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전, 내가 맡은 4학년 2반에 김정숙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부지런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점심도 제대로 싸오지 못해 늘 마음이 아팠다. 그 때는 급식용으로 두부 모양의 빵이 보급됐는데 한두개 여유가 있게 나오는 날이면 서로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고사리 손을 흔들어댔다. 정숙이의 형편을 알고 난 뒤 나는 여유분을 따로 모아 하교할 때 따로 불러 책보자기에 넣어주곤 했다. 그게 고마웠던지 하루는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와 가정방문때 자기 집에 꼭 들러달라는 부탁을 하고 갔다. 얼마후 가정방문 기간이 됐다. 정숙이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이 떠올라 6학년 선생님 한분과 그 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서산에 걸려있었다. 선생님 두분이 이 마을에 찾아온 건 처음이라며 이장님이 댁으로 불러 후한 대접을 해주셨다. 마을을 떠나려 자전거에 오르니 정숙이 엄마가 내 윗양복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어주셨다. 사양해도 막무가내로 꼭 가져가야 한단다. 하는 수 없이 인사를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 불빛은 침침하고 길도 서툴러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하숙집에 도착해 자전거를 구석에 대고 나니 왠지 옆구리가 축축한 것 같았다. 울퉁불퉁한 산
2004-05-20 11:45군대에 사관학교를 두는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정예 고급직업 군인을 양성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직업군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사관학교를 무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교육에 있어서의 사관학교라 칭할 수 있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은 어떤가. 정말 찬밥취급이다. 예전에는 사범학교를 나오면 무조건 임용해 주던 제도를 없애 사범대생을 무시하더니, 요즘에는 몇점 주던 가산점마저 없애 교육계 정서를 뒤흔들어 놓고있으니 이러고도 교육을 걱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사범(師範)의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가. '스승으로서의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즉 스승 중의 스승을 길러 내는 곳이 사범학교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을 부정하고 사범대출신에게 주던 가산점마저 없앤다니 대체 누구를 원한단 말인가. 그 옛날에는 스승을 길러 내는 사범 학교나 사범대학을 다니는 학생들마저 존경하고 우대했다. 그래서 학생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학교행사가 있을 때면 의전상 크게 대접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요 근래 정부가 법적 논리와 경쟁의 논리를 좇아 그 모든 것을 흩으려 놓았다. 교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임용해야 경쟁력이 생긴
2004-05-20 11:45
교사들은 업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수업 중 목을 많이 써서 오는 성대 이상, 계속되는 판서로 인한 어깨통증, 오래 서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생긴 다리 통증 등이 주를 이룬다. 작게는 목이 쉬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 등은 교사라면 누구나 한번씩 경험했을 정도로 흔하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다 보면 자칫 수술이 필요할 정도의 병으로 발전해 교사들을 괴롭히기도 한다. 교사의 건강악화는 본의 아니게 열심히 지도하려는 교사의 교육열까지도 퇴색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조사결과 오래 서 있는 직업일수록 발병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하지정맥류의 경우 교사의 업무상 질병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정맥류 환자의 대부분이 교사, 간호사, 외과의사, 스튜어디스 등 직업상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군의 사람인 것으로 드러났고 그 중 대부분이 4∼8시간정도, 많게는 8시간이 넘게 서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의 근무여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이에 해당된다. 이는 일반인이 종일 서 있는 시간은 길어야 4시간을 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장시간에 걸쳐 집중적인 체력이 소모되는 중노동이고, 이
2004-05-19 10:101990년대 초 선진국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사회를 구현하는데 국가의 운명을 걸었다. 그 결과 인터넷은 급속도로 지구촌으로 확산되었다. 그리하여 인터넷은 인류문명의 흐름과 인간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시대적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여 한국교육신문은 첫째, 역사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읽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여 사회적 교육욕구를 채워줄 뿐만 아니라, 둘째, 미래 교육 욕구를 창출하고 이끌 수 있는 전문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국교육신문은 교육계의 여론을 수렴하고 때로는 새로운 여론을 창출하고 선도하여 바람직한 교육한국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수립 실천하는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우선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디지털정보사회의 특징을 다양화, 세분화, 전문화, 정보화, 쌍방향화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교육 욕구는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다양한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교육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이 원하는 교육 분야도 점점 더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테면,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강좌만 보아도 산업사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
