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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청소년 성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

요즘 아이들의 이성관이나 성에 대한 인식은 분명 과거와 다르다. 남녀학생들 사이에 이상기류라도 생기면 “얼레리꼴레리, 누가 누구를 좋아한대요~”라며 놀리고, 대상 학생들은 얼굴 붉히던 세대라면 요즘 아이들의 자연스럽고 당당한 이성교제를 보며 혼란에 빠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 청소년들의 달라진 이성관과 성규범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부모세대와 청소년들의 올곧은 소통이 가능하지 않을까.

현재의 청소년들은 과거와 달리 아동기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등 통신기술의 발달로 성인들의 성문화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세대들이다. 즉, 과거에 비해 남녀차별의식 타파를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남녀차별에 기인한 사회적인 문제에 연루될 가능성은 더 낮다. 하지만 대인간 접촉이 차단되고 익명성을 강조하는 사이버 공간에서 성장하여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가능성 또한 높다. 따라서 현재의 청소년들은 타인을 의식하거나 배려하기보다는 자신의 욕구 충족을 더 중시하고 이에 따라 성적 욕구를 성인들처럼 발산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시간적 규범을 고려할 때 현재의 청소년들은 성적 담론화가 일상화된 문화적 분위기에서 신체적으로 성숙했지만,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성행동을 하기까지는 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기에 우리 사회는 법이 인정한 부부간의 성행동 외에는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법적 윤리적 체계를 갖고 있다. 청소년기의 무분별한 성행동은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후유증과 더불어 HIV, AIDS같은 성병의 전염위험성 및 원치 않은 임신과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혼전 성행동이나 성에 대한 관심, 허용적인 성에 대한 태도는 일탈적인 행동으로 간주되는 경향 속에서 청소년들의 성적 욕구의 발산이라는 아주 개인적인 일을 두고 부모세대는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 시각의 성규범, 사회적 합의 있어야
청소년기의 건강한 성적 발달에 대한 일관된 사회적 규범이 부족하여 바람직한 성행동의 정도나 성 태도에 관한 도덕적 판단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에 대한 혼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 시각에서 청소년들의 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 시각에서 무엇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는 청소년기에 바람직한 성규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기성세대는 순결지상주의의 성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청소년들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성과 순결과 사랑’이 결합된 자유주의적 성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순결지상주의인 전통적인 성규범은 대부분 청소년들의 성을 부정적이고 음성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청소년의 성행동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수술이나 십대 부모되기와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성병의 감염과 같은 문제와도 관련이 되기 때문이긴 하나, 청소년들의 자유주의적 성의식을 고려하지 않은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각은 청소년의 성을 비행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을 낳았다.
예컨대 ‘이성친구가 있음, 백허그, 패팅, 성행위, 손잡기, 포옹, 입 맞추기’ 등을 일반 문제행동과 동일선상에서 다루고 있다. 즉, 청소년의 성행동과 관련된 관심들은 성인의 성규범을 청소년에게 적용시킴으로써 청소년들의 성규범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았다. 또한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모든 종류(이성교제, 포옹, 키스, 성관계 등)의 성행동을 비행으로 규정함으로써 청소년과 성인세대의 성규범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오히려 벌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수용되는 성에 대한 가치관과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성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는 성행동과 성행동 허용성 간의 간격을 벌어지게 하여 상당한 죄의식을 갖거나 혼동에 빠뜨리고 있다. 이는 부모와 자녀 간, 교사와 학생 간 대화를 단절케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고,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성적인 욕구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산하게 함으로서 ‘성=비행’을 보다 부추길 수 있다.

그들만의 ‘적절한 성행동’ 범위 있어
그러나 연구결과 부모세대의 우려와는 달리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시기에 적절한 성행동의 적정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의 성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들은 손잡기, 포옹, 키스 정도의 성행동은 자신들 또래가 행해도 되는 성행동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애무, 성관계, 임신, 낙태, 출산에 대해서는 고등학생에게 적합한 성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행동 경험에 비해 성규범이 보다 허용적이어서 가벼운 성행동에 대해서는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임신, 낙태, 출산과 같은 심각한 성행동에 대해서는 경험도 하지 않았고 허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이성교제가 임신이나 낙태 등과 같은 심각한 성행동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와 이성교제와 학업을 병행할 수 없다는 입장 때문에 이성교제 불허의 입장을 취하여 왔으나 이젠 이러한 입장에서 탈피하여 이성교제 시 청소년들이 심각한 성행동으로 인한 문제를 자각할 수 있는 내용으로의 성교육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손잡기와 포옹, 키스 등 가벼운 수준의 성행동이 학업과 전혀 무관하다거나 또는 그렇기 때문에 권장하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성문화가 개방되고 있으며 청소년과 부모세대가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수준에서의 성행동까지 학교에서 금하는 것은 현재의 청소년 문화를 학교 문화가 인정하지 않고 억압함으로써 더 큰 비행으로 이어질 우려를 낳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교육은 어디에서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이 좋은가’이다. 실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은 경우는 대략 27%이고 성교육은 1~2가지 정도의 내용에 대해서만 받고 있다. 또한 부모와 성에 관해 대화를 하는 빈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모가 자녀에게 행하는 성교육의 내용이 순결이나 건전한 이성교제 등 다소 훈시적인 내용으로 부모의 성 태도를 자녀들에게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이성교제와 성충동 유발 요인 및 해소방법, 성에 관한 지식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여학생은 성에 대한 가치관과 성에 대한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고려해 보면,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받는 성교육의 내용과 청소년들이 교육받고자 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생 중심의 토론 등 성교육 강화해야
이처럼 청소년들이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고, 교육을 받는다 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는 청소년들의 성가치관이나 성지식을 부모가 아닌 친구나, 잡지 등 다소 비현실적인 출처로부터 획득하게 함으로써, 결국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적 발달에 문제될 소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모이는 학교에서 학생 중심의 토론 등을 통한 성교육을 보다 강화해야 할 뿐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성에 대한 부모교육이 이루어져 가정과 학교 모두를 통한 건전한 성교육으로 인간의 성에 대한 가치관을 바로 잡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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