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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 촬영 국가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일까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 한국 촬영에 정부와 서울시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마포대교, 청담대교 북단, 상암DMC, 강남대로 등을 전면통제해주고 촬영비용의 30%까지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사상 초유의 지원에 과도한 사대주의, 한국영화 역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일개 헐리우드 오락 영화에 우리가 국가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영화는 도박과 같아서 흥행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벚꽃이 서울시내에 흩날리기 시작한 지난달 말일부터 시작된 헐리우드 영화 ‘어벤져스2’ 한국 촬영을 두고 논란이 많다. 정부 측에선 국가브랜드제고효과 2조 원 등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그것이 실현되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어벤져스2>는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이라서 ‘악의 무리들’과 히어로가 대대적으로 싸우는 가운데 도시가 파괴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특별히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2> 촬영은 분명히 의미가 큰 일이다. 헐리우드 영화 ‘악의 무리들’에게 한
국은 철저히 무시의 대상이었다. 그들이 부수러 다니는 곳은 뉴욕, 파리, 런던 등 세계 주요국의 주요도시들이다. 아시아에선 도쿄, 베이징, 상해, 홍콩 등이었다. 헐리우드 악의 무리들이 한국을 치러 오는 데에 대한민국이 건국하고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이것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기술개발을 선도하며, 한류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즉 한강의 기적과 IT코리아, 한류열풍의 성과가 집약된 결과 한국이 악의 무리들이 쳐들어올 만한 ‘급’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영화에서 한국을 계속 비추면 한국이 지구상의 주요국가, 주요 도시로 세계인에게 각인되는 효과가 생긴다.

<어벤져스2>는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마블히어로 캐릭터들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시리즈물로 전세계 개봉이 확실시된다. 우리가 한국의 서울이 담긴 동영상을 전세계 극장에 직접 걸려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일을 <어벤져스2> 제작진이 촬영장소 제공과 촬영비용 30% 보전만으로 해주겠다고 나섰다. 이 정도면 거의 실비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낭비라고는 볼 수 없다. 과거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LA 시가지에서 교통통제를 하고 찍었고, <지아이조>에선 이병헌이 에펠탑을 무너뜨리는 등 파리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촬영으로 인한 교통통제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긴 하지만 그것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의례히 벌어지는 일인 셈이다.

그동안 헐리우드에서 한국은 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저개발국가, 북한과 대치중인 위험한 나라, 혹은 동남아인지 일본인지 구분이 안 되는 국적불명의 공간으로 그려졌다. 한국인도 ‘비’나 ‘이병헌’처럼 동양무술 중심의 닌자 킬러 캐릭터, 돈만 아는 수전노, 가난한 택시 기사, 미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가게 주인 등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어번져스2’에서는 서울이 첨단기술이 개발되는 초현대도시로 그려지며 한국인 캐릭터도 그런 기술을 만들어내는 과학자라고 한다. 이런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가 이번에 보여준 자세가 저자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사상 초유 사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고 넘어가면 어떨까? 한국이 충분히 알려지고 그래서 여러 촬영팀들이 서로 한국으로 달려올 때, 고자세로 전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촬영지원을 계기로 한국이 촬영에 관대한 나라, 촬영지원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로 발전하면 그것이 문화산업, 창조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막대한 파급효과가 누적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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