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다 하면 생각대로 ♬...’ 어느 날 문득 광고의 노랫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신기하게도 생각은 무궁무진해서 생각을 자꾸 하다보면 무엇이든 방법이 나오고 해결책이 나오는 마술과 같음을 말이다. 그래서 ‘아~ 아이디어란 생각의 결실로 나오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바쁘다. 어려운 경기로 맞벌이가 대안이라는 현실에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놀이방으로 내몰리고 더 자라면 영재교육이니 선행학습이니 하면서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계속 무엇을 하도록 요구받는다. 이런 와중에 창의력은 고사하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나의 꿈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허겁지겁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창의력만이 살아남는다는 21세기의 무한 경쟁시대에 우리의 초등학교 아이들은 생각이 단순화되어 가고 창의력은 무디어져 가고 있다. 엄마들은 자녀들에게 질문을 하고는 3초를 못 기다린다고 한다. 대답하기 위한 생각의 여유를 주지도 않고 다그치니 무슨 창의력이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겠는가! 목욕탕이나 화장실 혹은 산책을 하거나 잠자리에서 아이디어나 음감이 떠올랐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2009-04-10 16:47교정 한 쪽에 서있는 살구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마른 꽃잎만을 매달고 있습니다. 며칠 전, 꽃눈만 껌벅이던 것들이 꽃을 활짝 피어 아침 등굣길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몇 몇 아이들도 꽃을 감상하며 ‘넘 예뻐요.’ ‘쫌 있으면 살구를 따 먹을 수 있겠네. 히히.’ 하며 종알거리며 지나갑니다. 교정 앞에 외롭게 오래도록 서있는 이 살구나무는 아이들의 요깃거립니다. 성질 급한 어떤 아이들은 노랗게 익기도 전에 나무를 올라타서 따먹습니다. 치마 입은 여학생들이지만 선머슴마냥 행동합니다. 살구를 한 주먹 따선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에게 인심을 쓰기도 합니다.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는 운치가 없는 공간입니다. 점심시간이면 교정을 걸으며 히히덕거리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점심 먹기도 바쁩니다.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아침 일찍 등교해서 밤늦게까지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있다가 다시 학원으로 독서실로 가는 모습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오래되고 빛바랜 살구나무에서 핀 살구꽃은 작은 위안을 줍니다. 꽃뿐만이 아닙니다. 열매는 즐거운 입맛과 함께 나무 타는 놀이도 함께 줍니다. 밑에서 받쳐주고 위에서 상큼한 살구를 따
2009-04-09 21:16‘흙손’이라는 동시를 4학년에서 배운다. 교사용 지도서에 시의 전문이 실려 있고 교과서에는 삽화만 있다. 교사용 지도서를 실물 화상기를 이용해 보여주면서 읽어주었다. 시적 감수성이 우수한 친구가 있나 싶어 “지금 이 시 한 번 듣고 외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니 ○○이가 욀 수 있단다. “그래 나와서 한 번 외워봐” 그 작은 입에서 한 번 들은 시가 줄줄 노래가 되어 나온다.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영감님을 만났네 “어른 앞에서 뒷짐을 지다니. 허, 고놈 버릇없군.“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뒷집 애를 만났네. “얘, 먹을 거냐? 나 좀 다오.” 흙 묻힌 손 뒤에 감추고 오다가 삽사리를 만났네. “뒤에 든 게 돌멩이지? 달아나자 달아나“ 언제나 두런 두런, 소근 소근,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우리반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모두가 숙여해진다. 글자 한 자 안 틀리고 외워내는 ○○이에게 보내는 무언의 응원이었다. “○○이 스타킹 내 보내자” 선생님의 한 마디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 아이들, ○○이의 마술에서 풀려난다. ○○이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 못한다. 사연이 참 많은 아이다. 그리고 그 사연만큼이나 눈물도 많고 눈치도 빠른 아이다. 사회복지 시설
