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생! 주선생! 큰일 났어! 정윤이가 다쳤대!” 몇 년 전,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어느 오후, 옆 반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성적입력을 마무리하던 나는 정신없이 두드리던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고 벌떡 일어섰다. ‘정윤이가 또 뭔가 일을 냈구나. 할머니랑 같이 하교시켰는데 언제 또 학교에 온 거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지쳐가는 마음이 뒤섞인 채 복도로 뛰어나갔다. “정윤이 보건실에 있나요?” “아니, 아니, 지금 뒷마당에 쓰러져있어,” “네? 쓰러지다니요?” “일단 와봐. 와서 봐.” 내가 목격한 것은 살아오면서 봤던 그 어떤 장면보다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둥그렇게 가지치기가 된 학교 뒷마당 조경수 사이에 쓰러져 있던 아이…. 아이의 두 종아리는 모두 두 동강이가 난 채 다리뼈가 밖으로 튀어나와있었고 이마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여리고 작은 목소리로 “아파,아파.”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꿈 일거야! 꿈 일거야! 꿈이어야만해. 정윤이가 왜 저기서 저렇게 누워있는 거야.’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나오던 대사를 내 맘속으로 외치고 있던 그 순간 119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로…
2017-09-20 18:32
‘하필이면 거기에 돌부리가 있을게 뭐람.’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만나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입구의 굽이진 길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돌부리에 부딪혀 자동차의 앞 범퍼가 떨어져 나가 버렸다. 계획에 없는 차 수리비의 지출도 속이 쓰린 일이지만 그보다 더 속상한 것은 오랜 운전 경력을 이렇듯 무색하게 만드는 미숙한 나의 운전 실력이다. 그것도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스스로 거들먹거리며 과신할 때쯤이면 꼭 크고 작은 사고로 차를 상하게 하니, 아마 이번에도 부지불식간에 마음 속에 자만심이 들었었나보다. 사실 내가 미숙한 것은 운전뿐이 아니다. 근 20년에 접어드는 교직경력에도 나는 가끔씩 긁히고 떨어져 나가는 크고 작은 사고를 낼 때가 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운전과 마찬가지로 ‘난 참 괜찮은 교사야’라고 자만을 할 때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반성문을 쓴다. 지난 주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만에 열리는 동창회 겸 사은회에 참석했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흔을 바라보며 백발노인이 된 선생님이 반성문을 쓰는 자세로 이 자리에 참석을 하였노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일곱, 여덟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여러
2017-09-20 18:31
“선생님!, 정말 정말 축하드려요.”교감이 된 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제자 연수가 보내온 문자다. 그 아이를 만난 건 2013년 9월 1일. 수업을 하고 있는데 조심스런 노크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어머니와 어두컴컴한 복도를 밝힐 수 있을 것만 같은, 유난히도 빛나는 눈을 가진 여학생이 서 있었다.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태국인인 연수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우리반 아이들의 모든 관심도 뒤로 한 채, 그 아인 항상 조용했다. 수업 중 웃긴 일이 있으면 그냥 배시시 웃을 뿐, 말이 없는 아이. 그래서 연수와 나의 대화는 대부분 일기장에서 이루어졌다. 그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3번 이상 일기를 쓰도록 했는데, 그냥 의무감에 쓰는 학생들과는 달리 연수는 일기장을 마음을 털어놓는 친구처럼 여겼었다. 처음 한 달 정도까지 연수의 일기는 지금 학교가 낯설다는 것과 예전학교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었다. 소규모 학교에서 작은 수의 학생들이 가족처럼 생활하던 곳이라서 그만큼 그리움도 컸으리라. ‘연수야 우리 학교에 전학 온 것, 그리고 우리 5학년 3반이 된 것 축하해! 우리 잘 지내보자.’
