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꽃이 산기슭에 두둥실 피어나는 오월의 어느 날입니다. 들판에는 청보리의 물결이 싱그럽고 향기롭습니다. 이맘 때를 옛어른들은 춘궁기라고 합니다. 얼굴에 버즘이 꽃처럼 피어난 아이들이 쑥과 달래를 찾아 산과 들을 헤매고 찔레 순을 벗겨 달큰한 맛으로 배고픔을 잊었겠지요. 사월을 장식하던 분홍과 노랑의 아름다운 꽃들이 가뭇없이 사라진 오월이면 서늘한 색감의 꽃들이 사위를 메웁니다. 수북한 쌀밥 같은 이팝나무, 포도송이처럼 탐스러운 등꽃, 달콤한 향내의 수수꽃다리 그리고 모란과 작약은 황홀한 꽃보라색으로 계절의 여왕이 됩니다. 이런 날 오후에는 저도 가만히 혼자 앉아 웃고 싶습니다. 수도승처럼 글을 읽고 쓰는 장석주 시인의 신간을 서점에서 샀습니다. 탁월한 시인이자 출판인으로, 수없는 서평을 생산하던 그가 어느 날 서울 생활을 접고 시골로 들어가 칩거하며 글을 씁니다. 안성의 수졸재에서 침잠하며 지낸 삶의 오후 이야기는 수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내용으로 온종일 그의 책을 놓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풍경을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본다는 것은 지각 작용의 시작입니다. 이 북유럽의 나라에서는 자작나무 숲을 빠져나가면 홀연 아름다운 공원이 나오고 파란 호수가 나타납
2017-05-01 17:1319대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되는 선거지만 우리 교육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지금 우리 교육은 바닥까지 추락한 교권, 학교폭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 학교 밖 청소년의 증가, 학벌사회의 고착화로 인한 대입 위주 교육 등등 많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또한 ‘제4차산업혁명’이라는 급속한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대통령’이 누구인지 세심히 살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약의 목표와 내용이 타당해야 함은 물론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원 확보 방안이 준비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또 공약을 급조하지 않고 공들여 준비했는지, 기존의 것을 재탕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후보들의 자질 검증도 매우 중요하다. 교육발전에 대한 철학과 의지, 신뢰성 등을 엄정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 후에도 ‘교육대통령’만들기에 모든 교육계 구성원이…
2017-05-01 17:10
뮤지컬 밀사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네덜란드로 떠났던 헤이그 특사 3인방. 뮤지컬 밀사는 특사 파견으로 삶이 뒤바뀐 21살 청년 이위종 열사의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3개 국어에 능통한 엘리트였던 그에게는 편안한 삶이 보장돼 있었지만, 한반도로 돌아가지 않고 연해주와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 세상을 떠났다. 5.19-6.11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17 제12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거대한 편성의 교향악과는 달리 실내악은 한 가지 악기를 1~2명만의 적은 인원으로 보다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이다. 축제에서는 아키코 스와나이, 초량린, 선우예권, 노부스 콰르텟, 김봄소리 등 현재 가장 뛰어난 연주자로 꼽히는 아시아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초월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5.16-5.28 |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전시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展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 인사이드 아웃 등 30년간 픽사 스튜디오가 제작해온 명작 애니메이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아티스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핸드
2017-05-01 17:09
또, 오고야 말았다. 가족의 달. 매년 반복되는 뻔한 선물 고민에 지쳤다면, 올해는 가족과 손잡고 극장에서 문화생활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함께 좋은 공연을 관람하는 두 시간은 그보다 긴 대화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지피지기면 공연도 백전백승이라 했으니, 각 ‘타겟’의 취향을 고려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공연을 골랐다. ◆부모님을 모실 때=공연 관람이 익숙지 않은 부모님들에게는 좁은 좌석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일도 만만치 않게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다. 여기에 특효약이 있다면 흡입력이다. 감동 넘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시다 보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와 친정엄마와 2박3일은 딱 그런 작품들이다.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돌아온 탕자, 아니 돌아온 아들딸. 젊을 적 집을 나간 아들은 15년 만에 엄마의 장례식장에 나타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못다 한 대화를 시작하고(선녀씨), 자기 혼자만 잘난 줄 알던 딸은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엄마와 애틋한 시간을 보내지만 예기치 못한 이별이 이들을 기다린다(친정엄마). 짧은 줄거리에서도 짐작 가능하듯, 손수건 지참은 필수다.두 공연은 캐스팅 역시 완벽하다. 본디 효도의 완성은 ‘자랑’
2017-05-01 17:09교총과 교육부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6 교섭협의 조인식’을 갖고 교권침해 행위의 법령 상 명문화 및 처벌 강화 등 총 76개항에 대해 합의했다. 최근 3년 간 교권침해 사건이 1만 3천여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교총 회장단이 최우선 과제로 요구한 결과다. 이로써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강제전학, 학부모 과태료 부과 등을 담은 ‘교원지위법’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장 갈등과 위화감만 조성해 폐지 여론이 들끓는 성과급 제도에 대해서도 새 방안을 찾기로 했다. 8월 퇴직자 성과급 지급방안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성과급 문제는 2차례 교섭소위와 8차례 실무협의 과정에서 교총이 격론을 벌일 만큼 전면 개선을 요구했다. 이밖에 교(원)감 ‘직책수행경비’ 신설과 보직교사수당 인상,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체방안 마련, 퇴직준비 연가 사용 활성화를 위한 ‘예규’ 개정, 사립교원 간 인사교류 활성화 등 현장 밀착과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타 공무원과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간병휴직 요건 대상자도 조부모, 손자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 내용에는 교총 신임 회장단이 전국 학교를 세바퀴 반 돌며 ‘손톱으로 바위에 글을 새기는 심정’으로 수렴한 현장의 목소
