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직 에세이를 출간했다. 많은 분이 칭찬의 말씀과 함께 책을 쓰기 시작한 동기를 물었다. 처음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바로 ‘교사들의 웃음’이었다. 책의 가제는 ‘학교에서 떼인 웃음 찾아드립니다’였다. 많은 교사가 학교에서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 현실이 늘 가슴 아팠다. 나 또한 힘든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 주변에는 웃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선생님은 어떻게 맨날 웃으세요?’, ‘선생님의 웃음 비결이 무엇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척박한 학교 속에서 억지로 웃을 거리를 만들어 웃었던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결심했고, 그것이 마침내 책이 되었다. 책이 나온 후 나의 에너지와 웃음에 관한 질문을 더 많이 받았다. ‘선생님의 에너지가 대단해요.’, ‘선생님과 동 학년 하고 싶어요.’라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워 쥐구멍을 찾게 된다. 나는 절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니며, 분위기 메이커도 아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이런 질문과 칭찬을 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바로 ‘진심’이다. 되돌아보니 모든 일에 진심이었다. 그 진심들이 나를 웃는 교사, 에너지 많은 교사로 만
2023-09-04 09:00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 책 읽어주기를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이때 책 읽어주기는 책의 존재를 알려주고, 다양한 글자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엄마(아기에게 생명과 사랑을 주는 절대적인 존재)가 책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지속성’ 중요해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들의 나이와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을 10~20권 정도 계속 돌려가며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책에다 침도 묻히고, 빨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밟고 다닙니다. 책을 읽어준다고는 하지만 책과 함께 노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지속성’이죠. 책 읽어주기가 생활이 되고, 빼놓지 않고 실천하는 약속이어야 합니다. 잠깐 짬이 날 때 읽어줘도 좋고, 늘 같은 시간에 읽어줘도 좋고, 잠자기 전도 좋습니다. 읽어주는 책은 수준이 약간 높거나 낮아도 무방합니다. 책 읽어줄 때 아기가 앉게 되는 엄마의 왼쪽 무릎을 행복한 무릎(happiness knee)라고 한답니다.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면 그렇게 부를까요? 이렇게 시작한 책 읽어주기를 아이가 커감에 따라 책의 수준을 높여주며 계속해나가면 됩니다. 어려울 게 없습니다. 물론 책을 읽어줘야 하는
2023-08-31 16:40故 서이초 선생님을 비롯해 학교 교육과 학생 지도에 헌신하다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들의 모습이 유난히 떠오르는 요즘이다. 이런 일련의 시간 속에서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힘을 모으는데 선봉장 역할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이견이 있더라도 묵묵히 맏형의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러한 일념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교권 없는 현장을 바로잡고 교권을 확보하여 모든 교사가 행복한 마음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지난달 22일에 시작된 故 서이초 교사 추모 집회가 매주 토요일에 이어지고 있다. 9월 2일에도 집회가 예정돼 있고, 어느새 다가온 49제 당일인 4일에는 ‘9.4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교원들의 행동과 외침은 순리적으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으며 이어져 왔다. 하지만 ‘공교육 멈춤의 날’ 운영 예고로 논란이 발생해 안타깝다. 학생들의 학습권 부재와 학사 운영의 혼선으로 인한 학교의 신뢰도 저하라는 회오리가 우려된다.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교권과 교사를 존중하는 대다수 국민과 학부모들로부터 달라진 시선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사태를 책임져
2023-08-28 10:13초등교사는 평균적으로 주 22차시의 수업을 한다. 생활교육이 필요한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주 40시간 근무 중 22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낸다. 학생들 하교 후 남는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가량. 이 시간에 기초학력 책임지도, 학생 상담, 수업 연구 및 수업자료 제작, 학부모 상담, 평가 기록, 교실 관리, 과제 검사, 학생 출결 서류 관리, 각종 협의회 및 연수 참여 등의 일을 한다. 여기까지가 교사의 본질적인 직무다. 매년 바뀌는 학년과 다양한 과목 덕분에 수업 연구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초학력 책임지도나 학생 상담, 학부모 상담이 있는 날은 퇴근 후에도 전화기를 붙잡고 있기 일쑤다. 이렇게 교육활동이라는 본질적인 일에만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방과후과정 운영, 통학버스 운영, 정보보호, 인력 채용 및 관리, 견적, 회계, 계약, 각종 기자재와 장치 관리, 시설관리 등의 ‘비교육적 행정’까지 해낸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다가 원무과에 가서 환자를 접수하고 병원비를 계산하는 것과 같은 이상한 일이 학교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다. 교육은 교사만 할 수 있으나 행정은 교사도 할 수 있어서 교사는 교육과 행정을 둘 다…
2023-08-21 09:10교육이 무너지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점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의 진술만으로 아동학대범이 된다. 특수학생을 상대하는 특수교육 활동은 아이들과 신체적 접촉이 많은데 현행 아동학대법에서는 교사가 늘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수면 아래 있던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도 속속 드러났고,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교권은 가공할 속도로 추락했다. 아동학대 민원에 쓰러진 현장 학생들에 의한 교권 실추가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으며 예의 바른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토로하는 교사, 고학년을 맡고서 1년 내내 악몽을 꾸기도 하고 병을 얻었다고 호소하는 교사들도 있다. 그 사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방관하고 무시했고 학부모 앞에서 교사를 ‘을’로 대했을 뿐이다. 그렇게 교권과 생존권까지 무너졌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장난친 아이를 훈계하면 아동복지법 위반, 그래도 계속해서 장난치는 아이를 꾸짖으면 학교폭력 위반이다. 이어 학교폭력전담기구에서 사안을해 조사하고, 법정기구인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상정하는 시스템이 작동된다. 혹여 그 아이가 여학생이라면 사안은 성희롱, 성폭력 수사기관 신고로 더 복잡해지고 미궁으로 빠진다. 학부
