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먹을거리 문화를 나타내는 말 중에 '먹자골목'이라는 무척 정감이 가는 말이 하나 있다. 이 말은 언뜻 보면 두 단어가 합쳐져서 한 단어가 된 것처럼 보인다. 즉 '먹자'와 '골목'이란 말이 합쳐져서 생긴 것처럼 보이는데, '먹자'라는 말은 동사 '먹다'의 청유형에 해당된다. 따라서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먹을 게 많은 골목, 혹은 그 골목에 가서 뭘 좀 먹자’ 뭐 그런 의미이다. 그런데 듣기에 따라 우습기도 하고 왠지 군침이 돌게 하는 이 말이, 국어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으니 작은 감탄이 절로 난다. 아마도 이 말은 우리네 생활에서 널리 쓰이게 된 말을 채용한다는 원칙에 의해 국어사전에 기재된 듯싶다. 그만큼 이 '먹자골목'이란 단어는 우리 생활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나고 향긋한 냄새가 풀풀 나는 먹자골목으로 한 번 들어가 보자. 사전에서 '먹자골목'을 찾아보면 "많은 음식점이 몰려 있는 번화가의 뒷골목"이라고 되어 있다. 참 적절한 설명인데, 이 설명에 아주 충실한 먹자골목이 부산에도 있다. 그게 바로 남포동 극장가 뒷골목에 있는 '세명약국 먹자골목'이다. 이곳에 형성된 먹자골목은 6.25전…
2008-01-28 08:57현재 일본 천황이 살고 있는 곳은 도쿄의 중심가이다. 동서남북 4면이 모두 사통팔달 해 있어 한눈에 보아도 교통의 요지임을 알 수 있었다. 리포터가 황궁을 들렀을 때에는 마침 일요일 아침으로 많은 사람들이 황궁 관람을 즐기고 있었는데, 유독중국인 관람객들이 많았다. 일본에서 천황에 대한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일본의 옛 역사를 기록한 고사기(古事記, 712년 편찬)와 일본서기(720년 편찬)를 보면 기원전 660년경에 이미 초대천황인 진무(神武)가 즉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천황'이란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도교의 천황대제에서 온 말이다. 일본이 7세기 초에 중국 수나라에 사신을 보낼 때 수나라의 황제라는 말에 대응한 말로써 이 도교의 '천황대제'란 단어의 앞 글자 두 자를 따서 천황이란 말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일본에 천황이란 단어가등장한것이다. 그러나 이 무렵의 천황은 원시적인 형태였고 일본에 고대국가의 모습이 정착되는 4∼5세기경에 비로소 고대 천황제의 모습이 갖추어진다. 천황은 이때부터 야마토(大和) 지방의 부족 연맹의 장으로서 정치적 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갖고 일본 주요부를 지배하게 됐다. 이어 6세기말 아스카(飛鳥)시대의 쇼오토쿠(聖
2008-01-25 19:26오랜 역사를 지닌 유산들이 많은 내소사,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채석강, 호랑가시나무ㆍ후박나무ㆍ꽝꽝나무 등의 천연기념물이 서해안국립공원 변산반도를 대표한다. 전북 부안의 채석강은 강이 아니고 바닷가의 절벽이다. 전북기념물 제28호인 채석강(彩石江)은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빼어난 경관으로 사랑받는데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팔각정이 있는 닭이봉 일대를 포함한 층암절벽과 1.5㎞의 바다를 말한다. 폭이 좁은 해수욕장이 입구에 있고, 그 옆으로 채석강이 이어진다. 여름에는 바닷가에 수상레저시설이 있어 모터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겨울철이라 찾는 사람들이 적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절벽의 암반 위에 올려놓은 돌들이 돌탑을 연상시킨다. ‘변산 8경’ 중 하나인 채석강은 옛 수군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하의 격포진이 있던 곳이다. 채석강에서 올려다보면 닭이봉 꼭대기에 위도와 칠산 앞 바다를 볼 수 있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배를 타고 술을 마시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졌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해안의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모습이며 색이
2008-01-24 10:17우리나라 최고의 영웅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가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에 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는 드라마였고 바다에서 전투하는 장면이 많아 변산반도는 촬영지로 좋은 조건을 갖췄다. 또한 작품이 방대하고 스케일이 컸던 만큼 부안영상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채석강, 궁항, 상록해수욕장 등 촬영장도 여러 곳이다. 상록해수욕장과 격포 사이의 바닷가에 궁항이라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궁항에서 격포 방향으로 가다보면 좌측으로 식당을 겸한 횟집이 보인다. 이곳에서 작은 소로를 따라가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 5,000여 평 규모의 이순신 세트장이 있다. 계단식 지형에 입체적으로 세트를 건립해 세트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라좌수영과 바닷가 마을이 건립된 이곳에서 많은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세트장이 바다와 인접해 있어 경관도 뛰어나다. 작아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포구 궁항, 촬영장까지 가는 산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촬영장 주위의 산책로,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등이 있어 변산반도로의 여행길에 짬을 내 한번쯤 들려볼 만한 곳이다. [교통안내] 1.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 - 30번국도 - 변산해수욕장 입구 - 궁항촬영장 2.
