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인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소외와 고통의 그늘에 놓여있는 많은 이웃과, 멀리 이라크까지 가있는 국군장병, 그리고 5대양 6대주에 나가있는 해외동포, 북녘땅의 동포에게도 훈훈한 정이 나누어지는 명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05년 을유년 올해는 매우 의미있는 해입니다. 을사보호조약 체결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광복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또한 한일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의미있는 해를 맞이해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새겨보면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성찰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00년 가운데 앞의 반세기는 세계의 변화와 흐름에 문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 갈등과 반목만 거듭하다가 끝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치욕의 기록이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이후 대한민국의 반세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분단된 나라가 전쟁과 빈곤을 딛고 일어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달성한 보람의 기록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냈고 정치적으로는 평화적인 민주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세계 11대 교역국으로 성장했고, 아시아의 용이라고 온 세계가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국민의 70%가 희망이 없다고 떠나고 싶어하는 나라, 국가경쟁력이 1년만에 11단계나 추락하는 나라, 청년실업이 8%에 달하는 나라, 하루에 200개의 식당이 문을 닫고 있는 나라, 성장잠재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나라,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노쇠해가고 있는 나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나라, 그것이 오늘 세계에 비쳐진 한국의 모습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경제는 ‘어렵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되어 있습니다. 성장의 두 축인 투자와 소비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미 L자형 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연 9%대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일본도 10년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났는데, 유독 우리만이 침체의 늪에 빠져 금년도 경제성장률도 잘해야 4%대에 턱걸이를 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침체는 고스란히 민생고통이 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은 줄어가는데, 물가는 치솟고 세금과 가계빚은 불어나면서 서민경제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묘약은 없습니다. 정부는 엄청난 규모의 빚을 내고 국민연금까지 동원하겠다고 하지만,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없는 단기 부양정책은 두고두고 우리 경제에 멍에가 될 뿐입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장이 커져야 투자가 일어나고,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시장은 계속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 정부 들어서 장차관급 고위직이 12.3%가 늘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또 차관 자리를 늘리겠다고 합니다. 취임 당시 13개이던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무려 22개로 늘었습니다. 일반직 공무원도 4만 3천명이나 늘었습니다. 최근 국가공무원의 10% 감축 방침을 확정한 일본과 확연하게 대비가 됩니다.
한나라당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의 기조아래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줄이고, 과감한 규제혁파와 감세정책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그럴 때만이 기업이 쌓아둔 40조원의 현금과 시중의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투자로 연결되어 일자리와 소득이 생기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집니다.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혁파가 필수적입니다. 기업 규제, 수도권 규제, 서비스 규제 등 모든 규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어 폐지되거나 과감하게 축소되어야 합니다.법인세는 더 내리고 증권집단소송과 경영권 방어제도도 현실에 맞도록 고쳐 투자를 유도해야 합니다. 최근 총리가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면탈기회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은 모처럼 잘 한 일입니다. 또한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종국적으로 폐지되어야만 합니다.
존경하는 동료의원, 그리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역설적이게도 분배를 강조해온 이 정부하에서 빈부의 격차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강조하지만, 성장은 떨어지고 분배는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따뜻하게 보듬고 배려하는 공동체자유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에 따른 공동체 해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속히 선진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4대 연금의 재정상태가 심각한 실정이고, 특히 국민 노후생활의 마지막 안전장치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대책도 없이 오히려 국민연금을 무분별하게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동원하겠다고 합니다.
우리 세대가 흥청망청 다 써버리고 후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나라당은 미래를 지킨다는 각오로 정부여당의 무모한 시도를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이 지역가입자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이들 대다수가 사회보장이 가장 절실한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입니다. 한나라당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2층구조로 나누고, 모든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1인 1연금 제도를 도입할 것입니다. 촘촘한 복지로 그늘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합니다. 해체 위기에 놓여있는 한계가정을 위한 특단의 지원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특히, 점점 늘어가는 여성가구주 빈곤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노숙자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배고픔과 추위에 떨고 있는 노숙자들이 많습니다. 선진복지를 말하면서 노숙자들과 같은 소외계층에 무관심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 한나라당은 신용불량자들이 자신이 낸 국민연금 적립금을 반환받아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을 지난달 20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최소한 16만명 이상이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지 선진화를 위해서는 복지 공급 주체를 다원화해야 합니다. 따뜻한 복지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 자발적 기부문화를 촉진해야 합니다.
