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자 4면 ‘이렇게 생각한다’에 실린 이학구 김제 원평초 교감 선생님의 ‘교원도 연가보상비를 지급하라’는 글을 잘 읽었다.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1년에 일정한 기간을 쉬도록 해 주는 유급 휴가를 ‘연가’라고 한다는 정의에 동감한다. 하지만 교원에게 아직 이런 주장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교육재정은 파탄나고 정년은 갑작스럽게 단축되어 법정 교원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 다수의 국민이 계약직이 아닌 정식 직원을 꿈꾸며, 정규직원 또한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밀려날 것을 염려하며 일하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앞선 주장으로 한국교육신문이 ‘그들만의 신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자아냈다. 다른 공무원과 달리 교원은 방학이라는 자기 연찬의 시간을 갖는다. 1년에 두 달 정도의 시간이라도 자신의 결정에 따라 마음껏 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보수와 관계없이 다른 모든 직종의 부러움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연가 보상비를 지급하라는 말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보상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연가가 아니라 학생들의 수업결손에 대한 걱정 없이 일정기간 쉴 수 있게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연가는 상황에 따라 낼 수 있되,…
2006-01-12 15:37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지난 5일 교원단체,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여성계, 법조계 인사 등 관련 전문가 23명으로 구성하는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특별위원회에서는 교원양성 및 연수체계, 교원승진 및 교장임용제도, 교원자격 및 임용제도, 교원양성기관 평가제도 등 교원정책 전반에 걸친 개선안을 6월말까지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록 너무 늦기는 했지만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원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주요 의제로 설정했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교원정책 개혁방안 수립과 관련해 몇 가지 기대를 걸어 본다. 주지하듯이 우리는 5․31교육개혁 이후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교원정책을 개혁하기 위한 수많은 방안들이 화려하게 제시되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문민정부에서는 4차례에 걸쳐 27개 개혁방안이, 그리고 국민의 정부에서는 교직발전종합방안을 포함해서 2차례에 걸쳐 55개의 교원정책 개혁방안이 발표된 바가 있다.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가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정책과제들은 위의 개혁방안 중에 포함되어 있으며 또 매 정부의 교육개혁 때마다 등장했던 단골메뉴로서 이제 듣기에도 짜증이 나는 해 묵은 것들이다. 따라서 이 특별위원회에서
2006-01-12 11:35지난 해 말, 정기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 휴유증이 심각한 양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교육 사안의 범주를 뛰어 넘어 정치권, 언론, 나아가 국론의 극단적 분열 양산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차 당사자인 사학측은 사활을 건 대응을 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모든 원내 정치활동을 보이콧하고 한 달째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여당은 경찰-검찰-감사원-국세청 등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해당 사학을 압박하고 있다. 고교 신입생 배정을 놓고 강경대치 하던 사학들이 한발 물러서 신입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는데도 정부는 한 술 더 떠 ‘학습권 보호’의 차원이 아닌, ‘비리사학 척결’의 수준에서 대응한다는 극약처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강경 일변도의 원칙을 세우고 종교계 사학을 배제한 비리사학을 표적 감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는 너무나도 치기어린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지도 감독권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지금까지 수수방관하다가 무리한 법 개정을 한 것인가. 반항하는 사학의 전열을 와해시키고 막강 종교계를 위무하겠다는 치졸한 대응책은 삼척동자라도 웃을 일이다.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풀어
2006-01-12 11:21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5일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여성․법조계 대표 등 23명으로 구성된 교원정책개선특위를 출범시키고 6월까지 교원양성, 연수체제에서 승진제도, 자격제도 개편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주지하다시피 노무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교육개발원 프로젝트로 구성된 교원인사제도혁신협의회는 공모교장제와 수석교사제 도입 문제를 놓고 논란만 벌이다 결론 없이 막을 내렸다. 그 후 교육부가 공모․초빙교장제 확대 방안 등을 마련해 혁신위에 넘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원정책개선특위는 불과 서너 달 사이에 80년대 이후 지속돼 온 수석교사제와 교장선출제 그리고 교직개방의 범위, 교․사대 5~6년제 등 논란에 어떤 형태로든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혁신위의 최근 동향으로 볼 때 수석교사제와 교․사대 수학기간 연장 등 예산 소요 사업은 장기과제로 미루고 교장선출제의 아류인 공모․초빙교장제에만 공을 들이는 인상이어서 유감이다. 교원승진제도 개선 방향의 핵심은 교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고 성취동기를 자극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미 세계 각국은 교사 자격 다단계화를 통한
2006-01-12 11:18
