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교육현실은 마치 위태로운 비탈길을 질주하는 듯 하다. 교육개혁이란 슬로건으로 교육을 뿌리째 흔들더니, 그 결과가 `학교붕괴' `교육이민'이라는 엄청난 폐단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발뺌만 하고 있다.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아무런 여과 없이 무조건 모방한 것이 가장 큰 과오였다. 그 예로 95년부터 실시한 `열린교육'은 우리의 콩나물 교실에선 전혀 부적합한 교수-학습방법이다. 또한 현재 교육부에서 장려하는 수준별 학습지도도 같은 문제에 부딪쳐 있다. 창의적인 인간육성이라는 취지는 좋으나, 기초지식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며 무리다. 선진국처럼 20여명의 학생을 보조교사와 함께 수업을 해도 실패했다는 교수-학습법을 도용해서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것은 우리의 교육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들은 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눈앞의 작은 문제에 집착하다 보니, 정녕 헤아려야할 미래의 큰 문제는 예상치 못하게 되고 일관
2001-05-28 00:00이른바 '교육이민'에 관한 세간의 관심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자녀교육을 위해 이민을 떠난다는 학부모의 의식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일부 학부모의 뿌리 깊은 자녀 과잉보호 의식까지 이민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남다른 열정과 출혈에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는 아이가 외국에 나가 영어 몇 마디 더 하게 되는 것이 과연 참다운 교육일까 의심스럽다. 물론 외국 교육을 받아 성공한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그런 극소수의 사례를 너무 쉽게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직업적 불만 때문에, 집안 사정으로, 부모의 욕심을 위해서 겸사겸사 떠나는 무모한 이민까지도 교육행위를 빙자하고 있고, 결국 자녀의 교육을 망치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여기에는 실상조차 파악하지 않고 마구 써댄 교육관련 기사의 영향이 크다. 또 판단력을 잃은 어른들이 교육의 본질은 도외시하고 현상만을 과신한 채 훌쩍 떠나버리는 그 결단(?)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이민 현상과 관련해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긍정적이다. 나라를 살리려거든 먼저 공교육부터 살려야 한다. 사교육으로 공교육을 대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교육은 공
2001-05-21 00:00제20회 스승의 날을 보냈다. 하지만 교단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언젠가 본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차라리 그 날을 없애거나 쉬게 해 달라고 응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대 응시율은 날로 높아가지만 남교사 희망자는 해마다 낮아지고, 교사에 대한 어린이와 학부모의 요구는 갈수록 드세지고 있다. 올해 입학한 초등생 신입생의 학급당 인원이 도시 지역의 경우 47명 선인데다 여러 가지로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는 연약하고 힘겹기만 하다. 언젠가 인근 파출소장님이 학교에 오셔서 기초질서교육 40분을 하고 나서 진땀을 흘리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던 일이 기억난다. 어린 초등생이 이 정도니 머리 굵은 중고교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죽하겠는가. 올해 교육주간 슬로건 중에 `교육현장 따로 없다,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게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조상 교육의 책임은 온통 학교에 넘겨지고 오히려 더 중요하고 원초적인 가정교육은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사회 환경은 더 한심해서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만 느껴진다. 스승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스승이 부모이건, 학교 교사이건, 이웃 주민