2009-04-09 11:45며칠째 보았던 같은 제목의 엑티브 포스트 내용이 또 보인다. 예사로 보았던 내용이 예외라고 여겼던 나에게도 해당이 된다는, 그래서 당장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다급한 연락이다. 내용은 이렇게 자세하다. - 만약 미기재 하실 경우, 미기재 사유 반드시 작성해 주셔야 합니다. - 배우자 없으신 분은 미기재 사유 미혼이라고 기재해주시고 - 직계존속의 경우 주민등록상 세대를 달리한다면 미기재 사유에 세대를 달리함이라고 기재해 주시고, - 직계비속의 경우 세대를 같이할 경우 작성해주시고 - 세대를 같이 하더라도 1990년도 이후 출생일 경우 미기재 사유에 1990 년도 이후 출생이라고 기재해 주시면 됩니다. - 바쁘시더라도 오늘까지 꼭 좀 부탁드립니다. * 붙임1 미신고자 명단 작성요령 1부, * 붙임2 미신고자 확인서 1부 미신고자 확인서라는 양식을 보니 본인과 배우자는 물론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주민등록번호, 주소까지 적도록 되어 있는데 미기재이면 그 사유를 낱낱이 적도록 예시하고 있다. 사망이면 사망, 미혼이면… 쌀 직불금 부당 수령 공무원에 대한 보도가 큰 물의를 일으키며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후 잠잠하던 학기 초에 쌀 직불금과 관련된 보고 때문에 신고를 당부
2009-04-09 11:38명심보감 정기편에 보면 태공(太公)은 “勤爲無價之寶(근위무가지보)”라 하여 부지런함은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배라고 하였다. 소학(小學)에는 “벼슬하는 사람들이 힘써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청(淸)이요, 둘째는 신(愼)이요, 셋째는 근(勤)이다.” 라고 하였다. 그리고 명심보감 정기편에 대개 노는 것은 보탬이 없고 오직 부지런함만이 공이 있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고금에서 '근(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많이 보게 되는데 특히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근(勤)'에 대한 말씀은 근(勤)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갖게 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부지런함(勤)이란 무얼 뜻하겠는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며, 아침 때 할 일은 저녁 때 하기로 미루지 않으며, 밝은 날에 해야 할 일을 비오는 날까지 끌지 말도록 하고, 비오는 날 해야 할 일도 맑은 날까지 천연시키지 말아야 한다. 늙은이는 앉아서 감독하고, 어린 사람들은 직접 행동으로 어른의 감독을 실천에 옮기고, 젊은이는 힘드는 일을 하고, 병이 든 사람은 집을 지키고, 부인들은 길쌈을 하기 위해 밤중[四更]이 넘도록 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요컨대 집안의 상하 남
2009-04-08 10:41봄꽃들이 유혹하는 때이다. 배우는 이들이 술을 찾을 수도 있고, 놀러다닐 수도 있다. 바람이 날 수도 있고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마음이 들떠 공부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명심보감의 훈자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남년장대(男年長大)어든 막습낙주(莫習樂酒)하고 여년장대(女年長大)어든 막령유주(莫令遊走)라”는 말씀이다. 즉 “아들이 장성하고든 음악과 술을 익히게 하지 말고, 딸이 장성하거든 놀러다니지 못하게 하라”는 말씀이다. 요즘 21세기에는 통하지 않는 말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나아가 너무 심한 말이 아니냐? 권하는 말이 아니라 명령하는 말이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 말씀을 잘 음미해 자기 것으로 만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왜 젊은이들에게 술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가? 청소년의 때는 어느 때보다 자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술을 배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자제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술을 마시게 되고 도가 넘치게 되어 위험에 빠질 것을 염려해서다.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는 불상사도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술 배우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또 술을 익히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분별력이…
2009-04-07 10:00- 민심의 현장을 보다 - 바로 어제 저녁,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 본지 정말 오랜만이다. 자가용이나 버스를 탄 적은 많아도 택시는 접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흔히들 택시 기사를 통하여 민심을 확인한다고 한다.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부근에서 구운동 아파트까지 가는 것이다. 기사는 내가 리포터인지 중학교 교장인지 모른다.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니까. 구태어 밝힐 필요도 없다. 파장동 술집 거리를 지난다. 말을 걸기 전 기사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데 표정에 수심이 가득하다.그래도한번 접근해본다.기자 심보의발동이다. “여기 유흥업소에 손님이 좀 있습니까?" “요즘 같은 불황에 누가 술을 먹습니까? 먹더라도 집근처에서 간단히 1차로 끝나고 집으로 들어가죠. 2차, 3차로 가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아,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다. 불황에는 제일 먼저 술집이 영향을 받는단 말인가? 음식점들은 영업이 안 되어 개점 휴업, 폐업이 일쑤다. 소비자들 지갑 닫기 제1순위가 외식분야라는 말도 들린다. “누가 경제를 이렇게 만들었는지?"(기사는 한숨을 내쉰다) “우리만 그런가요. 세계 경제가 다 불황인데요.”(마치…
