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큼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호랑이 담배 먹는다던 옛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을 것이다. 긴긴 겨울밤, 아랫목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앉아 할머니나 누나들이 구수한 입담을 풀며 ‘옛날에 옛날에’ 하면 어린 눈망울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이야기꾼의 얼굴과 입을 똥그랗게 바라보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아이들한테 옛날이야기란 그저 흘러간 옛이야기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아주 어릴 때 엄마들이 들려주는 동화들도 우리의 이야기보단 서양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 더구나 구수한 할머니의 입담은 듣기 어렵다. 이러한 때 할아버지의 구수한 목소리로 옛날이야기 시리즈를 내놓은 시인이 있다. 올해 예순일곱의 나이가 된 최하림 시인이다. 이번에 시인이 내놓은 책은 와 이다. 제 17권인 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자신의 가난한 운명을 어떻게 바꿔볼까 해서 사천 서역국으로 가서 부처님을 만나 복을 빌어 가는 정 도령 이야기인 와 박복한 여인이 덕을 쌓은 덕으로 새 원님이 저승에 갔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 박복덕 여인의 쌀 삼백 석을 갚는다는 이다. 이 두 개의 이야기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그 사람의 사주는 못 속인다.’이란 말이 있다. 사주란 태어난 해…
2007-08-31 09:55- 불로초의 전설이 서린 정방폭포에서 영화 엔 인상적인 폭포 하나가 나온다.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웅장하게 내리 꽂히는 그 폭포는 제주도의 3대 폭포 중 하나인 ‘정방폭포’이다. 천지연, 천제연 폭포와 더불어 정방폭포는 제주도 여행 시 필수 코스일 정도로 유명한 폭포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로도 유명하다. 높이 23m, 너비 8m, 깊이 5m의 못을 가진 이 폭포는 정방하포라고도 불리며 제주도 12경승지인 영주 10경의 하나이다. 정방폭포는 한라산을 등진 채 제주도 해안의 울울창창한 녹음을 끼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경탄을 자아낸다. 천지연 폭포와 천제연 폭포가 남성적인 웅장미를 자랑한다면 정방폭포는 여성적인 우아미를 가지고 있다. 또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가 자못 신비로운 곳이다. 바다 위에 작은 조각배를 띄워 이 폭포를 바라본다면, 수려한 물줄기가 뒤쪽의 한라산과 오묘하게 결합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하여, 정방폭포를 보지 않고서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즐겼다고 감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시로 방향을 잡은 후, 성산·남원 방향으로 가면 그 누구라도 정방폭포를 만날 수 있다. 매표소를 지나 급경사 진 계단을 따라 내려
2007-08-30 17:2280년대 후반 대만연수 여행을 한후 중국대륙은 이번 여름방학에 처음 밟아봤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세시간 정도 날아간 곳은 호남성 장사시에 있는황화국제공항에 내렸는데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작았다. 내년에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해서인지 옆에 장사기장 이라고 쓴 신축공항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여행은 어디로가느냐도 중요하고 흥밋거리가 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그런데 이번 중국 여행은 자녀들이 보내주는 여행이어서 개별로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받고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일단 호남성의 장사공항에 도착하여 여행사 현지 가이드앞으로 모여드는 팀과 함께 5박6일을 여행하게 되는 것이었다. 같은 여행사 이지만 B팀이라는 것만 알고 15명이 일행이 되었다. 현지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우연히 충주에사는 친구 부부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같은 여행사의 B팀이라고 하여 함께간 아내도 너무 좋아 하였다.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서호루”였는데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외형은 크나큰 궁전 같았고 3년전 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데 한번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5천명이라고 하니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