2008-01-24 10:142007년 12월 31일. 닛코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서설이 탐스럽게 내렸다. 울창한 삼나무 숲위엔 기기묘묘한 설화가 만발했고 쥬젠지의 쪽빛 호수엔 차가운 겨울이 소리없이 내려앉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아로새기며 도착한 곳은 게곤폭포 전망대였다. 그러나 우렁우렁 지축을 흔드는 폭포수의 굉음만이 공간을 울릴 뿐, 정작 폭포의 장엄한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의아하게 생각하자 가이드는, "게곤폭포를 지척에서 감상하려면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지하 50미터 지점까지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일행은 곧바로 승강기를 타고 게곤폭포의 전망대로 직행했다. 30여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널찍한 규모의 엘리베이터는 순간이동을 하듯 빠른 속도로지하 50미터 지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흰 기저귀를 길게 늘어뜨린 듯한 길이 99미터의 게곤 폭포수가 장엄한 물줄기를 내뿜었다. 쥬젠지 호수에서부터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급전직하 폭포수로 변화된 게곤폭포는, 와카야마켄의 나치노타키 폭포, 이바라키켄의 후쿠로다 폭포와 더불어 일본의 3대 폭포 중의 하나인데 이 중에서도 게곤폭포가 가장 크고 멋지다고 한다. 봄, 여름,
2008-01-23 17:08동경에 어두움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도쿄타워 트러스에 설치된176개의 투광등에 일제히 불이 들어온다. 오늘은 동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높이 333m의 도쿄 타워로 파리의 에펠탑보다 21m가 더 높단다. 전체적으로 정사각형의 단면을 이룬 입체 트러스의 강철구조물로, 지상 150m 지점에 2층의 전망실이 있고 250m 지점에 특별 전망대가 있어 관광자원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에펠탑에는 철재 7,000여 톤이 쓰였지만 도쿄 타워는 4,000여 톤으로 만들어져 있다. NHK 종합 텔레비전 송신탑과 풍속계 및 강진계가 설치되어 있고, 스모그를 측정하는 등 공해조사에도 활용되고 있다. 1958년 개업 이래 도쿄 타워는 자립 철탑으로서는 세계 제일의 높인 셈이다. 우리가 도쿄 타워를 찾았을 때에는 저녁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 시작하는 오후 다섯시 무렵이었다. 마침 탑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176개의 투광등에 일제히 불이 들어와 도쿄 타워는 도발적인 주홍빛을 띄우며 예의 그 고혹적인 자태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전망대에 서면,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도쿄 타워 동쪽 전망 도쿄 타워 남쪽 전망 - 왼쪽으로 하루미 여객 터미널과 저 멀리…
2008-01-22 14:36충북 영동의 양산팔경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머물렀던 영국사와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천태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산팔경과 함께 영동을 대표하고 있는 한천팔경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적다. 황간에서 서북방으로 2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월류봉이고 그 일대의 절묘한 산수가 한천팔경이다. 한천팔경은 1경 월류봉, 2경 화헌악, 3경 용언동, 4경 산양벽, 5경 청학굴, 6경 법존암, 7경 사군봉, 8경 냉천정인데 그중 1경인 월류봉의 풍경이 으뜸이다.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높은 절벽, 절벽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 정자, 정자 밑 층암절벽을 휘감아 돌고 있는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만든 월류봉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있는 듯 아름답고 수려하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곳에서는 달님도 쉬어간다. 월류봉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높이 솟은 봉우리에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취가 풍긴다. 한천정사쪽에서 보면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는 달이 계속 봉우리 주변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여 음력 보름을 전후하여 이곳을 찾는 게 좋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하천에 널려있는 암석과 하얀 얼음을 뚫고 흐르는 계곡물이 어우러
