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의 권력을 가진 주권자 국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자기의 생각과 정책을 실현할 사람을 대리자로 선출한다. 그런 대리자 선출 과정이 선거이고, 그렇기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도 학교에서 이런 선거를 직접 경험한다. 반장(회장)과 같은 학급, 전교 학생회장과 같은 임원 선거가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학생들의 선거 과정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일이 많아 보인다. 정해진 방법 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물품이 오고 가기도 한다. 회장 선거에 쓰이는 포스터를 대신 만들어 주는 업체도 있다. 선거에 학부모가 개입하여 이의제기하거나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 등이 극심한 민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반장·학생회장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학교에는 학급의 반장이나 학생회장이 꼭 있어야 할까? 또 반장이나 학생회장을 뽑는 방법이 선거라는 방식이어야 할까?
「초·중등교육법」 제17조는 ‘학생의 자치활동은 권장·보장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30조는 ‘학교의 장은 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학생의 자치활동을 권장·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여야 한다’라고 한다. 한편 시행령 제9조에서는 학교규칙 내에 학생자치활동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보다시피 법령에서는 학생자치활동에 대한 보장이나 구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 학생회장과 같은 임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설령 임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출의 방법이 반드시 선거여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 그렇기에 학교규칙에 따라 반장·학생회장이 없는 학생자치활동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반장·학생회장·임원·일반 학생과 같은 수직적인 구조는 어른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든다.
물론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학생자치활동을 구상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고, 학교규칙의 전면적인 수정이라는 별도의 행정과 의견수렴 절차 등 수반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하므로 번거로움과 어려움이 수반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아예 통념을 깨버리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그와 같이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이력 등 입후보 자격 제한은?
학급·학생회의 임원은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될 위치에 있다. 그 때문에 많은 학교가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생활교육위원회 등 징계를 받은 이력이 있는 학생들에게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반대로 몇몇 시의 학생인권 조례에서는 징계 이력을 이유로 학생자치기구 구성원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거나, 징계 이력으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넣어두기도 했다.
그렇다면 입후보 자격에 제한을 두는 방법은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안타깝지만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사안의 특징 혹은 특히 교칙의 구성과 내용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인다.
예를 들어 한 학교의 교칙에 ‘생활교육위원회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은 학급 임원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라는 규정이 있다고 해보자. 그래서 교내봉사 징계를 받은 학생이 임원 선거에 나갈 수 없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1항은 학교장이 학생에게 할 수 있는 징계의 종류를 여럿 두고 있는데 그중 교내봉사 조치는 가장 경한 수준의 징계이다. 그런데 입후보 제한 규정의 구성은 징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있고, 단지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입후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위 학교의 규정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판단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반면 똑같은 교내봉사라는 징계라고 할지라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교내봉사 이상의 처분을 받은 학생은 입후보할 수 없다’라는 규정은 달리 판단될 수도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에서는 서면사과라는 더 낮은 수위의 징계도 가능하기에 교내봉사를 단순히 경한 징계라고 할 수 없는 점, 다른 학생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한 행동은 교칙을 위반한 행동보다 비난 정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점,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임원이 된다면 피해학생의 학생자치활동 참여가 위축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입후보 제한이 정당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정리하자면 학교폭력, 교육활동 침해, 생활교육위원회라는 비행 행위 유형의 차이, 학생이 받은 징계의 수위 등을 고려하여 입후보 제한에 대한 학교의 교칙이 지나치게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정해져야 한다. 또 이러한 입후보 제한에 관한 교칙을 정함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 것이라면 더욱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러한 입후보 제한에 관한 변형 사례도 있었다. 교원의 추천서를 받아야만 입후보할 수 있게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실상 교사가 입후보에 관한 허가 권한을 가지게 되어 학생자치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과도한 것이라고 봤다.
선거 관련 규정 위반 등과 그에 따른 조치는?
금품을 주고 표를 요구하는 매표 행위, 과열된 선거유세로 인한 무분별한 상대 후보 비방, 선거운동 방법(예를 들어 온라인 선거운동을 제한, 포스터의 규격 제한) 위반, 실현할 수 없는 무리한 공약의 발표 등 선거 과정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다양한 문제와 이에 대한 이의제기들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러한 학생들의 행동 외에도 전자투표 과정에서의 오류로 재개표를 하게 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나 관리상의 하자가 발생하는 일도 있다.
그래도 당선자가 결정되기 이전이면 수습이라도 해보겠건만, 선거 결과가 모두 공지된 이후에야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야말로 난감할 수밖에 없다. 당선의 무효, 다시 선거를 진행해야 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고 당선되거나 입후보 한 학생들의 신분도 불확실해진다. 당연하게도 관련된 학생의 보호자 역시 혼란스러울 것이고 이는 학교에 대한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학교에서 선거 등 임원을 선출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여 민주시민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소양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역시 이러한 학생자치활동의 목적에 부합되도록 교사가 아닌 학생들이 논의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규칙을 마련하는 것, 규칙을 위반하였을 때의 제재 방법, 발생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 등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내려진 결론은 학생자치라는 목적에 부합한 학생들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정당성을 얻게 된다. 그렇기에 특히 전교 학생회장 선거와 같은 굵직한 선거를 준비할 때는 독립된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학교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도움을 받는 방법은?
학생자치나 선거에 관한 학교 규정을 바꾸거나, 혹은 다가올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것도 무려 대한민국 헌법에서 정한 선거관리 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별도로 학교선거도우미라는 코너를 운영한다. 학교급의 특성에 맞춰 ‘초등학교 어린이회 임원선거 규정’, ‘중·고등학교 학생회 임원선거 규정’으로 나누어 예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현재 학교의 규정과 비교하며 미흡한 부분을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다.
더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학교 선거규정에 관한 자문이나 규칙 개정에 대한 지원, 선거관리 절차에 대한 자문, 나아가 투표함과 기표대 등 선거 장비를 대여해주는 지원사업도 있다. 홈페이지에 시도선거관리위원회의 연락처가 나와 있으니 학교 선거 과정에 대한 정보나 도움을 얻어보도록 하자.