2009-04-05 08:48언젠가 선배 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닭과 오리와 토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선생님께서는 닭과 오리 그리고 토끼를 키우는데 낮에는 마당에서 놀게 하고 밤이 되면 한 우리에서 함께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셨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잠자는 우리의 문을 열어 주면 매일 오후 7시 30분만 되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일 먼저 닭들이 줄을 서고 그 다음에는 오리들이 줄을 서고 마지막으로 토끼가 줄을 서서 한 우리에 들어간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있었다. 우선 동물들의 규칙적인 습관이었다. 사람들은 잠자리가 규칙적이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어떤 때는 정해진 시간에 편안하게 잠을 들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긴장 속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 잠을 놓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잘 지키고 있으니 감탄할 만하였다. 우리들도 규칙적인 습관은 배워야 할 것 같다. 규칙적인 잠자리 들기가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 특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규칙적인 습관을 꼭 배울 만하다. 공부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일정해야 공부에 많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하나는 자진함이다.…
2009-04-04 22:33꽃샘추위가 시샘을 하는 듯 조석(朝夕)으로 수은주가 내려가는 날씨이다. 속옷을 벗고 난방을 중단했던 집에 다시 난방을 해야 했고 눈발까지 내려서 겨울로 되돌아가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이렇게 대자연도 아름다운 꽃이 피어날 때면 꽃샘추위라는 이름으로 시샘을 하는데 자연 속에 살아가는 우리인간사회에도 어찌 시샘이 없겠는가? 세상사를 자세히 드려다 보면 남이 잘못되어야 내가 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즉 잘나가는 사람을 흠집을 내고 깎아 내려서 반사적으로 덕을 보려는 얄팍한 심리가 작용하는 술수를 쓰는 사람을 속된 말로 모사꾼이라고 한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속담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선의의 경쟁은 아름답고 필요한 것인데 비해 상대의 흠을 찾아 모함 하거나 시기 질투를 하고 험담을 퍼트리면서 어려움을 겪게 해 놓고 불구경을 즐기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나무위에 올려놓고 흔드는 꼴이 어찌 바람직하단 말인가? 그런 사람 중에는 자기 자신에게 흠이 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선거문화가 축제가 아닌 편 가르기로…
2009-04-03 17:331학년을 담임하면서 싹 고친 병이 있다. 발령나고부터 쭈욱 계속되던 나의 지병…. 바로 늦잠병이다. ‘아침 햇살이 창틈으로 내 눈을 부실 때쯤 눈을 뜨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출근했다가 별이 부서져내릴 때쯤 퇴근하는 학교는 없을까?’ 저녁형 인간에 속하는 나는 못다잔 잠에 대한 아쉬움을 이런 상상으로 대신하곤 한다. 콘크리트 빌딩숲, 그리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복잡함이 싫어서 서울을 뒤로 하고 산좋고 물좋은 경기도 땅에 살고 있는 나는 아침 출근길이 완전 전쟁이다. 똑같은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그 날의 차막힘 상태에 따라 일등으로 출근할 때도 있고, 숨이 턱에 닿아 간신히 수업시간 전에 교실에 들어설 때도 있다. 안 막히면 20여분이면 닿고도 남을 곳이지만 막혔다하면 주차장이 된 88올림픽도로에서 1시간 넘게 발을 동동 굴러야할 때도 있다. 늘 출근전쟁을 치르는 내게 왜 출퇴근이 쉬운 서울 땅 놔두고 교통편이 시원찮은 데서 사서 고생이냐고 서울로 입성하라지만 난 그럴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직장이 아닌 내 집만큼은 좀 더 자연친화적인 공간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고역인 날은 월요일이다. 차막힘이 장난이 아닌 탓이다. 그럴 것을 감안해서 일
2009-04-02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