기부에 인색하다고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여유있는 사람이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제도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기부 모금에 대한 규제 위주의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고,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원 봉사활동 지원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지원법(가칭)」을 제정해서 자원 봉사활동을 활성화시키고, 복지 일선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급여 현실화를 포함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대표가 제안한 ‘선진사회협약’, 재계와 시민사회가 추진하는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어 경제살리기를 위해 각 경제주체들이 사회협약이라는 공동선의 자리로 나올 것을 있는 힘을 다해 호소합니다.
저는 또한 민생살리기를 최우선으로 삼기 위해서는 정쟁을 지양할 것을 거듭 여당에게 촉구합니다.
민생을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정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르는 이른바 쟁점법안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만이라도 그 처리를 유보할 것을 제의합니다.
신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과 관련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후속대책은 “수도란,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취지에 반드시 부합해야 합니다.
행여 정치권이 선거를 의식해 정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두고두고 문제가 되고 국민의 피해와 부담만 가중시킬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국가경쟁력 제고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국회특위에서 야당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정부가 한일협정문서를 공개하면서 과거사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무성합니다.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 한나라당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결코 논의를 회피하거나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1965년의 한일협정과 관련해서 저는 당시 반대투쟁으로 구속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일협정의 진상은 분명히 밝혀져야 합니다. 그리고 한일협정과 관련해 부정한 정치자금이 오고갔다면 그것 또한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아픈 역사는 아픈 역사로서 우리에게 새로운 각오와 일깨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제피해자들의 희생위에 한국의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한일협정관련문서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일협정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개인청구권 부분에 대해서는 먼저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한 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도 그것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픈 과거사가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핵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동북아지역 긴장완화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체제가 정착되고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속에 공동으로 발전해 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북핵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합니다.
남북문제는 이제 감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어떤 가치에 입각한 어떤 형태의 공조와 통일이어야 하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할 때입니다. 우리 헌법 제4조가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향한 공조와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2기 취임사에서 ‘자유의 확산’과 ‘폭정의 종식’을 강조했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을 ‘폭정의 거점’으로 지목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성숙한 외교력의 발휘와 긴밀한 한미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 적극적이고 원칙적인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 정부는 남북관계의 전시적 성과에 지나치게 매달린 나머지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라는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북한핵을 엄호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에 오히려 혼선만 가져 올 뿐입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언제든지 남한을 방패로 삼을 수 있다는 잘못된 희망을 갖게 해서는 안됩니다.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안보불안을 해소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회담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투명하게 추진될 때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합니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처해야 합니다.
북한이 싫어한다고 모른 척하거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북한동포를 기아와 공포로부터 구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올바른 화해와 통일의 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에게는 젊은 시절부터 꾸어오던 꿈이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찍이 백범 김구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라고 하셨습니다.
지식정보시대인 오늘, 우수한 지적자원을 풍부히 가지고 있는 우리 한민족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반도 밖에,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세계곳곳에 700만의 해외동포가 있습니다.
이 700만의 해외동포와 남북 7천만의 한민족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에 기여한다면, 21세기는 분명 ‘한민족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해외동포정책이 필요합니다.전 세계에 퍼져있는 700만 해외동포는 우리민족의 소중한 인적, 문화적, 경제적 자산입니다. 이제 이러한 자산을 한반도 7000만과 네트워킹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국적을 갖고 해외에 나가있는 해외동포에게 대통령선거 등에서 참정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저는 한류열풍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민족의 문화적 창조성의 발현인 것입니다. 한민족에서 발신한 새로운 문화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표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가 새로운 문명을 일본과 그 이웃에 전했던 통신사의 역할이 한류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류라는 흐름에 우리 민족의 문화적 창조력으로 실질과 내용을 채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민족 문예부흥을 일으킬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그것이 한류를 일시적인 상업적 현상에 멈추지 않게 하는 일이요, 또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교육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는 사람이 곧 국가경쟁력이고 그 중심에 교육이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는 한국의 고학력자 비중은 주요국가 30개국중 3위이지만 대학교육경쟁력은 28위라는 참담한 교육현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교육은 ‘사교육극성’, ‘하향평준화’, ‘관치교육’, ‘이념과잉’의 덫에 걸려 있습니다.
공교육을 강화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건전한 사립학교를 자립형 사립학교로 전환하고, 자립형 공립학교도 늘려가야 합니다.
우리 교육을 ‘관치’의 울타리에서 해방시켜야 합니다. 대학부터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를 배제하고 자율은 확대하되, 책임이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수능 부정, 내신 부풀리기, 답안지 대필 등 교육과 관련된 심각한 사회문제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습니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주는 것입니다.