2001-05-21 00:00인터넷 사이트에 태극기를 불태우고 일본의 역사를 찬양하며 일본 천황이 우리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내용을 올린 한 학생의 뉴스가 있었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역사교육을 강화하자고 섣불리 말하기도 두렵다. 왜냐하면 요즘 역사의식이니 애국정신 운운하면 학생들에게도 고리타분한 교사로 인식되고 동료교사들에게도 전근대적 교사로 취급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철학과 역사의식이 부족한 교육현실 속에서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면만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자랑스런, 그리고 부끄러운 과거를 냉철하게 되돌아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국사나 세계사 내용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최근 일본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문제가 시끄러웠지만 그 사실조차 제대로 아는 학생들이 드물 정도다. 국사, 세계사 교육은 분명 강화돼야 한다. 그래서 준법정신, 올바른 역사의식, 기본예절 등을 존중한 민족이 승리하고 세계의 강국이 된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야 한다. 법을 지키는 정신을 길러주고 기본질서와 예의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며 그런 교육풍토 속에서 진
2001-05-21 00:00현재의 우리교육은 최근 몇 년간의 파행적 교육정책 탓으로 학교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등의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교사가 힘을 잃은 채 흔들리고, 학생과 부모 역시 방황하는 가운데 학교가 제자리를 찾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자녀교육을 위한 이민과 조기유학도 점점 더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나 사회, 국민 모두가 인정하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치유방안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교육붕괴의 원인과 책임을 철저히 규명하고 획기적인 치유방안을 마련할 것을 온 국민이 바라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교육붕괴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위원들이 공교육 붕괴 청문회를 제안하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러한 국민여론을 수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회는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여 교육청문회를 조속히 열기 바란다. 우리가 교육청문회를 요구하는 것은 국정의 어느 부분보다 중요한 교육정책의 파행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가중심 교육체제에서 교육은 정치와 경제의 하위 수단으로 이용되어 온 경우가 적지…
2001-05-21 00:00제 20회 스승의 날 및 본지 창간 40주년을 맞아 본지는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교육을 보는 시각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은 그 동안 교육재정의 기본 틀로 자율화, 다양화, 특성화와 함께 국가차원의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기반조성에 중점을 두어 왔다고 했다. 그 구체적인 정책의 사례로 특성화 학교 및 대안학교의 도입확대, 모든 학교에 인터넷 연결, BK 21사업 추진, 교육인적자원부로의 개편 및 부총리 승격, 정부예산 중 교육예산 점유율 확대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일선 교육계의 침체 현상, 즉 교직사회의 분위기 침체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에 관해서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사기진작, 사회적 존경 풍토의 조성 등을 담은 교직종합발전방안을 곧 발표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작금의 교육현실을 비교적 진솔하게 표명했으나 일선 교육계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오늘 날 우리 공교육의 위기가 나타나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교직사회의 침체를 들 수 있다. 교육의 주체인 교원이 신명나지 않는 한 학교는 즐거움의 장이 될 수 없다. 이 단순한 논리를 외면한 어떠한 처방도 당면하고 있는 학교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본