2017-09-20 18:18며칠 전 퇴근길에 한동안 연락이 없던 제자 녀석의 전화를 받았다. 요리를 전공하는 녀석인데 내게 오이소박이를 해 준다고 약속한 것을 못 지키고 있던 터였다. 그걸 빌미로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이소박이 안 해오면 안 만나준다고 했었는데 수화기 속 목소리가 겨울날 호빵처럼 따뜻하다. “선생님 전화 오랜만이죠? 변명 같지만 저 바빴어요. 얼마 전에 취업하려고 한 군데 원서를 썼는데 거기 붙었어요. 합격 사실 알고 엄마 아빠 다음으로 처음 전화 드리는 거예요, 기분 좋으시죠?” 녀석은 초임 학교에서 3학년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다. 원서를 쓰기 전부터 요리를 하고 싶어 꼭 가고 싶은 학교가 있던 아이였다. 그러나 성적이 썩 좋진 않아서 학년 말 우리 반에서 요리 전공을 원하는 아이 둘이 같은 학교를 썼는데 한 녀석은 붙고 그 녀석은 떨어졌다. 담임으로서 같은 반에서 합격한 녀석에게 드러나게 칭찬을 할 수도 없고 떨어진 녀석이 코가 빠진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는 것도 참으로 마음 에린 나날이었다. 기운 빠져 있던 아이의 마음을 다잡아 주기 위해 조리사 필기시험은 학력과 상관없으니 학년 말 기간에 해보면 어떠냐고 권했을 때 아이는 다행히 새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2017-09-20 18:14
집에 식물을 몇 가지라도 키우는 사람이라면 흔히 듣는 ‘호야’라는 화초가 있다. 보통은 큰 화분에 곁다리로 흔하게 심겨져 오는 식물이라 그냥 키우다가 큰 식물이 죽어버리면 같이 내다버려지는 경우도 다반사인 식물이다. 그런데 호야는 흔치는 않지만 마치 작은 별꽃들이 모여 있는 것처럼 커다랗고 둥근 수국모양의 꽃을 피워낸다고 한다. 집에서 몇 년을 키우던 호야가 꽃 핀 적이 없어 ‘올해는 꼭 꽃을 보고 말리라’ 다짐을 하고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니 호야가 덩굴을 지저분하게 뻗어낼 때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잘라 다듬는데 그리 하면 안된단다. 보기 싫고 볼품없는 그 덩굴이 뻗어나서 그 자리 어디쯤에 꽃눈이 나오기 때문이란다. 교단에 선 지 벌써 14년째 접어든다. 이쯤 되면 어떤 교사든 아픈 손가락들을 몇 만났을 것이고 어여쁜 아이들도 손가락 수를 훨씬 넘겼으리라. 생활지도부 교사를 오래해서인지 돌아보면 유독 아픈 손가락들이 많았다. 어떤 분이 ‘이 선생은 매일 그런 녀석들 돌보느라 더 예쁘게 클 수 있는 아이들을 못 봐주는 경우가 많다’며 골고루 관심을 주라고 하신다. 일면 맞는 말씀이지만 성향 탓인지, 시야가 넓지 않아서인지 못난이들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쉽게
2017-09-20 18:12그날, 그리고 그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 땅의 선생님들은 두 번의 통곡을 했다.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잠기어 간 304명의 귀한 목숨들을 생각하며 울었고, 아이들을 구하다 실신해 구사일생을 구조됐던 단원고 교감선생님의 자살 소식에 또 울어야만 했다. 이 글은 교사로서의 내면의 상처를 고백한 글이었다. 교권보호 시스템의 부재는 교사를 향한 무한책임을 요구하기에 뜻하지 않은 사고나 사건 속에 휘말린 교사들은 보호받기보다는 소송을 당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가장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온전히 내 제자만을 걱정하고 염려하지 못하며 갈등하고 두려워했던 내 모습이었다. 글을 통해 나는 그렇게 약한 존재였고 상처받는 존재였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었다. 그 고백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랐다. 정윤(가명)이의 사고는 3년이 지나서야 마무리가 됐다. 사건이 종결되기까지 학부모와 이해당사자들과의 만남, 행정적 처리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겪어오며 마음이 참 아팠다. 정윤이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목소리 그리고 동료선생님들의 도움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었다. 이제는 우리 교육의 장이 울타리 없이 방치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7-09-20 18:08교권 침해‧추락으로 교원들의 교육활동과 학생지도가 위축되는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교권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총은 ▲교원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 ▲아동복지법 등 ‘교권 3法’ 개정에 총력 활동을 펼 계획이다. 개정 요구 1순위인 교원지위법은 중대 교권침해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고발하도록 하고, 교원에 대한 ‘법률지원단’ 구성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안)과 교권 침해 학생 조치에 학급 교체‧강제 전학을 포함하는 개정안(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안)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이하 교문위)에 계류돼 있다. 이들 개정안은 최근 3년간 1만3천여건이 발생할 만큼 빈번한 교권침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교문위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발생한 학부모 등 제3자에 의한 교권침해 232건 중 형사고발이 이뤄진 건수는 18건에 불과해 교원들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심지어 국회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교권침해 시 피해교원이 학교를 옮기는 비율은 70%인 반면 가해학생이 퇴학‧전학한 비율은 11%에 불과했다. 교총은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와 토론회를 개