2007-08-29 08:47첫날저녁 로비에서 숙소를 배정하는데 떠블침대방이 하나 있는데 희망하시는분 있어요? 가이드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친구인 류선생이 손을 번쩍 들어 신청하니 “부부 금술이 가장 좋은 분”이라며 룸카드를 넘겨주었는데 일행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방엘 가보니 건물동끼리 연결하는 방으로 방이 다각형모양으로 좀더 커서인지 여유공간에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쇼파까지 있어서 서너가족이 모여서 차를 마시기 좋았다. 망고와 포도같은 과일도 사와서 아침저녁으로 먹으며 담소를 나누기에 아주 좋았다. 516호 방이라 "516카페"라고 이름을 지어 호텔에 머무는 동안 카페로 모이라고 인터폰을 하면 찻잔과 차를 들고와서 밤늦게 까지 담소를 나누는 공간으로 유익하게 활용하였다. 삼일째되는 날은 여행일정에는 없으나 안 보고가면 후회한다는 천문산 관광을 옵션으로 넣어서 1인당 우리돈 7만원 씩을 주고 세계에서 가장길다는 약7.5km 케이블카를 장가계시내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작은 산을 몇굽이 넘어 가파른 절경이 펼쳐지는 천문산을 오르니 산정상은 안개속에 휩싸여 있었다. 천길만길 절벽사이를 케이불에 매달려 절경을 감상하는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바를 몰랐다. 케이불카는 정상을 돌아서 2/3지점쯤 내
2007-08-29 08:46-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심어주는 ‘LG청소년 과학관’에서 모든 과학은 상상에서 비롯된다. 공상과 환상을 통해 그려진 세계가 결국엔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부산의 초읍동에 가면 바로 이런 상상력을 자극해 줄 수 있는 곳이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국내 대기업이 전액 출자하여 다양한 기자재와 실험도구 등을 갖춰놓고 무료로 청소년들에게 과학교육을 시키는 곳이다. 기업의 사회 환원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스럽고, 부산의 과학교육에 일조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스럽다. ‘부산 LG청소년 과학관’은 서울의 사이언스 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만든 사설 과학관이다. 어린이 대공원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이 과학관은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전시물을 갖고 있다. 또한 관람객들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각 분야별 과학 체험장을 갖추고 있다. 청소년 과학관은 지하1층과 지상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요 전시물은 지하 1층의 사이언스 홀에 집중되어 있다. 지상 1층은 케미토피아 관이며, 2층은 디지털 라이프 관이다. 과학관을 관람하려면 우선 관람예약을 해야 한다. 단 한 명이라도 미리 예약을 하면 안내 도우미가 모든 프로그램에…
2007-08-28 16:41내가 부러워하는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전혀는 아니지만 잘생기고 부자이고 키가 크고 뭐 그런 것이 아니다.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은 글 잘 쓰고, 노래 잘하고, 악기를 잘 다루는 대충 그런 사람이다. 물론 이것은 이러한 것들을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서 기타나 장구, 피아노 등의 악기를 배워보려 무던히 애를 쓰다 포기하고 말았다. 배우는 사람보다 알려주는 사람이 더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래. 이건 완전히 꽝이다. 음정, 박자 어떤 것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래서 학창 시절 소풍가서 노래 부르는 시간이 제일 싫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글쓰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버이날 부모님께, 연말에 국군 장병들에게 반 강제적인 편지를 쓴 것이 전부다. 그럼 일기라도 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솔직히 쓸 말이 없었다. 이 이야길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 녀석에게 해줬더니 자기도 일기 안 써도 된다며 이번 방학 동안 일기 다섯 번 겨우 썼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아들 녀석까지 잘못된 버릇 만든 건 아닌지 모르겠다. 좋은 글이란 진실성으로 세상의 잘잘못을 깨닫게 한 글 요즘 들어 논술의 광풍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글 쓰는 것도 이젠 하나의