어느 날 교장실 문이 열리더니 어린 학생들의 머리가 보였다. 문 쪽을 바라보면 얼른 닫고 또다시 살짝 열어보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들어오라고 했다. “너희들 어떻게 왔니?” “교장실에 들어오고 싶어서요.”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소파에 앉히고 사탕과 과자를 먹으라고 줬더니 얼른 받아먹으면서 계속 재잘대며 이야기를 한다. “너희들 학교에 들어와서 상을 몇 번이나 받았니?”라고 물으니 자기들이 받았던 상의 종류와 등급까지 정확히 말하면서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장 선생님도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하고 한 명이 묻는다. “어른들도 상을 받니? 상장은 학생들이나 받는 거지.” 다른 아이가 이의를 제기한다. 웃으면서 “어른들도 잘하면 상장을 받을 수 있단다”하고 말해줬다. 그러자 한 학생이 “교장 선생님, 그러면 우리 미술 선생님한테 상장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왜?” “아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우리들을 사랑해주시니까요.” 그러면서 꼭 상장을 주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언젠가 학교 영양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날 급식 식단으로 도토리묵을 내놓았다고 한다. 식판을 들고온 1학년 꼬마가 배식 중이던 영양사에게
2005-12-28 13:40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다른 건 그대로면서 감독만 교체됐는데도 선수들의 자세는 물론 경기력이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또 우리나라 팀이 히딩크 감독을 못 만났으면 2002년 축구열기를 끌어내지도 못하고 오늘날의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내지도 못했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비슷한 예로 교향악단의 경우도 지휘자에 따라 악단의 칼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지도자나 지휘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학교에 있어서 교장도 마찬가지다. 교장에 따라 학교도 달라지고 교사와 학생도 달라진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는 지금 우수한 교장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교장 교육과 연수를 강화하고 자격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무자격 교장론, 교사도 아닌 일반인 교장론까지 나오고 있으니 시대에 역행하고 세계적 흐름에 거꾸로 가자는 셈이다. 공도 차보지 않은 사람을 감독으로 영입하자는 논리이고 지도자 수업도 없이 선수 중에서 감독을 뽑자는 한심한 논리이다. 선수들 중에서 선수들이 인기투표하여 자기 팀 감독을 민주적(?)으로 뽑자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감독을 하다가 또 선수로 뛰게 한다면 그
2005-12-22 14:51저녁 무렵이었다. 모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중인 우리 반 A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선생님, 잘 계시죠?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래,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거니? 힘들진 않고?” “예,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 좋은 소식이면서도 걱정되는 소식이 하나 있어요. 사실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대학 수시원서를 썼는데 합격했어요.” “이야, 축하한다. 정말 잘됐네.” “그런데 선생님, 학비가 걱정이에요. 입학금이라도 마련하면 그 다음엔 제가 벌어서 갈수도 있는데….” A를 만난 것은 재작년 3월이다. 으레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 신상을 파악하느라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자존심이나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형편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상파악은 참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실업계 학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비보조가 있다. 학비감면에 급식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남달리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A는 동생과 함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고 있었지만 밝고 명랑하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A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
2005-12-22 14:09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작년 세밑에도 갈등과 분열, 혼란을 끝내고 화합의 새해를 다짐했는데, 올 연말에는 사정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뜻하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았듯이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중증이다. 가치관이 다르고 이에 따른 발상, 사업 추진의 우선순위가 다른 데서 오는 분열 현상이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갈등의 질과 양을 줄이는 총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올해는 파급 효과가 큰 교육 분야에 갈등의 해일이 밀어닥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할 정치권이 자파 세력의 규합을 위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교육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놓고 연말에 교원평가제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 첨예한 쟁점 현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 벌집을 쑤셔 놓았다. 당장 사립학교들의 헌법소원, 신입생 배정 거부, 집단적 학교폐쇄 결의 등 극한대치 상태가 풀릴 기미가 없다. 또한 새해에는 무자격자를 교장으로 임용해 교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책이 예고되고 있다. 많은 교원들은 우선적으로 정부여당이 파탄 교육재정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 교육여건 개선에 힘쓰기를 바
2005-12-22 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