2004-05-17 10:59해마다 스승의 날은 오지만 스승의 모습은 왜소해지고 있다. 교총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 학생, 학부모들의 교직에 대한 인식은 '단순 지식전달자'에 그치고 있으며 교원 10명 가운데 4명은 스스로 사회적 신뢰가 낮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간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교장과 교원이 잇달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스승의 날도 아예 휴업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표면적 이유처럼 스승 찾아뵙기나 스승으로서 휴식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교직사회가 촌지 등으로 매도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뜻이 아닌가 한다. 교육력은 교권에서 나오며 진정한 교육은 '스승' 없이 이뤄질 수 없다. 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교육주간을 설정하고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편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교직 사회가 불안, 갈등, 자괴 속에 흔들리고 있는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밖으로 정치경제의 불안, 부정적 가치관의 만연, 법경시 풍조, 집단행동들의 정당화 등 우리 사회전반의 세태와 안으로 교원 스스로의 비하와 책임의식의 결여 등이 그것이다. '교권이 도전 받고 있다', '공교육이 무너진다', '교사는 있으나 스승은 없다'고 한다. 특히 매스컴
2004-05-17 10:58열린우리당은 지난달 30일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등 교육관계법 제·개정을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을 계속 촉구하는 이유는 교육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우선 과제가 교직안정이고, 우수인력 유치가 학교교육의 질 향상의 근복적 과제이며 이것이 이 법 제정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이 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할 당위성이 더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정부가 이 법 제정의 취지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한국교총과의 단체교섭에서 10년동안 5차례나 합의하고도 이루지 못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했고, 지난해 5월에는 고건 국무총리도 이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했으며, 8월에 발표된 교육부의 '참여정부 교육인적자원 혁신 로드맵'에도 법 제정이 포함돼 있다. 그 동안 교원들은 정부의 약속이 번번히 지켜지지 않자 포기상태에 이르렀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상태이다. 17대 국회의 벽두에 이 법률을 제정하기 바란다.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교원들의 정치불신, 정부불신을 끝내주어야 한다.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고 약속을 지켜야 교육이 살고
2004-05-17 10:56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가고 여름이 다가온다. 우리의 날인 스승의 날이 5월에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이 5월에 있어 더욱 더 5월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리 교육이 어려워도 우리 앞에는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가끔 "우리는 생물을 다루고 있다"는 말을 한다. 생물, 그것도 아주 존귀한 생명체를 우리는 맡아서 기르고 있다. 우리는 교육 전문가이다. 소신을 갖고 당당하게 교육에 임해야 한다. 교육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교육전문가 입장에서 수요자인 학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것은 수용하되 자기 자녀만 잘 돌봐달라는 이기적인 요구는 과감히 물리칠 줄 알아야 한다. 대신 아이들을 골고루 사랑으로 지도하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아이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게 사랑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 교육계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은 교원단체간의 갈등, 교원끼리의 갈등과 반목이 학교 교육현장에서의 주된 이슈였다. 지금까지 주로 공급자끼리의 갈등이 국민적인 관심사였다면 앞으로는 우리 공급자(교원)에 대한 수요자(학부모)의 요구가 더욱 커지리라고 본다. 예컨대 자녀의 학습권 보호, 학교안전사고 예방문제, 맞벌이 부부자녀
2004-05-13 11:45일은 K 녀석이 바지를 치켜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는 음악 시간이면 한 대뿐인 풍금을 교무실에서 교실로 들어 옮겨야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이 바지가 흘러내리니까 풍금 한 귀퉁이를 잡고 가던 손을 놓아 버렸던 것이다. 풍금은 기우뚱하더니 땅바닥으로 나가 떨어졌다. 나자빠진 풍금은 건반이 불쑥불쑥 위로 빠져 올라오고 발판도 퉁겨져 나와 버렸다. 담임이셨던 Y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풍금을 날랐던 나와 몇몇 아이들은 교실의 맨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후 내내 기합을 받았다. 이후로는 절대로 풍금에 손도 대지 말라는 엄명을 받았다. 이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났다. 교무실 옆을 지나는데 웬일인지 조용하다. 반쯤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니 아무도 없다. 풍금이 눈에 들어 왔다. 살그머니 들어가 의자를 타고 앉아 풍금 뚜껑을 열었다. "도∼도∼도레미…." 생전 처음 쳐보는 풍금. 그런데 노래가 되는 것이 아닌가. 미레미파솔 도도도 솔솔솔 미미미 도도도 솔파미레도. 난 반복해서 풍금을 쳤다. 비록 한 손으로 하는 것이지만 내가 치는 풍금이 노래가 되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정신 없이 풍금을 치던 나의 손이, 아니 온 몸이 얼어붙었다. 언제 오셨
2004-05-13 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