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가 주는 교훈의 하나는, 이전의 여러 대형사고와 마찬가지로 '사람 기르기'가 얼마나 중요한 사회활동인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 당연히 보상을 충분히 하고 안전대책도 조속히 세워야겠지만, 이번에는 그런 수습책과 더불어 바른 사람 기르기, 즉 교육이라는 근본 대책에 대하여도 논의하는 슬기와 성숙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지하철에 불을 지르는 황당한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관사나 사령탑 근무자가 신속·정확한 위기관리능력을 가졌더라면 그런 최악의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이들은 무슨 내용을 어떻게 교육받았을까. 교육은 사람으로 하여금 바르게 생각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을 길러 주는 활동이다. 비극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교육에 얼마나 충실했는가를 심각하게 자성해야 한다. 교육투자 충분히 하고 있나 교육성과는 선생님의 손에 달려 있다. 그들이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밤새워 고뇌할 만큼 자긍심이 넘칠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유능한 젊은이가 주저 없이 교직을 택할 만큼 사회·경제적 유인가가 충분한가. 혹시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깎아내려 교육성과를 원초적으로 말살
2003-02-27 14:4698년 3월 2일 S초 교감 부임 첫날. 바쁘게 오전을 보내고 점심시간에 아이들의 식생활을 점검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2학년의 보림이라는 어린이가 식판을 앞에 놓고 침만 줄줄 흘리며 밥을 먹지 않고 부동자세로 앉아 있었다. 친구들이 밥을 다 먹으면 보림이도 밥과 반찬을 버리고 교실로 간단다. 어머니를 오시라 해서 같이 먹게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다 써봤지만 아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음날부터 교실로 찾아가 "보림아 안녕?"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며칠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갔으나 매일매일 지켜보며 인사했더니 15일 이후에는 빙그레 웃으며 눈을 맞췄다. 다음으로, 한글 미해득자를 조사해 6학년 1명, 2학년 보림이와 다른 2명을 방과후 교무실로 불렀다. '나, 너, 아버지, 어머니' 등을 읽혀 보았다. 보림이는 눈치만 보며 전혀 읽지 않고 있었다. 내일부터 선생님과 공부하자고 보림이를 달래며 '아버지, 어머니'를 공책에 써주고 10번씩 써보게 했더니 보고는 잘 썼다. 읽지는 않으려 하길래 선생님 귀에만 대고 읽어보라고 했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읽었다. 박수를 쳐주며 상으로 사탕을 주었다. 며칠 후에는 내일도 공부하러 와
2003-02-27 14:45일선 초·중등학교의 학생 생활지도방침이 기존의 '학교 및 교사중심'에서 '학생중심'으로 바뀐다고 한다. 교육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3년 학생생활 지도방안'을 마련해 시·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새로운 지도방안의 핵심은 학생 폭력예방과 인권의 존중, 그리고 자율성의 신장을 통해 일선학교의 획일적 권위주의적 분위기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군대식 기합이나 단체기합 등 사회적 통념을 뛰어넘는 무리한 벌주기의 지양, 가위로 두발 자르기나 학생소지품의 분별없는 검사 같은, 교육적 행위 이전의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사안은 폐지나 최소화하도록 했다. 특히 교사가 직무상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되었을 때는 반드시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학생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교내 분위기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학교생활규정을 4월말까지 각 학교별로 제·개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생활지도방안을 살펴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아직도 우리학교가 매우 비민주적 환경에 놓여있다는 사실의 확인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있는 21세기의 환경은 어떠한가. 그리고 오늘날의 아이들은 또 어떠한가. 그럼에도
2003-02-24 14:32
노무현 당선자는 그 선거 공약(이하 "공약"이라 한다.)에서 「학교자치의 확대」를 약속한 바 있는데, 대학의 자치와 관련해서는 「교수회의 법제화」를 약속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대학에 교수회가 이미 있지 아니한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법률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법시행령에 학칙상 둘 수 있는 임의기구로서 규정되어 있을 뿐이며, 그 결과 그것의 설치 여부가 전적으로 학교당국과 교수집단과의 역학관계에 좌우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을 설치하기 위한 다수 교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것을 두고 있는 대학들은 생각보다 많지 아니하다. 여기에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일부 국립대와 사립대 교수회의 의결권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교수회 존립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이에 관련 대학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둔 상태인 것이 오늘날 대학자치의 현주소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공약은 꺼져 가는 대학자치의 등불을 되살리는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서 전폭적으로 환영할 일이라고 사료된다. 또한 공약은 초·중등학교의 학교자치 확대와 관련하여서,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의 법제화」를 약