2017-05-01 17:09
교육공약 중에서 향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공약은 교육정책 결정권을 갖는 교육 지배구조에 관한 공약이다. 일부 후보 진영에서는 정책결정권을 갖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하면서도 국민적 합의와 많은 논의가 필요한 학제를 비롯한 중요한 교육공약도 함께 발표해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결정권을 부정하는 상호 모순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 일관성 결여, 정책 독점, 갈등 심화 등의 많은 문제가 이런 대선 공약 개발 절차와 적용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는 점을 생각할 때 어쩌면 가장 바람직한 교육공약은 졸속 교육공약 개발과 이를 그대로 국정 지표에 반영하는 행태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일 것 같다. 교육부의 상급기관 행세하는 청와대 중앙정부 조직과 관련해 가장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부 폐지 여부, 권한 축소, 그리고 합의제 기구 신설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과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청와대의 존재다. 잦은 정책변경과 같은 문제의 뿌리는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와 조직은 뒤에 숨어 있으면서 책임만 교육부가 지도록 한 구조에 있다.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
2017-05-01 00:00
01일곱 시간에 걸쳐 공연하는 연극을 보러 갔다. ‘일곱 시간’이나 공연을 하다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 관심을 두고 특별히 예술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세상에, 그렇게 긴 연극이 있단 말이야? 어떤 건지 한번 봐야겠다’ 하는 정도의 호사가적 관심에 가까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곱 시간’에만 집중하는 관심은 대중적인 관심(popular issue)에 머문다. 나도 저 공연을 보고, 누구에겐가 ‘일곱 시간 공연을 보았노라’고 말하고 싶은, 일종의 ‘지적인 허영심’ 같은 것에 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는 이 공연을 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무대에 올리는 작품을 확인하는 순간, ‘아! 인내심이 필요하겠구나. 짜릿한 재미 같은 것은 기대하지 말아야지. 지루해서 졸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작품은 도스토옙스키 원작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다. 젊은이들에게 관람을 권유해 봤다. 재미없으면 책임지라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진한 관심을 갖고 응하는 사람은 그 분야 전공자 외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일곱 시간짜리 연극 관람을 선뜻 결정하기 어려우리라. 난해한 내용에 일곱…
2017-05-01 00:00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숱하게 들어온 이 경구를 대선 후보들은 들어보지 못한 모양새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원정책 외면’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19일 남겨둔 4월 20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교섭단체 4개 정당의 대선 후보 공식 대선공약 중에 교원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미래교육과 관련한 세부적인 추진사항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1만 명의 인력 양성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 정도가 교원과 관련된 공약이었다. 대신 후보들이 내세운 주요 공약의 관심은 교육 지배구조, 학제, 입시 등 구조 개편에 있었다. 물론, 정치의 계절마다 단골로 나오는 각종 복지제도의 확대나 개선도 공약에 반영됐다. 교육위위원회 중·장기 계획 수립 한목소리 세부적인 정책 연구가 어려운 촉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거시적인 구조 개편을 의제로 꺼내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중 자극적인 문구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교육부 폐지다. 주요 후보들은…
2017-05-01 00:00
장미는 5월부터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소설 속에 핀 두 송이 장미가 있다. 한 송이는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쓴 장미이고, 다른 송이는 정이현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할 때 쓴 장미다.‘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
2017-05-01 00:00우리에게 잘 알려진 ‘빨간 모자’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의 샤를 페로의 ‘작은 빨간 두건(Le Petit Chaperon Rouge, 1697)’과 19세기 독일의 그림 형제가 채록하고 작성한 ‘작은 빨간 모자(Rotkäppchen, 1812)’ 두 가지 판본에서 시작됐다. 샤를 페로는 궁정에서 시를 낭독하고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었다. 이때 청중으로 궁정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일도 적지 않아 페로는 어떻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모아서 전달할까 생각하다가 당시 민간에서 구전되는 민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궁정이라는 분위기를 고려해 부드럽게 순화해 이야기를 개작, 재화(再話)했다. 대표적으로 손 본 작품 중 하나가 ‘작은 빨간 두건’이다. 당시 남프랑스와 북부 이탈리아 쪽에서는 ‘가짜 할머니(La Finta Nonna)’ 등 할머니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가져와 ‘작은 빨간 두건’으로 만든 것이다. 이 두건은 그냥 모자 하나를 쓴 것이 아니라 우리로 치면 일종의 후드 망토 같은 것이다. 소녀는 사춘기에 막 들어서는 아이지만 여전히 ‘아이다운’ 순진함을 담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이 후드 망토다. 그 후 독일에 사는 그림 형제가 첫 동화집
2017-05-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