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장 발령을 받았다. 멀리서 보이는 분교장은 참 아담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다가 낯선 사람이 나타나니 운동장 한구석으로 숨어버린다. 내가 새로 온 선생님이라는 것을 짐작으로 알고 있는 듯했다. 아이들은 숨어서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 뭔가 재미난 구경거리가 생긴 것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다.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녀석들이 있단 말인가. 여름가뭄이 시작될 무렵, 아이들과 나는 학교 앞 개울에서 고기를 잡았다. 종아리로 흐르는 맑은 물, 물밑 뽀얀 모래에 물고기 그림자가 비춰 물고기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요건 버들치, 요건 피라미, 바위 밑 깊은 물엔 꺽지….” 물고기 종류도 많다. 잡은 물고기를 양동이에 담아서 학교로 다시 간다. 아이들에겐 학교가 놀이터이기도 하다. 민물고기 요리법은 아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물고기를 튀겨서 경태에게도 한입, 태성이에게도 한입, 얌얌얌. 고양이도 이렇게 물고기를 맛있게 먹지는 못할 것이다. 처음 물고기를 잡을 땐 무지막지하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은 나의 실수였다. 아이들은 역시 자연을 사랑할 줄도 알고 적당히 이용할 줄도 안다. 작은 물고기는 놓아주고 필요한 만큼
2006-08-24 14:33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또 교육계에 딴죽을 걸어오고 있다. 영어교육 혁신을 위해 ‘영어교사 삼진 아웃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생각하기 따라서는 그럴 것도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는 많은 영어교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보는 ‘아니면 그만’식의 행동이 분명하다. 영어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초·중등학교 학급당 인원을 사정없이 줄여줘야 한다. 최소한 15명 이내로 말이다. 그런데 그런 돈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인건비는 어디서 나고, 시설비를 어디서 내겠는가. 두번째로는 영어교사 연수문제다. 영어교사들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잘했던 사람들로, 대학 4년 동안 영어를 전공했으며 특히 소위 고시와 진배없다는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을 앉혀 놓고 60시간 연수를 운운하는 자체가 가소로운 일이 아닌가. 영어교사를 인정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졌다면 그들을 1년 이상 어학연수를 보내자고 해야 맞을 것이다. 여기서도 또 돈이 문제다. 그런데 삼진아웃, 또는 행정직 공무원 전직을 운운한다니 이는 딴죽걸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누가, 무슨 근거로 영어교사를 평가해서 행정공무원으로 바꾼
2006-08-24 14:31일부 교사의 도를 넘는 폭력적 지도 행태로 인해 학교구성원간 합의된 교육적 체벌까지도 전면 금지하는 체벌금지법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학교현장에서 체벌은 지양돼야 하며, 학생의 인권은 보호되고 존중돼야 한다. 한국교총은 교직윤리헌장의 실천다짐 첫머리에 “나(교사)는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의 인권과 인격을 존중하며,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지도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여론을 빌미로 우리의 학교가 처해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학생인권 보호라는 체벌금지의 당위성만 강조하는 일부의 주장에 편승해 교육부가 체벌금지 법제화를 추진하려는 것에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어른이 없는 세태여서인지 학생들은 점점 거칠어지고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법으로 체벌금지를 강제하면, 교사의 학생 통제력이 크게 위축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지금도 교사의 지도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도를 넘는 간섭으로 교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학생지도를 포기하라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112에 신고하고, 교사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불려가는 비교육적 상황도 쉽게 예상될 수 있다. 지난 98년의…
2006-08-24 10:19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새로 선출된 139명의 교육위원이 의정 활동을 펼칠 제5대 교육위원회가 9월 1일 각 시·도별로 출범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와 달리 각 교원 단체는 물론 사학재단들도 공개적으로 특정한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자기들의 의사를 대신 반영해 줄 교육위원 수 확보를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달랐다. 유권자들은 특정 단체를 대변하려는 후보보다는 우리 지역의 교육을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전국 어느 시·도에서나 특정 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대부분 낙선시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8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제4대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의 경우 15명 중 7명이 전교조가 밀어 당선된 교육위원이었다. 그동안 서울시 교육청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던 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인사는 2명만 당선됐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표하는 운영위원들은 제5대 교육위원회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해 주었다. 개성이 강하고 교육 경력이 풍부한 위원들을 대거 뽑아 주었다.…
