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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초·중등 교육의 젖줄, 교육교부금이 마른다

 

지방교육재정을 둘러싼 논란
2024년 9월 기획재정부는 ‘2024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대응방향’을 발표하였다. 올해 국세 수입을 재추계한 결과, 예산(367.3조 원) 대비 29.6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 여파로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예산(68.9조 원) 대비 5.3조 원(7.7%)가량 감액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액된 바 있다. 2023년 56.4조 원에 이르는 국세 수입 결손으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당초 예산보다 10.4조 원이나 감액되었다. 이로 인해 시·도교육청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줄어든 살림살이로 인해 마른 수건을 짜야 하는 형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쏟아내 왔다. 최근까지도 ‘교육교부금 향후 4년간 20조 증가 … 지금도 펑펑 쓰고 남는데’, ‘쓸 곳 없어 고민인 교육교부금제도 왜 못 고치나’처럼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지방교육재정 축소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기사를 연일 보도하였다. 한마디로 학생수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에 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므로 교육에 대한 과잉투자를 피하려면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지방교육재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방교육재정은 시·도교육청이 관할 지역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배분·지출·평가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내용상으로는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을 위한 재정이라 할 수 있으며, ‘시·도교육비특별회계’라는 독립된 회계로 편성·운영되는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를 가리킨다. 


2023년 결산을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 규모는 98조 9,773억 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일반회계로부터의 전입금,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에 따른 전입금과 같은 외부 재원과 교육에 관한 특별부과금, 수수료 및 사용료 등의 자체 재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세입의 약 90%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이전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중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 세입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국세 수입의 증감에 따라 그 규모가 변동되며, 작년과 올해처럼 세수 감소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하면 시·도교육청의 살림살이는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 유·초·중등교육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이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논의의 함정
지방교육재정은 현재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교육재정 규모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선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지방교육재정 규모의 과도함과 운용의 방만함을 지적하며,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특히 지방교육재정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증가하였으므로, 현행 내국세의 일정률로 확보하는 산정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 감소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과도한 증가를 방지하는 한편, 확보한 재원을 고령화에 대비한 복지재원 등 더 시급한 사회적 수요에 활용하는 것이 국가재정 전체의 관점에서 더욱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지방교육재정 운용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치의 정확성, 교육수요 산정기준으로서 학생수의 적절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제기되고 있는 개편 논의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9월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해 68.9조 원에서 2028년 88.7조 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하였다. 불과 4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당국의 전망치가 정확성을 결여하였고, 이로 인해 교육청이 어려움을 겪었음을 최근 세수 결손 사태나 과거 유사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차원의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에 소요되는 재정을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수요 감소분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분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았고, 정부의 부정확한 세수 추계와 재정정책 실패로 인한 재정결손의 책임은 고스란히 시·도교육청에 전가되었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재정 수요는 학생수만으로 결정된다기보다는 학교수·학급수·교원수 등에 따라 좌우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는 있으나, 학교수·학급수·교원수의 감소세는 학생수만큼 크지 않다. 여기에 학생수·학급수·학교수·교원수의 변화 정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즉 학생수가 급감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인구이동에 따라 학생수가 증가하는 지역도 존재한다. 한편에서는 인구 급감 지역에서 지역소멸 가속화를 막기 위해 소규모학교를 유지해야 하는 수요가 존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개발사업 추진 등에 따른 인구이동으로 과밀학급 해소나 학교 신설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수 감소만으로 지방교육재정의 축소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평균의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에 더하여 유보통합, 늘봄학교, AI·디지털교육, 고교학점제, 교육환경 개선 등 산적해 있는 대규모 교육재정 수요도 단순히 학생수만으로는 소요되는 재원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늘어나는 교육수요, 줄어드는 지방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이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다양한 교육적 수요에도 불구하고 지방교육재정이 이미 축소되었거나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배정되던 교육세 세입 중 일부가 지난해 신설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전환됨에 따라 1.5조 원의 세입이 줄어들었다. 2021년과 2022년 정부 추경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추가로 교부받아 이를 소진하는 과정에서 낭비 지적을 받았던 시·도교육청은 불과 2년 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액되는 탓에 재정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과 올해 시·도교육청은 재정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는 한편, 세출 구조조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부족분은 기금 적립금을 활용하여 위기를 모면하였다. 하지만 신규 교육사업 추진, 인건비와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써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나갈 돈은 많고 들어오는 돈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의 재정 운용과 교육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지금까지 적립한 기금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워 과거처럼 지방교육채를 발행하여 부족분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지도 모른다.


내년부터 지방교육재정 재원 중 지방교육세와 고교무상교육 부담금 등 일부 재원이 삭감될 위기에 있어 시·도교육청의 재정 여건 악화가 우려된다. 우선 일반자치단체로부터 전입되는 지방교육세 중 담배소비세분(담배소비세액의 43.99%)의 적용시한이 올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다. 올해 안에 국회에서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적용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2023년 결산을 기준으로 약 1.6조 원 규모의 세입 결손이 발생하게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서 규정한 고교무상교육 비용 분담 비율에 대한 특례 규정도 올해 말로 일몰되어 내년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그동안 고교무상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47.5%씩,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분담해 왔다. 특례가 이대로 일몰되면 당장 내년부터 고교무상교육 소요 비용 전액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4년 예산을 기준으로 중앙정부 부담분 9,439억 원, 지방자치단체 부담분 994억 원 등 약 1조 원을 시·도교육청이 추가로 부담해야만 한다. 정부는 이미 2025년 예산안에 특례의 일몰을 전제로 중앙정부 부담금을 책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하여 시·도지사들은 2023년부터 ‘교육재정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함께 지방교육재정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시·도 법정전출금제도를 개편하여 전출액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적용시한이 연장되었던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도 2025년 12월에 설치기한이 종료되면 현재 국고지원분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유·초·중등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지방교육재정을 충분한 규모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방교육재정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고, 이러한 노력은 교육기회 확대나 교육여건 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져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학생수 감소에 따라 지방교육재정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교육계 외부의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재정 운용을 위해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을 논의할 때이다. 다만 부정확한 낙관적 전망치에 근거하여 학생수 감소라는 유일한 논리만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얻은 여유 재원을 다른 용처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편이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포함한 지방교육재정 구조 개편 논의는 현재의 교육투자 규모가 과연 적정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는 학생수 감소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에서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와 이를 위한 ‘교육재정이 충분하게 확보되고 적정하게 쓰이고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때 지방교육재정의 확보 논리는 ‘다다익선’을 최선으로 하였으며, 시·도교육청에서는 재원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관행을 보여 왔다. 교육계 외부에서 제기되는 지방교육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낭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적정한 교육투자 규모가 얼마인지, 그리고 그 성과가 무엇인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계 내부에서 다양한 교육대상의 교육적 필요의 차이, 미래 교육을 위한 추가적인 정책 수요에 대해 적정성을 기준으로 하여 구체적으로 산정하여 제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투입 측면에서의 선제적인 노력과 함께 교육활동과 성과를 연계한 분석이 이루어지고, 이를 토대로 교육재정이 낭비적 요인 없이 운용될 때 유·초·중등교육을 위한 지방교육재정은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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