 모른척하고서 일부러 딴청을 부립니다. “욱이가 선생님한테 말 못할 잘못 이라도 저질렀는가? 왜 그렇게 말을 못하고 그러시나?” 하고 못 본 척 하시던 일을 계속하십니다. “선생님,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으응? 무슨 말인지? 알아야 돕든지 말든지 하지?” “선생님을 귀찮게 할 거 같아서 말씀드리기가 좀 어려웠어요.” 욱이는 늘 하던 밝은 모습이 아니고, 조금은 쑥스러운 듯 하는 모습을 보이고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 일단 들어보자. 말씀해 보시지?” 쭈뼛거리던 욱이가 다가들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선생님 사실은 요즘 우리가 여러 가지 실험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학교에서 하고나면 다시 한 번 해
2018-07-02 09:08혼탁했던 전국 지방 동시선거가 끝난 14일, 선거결과에 여야(與野)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가운데 여(與)는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몸을 더 낮추었고, 야(野)는 패배에 따른 후폭풍을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는 하루였다. 2교시 영어 시간. 아이들의 관심사는 어제 끝난 선거에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몇 명의 당선자 이름을 들먹이며 그들의 면면(面面)을 자세히 물어보기도 했다. 생각보다 아이들은 선거에 관심이 많았다. 한 아이는 몇 개의 선거공약을 열거하며 당선자가 그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자신이 생각했던 후보가 낙선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업시간 가끔 농담을 잘해 지적을 당하곤 했던 한 녀석이 진지하게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후보를 선택하는데 제일 먼저 무엇을 보세요?” 질문에 답변하기도 전에 녀석은 자기 생각을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선생님, 제게 투표권이 있다면 유권자와 약속을 잘 지키는 후보에게 투표하겠어요.” 그리고 녀석은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 마냥 유행에 민감하고 연예인을 동경할 줄만 알았지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했던 아이들의…
2018-06-26 11:366억 배로 돌아온 25센트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 한복판에서 낡은 트럭을 끌고 가던 한 젊은이가 허름한 차림의 노인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힘들어 보이시는데 타시죠!” “고맙소, 젊은이! 라스베이거스까지 태워 줄 수 있겠소?” 젊은이와 노인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노인의 목적지인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집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부랑자 노인이라고 생각한 젊은이는 주머니를 뒤져 25센트를 노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영감님, 차비에 보태세요. 몸조심하시고요” “참 친절한 젊은이구먼. 명암 있으면 한 장 주게나.” 젊은이는 무심코 명암을 건네주었다. “멜빈 다마! 이 신세는 꼭 갚겠네. 나는 하워드 휴즈라고 하네.” 얼마의 세월이 지나 이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렸을 무렵 기상천외한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적인 부호 하워드 휴즈 사망 이런 기사와 함께 유언장이 공개되었는데, 하워드 휴즈가 남긴 유산의 16분의1을 멜빈 다마에게 증여한다는 내용이었다. 멜빈 다마란 사람이 누구인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유언장 이면에 멜빈 다마는 하워드 휴즈가 일생 동안 살아오면서 만났던 가장 친절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친절한 사람!…
2018-06-26 11:27수업, 즐겁고 의미있는 순간 수업에 경청하는 지명고 학생들의 기억 오래 남을 것 학교장의 열정이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어 꽤 오래 전에 들은 기억인데 조용기 남부대 학원장의 '강의하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이 귓전을 맴돌고 있다. 나에겐 강의하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즐겁고 의미있는 순간'이라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20일 오후 3시 50분부터 2시간 동안 신안 지도읍에 위치한 지명고(교장 이병삼)에서 기말 시험을 앞두고 1,2학년 대상 자기주도학습 세번 째 강의를 하였다. 올 3월 1일자로 이 학교에 부임한 이병삼 교장은 해남고와 도초고 등에서 진학지도 경험이 풍부한데 이 학교에 부임하여 보니 무엇보다도 농어촌 학생들의 학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1회성 강의로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학교까지 거리가 멀지만 3회 강의를 마다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아이들을 위한 후배 학교장의 열정을 읽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는 동영상으로 닉부이치치, 강영우 박사, 그리고 이번에는 여수정보과학고를 졸업한 김수영씨를 사례로 들면서 '꿈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수업을