2017-09-17 01:29기간제교사와 학교 5개 강사 직군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간 11만명 입법청원을 주도하며 법과 원칙을 통한 공정한 임용절차 준수를 주장해 온 교총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는 교단 화합을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대폭적인 교원 증원을 통해 정규직 문호를 넓히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교육부는 11일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기간제교사를 포함해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교실제강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유아교육법상 행정직원에 해당하는 유치원 돌봄강사와 유치원 방과후 강사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권고됐고, 시·도별로 운영방안이 상이한 다문화언어강사는 시·도교육청에 최종 결정을 넘겼다. 전체 대상 4만 1077명 중 1034명(2.5%)만 정규직화 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현행법상 불가능했던 일을 교육부가 무리하게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다 교육 구성원간의 갈등만 유발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기간제교사와 강사 직군에 정규직 전환이 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
2017-09-17 01:29# 경기 A중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서 전학 처분을 받은 B양은 징계가 과하다며 교육청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 전학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학교는 전학을 출석정지 4일로 조정했다. 그러자 피해 학생인 C양은 B양의 처분이 경미하다며 경기도 지역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곳에서 B양은 다시 전학 조치 결정이 내려져 결국 법원 소송으로 이어졌다. 학교폭력에 대한 재심기구가 가해·피해 학생에 따라 나눠져 서로 다른 처분이 내려지면서 재심 신뢰도 추락은 물론 학교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폭력 재심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상 학폭위 처분에 불복할 경우 피해학생은 시도 지자체의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가해학생은 전학·퇴학 조치에 대해서만 시·도교육청의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심 절차가 마련될 당시에는 학교, 교육청의 결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 오히려 지자체에서 피해학생에 대한 재심을 맡아야 공정성을 높이고 피해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고 기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심 기관별로 서로 다른 처분을 내리거나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의 재심청구 사실을 몰라
2017-09-15 15:10문재인 정부 첫 정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학교 현장에 갈등만 일으키고 있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았다. 그러나 자사고·외고 폐지, 수능개편안 유예 대해서는 여야가 입장차를 드러냈다. 14일 열린 국회 교육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분야 중 가장 혼란과 걱정을 끼치는 것이 교육 분야"라며 "수능 개편, 초등교사 임용대란, 학교폭력 등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도 "교육부장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 자사고 폐지 논란 등 이루 거론할 수 없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수능개편 1년 유예 등이 졸속으로 추진되면서 현장에 혼란만 가중됐는데 누구 하나 진정으로 사과하는 것도 없다"며 "(여론조사)국정부문별 평가에서 교육 부분이 꼴찌"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교원 정치 참여 확대와 학생 정당가입 연령 제한 폐지로 인한 정치장화를 우려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상당수 국민들이 우려하신다는 것을 알고 우려를 무겁게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과 사교육의 연관성 등을 두고는 여
2017-09-15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