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경기도 수원 광교에 위치한 경기도교육청 14층 회의실. 한교닷컴 이영관 리포터와 마주 앉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경기교육은 곧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경기교육의 위상, 자랑,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의 구조적 과제까지 거침없이 짚어냈다.
“경기교육은 대한민국 교육의 축소판이자 표준”
임 교육감은 먼저 경기교육의 위상을 ‘대한민국 교육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규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 수가 전국의 약 29%, 교원 수는 25% 이상을 차지합니다. 규모 면에서 이미 대한민국 교육의 4분의 1 이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전국 최대 규모의 광역교육청이다. 대도시와 농산어촌이 공존하고, 지역·계층·문화적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그는 이러한 다양성이 곧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지역적·인적 다양성이 가장 큽니다. 초등, 중등, 고등 모든 교육 현장이 하나의 축소된 대한민국입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 통하는 정책은 전국에서도 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유수 대학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하버드 대학교와의 협업, 유네스코 관련 국제 교류 등도 추진하며 경기교육의 국제적 위상도 넓혀가고 있다. 그는 “경기교육이 곧 대한민국 교육”이라며 “경기도에서 만든 모델이 국가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AI 기반 ‘하이러닝’ 맞춤형 시스템
임 교육감이 가장 먼저 꼽은 자랑은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이다. 하이러닝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해 맞춤형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한 수업 보조 도구가 아니라, 학년이 바뀌어도 학습 이력이 누적되는 구조를 갖췄다.
“1학년 담임이 지도한 학생의 학습 데이터가 2학년, 3학년으로 이어집니다. 과학적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생 맞춤형 지도가 가능합니다.”
임 교육감은 다른 시·도 교육청의 유사 플랫폼과 달리, 하이러닝은 데이터 축적과 분석 체계가 구조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차별성으로 꼽았다. 현재 일부 시·도와 공동 개발 논의도 진행 중이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 경기도의 하이러닝이 전국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성과 기초역량 강화, ‘오아시스’ 프로그램
AI 교육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오히려 “AI 시대일수록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잘 쓰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에는 인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인성교육과 기초학력, 디지털 활용 역량, 소통 능력, 신체 활동을 기초역량으로 보고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아침 체육활동을 장려하는 ‘오아시스(오늘 아침 시작은 스포츠로)’ 프로그램은 현장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고, 학교 분위기 개선 효과도 나타난다는 평가다.
‘공유학교’로 교육격차 해소
경기교육의 또 다른 핵심은 ‘공유학교’다. 학교 안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심화·특화 교육을 지역과 연계해 운영하고,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지역 격차를 줄이는 모델이다. “학교가 모든 교육을 다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역과 함께, 온라인을 통해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특히 접경지역이나 농촌 지역 학생들도 온라인 기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 교육감은 이를 “공교육의 책임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최대 현안은 ‘대입제도 개편’…“상대평가 폐지해야”
임 교육감은 경기교육의 최대 현안이자 대한민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로 ‘대입제도’를 지목했다. “유치원, 초등, 중학교 저학년까지는 교육청이 설계한 교육이 비교적 잘 실행됩니다. 그러나 고등학교로 가면 대입제도가 모든 것을 좌우합니다.”
그는 특히 고교 상대평가 체제가 교육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풀이 중심, 점수 경쟁 중심 구조가 창의력·사고력 중심 교육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AI 기반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성을 평가하는 절대평가형 모델이다.
그는 국제 바칼로레아(IB) 평가 방식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평가 체계처럼 논·서술형 평가와 명확한 루브릭(평가기준)을 갖춘 시스템을 도입해 대입 개편의 실마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대학총장협의회,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등과 협의를 추진 중이다. 그는 현재 추진사항으로 보아 6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임 교육감은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한다면 대한민국 교육은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변화,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임태희 교육감은 인터뷰 내내 ‘표준’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전국 학생의 4분의 1 이상을 책임지는 교육청, AI 기반 맞춤형 학습 시스템, 인성·기초역량 강화 정책, 공유학교를 통한 격차 해소, 그리고 대입제도 개편까지.
그는 “경기도에서 가능한 모델이라면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하다”며 “지금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는 완전히 다른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교육의 실험실이자 시험대인 경기교육. 그 변화의 방향은 분명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과 ‘공정한 절대평가 체제’로의 전환. 경기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리포터는 인터뷰 바로 전날인 12일 오후,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AI 시대, 교육의 미래: 경기교육의 미래, 현장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한 세미나 기조강연(장소: 경기도교육청 조원청사, 참석자: 교육 관계자, 학부모, 퇴직 교원 등 300명)을 들었다. 기조강연과 인터뷰에서 임 교육감이 교육자로서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는 실행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