2006-08-24 09:568월 2일, 무더운 대기를 뚫고 치솟은 비행기는 6시간 반의 비행 뒤에 체온만큼 따뜻한 쿠알라룸푸르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하늘을 향해 도열한 거대한 손바닥 같은 팜나무 사이 길을 달려 시내 중심가를 지나 여장을 푼 호텔 주변에는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술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는 무슬림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손님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느라 저리 즐거운 밤을 보내고 있을까. 아침 일찍 만난 NUTP(말레이시아 교원조합)의 전 수석부회장님 Lim Cheng Uo씨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중국계 전임 교장선생님이었다. 반가운 첫 인사를 나누고, 이어 속속 도착한 말레이시아 측 일행과 함께 우리는 첫 번째 방문지인 공립 잘란 이포(Jalan Ipoh) 여자고등학교로 출발했다. 인도계, 중국계, 이슬람계 각각 생김새가 다르고 종교에 따라 교복모양도 다른 여학생들이 “안녕하세요”라며 반겨주는 그 곳에서 교장선생님의 브리핑도 역시 영어로 진행되었다. 말레이시아의 학제는 6년제 초등학교 졸업 후 6년제 중등학교 진학, 4년제 대학 진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중등학교까지의 학비는 무료라고 했다. 문자가 없어 영어로 표기하는 말
2006-08-17 14:59교육혁신위는 11일 오후 교원들의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교장공모제를 시범 실시키로 결정했다. 교총은 즉각 교육전문성 수호와 교단 안정을 위해 교장공모제 백지화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혀, 올 하반기 입법화 과정에서 더욱 거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혁신위가 결정한 교장공모제안의 골자는 초중고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에 상관없이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고, 공모된 교장은 교감을 포함해 해당학교 교원의 30% 까지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학교경영의 전문성 약화, 교장공모를 둘러싼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 초빙교원과 일반 교원 사이의 불협화음 구조화로 교육력 약화가 우려된다. 교총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측면도 있다. 특히 당초 혁신위안으로 제시 됐던 학생, 학부모의 평가 10%를 교사근무평정에 반영하는 방안이 폐기된 것은 다행스럽다. 또한 수석교사제를 도입해 교내장학 및 멘토교사로서의 역할을 추진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는 시행시기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반면 수석교사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입장에 그쳐 아쉽다. 교육부가 구체 계획을 조기에 마련 시행해야 할 것이다.…
2006-08-17 11:269월 1일은 5기 교육위원회가 개시되는 날이다. 지난 7월 31일 치러진 선거에서 평균 경쟁률 3대 1 이상의 치열한 관문을 뚫고 당선된 교육위원들의 4년 임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 동안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는 자치 선거란 말이 무색할 만큼 교육계 내부의 ‘찻잔 속 행사’로 치러져왔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교육위원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가운데 실시되었다. 관심의 핵은 전교조의 조직적인 선거운동과 전교조 후보들의 낙선 사태 등으로 모아졌다. 이에 반해 교총 측 후보들의 약진 현상은 두드러졌다. 제주도와 울산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교육위원 중 전교조 후보는 14명만 당선된 반면 나머지 120 여명은 교총 측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그간의 전교조 활동에 대한 학부모나 주민들의 냉정한 평가 결과라 봐도 무방할 듯싶다. 우리나라 교육자치는 시행․ 중단․ 부활의 격심한 변천과정을 거치면서 1991년 3월 공포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을 근간으로 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자치는 일반자치에 예속된 ‘절름발이식’ 자치에 머물고 있다. 자치의 핵심이랄 수 있는
2006-08-17 11:25전국 14개 시·도에서 실시된 교육위원 선거에서 전교조 출신 후보들이 대거 탈락했다. 전교조가 지지하는 42명 가운데 14명만이 당선된 것이다. 2002년 치러진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35명을 추천해 24명을 당선시켰는데 당선율이 68.6%에서 올해 33.3%로 뚝 떨어진 것이다. 이 결과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처음과 다르기 때문이다. 계속 변질되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반대 일색으로 나감으로써 이웃과 응원자를 잃은 것이다. 교육혁신위원회도 정신차려야 한다. ‘지식 문화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교육혁신에 관한 방향정립과 개혁방안 마련을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됐다는 위원회가 고작 생각해 낸 것이 교장공모제란 말인가. 학교현장 교사들은 부단히 노력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문가가 되어도 매일 달라지는 지식정보를 따라가기 힘들어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공이 많아 방향키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학교의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승진제도를 가지고 갈등을 불러 교육계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도대체 왜 일어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입법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교장공모제는 외부 교직개방을 초래해 교단 혼란, 교직전문성 붕괴를 부를 것이 불을 보듯 뻔
2006-08-16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