2018-06-25 08:56어릴 적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주는 아름답고 향기 넘치는 ‘멋’을 먹으며 자랐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도 해질녘 석양에 걸친 아름다운 저녁노을과 오월의 뻐꾹새 울음소리, 물총새가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 등을 연상하며 향수에 젖을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파트 1층에 산다. 남들은 선호하지 않지만 흙냄새도 맡고, 흙을 밟는 정취도 느낄 수 있기에 아파트 1층에 사는 것이 내심 즐겁다. 봄이 되면 주민들에게 꽃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픈 마음에 시장에서 값싼 꽃을 사다 심기도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물을 주며 가꾸는 것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그러나 꽃을 심고 얼마쯤 지나면 작은 정원이 만들어지고, 어디선가 벌과 나비가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꿀을 사냥하는 모습이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눈으로 그 광경을 직접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평화롭다. 그 재미는 아는 사람만이 알 것이다. 이따금 벌과 나비 말고도 찾는 이가 있다. “1층 아파트 화단에 꽃이 있어 참 좋네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이웃들이다. 그들이 건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만다.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
2018-06-25 08:53교직에서 받는 상처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거의 날마다 상처를 받고 살아왔다는 표현이 맞다. 오늘(2018. 6. 14.)만 해도 그렇다. 점심으로 나온 팥밥을 먹지 않으려는 00에게 밥을 먹이려다 아이도 나도 그만 울고 말았다. 답답하고 안쓰럽고 가엾어서. 그런데 아이는 내 눈물을 보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자신을 걱정하는 내 맘을 알기나 한 듯. 아이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미국에 가서 공부할 학생이다. 그 아이기 우리 반에 처음 들어오던 날부터 오늘까지 내겐 시련의 날이었다. 글자를 읽고 쓸 수는 있지만 그 외의 행동은 마치 3살 아이 같았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바로 밥 먹는 시간이었다. 잡곡밥이 나오는 날은 여지없이 같은 행동을 보여준 아이. 잡곡만 쏙 빼고 쌀밥만 골라먹는 모습, 반찬도 좋아하는 것만 먹고 버티는 모습. 그렇다고 편식을 하게 할 수도 없으니 어쨌든 다 먹게 하고 있는 우리 반의 규칙을 그 아이라고해서 예외를 둘 수 없는 상황이 더 난감했다. 밥 수저를 들고 아예 먹이기 작전을 펼치지만 숟가락을 거부하는 행동을 고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교실에 데리고와서먹게 했다. 전교생이 다 보는 급식실에서 아이와 살랑이 하
2018-06-19 09:03“까르르, 까르르~” 강진 바다의 해풍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깨알같이 모래톱에 흩어진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청잣빛 하늘 암갈색 갯벌에서 연출가 없는 추억을 만들기 시작한다. 남해 섬 아이들의 합창. 섬에 살면서도 섬 아이인지, 촌에 살면서도 시골과 도시의 차이점을 실감하지 못하는 현실이 요즘 아이들이다. 생활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먹거리도 풍부하고 농촌 일도 대부분 기계로 이루어지니 일의 의미를 체험할 기회는 부족하다. 단지 아이들의 걱정은 부모님의 성화에 쫓기는 공부뿐이다. 그 아이들이 오늘은 짭조름한 바닷냄새를 맡으며 짠맛도 느끼는 조개잡이를 준비하고 있다. 며칠 동안 흐렸던 날이었는데 구름을 벗어난 유월의 햇볕은 따갑게 파고든다. 이런 햇볕을 뒤로 아이들은 한국어촌 어항협회에서 실시하는 1교 1촌 자매결연 어촌체험활동에 신이 났다. 미리 안내장을 보냈지만 아이들은 만날 때 마다 “언제가요? 뭐 잡아요?” 하며 붙들고 묻는다. 그런 궁금증 해결을 아이들은 풀어내고 있다. 저학년 아이 중에는 미리 장화를 신고 등교한 아이도 있다. 작은 키에 노랑, 분황 장화를 신은 모습이 앙증맞다. 유년 시절 갖고 싶었던 장화, 은근히 비
2018-06-18 08:47하루는 도서관에서 교육 분야의 책을 찾던 중 ‘왜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가(전성은)’라는 제목의 책이 필자의 시선을 강하게 끌었다. 제목을 봐서는 교육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있을 것 같았고 글쓴이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필자의 생각과는 어떻게 다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핵심 keyword : 지천명, 우리들은 ‘그보다 더 높은 성공, 더 깊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서 더 큰 불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41쪽) 교육은 성공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아니다. 바로 지천명이다. 글쓴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교육을 부정하며 교육의 개념에 접근한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된다는 것. 사회 경제적으로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와 직업을 갖는다는 것. 계급사회에서 계급이 올라가는 것 등이 모두 성공과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그보다 더 높은 성공, 더 깊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데서 더 큰 불행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더 높은 성공, 더 깊은 행복이 지천명인데, 이것을 아는 것이 교사가 갖춰야할 자질이라고 주장한다. 글쓴이가 생각한 진정한 교육자는 일본 학교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조선 학생에게 조국으로 돌아가 독
2018-06-12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