2003-02-21 14:45교육부는 2001년부터 '전자정부 구현'을 위해 학교 자체에서 사용하던 학교단위종합정보시스템(C/S)을 대체하여 인터넷을 통해 전국 학교는 물론 각급 교육행정기관의 교육행정 정보를 전자적으로 연결하는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교직사회는 NEIS의 3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NEIS가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을 통해 교육행정 업무를 효율화함으로써 교사잡무를 감축시키고 국민과 학부모를 위한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교원단체 등에서는 인권 및 사생활 침해, 입력내용의 과다에 따른 교사본연의 교육활동 위축, 연수 미비 등을 내세우며 3월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도 현장교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으며, 3월 시행이 이루어질 경우 더 큰 혼란과 갈등 초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NEIS 도입을 둘러싸고 정부와 교원단체 간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3월 시행을 준비해온 학교가 있는가 하면, 아예 시행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교원들도 상당수 있어 학교구성원간의 갈등마저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이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학교단위 교무학사 업무 자체가 혼란에 빠
2003-02-21 14:45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의 최전방인 교실에서의 교육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교실은 학생의 성장·발달을 돕는 교육현장이고 국가 경쟁력의 승패를 좌우하는 전선이며, 학생들이 꿈을 키워나가는 학습의 장이자 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습공간이다. 교실은 또한 교사들이 활동하는 교육의 장이고 생활공간이다. 이처럼 교실은 공교육 활동의 핵심 공간인 동시에 개인 삶의 질이나 국가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가장 중요한 활동영역이다. 학교교육에서 이렇게 중요한 교실이 교육개혁의 초점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교실을 빼놓고 교육을 말할 수 없으며, 학생과 교사를 중심에 두지 않고 교육개혁을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라 하겠다. 교육개혁은 '교실'에 초점을 맞춰 쾌적하고 유용한 교육환경과 여건조성, 학생의 성장·발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고 사기를 높여야 하며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교육에 전념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학교장의 권위 회복이다. 학교장이 소신껏 학교경영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교육활동의 성공적 수행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장이 소신껏 학교를
2003-02-20 14:13요즘 고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모르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소망도 없고 장래에 대한 포부도 없다. 오직 막연하게, 사업해서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될 거란다. 밤에 잠을 자지 않아 학교에서 조는 아이들도 많다. 깨워도 다시 자고, 불러내 교실 뒤에 세워 놓아도 사물함에 엎드려 잔다. 일류대나 인기학과에 가기 위해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거나 재수학원에 몰리는 아이들도 있지만 교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드물다. 주의를 끌기 위해 질문을 하면 아무 생각하기 싫은 듯 "몰라요"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대학을 가기 위해 졸업장이 필요한 것일 뿐 학교에 와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다. 대학 진학에 필요한 것은 주요 교과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지식일 뿐이고, 창의성이나 인성 함양은 교육학자와 정치가들의 허망한 구호로 끝나고 만다. 작년에 총리 서리 2명이 국회 청문회에서 탈락했다. 그런 방식으로 인물을 검증하여 선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사회의 주요 인물이나 인재를 어떻게 발탁하느냐에 따라 청소년들의 노력 방향은 결정되는 것이다. 학교 생활을 엉망으로 해도 학원에 가서 문제 푸는 재주만 익히면 되는 것인가. 인간성이 나쁘다고 취업이나…
2003-02-20 14:12언제부터인가 우체국 앞을 지날 때마다 발길이 멈춰지고 보낼만한 편지가 없는데도 한번쯤은 우체통을 만지고 지나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속에서의 낯선 얼굴과 항상 마주치는 사람끼리 무표정하고 바쁘게 지나쳐버리는 출퇴근 시간이 일과처럼 돼버렸지만 빨간 우체통의 정서만은 떨쳐버리지 못한다. 여름방학 때 이메일로 보내는 아이들의 편지는 너무 간략하고 함축되어서 편지다운 편지가 되지 못했기에 겨울방학에는 "정성껏 쓴 편지를 우체국에 가서 친구와 선생님께 부쳐보도록 하자"는 숙제를 냈었다. 그것도 편지지 한쪽은 꼭 써야 한다는 단서와 함께.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들로서는 귀찮고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일년을 같이 지낸 제자들이기에, 또 숙제라는 단서가 붙어 있기에 편지쓰기가 가능한 일이었을 듯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은 뭘 하고 지내시나요?"의 안부편지에서부터 스키장에 다녀왔노라는 자랑, 아이들과 선생님이 보고싶다는 애교 섞인 내용은 그런대로 방학의 보람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글씨의 필체나 모양이 2학년인지 4학년인지 모르게 삐뚤삐뚤해서 아파트 경비아저씨까지도 "몇학년 편지에요?" 하고 질문을 던질 정도다. 글씨는 마음의
2003-02-20 14:10가끔씩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무척 바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차가 도착하면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환승을 하기 위해 입구로 몰려든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서서 가는 오른쪽보다는 걸어서 가는 왼쪽을 선호한다. 그런데 오히려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느려지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왼쪽을 피해서 오른쪽에 일단 올라섰다가 도중에 왼쪽으로 끼어드는 사람들이 많아 왼쪽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편하게 서서 갈 수도 있는데 급한 마음에 왼쪽으로 끼어 들고, 그 결과 애초에 왼쪽에 탔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정책을 살펴보면 뭐가 그리 바쁜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간혹 눈에 띈다. 최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교사 다면평가제를 빠르면 연내에 실시한다고 한다. 능력 있고 우수한 교단 교사가 우대 받을 수 있도록 교원들의 승진 체계를 다양화한다는 차원에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는 취지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고 다면평가제가 시대적 요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로 인한 문제점 등을 얼마나…
2003-02-20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