2001-05-21 00:00교육과 학습에도 '하늘의 법칙(logic of heaven)'이 있다. 교육이 개발하는 것은 재능 자체가 아니라 재능을 쓰는 방법이다. 높은 성취욕구를 가진 사람일수록 학습능력이 더 빨리 개발되며 성과목표에 대한 집중력이 높다. 각자의 재능에 대비한 성취 정도가 경쟁력의 잣대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경쟁력 수준이 우리 경제의 능력에 비해 낮은 가장 근본이유는 교육경영이 '하늘의 법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재능에 맞는 다양한 성취방법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공급자 위주의 획일적 교육서비스 상품이 규격화된 교육체계 속에서 일률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경제규모는 세계 226나라 가운데 열두 번째 경제대국(2000년도 GDP 4,572억 달러, 1위인 미국은 9조 9,657억 달러)이면서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평가 국가경쟁력 수준은 OECD 30개국과 신흥경제 19개국 총 49개 나라가운데 28위에 머무르고, 교육경쟁력은 이보다도 더 낮은 32위로 평가되었다. 교육경쟁력이 세계 1위로 평가된 이스라엘은 GDP대비 9.1%를 정부가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3.6%에 그쳐 세계 39위 수준이다. 전체 교육 경쟁력…
2001-05-14 00:00어릴 적만 해도 우리 마을엔 집집마다 지게가 있었다.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지게 없이는 못 산다'고 할만큼 대개는 남자 식구 수만큼 지게가 있었다. 들로 일하러 갈 때나 집으로 돌아올 때, 부모들은 아이를 지게에 태우고 다녔는데 걸을 때마다 흔들거리는 그 맛이란…. 봄이 오면 일찌감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지게를 지고 소 풀을 뜯으러 가거나 어른을 따라 밭에 거름을 날랐다. 농사일보다는 신나게 놀고 싶었던 아이들은 방과후에도 학교에서 딱지치기, 자치기, 공차기 등을 하며 놀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농사철이 돼 고사리 손도 아쉬운 부모들은 재 너머 하굣길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렸다. 당시 농촌 아이들은 초등교 4, 5학년만 돼도 제법 한 몫 하는 일꾼으로 취급받았다. 그런 이유로 아이들이 있는 집에 가면 으레 자기 키에 맞는 장난감 같은 지게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집엔 어른용 지게만 두 개 있을 뿐, 아이들 지게가 없었다. 당시 초등 4, 6학년이었던 나와 형은 다른 친구들처럼 작은 지게를 만들어 달라고 아버지를 졸라댔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코 지게를 만들어주지 않으셨다. 언제나 "지게를 지는 사람은…
2001-05-14 00:00선생님! 상큼한 계절 5월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어느덧 40년 시간의 강물이 굽이쳐 흘러갔습니다만 선생님을 그리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선생님 슬하에서 문학 공부하던 어려운 시절을 회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 다시 살아보겠다는 의지 하나로 일어서던 그 시절. 홍제동 야산에는 나무 한 그루 그늘을 주지 못하던 자연환경…. 군데군데 방공호들이 검은 아가리를 열고 우리를 우울하게 하였지요. 그러나 해마다 봄이면 누구의 핏자국처럼 피어나는 참꽃을 따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참외 꽃처럼 영양실조에 노란 친구들의 얼굴…폭탄 껍데기 위에 앉아 진리를 적어가던 시린 손가락들…교복 대신 염색 군복을 입고 허기진 눈빛으로 이상을 꿈꾸던 남학생들…. 그러나 선생님! 야전잠바 차림으로 교단 위에 서신 선생님께서는 사자후 같은 열정으로 저의 문학의 텃밭을 다져 주셨습니다. 언제나 저희를 바른길 위에 세우시는 날카로운 눈빛은 회초리 이상의 질책이셨습니다. 참고문헌 한 권 없는 비참한 교육현실 속에서 손수 가리방으로 긁어 등사하신 한국 서정시 100편. 그 주옥같은 시를 암송시키셨습니다. 또 청록파 시인들의 시들을 낭랑한 육성으로 낭송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2001-05-14 00:00그 때는 잘 몰랐다. 그 분들이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지…. 중학교 1학년. 교실은 온통 낯설었다. 낯선 분위기, 선생님, 친구들. 3시만 넘으면 집에 올 수 있었지만 긴장했는지 참 피곤했다. 밥만 먹으면 정신없이 자고 눈 떠 보면 다시 학교 가는 시간이 반복됐다. 입학 후 서너 시간의 수업이 지났을까. 국어 선생님은 분명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희경, 다음부터 읽어볼까?"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교복 자율화로 명찰이 있지도 안았고 당시 한 학급에는 70명의 친구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벌써 내 이름을 외우고 계셨다. 항상 아이들을 고운 눈매로 바라보신 선생님. 지금처럼 수행평가가 없던 시절이지만 우리는 국어 시간마다 설명문, 논설문, 시, 소설, 수필을 읽고 쓰고 말하며 너무나 즐거웠다. 언제나 숙제를 정성스럽게 평가해 주셨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해마다 아이들이 바뀌어도 언제나 날 불러주시던 선생님이 존경스러워 난 꼭 국어 선생님이 되리라고 다짐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난 정서 불안정의 문제 소녀였다. 불만과 회의는 늘 선생님들을 향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찌는 듯한 한 여름의 고전문학 수업은 숨통을 죄기
2001-05-1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