2023-08-21 09:10교육부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제정안과 유치원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 제정안을 17일 발표했다. 고시는 다음 달 1일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지도 고시가 교원의 교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보호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현장 교원들의 의견을 담은 교총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도 다행이다. 다만, 생활지도 고시가 끝이 돼선 안 된다. 고시가 시행되면 학교 현장이 바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학교에 도움이 되는 해설서를 즉시 마련해 제공하고, 그에 따른 예산 및 인력 지원이 요구된다. 또 고시에 부합하는 학칙 개정 추진, 학생‧학부모‧교원 대상 안내 및 연수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특히 생활지도법 완성을 위해 경찰, 검찰, 법원에도 교원 생활지도법 보장 법령 개정 사항을 알려야 한다. 생활지도 고시에 대한 기대와는 별도로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특히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온전히 교사에게 떠맡기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ADHD나 경계성 학생 등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학부모가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교원의 권고를 학부모가 이행하도록 학부모 책무를 강화해야 한다. 문제행동 학생 교실
2023-08-21 09:106월 재외동포청 설립에 맞춰, 재외 주요 기관이면서도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는 재외한국학교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재외한국학교는 재외국민에게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육을 위해 교육부장관의 승인으로 외국에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2023년 현재, 일본, 중국, 베트남 등 16개국에 34개교가 있으며, 이중 중국에 13개교가 있다. 그동안 재외국민 교육을 위해 큰 역할을 맡아 왔으나, 과중한 어려움 속에서 다양한 고민을 마주하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정상적 교육 어려워 재외한국학교는 공립과 사립의 중간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학교장은 교육부에서 파견하지만, 사립처럼 이사회가 있는 등 복합적인 복합적 형태로 학교 예산의 일부만을 지원받고 있다. 비교적 양호한 지역의 대규모 학교는 자체적으로 학교 운영이 가능하지만, 다소 어려운 지역의 소규모 학교는 최소한의 교육활동을 펼치기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재외한국학교를 무수하게 설립할 수는 없기에,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조건 부여는 당연하다. 하지만 신규 학교 설립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미 설립된 학교가 최소한의 교육여건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2023-08-21 09:10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전면 개정을 선언한 데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조례 개정에 착수했다. 교육부도 시‧도별 자율적인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조례 폐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교권 추락, 교실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 학생인권조례 개정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그동안 학생인권조례는 지나치게 학생 권리만을 강조해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계속돼 왔다. 두발, 복장 등의 개성 실현 권리, 소지품 검사 금지, 휴대폰 사용 원칙적 허용 등의 규정은 다른 학생의 수업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생활지도조차 못하도록 강제했다. 특히 학교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학칙을 무시하고, 미성년 학생에 대한 교육적 보호‧제한조차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록 7개 시‧도에서만 제정, 시행되고 있지만, ‘과잉 인권’ 의식은 모든 학생에게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교원의 인권은 소홀해졌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심각한 교권침해 원인 1순위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가 꼽히기도 했다. 국민도 지나친 학생 인권 강조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2023-08-21 09:10이른 아침, 방학이지만 교정에 흐드러지게 피는 여름꽃들은 방학도 없나 보다. 연일 계속되던 장맛비를 용케 잘 이겨내고 오늘은 유난히 수국이 환하게 웃고 화단에는 토끼풀도 하얀 꽃을 내밀며 학교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얼마 전이었다. 여름 방학임에도 학교에 나와 바쁜 하루를 보내고 늦은 퇴근을 준비하고 있다가 무심코 건네받은 한 통의 전화. 그리고 다음 날 졸업생인 K는 거의 8년 만에 학교를 찾아왔다. K는 그간 해마다 스승의 날이면 단 한 번도 안부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군입대 후에 얼굴을 보고는 처음이라 몹시 반갑고 놀랐다. 내심 직장에서 여름휴가를 받아 시간이 나서 안부 인사 겸해서 모교를 방문한 줄 알았다. 근데 K가 예상치 못한 결혼주례를 부탁했다. 미리 전화로 자세히 말씀드려야 하는 데 전화로 말씀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직접 찾아왔노라고 했다. 어느새 나이 서른다섯 살, 더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서두르게 됐다는 이야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항상 다정다감하게 제 이름을 불러준 유일한 분이었어요. 피부색 탓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 다들 놀림감으로 삼아
2023-08-21 09:00얼마 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화장실 안에서 학생 2명이 문이 반쯤 닫힌 상태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면 되는데 굳이 화장실 문을 위로 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학교 선생님으로서 당연히 “얘야, 문을 넘어오면 안 되지?”하고 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학생은 바로 내려와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안을 들여다보니 학생이 밟고 있었던 화장실 변기 덮개가 실내화 발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잠깐, 네가 밟았으니 닦아야지? 물을 좀 묻혀 닦으면 잘 닦아질 것 같구나.” 학생은 알려주는 대로 자기가 더럽힌 화장실 변기 덮개 위를 깨끗이 닦고는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하며 교실로 돌아갔다. 모두가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장난을 쳤고, 선생님에게 지적도 받았지만,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학생의 행동에 기특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은 해프닝이었다. 교육자는 학생을 교육해 올바른 행동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본연의 업무다. 화장실 안에서 장난으로 문을 타고 넘으려다가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을 보고 그냥 넘어갈 교육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날 오후 후배 교사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최근 교육계의 비보에 대한 걱정을…
2023-08-14 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