2008-01-22 09:15- 중부교회, 양서조합, 그리고 그 시절의 언어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당시 나는 봄 학기를 맞이하여 보수동 책방 골목에서 참고서와 문제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연기가 가득 차더니 칼칼한 냄새가 코끝에 밀려왔다. 옥시글거리던 책방 골목이 일순 긴장에 휩싸이고 곧 이어 요란한 소음의 소방차들이 미문화원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유명한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그때가 82년이었으며, 광주항쟁의 희생자들이 아직 구천을 떠돌 때였다. 그들이 편안히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그 순간에, 군인 출신의 권력자들은 구중궁궐의 금침에 누워 호사를 누리고 있었다. ‘부미방’ 사건 1년 전에는 부산대학교 학생들과 부산지역 민주인사들을 용공세력으로 몰아 총 22명을 구속시킨 ‘부림 사건’이라는 것이 발생했었다. 그때 고문과 폭행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던 학생들과 그 가족들은 활발한 성격의 젊은 변호사를 만나면서 약간의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근세 들어 보수동 책방 골목은 부미방 사건과 부림 사건, 그 젊은 변호사와 중부교회, 그리고 양서조합 등이 잘 버무려진 한 그릇의 전주비빔밥이었다. 세계 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2008-01-21 11:25충북 영동군에 중부권 최대규모의 인공 빙벽장이 있다. 풍광이 뛰어나고 빙질이 좋은 이 송천빙벽장에서 ‘그대 오르라 뜨거운 가슴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 20일 양일간 제1회 충청북도지사배 전국빙벽등반경기대회가 열렸다. 차가운 얼음덩이가 빙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이 많아 아이스클라이밍은 보통 3개월 이상의 암벽등반 훈련을 받아야 초급 코스를 밟을 수 있다. 최근 겨울스포츠로 각광 받는 빙벽등반을 즐기려면 헬멧(낙빙, 낙석방지모자), 아이스바일(빙벽용 도끼)과 크람폰(아이젠), 케신(안전벨트) 등의 클라이밍 장비와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고 싶어 한다. 높은 곳을 향한 욕망도 끝이 없다. 그래서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한 가닥 로프에 몸을 맡긴 채 깎아지른 얼음절벽을 한 발짝씩 위로 오르는 사람들은 어떤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까? 얼음덩어리가 후드득 아래로 떨어질 때면 구경하는 사람도 아찔하건만 빙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는 더 힘차게 얼음벽을 찍으며 한발 한발 정상으로 향한다. 송천빙벽장은 초ㆍ중ㆍ상급자용 빙벽, 암벽과 빙벽이 함께하는 믹스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빙벽장도 갖춰져 있다. 겨우내 볕이 들지 않아 3월…
2008-01-21 11:11동조궁을 알리는 석물 표찰이다. 맨 위, 꽃잎 형태의 금박문양 세 개가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가문을 상징하는문장(紋章)이다. 도쿄 프린스호텔 뷔페식당에서 이른 조식을 먹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동조궁(東照宮)으로 향했다. 동조궁은 닛코에 있는데 한자로는 '日光'으로 표기하며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는다'는 뜻이 숨어 있다고 한다. 동조궁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기리는 사당으로 원래는 그리 크지 않은 신사였으나, 에도막부의 3대 장군이자 이에야스의 손자인 도쿠가와 이에미스(德川家光)가 조부를 기리기 위해 일본 전역에서 15,000명의 장인과 450만 명의 인력을 동원해 1643년에 착공, 1년 5개월 만인 1636년에 다시 전면적으로 개수한 사당이다. 도쿄에서 닛코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편도 3차로 고속도로에는 겨울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다. 먼 산의 울창한삼나무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고, 고속도로변에 빼곡이 들어찬붉은 동백은 여린꽃잎을 바람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고 있었다. 기후 탓인지 일본 고속도로에는 이렇게 어김없이 동백이 심어져있었다. 한겨울에 보는 붉은 동백의 고고한 자태는 여행객에게 아려한 서정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2008-01-20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