교육현장이 더 이상 편향된 이념의 선전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됩니다. 얼마 전 학자들로 구성된 ‘교과서 포럼’이 ‘한국체제에는 지극히 가혹하고 북한체제에는 한없이 너그러운’ 우리 역사교과서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학교 분위기와 이런 교과서에서 자학(自虐)을 먼저 배운 학생들이 어떻게 자부심(自負心)을 갖고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교육에서 이념의 과잉과 거품을 거둬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앞으로 며칠 뒤에 다가오는 새해는 을유년, 닭띠해입니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닭우는 소리를 듣고 커다란 깨달음을 얻었노라고 그의 오도송(悟道頌)에서 말씀하고 있습니다. 서산대사의 오도송이 아니더라도 닭울음소리는 새날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을유년 새아침에 깨달음을 얻어 새롭게 태어날 때 새날은 온다고 저는 믿습니다.
‘나부터 달라지는’ 바로 그것이 모든 개혁과 혁명의 시작입니다. 새해는 낡고 그릇된 것으로부터 우리 자신이 달라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정치가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정치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권이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들로부터 자유스러워져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모로부터 자유스러워져야 하고, 열린우리당은 과격운동권으로부터,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강경 대기업노조로부터, 한나라당은 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는 경직된 보수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 이념싸움은 그만두고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놓고 경쟁해야 합니다. 이 땅의 어린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기 위해, 미래의 꿈을 안겨주기 위해 다 함께 고뇌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진정한 실사구시의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야의원 여러분!
저는 17대 국회 들어와 여야간에 역할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까지는 국가를 경영하는 여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더 걱정하면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여야의 역할과 입장이 전도되어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자유를 끝까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여당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고집하고, 야당은 그 국가보안법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모든 영역에서 이렇게 전도된 양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바로 여기서 도리어 여야간의 상생과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봅니다. 앞으로 여당은 자신이 국정의 관리자라는 책임을 더 의식하고 그리고 야당은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더 변화시킨다면, 여야간의 거리는 좁혀지고 합의도 어렵지 않으리라 하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과 법안에 대해 일정한 냉각기를 가지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야의원 여러분!
저는 진보한국과 보수한국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국은 하나이며 우리가 원하고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믿습니다.
저도 한때는 과격한 민주투사요, 개혁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저는 국회는 결코 운동권의 운동장이 될 수 없고, 우리 공동체를 놓고 고뇌하는 현장이 되어야 하고, 공동선을 위해 자신의 특수선을 양보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투쟁보다 창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과거보다는 미래로 가기가 어렵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항은 책임이 따르지 않지만, 참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비판은 쉽지만 창조는 어렵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국회의원은 더 이상 저항세력이 아니라 책임 있는 국정운영의 주체입니다. 저항의 용기를 참여속의 창조적 지혜로 바꾸어야 합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여야에 이런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이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과격한 표현만은 삼가합시다. 국회의 존엄과 권위를 지켜야 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품위에 걸맞지 않는 표현, 예컨대, 수구꼴통이나 반동, 빨갱이, 용공분자 혹은 스파이, 사기꾼 따위의 말을 국회에서 몰아내는 명예협정을 맺읍시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합시다. 국회와 국회의원의 품격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명예협정이 잘 지켜진다면 앞으로 국회의원의 ‘명예헌장’을 제정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런 자정운동을 바탕으로 이제까지의 낡은 정치와 그 유산을 말끔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광복 60주년이 되는 8.15부터는 이 나라 정치가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동료의원 여러분!
만약 여야가 상생의 정치를 펴나가기로 결심만 한다면, 정치개혁을 함에 있어 금년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단위의 중요선거가 없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5월에 여야대표가 맺은 ‘새정치협약’을 보다 더 구체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치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스럽지만, 당리당략을 떠나 개헌문제에 대한 연구도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17대국회 초반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국회의 위상강화를 위한 각종 제도 및 기구개편을 다시금 추진해야 합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기능확대, 입법조사기구 신설,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임위원회로의 전환 등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한나라당의 원내대표로서 지난 정기국회와 12월 임시국회에서 과반이라는 숫자의 유혹을 이겨낸 여당내 다수 의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또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이 “과반의석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 말씀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한나라당은 선진한국, 국리민복의 대의에 합당하다면, 기꺼이 정부와 여당의 동반자로 협력하고 그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비록 어려운 시절이지만,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습니다. 다같이 선진한국의 희망과 결의를 갖고 서로 격려하면서 힘차게 나아갑시다.
끝으로 김종길 선생의 <설날아침에> 라는 시로 이 연설을 끝마치고자 합니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