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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잘 쓰면 興, 못 쓰면 亡 SNS, 논란의 근원이 되다

SNS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소통 매체가 나타났다며 열광했다. 또 SNS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계기로도 각광받았다. 지나온 인류 역사에서 매스미디어는 소수의 독점물이 되기도 했지만, SNS는 누구나 다중을 상대로 의견을 발신할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정한 공론장의 민주화를 의미했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강화해주고, 사회의 민주적 발전도 이끌어줄 매체라는 기대 속에 도입된 SNS. 과연 그 기대는 실현되고 있을까?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선 SNS가 사회 민주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 정부의 정보독점이 SNS의 자발적 소통으로 깨진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21세기형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매개로 모인 청년들이 20세기형 독재정권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쌓여온 을의 목소리가 SNS를 통해 터져 나왔다. 대기업 임원이 항공기 내에서 ‘라면이 맛이 없다’며 승무원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의 경우, 기존의 매스미디어 체제였다면 조용히 넘어갔겠지만 SNS가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로 비화되고 대기업의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외에도 대기업과 대리점 사이의 불공정한 관행을 비롯한 이른바 ‘갑을관계’가 2013년 최대의 화두가 된 데에 SNS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NS 등장 이후 젊은이들 사이의 문자 소통도 폭발적으로 늘었고, 과거엔 신비의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스타들도 SNS를 통해 팬들과 친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에선 최근에 전통적인 공동체의 붕괴와 각 개인의 개별화로 인해 고독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마침 그럴 때 SNS가 등장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고 이를 통해 친밀한 소통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SNS 열풍엔 이런 긍정적인 점 못지않게 문제점도 많았다.

SNS 중독의 덫에 걸린 사람들
최근 SNS 사고가 많이 터지자 이젠 ‘손가락을 조심해야 하는 시대’라는 말이 생겨났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SNS를 통해 감독을 비난했다가 국민적 역풍을 맞았다. 한때 국가대표 퇴출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티아라는 SNS에서 부주의한 발언을 해 정상적인 국내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었다. 김장훈도 SNS를 통해 싸이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가 기부로 쌓아올린 절대 호감 이미지에 금이 갔다.
이외에도 부주의한 SNS 발언이나 인증사진으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SNS를 끊지 못한다. SNS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티아라 멤버들의 경우 그 사건 후에도 종종 SNS 발언으로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기성용은 심하게 홍역을 치른 직후 다시 SNS에 접속해 사진을 교체한 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SNS에 매달리는 것은 유명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엔 10대들이 SNS나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스마트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SNS에 지나치게 몰두해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올리기도 한다. 자신들이 누군가를 폭행하는 장면을 그대로 올려 결국 불이익을 자초하는 것이다. 용인 10대 엽기 살인사건의 범인은 범행 직후 SNS에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과 자신에게 죄의식이 없다는 내용을 올려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와 같은 행동은 당연히 법정에서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까지도 SNS에 올리고 유명인들이 SNS 사고를 그렇게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활동을 해 구설을 자초하는 건, 이미 이성적으로 SNS 사용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란 걸 의미한다. 어떤 행위에 너무나 푹 빠진 나머지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계속 하는 상태를 일컬어 ‘중독’이라고 한다. SNS는 너무나 강렬한 매력으로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의 연구에선 SNS의 중독성이 담배나 술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SNS 사용을 이젠 뇌질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이해받고, 인정받고, 관계를 형성하려는 근원적인 욕망이 있다. 하지만 공동체의 해체로 인해 개인들이 각각의 원자로 고립되어야 하는 사회에선 이런 욕망이 충족될 수 없다. 그래서 SNS를 통한 자기공개와 소통에 탐닉하게 된다.
미국 웨스턴일리노이대 연구팀의 연구에 의하면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아도취적 성향을 크게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남들이 자신에게 주목하고, 자신이 인정받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근원적인 쾌감을 주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다.
일단 중독되면 삶 자체가 SNS에 매여 황폐해진다. SNS를 통해 형성되는 가상의 관계나 소통은 실제 현실에서의 관계와 소통을 절대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탐닉하면 할수록 사람은 충족되지 않는 공허 때문에 관계와 소통을 더 크게 갈망하게 돼 더욱 깊이 SNS에 중독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불통과 루머, 그리고 주홍글씨
SNS를 통해 사회의 소통지수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도 크게 빗나갔다. 실제 현실에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SNS에선 마음에 맞는 사람하고만 대화를 한다. 그 결과 SNS가 활성화될수록 사회적 단절 현상, 사회 여론의 양극화가 커져갔다. SNS가 결국 불통사회를 잉태한 것이다.
루머사회도 나타났다.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릴 때 사실관계를 확인한다든지, 깊게 심사숙고한다든지 하는 귀찮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가볍게 올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있었던 연예인 성매매 의혹 사건에서도 SNS를 통해 관련 루머가 들불처럼 번져나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많은 사용자가 SNS의 사회적 영향력을 간과하고 가볍게 이용하다가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10대의 경우 SNS에 무심코 남긴 자신의 사생활 정보가 평생 동안 따라다니는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2PM 출신 재범은 데뷔 이전 어린 시절에 남겼던 SNS 글이 뒤늦게 문제가 돼 결국 팀에서 탈퇴해야 했다. 10대들에게 절대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걸그룹 멤버는 중학생 때의 글이 나중에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SNS는 긍정적인 가능성과 매우 위험한 부작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매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특성상 SNS를 완전히 끊고 사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써나갈 수밖에 없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도 SNS에 중독의 위험이 있다는 걸 명확히 인지하고 탐닉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SNS를 통한 가상의 소통보다 현실의 소통과 관계가 훨씬 인간에게 충만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현실에서의 관계를 늘리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SNS의 극단적이고 양극화된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도 휩쓸리지 않는 ‘사려 깊음’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푹 빠져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정신 차리고 활용하는 사람만이 SNS의 덫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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