2007-08-28 16:41와, 이런 멋진 무대가 있을까? 무료공연이라고 수준 낮은 것이 아니다. 우리 나라 최고 수준의 프로급들이다. 달빛 어스름 한밤중에 깊은 산속 걸어가다 머리에 뿔달린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서 에루화 둥둥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산도깨비 가사다. 이것을 생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바로 '우리가락 우리마당 야외상설공연' 지난 6월 1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19:00, 수원만석공원 야외음악당에서우리 음악과 춤, 풍물, 연극이 함께 어우러져 펼쳐지는 무대다. 가족과 함께 하면 더욱 흥이 난다. 리포터는 8월 26일 가야금 퓨전그룹인 정길선의 I.M, 모던 트래디셔널 음악그룹 슬기둥의 공연을 보았다. 정말 혼자보긴 아까운 연주였다. 시민들에게 홍보가 덜 되었는지 관객도 그리 많지 않았다. 실내악단 슬기둥과 경기도립국악단의 가야금 수석주자로 활동하며 전통의 정통성을 바탕으로 한국음악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연주자 정길선. 우리 창작곡에서부터 영화음악까지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어느 고급 카페와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서양악기와 어울리는 가야금의 변신이 놀랍기만 하다. 경기도민과 수원시민의 전통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
2007-08-27 08:47숨이 막힐 듯한 꼬불꼬불한 시크 협곡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더 좁은 듯한 도로를 만난다. 옆으로 살짝 비켜 다소곳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이곳 페트라 유적 중 가장 정교하고 웅장하고 원형에 가까운 보물창고 알 카즈네이다. 고대 나바티안 도시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한 장밋빛에 가까운 이 거대한 고대 유적은 그야말로 불가사의의 극치이다. 붉은 바위를 깎아 만든 기술 그리고 2천년 동안 그 흔한 지진에도 끄떡없이 제 모습을 유지한 것만 보아도 신이 ‘이것만은 절대 안돼 ’하는 시샘이 숨어있는 건축물이다. 이 장엄하고 웅장한 모습 앞에 서니 온몸에 전율이 밀려오는 것 같다. 도대체 이런 곳에 이런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슬아슬하게 절벽을 타고 올라 절묘한 구성비로 파고 다듬은 후 다시 신께 기도하면서 영감을 얻어 만든 보물이다. 그것도 기계 문명의 이기가 한참이나 발달하지 못한 고대에 만들어졌으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한 덩어리 된 거대한 바위를 칼로 무 자르듯이 토막토막 잘라 낸 자국들이 거의 신기에 가깝다. 1층 6개의 큰 기둥, 2층 작은 6개의 기둥을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도려냈을까? 전기 그라인더가 있었을까? 샌드페
2007-08-25 21:04무더운 이 여름에 만난 한 권의 책, ‘이기는 습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강진도서관에서 차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아쉬워서 한 권이라도 더 읽을 욕심을 포기하게 만든 책이었다. 워낙 메모할 것이 많아서 쓰는 시간이 걸리니 도대체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 권은 읽어야 내가 세운 독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 텐데, 책 한 권당 대학노트 2장 정도의 메모를 하려고 구획을 정해 놓았건만 7장을 쓰고도 군데군데 포스트잇까지 동원하게 한 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영업 일선이 아닌 교단에서조차 꼭 필요한 책이었다. ‘고객’이라는 단어를 제자나 학생으로 바꾸면 학교라는 조직과 선생이라는 영업맨이 어떻게 고객(학생과 학부모)을 만족시켜야 하는지 분명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한 달 전쯤 남편이 사온 책인데 제목에서부터 자기계발서 냄새가 나서 얼른 손이 안가 읽어야 할 책으로 쌓아만 두었었다. 이 나이에 나를 더 계발해서 뭘 어쩌자는 건가, 지천명을 알아야 할 나이에 무엇을 더 이기자고 내 습관을 바꾸라는 건지, 책 제목만 보고 중얼거린 책이었다. 그건 내가 영업을 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제껏 살아온 내
2007-08-25 11:14[꽃이 있는 풍경11] 창원 주남저수지 최근 창원 주남저수지에 연꽃이 만개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고 해서 그 모습이 궁금해 지난 7월말에 다녀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꽃들이 햇빛을 거의 못받아서인지 꽃이 거의 피지 않았었다. 실망해서 사진 몇컷을 찍고는 그냥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8월 22일 주남저수지를 다시 찾았다. 창원의 주남저수지는 3개의 저수지가 한곳에 모여 있다. 가운데에 자리한 주남저수지(285ha)가 제일 크며, 그 아래쪽에는 동판저수지(242ha)가, 위쪽에는 산남저수지(75h)가 자리잡고 있다. 3개의 저수지가 수로로 연결된 180만평의 광활한 늪지와 갈대가 자생하고 있는 섬이 저수지 중앙에 떠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주남저수지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연꽃단지를 조성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남저수지 연꽃단지는 철새보호원 초소 건너편의 논에 조성되어 있다. 9,105m²의 면적에 12종의 연꽃과 5종의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연꽃은 매년 6~9월 만개해 아름다움을 뽐낸다. 연꽃단지 가운데로 농로가 나있어 탐방로를 대신하는 가운데 다양한 연꽃이 만개해 나그네
2007-08-24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